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우는 우나영과 유화에게 외출을 알린 뒤, 다급히 유가연의 집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그는 마음이 착잡했다.심수옥이 골동품 거리에서 원석 도박을 했을 줄이야! 그녀가 자신을 봤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만약 자신이 산 세 개의 원석이 전부 최상급 에메랄드 원석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심수옥 성격에 당장 내놓으라고 윽박지를 것이 분명했다!퇴근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혔다.임건우는 40분이나 걸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아니나 다를까, 세 모녀가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하고도 2남 1녀가 거실에 있었는데 여자는 임건우도 아는 사람이었다. 평소 심수옥과 언니 동생 하면서 자주 집을 들락거리던 장평이었다.장평은 평소처럼 심수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수옥 언니, 수철이 좋은 사람이야. 내가 자라는 걸 다 지켜봤거든? 지금은 대기업 부장까지 달아서 연봉도 2억이나 받아. 이런 남자를 어디 가서 찾아? 빨리 승낙해. 언니만 승낙하면 이제 가족이 되니까 저번에 빌려 간 1억은 없던 걸로 해준다니까?”그 말을 들은 임건우는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는 유지연이 결혼상대는 아닐 것이다.그는 홧김에 달려가서 다짜고짜 따졌다.“내가 눈 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지금 누구 마누라를 넘봐요? 내 마누라 넘본 놈은 평생 후회하며 살게 해줄 겁니다!”장평은 임건우를 힐끗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이 무능한 놈이 어디서 대화에 끼어들어? 네가 대화에 낄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 네가 뭔데?”그녀의 태도가 이런데는 평소 심수옥이 임건우 험담을 많이 한 까닭이었다.유가연은 다급히 임건우의 손을 잡아끌며 작은 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나 아니야. 상대가 원하는 건 우리 엄마야.”“뭐… 뭐? 장모님?”유가연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장수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자식이 우리 엄마를 좋아한대.”임건우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심수옥은 올해 46세, 장수철은 많아봐야 30살 좌우였다. 그런데 자기보다
그러자 심수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 4억? 너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어?”임건우는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그는 당장 이 귀찮은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서 제련을 연구하고 싶었다.“차용증이랑 계좌 가져와. 우리 장모님이 빚진 돈, 내가 갚지.”장평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따지고 들었다.“자네 돈은 있어? 고작 몇 달 전에 2천만 원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구걸이나 하던 주제에? 어디서 부자 행세야?”임건우의 서슬 퍼런 눈빛이 장평에게 닿았다. 그제야 장평은 오싹함을 느끼며 어깨를 움찔했다.“아줌마, 우리 장모님이 머리가 별로 안 좋지만 그래도 이러는 건 아니죠. 둘이 짜고 치는 거라면 둘 다 내 손에 무사하지 못해요.”임건우가 차갑게 말했다.심수옥이 발끈하며 소리쳤다.“내가 바보라는 얘기야?”임건우는 장모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어린놈이 어디서 협박질이야!”장평의 남편이 임건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임건우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의 주먹을 쳐냈다. 그러고는 상대의 목을 움켜잡고 가볍게 들어 올렸다.“내 말 똑똑히 기억하세요. 내 가족들한테 사기 치지 말라고요!”그가 손을 놓자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숨을 헐떡였다.딩동!입금 문자가 울렸다.임건우는 장수철에게 1억을 입금한 뒤, 차용증을 찢어버렸다.돈을 돌려받은 장씨네 가족들은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났다.임건우는 유가연의 손을 끌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조용히 물었다.“당신 돈이 부족해?”유가연이 피곤한 기색으로 말했다.“최근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재를 대량 구입했거든. 회삿돈이 좀 부족해서 내 돈으로 먼저 자재 구입을 했어. 그러고 나니까 남은 돈이 얼마 없네. 잔금만 입금되면 오늘 돈은 바로 돌려줄게.”임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갚을 필요 없어. 내 돈은 당신 돈이기도 하니까. 여기 20억 있어. 일단 이거 써.”유가연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주 대표가 준 거야? 안 돼. 이 돈은 받을 수 없어.
