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심수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 4억? 너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어?”임건우는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그는 당장 이 귀찮은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서 제련을 연구하고 싶었다.“차용증이랑 계좌 가져와. 우리 장모님이 빚진 돈, 내가 갚지.”장평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따지고 들었다.“자네 돈은 있어? 고작 몇 달 전에 2천만 원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구걸이나 하던 주제에? 어디서 부자 행세야?”임건우의 서슬 퍼런 눈빛이 장평에게 닿았다. 그제야 장평은 오싹함을 느끼며 어깨를 움찔했다.“아줌마, 우리 장모님이 머리가 별로 안 좋지만 그래도 이러는 건 아니죠. 둘이 짜고 치는 거라면 둘 다 내 손에 무사하지 못해요.”임건우가 차갑게 말했다.심수옥이 발끈하며 소리쳤다.“내가 바보라는 얘기야?”임건우는 장모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어린놈이 어디서 협박질이야!”장평의 남편이 임건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임건우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의 주먹을 쳐냈다. 그러고는 상대의 목을 움켜잡고 가볍게 들어 올렸다.“내 말 똑똑히 기억하세요. 내 가족들한테 사기 치지 말라고요!”그가 손을 놓자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숨을 헐떡였다.딩동!입금 문자가 울렸다.임건우는 장수철에게 1억을 입금한 뒤, 차용증을 찢어버렸다.돈을 돌려받은 장씨네 가족들은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났다.임건우는 유가연의 손을 끌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조용히 물었다.“당신 돈이 부족해?”유가연이 피곤한 기색으로 말했다.“최근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재를 대량 구입했거든. 회삿돈이 좀 부족해서 내 돈으로 먼저 자재 구입을 했어. 그러고 나니까 남은 돈이 얼마 없네. 잔금만 입금되면 오늘 돈은 바로 돌려줄게.”임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갚을 필요 없어. 내 돈은 당신 돈이기도 하니까. 여기 20억 있어. 일단 이거 써.”유가연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주 대표가 준 거야? 안 돼. 이 돈은 받을 수 없어.
유지연은 핸드폰을 꺼내 학교 단톡방에서 영상 하나를 찾아냈다.유가연과 심수옥도 궁금한 얼굴로 다가왔다.유씨 건자재의 성남 지사 대표인 유가연도 1억이 천억으로 변한 경이로운 숫자에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 원석 왕자의 얼굴이 궁금해졌다.그녀는 원석 도박에 관해 알고 있었다.원석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 재산을 다 잃고 빚더미에 눌러앉아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그래서 유가연은 원석 도박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감정 기계를 가져와도 원석을 절단하기 전에는 그 안에 옥이 들어 있는지 분간할 수 없다.하지만 이 왕자님이라고 불리는 자는 원석 세 개를 구매했는데 세 개 다 보석이었다.이게 과연 운일까?운이라면 이건 하늘의 뜻이다!유지연도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다.“평범한 사람은 절대 고르지 않을 원석 세 개를 골랐어. 그리고 그건 최상급 에메랄드 원석이었지. 내 친구 아버지가 원석 도박계에서 조금 이름이 있는 분인데 정상적인 사람은 절대 저걸 구매하지 않을 거래. 저 왕자라는 사람은 하늘의 뜻이거나 아니면 초능력자가 분명해.”유지연의 눈빛에 동경심이 가득했다. 임건우는 그런 처제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그가 걱정하는 건 영상 속에 자신의 얼굴이 담겼는지 여부였다.가까이 다가가서 영상을 끝까지 확인한 그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 영상에 그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하지만 유화가 찍혔다.이 영상을 촬영한 작자는 특별히 유화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아마 유화의 신분과 미모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임건우는 유화에게 가려져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유가연이 말했다.“이건 여자잖아. 원석 왕자라면서? 설마 저 여자가 왕자야?”유지연이 말했다.“당연히 아니지. 언니, 이 여자 잘 모르지? 이 여자 신분이 글쎄 기가 막힌다니까? 유화 아가씨라고 불리는 여자야.”“유화 아가씨?”유가연은 멈칫하더니 이내 비명을 질렀다.“만리
