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우리 H국 사람이 아닌가요?” 수소야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녀는 서진만의 태도에 구역질을 느꼈다. 동혁도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은 정말 이 사람들의 훌륭한 개군요.” “건방진 놈. 어디서 말을 함부로 지껄여?” 서진만은 분노로 안색이 어둡게 변하며 소리쳤다. “진만 씨, 이런 야만적이고 거친 사람과 대화 할거 없어요.” 대니얼이 갑자기 한마디 하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그런데 이곳 유원지 직원은 뭐 하는 건가요? 내 아이가 다쳤는데 아무도 처리해 줄 생각을 하지 않네요. 그냥 잘못을 묵인하는 겁니까?” 사람들 속에 숨어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유원지 직원이 이 말을 듣고 놀라 안색이 변했다. 그는 서둘러 무전기로 연락했다. “매니저님, 지금...” 곧 한 무리의 우주유원지 직원들이 빠르게 달려왔다. 그중 한 사람이 대니얼 앞으로 다가와서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대니얼 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곳 우주유원지의 매니저 양유성입니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급한 일이 있다 보니 좀 늦었습니다.” “대니얼 씨의 아이가 다쳤는데,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뭔가요?” 서진만이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뀌며 동혁을 가리켰다. “지금 대니얼 씨는 가해자 가족에게 사과와 치료비로 Y국 돈 20억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는데 저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어요.” “이 일이 여기 우주유원지에서 벌어졌으니 당신들도 뭔가 반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양유성은 이미 직원으로부터 대니얼 일행의 높은 신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거기에 상대가 외국인이었기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저희가 대니얼 씨가 만족할 수 있게 조처하겠습니다.” 양유성은 한동안 허리를 굽혀 사과를 구하고 고개를 돌려 동혁과 수소야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 표정은 대니얼을 볼 때 와 확연히 달랐다. “두 분, 대니얼 씨의 요구는 들어서 아시겠죠? 어서 사과하시고 배상하세요.” 양유성이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소야는 유원
“이거 봐요. 내가 대니얼 씨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양유성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몸을 돌리고 대니얼에게 허리를 굽혔다. “대니얼 씨, 강제로 사람을 쫓는 권한은 경찰에게만 있습니다. 저희 경호원들은 그런 법 집행 권한이 없어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대니얼 씨가 당신에게 지시하면 그대로 하기만 하면 돼요.” 이때 대니얼 옆에 있던 서진만이 꾸짖었다. “대니얼 씨의 뜻대로 하세요. 대니얼 씨가 뒤에 있는데 뭘 망설이나요? 경찰이 와도 감히 당신을 어찌할 수 없을 거예요. ” “대니얼 씨는 저 사람들을 쫓아버려서 망신을 주려는 것뿐입니다.” “나중에 우리는 경찰에도 신고해 저 사람들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서진만은 대니얼의 마음을 잘 헤아렸는데 뜻밖에도 그의 생각이 적중했다. “진만 씨 말이 맞아요. 우리 골스 가문 가족들이 모두 신사여도 누구나 우리를 모욕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대니얼은 동혁을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 “이어서 나 대니얼을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 결과를 조금씩 느끼게 해 드리죠.” 악의에 찬 대니얼의 말에 수소야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그녀가 동혁을 보고 망설이며 말했다. “그냥 제가 사과하고 배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현장에 있던 몇몇의 H국 사람들이 대니얼을 대하는 태도가 수소야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저 자신만만한 대니얼의 말투로 보아 상대가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들이 와도 굽신거리는 태도로 대니얼에게 잘 보이려 할 거 같아.’수소야는 동혁을 위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고 싶어 했다. “엄마, 왜 우리가 사과해야 해요? 쟤네들이 같이 마리를 괴롭혔어요. 마리가 일부러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마리는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마리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리 말이 맞아. 네가 잘못한 게 없으니 사과할 필요 없어.” 동혁은 마리의 작은 머리를 문지르며 수소야에게 말했다.
