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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얼마 지나지 않아 임건우는 차를 몰고 당자현을 별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는 여기를 이미 두 번 정도 와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유달리 전번과는 심경이 남달랐다.

문을 열자 당자현은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바닥 위를 걸어갔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을 마음대로 던져버리더니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녀의 몸짓은 가볍고도 날렵했다.

“그래도 집이 제일 편하다니까?”

당자현은 고개를 돌려 임건우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주춤거리는 임건우를 보고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들어와. 문 앞에 서서 뭐 해?”

“그게... 아니면... 나 먼저 갈게. 우리 집에...”

임건우는 감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당자현은 깡충깡충 달려와 그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이렇게 그냥 가면 내 생일 선물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임건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거절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예 대범하게 안으로 들어가서 물었다.

“어떤 곡을 쳐줄까? 예전 그 노래?”

당자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임건우의 손을 잡고 피아노 쪽으로 갔다.

임건우는 마주잡은 당자현의 손길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에 섬세하고 부드러운 피부, 보드라운 것이 손가락에 뼈가 없는 건 아닌지 충분히 의심할만 했다.

임건우 자신도 지금 자기가 어떤 심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위험해, 이러다가 홀딱 넘어가겠어.

앞에 놓인 길이 깊은 구렁텅이 일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힘이 그를 계속 앞으로 밀고 나아갔다.

당자현은 악보 한 권을 꺼냈다.

“이 곡 좀 쳐줘.”

임건우는 악보를 건네받아 유심히 살폈다. 《육도윤회》라는 악보였는데 그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보아하니 넌 대부분 고풍이나 무협 느낌의 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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