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은은 값비싼 명품 옷들을 입고 있었다. 몸에 걸고 있는 가방도 샤넬 가방이었다. 한껏 부잣집 아가씨 티를 내며, 한 남자에게 기대어 있었다. 그 남자는 이미 지난번에 봤던 남자가 아니었다. 이 남자는 마흔 살이나 넘어 보이는 아저씨였다.역시나,양지은의 남자친구를 바꾸는 속도는 아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바로 이때 양지은도 임건우를 보았다.그녀는 임건우라는 걸 인지하자마자, 곧바로 매섭게 노려보았다.지난번 만성 주얼리에서 자신이 맞은 따귀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임건우에게 달려가 따지고 싶었다. 그녀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더 이상 두렵지가 않았다.그는 곧바로 임건우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야, 임건우! 이 망할 놈아! 여긴 도대체 왜 온 거야? 아, 설마 여기서 뭐라도 너한테 떨어지는 게 있을까 해서 찾아온 거야? 그렇다고 네가 떨어진 걸 받아먹을 수나 있겠어?”임건우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줍든 안 줍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양지은은 말했다. “상관이 왜 없어? 여기가 얼마나 성스러운 곳인데. 너같이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거지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이 여길 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망신시키는 행동이라는 걸 몰라?”양지은 이 여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주위에 있던 많은 여자들은 임건우를 노려보았다.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임건우를 가리키며 속닥거렸다.“생기기는 평범한 사람처럼 생겼는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거지라니. 정말 사람은 역시 자세히 봐야 한다니깐?”“쯧쯧. 요즘 젊은이들은 돈을 쉽게 벌 생각만 한다니깐. 그러니 여자한테 저렇게 빌붙어 살 생각만 하는 거겠지.”이때 양지은 옆에 있던 아저씨가 양지은에게 물었다. “자기야, 저 남자 누구야? 자기랑 도대체 무슨 사이야?”양지은은 차마 대학 시절에 자신을 찬 남자라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지금의 남자친구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창피하겠는가? 그녀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 이 개 자식? 예전에 병원에서 치료
양지은 같은 일반인이 유화의 신분을 알 리 없었다.게다가 자칭 만리상맹 부장이라는 지정수조차도 유화를 알지 못했다. 마동재의 양딸로 만리상맹에서 공주님으로 떠받들리는 유화였기에 프라이빗 클럽의 핵심 요원들에게만 잠깐씩 얼굴을 비춘 것이 원인이었다.지정수는 만리상맹에서 어느 작은 부서의 부장에 지나지 않았다.원지혁은 유화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직접 나서서 유화의 신분을 밝힐 이유는 없었다. 그는 사람들 틈에 서서 명을 재촉하는 양지은의 모습을 비웃음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재밌군!’누구든지 유화의 심기를 거스른 날은 사방에 피가 튕긴다.하지만 이곳에는 그걸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양지은의 선동에 넘어간 사람들은 자신이 뭐라도 된 것처럼 유화를 향해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얼굴도 예쁜데 술집 일을 하는 여자인 줄은 몰랐네.”“어디 술집이야? 나도 한번 가서 보고 싶어.”“저 외모와 몸매면 하룻밤에 2백만 원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어!”임건우는 조용히 유화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예쁜 눈동자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그녀는 양지은에게 다가가서 차갑게 물었다.“말 다 했어?”양지은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유화를 쏘아보며 받아쳤다.“뭐? 네가 한 짓을 생각해 봐. 대낮에 이런 차림으로 다니는 게 정상이야? 술집은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시간인데 넌 참 부지런하게도 벌써 영업 준비를 끝냈네? 내가 아는 재벌 도련님들이 좀 되는데 소개 좀 시켜줘?”짝!유화는 양지은을 내려다보며 손바닥을 들어 그녀의 귀뺨을 날려 버렸다. 유화는 여자들 중에서도 키가 꽤 큰 편이었고 양지은보다 족히는 10cm 정도 키 차이가 났다.양지은의 한쪽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부어올랐다.그녀가 비명을 지르자 이빨 한 조각이 입에서 튀어나왔다.“악! 이 미친 여자가 감히 나한테!”양지은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유화에게 달려들었다.짝!하지만 또 한번의 귀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이번에는 이빨 두대가 부러졌다.코에서도 피가 나고 한쪽 눈도