유지연은 핸드폰을 꺼내 학교 단톡방에서 영상 하나를 찾아냈다.유가연과 심수옥도 궁금한 얼굴로 다가왔다.유씨 건자재의 성남 지사 대표인 유가연도 1억이 천억으로 변한 경이로운 숫자에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 원석 왕자의 얼굴이 궁금해졌다.그녀는 원석 도박에 관해 알고 있었다.원석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 재산을 다 잃고 빚더미에 눌러앉아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그래서 유가연은 원석 도박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감정 기계를 가져와도 원석을 절단하기 전에는 그 안에 옥이 들어 있는지 분간할 수 없다.하지만 이 왕자님이라고 불리는 자는 원석 세 개를 구매했는데 세 개 다 보석이었다.이게 과연 운일까?운이라면 이건 하늘의 뜻이다!유지연도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다.“평범한 사람은 절대 고르지 않을 원석 세 개를 골랐어. 그리고 그건 최상급 에메랄드 원석이었지. 내 친구 아버지가 원석 도박계에서 조금 이름이 있는 분인데 정상적인 사람은 절대 저걸 구매하지 않을 거래. 저 왕자라는 사람은 하늘의 뜻이거나 아니면 초능력자가 분명해.”유지연의 눈빛에 동경심이 가득했다. 임건우는 그런 처제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그가 걱정하는 건 영상 속에 자신의 얼굴이 담겼는지 여부였다.가까이 다가가서 영상을 끝까지 확인한 그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 영상에 그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하지만 유화가 찍혔다.이 영상을 촬영한 작자는 특별히 유화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아마 유화의 신분과 미모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임건우는 유화에게 가려져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유가연이 말했다.“이건 여자잖아. 원석 왕자라면서? 설마 저 여자가 왕자야?”유지연이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언니, 이 여자 잘 모르지? 이 여자 신분이 글쎄 기가 막힌다니까? 유화 아가씨라고 불리는 여자야.”“유화 아가씨?”유가연은 멈칫하더니 이내 비명을 질렀다.“만리
게다가 엄마와 동생은 옆에서 방해만 하고 있었다!심수옥은 임건우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주방에 가서 밥상이나 차려. 오늘 하루 종일 굶었더니 배고파!”유가연이 말했다.“이 시간에 무슨 밥이야. 내가 살 테니까 밖에 나가서 먹자.”그러자 심수옥이 말을 바꾸었다.“이제 가도 돼. 백수한테 밥까지 사줄 의무는 없으니까.”유지연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우리 집은 자선 기업이 아니야.”유가연은 미칠 것 같았다. 이 밤중에 달려와서 빚 1억까지 해결해 줬는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그녀가 뭐라고 하려는데 임건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마침 나도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당신… 일 너무 무리하지 말고 돈 부족하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대볼게.”심수옥이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무슨 수로 돈 문제를 해결해? 또 가짜 수표를 만들어서 내밀려고? 무능한 놈, 당장 꺼져! 너만 보면 짜증 나니까.”참 이기적이고 비논리적인 여자라고 임건우는 생각했다.여기 있을 마음이 사라진 임건우는 바로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원석 왕자의 명성은 강주 SNS에서 잠시 뜨겁다가 이튿날 사라져 버렸다.업계 사람들만 가끔 그 신비한 남자를 떠올리며 동경 어린 눈빛을 보일 뿐이었다.임건우는 지하실에 틀어박혀 다리 하나가 부러진 화로를 연구하고 있었다. 화로의 겉면을 깨끗이 씻어내니 내벽에 새겨진 낡은 법진이 보였다.천의도법에서도 법진에 관해 소개한 적 있었다.그중 축유의경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살릴 때 법진을 이용하여 천지 사이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하는 물질과 소통하여 환자를 치유한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별장 지하실.유화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오빠, 이 낡아빠진 화로를 연구한지 이틀이 지났어. 도대체 안에 뭐가 있다는 거야?”“재촉하지 마. 그럴수록 마음만 급해지니까.”임건우는 머리를 화로에 넣고 내벽을 관찰하며 대꾸했다.유화가 다가서며
임건우는 깨진 화로를 덥석 잡고는 머리에서 떼어냈다. 그런 다음 흥분한 얼굴로 옆 테이블로 달려가 펜을 잡고 뭔가를 적기 시작하였다. 요 이틀 사이에 그는 이미 7개의 공책을 유화가 알아볼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선배, 뭔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유화는 테이블 위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을 떠서는 임건우의 입에 넣었다. 열심히 기록 중인 임건우는 다른데 한눈팔 겨를이 없었다. 그는 깨달은 법진을 모두 적고 나서야 비로소 펜을 내려놓고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어 유화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몽땅 뺏어다가 빠른 속도로 깨끗이 먹어버렸다."ㅋㅋ, 남은 건 내가 다 못 먹고 다시 토해낸 건데....."임건우는 1초 동안 멍해 있다가 푸! 