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레이첼은 억양이 심한 H국의 말을 하며 핏대를 올리고 다가왔다. “감히 우리 니엘을 밀어? 쪼금 한 게 어디서...” 레이첼은 욕설을 퍼부으며 손을 들어 마리의 부드럽고 작은 뺨을 때리려 했다. 마리는 겁에 질려 몸을 부르르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수소야의 목을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짝! 수소야는 여자의 손을 탁 치고 마리를 껴안으며 위로했다. “마리야, 괜찮아, 울지 마. 엄마 있잖아.” 마리는 수소야의 말을 듣고 곧 울음을 멈추더니 쑤샤오야 품에 안긴 채 쭈뼛쭈뼛 레이첼을 쳐다보았다. 레이첼은 팔짱을 낀 채 뚫어져라 수소야를 노려보았다. “아야, 이 하등하고 야만적인 H국 여자가 날치네.” 그녀는 수소야가 손을 막자 자신의 아이가 맞은 것보다 더 분노해 두 눈에서 불을 뿜었다. “사모님, 할 말 있으면 말로 하지. 왜 애를 때리려고 하나요?” 수소야도 차가운 표정으로 화가 나 소리쳤다. ‘마리가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옆에 서서 막지도 않고 보고만 있더니, 지금 자기 애가 땅에 넘어졌다고 우리 마리를 때리려고 해?’ 레이첼은 억울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다. “H국 정계 인사들도 나에게 깍듯한데 감히 너 따위가 내게 이렇게 무례하다니?” “역시 H국 사람은 정말 야만스럽고 거칠다니까.” 레이첼이 큰소리로 떠들자 갑자기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녀가 H국 사람에게 거침없이 욕을 하는 것을 듣고 사람들은 얼굴에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누구 하나 감히 나서서 레이첼을 제지하지 못했다. 수소야가 화가 나 말했다. “사모님, 지금 도대체 누가 야만스럽고 무례한데요? 사모님이 먼저 다짜고짜 와서 내 딸을 때리려고 했잖아요? 아직 겨우 5살짜리 애인데 그렇게 때리면 어떻게 해요?” “난 애엄마로서 내 딸을 지켰을 뿐이에요.”수소야는 레이첼이 다시 손을 쓸까 봐 마리를 안고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젠장, 난 이 무식한 아이를 혼내려는 거야.” 레
니엘의 팔의 살갗이 조금 까졌을 뿐인데 대니얼은 입을 열자마자 20억의 치료비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것도 Y국 돈으로 달라고 했다. 수소야는 말할 것도 없고 동혁조차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대니얼 씨, 당신네 식구들은 집이 아주 가난한 가 봅니다. H국에 와서까지 사기를 쳐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걸 보니.” “이게 배상해야 할 일인지는 둘째 치고, 정말로 배상해야 한다고 해도 고작 저 가벼운 피부 외상에 치료비로 20억을 달라니요? 차리리 은행을 터는 게 낫겠어요.” “하하하.” 구경꾼들이 동혁의 말에 웃었다. 외국에서 못 버티고 H국으로 들어온 많은 외국인들이 H국에서는 오히려 귀빈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대학에 넘쳐나는 일부 원어민 강사는 이미 사람들도 모두 알만한 사회현상이 되어버렸다. 지금 동혁이 대니얼을 가리키며 비꼬는 건 많은 구경꾼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동시에 일부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다. “저 사람 말이 맞아. 무슨 피부 외상에 20억의 치료비? 그 댁 아이가 무슨 왕족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빨리 꺼져라. 괜히 망신당하지 말고...” H국의 말을 알아듣는 대니얼 일행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레이첼은 더욱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우리 가족은 Y국의 귀족이야. 우리 니엘은 당신들과 같은 H국 사람들보다 더 고귀한 신분이라고. 20억의 배상금도 적은 거야.” “Y국의 귀족은 다른 나라 사람을 막 협박해도 되나 보지?” 누군가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다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분명 레이첼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여러분, 모두 조용히 하세요.” 대니얼 가족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그들과 함께 있던 H국의 중년 남자인 서진만이 갑자기 소리쳤다. “여기 계신 대니얼 씨는 Y국에서 수백 년을 이어온 오래된 후작 가문인 골스 가문의 사람이에요. 대니얼 씨가 다음 후작 계승자이기도 하고요.” “당신들처럼 흑수저인 줄 알아요? 밭에서 농사나 하고 살았던 당신들의
