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도련님!"수옥은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열정적으로 마중 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존경의 기색을 나타냈다. 그는 임호진이라고 하는데 강주 임 씨 그룹의 작은 회장이다. 임 씨 그룹의 시가는 백만 억에 달하는데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그런데 그를 본 건우는 눈에 불이 달아오르더니 달려가 호진의 목덜미를 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이 짐승보다 못한 자식. 감히 너 형수를 넘봐?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임호진은 임건우의 사촌 동생, 즉 셋째 삼촌 임봉의 아들이다. 건우는 이들 부자를 뼈에 사무치게 증오하고 있다.작년 시월,부모님이 차 사고를 당한 후 삼촌 임봉은 형님을 횡령죄로 모함하고 임우진 부부가 일으켜 세운 임 씨 그룹을 빼앗고는 우진의 가족들을 모두 임씨 가문에서 쫓아냈다. 그렇지 않으면 건우도 오늘날, 이 비참할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할아버지한테서 가문으로부터 쫓겨난 주제에.... 뭐, 형수? 가연 아가씨가 어떻게 형수가 돼? 하물며 유명무실한 사이인데, 형이 가연 아가씨한테 어울리기나 한다고 생각해?""임 도련님, 오늘 바쁘실 텐데 어떻게 오셨어요?"수옥이 건우을 옆으로 밀어내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아줌마 생신인데, 당연히 생신 축하드리려 왔죠! 이것은 백 년 묵은 인삼이에요, 제가 육억을 주고 다른 사람한테 특별히 부탁하여 사 온 거예요. "수옥은 육억짜리 백 년 인삼이라는 말에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 연모하는 눈길로 절세의 미녀 가연을 바라보는 호진의 눈에는 남자로서의 갈망의 욕망이 비치고 있었다.호진은 예전부터 가연을 탐내고 있었다. 그는 가연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연 씨 얘기는 들었어, 마침 우리 아버지와 만리상맹 고위층 사이에 친분이 있으니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 일이 해결되면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도록 하고. 가연 씨, 난 진심이야, 가연 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깊이 사랑하고 있었어, 혼
건우는 그 말에 놀라 또다시 멍해졌다.‘일조라.... 그게 얼마나 되는 거지?’임 씨 그룹은 전성기에 매우 번성했는데, 시가총액은 백 조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정 자산이고, 아버지 손에도 일조도 없었던 것 같다.‘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건....’"당신이 내 아버지의 부하라고요? 그 만리상맹의…."동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 만리상맹의 전체가 모두 도련님 것입니다."퍽!건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들어 자기 뺨을 때렸다."아니, 도련님! 이게 무슨....?""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랬어요.""허허,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사실입니다. 도련님의 아버지인 임 어르신은 소인에게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만약 어르신이 아니셨다면 전 전 이미 온 집안이 망하고 저세상 사람이 됐을 겁니다. 당시 어르신은 만리상맹을 창립하여 소인에게 맡기셨습니다""네?"건우는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굳어있었다. 아무래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만리상맹은 임 씨 그룹보다 얼마나 더 큰지 모른다. 소문에 의하면 자산이 천 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하 세계에서는 더욱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이렇게 거대한 그룹을 아버지께서 손수 만드셨다고? 왜 난 들어본 적도 없는 거지’"어르신께서는 장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임 씨 그룹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만리상맹을 창설하여 두 그룹이 상부상조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또 이걸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그는 고풍스러운 작은 상자를 꺼내 건우에게 건네주었다. 건우는 이상한 기색으로 되물었다."혹시 아빠가 언제 주신건데.... 이제야 저한테 갖다주시는 건가요?""오늘은 도련님의 스물네번째 음력 생신이십니다. 이것은 1년 전에 어르신께서 미리 준비해 놓으신 생신 선물입니다. 도련님, 생신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사모님께서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여러 가지 이유