상대를 얕잡아 보는 대니얼 일행의 빈정거림이 이어졌다. 주위에 둘러서서 듣고 있던 H국 사람들은 모두 분노에 찬 얼굴로 바뀌었고 마음속에서 화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왜? 우리가 잘못 말했어? 내가 말한 사실이 여기 바로 눈앞에 있잖아. 이 하등한 인간들아, 하하.” 구경꾼들이 수군거리자 대니얼 일행이 더욱 거리낌 없이 조롱을 늘어놓았다. 친구들이 옆에서 거들자 레이첼은 더욱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들었지? 이 하등한 H국 인간아.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사과한다면 내가 특별히 너를 용서해 주마.” 레이첼은 손을 들어 동혁을 가리켰는데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굵은 손가락이 곧 동혁의 얼굴을 찌를 듯 매서워 보였다. 동혁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마디만 더 욕해보시죠. 그때 내가 때렸다고 탓하지 말고.” 대니얼 일행이 그 말을 듣고 모두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H국 사람들은 늘 이런 무의미한 독설을 하지. 사실 그 누구보다 힘도 없으면서. 뭐라 하더라, 그래, 참는 게 이기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요, 뼛속까지 노예근성이 있으니까.” 레이첼은 팔짱을 끼고 무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 하등한 H국 인간아, 네놈이 배짱이 있다면 나를 때려봐? 그럼 난 오히려 네놈을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야.” 동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그는 주저 없이 레이첼의 뺨을 후려갈겼다. 짝!주근깨가 가득한 레이첼의 통통한 얼굴에 또렷하게 손바닥 자국이 찍혔다. 시끄러웠던 현장이 순간 잠잠해졌고, 대니얼 등은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주 잘했어. 잘 때렸어.’ 구경하던 H국 사람들 모두 속이 시원했다. “아...” 레이첼은 뺨을 맞고 잠시 멍해 있다가 다시 정신이 들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통통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아아... 저 쳐 죽일 H국 놈이, 나를 때려? 감히 나를?” “아아...” 현장 전체가 레이첼의 미친듯한 고함소리로 가득 찼다.
“너, H국 인간 놈, 네가 어떤 놈이건, 오늘, 난 네가 평생 후회할 만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대니얼이 독기가 가득 동혁을 향해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양유성을 보고 화를 내며 명령했다. “내 마음이 바뀌었어요. 경호원들에게 지시하세요. 여기 이 H국 인간 놈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리고 쓰러뜨려서 무릎을 꿇고 반성하게 하라고요.” 대니얼은 H국 사람들 앞에서 동혁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지시했다. 그는 아주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그게...” 양유성은 약간 주저하며 구경하고 있는 유원지의 고객들을 살펴보았다. 그는 우주유원지의 사장으로서 대니얼과 동혁을 차별대우를 해서 이미 모든 사람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그런데 그에 더해 대니얼의 지시를 듣고 동혁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만약 누군가가 이일을 폭로한다면, 우주유원지의 사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고 심지어 전 국민에게서 욕을 먹을 수 도 있었다. “뭐가 무서워서 망설이고 있어요? 문제가 생겨도 여기 대니얼 씨가 계신데.” 서진만이 갑자기 한마디 했다. 그가 거들먹거리며 계속 말했다. “잘 생각해요. 이건 대니얼 씨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이런 기회는 잘 오지 않는다고요.” 양유성은 순간 대니얼과 다른 외국인 친구들의 신분을 생각했다. ‘그래, 이번에 요구를 잘 들어주면 대니얼 씨의 신임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다 설사 유원지의 명성이 무너진다고 해도 난 대니얼 씨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날 수 있어.’ ‘하지만 반대로 지시대로 하지 않아 대니얼 씨 눈밖에라도 난다면 복수는 내가 당하게 되겠지?’ 양유성은 머릿속에서 계산을 하고 결정을 내렸다. “양 매니저님, 부르셨어요?” 그때 유원지의 경호원들이 도착했고 선두에 선 경호실장 권태우가 와서 물었다. 양유성이 손을 뻗어 동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사람이 말려도 말을 듣지 않고, 감히 내 유원지에서 사람을 다치게 했어요. 지금 현장에 있는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즉시 저 사람을