필두에 선 남자가 지정수에게 고개를 돌렸다.지정수는 미리 준비한 사원증을 남자에게 내밀었다. 필두에 선 남자는 만리상맹의 경호 팀장 중 한 명이었다. 사원증을 확인한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만리상맹의 영업부장을 건드린 자가 누구지? 당장 앞으로 나와! 그러면 똑같이 다리 하나 부러뜨리는 거로 마무리할 테니까.”이 상황을 기다리고 있던 양지은이 유화를 가리켰다.“저 여자예요. 저 술집 여자가 제 남자친구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제 이빨까지 부러뜨렸어요. 당장 때려눕혀서 철창에 가두어요!”유화에게 시선을 돌린 남자의 표정이 당황함으로 달아올랐다.“유화….”“나야!”유화는 상대를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담담하게 대꾸했다.경호 팀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지정수는 유화의 얼굴을 모르고 있었지만 경호 팀장인 그는 오고 가며 유화와 몇 번 마주친 적 있었다.지정수가 신분을 믿고 나대다가 제대로 임자를 만난 상황이었다.‘아니지! 저 미친 여자가 우리 유화 아가씨를 감히 술집 여자라고!’양지은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뭘 머뭇거리고 서 있어요? 당장 때려눕히라니까요?”짝!남자의 손바닥이 양지은의 얼굴을 쳤다.양지은은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코와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악! 저 미친 여자를 치라니까 왜 나를 치고 있어요!”짝! 짝!계속되는 마찰음.바닥에 쓰러진 양지은은 말할 기운조차 없었다.당황한 지정수가 따지듯 물었다.“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 미친 여자를 혼내달라고 했지 언제 내 여자를 때리라고 했습니까?”그랬다. 경호 팀장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이유는 뭘까?구경하던 사람들도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경호 팀장이 말했다.“당신이 눈이 멀어서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를 건드렸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그는 다리를 들어 지정수의 성한 다리를 걷어찼다.“만리상맹에서 만리상사 영업부장으로 일하면서 유화 아가씨를 몰라보다니! 그런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부장 배지를 달아?”“악!”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유화가 임건우의 팔을 잡아당겼다.“오빠, 우리 가자! 돌덩이로 도박하는 건 이길 확률이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대. 오빠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이런데 관심 가질 이유가 없잖아? 우리 돌아가서 약이나 가지고 놀자!”약을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그들을 모르는 사람들 귀에는 다른 의미로 들렸다.두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미묘해졌다. 만리상맹의 유화 아가씨가 사적으로는 이렇게 개방적인 사람이었던가?하지만 그런 말을 감히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간 큰 자는 없었다.임건우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몇 개만 사서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유화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마음에 드는 거 골라. 내가 들어줄게.”전형적인 현모양처의 모습이었다.사람들은 부러움과 질투의 눈빛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유화의 신분을 제치고라도 외모만 봐도 그녀와 비길 수 있는 여자가 거의 없었다. 유화의 마음을 얻은자는 만리상맹에서 자연스럽게 떠받들리는 존재가 될 테니 신분 상승까지 되는 셈이었다. 바보 온달도 평강공주 덕분에 장군으로 이름을 날리지 않았는가.임건우는 가게 안의 원석을 한번 둘러보고 영기를 내뿜는 원석 세 개를 골라냈다. 그는 유화의 도움도 거절하고 직접 다가가서 원석을 골라냈다.하나는 좀 크고 나머지는 작은 원석이었다.큰 원석은 크기가 의자 하나만 했다.작은 원석도 농구공과 비슷한 크기였다.원석 도박 마니아인 원지혁은 임건우가 고른 원석을 보자 고개를 흔들며 다가와서 말했다.“임 선생님, 이것들은 잘 팔리지도 않는 원석이에요. 게다가 잘게 쪼개도 옥을 건질 확률이 거의 없고요. 다른 걸 골라 보실래요? 제가 옥석에 관해 잘 알거든요. 제가 한번 봐 드릴 수 있어요.”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습니다. 제가 필요한 건 이 세 개예요.”원지혁은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결국엔 입을 다물었다.그는 유화가 오빠라고 부르는 이 남자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유화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구경꾼들도 백무령의 등장에 용기를 얻은 듯, 제 의견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원석은 마 사장 가게에 일 년이나 묵혀 있었던 건데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광택도 없는 것이 딱 봐도 그냥 돌덩이 같은데 전문가라면 저런 돌을 안 사죠. 원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면 모를까.”“유화 아가씨의 친구라는 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요?”사람들의 말을 들은 유화는 살짝 원망 어린 눈빛으로 임건우를 흘겨보았다.임건우는 백무령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여기서 옥이 나오면 어쩌실 겁니까?”백무령이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대꾸했다.“똥통을 구르던 돌에서 옥이 나오면 내가 이 돌을 삼킬게요.”“좋아요. 그럼 약속한 겁니다?”임건우는 전에 모소정도 백무령과 비슷한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따지기 귀찮아서 도망치게 내버려 두었지만 백무령은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사장님, 이거 절단해 주세요. 