"가연아, 너…어떻게 왔어?"가연은 지은을 한번 쳐다보더니 살짝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병원 장부에 일억 원 입금했어. 건우야, 난 여기까지 밖에 도울수 없을 것 같아."’뭐라고?’"가연아, 어디서 일억 원이나 구해왔어? 설마 호진이 그 자식한테 달라고 한 거야? 안돼, 가연아, 나 이 돈 받을 수 없어, 그 사람 돈 가지면 내가 뭐가 돼? 게다가, 나 지금 돈이 많아, 정말 아주 많거든, 일 조나 있으니 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짝!가연은 건우의 뺨을 한 대 때렸다."부탁인데, 너 제발 좀 정신 차리고 꿈 좀 그만 꿔! 열 달 동안이나 꿈을 꾸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이제 그만하자, 내일부터 우리 각자 잘 지내는 거야!"말을 마치자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병원을 뛰쳐나갔다. 뒤쫓아 나가려던 건우를 붙잡은 지은은 가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어머머머, 이게 웬일이야? 어떻게 네 사촌 동생인 임호진과 관계가 있지? 설마, 유가연이 너 엄마 수술비를 빌리려고 사촌 동생과 같이 잔 건 아니겠지? 아이고, 감동스러워라...."퍽!건우가 손을 들어 지은의 얼굴을 한 대 후려쳤다."네 이런 헛소리 따위나 지껄이다니, 죽고 싶어?""네가…네가 감히 날 때려?"지은은 건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머리끄덩이라도 잡아 뜯으려 했다. 마침 지나가던 수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양지은,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그만 좀 해, 병원에서 싸움질이라니, 일 그만두고 싶어?"수간호사가 호통을 치자 지은은 곧 건우 몸에서 떨어지더니 건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개자식아, 감히 내 뺨을 때려? 설마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았어?"수간호사도 건우를 알고 있었다."왜 양지은 씨의 뺨을 때린 거죠?"이때 건우는 엄마 쪽을 가리키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우리 엄마를 여기 이렇게 버려놓았는데, 맞을 짓 한 거 아닌가요? 병원 장부에 잠시 돈이 없다고 하여 내가 돈을 안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여
건우는 누구한테 홀리기라도 한 듯 저도 모르게 유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 유 씨네 별장은 별장이라지만 사실은 낡은 양옥집이다. 낡은 집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지은 3층짜리 아파트로서 실제 빌라 단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개를 든 그는 문득 가연의 방에 불빛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어? 가연이 집에 있네? 호진한테 간 거 아니었어?"그의 눈빛에는 마치 죽어가던 사람이 강심제 주사를 맞고 살아난 것처럼 다시 희망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수옥의 말을 다 믿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년은 자기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저절로 이 집을 떠나게 하려고 어떤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그는 황급히 문으로 달려들어 갔다.소파에 앉아 사람들과 화상 채팅을 하며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수옥의 모습이 보였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이를 본 건우는 마음이 답답해졌다.‘이 여편네가 딸이 다시 재혼할 거로 생각하고 아주 마음을 놓고 있네? 만리상맹의 위협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건우를 본 수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집에 돌아올 낯짝이나 있는 거야? 내일이면 내 딸과 이혼하겠는데, 어서 썩 꺼지지 못해?"건우는 그녀를 무시한 채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가연이가 방에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안 그러면 절대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찰칵!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건우은 문을 쾅쾅 두드렸다."가연아, 문 좀 열어봐. 안에 있는 거 알아. 할 말이 있어."수옥은 그 뒤를 맨발로 따라 올라와 건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 병신새끼야, 어서 꺼지지 못해? 누가 널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허락했어? 올라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내가 가연을 꼭 만나봐야겠어요.""무슨 헛소리야, 너한테 말하지 않았어? 가연인 임호진한테 갔다고, 지금쯤이면 아마 아이 를 가졌을지도 몰라. 그러니 너, 치근덕거리지 마. 내 딸이 임 씨 그룹 사모님이 되는 걸 막으면, 내가 널 아주