‘분명하게 악의를 드러내면서 나보고 이해해 달라고?’ ‘이게 무슨 날강도 같은 논리지?’ 동혁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전 발을 움직일 생각이 없으니 용건이 있다면 여기서 처리하세요.” 권태우는 인상을 구겼지만 구경꾼들을 발견하고는 주변의 부하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잘 둘러싸.” 경호원들은 다른 고객들이 이 모습을 녹화하지 못하도록 꼼꼼히 둘러쌌다. 권태우가 고개를 돌려 동혁을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발을 움직일 수 없으시다니, 그럼 제가 옮겨드리죠.” 그의 눈빛이 매섭게 반짝하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동혁의 목을 잡으려고 했다. 매우 빨라서 일반인은 전혀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이렇게 사람에게 막 덤벼들다니, 당신이 정말 경호실장 맞나요? 범죄자 같은데?” 동혁은 어깨를 살짝 옆으로 틀어 피하며 권태우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권태우는 동혁이 이렇게 빠르게 반응하며 피할 줄은 몰랐다는 듯 의외의 눈빛을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권 실장 뭘 그리 꾸물거리고 있어? 빨리 처리해요.” 멀지 않은 곳에서 양유성이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권태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봐요, 내가 악랄하고 거칠다고 욕하지 마세요. 나도 지시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니까. 양 사장이 당신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하네요.” 말을 마치면서 권태우는 다시 손을 뻗어왔고 이번에는 동혁이 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당신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려야겠군요.” 동혁은 싱긋 웃으며 권태우가 뻗은 팔을 붙잡아 살짝 비틀었다. 1초 전까지만 해도 냉소하던 권태우의 표정이 순간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으아!”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반듯하게 세우고 있던 허리가 굽혀졌다. 결국 그는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동혁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권태우의 이마에서 콩알만 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놔... 이거 놔죠.” 비정상적인
대니얼은 이를 악물고, 갑자기 고개를 돌려 양유성에게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쓸모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당신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겁니까? 저렇게 다부진 몸을 하고서 H국 사람 한 명도 이길 수 없다고요?” “저, 저건 정말 뜻밖의 사고예요.” 양유성은 굽실거리며 사과를 했지만 사실 그 역시 무슨 일인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봐요, 양 사장. 난 뜻밖에 사고이든 뭐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저놈 팔다리를 부러뜨려서 내쫓아버리기만 하면 돼.” 대니얼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지금! 바로 말이요!” “네네,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양유성은 고개를 돌려 나머지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한심한 사람들, 내가 여태 당신들에게 월급을 헛준겁니까? 빨리 모두 같이 저놈 처리해요.” “매니저님, 그게, 저 사람 실력이 상당합니다.” 그러나 10여 명의 경호원 중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양유성은 동혁의 실력에 대해 잘 몰랐지만 경호원들은 방금 전 직접 똑똑히 보았다. ‘권 실장님이 저 사람을 한 대도 때리지 못했다고.’ “이 멍청이들, 저놈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당신들 숫자가 훨씬 더 많은 데 뭐가 겁난다고 이러는 거야?” 양유성은 화가 나 발을 동동 구르며 욕을 했다. “다 덤벼요. 지시에 불응할 거면 오늘 내로 모두 사표 써.’ 하지만 양유성이 아무리 욕을 해도 경호원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지, 목숨 걸러 왔나? 고작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려고 내 팔다리가 부러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어.’ “개X식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양유성은 너무 화가 났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그는 몸을 돌리고 허리를 굽혀 대니얼에게 말했다. “대니얼 씨, 아무래도 그냥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놈이 제 직원의 손발을 부러뜨렸으니 고의적인 상해에 해당합니다. 분명 처벌을 받을 겁니다.” 대니얼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저놈을 힘으로 어찌할
“대니얼 씨는 Y국의 골스 귀족가문 출신에다, 이번에 Y국 영사관에서 특별히 초청을 받고 오신 귀빈입니다.” “반면에 이 이동혁이라는 놈은 거칠고 야만적이기까지 한 하찮은 시민에 불과한데 사과를 왜 하세요?” “이런 놈에게 사과가 가당키나 합니까?” 양유성은 동혁을 시큰둥하게 흘겨보더니 냉소를 흘렸다. 이 말을 듣고 놀란 오태산은 어지럽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동혁의 안색을 살폈는데 동혁의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즉시 화를 냈다. “양 매니저, 내가 닥치라고 했는데 못 들었어?” “그게 사장님, 전 그저 사장님을 위해 드린 말씀입니다.” 양유성은 오태산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자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사장님의 신분으로 이런 놈에게 사과를 하는 건 정말 격이 떨어지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뺨을 한 대 세게 얻어맞았다. 짝! 