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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진장청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2-02 15:09:33
가희는 너무 놀라 영혼이 가출이라도 한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카운터 화면에 잔액이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진 사장님이 왜 그를 그렇게 중시하는가이다. 지존 VIP라고 하는데 만성주얼리에는 여태껏 이런 회원 카드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머리는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복잡했다. 분명 유 씨네 집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인 따위가 왜 이렇게 큰 변화를 가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불가능해! 몇 번인가 나에게 발 씻을 물도 따라주었는데....’

이때 지은이 옆에서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분명히 기계가 고장 난 거야! 이 거지 같은 놈한테 어떻게 육십억이 있을 수 있어? 이 자식은 육십만도 없을텐데.... 빨리 다시 한번 검사해 봐요!"

진 사장은 지은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감히 임 도련님을 욕하다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여봐라, 정신 좀 차리게 뺨을 갈겨라!"

만리상맹은 강주의 지하 제일 세력이다. 경비원들 역시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명령이 떨어지자 지은을 카운터에 눌러놓으며 철썩철썩하고 연이어 십여 개의 따귀를 때렸다. 금세 지은의 얼굴이 돼지 대가리처럼 퉁퉁 부어올랐지만, 곁에 있던 뚱뚱보는 찍소리도 못했다.

"어이, 뚱뚱보, 저 육억짜리 보석사는 거 잊지 마!"

건우가 옆어서 한마디 귀띔해 주었다. 그 뚱보남은 당장 울 것만 같았다. 육억 원은 그에게도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만리상맹 앞에서 감히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뚱보가 황급히 대답했다.

"네, 네, 바로 살게요."

지은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에 흥분이 스쳐 갔다. 방금 여기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사십만 원짜리 손 목걸이를 샀고, 그녀가 또 팔찌를 사려고 하니 뚱보가 한사코 동의하지 않았다. 오늘 밤을 넘기면 사주겠다고 하면서….

그런데 지금 바로 육억짜리를 사게 된다니, 오히려 건우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일 것 같다.   그녀가 보석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자 뚱보남은 그녀를 밀치며 소리쳤다.

"썩 꺼져, 누가 너 준다고 했어?"

"나 안 주면 누구한테 줄 건데 그래?"

"우리 엄마한테 사주면 안 돼? 이제부터 이것이 바로 우리 집안의 가보야! 넌 내 아내가 될 자격이 없어. 천한 년이 무슨 허황한 꿈을 꾸고 있어?"

이 말을 들은 지은은 화가 치밀어 그한테 달려들었다. 결국은 진 사장의 명령에 따라 경비원들에게 모두 질질 끌려 문밖으로 내던져졌다.

가희는 복잡한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해할 수 없어요, 얼마나 돈이 많으면 육십억짜리 보석을 살 수 있는데요? 그런데 왜 가연이가 결혼반지를 팔게 했어요? 설마, 여태껏 계속 가연이를 속여왔고, 앞으로도 계속 가연을 속이려는 거 아니죠?"

"넌 날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 결혼반지나 꺼내줘!"

진 사장이 옆에서 재촉했다.

"빨리 움직이지 않고 뭘 꾸물거려? 도련님이 가져오라고 하시는데!"

가희는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얼른 그 반지를 꺼내면서 말했다.

"회사 규정에 따르면 이 다이아몬드 반지는 일억원에 회수하였는데 지금 도로 가져가려면 값을 두 배로 쳐 이억 원을 받아야 해요."

진 사장은 가희의 뺨을 한 대 더 때리며 욕을 퍼부었다.

"뭐가 올라? 너 머리가 없는 거 아니야? 임 도련님께서 어떤 신분이신데? 우리 만리상맹의 제일 큰 보스다! 만리상맹 전체가 임 도련님것인데, 그까짓 반지 따위를 가지는 데 돈을 요구해?"