게다가 엄마와 동생은 옆에서 방해만 하고 있었다!심수옥은 임건우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주방에 가서 밥상이나 차려. 오늘 하루 종일 굶었더니 배고파!”유가연이 말했다.“이 시간에 무슨 밥이야. 내가 살 테니까 밖에 나가서 먹자.”그러자 심수옥이 말을 바꾸었다.“이제 가도 돼. 백수한테 밥까지 사줄 의무는 없으니까.”유지연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우리 집은 자선 기업이 아니야.”유가연은 미칠 것 같았다. 이 밤중에 달려와서 빚 1억까지 해결해 줬는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그녀가 뭐라고 하려는데 임건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마침 나도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당신… 일 너무 무리하지 말고 돈 부족하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대볼게.”심수옥이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무슨 수로 돈 문제를 해결해? 또 가짜 수표를 만들어서 내밀려고? 무능한 놈, 당장 꺼져! 너만 보면 짜증 나니까.”참 이기적이고 비논리적인 여자라고 임건우는 생각했다.여기 있을 마음이 사라진 임건우는 바로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원석 왕자의 명성은 강주 SNS에서 잠시 뜨겁다가 이튿날 사라져 버렸다.업계 사람들만 가끔 그 신비한 남자를 떠올리며 동경 어린 눈빛을 보일 뿐이었다.임건우는 지하실에 틀어박혀 다리 하나가 부러진 화로를 연구하고 있었다. 화로의 겉면을 깨끗이 씻어내니 내벽에 새겨진 낡은 법진이 보였다.천의도법에서도 법진에 관해 소개한 적 있었다.그중 축유의경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살릴 때 법진을 이용하여 천지 사이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하는 물질과 소통하여 환자를 치유한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별장 지하실.유화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오빠, 이 낡아빠진 화로를 연구한지 이틀이 지났어. 도대체 안에 뭐가 있다는 거야?”“재촉하지 마. 그럴수록 마음만 급해지니까.”임건우는 머리를 화로에 넣고 내벽을 관찰하며 대꾸했다.유화가 다가서며
임건우는 깨진 화로를 덥석 잡고는 머리에서 떼어냈다. 그런 다음 흥분한 얼굴로 옆 테이블로 달려가 펜을 잡고 뭔가를 적기 시작하였다. 요 이틀 사이에 그는 이미 7개의 공책을 유화가 알아볼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선배, 뭔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유화는 테이블 위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을 떠서는 임건우의 입에 넣었다. 열심히 기록 중인 임건우는 다른데 한눈팔 겨를이 없었다. 그는 깨달은 법진을 모두 적고 나서야 비로소 펜을 내려놓고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어 유화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몽땅 뺏어다가 빠른 속도로 깨끗이 먹어버렸다."ㅋㅋ, 남은 건 내가 다 못 먹고 다시 토해낸 건데....."임건우는 1초 동안 멍해 있다가 푸! 하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모두 유화의 얼굴에 뿜어내고 말았다.30분 후,임건우는 깨진 화로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화로 안의 오래된 진법은 매우 심오하여 그도 대략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천지의 영기를 불러들이는 법진으로 단약 제작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다행히 이 법진은 그 중 극히 일부만 파손되었고, 천의도법의 진법 지식을 결합하여 다시 역추리하면, 수리하는 방법을 얻을 수가 있었다. 다만 수리하는 데도 진원이 아주 많이 소모된다. 임건우는 꼬박 세 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수리를 끝낼 수가 있었다. 화로가 복구되는 순간, 이전보다 100배나 강한 에너지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피곤해 죽겠어, 좀 쉬어야지!"임건우는 화로를 내려놓고 지하실로부터 나왔다. 이때 1층의 실내 수영장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수영장에는 미녀 세 명이 다양한 스타일의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유화, 반하나 그리고 우나영이었다. 앞 둘의 매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 우나영은 비록 중년이 되었지만, 그녀는 평소 피부 관리에 매우 신경을 썼고, 요가도 자주 하며 몸매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이렇게 수
"오케이. 시간과 주소 알려줘요, 그때 찾아갈게요. ""제가 건우씨 데리러 갈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힘들게...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네, 그럼 알겠어요. 아, 이번엔 할아버지께서 요청하시는 거예요, 그러니 오해하지 마세요."이 말에 임건우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오해하지 않았는데... 청하씨의 생각이 아니란 걸 알고 있어요.""… 이만 끊을 테니 어서 와요!"이청하는 얼굴이 빨개지며 화가 좀 났다. '내 생각이 아니라고? 정말 바보 멍청이야!'임건우가 주소를 보니 강주성 서쪽에 있는 어느 주택 단지였다, 이청하의 집인 것 같다.그는 우나영 등과 이야기한 뒤 비취옥 속의 영기를 흡수하며 기운을 보충했다. 그러고는 집 밖으로 나갔다.......이씨 집에서,이청하는 거울을 비추며 꾸미는 중이었다. 