참다못한 오태산이 양유성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쳐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 개X식아,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이 선생님을 깔봐?” 오태산은 양유성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우리 우주유원지와 회사가 모두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 알아?” “알죠, 알아요. 혜성그룹이잖아요.” 양유성은 뺨을 가리고 오태산을 쳐다보았다. 오태산이 말했다. “그럼 넌 이 선생님의 아내분이 혜성그룹의 진 회장님이신 건 알고 있어?” “그, 그게 무슨...” 양유성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화가 난 오태산이 이어서 말했다. “그럼 이것도 알고 있어? 여기 이 선생님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야. 몇 천억의 자금을 손에 쥐고 운용하시는 분이라고. 그 돈을 조금만 써도 너 하나쯤은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어.” “우아.” 현장에서 갑자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까 외국인의 아내를 때린 저 젊은이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라고? 거기에 몇 천억의 자금을 운용하는?’ ‘완전 부자였잖아.’
“이런 앞잡이 같은 놈은 오 사장님께서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동혁은 창백한 얼굴의 양유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은 내가 직접 처리할 가치도 없어.’ 오태산은 즉시 사람을 보내 트램펄린 구역의 CCTV 녹화본을 가져오게 지시하고 현장에 있는 대형 액정 스크린에 재생했다. 영상에서는 역시 몇몇 외국인 아이들이 먼저 마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다섯 살도 안 된 마리가 여러 명의 큰 외국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밀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아프게 했다. 결국 마리는 바닥에 쓰러져 울부짖으며 어린 니엘을 밀었는데 그저 어린 소녀의 정상적인 반응일 뿐이었다. “분명히 몇 명의 외국 아이들이 저 소녀를 괴롭혔는데 부모라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화를 내다니.” “그뿐이에요? 저 소녀의 부모에게 사과와 배상을 강요했잖아요. 감히 우리나라에 와서 저렇게 거만하게 굴다니. 내가 보기에 사과해야 하는 건 당신들이야.” “아주 뻔뻔스러워...”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 분개하여 대니얼 등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영상 증거를 보고 몇몇 외국인들은 당황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태산은 후련해하며 양유성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당신도 일의 경위를 알겠지? CCTV를 확인한 이상 공정하게 문제를 처리하겠어. 당신은 지금부터 해고야.” “잘됐어.” “저런 앞잡이는 해고시켜버려야 해.” 주변 사람들이 모두 큰소리로 환호했다. “사장님, 제발 그것만은...” 양유성은 창백한 얼굴로 대니얼 등을 바라보며 도움을 구했다. ‘이제 내가 살길은 이 외국인들에게 달렸어.’ 지금 대니얼 등의 기분은 극도로 나쁜 상태였다. 그들은 양유성이 죽든 살든 아무 관심이 없었다. 비록 양유성이 방금 전까지 계속 대니얼의 편을 들며 말을 했지만, 대니얼의 눈에 양유성은 단지 아무렇게나 쓰고 버리는 개일뿐이었다.그런데 우주유원지의 사장님 오태산이 대니얼의 면전에서 양유성을 해고했다. 그 순간 그들은
해리슨은 결국 Y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창피한 일이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해리슨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아무도 동혁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는 동혁이 나서는 걸 싫어하는 것을 눈치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을 개의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물며 감히 밖에서 발설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대단한 위세의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해 사과시킬 수 있는 동혁과 같은 능력이 없었다. 해리슨이 떠난 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했다. 그들이 데릴사위라고 조롱했던 동혁에게 오늘 밤 모두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이 선생님, 진 회장님, 죄송합니다. 두 분에게 무례하게 굴어 사과드려요.” 동혁과 세화를 비꼬며 조롱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가와 사과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조롱이 심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홀로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Y국 영사가 무릎 꿇는 것을 본 이상 그들 자신이 무릎을 꿇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류성중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도 동혁에게 다가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휴대폰을 꺼내 먼 구석으로 가서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저 류성중입니다.” 