건우은 그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웃었다. "양지은 넌 나의 발가락을 아직 핥을 자격이 없어. 그냥 돌아가서 이 뚱보의 발가락이나 핥아, 혹시 모르지.... 기쁘서 너에게 사십만짜리 싸구려를 사줄 수도 있잖아.""너!!!"지은은 화가 나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겨우 지은의 남자친구 자격을 얻은 뚱보는 오늘 밤 어떻게든 그녀를 자기 침대에 끌어가려 하고 있었는데, 지금 건우의 이 비웃음을 받고 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돈도 없는 놈이 허풍은? 오줌이나 싸서 네 상판이나 비춰봐봐. 이 육십억짜리 목걸이를 네가 산다고? 육십만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너?""내가 사면? 너도 같이 하나 살 거야?”건우는 정말 사려고 마음먹었다. 지난 십 개월 동안 가연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이 목걸이를 사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자신이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게 하고 싶었다."어디서 굴러온 미친놈이야? 지은씨가 이런 허풍만 떠는 자식을 어떻게 알고 있어? 격이 떨어지게도!""이 뚱보가 돈 없으면 없다고 그냥 말할 것이지, 다른 말만 찾고 그래? 어쨌든 이 목걸이는 하나밖에 없으니 딱 내 아내한테만 어울린다고 봐. 네 여친한테는 돼지 목에 목걸이 건 격이야. 뭐, 나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넌 옆에 있는 육억짜리만 하나 사면 돼. 어때? 내기 할래?""하! 이 자식, 누굴 겁주는 거야? 내기하려면 어디 한번 해 봐! 근데 네가 사지 못하면?"건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지은이 앞질러 말했다."사지 못하면 무릎 꿇고 엄마라고 부르던가?""좋아! 그렇게 해!"건우는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며 대답했다.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세 사람은 곧 그 목걸이를 파는 삼 층으로 올라갔다. 카운터를 찾아갔는데 의외로 이 목걸이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가연의 절친인 송가희였다."뭐? 네가 만인의 연인을 사겠다고?"만인의 연인을 사겠다는 건우의 말을 들은 송가희는 경멸의 눈빛으로 건우를 바라봤다."건우
가희는 너무 놀라 영혼이 가출이라도 한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카운터 화면에 잔액이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진 사장님이 왜 그를 그렇게 중시하는가이다. 지존 VIP라고 하는데 만성주얼리에는 여태껏 이런 회원 카드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머리는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복잡했다. 분명 유 씨네 집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인 따위가 왜 이렇게 큰 변화를 가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건 불가능해! 몇 번인가 나에게 발 씻을 물도 따라주었는데....’이때 지은이 옆에서 소리를 질렀다."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분명히 기계가 고장 난 거야! 이 거지 같은 놈한테 어떻게 육십억이 있을 수 있어? 이 자식은 육십만도 없을텐데.... 빨리 다시 한번 검사해 봐요!"진 사장은 지은을 사납게 노려보았다."감히 임 도련님을 욕하다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여봐라, 정신 좀 차리게 뺨을 갈겨라!"만리상맹은 강주의 지하 제일 세력이다. 경비원들 역시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명령이 떨어지자 지은을 카운터에 눌러놓으며 철썩철썩하고 연이어 십여 개의 따귀를 때렸다. 금세 지은의 얼굴이 돼지 대가리처럼 퉁퉁 부어올랐지만, 곁에 있던 뚱뚱보는 찍소리도 못했다."어이, 뚱뚱보, 저 육억짜리 보석사는 거 잊지 마!"건우가 옆어서 한마디 귀띔해 주었다. 그 뚱보남은 당장 울 것만 같았다. 육억 원은 그에게도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만리상맹 앞에서 감히 사지 않을 수 없었다.뚱보가 황급히 대답했다."네, 네, 바로 살게요."지은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에 흥분이 스쳐 갔다. 방금 여기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사십만 원짜리 손 목걸이를 샀고, 그녀가 또 팔찌를 사려고 하니 뚱보가 한사코 동의하지 않았다. 오늘 밤을 넘기면 사주겠다고 하면서….그런데 지금 바로 육억짜리를 사게 된다니, 오히려 건우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일 것 같다. 그녀가 보석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자 뚱보남은 그녀를 밀치며 소리쳤
델루나호텔의 가장 호화로운 스위트룸의 큰 침대에 누워서도 건우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 일어난 일들이 너무 놀랍고도 충격적이었다.그는 아버지가 그렇게 큰 비밀을 숨기고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만리상맹은 강주의 지하 세계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 아버지가 가장 큰 지하 세계의 보스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아빠의 죽음은 정말 교통사고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일가?’한밤중이 되어서야 깊은 잠에 빠진 그는 휴대폰 알람이 울려서야 침대에서 일어나 병원으로 바삐 달려갔다.병실에 도착하니 어머니의 침대 옆에는 여러 명의 의사가 모여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몸매가 가장 핫한 의사 이청하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는 엄마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라 다급히 물었다."