옷을 십여 벌이나 갈아입었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때,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들어왔다."할머니, 마땅한 옷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우리 손녀가 정말 많이 컸구나, 마땅한 옷이 없는 게 아니란다. 뭘 입어도 완벽하지 않다고 느껴지지? 하지만 할머니의 눈에는 네가 뭘 입어도 완벽해 보여.""할머니!""같은 도리야, 만약 그 남자가 우리 청하를 좋아한다면, 설사 우리 청하가 누더기를 입고 있더라도 그의 눈엔 완벽한 천사로 보일 거야."이청하는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마구 뛰었다.“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봐야겠어, 어떻게 우리 집 남자와 여자를 모두 홀딱 반하게 만들었는지... 쯧쯧"하루 종일 정신이 없는 이청하와 하루 종일 입에서 칭찬이 끊기지 않는 이흥방을 보며 할머니는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드디어 임건우가 도착했다.딩동, 딩동! 문을 여는 순간 이청하는 심장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반면, 임건우는 오히려 평온한 표정으로 과일 바구니를 손에 들고 있다가 이청하를 보며 물었다."선생님, 옷을 거꾸로 입으신 게 아니에요?"이청하는 고개를
이흥방은 이 두 불청객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특히 이청하는 그 영감이 하는 말을 듣고는 파리를 삼키기라도 한 듯한 표정이었다.'시집 못 간다고? 노처녀? 조건이 좋은 남자들이 없다고는 왜 하지 않아?'"왕 사장, 무슨 일로 이렇게 찾아왔소? 혹시 중해 시에서 버티지 못하고 쫓겨난 게 아니오?"찾아온 사람은 왕병운이라고 이흥방과 같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선후배 사이이다. 이흥방은 왕병운보다 나이가 많고 선배이다. 하지만 돈을 좋아하는 왕병운은 의사가 되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여기저기서 사기를 치다가 결국 스승에게 쫓겨나 더 이상 제자의 자격을 인정받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돈을 버는 데 재주가 좀 있는 그는 명의가 되는 대신 웰빙센터를 차리고, 옛날 처방으로 우려낸 물에 몸을 담그면 보양할 수 있다고 떠벌렸다. 뜻밖에도 소문이 멀리 퍼져 다른 지방에 지점까지 열게 되었다. 그러나 이흥방은 그 처방의 실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비록 아무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소문이 너무 과장되었고 가격도 너무 비싸다.왕병운과 같이 온 손자의 이름은 왕중신이고, 의대생이며 외국의 유명 의대를 졸업하고 돌아왔다. 왕중신은 이청하를 한번 본 뒤부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머릿속에서 새겨두고 지워내지 못했는데, 몇 번이나 그녀를 꿈꿨는지 모른다. 그는 매번 이청하의 생각만 해도 온몸이 달아올랐다. 이때 낯선 청년인 임건우가 이청하 할머니에게 불상을 주는 것을 보며 그는 기분이 상했고, 눈에는 임건우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찼다.이때 왕병운이 거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이 선생, 귀가 먹은 게요? 손녀사위를 데려왔다고 했소, 이제부터 청하가 우리 집 손자며느리인 거요."이청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전 아직 동의하지 않았는데요?""내 손자로 놓고 말하면 아이비리그 명문대 의과 석사생이야. 우리 집에 시집오면 앞으로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야. 게다가 넌 이렇게 나이도 많은데 아직도 시집 못 가고, 이렇게 좋은 남편감을 거절하
왕병운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다가가서 임건우의 팔을 잡아당겼다."야,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청하는 내가 정한 손자며느리야! 말해봐, 얼마를 주어야 물러가겠는지?"임건우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화내려 했다. 그때 이청하 할머니가 먼저 소리쳤다. "그 손 놓지 못해? 청하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혼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어, 이건 내 손녀사위야, 이미 정해진 일인데, 왜 남의 가정 파괴하기라도 하려고?""허, 내가 말하는데 청하는 우리 집 며느리야! 이건 청하 아버지도 승낙한 일이야, 지금 와서 잡아떼려고? 왜 아들 데려다가 직접 말해보게 할까? 그리고 이선생도 잊지 마오, 그때 물에 빠져 죽을 뻔했을 때 누가 구해줬는지, 신의라더니 이 은혜를 잊은 건 아니겠지?"왕병운의 이 말이 나오자 몇몇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변했다. 임건우는 이청하가 아버지 이 세글자를 들었을 때, 눈에 증오로 가득 찬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흥방과 할머니도 입을 다물었다. 잠깐 침묵이 흐른 뒤, 이청하가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제 결혼은 제가 결정해요, 그 남자는 저와 상관없는 사람이에요.""청하야, 우린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나도 요 몇 년 동안 줄곧 네 생각만 하며 지냈어, 그리고 우리 사이에 혼약이 있는 것도 확실하고... 그럼 이건 어때? 나 이 녀석과 한번 공평하게 겨뤄볼게, 이 녀석은 뭐 하는 사람이야?"왕주원의 말에 이흥방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해, 둘이 공평하게 겨뤄보는 거야. 건우도 의사이니 의술을 겨루는 것이 좋겠구나."이흥방은 임건우의 의술에 대해 그 자신보다도 더 큰 신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이렇게 왕주원을 이기게 되면 그 뒤로는 더 이상 번거로운 일이 없을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일이 없었다.왕주원은 거만한 태도로 임건우를 쳐다봤다. "너도 의사냐? 어느 의대 나왔어?""난 의대에 다닌 적이 없어.""오, 그렇다면 어느 명의 스승님 곁에서 의술을 배
