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가문 본가.박민정은 아침 일찍부터 조하랑 등쌀에 못 이겨 일어나게 되었다.자연스레 윤소현의 기사를 보게 되기도 했다.“민정아, 봤지? 기자들이 이런 빅뉴스를 그냥 놓칠 리가 없어.”박미정은 잠시 훑어보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들은 한둘씩 삭제되기 시작했다.아침을 먹는 동안에 조하랑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불만을 토해냈다.“기사 내리는 속도가 너무 무서울 정도로 빠르지 않아?”“돈이 좋은 거지.”박민정이 말했다.박예찬과 박윤우도 윤소현에 관한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온 것을 알고 있었다.박예찬은 본래 해킹을 더 하면서 윤소현의 이름 석 자를 실시간 순위에 올리려고 했지만, 상대방이 이미 알아차리고 방화벽까지 가강하고 지키고 있었다.만약 또다시 해킹하러 들어간다면 정체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박예찬은 이쯤에서 멈추면서 윤소현에게 이 정도의 교훈밖에 남기지 못했다.오늘, 한수민이 하관하는 날이다.박민정은 현장으로 가지 않았지만, 가족 채팅방에는 각종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다.한수민이 바람을 피운 일이 밝혀지면서 박씨 가문의 친척들은 한수민을 박형식 옆에 하관하는 것을 반대했다.박민호는 하는 수 없이 다른 자리를 알아봐서 하관할 수밖에 없었다.채팅방에 올라온 내용을 확인하고서 박민정은 그 채팅방에서 나와버렸다.앞으로 더는 한수민의 딸로 지낼 필요가 없게 되자,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오늘 점심은 밖에서 먹자.”박민정이 제안했다.“좋아.”조하랑과 두 아이는 단숨에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박민정 일행은 근처에 리뷰가 좋은 식당으로 향했다.오늘은 보슬비가 종일 내리고 있다.박민정과 함께 며칠 동안 있었던 조하랑은 김훈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박예찬을 그리워하자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민정아, 미안해. 예찬이 좀 빌려줘야 할 것 같아.”박민정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오히려 괜찮다고 해주었다.“괜찮아. 어르신께서도 우리 예찬이 예뻐해 주시고 자기 손자처럼 여겨주고 계시는 데 우리야말로 고마운 일이야.”“엄
전화가 끊기고 나서 박민정은 더는 유남준을 걱정하지 않았다.한편.서다희는 지금 중환자실 밖에 서 있다.지금까지 유남준은 깨어나지 않았다.김인우가 들어가서 유남준의 몸 상황을 체크해 보았다.“아무 문제도 없는데... 왜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거야...”“우리 대표님 깨어나지 못하시는 건 아니겠죠?”서다희는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물었다.지금까지 함께해 온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자기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기다려 봐요.”김인우는 서다희의 등을 토닥이면서 위로해 주었다.바로 그때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뭡니까? 여긴 개인 병원입니다.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입니다.”“왜 손찌검을 하고 그러는 겁니까!”이윽고 물건을 깨부수는 소리와 더불어 싸우는 소리 비명까지 들려왔다.김인우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누구지? 죽으려고 환장했나?”서다희 역시 믿어지지 않았지만, 곧 상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블랙 코트를 휘날리며 성큼성큼 걸어서 들어오는 유남우가 보였다.유남우의 뒤에는 인상이 험상궂은 경호원들은 많았다.“유남우!”김인우는 멍해졌지만, 곧바로 깨닫게 되었다.어제 유남우는 김인우한테 유남준을 좀 더 신경 쓰라고 경고했었다.‘젠장! 당해버렸어!’유남우는 김인우를 상대조차 하지 않고 중환자실 밖으로 다가와서 안을 들여다보았다.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형 데리고 집에 가려고 온 거예요.”“장난해? 내가 있는 한 절대 그 누구도 남준이 데리고 갈 생각하지 마!”김인우가 말했다.서다희 역시 경계하면서 유남우를 바라보았다.“남우 도련님, 저희 대표님과 친형제 사이 아닙니까? 지금 상황으로는 절대 병원에서 모시고 나갈 수 없습니다.”“서 비서님도 말했다시피 우리 친형제 사이에요. 어떻게 자기 친형을 해칠 수가 있겠어요.”“오히려 두 사람이야말로 우리 형한테 무슨 짓을 한 거죠? 왜 저렇게 병상에 누워있는 거죠?”유남우가 물었다.유남준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었고