의사 선생님, 우리 엄마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병세가 악화한 건가요?"흰 가운에 마스크를 쓴 청하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상태가 나빠진 게 아니라 호전될 조짐이 보입니다.""정말인가요?"건우는 잠시 멍해 있다가 기쁨에 차서 물었다. 그에 청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에도 임건우 씨 어머님께서 갑작스럽게 상황이 나빠져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외로 빨리 안정되고 컨디션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께서 삶에 대한 욕망이 매우 강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그럼, 수술은....?""일단 검사 결과를 보고 괜찮다고 판단되면 수술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수술도 위험 확률이 있으니깐요."두 시간 후,검사 보고서가 나왔다."결과가 괜찮으니 수술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머니께서 깨어날 확률이 높아졌다는 건 아직 의식이 있다는 뜻입니다. 계속 침술로 치료를 진행할 것입니다."청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건우는 너무 기뻐서 저도 모르게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그는 정말 기뻤다. 열 달 만에 처음으로
순간, 주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룸 안의 모든 사람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몇 초 뒤 폭소가 터졌다.호진도 웃고, 수옥도 웃고, 지연도 웃고 있었다. 유독 가연만 어리둥절해하다가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이때 수옥이 가까스로 웃음을 멈추더니 말했다."너, 육십억이나 되는 만인의 연인을 살 수 있겠어? 어젯밤, 길바닥에서 자다가 잠에서 덜 깬 것 같은데,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네가 만인의 연인을 살 수 있다면 내가 이 식탁을 먹어버린다!"고건우는 그에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님, 식탁은 그만두세요. 이가 안 좋아서 식탁을 못 뜯을 겁니다.""누가 네 어머님이야? 네 엄마는 아직도 병원에 누워 거의 죽어가고 있어. 오늘부터 내 첫째 사위는 호진일 뿐이야, 호진이만 날 어머님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어! 넌 오후에 우리 가연이랑 이혼이나 해."수옥이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건우는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왜? 화났어? 이 병신같은 놈이, 감히 나한테 화를 내? 설마 날 때리려고?"수옥은 자기 머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어서 여길 때려 봐. 네가 정말 때리기라도 하면 내가 진 거로 해줄게."건우는 이 무지막지한 부인네를 상대하기 싫어 가연을 보며 말했다."가연아, 내가 말했잖아, 난 이미 과거의 내가 아니라고! 지금의 난 널 보호할 능력이 있어,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 함 속에 들어있는 만인의 연인이 바로 증명이야! 만성주얼리의 만인의 연인은 이 세상에 단 하나, 바로 내가 산 이것뿐, 다른 것은 모두 가짜야! 그리고 우리의 결혼반지도 이 상자 안에 같이 들어있어."말이 끝나기 바쁘게 수옥이 기가 찬다는 웃음소리를 냈다."들어봐, 가연아, 잘 들어봐!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틀림없이 미쳤구나, 자극받아 미쳐버린 것 같아. 감히 호진의 만인의 연인이 가짜라고 하다니, 그럼, 네 건 진짜야? 내가 보기엔 너란 인간도
“꿈이었나?”임건우는 대수롭지 않게 물으며 이청하의 기운을 살피고 맥을 짚었다.참으로 이상했다.조금 전의 그 강렬한 기세와 엄청난 에너지가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마치 꿈이라도 꾼 듯한 기분이었다.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임건우와 탁무범은 서로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눈에서는 똑같은 충격이 엿보였다.그때 이청하가 입을 열었다.“꿈이 아니야. 아마도 그 원혈의 주인을 본 것 같아.”“뭐라고?”“원혈의 주인?”임건우는 놀라며 이청하를 바라보았다.그러다 조금 전 그 순간이 떠올랐다.이청하가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한 그 눈빛,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그 차가운 시선은 누구든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그 순간의 이청하는 분명 그녀 자신이 아니었다.임건우는 확신했다.이청하의 영혼이 심각한 영향을 받았고 그 의지는 이청하의 것이 아니었다.그렇다면 이청하는 정말로 원혈의 주인을 본 것이었다.그 원혈에는 주인의 의지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임건우가 말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괜찮을 거야. 이건 아마도 아수라족의 고귀한 혈통에서 남겨진 의지일 거야. 네가 본 것도 그 의지였을 거야.”