“당신도 우리 H국 사람이 아닌가요?” 수소야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녀는 서진만의 태도에 구역질을 느꼈다. 동혁도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은 정말 이 사람들의 훌륭한 개군요.” “건방진 놈. 어디서 말을 함부로 지껄여?” 서진만은 분노로 안색이 어둡게 변하며 소리쳤다. “진만 씨, 이런 야만적이고 거친 사람과 대화 할거 없어요.” 대니얼이 갑자기 한마디 하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그런데 이곳 유원지 직원은 뭐 하는 건가요? 내 아이가 다쳤는데 아무도 처리해 줄 생각을 하지 않네요. 그냥 잘못을 묵인하는 겁니까?” 사람들 속에 숨어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유원지 직원이 이 말을 듣고 놀라 안색이 변했다. 그는 서둘러 무전기로 연락했다. “매니저님, 지금...” 곧 한 무리의 우주유원지 직원들이 빠르게 달려왔다. 그중 한 사람이 대니얼 앞으로 다가와서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대니얼 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곳 우주유원지의 매니저 양유성입니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급한 일이 있다 보니 좀 늦었습니다.” “대니얼 씨의 아이가 다쳤는데,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뭔가요?” 서진만이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뀌며 동혁을 가리켰다. “지금 대니얼 씨는 가해자 가족에게 사과와 치료비로 Y국 돈 20억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는데 저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어요.” “이 일이 여기 우주유원지에서 벌어졌으니 당신들도 뭔가 반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양유성은 이미 직원으로부터 대니얼 일행의 높은 신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거기에 상대가 외국인이었기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저희가 대니얼 씨가 만족할 수 있게 조처하겠습니다.” 양유성은 한동안 허리를 굽혀 사과를 구하고 고개를 돌려 동혁과 수소야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 표정은 대니얼을 볼 때 와 확연히 달랐다. “두 분, 대니얼 씨의 요구는 들어서 아시겠죠? 어서 사과하시고 배상하세요.” 양유성이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소야는 유원
“이거 봐요. 내가 대니얼 씨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양유성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몸을 돌리고 대니얼에게 허리를 굽혔다. “대니얼 씨, 강제로 사람을 쫓는 권한은 경찰에게만 있습니다. 저희 경호원들은 그런 법 집행 권한이 없어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대니얼 씨가 당신에게 지시하면 그대로 하기만 하면 돼요.” 이때 대니얼 옆에 있던 서진만이 꾸짖었다. “대니얼 씨의 뜻대로 하세요. 대니얼 씨가 뒤에 있는데 뭘 망설이나요? 경찰이 와도 감히 당신을 어찌할 수 없을 거예요. ” “대니얼 씨는 저 사람들을 쫓아버려서 망신을 주려는 것뿐입니다.” “나중에 우리는 경찰에도 신고해 저 사람들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서진만은 대니얼의 마음을 잘 헤아렸는데 뜻밖에도 그의 생각이 적중했다. “진만 씨 말이 맞아요. 우리 골스 가문 가족들이 모두 신사여도 누구나 우리를 모욕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대니얼은 동혁을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 “이어서 나 대니얼을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 결과를 조금씩 느끼게 해 드리죠.” 악의에 찬 대니얼의 말에 수소야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그녀가 동혁을 보고 망설이며 말했다. “그냥 제가 사과하고 배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현장에 있던 몇몇의 H국 사람들이 대니얼을 대하는 태도가 수소야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저 자신만만한 대니얼의 말투로 보아 상대가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들이 와도 굽신거리는 태도로 대니얼에게 잘 보이려 할 거 같아.’수소야는 동혁을 위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고 싶어 했다. “엄마, 왜 우리가 사과해야 해요? 쟤네들이 같이 마리를 괴롭혔어요. 마리가 일부러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마리는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마리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리 말이 맞아. 네가 잘못한 게 없으니 사과할 필요 없어.” 동혁은 마리의 작은 머리를 문지르며 수소야에게 말했다.