진 사장의 성질은 매우 거칠었다. 주얼리 가게 사장님이라기보다 어느 지하 세력의 보스 같았다. 가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 귀가 문제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만리상맹 전체가 건우의 것이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쓸모짝없는 쓰레기라더니....’

건우는 뭘 더 말하려는 진 사장을 말렸다.

"그만하세요, 진 사장님, 이 일은 절대 떠벌리지 마세요, 영향이 좋지 않습니다."

진 사장은 급히 자기 뺨을 한 대 때렸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저를 벌해주세요."

건우는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가희를 향해 물었다.

"방금 한 약속 잊진 않았겠지?"

가희는 표정이 멍해지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아버지라고 불렀다.

"기억해, 내 신분은 비밀로 하는 거야, 가연을 포함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방금 들은것들은 모두 잊어버려,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를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거야."

만리상맹 배후 세력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가희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차라리…."

진 사장이 목을 가로 그으며 손짓했다. 그 모습에 겁에 질린 가희는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내 아내의 절친이고.... 아! 지금은 내 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기회를 한번 주세요. 앞으로 이곳에서 일을 잘하게 적당히 보살펴도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송가희 양을 3층 매니저로 임하는 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사장 생각대로 하세요."

건우는 육십억짜리 목걸이를 아무렇게나 손에 들고 가희와 진 사장의 호위를 받으며 만성주얼리를 나왔다. 가희는 아직도 어리둥절했지만, 뜻밖에도 매니저로 상승하여 그녀가 지금 건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졌다.

마침 롤스로이스 차가 한 대 눈앞에 다가왔다. 바로 만리상맹의 어르신이 직접 마중 온 것이었다. 가희는 어르신이 건우을 공손하게 차로 모시고 떠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롤스로이스 차 안,

"어르신, 마침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는데 좀 도와주세요.".

"도련님, 저를 그저 동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어르신이라니, 제가 감당이 안 됩니다. 그런데 도련님, 무슨 분부가 계십니까?"

"그럼 아저씨라고 부르도록 할게요. 만리상맹에 김 도련님이라고 있다던데 알고 있어요?최근 내 아내 회사 유 씨 건자재와 계약을 맺었는데 술자리에서 내 아내에게 잠자리를 강요했다고 해요."

"이 짐승보다 못한 놈! 사모님께조차도 손을 뻗치다니? 아주 죽고 싶은가 봅니다. 그놈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모르겠어요. 저도 단지 김 도련님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아저씨 주변에 짐작 가는 사람이 없어요?"

"김씨 성을 가진 이는 없는 것 같은데, 제가 곧 조사하여 늦어도 내일까지는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그럼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다시 말했다.

"참, 만리상맹은 우리 아버지가 세운 것이라는 걸 아직 소문내지 말아 주세요. 이제껏 비밀리에 있었으니, 앞으로도 계속 비밀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앞으로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미스터임이라고 불러주세요."

동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련님의 안전도 보장이 되고요. 만리상맹에는 라이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도련님과 사모님께 해가 될까 봐 늘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밖에서는 제가 미스터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동재는 전에 이 점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비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만리상맹의 어르신이라는 명성을 놓고 말할 것 같으면, 강주에서 둘도 없는 가장 큰 패거리의 우두머리이다. 항상 칼부림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적이 절대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만리상맹의 지존 VIP 카드입니다. 모든 만리상맹 산하 산업에서의 소비는 무료입니다. 도련님께서 가지고 다니시면 아주 편리하실 것입니다.”

동재는 카드 하나를 꺼내 건우에게 건넸다.

"알겠어요. 저 그럼 그만 가볼게요!"

"잠시만요, 도련님.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유 씨 댁으로 가려 하십니까?"

"그게…."

지금 유 씨 집은 분명히 들어갈 수 없다. 장모가 안달이 나서 죽을 지경일 것이다.

"호텔에 데려다주세요. 아무 호텔이나 괜찮아요."

"그럼 델루나호텔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요?"

그곳은 강주에서 가장 비싸고 호화로운 호텔이다.

