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 있던 우나영은 유화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 나와 계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마침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저녁 다섯 시 반,임건우는 혼자 진품 경매장에 찾아갔다. 경매는 리셉션 형식으로 강주 중황빌딩의 제일 위층에서 열렸다. 입구에서 여윤아의 이름을 대니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중황빌딩 입구에서....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이 수다를 떨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중 흰 긴 치마를 입은여자가 있었는데 유지연이었다. 다른 세 사람은 전에 임건우가 본 적이 있는 왕수진, 장문혁과 채윤철이었다. 양복을 입은 장문혁이 뜨거운 눈빛으로 유지연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이번 진품 약재 경매는 강남 전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경매인데 경매에 내놓은 것은 모두 2억 원 이상의 보약이라고 해. 대부분의 백년이 된 약들은 시장에서 살 수도 없는 거래.""왜?"왕수진이 가짜 속눈썹을 깜빡이며 장문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장문혁을 짝사랑하고 있는 왕수진은 숭배의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장문혁이 좋아하는 사람은 유지연이다. 장문혁은 유지연의 호기심 어린 표정을 보며 말을 이었다."백 년 인삼, 백 년 영지 같은 것은 극히 희귀한 물건인데, 요 몇 년 동안 너무 많이 채굴되는 바람에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고, 간혹 발견되더라도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제공되어 시장에 들어올 수가 없어. 약국에서 파는 백 년 인삼은 모두 가짜야, 그러니 믿지 말어.""문혁아, 넌 정말 아는것도 많구나."장문혁은 웃으며 유지연만 쳐다보았다, 왕수진의 말에는 별로 귀를 기울여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자, 이제 들어가자. 뷔페에 먹을 것도 많이 있어, 호주산 랍스터도 있다고 해. 지연아, 너 호주산 랍스터를 제일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내가 셋째 삼촌한테 부탁하여 입장권을 몇 장 더 달라고 한 거야. 이건 보통 사람이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유지연은 호주산 랍스터라는 말을 듣
임건우는 옆에 있던 유지연을 곁눈질하였다.그는 느릿느릿 호주산 랍스터 한 조각을 입에 집어넣고, 즐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행동은 실로 안하무인이었다.유지연은 그의 행동을 보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무슨 의미야?’‘나를 죽은 사람 취급하는 거야?’유지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이 망할 놈아, 귀먹었니? 내 말이 안 들려? 네가 왜 여기 있어? 아니, 어떻게 들어온 거야?”유지연 그녀에게 임건우는 여전히 쓸모없는 쓰레기이자, 자기 언니에게 빌붙어 사는 거지일 뿐이다…특히 최근에는 자신의 뺨까지 때리려 했으니, 이제 그녀는 그를 보기만 하여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임건우는 그런 그녀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귀찮게 하지 마.”‘뭐?’유지연은 당장이라도 화가 나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이 병신 같은 놈. 집에서는 언니가 있으니, 날뛸 수 있다고 쳐. 하지만 지금은 밖이잖아?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거야?’이때 유지연의 몇몇 동료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왕수진은 임건우를 한 번에 알아보았다. 그녀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유지연을 바라보았다. “지연아, 이 사람 그때 네가 말했던 형부되는 사람 맞지? 네가 집에서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다 했잖아, 맞지? 근데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 설마 네가 부른 거야?”유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 자식을 불렀다고? 내가 미쳤다고 이 자식을 여기로 불러냈겠니?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나도 몰라. 그냥 몰래 들어왔겠지.”왕수진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진정해. 분명 집에서 먹을 게 없으니깐, 여기 온 거 아니야? 여기 무료 뷔페가 있다는 걸 알고 몰래 온 거지! 근데 지연아, 너희 가족 너무한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어쨌든 네 형부잖아. 어떻게 굶길 수 있어?”유지연은 그녀에게 있어서 경쟁자일 뿐이다. 장문혁 앞에서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임건우는 아랑곳하지 않은
