“애초부터 위험한 수술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예요?”박민정이 따지듯 물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서다희가 대답했다. “모든 수술엔 위험부담이 있어요. 민정 씨는 이젠 대표님과 이혼하셨으니 두 분 사이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그러니 저도 민정 씨께 너무 많은 걸 알려드릴 순 없어요.”서다희는 유남준과 만약 수술에 실패한다면 박민정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수술마저 실패한 마당에 박민정에게 괜한 고민을 안겨 줄 필요는 없었다. 박민정은 몇 가지 더 묻고 싶었지만 서다희가 또 말을 이었다. “수아가 마음이 착해서 남을 돕는 걸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민정 씨도 집주인이라는 명분으로 과분한 부탁을 하시면 안되죠.”“수아를 통해 저에게 연락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부탁드릴게요.”서다희가 뚝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니 박민정도 더 이상 그에게 연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다희 역시도 무리하게 변명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었다. 박민정이 툭 손을 늘어뜨렸다. 그녀의 눈엔 실망으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본 민수아가 물었다. “어떻게 됐어? 다희는 무슨 일로 찾은 거야? 너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냐? 내가 대신 물어볼까?”박민정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그래도 돼. 이미 충분히 물어봤어. 괜찮아.”“그럼 다행이네.”민수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다희와 유남준은 분명 일부러 그녀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박민정은 내일 기회를 봐서 다시 유남준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정말 머리에 문제가 생긴 것이든 아니면 다른 문제든 그녀는 꼭 자초지종을 알아내야 했다. ...다음 날. 꽃단장한 추경은이 회사에 나타났다. 그녀는 일부러 회사에서 유씨 가문의 차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박민정도 아침 일찍 출근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일부러 박민정 앞으로 다가온 추경은이 말했다. “새언... 아, 아니. 민정 씨.”박민정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구나.”유명훈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조금 이따 남준이를 봐도 놀라지 마렴. 꼭 남준이를 잘 보살펴야 해.”추경은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님.”시동은 건 차량이 저택으로 향했다. 유남우는 일찍부터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행여나 무슨 변수라도 생길까 불안했다. 그는 추경은 그 아이가 지금의 유남준을 보살피겠다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차량이 도착하자 추경은은 유명훈을 부축하며 차에서 내렸다. “남우야, 경은이를 데려왔으니 남준이 보러 가자꾸나.”“네.”유남우가 앞장서 걸었다. 유남준을 왜 이렇게 외진 곳으로 옮긴걸 까? 추경은은 의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의 궁금증을 묻지 않은 채 유명훈을 따라 안쪽 방에 도착했다. 이때,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유남준은 안방 침대에 누워있었다.저택 밖에서는 도우미들이 어젯밤 유남준이 깨버린 물건을 처리하며 테이블을 정리했다. “형 깼어요?”유남우가 도우미에게 물었다. 도우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아침에 잠깐 깨셨다가 지금은 다시 잠드셨어요.”유남우가 위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방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유남준은 이불을 덮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지저분한 사에는 그가 어젯밤 샤워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지금의 유남준은 그저 단순히 미쳤다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그는 폭력적인 성향까지 있어 도우미들도 감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유남우의 등 뒤로 추경은이 힐끔 유남준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남준 오빠 혹시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 아냐?”추경은이 물었다. 유남우는 어젯밤 난리를 피우던 유남준의 모습을 떠올렸다. 게다가 수술을 마친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계속 잠을 자는 것도 어쩌면 정상적인 현상이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아.”“오빠는 할아버님과 먼저 들어가.