"도련님, 그곳도 도련님 것입니다."

동재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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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3-02-02
  • 절정인생   제15화

    유 씨 집을 떠나고 나서....호진은 놀란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이렇게나 대단하신 줄은 몰랐어요! 만리상맹의 어르신과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유 씨네를 도와 천억 원짜리 계약을 성사시켰다니.... 어쩐지 유 씨네 할머니께서 그렇게 흔쾌히 허락하신다고 했어요!”"천억 원짜리 계약이라.... 이건 나도 모르는 일이다.""어? 그럼, 아까는 왜…?""할아버지는 거저 그 기회를 빌었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어떻게 장가를 갈 수 있겠느냐? 유 씨 그룹이 만리상맹과 상업상 관계를 맺을 줄은 몰랐어. 호진아, 유가연과의 결혼을 잘 결정했다. 어쩌면 우리도 이 기회를 통해 장차 만리상맹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도...."호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유씨 집안을 도와준 사람이 누구일까? 천억 원짜리 계약이라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닌데.... 설마 건호 그 자식이? 아니, 이건 절대 불가능해! 무엇 때문이든, 내일 나는 드디어 가연을 얻게 되는 거야!’다른 한편,가연은 만리상맹으로부터 자기와 직접 천억 원짜리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듣자마자 꿈을 꾸는 줄 알았다. 여러 번의 확인 후, 그녀도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건우가 어제 큰 선물을 주겠다고 하였는데 설마 이 일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그녀는 급히 회의실로 가서 만리상맹 사람들과 계약에 관하여 상담을 진행하였는데 모든 것이 의외로 순조로웠다. 만리상맹의 천억 원짜리 계약은 하늘에서 선사한 선물과 같았다. 유 씨 건축에서 이 계약을 체결하기만 하면, 일반 계약보다 20%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그리고 이 계약을 최종 성사한 가연은, 내일 주년 연회에서 업적 1위로 높은 업적 보너스도 받을 수 있다.만리상맹으로부터 온 한 인사는 가연과 악수하며 말했다. "자, 유 사장님, 계약 건은 이렇게 하기로 하고 저희 내부 절차상 늦어도 내일까지는 날인된 계약서를 공유받으실

    Last Updated :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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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정인생   제2004화

    “누구냐!”임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문파 사람들에게 발각되었다.한 노인이 크게 외치며 오색 찬란한 빛을 띤 검을 휘둘렀다.날아든 검은 임건우를 허리부터 반으로 베려는 기세였다.그 순간, 임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압도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지금껏 겪어온 어떤 위험보다도 강렬한 공포였다.임건우는 본능에 따라 최강의 방어술인 현무방갑술을 발동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온몸에 무수한 주술 문양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임건우는 이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려 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백옥은 겁에 질려 얼굴을 돌렸다.“안 돼...”부영록도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멍청하네. 이렇게 무모하게 덤비다니... 이 정도 실력으로 문파 고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으려 하다니 그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거잖아.”푹!임건우가 힘겹게 형성한 현무방갑술은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냈다.방패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검날이 임건우의 몸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임건우의 몸속에 있던 혼돈 나무가 살며시 가지를 흔들었다.회색빛 혼돈 원기가 검날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슛!순식간에 혼돈 원기가 검날을 휘감더니 그 검을 통째로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빨아들였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임건우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임건우는 죽기는커녕 혼돈 원기가 그 검마저 흡수해버린 것이다.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임건우는 급히 자신의 몸속을 내시했다.그리고 자복궁 안에서 한 가지 광경을 발견했다.그 검은 지금 혼돈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검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검신에는 세밀한 문양과 부적 같은 각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검은 조금 전 금강마원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신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법력이 강했던 검이 이런 처지로 전락하다니.그러자 임건우는 혼돈 나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를 문득 깨달았다.그동안 임건우는