이연의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렸다. [어, 성중아, 어떻게 됐어?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이 우리 천성이를 풀어주겠다고 했어?] 이번에 류성중이 H시에 간다고 했을 때, 이씨 가문은 그와 세화 가족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내게 하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하원종을 이씨 가문으로 보내 이천기의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는지도 알아보게 했다. 물론 이씨 가문에서는 부탁을 하며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성중은 명문가인 이씨 가문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단번에 승낙했다. “그게...” 류
“윽! 악!” 대니얼은 온갖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 광경을 보고도 연회장에 있던 H국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해리슨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니얼이 Y국에서 살지 못해 H국에 와서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었다. 사람들은 동혁이 대니얼을 외국 놈이라고 욕할 때 대니얼 편을 들었다는 생각에 창피하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류성중은 특히 더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이전에 대니얼에게 엄청 아부했었기 때문이다. 짝! 퍽! 해리슨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며 대니얼을 반쯤 죽인 후에야 마침내 동작을 멈추었다. 대니얼은 공기 빠진 풍선처럼 흐물거리며 반쯤 죽은 채로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 지를 힘조차 없었다. 오로지 그의 두 눈만이 동혁을 달갑지 않게 노려보았다. 그는 동혁을 대하는 해리슨의 태도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대니얼뿐만 아니라 연회장의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동혁, 도대체 감추고 있는 무서운 신분이 뭐지?’ 하지만 해리슨 Y국 영사가 Y국 여왕과 동일하게 동혁을 여긴다는 사실에 연회장의 사람들은 동혁의 신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선생님,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만족하시나요? 아니면 제가 이놈을 다시는 Y국에 돌아갈 수 없게 끝장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해리슨은 다시 동혁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을 긋는 손짓을 했다. 아무도 해리슨의 이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 영사는 전쟁터에 나갔었고 저 손에 의해 사람들이 죽었어. 그냥 풍채가 좋은 일반 외교관은 아니지.’ ‘저 사람이라면 정말 암암리에 어떤 수단을 써서 감쪽같이 대니얼을 죽일 수도 있을 거야.’ “아, 안 돼요.”대니얼의 눈에서 두려움이 짙게 피어났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동혁에게 달려들어 무릎을 꿇었다. “이 선생님, 제발 절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이렇게 사과드립니다.” “또 진 회장님에게 사과드립니다.” 대니얼은 동혁과 세화를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풀썩- 해리슨이 무릎을 꿇자 뒤따라오던 부하 10여 명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럴 수가!” 동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해리슨 등을 보는 연회장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이야?’ ‘그 위풍당당한 Y국 해리슨 영사가 이동혁을 찾아와 결판을 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눈을 비비며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대니얼은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는데 그 안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 인생의 암울한 미래가 그려졌다. ‘해리슨 영사님은 우리 Y국의 국민적 영웅이야. 영사로서 Y국을 대표하는 분인데.’ ‘저분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당신 정체가 대체 뭐야?” 주다정도 놀라서 미칠 것 같았다. Y국은 그녀의 희망이었다. 그녀의 가장 큰 꿈이 Y국 영주권을 얻어 이민을 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H국 남자를 무시하고 마음속으로 경멸해 왔다. 비록 그녀가 평소에 몇몇 H국 남자들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건 모두 뭔가를 얻기 위한 도구로 그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니얼은 동혁에게 머리를 맞고 유린당했고 해리슨 같은 Y국 영사도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그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Y국에 대한 환상이 무너졌다고 느꼈다.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류성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해리슨과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석에서 늘 오만함이 넘쳐흐르는 해리슨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그런데 눈앞의 장면은 류성중의 마음을 너무도 복잡하게 만들었다.세화 역시 동혁을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혁을 보며 대체 무슨 영문인지 의아해했다. 그 순간 정신이 멍해진 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해리슨이 마침내 약간의 이성을 회복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동혁을 올려다보았다.