하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모두 유화의 얼굴에 뿜어내고 말았다.30분 후,임건우는 깨진 화로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화로 안의 오래된 진법은 매우 심오하여 그도 대략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천지의 영기를 불러들이는 법진으로 단약 제작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다행히 이 법진은 그 중 극히 일부만 파손되었고, 천의도법의 진법 지식을 결합하여 다시 역추리하면, 수리하는 방법을 얻을 수가 있었다. 다만 수리하는 데도 진원이 아주 많이 소모된다. 임건우는 꼬박 세 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수리를 끝낼 수가 있었다. 화로가 복구되는 순간, 이전보다 100배나 강한 에너지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피곤해 죽겠어, 좀 쉬어야지!"임건우는 화로를 내려놓고 지하실로부터 나왔다. 이때 1층의 실내 수영장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수영장에는 미녀 세 명이 다양한 스타일의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유화, 반하나 그리고 우나영이었다. 앞 둘의 매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 우나영은 비록 중년이 되었지만, 그녀는 평소 피부 관리에 매우 신경을 썼고, 요가도 자주 하며 몸매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이렇게 수
"오케이. 시간과 주소 알려줘요, 그때 찾아갈게요. ""제가 건우씨 데리러 갈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힘들게...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네, 그럼 알겠어요. 아, 이번엔 할아버지께서 요청하시는 거예요, 그러니 오해하지 마세요."이 말에 임건우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오해하지 않았는데... 청하씨의 생각이 아니란 걸 알고 있어요.""… 이만 끊을 테니 어서 와요!"이청하는 얼굴이 빨개지며 화가 좀 났다. '내 생각이 아니라고? 정말 바보 멍청이야!'임건우가 주소를 보니 강주성 서쪽에 있는 어느 주택 단지였다, 이청하의 집인 것 같다.그는 우나영 등과 이야기한 뒤 비취옥 속의 영기를 흡수하며 기운을 보충했다. 그러고는 집 밖으로 나갔다.......이씨 집에서,이청하는 거울을 비추며 꾸미는 중이었다. 옷을 십여 벌이나 갈아입었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때,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들어왔다."할머니, 마땅한 옷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우리 손녀가 정말 많이 컸구나, 마땅한 옷이 없는 게 아니란다. 뭘 입어도 완벽하지 않다고 느껴지지? 하지만 할머니의 눈에는 네가 뭘 입어도 완벽해 보여.""할머니!""같은 도리야, 만약 그 남자가 우리 청하를 좋아한다면, 설사 우리 청하가 누더기를 입고 있더라도 그의 눈엔 완벽한 천사로 보일 거야."이청하는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마구 뛰었다.“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봐야겠어, 어떻게 우리 집 남자와 여자를 모두 홀딱 반하게 만들었는지... 쯧쯧"하루 종일 정신이 없는 이청하와 하루 종일 입에서 칭찬이 끊기지 않는 이흥방을 보며 할머니는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드디어 임건우가 도착했다.딩동, 딩동! 문을 여는 순간 이청하는 심장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반면, 임건우는 오히려 평온한 표정으로 과일 바구니를 손에 들고 있다가 이청하를 보며 물었다."선생님, 옷을 거꾸로 입으신 게 아니에요?"이청하는 고개를
이흥방은 이 두 불청객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특히 이청하는 그 영감이 하는 말을 듣고는 파리를 삼키기라도 한 듯한 표정이었다.'시집 못 간다고? 노처녀? 조건이 좋은 남자들이 없다고는 왜 하지 않아?'"왕 사장, 무슨 일로 이렇게 찾아왔소? 혹시 중해 시에서 버티지 못하고 쫓겨난 게 아니오?"찾아온 사람은 왕병운이라고 이흥방과 같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선후배 사이이다. 이흥방은 왕병운보다 나이가 많고 선배이다. 하지만 돈을 좋아하는 왕병운은 의사가 되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여기저기서 사기를 치다가 결국 스승에게 쫓겨나 더 이상 제자의 자격을 인정받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돈을 버는 데 재주가 좀 있는 그는 명의가 되는 대신 웰빙센터를 차리고, 옛날 처방으로 우려낸 물에 몸을 담그면 보양할 수 있다고 떠벌렸다. 뜻밖에도 소문이 멀리 퍼져 다른 지방에 지점까지 열게 되었다. 그러나 이흥방은 그 처방의 실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비록 아무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소문이 너무 과장되었고 가격도 너무 비싸다.왕병운과 같이 온 손자의 이름은 왕중신이고, 의대생이며 외국의 유명 의대를 졸업하고 돌아왔다. 왕중신은 이청하를 한번 본 뒤부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머릿속에서 새겨두고 지워내지 못했는데, 몇 번이나 그녀를 꿈꿨는지 모른다. 그는 매번 이청하의 생각만 해도 온몸이 달아올랐다. 이때 낯선 청년인 임건우가 이청하 할머니에게 불상을 주는 것을 보며 그는 기분이 상했고, 눈에는 임건우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찼다.이때 왕병운이 거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이 선생, 귀가 먹은 게요? 손녀사위를 데려왔다고 했소, 이제부터 청하가 우리 집 손자며느리인 거요."이청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전 아직 동의하지 않았는데요?""내 손자로 놓고 말하면 아이비리그 명문대 의과 석사생이야. 우리 집에 시집오면 앞으로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야. 게다가 넌 이렇게 나이도 많은데 아직도 시집 못 가고, 이렇게 좋은 남편감을 거절하
