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준을 빼앗긴 뒤로 김인우와 서다희는 미친 듯이 찾아다녔지만, 유남우 그 미친놈을 찾아내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크게 다친 상황이라 부하에게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남준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며 나 평생 지옥에서 살 거야.”방비하고 있지 않았던 자신이 무척이나 한스러운 김인우이다.그에 비해서 서다희는 그나마 이성이 좀 있었다.“아직 들려오는 나쁜 소식도 없고 대표님 괜찮을 겁니다.”“무슨 근거라도 있어요?”김인우가 물었다.“만약 제가 유남우였다면 대표님을 죽이고 저희한테 뒤집어씌웠을 겁니다. 이렇게 질질 끌지 않고 말입니다.”두 사람은 지금 온몸이 아파서 간단한 대화조차 어려운 상황이다.잠시 말하고 나서 두 사람은 각자 쉬기로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서다희의 핸드폰이 계속 울려왔고, 민수아였다.민수아에게 다친 것을 들키게 될까 봐 서다희는 바로 받을 수 없었다.김인우는 다시 눈을 뜨면서 짜증이 잔뜩 서려 있는 말투로 말했다.“좀 받아요! 시끄러워 죽겠네.”만약 두 사람이 함께 유남준을 빼앗겨버린 게 아니라면 절대 서다희와 같은 방에서 지내지 않았을 것이다.서다희는 부하에게 핸드폰을 귓가에 좀 놓아달라고 했다.“수아야.”“왜 이제서야 받는 거야? 요즘 뭐 하고 다녔어? 전화도 없고 톡도 업고 나 말고 다른 여자라도 생긴 거야?”민수아가 퉁명스럽게 물었다.서다희는 부랴부랴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럴 리가... 요즘 야근하고 시간이 없었어. 며칠 지나서 너 찾으러 갈게.”“흥!”민수아는 화난 척하더니 진지한 모습으로 말머리를 돌렸다.“너희 대표님은 요즘 좀 어때? 민정이가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희 대표님과 연관된 것 같아서 그래.”서다희는 자기 역시 유남준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다.“수아야,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나중에 알게 될 일이니 그만 신경 끄는 게 좋을 거야.”“알았어. 나 안 보고 싶어?”민수아는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보고 싶지. 우리
“네, 지금 바로 갈게요.”홍주영과 함께 떠난 박민정을 보고서 최현아는 혼자서 중얼거렸다.“빌어먹을 년! 유남우가 유남준 동생이라는 것도 잊었나 봐?”이때 추경은이 뒤따라 왔다.“저런 사람이랑 얼굴 붉힐 것 없어요. 워낙 뻔뻔한 년이잖아요.”최현아는 자기와 함께 박민정을 욕하는 추경은을 보고서 무척이나 기뻤다.“아가씨,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이제 시간 봐서 할아버님께 아가씨 얘기 잘해 줄게요. 박민정이랑 이혼도 했겠다 유남준 곁에도 이제 여자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추경은은 감격해 마지 못했다.“고마워요, 올케언니.”유난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곧바로 후회를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꼭대기 층, 대표이사실.박민정은 노크하고 허락을 받고 나서야 사무실로 들어섰다.고개를 푹 숙인 채 바삐 돌고 있던 유남우는 박민정이 들어오는 것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간단하게 차려입은 박민정이지만, 메이크업조차 하지 않은 박민정이지만 유난히 빛이 났다.아쉬운 점은 오른쪽 얼굴에 있는 그 흉터뿐이다.“앉아.”유남우가 말했다.박민정은 앞으로 다가가 소파에 앉았다.“대표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유남우는 컴퓨터를 끄고 나서야 운을 떼기 시작했다.“말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으면 좋겠어.”엄숙하기 그지없는 유남우의 모습을 보고서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형이 요즘 수술을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수술이 잘 안 됐어.”유남우는 천천히 말했다.그 말을 듣게 된 순간 박민정은 머리가 윙 해지면서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럼, 지금...”말을 채 하지도 못한 채 박민정은 당장 자리에서 일어날 모습을 보였다.그런 박민정의 표정 변화를 살피면서 유남우는 다소 섭섭한 감정이 들었다.“상황이 많이 안 좋아.”“지금 어디에 있어요?”박민정은 손을 꼭 움켜쥐면서 가능한 한 이성을 유지하고자 애를 썼다.‘그래서 이혼하자고 했던 거야?’‘그냥 말하지 그랬어... 바보야...’“잠시 조용한 곳에서 휴양할 수 있게끔 데