“세화야, 이게 다 네가 이 바보를 그냥 둬서 이런 거야. 이제 너와 네 온 가족이 동혁이와 연루되게 생겼어.” “내가 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동혁이, 저놈과 관계를 끊을 거야.” 류성중이 세화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화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져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혁 씨, 우리 그냥 빨리 돌아가자. 하늘 거울 저택으로 가자고.” 집으로 피하는 게 지금 세화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 집은 설 대도독의 경호원들이 있어서 해리슨 영사라도 감히 들이닥치지 못해.’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일단 시간을 벌고서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자.’ “여보, 겁낼 거 없어. 우린 아무 데도 안 가도 돼. 해리슨이 와서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자.” 동혁은 세화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 세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이렇게 큰 일을 벌이고도 동혁 씨는 웃음이 나와?’ 세화는 할 수 없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동혁과 함께 기다렸다. ‘그래, 난 두 그룹의 회장이고, 동혁 씨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야. 다른 사람이 와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기껏해야 뭔가 대가를 치르면 그만이야.’ 세화는 동혁과 관계를 끊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부라면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외교관 통행증을 단 고급 차 몇 대가 명성호텔에 들어섰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신분을 묻는 호텔 경호원을 거칠게 밀치고 돌진했다. “다다다.” 바깥 복도에서 급하고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가 나자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하, 해리슨 영사님이 오셨나 보군.” 무릎을 꿇은 대니얼이 광기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소리쳤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뛰어들어왔다. 그 가운데에는 외국인과 H국 사람이 있었는데 대부분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하 시장님, 스탠슨은 우리 영광스러운 Y국을 위해 피를 흘려 큰 공을 세운 공신이에요.” “당신들은 반드시 스탠슨을 때린 그 범인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우리가 그놈을 처리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Y국의 공식적인 항의를 받을 거예요.” H시 시청 시장실. 금발에 구레나룻이 긴 한 백인 남자가 하세량에게 거만한 표정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바로 N도 주재 Y국 영사관의 영사 해리슨이었다. 바로 그대 대니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들은 해리슨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이어서 버럭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죽일 놈, 대니얼, 네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게 분명 귀찮은 일이 생긴 거지? 그래서 일부러 나를 열받게 하는 거 아니야?” “하찮은 H국 인간 놈이 감히 어떻게 내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해? 어디서 그런 거짓말이야? 네놈이 죽고 싶어?” 해리슨은 대니얼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대니얼이 언급한 일은 근본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리슨, 왜 믿지 못하겠어? 당신은 H국에서 순직한 Y국 초대 영사가 되는 거야.] 그런데 그때 다른 목소리가 전화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뜻밖에도 누군가 자신의 죽음 언급하자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한 해리슨은 다시 벌컥 화를 냈다. “이 개X식이, 너 누구야? 감히 나한테 그런 막말을 하다니.” [내가 누군지, 못 알아듣겠어?] “10분의 시간을 줄 테니 튀어와서 내 앞에 무릎 꿇어. 그렇지 아니면 어디 가서 자살이라도 해야 할 거야.” 해리슨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동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연회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완전히 멍해졌다. ‘대니얼 씨를 무릎 꿇게 하더니, 이제는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하겠다고?’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일을 모두 이미 직접 한번 본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혁이 해리슨 영사를 협박해 자살하게 하는 것도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설사 동혁이 지금 전화를 걸어 Y국 여왕을 무릎 꿇게 한다