상대를 얕잡아 보는 대니얼 일행의 빈정거림이 이어졌다. 주위에 둘러서서 듣고 있던 H국 사람들은 모두 분노에 찬 얼굴로 바뀌었고 마음속에서 화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왜? 우리가 잘못 말했어? 내가 말한 사실이 여기 바로 눈앞에 있잖아. 이 하등한 인간들아, 하하.” 구경꾼들이 수군거리자 대니얼 일행이 더욱 거리낌 없이 조롱을 늘어놓았다. 친구들이 옆에서 거들자 레이첼은 더욱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들었지? 이 하등한 H국 인간아.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사과한다면 내가 특별히 너를 용서해 주마.” 레이첼은 손을 들어 동혁을 가리켰는데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굵은 손가락이 곧 동혁의 얼굴을 찌를 듯 매서워 보였다. 동혁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마디만 더 욕해보시죠. 그때 내가 때렸다고 탓하지 말고.” 대니얼 일행이 그 말을 듣고 모두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H국 사람들은 늘 이런 무의미한 독설을 하지. 사실 그 누구보다 힘도 없으면서. 뭐라 하더라, 그래, 참는 게 이기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요, 뼛속까지 노예근성이 있으니까.” 레이첼은 팔짱을 끼고 무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 하등한 H국 인간아, 네놈이 배짱이 있다면 나를 때려봐? 그럼 난 오히려 네놈을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야.” 동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그는 주저 없이 레이첼의 뺨을 후려갈겼다. 짝!주근깨가 가득한 레이첼의 통통한 얼굴에 또렷하게 손바닥 자국이 찍혔다. 시끄러웠던 현장이 순간 잠잠해졌고, 대니얼 등은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주 잘했어. 잘 때렸어.’ 구경하던 H국 사람들 모두 속이 시원했다. “아...” 레이첼은 뺨을 맞고 잠시 멍해 있다가 다시 정신이 들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통통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아아... 저 쳐 죽일 H국 놈이, 나를 때려? 감히 나를?” “아아...” 현장 전체가 레이첼의 미친듯한 고함소리로 가득 찼다.
“너, H국 인간 놈, 네가 어떤 놈이건, 오늘, 난 네가 평생 후회할 만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대니얼이 독기가 가득 동혁을 향해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양유성을 보고 화를 내며 명령했다. “내 마음이 바뀌었어요. 경호원들에게 지시하세요. 여기 이 H국 인간 놈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리고 쓰러뜨려서 무릎을 꿇고 반성하게 하라고요.” 대니얼은 H국 사람들 앞에서 동혁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지시했다. 그는 아주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그게...” 양유성은 약간 주저하며 구경하고 있는 유원지의 고객들을 살펴보았다. 그는 우주유원지의 사장으로서 대니얼과 동혁을 차별대우를 해서 이미 모든 사람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그런데 그에 더해 대니얼의 지시를 듣고 동혁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만약 누군가가 이일을 폭로한다면, 우주유원지의 사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고 심지어 전 국민에게서 욕을 먹을 수 도 있었다. “뭐가 무서워서 망설이고 있어요? 문제가 생겨도 여기 대니얼 씨가 계신데.” 서진만이 갑자기 한마디 했다. 그가 거들먹거리며 계속 말했다. “잘 생각해요. 이건 대니얼 씨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이런 기회는 잘 오지 않는다고요.” 양유성은 순간 대니얼과 다른 외국인 친구들의 신분을 생각했다. ‘그래, 이번에 요구를 잘 들어주면 대니얼 씨의 신임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다 설사 유원지의 명성이 무너진다고 해도 난 대니얼 씨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날 수 있어.’ ‘하지만 반대로 지시대로 하지 않아 대니얼 씨 눈밖에라도 난다면 복수는 내가 당하게 되겠지?’ 양유성은 머릿속에서 계산을 하고 결정을 내렸다. “양 매니저님, 부르셨어요?” 그때 유원지의 경호원들이 도착했고 선두에 선 경호실장 권태우가 와서 물었다. 양유성이 손을 뻗어 동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사람이 말려도 말을 듣지 않고, 감히 내 유원지에서 사람을 다치게 했어요. 지금 현장에 있는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즉시 저 사람을