유남우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실은 그전까지만 해도 남준 씨가 나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자기 안전은 뒤로하고 나부터 살리려고 하던 남준 씨를 바라보면서 알게 되었죠. 나한테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처음에는 아이들 때문에 남준 씨랑 다시 만나기로 한 거였어요. 근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새 내 마음도 기울이고 있더라고요.”유남우는 그 모든 말을 듣고 있으면서 부드러운 눈매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그 말인즉슨,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이때 유남우는 갑자기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괜찮아요? 병원에 갈까요?”박민정이 물었다.그러자 유남우는 손을 흔들면서 기침이 좀 줄어들고 난 뒤 텀블러를 꺼내 들어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마셨다.“괜찮아. 고질병이라서 그래.”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운전기사는 유남준이 있는 장원 안으로 핸들을 꺾었다.아주 외진 곳으로 사방에 경호원이 깔려 있으며 바람이 풀잎에 스치기만 해도 유남우는 모두 알게 되어 있다.“여기야. 그만 내리자.”“네.”박민정과 유남우는 그렇게 차에서 내렸다.장원 안은 엄청나게 밝았고 두 사람이 아직 집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물건을 깨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집에 갈래! 집에 갈래! 집... 집에 보내줘...”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민정은 심장이 바짝 조여왔다.이때 유남우가 입을 열었다.“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형 더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의문을 품고 문을 여는 그 순간 박민정은 바로 알 수 있었다.널찍한 거실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었고 유남준은 엉클어진 옷차림으로 머리까지 흐트러진 것이 꼬질꼬질한 모습이었다.유남준은 지금 한창 질서 없이 물건을 던지고 있었다.도우미들은 행여나 다치기라도 할까 봐 멀리 떨어져 있었다.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박민정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꽃병 하나가 박민정을 향
유남준의 현재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리는 박민정이다.박민정의 말에 유남우는 걸음을 멈추었다.“안 돼.”“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너도 봤잖아. 너랑 아이들 다칠 수도 있어. 그리고 이곳엔 의료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어. 무엇보다도 너희 두 사람 이미 이혼했는데, 형을 너한테로 보낸다고 하면 우리 집안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유남우의 설명을 듣고 나니 박민정은 자기가 조금 전에 뱉었던 말이 이상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유남준에게는 강력한 유씨 가문이 받쳐주고 있으니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게 자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다시 판단하게 되었다.“네, 그럼, 수고하세요.”“수고라니... 우리 친형인데 동생인 나만큼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유남우는 그럴듯하게 대답했다.이윽고 유남우는 본래 직접 박민정을 집까지 바래다주려고 했으나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박민정이 거절했다.회사로 가면 운전기사가 데리러 온다고 말이다.유남우는 곳곳마다 자기와 거리를 두려는 박민정의 태도에 달갑지 않았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박민정이 자기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유남우는 다시 유남준이 있는 장원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도우미 한 명을 밖으로 불러와 물었다“오늘은 어땠어?”“도련님께서 오늘 낮에는 주무시기만 하셨습니다. 오후 3시쯤이 되어서야 깨어나셨고 깨어나자마자 물건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겨우 진정하시고 또다시 주무고 계십니다.”도우미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유남우는 그 말을 묵묵히 듣고서 유남준이 있는 방으로 천천히 다가갔다.도우미의 말대로 자는 유남준이 보였다.씻지도 않은 채 온몸이 지저분한 것이 카리스마를 풍기면서 상업계를 주름잡던 그 유남준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내려가 봐.”“네.”도우미는 내려가기 전에 방문을 닫아주었다.방안에 둘만 남게 되자, 유남우는 손을 내밀어 유남준의 팔을 다쳤다.“형.”유남준은 아주 깊게 잠들어 있었다.인기척에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유남준이다.“형!”