이청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사람은 지위가 정말 높은 것 같았어. 마치 여왕처럼 보였어. 그 사람의 말은 우리와 다르지만 이상하게도 알아들을 수 있었지. 아마 이렇게 말한 것 같아... 삼천 년의 준비, 이제 내 것을 되찾을 때가 왔다. 7일 후, 공격이다.”“음... 그건 그녀의 기억이었을 수도 있어.”이청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나서 재빨리 말했다.“자기야, 그 혈액은 잘 보관됐어?”임건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잘 보관됐어. 우선 네 몸 상태부터 검사해 보자. 특히 이번 혈액은 심장에서 채취한 거니까 더욱 신중해야 해.”“알겠어!”이청하는 탁무범을 힐끗 보며 말했다.“탁 선배님, 잠시 나가 계셔줄 수 있어요?”탁무범은 어색하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곧이어 이청하는 외투를 벗으며 임건우의 검사를
탁무범이 임건우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 이... 이거 무슨 상황인가요?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는데요. 아무리 작은 사모님께서 원혈의 영향을 받았다 해도 이 원혈은 특정 혈통에만 작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도무지 말이 안 되는데요?”임건우 역시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임건우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혹시...”임건우가 말을 시작하려 하자 탁무범이 그를 받아쳤다. “작은 사모님께서도 어떤 특별한 혈통을 지녔고 아주 깊이 감춰진 고대 혈맥이라 이런 큰 반응을 일으킨 건 아닐까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로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이청하는 만인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기꺼이 몸을 던져 독을 시험했다.모든 것이 해독제를 얻기 위해서였다. 임건우는 이청하를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임건우가 속으로 아무리 마음 아파도 이청하의 부탁을 완수해줘야 했다.임건우는 서둘러 이청하에게 달려가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이청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 의해 손이 튕겨 나가고 말았다.“수라의 마기!”“엄청난 마기야!”그때 갑자기 이청하가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다. 눈동자는 온통 검게 물들었던 것이 살짝 돌아와 이번엔 붉은색으로 빛났다.이청하가 빠르게 말했다. “건우야, 어서! 내 심장이 원혈을 분리하고 있어. 빨리 피를 뽑아!”임건우는 지체할 수 없었다.임건우는 즉시 이청하의 손목을 잡고 피를 뽑으려 했지만, 이청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가 아니야, 여기를!”이청하가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뭐? 그건 너무 위험해.”“넌 날 살릴 수 있잖아. 얼른! 지금 아니면 늦어!”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심장에 바늘을 찔러 넣었다.이청하는 몸을 격렬하게 떨었지만, 한 마디 비명도 내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임건우가 한 관의 심혈을 모두 뽑아낼 때까지 이청하는 그제야 이를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쾅!실험실의 창문이 모두 산산조각
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심령혈맹까지 했는데 성혼 의식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임건우는 탁무범까지 불러들였다.성혼식에 증인이 빠질 수 없으니 탁무범이 그 역할을 맡았다.탁무범은 이 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축하합니다, 도련님! 축하합니다, 작은 사모님!”그렇게 해서 탁무범의 증인 아래 임건우와 이청하의 혼례가 시작되었다.“하늘에 큰 절을!”“부모님께 큰 절을!”부모님의 자리에는 임건우의 휴대폰 사진첩에 있는 우나영과 이청하의 휴대폰 사진첩에 있는 이흥방 부부의 사진이 있었다.“부부가 서로 절하시오!”“신부를 신방으로 모시시오...”탁무범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작은 사모님, 축하합니다! 여기 시설이 열악하지만 병원에 작은 사모님의 침실이 하나 있어요. 그 방에서 둘이... 하하하.”이청하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신방은 다음으로 미루죠. 지금은 시간이 급해요. 빨리 독소의 해독제를 찾아내지 않으면 중독 환자들이 더 늘어날 거예요. 지금 병원의 격리 병실도 이미 꽉 찼잖아요.”이청하는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자기야!”“응?”“나한테 키스해줘요.”임건우는 이청하의 말대로 입술에 키스했다.탁무범은 당황하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바로 그때 이청하는 미리 준비해 둔 독소 혈액을 일회용 주사기로 자신의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순간 독소가 이청하의 몸속에서 퍼지기 시작했다.쉭.온몸의 경맥이 붉은 기운으로 들끓었고 이청하의 눈 흰자에는 핏줄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붉어졌다.이청하의 기세 또한 몹시 이질적으로 변해갔다.임건우는 즉시 그 변화를 느꼈다.“청하야, 너...!”딱!이청하의 손에서 주사기가 떨어졌다.이청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발이 경련을 일으키며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휩싸였다.“아! 작은 사모님!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탁무범은 소리를 듣고 돌아보다가 그만 놀라 얼어붙었다.임건우는 이청하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청하야, 어쩌자고 이렇게 어리석