왕병운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다가가서 임건우의 팔을 잡아당겼다."야,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청하는 내가 정한 손자며느리야! 말해봐, 얼마를 주어야 물러가겠는지?"임건우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화내려 했다. 그때 이청하 할머니가 먼저 소리쳤다. "그 손 놓지 못해? 청하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혼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어, 이건 내 손녀사위야, 이미 정해진 일인데, 왜 남의 가정 파괴하기라도 하려고?""허, 내가 말하는데 청하는 우리 집 며느리야! 이건 청하 아버지도 승낙한 일이야, 지금 와서 잡아떼려고? 왜 아들 데려다가 직접 말해보게 할까? 그리고 이선생도 잊지 마오, 그때 물에 빠져 죽을 뻔했을 때 누가 구해줬는지, 신의라더니 이 은혜를 잊은 건 아니겠지?"왕병운의 이 말이 나오자 몇몇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변했다. 임건우는 이청하가 아버지 이 세글자를 들었을 때, 눈에 증오로 가득 찬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흥방과 할머니도 입을 다물었다. 잠깐 침묵이 흐른 뒤, 이청하가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제 결혼은 제가 결정해요, 그 남자는 저와 상관없는 사람이에요.""청하야, 우린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나도 요 몇 년 동안 줄곧 네 생각만 하며 지냈어, 그리고 우리 사이에 혼약이 있는 것도 확실하고... 그럼 이건 어때? 나 이 녀석과 한번 공평하게 겨뤄볼게, 이 녀석은 뭐 하는 사람이야?"왕주원의 말에 이흥방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해, 둘이 공평하게 겨뤄보는 거야. 건우도 의사이니 의술을 겨루는 것이 좋겠구나."이흥방은 임건우의 의술에 대해 그 자신보다도 더 큰 신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이렇게 왕주원을 이기게 되면 그 뒤로는 더 이상 번거로운 일이 없을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일이 없었다.왕주원은 거만한 태도로 임건우를 쳐다봤다. "너도 의사냐? 어느 의대 나왔어?""난 의대에 다닌 적이 없어.""오, 그렇다면 어느 명의 스승님 곁에서 의술을 배
임건우는 당연히 당자현을 탓하지 않았다.오히려 끝없는 마음의 아픔만이 느껴졌다.임건우는 천천히 다가가 당자현을 부드럽게 품에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왜 이렇게 바보 같아? 임신한 걸 알면서도 이런 곳에 오다니... 많이 힘들었지? 다행히 지금은 무사하지만, 만약 네가 사라지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당자현은 임건우의 얼굴을 감싸며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당자현의 눈은 임건우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가득 채우며 마치 세상에 그저 둘만 있는 것처럼 깊은 눈길을 보냈다.당자현은 감정을 담아 속삭였다.“난 이 삶이 이렇게 끝날 줄 알았어. 우리의 인연은 아마 다음 생에서야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이렇게 찾아와주니까... 이제는 내가 죽어도 아쉬움이 없어.”임건우는 당자현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지.”“맞아, 네 말이 맞아! 자기야...”당자현은 망설임 없이 임건우에게 입맞춤했다.둘의 입술이 닿자 점점 숨이 가빠지고 감정이 고조되었다.백옥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땅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부영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임건우와 나지선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기에 이 상황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 당시 자신도 그들과 함께 있었고 임건우가 그녀를 안을 때 그 어떤 감정을 느꼈든 기억이 떠올랐다.부영록은 잠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런 감정은 이제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부영록은 잠시 후 고개를 돌려 다른 일을 했다.“이 무기들, 품질이 꽤 괜찮군.”백옥은 시체에 꽂혀 있던 여러 개의 비검을 뽑아들고 세심히 살펴보았다.각각의 검은 마치 정수를 담고 있는 듯한 기운을 발산하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검 위에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것이 마치 작은 진법처럼 보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모든 무기에는 천병각이라고 새겨진 세 글