조심스럽게 부탁해요.”임건우가 말했다.유화가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냥 갈까?”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백무령은 그녀의 오랜 라이벌이었다. 그는 풍연경의 사람이었고 두 사람은 대결을 한 적 있었는데 그때 유화가 보기 좋게 패배했다. 그래서 백무령 앞에서 만큼은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임건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백무령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유화를 바라보았다. 돌을 절단했는데 꽝일 경우 어떻게 할 거라는 제안도 하지 않았다. 유화의 똥 씹은 표정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질 거라고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그래서 돌을 먹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이다.지이잉-절단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강주 지하 세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원석 도박을 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원석에서 옥이 나올까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유화의 오빠라는 사람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더 기대하고 있었다.이유는 간단했다.
놀란 사람은 백무령뿐이 아니었다.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 원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미 핸드폰을 꺼내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SNS에 올려서 자랑하려는 것이다.가게 주인 마 사장은 초록빛 반짝이는 원석을 보고 눈이 돌아갈 것 같았다. 아직 절단하지 못한 면도 있는데 이미 드러난 부분만 봐도 채도나 광택이 예사롭지 않았다. 최상급 에메랄드 원석이었던 것이다. 이걸 시장가로 환산하면 최소 2백억이었다.2백억! 누가 감히 상상이라도 했을까!1년이나 이 원석을 구석에 처박아 두었는데 이런 보석이었을 줄이야! 후회막급이었다.하지만 이건 결국 운이었다.원석 장사로 생계를 유지한지 몇십 년 되는 마 사장조차 이런 최상급 원석은 오늘 처음으로 구경했다.구경꾼들 중 한 중년 남자가 입을 열었다.“이 원석 얼마에 팔 건가? 내 160억을 지불하지.”임건우는 원석에서 느껴지는 진한 영기를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중년 남자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원지혁이 콧방귀를 뀌며 끼어들었다.“이봐, 오 사장. 또 사기를 치려 드네? 160억? 이미 드러난 부분만 해도 그 가치가 160억은 훨씬 넘겠구만! 꿈도 꾸지 마.”오 사장이라 불리는 남자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원지혁 자네도 이게 마음에 들어? 그런데 돈은 있어?”임건우는 조작사에게 고개를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작업 계속하시죠.”오 사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 이 원석을 200억에 사겠네. 젊은 친구, 더는 못 줘.”금방 구경꾼 대열에 합류한 오 사장은 아직 유화의 신분을 모르고 있었기에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임건우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임건우는 그 손을 떨쳐내며 냉랭하게 대꾸했다.“안 팝니다. 2천억을 주신다고 해도 이건 안 팔아요.”오 사장이 차가운 비웃음을 터뜨리며 반박했다.“젊은이, 쉽게 온 행운은 쉽게 새어나가는 법이야. 값어치를 쳐주는 사람이 있을 때 파는 게 좋아.”그는 사람을 찾아 강탈을 해서라도 원석을 손에 넣을 궁리만 하고 있었다.하지만
지는 것을 싫어하는 유화의 승부욕이 발동되었다. 수련의 경지가 크게 상승하면서 이 얄미운 녀석을 언제 혼내줄까 기회만 노리고 있었기에 당연히 주먹도 가차 없었다.“하! 유화 네가 나한테 어떻게 패배했는지 벌써 잊은 거야? 팔은 아직도 아플 텐데?”그때 그와의 대결에서 유화는 한쪽 팔이 골절된 적 있었다.“도망가!”사람들은 다급히 현장을 벗어났다.하지만 격하게 붙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싸움은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났다.백무령이 유화를 향해 다리를 뻗었는데 유화가 그의 발목을 잡아 바닥에 내팽겨쳤던 것이다.백무령의 팔이 원석에 부딪치며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젠장! 언제 마스터까지 도달한 거야!”유화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야 백치, 앞으로 나 보면 피해 다녀. 그리고 내기에서 했던 약속은 지켜야지.”그녀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원석 찌꺼기를 집어 백무령의 입에 욱여넣었다. 날카로운 돌조각이 그의 입안에 생채기를 내면서 피가 흘러나왔다.그리고 그 순간, 오 사장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그제야 임건우 옆에 있던 여자가 만리상맹의 유화 아가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강도를 보낼 생각을 했었다니, 등 뒤에 식은땀이 돋았다.30분 뒤.임건우의 손에는 나머지 두 원석의 절단면이 들려 있었다.현장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절규했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하늘이 도왔나?”“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네.”“세 개 다 에메랄드 원석이었다니! 세상에나!”일부는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했다.“가자!”임건우가 유화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가치가 어마어마한 에메랄드 원석을 챙기고 원지혁에게서 낡은 화로를 챙긴 뒤, 차를 타고 태운 별장으로 돌아갔다.다행히 화로가 크지 않았고 오늘을 대비해 유화가 공간이 큰 SUV를 끌고 나왔기에 차를 따로 부를 필요도 없었다.“오빠!”유화가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임건우를 불렀다.“왜?”“오빠는 어떻게 이렇게 뭐든 다