임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런 건 위험한 문제예요. 누군가 눈을 바라보면서 사랑해라는 세 글자를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 사람에게 전부를 맡기겠어요? 여자가 그렇게 쉽게 마음을 주다간 언젠가 다치게 될 거예요.”이청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렇게 둘러대고 안 말할 거라니.”“그게 도움이 돼요?”“도움이 되냐고요?”“그게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데요?”이청하의 눈가가 붉어지고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못 할 거라면 난 건우 씨 마음속에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요.”“그럼 내가 거짓말하면요?”“그것도 듣고 싶어요. 난 건우 씨가 그냥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돼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요. 나도 자신을 속일 핑계 하나쯤 갖고 싶은데 안 될까요?”이청하는 거의 소리치듯 말했다. 그러곤 땅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임건우는 이청하를 바라보며 가슴이 아려왔다. 임건우는 한숨을 쉬고 허리를 숙여 이청하를 품에 안았다. “사랑해라는 말은 아주 가벼워요.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여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죠. 하지만 또 이 말은 태산처럼 무거울 수도 있어요. 생명보다도 더 무겁죠... 청하 씨, 그 말을 해줄 순 있지만 그 대가를 감당해야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에요. 청하 씨도 마찬가지예요.”이청하는 임건우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임건우는 말했다. “청하 씨가 어떤 상처를 겪었는지 알아요. 얼마나 아버지를 원망하는지도 알고 그 일로 인해 어릴 적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왔다는 것도 알아요. 난 청하 씨가 다시 그런 고통을 겪는 걸 바라지 않아요. 내가 건넨 세 글자가 청하 씨한테 파멸될까 두려워요. 내 눈엔 청하 씨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완벽한 여자로 보여요.”“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니? 그럼 와이프는요?”임건우는 말했다. “내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 알잖아요. 한때 이혼 직전까지 갔었고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었어요.
그 남자는 바로 전에 후지산에서 임건우에게 구조된 가족 중 아버지였다.그는 심사숙고 끝에 후지산에서 일어난 일을 당국에 보고하기로 했다.비록 임건우가 그들을 구해주긴 했지만, 후지산을 무너뜨린 것은 악마의 짓이었다.목격자가 직접 나서자, 동도의 여론은 일방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국주는 하달된 명령을 통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임건우가 직접 동도 황궁으로 와서 상황을 설명하고 대중과 세계에 진실을 밝히도록 독려하라고 지시했다.후지산은 인류 전체의 유산이기 때문이었다.그렇게 여론은 점점 더 커져갔다. 전 세계가 임건우를 찾기 시작했다. 임건우는 단번에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물론 연호에 임건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수없이 많았다.하지만 여론의 중심에 선 임건우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리고 그중 가장 큰 압박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임건우가 아니라 연호였다.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동도뿐만 아니라 어떤 국가든 후지산을 무너뜨릴 정도의 힘에 경악과 공포를 느꼈다. 이런 힘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고 이번에는 후지산이었지만 다음에는 어떤 도시가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만약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서 이 힘이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혹함이 될 터였다.특히 연호를 늘 잠재적 적으로 여겨온 양지국은 더욱 초조했다. 그들은 혹시 연호가 어떤 초강력 무기를 손에 넣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그러므로 임건우가 진짜 범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반드시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만약 임건우가 나오지 않는다면 연호가 나서서 해명해야 했다.