푹!피가 하늘을 찌르며 쏟아지고 시체가 널브러졌다.신풍곡의 200명 넘는 고수들, 그중에서도 그 최고 지도자인 장문까지 한 방에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신풍곡 장문의 목에는 긴 칼이 꽂혀 있었다.그의 눈은 크게 뜨였고 고통스럽게 한마디를 남겼다.“어떻게... 이런 일이... 안에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냐?”하지만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순간적으로 생명의 기운이 사라지고 눈을 영원히 감았다.그때 임건우와 일행의 마음속에는 큰 충격이 일었다.자연 신전 안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 사람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심지어 부영록까지 눈이 휘둥그레져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 안의 여자가 그들을 죽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이렇게 한 번의 손짓으로 200명이 넘는 고수들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면 그들이 죽는 것은 단 한 번의 손동작으로 해결될 것이다.임건우가 당자현에게 물었다.“자현아, 그 안에 있는 사람, 대체 누구야?”당자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도 몰라. 난 이곳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백호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지.”그들이 말하는 사이 청동 고전의 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쿵!끽!금속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만으로도 문이 얼마나 오랫동안 닫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청동문에 낀 청록색과 먼지들이 그 문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마치 이 문이 1만 년을 넘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 무게감과 고대의 느낌이 났다.딸각딸각...발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임건우 일행은 모두 뒤로 물러서며 긴장했다.그리고 그들 앞에 등장한 것은 백발에 깊은 주름이 새겨진 할머니였다.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의 머리는 엉망이었고 얼굴의 절반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이 시대의 것이 아니었고 전혀 다른 시대의 옷처럼 보였다. 그녀의 전신에서
“흑흑흑, 흑흑흑.”울음소리가 청동 고전의 전당에서 퍼져 나왔다.그 울음소리는 간헐적이고 때로는 높은 음으로 때로는 낮은 음으로 이어졌지만, 강력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마치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울음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울음소리는 모든 생명에게 슬픔을 강하게 전파했다.그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즉시 그 감정에 휘말려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심지어 정신력이 약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통곡하다가 마음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통스러웠다!엄청난 고통이었다!임건우는 자신의 정신력으로 고전의 전당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으려 애썼다.임건우가 가진 정신력은 이미 엄청나게 강력했지만, 한때 취혼관에서 얻었던 힘 덕분에 한층 더 강해졌음에도 그 울음소리는 여전히 임건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부영록은 그나마 괜찮았다.백옥은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백옥은 육체적으로 강했지만, 정신력은 임건우보다 약했기에 울음소리에 즉시 영향을 받았다.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급기야 백옥은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그때, 당자현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에서 하얀빛이 번쩍였고 그 빛 속에서 기이한 문양들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그 하얀 빛은 실처럼 길게 퍼져 나가며 반구 형태의 보호막을 형성했다.그 보호막은 임건우와 백옥, 부영록을 감쌌다.이것은 정신력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다.울음소리가 그 방어막에 부딪히자, 보호막의 문양들이 떨며 황금빛 기운을 발산했고 그 울음소리의 대부분을 막아냈다.“저 울음소리는 대체 누구의 울음소리인가?”“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아파요... 흑흑흑... 못 참겠어요... 울고 싶어요...”문파 사람들은 무작정 울기 시작했다.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울음소리에 휘말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때, 갑자기 울음소리가