‘분명하게 악의를 드러내면서 나보고 이해해 달라고?’ ‘이게 무슨 날강도 같은 논리지?’ 동혁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전 발을 움직일 생각이 없으니 용건이 있다면 여기서 처리하세요.” 권태우는 인상을 구겼지만 구경꾼들을 발견하고는 주변의 부하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잘 둘러싸.” 경호원들은 다른 고객들이 이 모습을 녹화하지 못하도록 꼼꼼히 둘러쌌다. 권태우가 고개를 돌려 동혁을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발을 움직일 수 없으시다니, 그럼 제가 옮겨드리죠.” 그의 눈빛이 매섭게 반짝하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동혁의 목을 잡으려고 했다. 매우 빨라서 일반인은 전혀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이렇게 사람에게 막 덤벼들다니, 당신이 정말 경호실장 맞나요? 범죄자 같은데?” 동혁은 어깨를 살짝 옆으로 틀어 피하며 권태우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권태우는 동혁이 이렇게 빠르게 반응하며 피할 줄은 몰랐다는 듯 의외의 눈빛을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권 실장 뭘 그리 꾸물거리고 있어? 빨리 처리해요.” 멀지 않은 곳에서 양유성이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권태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봐요, 내가 악랄하고 거칠다고 욕하지 마세요. 나도 지시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니까. 양 사장이 당신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하네요.” 말을 마치면서 권태우는 다시 손을 뻗어왔고 이번에는 동혁이 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당신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려야겠군요.” 동혁은 싱긋 웃으며 권태우가 뻗은 팔을 붙잡아 살짝 비틀었다. 1초 전까지만 해도 냉소하던 권태우의 표정이 순간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으아!”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반듯하게 세우고 있던 허리가 굽혀졌다. 결국 그는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동혁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권태우의 이마에서 콩알만 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놔... 이거 놔죠.” 비정상적인
대니얼은 이를 악물고, 갑자기 고개를 돌려 양유성에게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쓸모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당신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겁니까? 저렇게 다부진 몸을 하고서 H국 사람 한 명도 이길 수 없다고요?” “저, 저건 정말 뜻밖의 사고예요.” 양유성은 굽실거리며 사과를 했지만 사실 그 역시 무슨 일인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봐요, 양 사장. 난 뜻밖에 사고이든 뭐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저놈 팔다리를 부러뜨려서 내쫓아버리기만 하면 돼.” 대니얼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지금! 바로 말이요!” “네네,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양유성은 고개를 돌려 나머지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한심한 사람들, 내가 여태 당신들에게 월급을 헛준겁니까? 빨리 모두 같이 저놈 처리해요.” “매니저님, 그게, 저 사람 실력이 상당합니다.” 그러나 10여 명의 경호원 중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양유성은 동혁의 실력에 대해 잘 몰랐지만 경호원들은 방금 전 직접 똑똑히 보았다. ‘권 실장님이 저 사람을 한 대도 때리지 못했다고.’ “이 멍청이들, 저놈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당신들 숫자가 훨씬 더 많은 데 뭐가 겁난다고 이러는 거야?” 양유성은 화가 나 발을 동동 구르며 욕을 했다. “다 덤벼요. 지시에 불응할 거면 오늘 내로 모두 사표 써.’ 하지만 양유성이 아무리 욕을 해도 경호원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지, 목숨 걸러 왔나? 고작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려고 내 팔다리가 부러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어.’ “개X식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양유성은 너무 화가 났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그는 몸을 돌리고 허리를 굽혀 대니얼에게 말했다. “대니얼 씨, 아무래도 그냥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놈이 제 직원의 손발을 부러뜨렸으니 고의적인 상해에 해당합니다. 분명 처벌을 받을 겁니다.” 대니얼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저놈을 힘으로 어찌할
“이 사장님, 준비됐나요? 그럼 시작하죠.” 주다정은 프로였고 감독의 사인이 있자 바로 녹화 모드로 들어갔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원화투자회사의 이동혁 사장님을 모셨습니다. 이 사장님 여러분에게 자기소개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동혁입니다...” 동혁은 아무도 없는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는데 텔레비전 시청자를 위한 제스처였다. 주다정이 이어서 말했다. “저희는 상식적으로 주요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에 대한 요구 사항이 매우 까다롭고 또 상당한 실무 경험도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장님의 이력을 살펴보니 보기 드문 점이 하나 발견됐어요.” “원화투자회사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관련 업종에 종사한 경력이 없다는 겁니다.” “저희가 알기로는 이 사장님은 그전까지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였는데, 맞나요?” 