털썩! 대니얼은 동혁에게 뺨을 세게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뺨 한대에 온몸이 저려오고 얼굴에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동혁은 대니얼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다가와 그의 멱살 잡고 강하게 걷어차 다리종아리를 부러뜨렸다. “으아.” 대니얼은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옆에 있던 주다정은 동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놀라서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너, 너 지금 뭐 하려고... 아!” 동혁은 주다정을 붙잡아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한 다음 발을 내밀었다. “아까 전에 말했잖아. 막돼먹은 개는 무릎을 꿇게 해서 내 신발을 깨끗이 핥게 해야 한다고.”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네놈이 뭔데 내게 그딴 걸 하라고 해?” “아, 네놈 아내가 시킨 거야?” 주다정은 화가 나 소리치며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동혁에게 또다시 뺨을 맞고 바로 얌전하게 굴었고, 눈물을 흘리며 동혁의 발밑에 머리를 내밀었다. Y국 귀족인 대니얼은 데릴사위인 동혁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주다정이라는 경제채널의 미녀 진행자는 동혁의 신발 밑창을 핥았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모두 틀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동혁이,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 네놈이 감히 대니얼 씨와 그의 파트너를 이렇게 대하다니. 아주 인생 끝장을 보려고 이러는 거야?” 정신을 차린 류성중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동혁이 미쳐 날뛴다고 생각하고 자신까지 때릴까 봐 겁이 나 멀찌감치 서 있다가 화를 내며 다가와 동혁을 꾸짖었다. “이 사장님, 골스 재단과 완전히 적이 되려고 이러십니까?” “어서 빨리 대니얼 씨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뭐 하고 계세요?” 오늘 밤 연회를 계획한 의료공단의 왕근식 등도 모두 이번 사태에 휘말린 것을 후회하며 잇달아 동혁에게 한 마디씩 했다. “시끄러워요.” 동혁은 잔소리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진 회장, 아무래도 당신 남편 장례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 주다정은 동혁이 비명에 죽는 순간을 마치 본 것처럼 말했다. 세화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만해!” 대니얼은 날카로운 음성으로 주다정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막으며 차가운 두 눈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 미천한 H국 인간 놈, 네놈이 해리슨 영사님을 모욕한 것만으로도 넌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범한 거야.” “이 일이 해리슨 영사님에게 전해지기 전에 내가 그를 위해 먼저 나서야겠군.” 말을 하며 대니얼은 자신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강하게 손짓을 했다. “저 미천한 H국 인간 놈이 우리 영사님과 Y국을 모욕했어. 먼저 저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려 본떼를 좀 보여줘.” 10명의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았다. 아까 전에 동혁이 경호원들에게 전해준 두려움은 동혁이 한 무례한 말과 함께 이미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그들에게 끝없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해리슨 영사님은 전쟁터에 있을 때 우리의 오랜 상사였어. 동시에 우리 Y국의 희망이신 분이지. 어느 누구도 그분을 모욕할 수는 없어.” “이 H국 인간 놈, 죽여주마.” 한 경호원의 분노 가득한 음성과 함께 다른 9명의 경호원이 주저하지 않고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동혁 씨, 도망가.” 세화는 비명을 지르며 동혁을 잡아당겼지만 동혁은 이미 몸을 돌려 세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10명의 늑대 같은 경호원들을 상대로 동혁은 뜻밖에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턱!” 그는 번개같이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다가온 경호원이 휘두른 주먹을 움켜쥐고는 조금 힘을 주었다. 전쟁터에 나갔을 때 팔이 통나무처럼 굵고 힘이 강했던 에이스 경호원도 동혁의 손에서는 병아리처럼 허약하기만 했다. “으아.” 팔의 뼈가 부러지며 처절한 비명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고통에 몸이 굳어버린 순간 동혁의 발길질에 맞아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퍽!