공 장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흩어져라! 모두 흩어져!”공 장로는 크게 외치며 가장 먼저 옆으로 물러섰다.임건우를 한눈에 보고 절대 고수로 착각한 것이다.자신의 희귀한 영보를 그렇게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다면 임건우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이 틈을 타, 임건우는 쉽게 당자현에게 다가갔다.이 순간의 당자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마치 천계에서 내려온 신선 같은 모습이었지만,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임건우는 천천히 걸어 당자현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당자현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현아, 내가 왔어.”“자기야!”당자현은 고개를 살짝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임건우를 올려다보았다.당자현은 바로 임건우의 품에 뛰어들었다.“크악!”이때, 금강마원이 상황을 알아차렸다.한 인간이 당자현 곁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에 그의 눈에서 핏빛 살기가 번쩍이며 천지를 울리는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이 갑자기 두 배로 불어나더니 발을 세게 구르며 중력 영역을 다시 펼쳤다.순식간에 적들을 반쯤 쓰러뜨리고 바람처럼 임건우를 향해 돌진했다.“건우야! 조심해!”백옥이 외치며 금색 대검을 들고 달려왔다.그 대검은 그녀 몸집보다 두 배는 커 보였고 무게는 상상조차 어려웠지만, 그녀는 그것을 손쉽게 다루며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왔다.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날린 비검이 백옥을 향해 날아왔지만, 백옥은 가볍게 그 비검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갔다.백옥이 들고 있는 대검 역시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뒤이어 부영록도 달려왔다.임건우는 커다란 비밀을 품고 있었기에 부영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건우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때 당자현이 갑자기 눈부신 하얀 손을 들어 올리며 금강마원을 향해 소리쳤다.“백호야, 안 돼! 멈춰!”쿵!쾅!금강마원은 당자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이 될 뻔했던 돌진을 멈추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옆에 있는 거대한 청동 기둥
“누구냐!”임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문파 사람들에게 발각되었다.한 노인이 크게 외치며 오색 찬란한 빛을 띤 검을 휘둘렀다.날아든 검은 임건우를 허리부터 반으로 베려는 기세였다.그 순간, 임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압도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지금껏 겪어온 어떤 위험보다도 강렬한 공포였다.임건우는 본능에 따라 최강의 방어술인 현무방갑술을 발동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온몸에 무수한 주술 문양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임건우는 이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려 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백옥은 겁에 질려 얼굴을 돌렸다.“안 돼...”부영록도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멍청하네. 이렇게 무모하게 덤비다니... 이 정도 실력으로 문파 고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으려 하다니 그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거잖아.”푹!임건우가 힘겹게 형성한 현무방갑술은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냈다.방패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검날이 임건우의 몸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임건우의 몸속에 있던 혼돈 나무가 살며시 가지를 흔들었다.회색빛 혼돈 원기가 검날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슛!순식간에 혼돈 원기가 검날을 휘감더니 그 검을 통째로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빨아들였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임건우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임건우는 죽기는커녕 혼돈 원기가 그 검마저 흡수해버린 것이다.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임건우는 급히 자신의 몸속을 내시했다.그리고 자복궁 안에서 한 가지 광경을 발견했다.그 검은 지금 혼돈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검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검신에는 세밀한 문양과 부적 같은 각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검은 조금 전 금강마원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신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법력이 강했던 검이 이런 처지로 전락하다니.그러자 임건우는 혼돈 나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를 문득 깨달았다.그동안 임건우는