유지연은 자신 혼자라도 도망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몇 분 지나지 않아, 장대현이 식당에 도착하였다.“문혁아, 아까 네가 말한 그 거지새끼 어디 있어?”“삼촌, 저기 저놈이에요.” 장문혁은 곧바로 임건우를 가리켰다.장문혁의 손가락을 따라가자, 킹크랩을 마구 먹고 있는 임건우가 보였다.또한, 이때 임건우는 싸구려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었고, 이는 장대현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순간, 장대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성큼성큼 임건우에게 다가갔다.“선생님, 저는 이번 경매 주최자 장대현입니다. 선생님의 초청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임건우는 이때 씹고 있던 킹크랩을 뱉어내더니, 옆에서 물티슈를 꺼내 천천히 입을 닦으며 말했다. “킹크랩이 너무 오래된 거 아니야? 그리고 안에 살도 별로 없고, 한 접시 더 가지고 와. 마늘이랑 소금도 좀 뿌려주고.”5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유지연은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했다.‘이 자식,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르는 거야? 아니면, 지금 자신이 자기 집 뒷마당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장문혁도 그런 그를 보며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지금껏 자신은 이런 뻔뻔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임건우의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장대현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당장이라도 버럭 화를 내고 싶었지만, 상황을 크게 만들 순 없기에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선생님, 만약 선생님께서 초청장을 보여주시지 않으면, 저는 경호원들을 불러 선생님을 쫓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장이라도 경찰을 불러, 선생님을 감옥에 보낼 수도 있어요.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장대현은 미처 화를 참지 못하고, 언성이 높아졌다.그의 목소리를 듣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 몰리기 시작했다.본래,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남의 일에 참견하는 걸 좋아하는 법이다.사람들이 더욱 몰리자, 장대현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수많은 경멸의 시선들이 임건우에게 쏠렸다.하지만, 임건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장대현을 향
목소리의 출처를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 여자는 남색 셋업을 입고 있었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그녀는 바로 여윤아였다.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몇몇 사람들은 임건우를 도와준 사람이 학생처럼 보이는 여자아이라는 사실에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또 몇몇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뿜어내기까지 하였다.“도대체 어느 집 아이길래 눈치 없이 함부로 끼어드는 거야?”“누구 저 학생을 아는 사람 없어? 도대체 어느 집안 학생이야?”그러나 이때 한 구경꾼이 자기 동료의 입을 급히 막았다. “야, 너 미쳤어? 저 아이는 여 씨 가문 아가씨잖아. 그 난폭하기로 유명한… 방금 쟤가 널 바라봤어. 널 어떡하면 좋니. 쟤가 분명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뭐?”그 순간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아까 웃음을 뿜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리를 피했다.사실 여윤아한테 찍혀서 좋은 건 하나도 없다. 그들은 서로의 꼬리를 물며 서서히 자리를 피하기 시작하였다.또한 유지연, 장문혁은 다가오고 있는 여윤아를 보고, 모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얼굴에는 적지 않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아니, 쟤까지 여길 오다니.”유지연은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그녀는 당연히 여윤아를 알고 있었다. 이 둘은 예전에 같이 강주 대학교를 다닌 동문이었다. 당시 유지연은 대학교 2학년이었으며, 여윤아는 대학교 3학년이었다. 그들은 학년만 차이가 났던 게 아니다. 여윤아의 학교 내 지위는 정말 대단했다.사실 강주 유 씨 가문도 정말 알아주는 가문이다.하지만, 유 씨 가문은 강주에서 이류 삼류 가문일 뿐이다. 또한 유지연은 당시 가문에서 가장 낮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학교 내 지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유지연은 기껏해야 서민들 중의 1등일 뿐이었다.하지만, 여윤아는 달랐다. 그녀의 출신은 남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그녀의 가문은 강주 시의 4대 가문 중 하나였으며, 집안 내에서도 엄청난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출신도
”하지만, 아가씨…저 자식은...”장대현은 또다시 무슨 말을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때 불같은 여윤아가 한 번 더 장대현에게 발길질을 하였다. “꺼져, 넌 해고야.”“아…”장대현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는 가까스로 중황 빌딩의 사장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처음 보는 놈 때문에 자신이 제명되게 생겼다니, 얼마나 억울하단 말인가?그는 장문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까 그를 죽이지 못한 것이 매우 한스러웠다!장대현은 모든 것을 잃은 눈빛으로 주저앉아버렸다.옆에 있던 왕수진과 채윤철도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유지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병신 같은 놈이 어떻게 여윤아를 아는 거지? 저 자식이 여윤아의 귀한 손님이라고? 말도 안 돼.’“설마 이 자식이 언니 몰래 여윤아를 꼬신 건가?’그녀는 이러한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여윤아는 아까 그 경호원들을 시켜 장대현을 밖으로 내팽개쳤다.