유남우는 서서히 힘에 손을 더하기 시작했다.만약 지금 이대로 유남준이 죽게 된다면 김인우와 서다희가 몰래 유남준을 죽인 것으로 덮어씌우면 그만이다.유남준에게 어떤 수술을 했는지 바로 죽었다면서.“형, 나 너무 탓하지 마. 뭐나 나하고 다투려고 빼앗으려고 했던 형 자신을 탓해.”유남우는 유남준의 입과 코를 꼭 막았다.“내가 먼저 민정이를 만났고 형이 없는 것을 나도 드디어 얻게 되는 줄 알았었는데, 민정이마저 형이 빼앗아갔어.”“그것만으로 부족하여 왜 날 가만히 두려고 하지 않았던 거야? 맨날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 민정이가 형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알아?”말하다 보니 유남우는 눈시울이 약간 붉어지기도 했다.“이제 다 끝났어. 형이 가고 나면 내가 형 대신 형수님 잘 챙겨줄게.”유남우는 일부러 ‘형수님’ 세 글자에 어세를 높였다.유남준에게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마냥 속이 시원하기만 했다.호흡이 가빠와서였는지 수술한 뒤로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유남준은 갑자기 눈꺼풀을 움직이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유남우의 손목을 꽉 잡았다.순간 유남우는 당황하면서 이를 악물고 힘을 더했다.안타깝게도 워낙 체질이 허약한 유남우인지라 유남준이 깨어난 뒤로 더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경호원!”유남우는 주저 없이 경호원을 불러들였고 차가 멈춰서자 장한 몇몇이 올라왔다.“남우 도련님.”지시를 내리려고 할 때 유남준이 두 눈을 벌떡 떴다.차 안의 모든 것이 똑똑히 보였다.그런 유남준을 바라보면서 유남우는 차갑게 웃었다.“형, 자는 척 한 거였어?”유남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척이든 아니든 오늘 형은 반드시 죽어야 해.”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서 오히려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물었다.“너 누구야? 나 집에 갈래.”순간 유남우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뭐라고?”“집으로 보내 줘. 배고파. 배고파.”유남준은 일어나서 앉더니 다짜고짜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배
유남준을 빼앗긴 뒤로 김인우와 서다희는 미친 듯이 찾아다녔지만, 유남우 그 미친놈을 찾아내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크게 다친 상황이라 부하에게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남준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며 나 평생 지옥에서 살 거야.”방비하고 있지 않았던 자신이 무척이나 한스러운 김인우이다.그에 비해서 서다희는 그나마 이성이 좀 있었다.“아직 들려오는 나쁜 소식도 없고 대표님 괜찮을 겁니다.”“무슨 근거라도 있어요?”김인우가 물었다.“만약 제가 유남우였다면 대표님을 죽이고 저희한테 뒤집어씌웠을 겁니다. 이렇게 질질 끌지 않고 말입니다.”두 사람은 지금 온몸이 아파서 간단한 대화조차 어려운 상황이다.잠시 말하고 나서 두 사람은 각자 쉬기로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서다희의 핸드폰이 계속 울려왔고, 민수아였다.민수아에게 다친 것을 들키게 될까 봐 서다희는 바로 받을 수 없었다.김인우는 다시 눈을 뜨면서 짜증이 잔뜩 서려 있는 말투로 말했다.“좀 받아요! 시끄러워 죽겠네.”만약 두 사람이 함께 유남준을 빼앗겨버린 게 아니라면 절대 서다희와 같은 방에서 지내지 않았을 것이다.서다희는 부하에게 핸드폰을 귓가에 좀 놓아달라고 했다.“수아야.”“왜 이제서야 받는 거야? 요즘 뭐 하고 다녔어? 전화도 없고 톡도 업고 나 말고 다른 여자라도 생긴 거야?”민수아가 퉁명스럽게 물었다.서다희는 부랴부랴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럴 리가... 요즘 야근하고 시간이 없었어. 며칠 지나서 너 찾으러 갈게.”“흥!”민수아는 화난 척하더니 진지한 모습으로 말머리를 돌렸다.“너희 대표님은 요즘 좀 어때? 민정이가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희 대표님과 연관된 것 같아서 그래.”서다희는 자기 역시 유남준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다.“수아야,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나중에 알게 될 일이니 그만 신경 끄는 게 좋을 거야.”“알았어. 나 안 보고 싶어?”민수아는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보고 싶지. 우리