주다정은 동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그래서 전 이 사장님이 어떻게 처갓집에 기대 살다가 갑자기 대형 투자회사의 사장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실례지만, 그런 사적인 질문은 이번 인터뷰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나요?” 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동혁은 주다정이 나쁜 짓을 할 줄은 알았지만, 고약하게도 상대방이 본 녹화에서 단도직입적으로 그의 이력을 언급할 줄 몰랐다. 주다정이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이 사장님께서 잘 모르셔서 그런 겁니다. 여러분들은 그동안 기업 자체보다는 창업자의 창업 경력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마명성, 왕일심 사장 같은 분들처럼 말이에요.” “지금 보니 이 사장님이 그 자리에 오르신 과정이 그 두 분보다 훨씬 더 전설적이고 보시는 분들에게 더 격려적일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아마 홍보 효과도 더 클 겁니다.” 뒤에 있던 나연채와 스태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혁은 주다정을 쳐다보았는데, 상대방이 제시한 이유에는 빈틈이 없었다.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는 확실히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입니다.” “제가 원화투자회
주다정의 말에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은 모두 이상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인터뷰하러 오신 분이 대단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쓸모없는 데릴사위였어?’ 한동안 모두는 동혁을 약간 경멸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다정 씨, 그래도 저희 프로가 이 방송국의 메인인데, 원화투자회사가 데릴사위 따위를 보내서 인터뷰에 응하게 한 것은 너무 무례한 거 아니에요?” “맞아요. 차라리 다른 사람 보고 인터뷰하라고 할까요? 평범한 직원이라도 데릴사위 사장보다 낫겠어요.” 직원 몇 명이 연이어 말했다. 그들은 주다정이 동혁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거들었다. 나연채가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혁과 주다정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방이 설사 동혁이 데릴사위라는 것을 알았더라도 이렇게 대놓고 다른 사람 앞에서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다정의 태도가 어떠하든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다정 씨, 이 사장님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이분은 우리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입니다.” “게다가 저희 장 부사장님께서 앞으로 회사의 얼굴로 홍보하는 일을 모두 사장님께 맡기셨습니다.” 주다정은 나연채가 장가연의 비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동혁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는 어젯밤 대니얼이 한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역시 이동혁은 인맥으로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되었고, 그저 이름뿐이야.’ 동혁에게 복수해서 망하게 만들 계획이 순식간에 주다정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주다정이 웃으며 말했다. “나 실장님의 말씀이 맞아요. 이 사장님은 아내 집에 기대 사는 데릴사위가 맞아요.” “하지만 원화투자회사는 자금이 풍부하니 앞으로 H시에 기여를 많이 하는 회사가 될 거예요.” “당연히 인터뷰는 해야 하고, 인터뷰할 사람도 바꿀 필요 없어요.” 나연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아무런 사고 없이 부사장의 지시를 완수하고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날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주다정의
“전 시청 옆 호텔에 있어요. 이리로 와 주시겠어요? ” 동혁은 태연하게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스룩을 입은 젊은 여자가 차를 몰고 도착했다. 동혁은 임창호, 조동래 등과 헤어지고 장가연의 비서를 만났다. “성함이 뭐죠? 제가 회사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네, 제 이름은 나연채예요. 강오그룹 본사에서 부사장님과 함께 왔습니다.” 나연채는 마치 그녀가 강오그룹에서 파견돼서 한 단계 높은 신분인 것처럼 거만한 말투로 대답했다. 동혁의 옅은 술 냄새를 맡자 나연채는 불만스러워 은근히 입을 삐죽거렸다. ‘역시 낙하산으로 사장에 앉은 사람답네. 점심시간에 시청에 와서 고위 공무원들과 술이나 마시며 연줄을 만들려고 하다니.’ 아까 전 동혁과 임창호 등이 헤어질 때 그녀는 한눈에 그들의 신분을 알아봤다. 