장문혁은 무릎을 꿇고 여윤아에게 사죄하며 말했다. “아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감히 아가씨의 귀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함부로 날뛰었습니다.”장문혁은 본래도 겁이 많은 성격이라, 그 유명한 여 씨 가문 아가씨 앞에서 감히 찍소리도 하지 못하였다.또한, 임건우에게도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임 선생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순간 눈이 멀어, 귀인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제발 대인께서 불쌍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하지만, 임건우는 그런 그를 쳐다도 보지 않고 손을 가볍게 휘휘 저었다.여윤아는 그런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장문혁이 어찌 감히 자리를 뜨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곧 의기소침하게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얼굴에는 원망스러운 표정이 가득하였다.옆에 있던 왕수진과 채윤철도 눈치 있게 물러났다.그들은 사실상 장문혁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깜짝이야, 뭐 하는 거야?”“설마 너 날 여기 데리고 온 이유가 나를 덮치기 위해서야?”임건우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차마 여윤아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지 못하였다. 그저 그녀의 품에 안겨 눈이 휘둥그레져 있을 뿐이었다.지금 이 여자를 받아줄지 말지가 관건일 뿐이다.“여윤건도 참, 나에게 이런 어려운 문제를 내주다니!”하지만 이때…여윤아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욱이는 복부를 감싼 채 피를 토해냈다.어?임건우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허둥지둥하였다.“이 봐. 여윤아! 눈 좀 떠 봐!!”임건우는 그제야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여윤아는 임건우를 껴안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해서 그에게 잠시 기댄 것이었다.“괜찮아? 아까 말하지 그랬어. 정신이 좀 들어?”임건우는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당겨 맥을 짚었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몸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아마도 방금 장대현을 발로 차면서 생긴 내력 때문에 발작을 일으킨 것 같았다.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를 부축하였다.임건우는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사실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는 곧바로 그녀를 한 손에 안고, 호화로운 소파 위에 그녀를 눕혔다. 그런 뒤 자신을 감싸고 있던 그녀의 손을 억지로 떼어냈다.“아!”“야, 임건우. 지금 너 위험을 틈타 내 몸에 손을 대려 하는 거지? 만약 너 지금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난 귀신이 되어서도 널 쫓아다닐 거야.”“무슨 소리야!”임건우는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았다.“여윤아, 너 제정신이야? 내가 네 몸에 손을 대긴 왜 대? 너랑 잘 생각은 단 1도 없으니, 꿈 깨!”여윤아는 그 소리에 또 다시 피를 토할 뻔했다. “이 봐,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이래봐도, 난 강주 대학교 퀸카였어. 아! 아이고, 아파…”임건우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그는 직접 그의 심장부위에 손을 가져다 댔다.그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기를 불어넣기 시작하였다.그렇게 30분도
이때 여윤아가 정적을 깨며 말했다. “임건우, 저 새박뿌리는 필요해?”지금 경매에 나온 물건은 새박뿌리였다.임건우는 화면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이때 누군가 13억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하였다. 공교롭게도 그 사람은 다름아닌 김수정이었다.그녀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꼭 그 약재를 얻고자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여윤아 그녀는 결코 질 성격이 아니다. 그녀는 곧바로 19억을 제시하였다.사회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귀빈 1호분께서 방금 19억을 제시하셨습니다! 더 제시하실 분 계신가요?”이미 사람들은 그 귀빈 1호가 여 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령 그들한테 꼭 필요한 약재라 할지라도, 그들은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들은 감히 여윤아의 체면을 깎아내릴 수 없었다.하지만 김수정은 달랐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였다. “20억!”거기에 질 여윤아가 아니다. 그녀는 곧바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였다. “30억!”“31억!”“35억!”임건우는 화면 속 김수정의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보았다. 김수정은 잠시 그 대머리 남자와 상의를 하더니,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새박뿌리는 여윤아에 의해 입찰되었다.다음 나온 물건은 사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약재였다.하지만 그다음으로 나온 물건은 백두산에서 난 각시서덜취로 연식도 길고, 흔치 않은 약재였다.“이거 필요해!”임건우가 말했다.사실상, 각시서덜취는 여 씨 가문의 병을 고치는 데 있어서는 별 효과가 없지만, 우나영이 은상결을 연마하는 데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김수정과 대머리 남자는 각시서덜취를 보고는 곧바로 50억 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하였다.임건우의 신경은 온통 김수정에게 향해 있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어디서 이렇게 많은 돈을 얻은 거지? 도대체 이 여자 뭐 하는 사람이야? 정체가 뭐지?’그리고 그는 순간 이 여자가 일부로 자신의 아버지 곁에 있었으며, 분명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는 경