  • 절정인생   제2003화

    ‘이건 무슨 개념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임건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독수리 부대에 이런 전력이 있었다면 고대 결계 저편에서 벌써 승리하지 않았겠어?’부영록이 말했다.“너 아직 못 알아챘어? 저 사람들 옷이 전부 같은 디자인이잖아. 이건 같은 문파 소속이라는 증거야. 아마도 문파 내에서 누군가 자연 신전을 발견하고 이를 문파 고위층에 보고했을 거야. 그래서 문파의 전력을 총동원해 자연 신전을 탐색하러 온 거지.”부영록의 말에 임건우와 백옥은 그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저 흰 털 원숭이가 설마 금강마원이야?”“그런데 체형이 우리가 발견한 발자국과 전혀 맞지 않잖아. 혹시 이건 새끼고 진짜 큰 게 따로 있는 건가?”부영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금강마원은 체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만약 천 장 크기로 변신했다면 인간의 이런 연합 공격 앞에 커다란 표적이 되는 셈이잖아. 그러면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테니까. 이 정도 크기라도 여전히 너무 큰 거고.”그들은 금강마원의 몸을 둘러싼 청색 강기를 발견했다.마치 방어막처럼 보였고 인간들의 법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고수로 보이는 노인 몇 명의 무기는 심상치 않았다.먼저 은빛 채찍이 하나 있었다.길이가 무려 백 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채찍이 금강마원의 몸에 닿을 때마다 공간이 뒤흔들렸고 금강마원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비록 청색 강기가 뚫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다.또 하나는 새빨간 영검이었다.그 칼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금강마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였다. 칼이 닿을 때마다 금강마원의 몸에 피구멍이 뚫렸고 땅에는 피가 흥건히 고였다.“으악!”그 순간, 하늘을 찢을 듯한 고음이 전장을 뒤덮었다.갑자기 전장에 난입한 한 여성이 전투가의 노랫소리를 터뜨렸다.그 소리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정신력을 담고 있었다.마치 아홉 하늘의 천둥과 끝없는

  • 절정인생   제2002화

    눈앞에 펼쳐진 청동 고전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거대한 고전은 원시 숲 깊은 곳에 우뚝 서 있었고 그 끝이 구름 속에 닿을 정도로 높았다.마치 하늘 위의 신성한 도시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고전은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표면에는 푸른 녹이 내려앉아 있었다.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고대의 아득한 세월을 넘어온 듯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세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했다.임건우와 백옥은 이 고전이 뿜어내는 웅장한 기세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부영록은 놀란 눈으로 말문을 열었다.“이거... 설마 자연 신전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걸.”임건우와 백옥은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 자연 신전이라고요?”“그게 뭔데? 신들이 사는 곳인가?”부영록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자연 신전은 자연의 규칙을 담고 있는 장소야.전설에 따르면, 자연 여신이 도를 깨우치며 규칙을 응집시켰던 곳이지. 삼국 시대, 자연 여신이 신이 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 여자였다고 해.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기회를 잡아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이 신전에서 도를 깨우치며 3천 년을 수련했대. 그렇게 신성에 도달한 그녀는 전무후무한 자연 여신이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자연 신전도 자취를 감췄지. 그 후로 만 년 동안 수많은 선역과 태고 성지에서 이 자연 신전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데 여기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부영록의 눈빛이 열정으로 타올랐다.“크아!”그때 갑작스럽게 금강마원의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더 강렬한 소리와 함께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전해졌다.숲은 땅이 흔들리며 흔들렸고 나무가 휘청였으며 바위들이 굴러내렸다.그뿐만 아니라 하늘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검광이 솟구쳤고 찬란한 빛 무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분명 앞쪽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백 리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세 사람조차도