추경은은 결국 유남준에게 쫓겨났다. 밖으로 나온 추경은의 얼굴은 파랗게 멍이 들어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남준 오빠가 왜 저러는 거예요?”추경은이 큰소리로 물었다. 방금 추경은에게 쫓겨난 도우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으며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추경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그제야 도우미의 몸 이곳저곳에도 멍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전부 지금 그녀보다는 나은 모습이었다. 최소한 피는 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방금 추경은은 하마터면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짜 모습을 드러낼 뻔했다. “말해요. 내가 할어버님께 말씀드려서 당신들 자르나 못 자르나 테스트라도 해보고 싶은 거예요?”도우미들이 입을 열지 않자 추경은이 협박했다. 도우미 한 명이 그제야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아가씨, 작은도련님께서 큰도련님을 모시고 오셨을 때부터 이미 저런 모습이셨어요. 아마 미치신 것 같아요.”‘미쳐?’추경은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줄곧 사랑하던 남자가 미쳐버렸다니.‘어쩐지 할아버님이 내가 차에 타자마자 계속 오빠를 잘 보살피라고 당부하시더라니. 게다가 한 달 후엔 오빠와 결혼할 수 있도록 얘기해 주겠다고 하셨잖아.’‘그 모든 게 오빠가 미쳤기 때문이라니. 그래서 할아버님이 날 선택하신 거야.’빨갛게 열이 오른 볼이 따끔거렸다. “분명 얼마 전까진 멀쩡했잖아요. 왜 갑자기 미친 거예요?”“아가씨, 모르시겠지만 큰도련님께서 전에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셨어요. 아마 그 교통사고와 연관 있는 것 같아요.”도우미가 말했다. “그럼 치료될 가능성은 있는 거예요?”추경은이 물었다. 도우미는 마치 멍청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추경은을 쳐다보았다. “사람이 미쳤어요. 의학적으로 얘기하면 신경이 손상되었다는 얘기죠. 이미 손상된 신경을 어떻게 치료하겠어요. 남은 생은 아마 계속 이렇겠죠.”‘이번 생은 계속 이럴 거라고?’추경은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졌다. ‘그러니까, 난 미친놈이랑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거야
그 말을 듣고서 유남우는 침묵을 유지했다.간절함이 가득한 두 눈으로 박민정은 계속 애원하면서 부탁했다.“제발 남준 씨 좀 만나게 해줘요.”그러한 모습으로 변한 유남준이 무척이나 걱정되는 박민정이다.만약 유남우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면 박민정은 고영란을 찾아가기로 내심 결정했다.필경 아이들의 할머니이므로 유남준을 만나게 주리라 생각했다.“알았어. 근데 조심해야 할 거야.”유남우는 끝끝내 박민정의 고집에 넘어가고 말았다.“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퇴근하고 같이 가자. 지금 형 상황이 좋지 않아. 감정 기복이 워낙 심해서 저택 쪽에 있는 도우미들 형한테 맞지 않은 사람이 없어.”유남우는 바로 덧붙였다.“알았어요. 그럼, 좀 부탁할게요. 별일 없으면 그만 나가서 일볼 게요.”박민정은 말하고 나서 뒤돌아 떠났다.“그래.”박민정이 사무실에서 나가자 유남우는 바로 저택 도우미에게 전화를 걸어 유남준의 현재 상황을 체크했다.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라고 도우미가 말했다.걸핏하면 사람을 때리고 우락부락하고 있다면서.추경은 역시 유남준에게 맞았고 더러운 물까지 부었다고 했다.도우미의 말을 듣고서 유남우가 물었다.“의사는요? 가지 않았어요?”“오셨습니다. 큰 도련님께서 이제 막 잠이 드셔서 지금 검사 중이십니다.”“알았어요.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요.”“네.”유남우는 전화를 끊었다.퇴근하자마자 유남우는 박민정을 데리고 저택으로 향했다.저택에 도착하기 전에 유남우는 저택 집사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고영란이 와 있다고 했다.유남우는 그만 눈살을 찌푸렸다.“왜 이제서야 알리는 거예요!”“사모님께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말린다고 하더라도 소용없고 말입니다.”집사는 잠시 멈칫거리다가 덧붙였다.“큰 도련님께 진정제를 놓아주셔서 아마 한, 두 시간 안으로는 깨어나시지 못할 겁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남우는 저택 집사에게 미리 말한 바가 있었다.자기 허락 없이 누군가가 유남준을 보러 온다면 거듭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 우리 남준이한테만 잘해주면 절대 섭섭하지 않게 내가 더 잘해줄게.”고영란은 추경은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그 말에 추경은 감격해 마지 못했다.“네! 이모, 고마워요.”