동혁의 대외적인 신분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었기 때문에 나연채는 동혁과 고위 공무원의 만남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단지 그녀는 동혁이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이 신분을 이용해 사방으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사람을 그녀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봐왔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갈까요?”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그는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 없었기에 나연채에게 데리러 오라고 한 것이었다. “이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곧 H시 방송국에 도착했고 나연채는 차에서 내린 후 아무 말 없이 앞서 걸어갔다. 그녀는 동혁이 뒤따라오든 말든 아무 상관도 하지 않았다. 나연채는 동혁을 데리고 익숙하게 방송국 9층의 스튜디오로 갔다. 안에는 이미 많은 제작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지적이고 예쁜 여자가 대본을 들고 앉아 있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을 수정해 주고 있었다. 동혁은 그 여자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어젯밤에 본 적이 있었고, 동혁이 뺨도 때렸었다. ‘그 막돼먹은 개 같은 주다정이잖아?’ 나연채가 주다정에게 다가갔다. “다정 씨, 안녕
동혁이 순순히 자신의 말을 따르자 장가연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동혁을 더욱 가볍게 여기기 시작했다. “자, 오늘 회의는 여기입니다. 이만 끝내겠습니다.” 장가연은 손뼉을 치며 동혁이 할 말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고 바로 회의의 끝을 알렸다. ‘뭐야? 자기가 무슨 위안투자회사의 사장이야?’ 장가연이 떠나자마자 자리에 있던 임원들이 동혁을 둘러쌌다. “이 사장님, 저 천일환, 앞으로 회사에서 사장님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따르겠습니다. 사장님의 결정에 절대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맞습니다. 이 사장님. 저희 모두 사장님의 지시만을 들을 겁니다. 장 부사장이 사장님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 같던데, 저희는 그녀의 지시를 듣지 않을 것입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다퉈 동혁에게 충성을 표했다. 바로 어제 일이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들은 방금 전 동혁이 장가연의 말에 순순히 응했다고 바로 장가연 쪽으로 갈 마음이 없었다. “그만하세요.” 동혁이 갑자기 소리치며 사람들의 말을 막았다. 임원들은 의아해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지금 우리가 이 사장님께 충성하겠다고 했잖아.’ ‘기뻐해야 할 이 사장님이, 왜 갑자기 화를 내시지?’ “지금 파벌을 만들러 회사에 온 겁니까? 아님 일하러 온 겁니까?” “이곳은 투자회사입니다. 여러분들의 유일한 가치 증명은 여러분이 우리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지금 이리 몰려와서 뭐 하겠다는 건가요? 다들 할 일 하세요.” 동혁은 냉정하게 손을 흔들고 바로 회의실을 떠났다. 그의 진짜 신분으로 보면 회사 내 정치는 사실 그에게 아주 사소로운 일 일뿐이었다. 동혁의 눈에 장가연의 편견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고 우습게 보였다. ‘그 여자가 원칙을 해치지 않는 한 어떤 행동을 하든 상관없어. 일만 착실하게 잘하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난 아무 간섭도 하지 않을 거야.’ “역시 이 사장님은 도량이 크신 분이야. 이
“좋아요. 그럼 오한민에게 맡기죠.” 이심은 독기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한민의 아들도 이동혁에게 두 다리가 부러졌다고 하더군요. 지금쯤 오한민도 우리보다 그 잡종을 더 죽이고 싶을 거예요.” ... 동혁은 자신이 잠시 시장 대행하겠다고 했지만, 그 일로 그가 도지사 곽원산의 사람으로 취급되었다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덕분에 이씨 가문은 감히 직접 나서지 못했다. 다음날 원화투자회사에 도착한 동혁은 회의를 위해 회의실로 가야 했다. “무슨 일로 회의를 하는 거죠?” 동혁은 회의실로 도착해 송소빈을 불러 물었다. 송소빈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장님, 어제 회사를 떠나시고 나서 심천미 사장님이 오셨는데 이 사장님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꾸짖으시면서 자신의 부하 직원을 이곳 부사장으로 보내시겠다고 하셨어요.” “그 부사장님이 이미 도착했고, 오늘 회의도 그분이 소집한 겁니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 오피스룩을 입은 예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 한 명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여자는 들어와서 회의실 안 모든 사람을 힐끗 둘러보고는 자신감 있게 소개했다. “제 소개를 할게요. 제 이름은 장가연입니다. 오늘부터 정식으로 원화투자회사의 부사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사람들 사이에서 드문드문 박수 소리가 났다. 어제 동혁은 서진만을 처리하면서 이미 회사에서 그의 위신을 세웠다. 많은 사람들은 장가연이 들어와서 동혁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는 것을 보고, 동혁에 대한 그녀의 존중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박수로 그녀를 환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가연은 표정이 조금 안 좋아졌다. “전 원화투자회사에 오기 전 강오그룹 본사에서 심 사장님의 비서를 맡았었습니다.” 짝짝짝- 그 순간 박수 소리가 좀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장가연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그녀는 사람들이 그녀의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안색이 더 안 좋아져서 갑자기 물었다 “이 사장님은 오셨나요?” 회의실의 임원들은 눈살을 찌푸렸는