  • 절정인생   제2001화

    주변의 천지 영기가 말도 안 되게 진했다.임건우가 공법을 전환하자마자 그의 몸 주변에 수많은 영기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끝도 없는 영력이 마치 물고기 떼처럼 그의 몸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그것도 아주 순수한 영력이었다.임건우는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그때 부영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뭔가 이상한데?”부영록은 주변 환경을 살피며 말했다.“이 발자국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자연 속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건 꽤 비정상적이야.”백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앞에 있는 숲을 봐봐.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이잖아. 이런 곳에 자연의 기운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아?”그러나 부영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넌 모르는 거야. 내가 말하는 자연 속성은 자연 규칙이 담긴 속성을 말하는 거야. 영기와는 아주 다른 개념이지.”임건우가 부영록을 보며 물었다.“그러니까 뭘 의미하는 거죠?”부영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자연 속성의 규칙은 일종의 신의 힘이야. 그걸 자연선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런 게 그냥 생기는 게 아니야. 그리고 금강마원 같은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 말은 어쩌면 이 안에...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야.”“신이라고?”임건우와 백옥은 깜짝 놀랐다.특히 백옥은 더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세계의 규칙이 불완전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로서는 신의 존재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삼천 년이라는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지구에서는 단 한 명의 신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그것은 완전히 깨진 허공 너머에 있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꿈 같은 존재였다.백옥이 입을 열었다.“삼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삼천 년 동안 이 땅에 신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부영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그건 확실히 알 수 없지.”그렇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자연 속성의 규칙의 힘은 그들에게 있어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기회였다

  • 절정인생   제2000화

    임건우는 몹시 걱정스러웠다.이렇게 거대한 금강마원을 당자현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생각 끝에 고대 결계에서 요수와 수십 년간 싸워온 백옥이 이 원시의 거대 요괴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즉시 가나절의 문을 열고 백옥을 불러냈다.“금강마원이란 게 대체 뭔가요?”하지만 의외로 백옥은 그 이름을 듣고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금강마원? 처음 듣는데?”백옥은 하늘로 날아올라 거대한 발자국의 전모를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큰 발자국이 있을 수 있어? 그렇다면 이 고릴라는 대체 얼마나 크다는 거야?”옥 목걸이를 매고 있던 부영록이 입을 열었다.“금강마원은 고대 태고 시대에서 기원한 존재로 원시의 이형종이야. 태고 요계에서도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존재 중 하나로 금강마원 중 최강자는 심지어 신체를 이룰 수 있고 한 주먹으로 행성을 부수고 한 발로 허공을 찢어 놓을 수 있다네.”임건우와 백옥은 부영록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그때 백옥은 부영록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깜짝 놀라 말했다.”응? 너 중해의 치안 관리관이었던 나문천의 딸 아니야?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너의 수련 수준은...”부영록은 백옥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비록 지금의 백옥이 부영록보다 높은 수련 단계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부영록의 눈에는 여전히 발끝으로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 뿐이었다.부영록은 백옥의 질문에 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신 임건우에게 말했다.“만약 네 여자가 정말 금강마원을 만난 거라면 미안하지만 결과는 뻔해. 그건 십중팔구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결말이야. 금강마원은 몹시 흉포하고 잔인해서 네 여자는 아마 단번에 한입에 삼켜졌을 거야.”임건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임건우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난 그녀의 시신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난 믿을 수 없어.”세 사람은 그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30분 동안 반경 50리를