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고 추경은 바로 유남준에게 맞았던 일을 까먹었다.하지만 밤이 되어서야 진정한 악몽이 시작되는 것을 추경은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고영란은 저택에 추경은도 있고 유남준에게 지극정성으로 추경은이 잘해주고 있자, 한시름 놓고 먼저 떠났다.고영란이 가자마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민정과 유남우는 바로 저택으로 향했다.유남우를 보고서 집사가 바로 달려 나와 마중했다.유남우 곁에 있는 박민정을 보게 된 집사는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입을 꾹 다물었다.“작은 도련님, 오셨어요.”“형은 깨어났어요?”집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직입니다.”유남우는 그제야 박민정을 데리고 들어갔다.추경은은 함께 온 박민정을 보고서 눈빛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쟤가 여긴 왜 왔어!’하지만 유남우가 바로 옆에 있으므로 추경은은 박민정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남우 오빠, 왔어.”추경은은 유남우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뒤에 있는 박민정을 무시해버렸다.박민정 역시 추경은을 무시해버렸으나 얼굴에 난 상처는 보게 되었다.“민정아, 올라가자.”유남우는 추경은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박민정에게 말했다.“네.”그렇게 두 사람은 추경은을 공기 취급하면서 앞으로 지나가 버렸다.위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추경은은 유난히 달갑지 않았다.‘남준 오빠는 그렇다 치고 왜 남우 오빠까지 쟤한테 잘해주는 거야?’위층에서.도우미는 유남준의 방문을 열어주었다.문이 열리자마자 박민정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유남준을 보게 되었다.박민정이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유남우가 갑자기 일깨워주었다.“조심해.”“형은 지금 널 몰라.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도 없고. 다치지 않게 조심해.”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
간병인은 도저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문득 박민정이 유명한 작곡가라는 사실이 떠올라서 전화를 한 길이었다.자기보다는 아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하면서.박민정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도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얼마 전에 우리 딸네 일가족이 외지로 여행을 갔거든요. 어제 돌아온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연락도 되지 않고 실종됐어요. 어제부터 계속 전화를 하고 있는데, 도통 소식도 없고 신고를 했는데도 아무런 소용도 없어요. 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지금 이렇게 전화하고 있는 거예요.”지극히 평범하게 여행을 떠난 일가족이 왜 갑자기 실종되었고 왜 갑자기 연락되지 않는지 간병인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자초지종을 듣고 난 박민정은 일단 거절했다.“죄송합니다만 이런 일은 그래도 경찰에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박민정이 무슨 한가하고 뭐나 다 들어줘야 하는 사람도 아니고 하물며 이런 일은 개개인이 알아보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도와주겠다고 하셨다가 만약 실망하는 일로만 가득하게 된다면 그 역시 좋지 않고 말이다.“경찰에도 신고했었는데, 알아낸 게 없었다고요. 감시 카메라도 다 확인해 보았는데, 우리 딸네 일가족이 진주시로 돌아오는 차에 올랐다고 했어요. 어제 이미 도착한 것으로요.”간병인은 점점 더 울먹이기 시작했다.“민정 씨, 제가 얼마나 평범한 사람인지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아는 사람이라곤 민정 씨 밖에 없는데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저 우리 딸 없으면 못 살아요... 제가 무슨 의미로 살겠어요.”그 말에 박민정은 눈빛이 크게 일렁였다.딸을 향한 엄마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어서 말이다.물론 박민정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아주머니, 일단 찾아는 보겠으나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도 장담할 수 없어요.”박민정은 마침내 나서주기로 했다.“그럼요! 고마워요!”간병인은 감격해 마지 못했다.