순식간에 연호의 고위 관료들은 이 일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하지만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소동에 임건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임건우는 지금 이청하와 함께 실험실에 갇혀 임청의 저장 반지에서 꺼낸 특별한 혈액을 연구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었다.연구가 진행될수록 그 혈액이 가진 힘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었다.그 안에 담긴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붉은 망토를 걸친 두 인물이 동도 황궁에 도착했다.얼굴을 가린 여인은 손에 황금 패를 들고 있었기에 궁으로 들어가는 길이 막힘 없었다. 심지어 궁의 호위병들마저 그녀를 보자 공경을 표하며 머리를 숙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국주 앞에 섰다.국주는 이들을 보자마자 마치 신을 마주한 듯한 표정으로 다가와 서둘러 인사했다. “전하,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이 여인은 동도에서 가장 신비로운 천조신궁의 주인, 대일영녀라고 불리며 태양 여신이라는 의미가 있었다.대일영녀는 왕을 보아도 절할 필요가 없으며 관리들보다 한 단계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그 신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았고 어떤 경우에는 국주조차 대일영녀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였다.대일영녀는 절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곁에 있는 인물은 달랐다.국주를 보자 무릎을 꿇었다.이어 대일영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국주님, 제가 후지산 붕괴 현장을 확인해 본 결과 자연재해가 아닌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입니다.”“뭐라고요?” “인위적인 원인이라고요?”국주는 깜짝 놀랐다.“어떤 사람이 그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단 말입니까? 후지산은 워낙 거대해 핵폭탄 수십, 아니 수백 개는 터뜨려야 저런 결과가 나올 텐데요.”대일영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것은 국주께서 현대 과학 이외의 것들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시기 때문입니다.”국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세상에 이름을 떨친 기인들을 여러 번 만나본 적이 있었다.끓는 물을 마시는 사람, 칼과 총에도 다치지 않는 사람, 목에 창을 대고 버티는 사람, 심지어 쇠를 먹는 사람까지도 보았다.그러나 인간의 힘으로 거대한 후지산을 파괴한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 아닌가?대일영녀는 손짓했다.그녀 곁의 인물이 손을 들어 올리자, 손바닥 위로 흰빛이 감돌았다.그리고 국주의 고급 사무용 책상에 손바닥을 내리쳤다.쾅! 책상이 갈라지는 소리가 울렸다.견고한 원목 책상에 대리석 상판까지 덮여 있었지만, 그 인물이 친 손바닥에 의해 수
독수리 부대 일행이 처음으로 임씨 저택에 왔다가 임건우가 여러 미녀를 숨겨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고의준이 놀라 외쳤다. “세상에! 건우야, 저 여자들... 전부 다 네 와이프야? 수량이나 퀄리티가 다 정상급인데? 하나만이라도 나한테 양보해주면 안 돼?”육예훈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살 좀 빼고 그런 소리를 해. 저 여자들이 너 같은 덩치를 보겠어?”고의준이 받아쳤다. “통통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을지도 모르잖아.”그때 한 어린 소녀가 다가와 고의준의 배를 손가락으로 콕 찌르며 물었다. “아저씨, 이 배 진짜예요?”이 소녀는 바로 양지현의 딸, 서목하였다.고의준은 몸을 바짝 굳히며 대답했다. “그럼, 진짜지.”서목하가 낄낄대며 말했다. “우리 이모 뱃속보다 더 커요. 우리 이모는 지금 네 쌍둥이 가진 거 알죠?”사람들이 박장대소했다.이후, 임건우는 이번 동도 방문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양지현에게 딸을 데리고 잠시 다른 곳에 가서 놀라고 한 후 백옥을 불러와 이야기를 시작했다.아무래도 어린아이에게는 듣기에 부적합한 내용이었으니까.임건우는 동도에서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모두 설명했다. 모두 임건우의 말을 들으며 놀랍고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백옥이 말했다. “이 일은 내가 군사님과 상의해볼게.”잠시 생각하던 백옥은 덧붙였다. “너희가 잘해줬어. 내 예측이 맞다면 동도 후지산 아래 황천신사는 바로 배혈교가 아수라족을 다시 인간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계획의 일환일 거야. 이번에 너희가 그곳을 무너뜨린 덕에 그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거고 우리도 조금 시간을 벌었지. 이제 고대 결계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어.”백옥은 곧장 군사 고준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백옥은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라면 항상 대기 중이어야 할 전화였다.하지만 지금은 독수리의 통령이 바뀌었고 백옥 자신도 이제 평범한 인간이니 연락이 닿지 않는 게