  • 절정인생   제1999화

    회의장은 금세 흥분과 격앙으로 가득 찼다.긴급 동원 회의는 어느새 백옥에 대한 재판장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백옥과 임건우에 대한 수배령이 정식으로 결정되었다.30분 후. 백옥과 임건우의 이름은 수배 명단에 올랐다.연호 전역은 물론, 전 세계 언론에 이 사실이 공표되었다.백옥과 임건우는 반사회적 악당으로 규정되었고 이와 함께 체포를 독려하는 정보가 공개되었다.이 소식이 퍼지자마자, 각종 정보망은 다시 한 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백옥과 임건우를 알고 지냈던 많은 이들은 충격에 휩싸였다.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들을 추적하는 일에 가담하기 시작했다.이틀 후,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백옥과 임건우는 마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한편 이 시각, 임건우와 부영록은 마침내 당자현이 과거 몸을 기댔던 나무와 그녀가 전투를 벌였던 장소에 도착했다.그곳은 완전히 황폐해져 있었다.땅에는 아직도 말라붙지 않은 핏자국이 선명했다.주변에는 수많은 요수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그중 가장 많은 것은 몸길이가 무려 3~4미터에 달하는 순백의 털을 가진 커다란 늑대들이었다.또 하나는 온몸이 새까맣고 사자와 돼지를 섞어놓은 듯한 괴상한 짐승이었다.부영록이 땅에 쓰러진 늑대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설도 늑대야. 얼음 속성을 가진 요수지.”부영록은 다시 검은 괴수를 가리키며 덧붙였다.“이건 혈아마돈인데 공격력이 아주 강해.”부영록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하듯 말했다.“보아하니 네 여자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데? 혼자서 이렇게 고등급 요수들을 쓰러뜨린 걸 보면 적어도 분신 단계의 고수일 가능성이 커.”“분신?”임건우는 의아해하며 반문했다.“그 정도로 강하다고?”임건우도 알았다.당자현이 그를 떠나 비밀 경지로 들어갈 당시 그녀는 정신력을 조금 다룰 줄 아는 수준에 불과했다.그나마도 임건우가 우연히 얻은 정신력 수련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었다.사실, 그녀는 제대로 된 수행자조차 아니었다.닭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약했었

  • 절정인생   제1998화

    이 순간, 독수리 학원의 모든 학생들이 공포에 떨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너무도 끔찍했고 너무도 강력했다.이런 존재는 애초에 이곳에 있어선 안 될 존재였다.마치 규칙을 깨는 반칙자처럼 보였다.표범 요괴에 치인 학생들과 교사들은 그야말로 불운의 극치였다.한 번이라도 접촉하면 죽음은 피할 수 없었고 반항할 틈조차 없었다.표범 요괴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는데 온몸이 금빛으로 빛났고 몸집은 마치 빌딩만큼 거대했다.그의 긴 꼬리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와 같아서 한 번 휘두르면 높은 건물이 무너지고 산이 갈라졌다.피난처에 숨어 있던 학원생들조차도 대지를 울리는 진동을 느꼈다.마치 강력한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모든 것이 끝난 후, 학생들이 피난처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이 본 광경은 경악 그 자체였다.고층 건물은 부서져 있었고 땅은 꺼져 있었다.연혼탑 근처의 지면은 무려 10미터 이상 내려앉았다.유일하게 온전한 것은 연혼탑 아래의 지반뿐이었다.탑은 거대한 그릇 모양의 깊은 구덩이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었다.이 소식은 곧 독수리 학원 상층부와 연호 정부의 고위층에게 전해졌다.곧이어 조사관들과 연구원들이 독수리 학원에 몰려와 각종 장비를 들고 현장을 조사하며 데이터를 분석했다.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연호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그 요괴의 파괴력은 도를 넘어섰다.도겁 단계를 넘어선 존재일 가능성이 컸다.고대 결계 너머 요괴족 중에서도 최강자이며 지위가 높은 존재로 보였다.이번에 연호에 나타난 것은 정보를 탐색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컸다.20분 후, 연호 정부, 독수리 부대, 독수리 학원, 그리고 각계 군사 준비 측이 긴급회의를 열었다.이때 방금까지 현장에 있던 독수리 학원의 한 고위층이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잠깐, 뭔가 이상합니다. 여러분, 그 표범 요괴가 떠나기 전에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그는 자기 아내를 온전한 상태로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암표범은 중상을 입고 영혼탑에 갇혀 있습니다. 오래 버티지 못할