유명훈이 맨 앞에 앉아있었다. 고영란과 유남우는 나란히 앉아 있었고 늘 강인하기만 하던 그녀도 지금은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실려 오는 서다희의 모습에 고영란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서 비서, 어쩌다 이지경이 된 거야?”들것에 엎드린 서다희가 고개를 들어 고영란 옆의 유남우를 쳐다보았다. 이곳에 부른 이유를 아직 알 수 없었기에 서다희는 먼저 고자질 하지 않았다. “큰사모님, 어르신. 무슨 일 때문에 부르셨어요?”“남준이가 왜 머리를 열고 수술을 한 건가? 왜 미치광이가 된 거야?”유명훈이 물었다. 서다희가 순간 멍해졌다. “미치광이요?”유남우가 걸어내려 오며 말했다. “이게 바로 서 비서님이 한 짓이에요.”유남우는 휴대폰으로 영상 하나 서다희에게 보여주었다. 영상을 보던 서다희의 눈빛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럴 리가...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는 거지?”‘결국, 수술이 실패한 건가?’유남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만약 제가 아니었다면 혹시 우리 형, 이보다 더 한 일도 겪었어야 했나요?”서다희에게 따져 묻는 유남우는 김인우의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워낙 가깝게 지내던 사이라 김인우에게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 영상 속 유남준의 모습을 보는 서다희의 마음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었다. “저희는 대표님 머리에서 유리 조각 하나를 발견했어요. 그 유리 조각은 대표님의 기억에 가끔씩 이지만 혼란을 가져왔어요. 그 이유로 대표님은 수술을 통해 기억력을 회복하고 싶어 하셨죠. 하지만 그 수술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었어요. 바로 지적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였죠.”서다희는 유남준의 시력 회복을 위해서였다는 얘기는 숨겼다. 유남준이 괜찮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은 서다희의 대답에 말을 잇지 못했다. 고영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는데 왜
최현아의 말을 들은 유명훈이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 “남준이가 누굴 마음에 뒀는데?”“그거야 물어볼 필요도 없죠. 당연히 경은 아가씨죠. 할아버님이 모르셔서 그렇지, 남준 도련님께서 민정 씨와 이혼할 때도 경은 아가씨를 데리고 갔다니까요.”최현아가 말했다. 유명훈은 유남준과 추경은이 눈이 맞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지금의 추씨 가문은 예전과 달리 이미 쇠락하고 있었다. 게다가 추경은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으니 그녀에게는 힘 있는 친정이 없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유남준에게 어울리는 짝은 아니었다. “할아버님께서 경은 아가씨 어렸을 때부터 봐오셨잖아요. 예쁜데다 착하고 효심이 지극하기까지 한 아이예요. 남준 도련님께서 앞을 못 보는 지금이 상황에 경은 아가씨가 보살펴준다면 훨씬 마음이 놓이잖아요.”최현아에게는 그녀만의 계획이 있었다. 추경은은 의지할 곳도, 권력도 없는 아이였고 보기에도 쉽게 다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추경은이 유남준과 결혼한다면 최현아와 유성혁은 더 이상 유남준을 경계할 필요가 없이 그저 유남우 부부만 상대하면 그만이었다. 최현아의 말을 들은 유명훈의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유남준이 앞을 보지 못하고 지능에도 문제가 생겼으니 그의 곁에는 확실히 그를 보살펴줄 여자가 필요했다. 특히 그를 사랑해 줄 여자 말이다.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추경은이라면 유남준을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자네 말이 맞아.”유명훈이 의자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그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해.”“뭘요?”“우리 남준이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 그 아이가 남준이를 보살피려 하겠지 모르겠네.”“그건 물을 필요도 없어요. 당연히 도련님을 보살펴 주겠다고 할 거예요.”최현아가 확신하며 말했다. 그녀의 대답에 유명훈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좋아. 내일 그 아이에게 오라고 해. 일단 민준이를 한 달간 보살펴 보고 한 달 후에 그 아이와 민준이가 결혼할 수 있도록 말해주지.”“네,