”아니, 벌써 떠난다고?”임건우는 당장이라도 김수정을 쫓아가고 싶었다. 그는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하지만 여윤아가 그런 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어디 가? 곧 물건들을 받아야 돼. 양이 많아서 같이 가야 해.”“너 혼자 못해?”“난 이런 약재에 대해선 잘 몰라. 또 이번 경매에 나온 물건들은 모두 오래된 약재들이잖아. 행여나 내가 잘못 건드려서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어떡하려고 그래? 이 약들은 우리 할아버지를 구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물건들이잖아. 신중해야지.”임건우도 생각해 보니 맞는 말 같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김수정의 곁에는 동도국의 수행자들이 있으니, 지금 그녀를 쫓아간다 할지라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유화와 함께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된다. 여윤아는 여전히 걱정이 많은 것 같았다.이곳은 어쨌든 여 씨 가문의 호텔인데, 누가 감히 여윤아가 입찰 받은 약재들을 훔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다.그렇게 30분 후, 두 사람은 약재를 가지고 호텔을 떠났다.“임건우! 나 좀 데려다줘!” 여윤아가 말했다.그녀는 방금 강주 대학교에서 호텔로 왔다. 그녀의 그 대단한 롤스로이스 차가 마침 고장이 나서, 그녀는 아까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또한 그녀의 손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물건들이 들려져 있었다. 대략적인 가치는 수백억 원이 넘을 것이다. 확실히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다주지 않으면, 행여나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응!”임건우는 그렇게 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여윤아가 자신에게 대하던 태도도 많이 좋아졌으니, 예전만큼 지내는 게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그는 그렇게 자신의 M8의 시동을 걸었고, 여 씨 네 저택으로 향했다.하지만 그 두 사람은 누군가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하였다. 그들이 막 출발하자 뒤에 검은색 차 한 대가 따라갔다. 안에 타고 있던 그 남자는 곧장 전용 무전기로 보고하였다. “목표물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
임건우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우선 딸을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눈앞의 무덤을 살펴봤다.이 무덤은 다른 것들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위치도 가장자리에 있었고 심지어 묘비조차 없는 작은 흙무더기에 불과했다.임건우는 견곤검을 꺼내 들고 바로 파헤치기 시작했다.3~5분 정도 지나자, 임건우는 무덤 속에서 돌로 된 관 하나를 발견했다.그 관을 열어 본 순간, 그는 멍해졌다.안에는 살아 있는 듯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불타오를 듯한 붉은 고풍스러운 장포를 입고 있었으며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허리까지 흘러내린 긴 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심지어 눈까지 뜬 채였다.“뭐야, 설마 진짜 살아 있는 거야?”오랫동안 살펴봤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안심한 임건우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흙 한 덩어리가 혼돈 나무를 흥분시키는 원인임을 알아차렸다.‘이게 대체 무슨 흙이지? 혼돈 나무를 이렇게까지 들뜨게 하다니?’혼돈 나무의 투영이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돌아가더니 직접 뿌리 하나를 뻗어 그 흙을 감아올려 가져갔다.그때 임건우의 시선이 여자의 손목으로 옮겨갔다.손목에는 붉은 끈이 매여 있었고 그 끈에 매달린 보랏빛 신비로운 옥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자세히 보면 이 옥 안에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알아보긴 어려웠다.임건우는 중얼거렸다.“이런 보물이 이렇게 묻혀있다니 너무 아깝잖아.”“차라리 내가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는 게 낫겠네.”천신의 무덤에 묻힌 자들은 대부분 대단한 인물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묻힌 물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여자의 관을 다시 닫고 흙으로 덮어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그리고는 다른 무덤도 파보기로 했다.그는 대흑신족, 흑천신왕의 무덤을 찾아내고 힘차게 파헤쳤다.그러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이 전혀 파이지 않았다.강력한 규칙의 보호를 받는 듯했고 무리하게 파내려다가는 오히려 그 규칙의 반동으로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그는 다른 무덤들도 몇 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