  • 절정인생   제1997화

    도중에 학원의 여러 교수가 급히 달려왔지만, 그들 역시 하나도 빠짐없이 늙은 표범 요괴에게 처참히 죽임을 당했다.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았다.독수리 학원 전체가 비명과 공포로 뒤덮였고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학원 포럼에는 혼란과 두려움의 글들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쾅! 쾅! 쾅!학원의 비상 경고 종이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다.이 종소리는 학원이 극도의 위험 상황에 부닥쳤을 때 발령되는 1급 경보였다.학원 내에 있던 강주은도 그 경보를 들었다.“어서 피난처로 가자!”누군가가 강주은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뛰어갔다.독수리 학원은 초강력 적이 출현했을 때를 대비해 비상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었다.학생들은 그곳으로 몸을 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같은 시각 연호 고위층과 독수리 부대에도 긴급 정보가 전해졌다.독수리 부대의 최고 통령인 양용진 역시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도대체 누가 독수리 학원에서 이런 학살극을 벌이는 거야? 미쳤어?’양용진은 즉시 독수리 부대의 정예 병력을 대량으로 학원에 파견했다.한편, 늙은 표범 요괴는 이미 연혼탑을 찾아낸 상태였다.그는 자신의 와이프가 그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여옥, 여옥아!”그는 애타게 부르짖었다.연혼탑 안에서 최근 번개와 불꽃의 힘이 더 강해졌다.갓 출산을 마친 어미 표범 여옥은 인간들에게 붙잡히고 심한 상처를 입어 이미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여옥은 힘겹게 속삭였다.“여보, 날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 아이들을 찾아요, 아이들...”“여옥! 아이들은 찾았어! 다섯 마리가 있더군!”“뭐라고요? 다섯 마리요? 우리 아이들은 일곱 마리인데요?”“뭐라고? 두 마리가 없단 말이야?”표범 요괴는 즉시 새끼 표범을 팔던 상인을 붙잡아 다그쳤다.“말해! 나머지 두 마리는 어디에 있지?”상인은 공포에 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저, 저도 몰라요. 그건 우리 삼촌이 가져온 건데 아마... 다른 사람에게 준 거 아닐까요?”“으악!”표범 요괴는 더

  • 절정인생   제1996화

    “세상에, 세상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저 노인은 대체 뭐야? 이렇게 대담할 수가 있어? 우리 독수리 학원의 집행대를 죽이다니 정말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건가?”거래소는 순식간에 술렁거렸다.독수리 학원은 본래 전쟁터에 나갈 학생들을 훈련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라 싸움 자체에 익숙한 학생들이 많았다.그러나 노인의 이러한 행동은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학원 내부에서 집행대를 살해하다니 아무리 강한 존재라도 그 결과는 비참할 게 뻔했다.곧이어 다른 집행대원들이 달려왔다.그들은 노인을 체포하려고 했지만, 이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었다.한 발차기로 집행대원을 폭살시킨 노인을 그렇게 쉽게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노인의 마음속엔 지금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그 살기는 마치 별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사방을 뒤덮었다. 그런 그에게 달려든 집행대원들은 그야말로 제 발로 지옥문을 두드린 셈이었다.노인은 발을 세게 구르며 땅을 울렸다.그러자 땅에서 날아오른 돌조각들이 노인의 요력을 머금고 날아갔다.퍽! 퍽! 퍽!돌조각은 총알보다도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며 집행대원들의 이마를 관통했다.이내 피가 흘러내렸고 그들은 단숨에 전원 사망했다.순식간에 현장은 정적에 휩싸였다.표범을 팔던 상인은 입을 떡 벌린 채 얼어붙었다.‘이건... 대체 뭐야? 저 노인은 무슨 존재란 말인가?’영초를 팔던 상인은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저렇게 강하고 무자비한 사람이었다니... 내가 방금 그를 그렇게 비꼬았는데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군.’노인은 그런 상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러더니 표범을 팔던 상인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며 으르렁댔다.“데리고 가서 찾아. 한순간이라도 더 지체하면 네놈은 살아 있는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으악!”상인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다.얼굴은 창백해졌고 더는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그는 공포에 떨며 급히 대답했다.“연... 연혼탑이에요! 연혼탑에 있습니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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