임건우는 우나영과 유화에게 외출을 알린 뒤, 다급히 유가연의 집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그는 마음이 착잡했다.심수옥이 골동품 거리에서 원석 도박을 했을 줄이야! 그녀가 자신을 봤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만약 자신이 산 세 개의 원석이 전부 최상급 에메랄드 원석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심수옥 성격에 당장 내놓으라고 윽박지를 것이 분명했다!퇴근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혔다.임건우는 40분이나 걸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아니나 다를까, 세 모녀가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하고도 2남 1녀가 거실에 있었는데 여자는 임건우도 아는 사람이었다. 평소 심수옥과 언니 동생 하면서 자주 집을 들락거리던 장평이었다.장평은 평소처럼 심수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수옥 언니, 수철이 좋은 사람이야. 내가 자라는 걸 다 지켜봤거든? 지금은 대기업 부장까지 달아서 연봉도 2억이나 받아. 이런 남자를 어디 가서 찾아? 빨리 승낙해. 언니만 승낙하면 이제 가족이 되니까 저번에 빌려 간 1억은 없던 걸로 해준다니까?”그 말을 들은 임건우는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는 유지연이 결혼상대는 아닐 것이다.그는 홧김에 달려가서 다짜고짜 따졌다.“내가 눈 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지금 누구 마누라를 넘봐요? 내 마누라 넘본 놈은 평생 후회하며 살게 해줄 겁니다!”장평은 임건우를 힐끗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이 무능한 놈이 어디서 대화에 끼어들어? 네가 대화에 낄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 네가 뭔데?”그녀의 태도가 이런데는 평소 심수옥이 임건우 험담을 많이 한 까닭이었다.유가연은 다급히 임건우의 손을 잡아끌며 작은 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나 아니야. 상대가 원하는 건 우리 엄마야.”“뭐… 뭐? 장모님?”유가연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장수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자식이 우리 엄마를 좋아한대.”임건우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심수옥은 올해 46세, 장수철은 많아봐야 30살 좌우였다. 그런데 자기보다
임건우는 당연히 당자현을 탓하지 않았다.오히려 끝없는 마음의 아픔만이 느껴졌다.임건우는 천천히 다가가 당자현을 부드럽게 품에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왜 이렇게 바보 같아? 임신한 걸 알면서도 이런 곳에 오다니... 많이 힘들었지? 다행히 지금은 무사하지만, 만약 네가 사라지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당자현은 임건우의 얼굴을 감싸며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당자현의 눈은 임건우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가득 채우며 마치 세상에 그저 둘만 있는 것처럼 깊은 눈길을 보냈다.당자현은 감정을 담아 속삭였다.“난 이 삶이 이렇게 끝날 줄 알았어. 우리의 인연은 아마 다음 생에서야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이렇게 찾아와주니까... 이제는 내가 죽어도 아쉬움이 없어.”임건우는 당자현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지.”“맞아, 네 말이 맞아! 자기야...”당자현은 망설임 없이 임건우에게 입맞춤했다.둘의 입술이 닿자 점점 숨이 가빠지고 감정이 고조되었다.백옥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땅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부영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임건우와 나지선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기에 이 상황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 당시 자신도 그들과 함께 있었고 임건우가 그녀를 안을 때 그 어떤 감정을 느꼈든 기억이 떠올랐다.부영록은 잠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런 감정은 이제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부영록은 잠시 후 고개를 돌려 다른 일을 했다.“이 무기들, 품질이 꽤 괜찮군.”백옥은 시체에 꽂혀 있던 여러 개의 비검을 뽑아들고 세심히 살펴보았다.각각의 검은 마치 정수를 담고 있는 듯한 기운을 발산하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검 위에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것이 마치 작은 진법처럼 보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모든 무기에는 천병각이라고 새겨진 세 글