“네, 지금 바로 갈게요.”홍주영과 함께 떠난 박민정을 보고서 최현아는 혼자서 중얼거렸다.“빌어먹을 년! 유남우가 유남준 동생이라는 것도 잊었나 봐?”이때 추경은이 뒤따라 왔다.“저런 사람이랑 얼굴 붉힐 것 없어요. 워낙 뻔뻔한 년이잖아요.”최현아는 자기와 함께 박민정을 욕하는 추경은을 보고서 무척이나 기뻤다.“아가씨,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이제 시간 봐서 할아버님께 아가씨 얘기 잘해 줄게요. 박민정이랑 이혼도 했겠다 유남준 곁에도 이제 여자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추경은은 감격해 마지 못했다.“고마워요, 올케언니.”유난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곧바로 후회를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꼭대기 층, 대표이사실.박민정은 노크하고 허락을 받고 나서야 사무실로 들어섰다.고개를 푹 숙인 채 바삐 돌고 있던 유남우는 박민정이 들어오는 것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간단하게 차려입은 박민정이지만, 메이크업조차 하지 않은 박민정이지만 유난히 빛이 났다.아쉬운 점은 오른쪽 얼굴에 있는 그 흉터뿐이다.“앉아.”유남우가 말했다.박민정은 앞으로 다가가 소파에 앉았다.“대표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유남우는 컴퓨터를 끄고 나서야 운을 떼기 시작했다.“말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으면 좋겠어.”엄숙하기 그지없는 유남우의 모습을 보고서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형이 요즘 수술을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수술이 잘 안 됐어.”유남우는 천천히 말했다.그 말을 듣게 된 순간 박민정은 머리가 윙 해지면서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럼, 지금...”말을 채 하지도 못한 채 박민정은 당장 자리에서 일어날 모습을 보였다.그런 박민정의 표정 변화를 살피면서 유남우는 다소 섭섭한 감정이 들었다.“상황이 많이 안 좋아.”“지금 어디에 있어요?”박민정은 손을 꼭 움켜쥐면서 가능한 한 이성을 유지하고자 애를 썼다.‘그래서 이혼하자고 했던 거야?’‘그냥 말하지 그랬어... 바보야...’“잠시 조용한 곳에서 휴양할 수 있게끔 데
유남우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실은 그전까지만 해도 남준 씨가 나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자기 안전은 뒤로하고 나부터 살리려고 하던 남준 씨를 바라보면서 알게 되었죠. 나한테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처음에는 아이들 때문에 남준 씨랑 다시 만나기로 한 거였어요. 근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새 내 마음도 기울이고 있더라고요.”유남우는 그 모든 말을 듣고 있으면서 부드러운 눈매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그 말인즉슨,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이때 유남우는 갑자기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괜찮아요? 병원에 갈까요?”박민정이 물었다.그러자 유남우는 손을 흔들면서 기침이 좀 줄어들고 난 뒤 텀블러를 꺼내 들어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마셨다.“괜찮아. 고질병이라서 그래.”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운전기사는 유남준이 있는 장원 안으로 핸들을 꺾었다.아주 외진 곳으로 사방에 경호원이 깔려 있으며 바람이 풀잎에 스치기만 해도 유남우는 모두 알게 되어 있다.“여기야. 그만 내리자.”“네.”박민정과 유남우는 그렇게 차에서 내렸다.장원 안은 엄청나게 밝았고 두 사람이 아직 집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물건을 깨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집에 갈래! 집에 갈래! 집... 집에 보내줘...”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민정은 심장이 바짝 조여왔다.이때 유남우가 입을 열었다.“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형 더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의문을 품고 문을 여는 그 순간 박민정은 바로 알 수 있었다.널찍한 거실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었고 유남준은 엉클어진 옷차림으로 머리까지 흐트러진 것이 꼬질꼬질한 모습이었다.유남준은 지금 한창 질서 없이 물건을 던지고 있었다.도우미들은 행여나 다치기라도 할까 봐 멀리 떨어져 있었다.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박민정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꽃병 하나가 박민정을 향