3대 가문이 무너지자 H시는 순식간에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여러 세력들이 H시로 와서 한몫을 챙기려 했다. 하세량은 꽤 능력이 있는 시장이었지만 그동안 외부 세력들에 대처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이씨 가문이 이천성을 풀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만 봐도 지금까지 명문가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동혁이 시장 대행을 맡기로 하자 하세량은 너무나 안심이 되었다. ‘상대가 얼마나 대단하든 우리 H시에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시장님, 저는 앞에 나서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시장의 일상적인 업무까지는 제가 좀 번거로울 수 있어요. 꼭 필요할 때만 제가 나설 겁니다.” 이때 동혁이 하세량에게 요구조건을 말했다. 그는 매일 시청에 앉아서 여러 공문서를 처리하며 바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선생님,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아랫사람에게 잘 이야기해 놓겠습니다. 아마 웬만한 일로는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 겁니다.] 하세량은 가슴을 치며 약속했다. 곧 H시 시청은 도시의 시장인 하세량이 고급 연수에 참석하는 일로 H시의 전반적인 업무를 이씨 대리인에게 일시적으로 위임했다고 발표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N도 이씨 가문도 가장 빨리 이 소식을 들었다. 쨍그랑!N도 이씨 가문 본가에서 가주인 이연은 화가 나 자신이 좋아하는 찻잔을 산산조각 냈다. 그는 새파랗게 질려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세량 이 개X식, 알고 보니 곽 도지사의 사람이 됐다고 우리 이씨 가문의 요구를 묵살한 것이었어.” “어쩐지 그놈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 했어. 앞으로 연수에 다녀오면 곧 승진을 할 거고, 그럼 우리 이씨 가문은 안중에도 없겠지.”그러나 이연이 아무리 욕을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씨 가문이 아무리 명문가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감히 하세량을 건드릴 수 없었다. 하세량을 건드는 것은 도지사인 곽원산을 건드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세량이 승진까지 하
류혜진은 동혁을 붙잡고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 동혁은 변명하기 귀찮아 묵묵히 듣기만 했다. “천미가 새로운 부사장을 원화투자회사에 파견해 네가 회사 일에 잘 적응하게 도울 거라고 했어.” 류혜진은 동혁을 노려보며 독기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동혁이, 너 내 말 똑바로 들었어?” “예.”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는 회사 일이 어떻게 되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 ‘만약 새로 온 부사장이 능력 있고 이전의 그 서진만처럼 나를 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뭐 아무 상관없지.’ 류혜진이 몸을 돌려 떠나자 세화가 동혁에게 다가와 진지하게 충고했다. “동혁 씨,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일을 잘 배워, 알겠지?” “당신이 회사에서 실적을 내면 엄마도 더는 동혁 씨를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을 거야.” “알았어. 여보 말 잘 기억할게.” 동혁은 웃으며 세화를 껴안으며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난 샤워하러 갈게.” 세화는 동혁을 째려보더니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동혁도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려는데 갑자기 하세량에게 전화가 왔다. “시장님, 무슨 일이죠?” 동혁이 전화를 받아 물었다. 하세량이 말했다. [이 선생님, 이천성은 사람을 시켜 이미 N도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방금 전에 듣자 하니, 리성투자회사 부사장 오한민의 아들 오반석도 다리가 부러졌다고 하던데요?] “아, 제가 그러라고 했어요.” 동혁이 태연하게 대답했다.하세량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오늘 밤에 오한민 아들 오반석의 다리가 부러졌는데 뒤이어 이천성의 다리도 부러졌어.’ ‘그런데 두 사건 모두 이 선생과 관련이 있는 거라고?’ ‘대체 이 선생과 이씨 가문은 왜 이렇게 자꾸 부딪히는 거지?’ “시장님, 뭐 또 다른 할 말이 있나요?” 동혁이 물었다. 하세량은 생각을 거두며 말했다. [이 선생님, 도청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제가 이번에 마지막 모집 인원으로 보름간의 고급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거 좋은 일이잖아요. 축하드려요.