"하아....."왕주원의 웃음소리가 뚝 그치더니, 순간 그는 얼굴이 빨개졌다."내 말이 맞아 더 이상 웃음이 안 나오지?""너…헛소리 집어치워!"왕주원은 큰 충격으로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그의 마음속의 가장 깊은 고통이었다.그는 거의 매일 밤 이 병이 발작하는데, 너무 고통스럽고 괴로워 외국에서 공부할 때도 감히 다른 친구들과 한 침실에 머무르지 못했다. 왕주원은 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 결점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이런 수치스러운 결점이 이청하가 있는 자리에서 임건우에 의해 폭로되자 그는 자신의 낯가죽이 누군가에게 심하게 긁힌 것처럼 화끈거리고 아팠다. 이건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흥방과 이청하는 눈길이 저도 모르게 왕주원에게로 다가갔다. 이흥방은 관심 어린 눈길로 입을 열었다."주원아, 내가 한번 맥을 짚어보자꾸나, 정말 이런 상황이 있다면 앞으로 몸에도 큰 영향을 줄 수가 있어, 그러니 일찍 치료해야 한다.""아니에요, 저 그런 병 없어요."왕주원이 괴로운 표정으로 부정했다."너도 의사이니 자기 몸 상황 잘 알게 아니야? 아무런 문제도 없다면야 왜 맥도 못 짚게하는 거냐?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마음 놓고 청하를 너에게 시집보낼 수 있겠느냐?""맥 짚는 거로 어떻게 뭐든 다 알 수 있겠어요? 제가 해외에서 몇 년 동안 전문적으로 연구한 결과, 한의학은 무술과 마찬가지이고,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했어요. 일찍이 현시대와 동떨어진 의술은 어서 없어져야 해요!"이흥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원아, 조심하셔야 한다. 매일 병이 발작하는 게 아니냐? 더 심각해지기 전에 빨리 치료해야 한다."왕주원은 얼굴이 뜨겁다 못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큰 소리로 변명했다. "전 몸이 튼튼하고 정력이 왕성하니 모르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그러자 이청하가 옆에서 말했다."강주 신의라고 불리는 우리 할아버지가 모른다고? 내가 보기에 네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네! 몇 년 동안 외국물을 마셨다고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당자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불과 1미터의 거리였지만, 마치 천지의 깊은 절벽처럼 느껴졌다.아무리 애써도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남편!”당자현은 손을 뻗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었다.눈물이 터져 나오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빨리 가! 빨리!”“생명의 우물 공간이 무너지려고 해. 나는... 나는 너와 딸을 지킬 거야. 반드시 지킬 거라니까!”임건우는 절박하게 외쳤고 금단의 신력이 몸을 휘감으며 혼돈의 기운이 그들을 감싸 안았다.그 순간, 차원의 통로는 강력한 힘으로 삼켜져 모든 공간이 거대한 불사의 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아아!”당자현은 울부짖으며 애절하게 소리쳤지만, 그 순간, 그 연결은 끊어졌다.“주인님, 빨리 가셔야 합니다. 이 차원의 통로도 곧 사라질 겁니다.”박철호는 한 마디로 재촉하며 백옥은 당자현을 안고 급히 말했다.“가자!”모두가 생명의 우물의 좁은 통로로 빠르게 뒤돌아갔다.그들은 필사적으로 위로 올라갔다.그때 뒤에서 거대한 에너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거대한 힘이 우물 속으로 밀려 들어와 모두를 위로 밀어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생명의 우물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그 속의 수많은 생명의 샘물이 쏟아지며 사람들은 우물 밖으로 튕겨 나갔다.바닥에는 물이 고여 웅덩이가 되었다.웅!차원 통로 속에서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에너지가 갑자기 되돌아가며 모든 물질은 압축되어 한 덩어리가 되었다.그 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단 한 순간, 임건우는 온몸이 터져 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그의 강력한 뼈마저도 끊어지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그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하지만 임건우는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았다.