푹!피가 하늘을 찌르며 쏟아지고 시체가 널브러졌다.신풍곡의 200명 넘는 고수들, 그중에서도 그 최고 지도자인 장문까지 한 방에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신풍곡 장문의 목에는 긴 칼이 꽂혀 있었다.그의 눈은 크게 뜨였고 고통스럽게 한마디를 남겼다.“어떻게... 이런 일이... 안에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냐?”하지만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순간적으로 생명의 기운이 사라지고 눈을 영원히 감았다.그때 임건우와 일행의 마음속에는 큰 충격이 일었다.자연 신전 안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 사람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심지어 부영록까지 눈이 휘둥그레져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 안의 여자가 그들을 죽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이렇게 한 번의 손짓으로 200명이 넘는 고수들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면 그들이 죽는 것은 단 한 번의 손동작으로 해결될 것이다.임건우가 당자현에게 물었다.“자현아, 그 안에 있는 사람, 대체 누구야?”당자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도 몰라. 난 이곳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백호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지.”그들이 말하는 사이 청동 고전의 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쿵!끽!금속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만으로도 문이 얼마나 오랫동안 닫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청동문에 낀 청록색과 먼지들이 그 문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마치 이 문이 1만 년을 넘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 무게감과 고대의 느낌이 났다.딸각딸각...발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임건우 일행은 모두 뒤로 물러서며 긴장했다.그리고 그들 앞에 등장한 것은 백발에 깊은 주름이 새겨진 할머니였다.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의 머리는 엉망이었고 얼굴의 절반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이 시대의 것이 아니었고 전혀 다른 시대의 옷처럼 보였다. 그녀의 전신에서
“흑흑흑, 흑흑흑.”울음소리가 청동 고전의 전당에서 퍼져 나왔다.그 울음소리는 간헐적이고 때로는 높은 음으로 때로는 낮은 음으로 이어졌지만, 강력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마치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울음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울음소리는 모든 생명에게 슬픔을 강하게 전파했다.그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즉시 그 감정에 휘말려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심지어 정신력이 약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통곡하다가 마음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통스러웠다!엄청난 고통이었다!임건우는 자신의 정신력으로 고전의 전당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으려 애썼다.임건우가 가진 정신력은 이미 엄청나게 강력했지만, 한때 취혼관에서 얻었던 힘 덕분에 한층 더 강해졌음에도 그 울음소리는 여전히 임건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부영록은 그나마 괜찮았다.백옥은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백옥은 육체적으로 강했지만, 정신력은 임건우보다 약했기에 울음소리에 즉시 영향을 받았다.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급기야 백옥은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그때, 당자현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에서 하얀빛이 번쩍였고 그 빛 속에서 기이한 문양들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그 하얀 빛은 실처럼 길게 퍼져 나가며 반구 형태의 보호막을 형성했다.그 보호막은 임건우와 백옥, 부영록을 감쌌다.이것은 정신력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다.울음소리가 그 방어막에 부딪히자, 보호막의 문양들이 떨며 황금빛 기운을 발산했고 그 울음소리의 대부분을 막아냈다.“저 울음소리는 대체 누구의 울음소리인가?”“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아파요... 흑흑흑... 못 참겠어요... 울고 싶어요...”문파 사람들은 무작정 울기 시작했다.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울음소리에 휘말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때, 갑자기 울음소리가