“애초부터 위험한 수술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예요?”박민정이 따지듯 물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서다희가 대답했다. “모든 수술엔 위험부담이 있어요. 민정 씨는 이젠 대표님과 이혼하셨으니 두 분 사이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그러니 저도 민정 씨께 너무 많은 걸 알려드릴 순 없어요.”서다희는 유남준과 만약 수술에 실패한다면 박민정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수술마저 실패한 마당에 박민정에게 괜한 고민을 안겨 줄 필요는 없었다. 박민정은 몇 가지 더 묻고 싶었지만 서다희가 또 말을 이었다. “수아가 마음이 착해서 남을 돕는 걸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민정 씨도 집주인이라는 명분으로 과분한 부탁을 하시면 안되죠.”“수아를 통해 저에게 연락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부탁드릴게요.”서다희가 뚝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니 박민정도 더 이상 그에게 연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다희 역시도 무리하게 변명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었다. 박민정이 툭 손을 늘어뜨렸다. 그녀의 눈엔 실망으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본 민수아가 물었다. “어떻게 됐어? 다희는 무슨 일로 찾은 거야? 너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냐? 내가 대신 물어볼까?”박민정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그래도 돼. 이미 충분히 물어봤어. 괜찮아.”“그럼 다행이네.”민수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다희와 유남준은 분명 일부러 그녀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박민정은 내일 기회를 봐서 다시 유남준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정말 머리에 문제가 생긴 것이든 아니면 다른 문제든 그녀는 꼭 자초지종을 알아내야 했다. ...다음 날. 꽃단장한 추경은이 회사에 나타났다. 그녀는 일부러 회사에서 유씨 가문의 차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박민정도 아침 일찍 출근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일부러 박민정 앞으로 다가온 추경은이 말했다. “새언... 아, 아니. 민정 씨.”박민정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구나.”유명훈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조금 이따 남준이를 봐도 놀라지 마렴. 꼭 남준이를 잘 보살펴야 해.”추경은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님.”시동은 건 차량이 저택으로 향했다. 유남우는 일찍부터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행여나 무슨 변수라도 생길까 불안했다. 그는 추경은 그 아이가 지금의 유남준을 보살피겠다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차량이 도착하자 추경은은 유명훈을 부축하며 차에서 내렸다. “남우야, 경은이를 데려왔으니 남준이 보러 가자꾸나.”“네.”유남우가 앞장서 걸었다. 유남준을 왜 이렇게 외진 곳으로 옮긴걸 까? 추경은은 의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의 궁금증을 묻지 않은 채 유명훈을 따라 안쪽 방에 도착했다. 이때,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유남준은 안방 침대에 누워있었다.저택 밖에서는 도우미들이 어젯밤 유남준이 깨버린 물건을 처리하며 테이블을 정리했다. “형 깼어요?”유남우가 도우미에게 물었다. 도우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아침에 잠깐 깨셨다가 지금은 다시 잠드셨어요.”유남우가 위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방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유남준은 이불을 덮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지저분한 사에는 그가 어젯밤 샤워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지금의 유남준은 그저 단순히 미쳤다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그는 폭력적인 성향까지 있어 도우미들도 감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유남우의 등 뒤로 추경은이 힐끔 유남준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남준 오빠 혹시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 아냐?”추경은이 물었다. 유남우는 어젯밤 난리를 피우던 유남준의 모습을 떠올렸다. 게다가 수술을 마친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계속 잠을 자는 것도 어쩌면 정상적인 현상이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아.”“오빠는 할아버님과 먼저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