반드시 딸을 지켜야 했다.“진혼종!”임건우는 서둘러 진혼종을 소환하고 딸을 종 안으로 감쌌다.둥둥둥! 둥둥둥!진혼종은 깊고 울리는 소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속에는 마치 무수한 원혼이 울부짖는 듯한 환청이 퍼져 나왔다.하지만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정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어떤 파장이었다.게다가 몸 또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 만져지고 짓눌리며 마치 수많은 손이 그의 몸을 더듬어 뜯어내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임건우는 자신이야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갓 돌이 지난 딸이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그러던 찰나,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어떤 힘이 딸을 덥석 잡아채 임건우의 품에서 떼어내려고 했다.그 힘은 적고 연약한 딸을 감싸 안으며 강한 압력을 가해왔다.임건우의 금단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대위신력을 폭발적으로 방출했다.임건우는 딸을 단단히 품에 안고 버텼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가진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으악!”임건우는 고함을 지르며 외쳤다.“저승 다리! 당장 와서 도와라!”임건우는 자신의 자복궁에 남은 대위신력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비록 저승 다리의 소환은 값비싸고 매번 신력을 소모했지만, 지금은 대위신력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천만이면 어때! 줘버리자!’슛!붉은 옷을 입은 어린 소녀가 튀어나왔다.그리고 이전보다 조금 자란 듯한 모습이었다.“어? 여긴 어디야?”소녀는 태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얼굴을 구기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 멍청아!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겨우 그따위 실력으로 불사의 왕좌의 뱃속에 들어오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공주님, 내가 원해서 들어온 줄 알아? 끌려온 거라고!”임건우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빨리 시작해. 안 그러면 나 죽고 너도 대위신력을 못 받을 거라고!”소녀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네가 죽으면 새로운 계승자가 나타날 뿐이야.”임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계승자는 무슨! 너도 알잖아? 지장왕이 3천 년을 기다려 나를 찾은 거라고. 네가 그 불사의 왕좌 뱃속에서 3만 년을 기다릴 자신 있으면 말이야.”소녀는 이를 꽉
“큰일 났어!”임건우는 겨우 딸을 안아 들고 있을 때 갑자기 100미터 높이의 불사의 왕좌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임건우는 몸을 돌려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임건우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하나의 임건우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신격이 담겨 있는 작은 소녀는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만약 소녀를 놓친다면 이 통로는 즉시 사라지고, 불사군단은 통로를 통해 다시 인간 세계로 침입할 수 없게 된다.“크앙!”“도망가려고? 그렇게 쉽게는 안 된다!”슥!불사의 왕좌는 입을 벌려 포효하며, 입속에서 몇 개의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그것들이 순식간에 임건우의 앞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기운은 꿈틀거리며 변형되었고, 그 속에는 신비한 문자가 흐르고 있었다.바로 그 순간, 이차원 통로의 벽과 합쳐지며 방금까지 칠흑 같던 통로의 양측이 갑자기 안정되기 시작했다.빛이 반짝이며 문자가 그 위에서 떨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일단 도망가자!”임건우는 더는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딸을 안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다.싸워야 한다면 외부의 동료들과 힘을 합쳐야 했다.임건우는 한 걸음 내딛으며 급히 통로 입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차원 통로에서 순간이동은 불가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금방이라도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몇 천 미터의 거리도 몇 번의 눈 깜짝할 사이에 해결될 거리였다.통로 입구 밖에 있던 백옥과 당자현은 여전히 걱정하며 급히 소리쳤다.“빨리! 서둘러!”당자현은 다시 한번 통로 안으로 들어가서 지원하려 했지만, 그 순간, 당자현의 머리가 통로 입구의 무언가에 부딪히며 이마에 혹이 생겼다.쿵!“아!”“뭐야? 입구가 막혔어?”“뭐라고? 어떻게 된 거지?”백옥은 급히 손을 내밀어 입구를 탐지했으나, 그곳에 벽처럼 딱딱한 무언가가 있었다. 백옥은 즉시 진원을 모아 주먹을 한 대 세게 날렸다.쿵!거대한 폭음이 울렸다.입구의 공간 벽에는 수많은 검은 문자가 빛을 내며