공 장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흩어져라! 모두 흩어져!”공 장로는 크게 외치며 가장 먼저 옆으로 물러섰다.임건우를 한눈에 보고 절대 고수로 착각한 것이다.자신의 희귀한 영보를 그렇게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다면 임건우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이 틈을 타, 임건우는 쉽게 당자현에게 다가갔다.이 순간의 당자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마치 천계에서 내려온 신선 같은 모습이었지만,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임건우는 천천히 걸어 당자현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당자현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현아, 내가 왔어.”“자기야!”당자현은 고개를 살짝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임건우를 올려다보았다.당자현은 바로 임건우의 품에 뛰어들었다.“크악!”이때, 금강마원이 상황을 알아차렸다.한 인간이 당자현 곁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에 그의 눈에서 핏빛 살기가 번쩍이며 천지를 울리는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이 갑자기 두 배로 불어나더니 발을 세게 구르며 중력 영역을 다시 펼쳤다.순식간에 적들을 반쯤 쓰러뜨리고 바람처럼 임건우를 향해 돌진했다.“건우야! 조심해!”백옥이 외치며 금색 대검을 들고 달려왔다.그 대검은 그녀 몸집보다 두 배는 커 보였고 무게는 상상조차 어려웠지만, 그녀는 그것을 손쉽게 다루며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왔다.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날린 비검이 백옥을 향해 날아왔지만, 백옥은 가볍게 그 비검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갔다.백옥이 들고 있는 대검 역시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뒤이어 부영록도 달려왔다.임건우는 커다란 비밀을 품고 있었기에 부영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건우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때 당자현이 갑자기 눈부신 하얀 손을 들어 올리며 금강마원을 향해 소리쳤다.“백호야, 안 돼! 멈춰!”쿵!쾅!금강마원은 당자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이 될 뻔했던 돌진을 멈추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옆에 있는 거대한 청동 기둥
“누구냐!”임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문파 사람들에게 발각되었다.한 노인이 크게 외치며 오색 찬란한 빛을 띤 검을 휘둘렀다.날아든 검은 임건우를 허리부터 반으로 베려는 기세였다.그 순간, 임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압도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지금껏 겪어온 어떤 위험보다도 강렬한 공포였다.임건우는 본능에 따라 최강의 방어술인 현무방갑술을 발동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온몸에 무수한 주술 문양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임건우는 이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려 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백옥은 겁에 질려 얼굴을 돌렸다.“안 돼...”부영록도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멍청하네. 이렇게 무모하게 덤비다니... 이 정도 실력으로 문파 고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으려 하다니 그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거잖아.”푹!임건우가 힘겹게 형성한 현무방갑술은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냈다.방패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검날이 임건우의 몸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임건우의 몸속에 있던 혼돈 나무가 살며시 가지를 흔들었다.회색빛 혼돈 원기가 검날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슛!순식간에 혼돈 원기가 검날을 휘감더니 그 검을 통째로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빨아들였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임건우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임건우는 죽기는커녕 혼돈 원기가 그 검마저 흡수해버린 것이다.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임건우는 급히 자신의 몸속을 내시했다.그리고 자복궁 안에서 한 가지 광경을 발견했다.그 검은 지금 혼돈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검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검신에는 세밀한 문양과 부적 같은 각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검은 조금 전 금강마원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신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법력이 강했던 검이 이런 처지로 전락하다니.그러자 임건우는 혼돈 나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를 문득 깨달았다.그동안 임건우는