유남준의 현재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리는 박민정이다.박민정의 말에 유남우는 걸음을 멈추었다.“안 돼.”“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너도 봤잖아. 너랑 아이들 다칠 수도 있어. 그리고 이곳엔 의료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어. 무엇보다도 너희 두 사람 이미 이혼했는데, 형을 너한테로 보낸다고 하면 우리 집안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유남우의 설명을 듣고 나니 박민정은 자기가 조금 전에 뱉었던 말이 이상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유남준에게는 강력한 유씨 가문이 받쳐주고 있으니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게 자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다시 판단하게 되었다.“네, 그럼, 수고하세요.”“수고라니... 우리 친형인데 동생인 나만큼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유남우는 그럴듯하게 대답했다.이윽고 유남우는 본래 직접 박민정을 집까지 바래다주려고 했으나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박민정이 거절했다.회사로 가면 운전기사가 데리러 온다고 말이다.유남우는 곳곳마다 자기와 거리를 두려는 박민정의 태도에 달갑지 않았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박민정이 자기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유남우는 다시 유남준이 있는 장원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도우미 한 명을 밖으로 불러와 물었다“오늘은 어땠어?”“도련님께서 오늘 낮에는 주무시기만 하셨습니다. 오후 3시쯤이 되어서야 깨어나셨고 깨어나자마자 물건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겨우 진정하시고 또다시 주무고 계십니다.”도우미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유남우는 그 말을 묵묵히 듣고서 유남준이 있는 방으로 천천히 다가갔다.도우미의 말대로 자는 유남준이 보였다.씻지도 않은 채 온몸이 지저분한 것이 카리스마를 풍기면서 상업계를 주름잡던 그 유남준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내려가 봐.”“네.”도우미는 내려가기 전에 방문을 닫아주었다.방안에 둘만 남게 되자, 유남우는 손을 내밀어 유남준의 팔을 다쳤다.“형.”유남준은 아주 깊게 잠들어 있었다.인기척에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유남준이다.“형!”
유명훈이 맨 앞에 앉아있었다. 고영란과 유남우는 나란히 앉아 있었고 늘 강인하기만 하던 그녀도 지금은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실려 오는 서다희의 모습에 고영란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서 비서, 어쩌다 이지경이 된 거야?”들것에 엎드린 서다희가 고개를 들어 고영란 옆의 유남우를 쳐다보았다. 이곳에 부른 이유를 아직 알 수 없었기에 서다희는 먼저 고자질 하지 않았다. “큰사모님, 어르신. 무슨 일 때문에 부르셨어요?”“남준이가 왜 머리를 열고 수술을 한 건가? 왜 미치광이가 된 거야?”유명훈이 물었다. 서다희가 순간 멍해졌다. “미치광이요?”유남우가 걸어내려 오며 말했다. “이게 바로 서 비서님이 한 짓이에요.”유남우는 휴대폰으로 영상 하나 서다희에게 보여주었다. 영상을 보던 서다희의 눈빛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럴 리가...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는 거지?”‘결국, 수술이 실패한 건가?’유남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만약 제가 아니었다면 혹시 우리 형, 이보다 더 한 일도 겪었어야 했나요?”서다희에게 따져 묻는 유남우는 김인우의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워낙 가깝게 지내던 사이라 김인우에게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 영상 속 유남준의 모습을 보는 서다희의 마음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었다. “저희는 대표님 머리에서 유리 조각 하나를 발견했어요. 그 유리 조각은 대표님의 기억에 가끔씩 이지만 혼란을 가져왔어요. 그 이유로 대표님은 수술을 통해 기억력을 회복하고 싶어 하셨죠. 하지만 그 수술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었어요. 바로 지적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였죠.”서다희는 유남준의 시력 회복을 위해서였다는 얘기는 숨겼다. 유남준이 괜찮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은 서다희의 대답에 말을 잇지 못했다. 고영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는데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