“이건 죽음의 기운이야! 이곳의 죽음의 기운은 독성을 띠고 있어!”임건우가 재빨리 약병을 꺼내 들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하지만 약을 삼킨 후에도 이상한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당자현이 급히 말했다.“이건 독이 아니야. 죽음의 기운이 우리의 영력을 억누르고 있는 거야. 우리가 죽음의 기운을 들이마실수록 체내 진원이 더 강하게 억압받는 거지.”박철호가 말했다.“그럼 어쩌죠?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게 느껴져요. 이러다간 버틸 수 없을지도 몰라요.”“크앙!”금강마원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그 거대한 몸 위로 벌레들이 달려들어 미친 듯이 물어뜯고 있었다.이 벌레들은 진원 방어막조차 뚫고 들어올 수 있었고 물어뜯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거대한 금강마원의 살과 피는 이들에게 한층 더 쉽게 씹히는 먹잇감이었다.금강마원의 하얀 털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몸 여기저기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사람들이 재빨리 달려가 벌레를 제거했지만, 금강마원의 상처는 이미 깊어져 있었다.그 와중에 임건우의 시선은 아직 천 미터나 떨어진 딸에게 고정돼 있었다.임건우의 눈빛은 단호했다.“여러분은 물러나세요. 이곳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백옥이 말했다.“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도 이렇게 버거운데 혼자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벌레들에 금방 잠식당할 거야!”임건우는 단호히 말했다.“괜찮아요. 전 죽음의 기운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요.”다른 이들의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임건우의 힘은 약화되지 않았다.임건우의 체내에는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이 있었고, 대위신력이 임건우를 지탱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은 죽음의 기운을 억제하고 상쇄할 수 있었다.그때 당자현이 외쳤다.“저 앞을 봐! 저건 뭐지?”모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회색빛이 짙은 안개가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저건... 죽음의 기운이야! 그것도 엄청난 양의 죽음의 기운!”“불사족의 문이 점점 더 열리고 있어! 불사족이 나오려고 하고 있잖아!”임건우는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풍덩!임건우는 바로 그 자리에 뛰어내렸다.당자현도 뒤를 따르며 빠르게 내려갔다.백옥은 추하게 변한 전소은을 한 번 쳐다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모든 경맥을 봉인한 뒤, 그제야 우물 안으로 뛰어들었다.“이 우물은 정말 특이하군, 생명의 기운이 이렇게 진하다니?”임건우가 말했다.“맞아, 이게 바로 내가 말한 생명의 천수야. 이 물이 강아연의 영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당자현이 대답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물의 깊은 곳으로 빠르게 나아가면서 여러 번 생명의 우물을 모았다.“그렇다면 그들이 딸의 신격과 이 천수를 이용해 통로를 열려는 거라면 우리가 이 물을 모두 빼내면 그 문이 열리지 않을까?”당자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그건 소용없어. 그들은 생명의 우물을 이용한 거지, 생명의 천수는 아니야.”임건우는 그 말을 듣고는 그만 그 생각을 접었다.지금은 딸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하지만 생명의 우물의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음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정말 계속 가면 저기 끝에 통로의 입구가 있을까?”백옥이 뒤에서 물었다.“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인데?”백옥이 말했다.백옥 뒤로 여러 명의 요족도 우물 안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요족들은 안전을 위해 바깥에 남았다.그때 앞서 달려가던 임건우가 갑자기 넓어진 공간을 느꼈다.그 느낌은 마치 지하수로에서 기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넓은 바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눈앞은 황망하게 펼쳐져 있었고 먼 곳까지 흐릿하게만 보였다.“여기가... 어딘가?”뒤에서 박철호가 물었다.“이곳은 이차원 공간이야!”당자현이 대답했다.“빨리, 통로의 결점을 찾아봐. 보통 이런 곳에는 에너지 소용돌이가 있는 결점이 있어.”모두들 급히 그 결점을 찾기 시작했다.“여기 있어!”백옥이 외쳤다.입구 결점에 있는 소용돌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서 임건우의 딸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빛이 흔들리며 그 모습이 흐릿하게 비췄지만, 분명 그녀였다.“들어가자!”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