‘이건 무슨 개념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임건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독수리 부대에 이런 전력이 있었다면 고대 결계 저편에서 벌써 승리하지 않았겠어?’부영록이 말했다.“너 아직 못 알아챘어? 저 사람들 옷이 전부 같은 디자인이잖아. 이건 같은 문파 소속이라는 증거야. 아마도 문파 내에서 누군가 자연 신전을 발견하고 이를 문파 고위층에 보고했을 거야. 그래서 문파의 전력을 총동원해 자연 신전을 탐색하러 온 거지.”부영록의 말에 임건우와 백옥은 그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저 흰 털 원숭이가 설마 금강마원이야?”“그런데 체형이 우리가 발견한 발자국과 전혀 맞지 않잖아. 혹시 이건 새끼고 진짜 큰 게 따로 있는 건가?”부영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금강마원은 체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만약 천 장 크기로 변신했다면 인간의 이런 연합 공격 앞에 커다란 표적이 되는 셈이잖아. 그러면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테니까. 이 정도 크기라도 여전히 너무 큰 거고.”그들은 금강마원의 몸을 둘러싼 청색 강기를 발견했다.마치 방어막처럼 보였고 인간들의 법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고수로 보이는 노인 몇 명의 무기는 심상치 않았다.먼저 은빛 채찍이 하나 있었다.길이가 무려 백 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채찍이 금강마원의 몸에 닿을 때마다 공간이 뒤흔들렸고 금강마원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비록 청색 강기가 뚫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다.또 하나는 새빨간 영검이었다.그 칼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금강마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였다. 칼이 닿을 때마다 금강마원의 몸에 피구멍이 뚫렸고 땅에는 피가 흥건히 고였다.“으악!”그 순간, 하늘을 찢을 듯한 고음이 전장을 뒤덮었다.갑자기 전장에 난입한 한 여성이 전투가의 노랫소리를 터뜨렸다.그 소리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정신력을 담고 있었다.마치 아홉 하늘의 천둥과 끝없는
눈앞에 펼쳐진 청동 고전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거대한 고전은 원시 숲 깊은 곳에 우뚝 서 있었고 그 끝이 구름 속에 닿을 정도로 높았다.마치 하늘 위의 신성한 도시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고전은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표면에는 푸른 녹이 내려앉아 있었다.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고대의 아득한 세월을 넘어온 듯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세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했다.임건우와 백옥은 이 고전이 뿜어내는 웅장한 기세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부영록은 놀란 눈으로 말문을 열었다.“이거... 설마 자연 신전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걸.”임건우와 백옥은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 자연 신전이라고요?”“그게 뭔데? 신들이 사는 곳인가?”부영록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자연 신전은 자연의 규칙을 담고 있는 장소야.전설에 따르면, 자연 여신이 도를 깨우치며 규칙을 응집시켰던 곳이지. 삼국 시대, 자연 여신이 신이 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 여자였다고 해.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기회를 잡아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이 신전에서 도를 깨우치며 3천 년을 수련했대. 그렇게 신성에 도달한 그녀는 전무후무한 자연 여신이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자연 신전도 자취를 감췄지. 그 후로 만 년 동안 수많은 선역과 태고 성지에서 이 자연 신전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데 여기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부영록의 눈빛이 열정으로 타올랐다.“크아!”그때 갑작스럽게 금강마원의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더 강렬한 소리와 함께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전해졌다.숲은 땅이 흔들리며 흔들렸고 나무가 휘청였으며 바위들이 굴러내렸다.그뿐만 아니라 하늘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검광이 솟구쳤고 찬란한 빛 무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분명 앞쪽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백 리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세 사람조차도