동혁은 류성중 때문에 정말 분노했다. 오늘 저녁 연회에서 상대방은 거듭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만약 류성중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동혁은 진작에 손바닥으로 뺨을 날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세화의 외삼촌이라 동혁은 더는 따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류성중이 류혜진을 류씨 가문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을 들먹이며 세화를 협박해 이혼하라고 했다. 이건 동혁에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동혁은 분노하여 표정을 굳히고 류성중을 향해 걸어갔다. “동혁 씨.” 동혁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가로젓는 세화는 걱정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동혁이 과격한 행동을 해서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했다. 동혁을 붙잡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류성중을 바라보았다. 세화는 심호흡을 하고 차분히 말했다. “외삼촌, 삼촌이야 말로 자기가 뭐든 할 수 있는 줄 착각하지 마세요.” “저와 동혁 씨의 결혼은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어요. 그건 우리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예요.” 세화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이 말을 하고 세화는 동혁을 데리고 그대로 떠났다. 류성중은 그 자리에 서서 분노 한 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오늘 사람들 앞에서 세화와 동혁에 의해 큰 망신을 당했다. 그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고 여기며 오히려 오늘 밤 동혁과 세화 두 사람이 거듭 자신을 도발했다고 생각했다. “내 동의 없이 혜진 누나가 류씨 가문에 돌아올 생각 하지 마.”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류성중의 말투는 차갑기만 했다. 동혁과 세화는 류성중의 말을 듣지 못했고 설사 듣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둘은 하원종을 쫓아 곧장 그와 함께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하원종은 이미 고령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이 많았는지 지칠 대로 지쳐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하원종에게 극진한 류혜진은 직접 그를 부축하여 위층 침실로 모시고 올라갔다. 하지만 위층에서 내려오자마자 웃고 있던 류혜진의 얼굴이 먹구름 가득하게 바뀌었다. “세화야, 너하
류성중의 말을 듣고 하원종은 즉시 불만스러워했다.‘의료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유로 나를 불러 놓고 문제는 그냥 내버려두고 다른 사람을 치료하러 가자고?’‘게다가 류성중 부이사장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면 분명 환자는 아주 부자겠구만.’하원종은 이런 인맥을 이용하는 환자를 가장 싫어했다.그러나 병을 고치고 사람을 구하는 게 우선이라 여긴 그는 참을성 있게 물었다.“무슨 환자죠?”“하 선생님, 외삼촌이 말한 그 환자는 아마 이천기일 겁니다. 아, 이제 이천성까지 추가해야 했군요.”동혁은 옆에서 냉정하게 말했다.그는 이씨 가문이 이렇게 오래도록 하원종을 데려가려 시도할 줄 몰랐다. 이씨 가문은 온갖 수단을 써서 하원종이 이천기의 다리를 치료하게 하려고 했다.동혁은 류성중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혹시 모르시겠지만, 그 이천기의 다리도 제가 부러뜨린 겁니다.”“그러니 그만 돌아가세요. 하 선생님은 절대로 이씨 가문에 가서 그놈들의 다리를 치료하지 않을 거니까요.”류성중은 멍해졌다.이천기의 다리가 다른 사람에 의해 부러져 폐인이 되었다는 소식은 N도 상류층 사이에 이미 널리 퍼졌다.그런데 류성중은 그 범인이 동혁일 줄은 몰랐다.“동혁이 넌 닥치고 있어. 여기서 네놈은 말할 자격이 없으니까. 너 같이 밥이나 축내는 데릴사위놈이 하 선생님의 생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거야?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하지 말고, 저리 꺼져라.”정신을 차린 류성중은 동혁에게 독설을 퍼부은 다음 웃으며 하원종을 바라보았다. “하 선생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선생님께서는 의사로서의 책임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시기에 병자를 그대로 두지 않으신다고요.”그 때.지금껏 조용하던 하원종이 갑자기 화약통에 불을 붙인 것처럼 폭발하며 소리쳤다.“동혁이 말이 맞아요. 난 다친 이유가 명확한 환자는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이씨 가문 사람들이 다친 건 다 자업자득이에요. 나보고 그놈들의 다리를 고쳐주라고 하다니, 꿈 깨라고 전하세요.”“난 이 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