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간병인이 홀로 나서서 찾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함미현 일가족이 여행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다른 오해라도 있을까 봐 박민정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아니요. 아직 찾아내지 못했고 그냥 물어보는 길이었어요. 혹시나 미움을 산 사람이라도 있는지 해서 말이에요. 소식 있는 대로 바로 알려드릴게요.”“네네, 고마워요. 민정 씨.”고맙다는 말 외에 간병인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아니에요. 찾아내고 나면 그때 다시 들을게요.”박민정은 전화를 끊고 나서 윤소현 개인 별장 쪽의 상황을 주시하라고 정민기에게 당부했다.솔직히 박민정 역시 궁금하기 시작했다.윤소현이 무슨 이유로 함미현 일가족을 데리고 갔는지 말이다.간병인과 원수 사이도 아니고 굳이 간병인의 일가족을 헤칠 이유도 없는데...한편, 윤소현 개인 별장 안에서.함미현네 일가족은 핸드폰을 모두 빼앗겨 버렸다.이곳으로 오고 나서 바로 갇혔고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되었다.문 앞에는 경호원이 지키고 있고 시간 되면 음식을 가져다주고 했다.저녁 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음식을 가지고 왔고 함미현은 참다못해 물었다.“우리 엄마한테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근데 왜 이렇게 우릴 가두고 있는 거죠? 우리 엄마는 어디에 있어요?”어제, 간병인의 고용주라는 사람이 기차에서 내린 함미현 일가족을 찾아왔었다.간병인이 하도 일을 열심히 해서 고마운 마음에 그 일가족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이다.경계심이 많았던 함미현은 당연히 믿지 않았었다.하지만 간병인의 전화번호로 그 차 타고 오라는 내용으로 메시지 한 통이 왔었다.그렇게 차에 오른 일가족은 별장에 내리자마자 핸드폰을 비롯한 모든 통신 기구를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그 뒤로 별장에 갇혀 버렸고 도움을 청할 곳도 없게 되었다.“그냥 잔말 말고 가만히 있죠. 우리 아가씨가 한 이틀 정도 지나고 나면 풀어준다고 했어요.”그렇다, 이틀만 더 기다리면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온다.만약 함미현이 정수미의 딸이 아닌 것으로 나온다면 윤소현은 그들을 풀어 줄 것이다.만약 그와 정반대인 상황이 나온다면...
“윤소현 개인 별장에 있어요.”박민정은 알고 있는 그대로 알려주었다.그 말을 듣고 난 간병인은 의혹만이 가득했다.“우리 딸이 왜 거기에 있는 거죠?”“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지난번에 제가 몇 마디 한 걸 마음에 두고 있었나 봐요. 지금 당장 우리 딸 돌려보내라고 전화해야겠어요.”간병인은 바로 윤소현에게 전화할 기세였다.그때 박민정은 아주 본능적으로 간병인을 말렸다.“잠깐만요.”“왜 그러세요?”말리는 박민정의 모습에 간병인은 또다시 의문이 들었다.“이대로 바로 전화하시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무슨 이유로 데리고 갔는지도 모르는데... 왠지 모르게 다른 목적을 안고 그런 것 같아요. 일단은 좀 더 관찰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짜고짜 전화했다가 따님만 위험할 수도 있고요.”박민정은 천천히 설명했다.워낙 성격이 급하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사는 간병인은 박민정의 완곡한 설명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제가 사모님 대신 몇 마디 한 것으로 그런 게 아니라고요?”“아닐 거예요. 단지 몇 마디 한 것으로 남의 가족을 데리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박민정이 말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우리 딸이 거기 있는 거 뻔히 알면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예요?”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는 간병인이다.박민정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윤소현 개인 별장으로 바로 찾아가서 그냥 데리고 나오죠.”윤소현이 미처 손을 쓸 새가 없이 쳐들어간다면 함미현 일가족을 데리고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좋아요.”박민정과 함께 나선 정민기는 일단 간병인을 차에 태우고 나서 바로 윤소현 개인 별장으로 향했다.혹시나 충돌이 일어나게 될까 봐 박민정은 정민기에게 그의 부하들 역시 함께 가자고 했다.가는 길 이내 간병인은 박민정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민정 씨, 정말 고마워요. 민정 씨 아니었다면 저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고맙다는 말씀은 이제 그만 하셔도 돼요.”고맙다는 소리 들으려고 간병인의 부탁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