‘이건 무슨 개념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임건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독수리 부대에 이런 전력이 있었다면 고대 결계 저편에서 벌써 승리하지 않았겠어?’부영록이 말했다.“너 아직 못 알아챘어? 저 사람들 옷이 전부 같은 디자인이잖아. 이건 같은 문파 소속이라는 증거야. 아마도 문파 내에서 누군가 자연 신전을 발견하고 이를 문파 고위층에 보고했을 거야. 그래서 문파의 전력을 총동원해 자연 신전을 탐색하러 온 거지.”부영록의 말에 임건우와 백옥은 그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저 흰 털 원숭이가 설마 금강마원이야?”“그런데 체형이 우리가 발견한 발자국과 전혀 맞지 않잖아. 혹시 이건 새끼고 진짜 큰 게 따로 있는 건가?”부영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금강마원은 체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만약 천 장 크기로 변신했다면 인간의 이런 연합 공격 앞에 커다란 표적이 되는 셈이잖아. 그러면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테니까. 이 정도 크기라도 여전히 너무 큰 거고.”그들은 금강마원의 몸을 둘러싼 청색 강기를 발견했다.마치 방어막처럼 보였고 인간들의 법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고수로 보이는 노인 몇 명의 무기는 심상치 않았다.먼저 은빛 채찍이 하나 있었다.길이가 무려 백 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채찍이 금강마원의 몸에 닿을 때마다 공간이 뒤흔들렸고 금강마원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비록 청색 강기가 뚫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다.또 하나는 새빨간 영검이었다.그 칼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금강마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였다. 칼이 닿을 때마다 금강마원의 몸에 피구멍이 뚫렸고 땅에는 피가 흥건히 고였다.“으악!”그 순간, 하늘을 찢을 듯한 고음이 전장을 뒤덮었다.갑자기 전장에 난입한 한 여성이 전투가의 노랫소리를 터뜨렸다.그 소리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정신력을 담고 있었다.마치 아홉 하늘의 천둥과 끝없는
눈앞에 펼쳐진 청동 고전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거대한 고전은 원시 숲 깊은 곳에 우뚝 서 있었고 그 끝이 구름 속에 닿을 정도로 높았다.마치 하늘 위의 신성한 도시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고전은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표면에는 푸른 녹이 내려앉아 있었다.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고대의 아득한 세월을 넘어온 듯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세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했다.임건우와 백옥은 이 고전이 뿜어내는 웅장한 기세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부영록은 놀란 눈으로 말문을 열었다.“이거... 설마 자연 신전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걸.”임건우와 백옥은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 자연 신전이라고요?”“그게 뭔데? 신들이 사는 곳인가?”부영록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자연 신전은 자연의 규칙을 담고 있는 장소야.전설에 따르면, 자연 여신이 도를 깨우치며 규칙을 응집시켰던 곳이지. 삼국 시대, 자연 여신이 신이 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 여자였다고 해.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기회를 잡아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이 신전에서 도를 깨우치며 3천 년을 수련했대. 그렇게 신성에 도달한 그녀는 전무후무한 자연 여신이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자연 신전도 자취를 감췄지. 그 후로 만 년 동안 수많은 선역과 태고 성지에서 이 자연 신전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데 여기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부영록의 눈빛이 열정으로 타올랐다.“크아!”그때 갑작스럽게 금강마원의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더 강렬한 소리와 함께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전해졌다.숲은 땅이 흔들리며 흔들렸고 나무가 휘청였으며 바위들이 굴러내렸다.그뿐만 아니라 하늘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검광이 솟구쳤고 찬란한 빛 무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분명 앞쪽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백 리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세 사람조차도