임건우 일행은 후지산맥을 빠르게 벗어나 그대로 바다 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30분 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소식이 터져 나왔다.“후지산이 가라앉았어!”그날 동도는 물론 연호와 그 주변 소국들, 그리고 각국의 주요 강대국들 모두가 이 소식을 헤드라인에 실었다.모든 뉴스 매체와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후지산의 침몰 소식은 단연코 최상위에 올라섰다.각국에서 전문가와 학자들이 동도로 몰려와 사태 파악과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한편, 동도 국민은 후지산의 거대한 산맥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현실에 불안감에 휩싸였다.후지산마저 가라앉을 수 있다면 혹시 이 섬 전체도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가 번졌고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났다.강주 임씨 저택에 있는 사람들은 동도에서 일어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특히 일전에 일어난 일모신사에서의 전투는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이제 후지산이 갑자기 붕괴해 사라졌다는 소식에 모두 말을 잃었다.“설마 이게 건우가 한 일인가?”“그들은 무사할까?”이때 이청하도 임씨 저택에 와 있었다.이청하는 한밤중에 임건우의 소식을 물으러 왔다가 별다른 정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저택에 머물렀다.이청하는 우나영의 주치의였고 우나영은 이청하를 좋게 생각했으며 이청하와 임건우 사이에 깊은 감정이 생긴 걸 알게 되자 이청하를 다독여주기까지 했다.그런데 지금, 이청하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모두가 혹시 임건우가 후지산 침몰로 위험에 빠진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유지연이 말했다.“설마... 아닐 거야. 500년을 산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그게 후지산이라니! 높이가 무려 3,700미터나 되는 거대한 산인데 사람이 그걸 날려버릴 수 있겠어? 아니,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그렇게 큰 폭탄이 있겠어?”유지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저택 안으로 임건우 일행이 돌아왔다.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맞아. 우리가 후지산 날려버렸어.”목소리와 함께 그들이 들어왔다.말한 사람은 바로 전소은이었다.그리고 뒤이어
용승철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허공에 떠 있었다.쾅!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무렵, 거대한 깊은 호수에서 한 사람이 솟구쳐 나왔다.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거의 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바로 임건우와 마정희 일행이었다.용승철은 마정희가 무사히 돌아온 걸 보자 즉시 달려가며 말했다.“용주님!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근데 대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어떻게 후지산 전체가 가라앉은 건가요?”안남수가 발아래 커다란 깊은 구덩이를 보며 말했다.“그래서 이 깊은 구덩이가 후지산이 가라앉아 생긴 거라는 거죠?”용승철이 고개를 끄덕였다.황정은이 말했다.“다른 얘기는 나중에 하죠. 여기서 난리가 났으니 동도에서도 분명히 큰 관심이 있을 겁니다. 후지산이 무너졌으니 글로벌 이슈가 될 수도 있겠어요. 우리도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합니다!”일행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북서쪽으로 떠나기 시작했다.그러던 중 임건우는 새로 생긴 호수에서 누군가의 구조 요청 소리를 들었다.자세히 보니 한 가족 세 명이 물에 빠져 있었다.부부 한 쌍과 다섯 살, 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다.그들은 운이 없게도 이렇게 추운 날씨에 후지산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고,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얼음같이 차가운 호수 속에서 금방이라도 몸을 지탱하지 못할 지경이었다.물속에서 발버둥치는 그들을 보며, 특히 곧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 같은 작은 여자아이를 보고 임건우는 연민의 정을 느꼈다.임건우는 지장왕의 가르침을 받은 자로서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임건우는 곧바로 구조에 나섰다.촤악!임건우는 허공에서 손을 뻗어 작은 여자아이를 물 밖으로 건져 올렸다.이어서 두 어른도 차례로 구해 깊은 호수에서 빠져나오게 했다.작은 여자아이는 이미 추위에 몸이 얼어붙어 있었고 심하게 놀라서인지 혼이 빠져나갈 듯한 상태였다.임건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