주변의 천지 영기가 말도 안 되게 진했다.임건우가 공법을 전환하자마자 그의 몸 주변에 수많은 영기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끝도 없는 영력이 마치 물고기 떼처럼 그의 몸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그것도 아주 순수한 영력이었다.임건우는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그때 부영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뭔가 이상한데?”부영록은 주변 환경을 살피며 말했다.“이 발자국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자연 속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건 꽤 비정상적이야.”백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앞에 있는 숲을 봐봐.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이잖아. 이런 곳에 자연의 기운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아?”그러나 부영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넌 모르는 거야. 내가 말하는 자연 속성은 자연 규칙이 담긴 속성을 말하는 거야. 영기와는 아주 다른 개념이지.”임건우가 부영록을 보며 물었다.“그러니까 뭘 의미하는 거죠?”부영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자연 속성의 규칙은 일종의 신의 힘이야. 그걸 자연선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런 게 그냥 생기는 게 아니야. 그리고 금강마원 같은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 말은 어쩌면 이 안에...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야.”“신이라고?”임건우와 백옥은 깜짝 놀랐다.특히 백옥은 더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세계의 규칙이 불완전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로서는 신의 존재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삼천 년이라는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지구에서는 단 한 명의 신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그것은 완전히 깨진 허공 너머에 있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꿈 같은 존재였다.백옥이 입을 열었다.“삼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삼천 년 동안 이 땅에 신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부영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그건 확실히 알 수 없지.”그렇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자연 속성의 규칙의 힘은 그들에게 있어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기회였다
임건우는 몹시 걱정스러웠다.이렇게 거대한 금강마원을 당자현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생각 끝에 고대 결계에서 요수와 수십 년간 싸워온 백옥이 이 원시의 거대 요괴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즉시 가나절의 문을 열고 백옥을 불러냈다.“금강마원이란 게 대체 뭔가요?”하지만 의외로 백옥은 그 이름을 듣고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금강마원? 처음 듣는데?”백옥은 하늘로 날아올라 거대한 발자국의 전모를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큰 발자국이 있을 수 있어? 그렇다면 이 고릴라는 대체 얼마나 크다는 거야?”옥 목걸이를 매고 있던 부영록이 입을 열었다.“금강마원은 고대 태고 시대에서 기원한 존재로 원시의 이형종이야. 태고 요계에서도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존재 중 하나로 금강마원 중 최강자는 심지어 신체를 이룰 수 있고 한 주먹으로 행성을 부수고 한 발로 허공을 찢어 놓을 수 있다네.”임건우와 백옥은 부영록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그때 백옥은 부영록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깜짝 놀라 말했다.”응? 너 중해의 치안 관리관이었던 나문천의 딸 아니야?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너의 수련 수준은...”부영록은 백옥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비록 지금의 백옥이 부영록보다 높은 수련 단계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부영록의 눈에는 여전히 발끝으로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 뿐이었다.부영록은 백옥의 질문에 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신 임건우에게 말했다.“만약 네 여자가 정말 금강마원을 만난 거라면 미안하지만 결과는 뻔해. 그건 십중팔구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결말이야. 금강마원은 몹시 흉포하고 잔인해서 네 여자는 아마 단번에 한입에 삼켜졌을 거야.”임건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임건우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난 그녀의 시신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난 믿을 수 없어.”세 사람은 그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30분 동안 반경 50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