주변의 천지 영기가 말도 안 되게 진했다.임건우가 공법을 전환하자마자 그의 몸 주변에 수많은 영기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끝도 없는 영력이 마치 물고기 떼처럼 그의 몸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그것도 아주 순수한 영력이었다.임건우는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그때 부영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뭔가 이상한데?”부영록은 주변 환경을 살피며 말했다.“이 발자국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자연 속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건 꽤 비정상적이야.”백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앞에 있는 숲을 봐봐.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이잖아. 이런 곳에 자연의 기운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아?”그러나 부영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넌 모르는 거야. 내가 말하는 자연 속성은 자연 규칙이 담긴 속성을 말하는 거야. 영기와는 아주 다른 개념이지.”임건우가 부영록을 보며 물었다.“그러니까 뭘 의미하는 거죠?”부영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자연 속성의 규칙은 일종의 신의 힘이야. 그걸 자연선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런 게 그냥 생기는 게 아니야. 그리고 금강마원 같은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 말은 어쩌면 이 안에...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야.”“신이라고?”임건우와 백옥은 깜짝 놀랐다.특히 백옥은 더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세계의 규칙이 불완전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로서는 신의 존재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삼천 년이라는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지구에서는 단 한 명의 신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그것은 완전히 깨진 허공 너머에 있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꿈 같은 존재였다.백옥이 입을 열었다.“삼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삼천 년 동안 이 땅에 신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부영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그건 확실히 알 수 없지.”그렇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자연 속성의 규칙의 힘은 그들에게 있어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기회였다
임건우는 몹시 걱정스러웠다.이렇게 거대한 금강마원을 당자현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생각 끝에 고대 결계에서 요수와 수십 년간 싸워온 백옥이 이 원시의 거대 요괴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즉시 가나절의 문을 열고 백옥을 불러냈다.“금강마원이란 게 대체 뭔가요?”하지만 의외로 백옥은 그 이름을 듣고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금강마원? 처음 듣는데?”백옥은 하늘로 날아올라 거대한 발자국의 전모를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큰 발자국이 있을 수 있어? 그렇다면 이 고릴라는 대체 얼마나 크다는 거야?”옥 목걸이를 매고 있던 부영록이 입을 열었다.“금강마원은 고대 태고 시대에서 기원한 존재로 원시의 이형종이야. 태고 요계에서도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존재 중 하나로 금강마원 중 최강자는 심지어 신체를 이룰 수 있고 한 주먹으로 행성을 부수고 한 발로 허공을 찢어 놓을 수 있다네.”임건우와 백옥은 부영록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그때 백옥은 부영록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깜짝 놀라 말했다.”응? 너 중해의 치안 관리관이었던 나문천의 딸 아니야?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너의 수련 수준은...”부영록은 백옥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비록 지금의 백옥이 부영록보다 높은 수련 단계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부영록의 눈에는 여전히 발끝으로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 뿐이었다.부영록은 백옥의 질문에 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신 임건우에게 말했다.“만약 네 여자가 정말 금강마원을 만난 거라면 미안하지만 결과는 뻔해. 그건 십중팔구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결말이야. 금강마원은 몹시 흉포하고 잔인해서 네 여자는 아마 단번에 한입에 삼켜졌을 거야.”임건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임건우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난 그녀의 시신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난 믿을 수 없어.”세 사람은 그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30분 동안 반경 50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