H국에 있는 Y국의 주재기관 중 최고위급 대사관 밑으로 영사관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H국에는 Y국 영사관이 모두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N도에 있었다. ‘영사관 하나하나가 바로 Y국 전체를 대표해.’ ‘그런데 이동혁이 지금 그런 영사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이게 정말 미친 소리가 아니면 뭐야?’ “이런 쓸모없는 놈, 지금 현직 Y국 영사가 어떤 분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Y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외교관으로 국외전장에도 가본 적이 있는 분이야.” “그런 분에게 네놈이 감히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네놈이 정말 죽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그래?” 류성중이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동혁 때문에 미칠 것은 심정이었다.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생각이 없는 놈인 줄 알았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 연회에 이놈을 참석시키지 않았을 거야.’ ‘지금 동혁이, 이놈이 한 말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해리슨 영사 귀에 들어가 가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풍파가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야.’ ‘만약 이 일이 외교 갈등으로라도 번지면 오늘 밤 연회에서 공무원으로서 가장 직급이 높은 난 상상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거야.’ ‘해리슨 영사에게 해명하기 위해 내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너 정신병 있는 거 맞지? 그래서 사실 넌 Y국 영사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류성중은 최대한 이 일을 대충 얼버무리려고 화를 내고 다그치며 동혁을 얌전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동혁의 다음 말은 그의 두 눈에서 불을 뿜게 만들며 동혁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게 만들었다. “아뇨, 알고 있는데요. 현 Y국 영사는 해리슨이라는 사람으로 겉으로는 강한척하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쓸모없는 인간이잖아요.” 동혁은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 “전 그 해리슨이 지금 H시에 있는 줄은 알고 있어요. 이렇게 공교롭게 그 사람에게 와서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줄은 몰랐지만요.” 연회장에 오는 길에
한겨울의 서릿발처럼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로 대니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온몸이 오싹하다고 느꼈다. ‘대니얼 씨가 이번에 정말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쫙!” 주다정이 갑자기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어 나오더니 동혁에게 세게 퍼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다.. “이 미천한 데릴사위 놈. 대니얼 씨가 살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대니얼 씨에게 아주 크게 혼날 테니까.” 주다정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다정 씨,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우리 남편이 언제 다정 씨에게 뭐라 한적 있어요?” 세화는 화가 난 채로 재빨리 냅킨을 동혁에게 건네주었다. 주다정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사리분간도 못하는 여자 같으니라고, 뜻밖에 저런 쓸모없는 인간에게 자기 몸을 버리고 싶어 하다니. 이런 사람이 대니얼 씨의 침대에서 잠자리를 해도 그건 대니얼 씨의 고귀한 신분에 누가 될 뿐이야.” “당신은 지금 저 쓸모없는 인간을 신경 쓸 게 아니라 대니얼 씨의 화를 어떻게 풀지나 걱정해.” 주다정은 어떻게든 대니얼이 세화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려고 계속적으로 세화를 비하했다. “당신 말이면 다인 줄 알아요?” 세화는 주다정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세화의 성품과 교양은 그녀 자신을 추잡하고 더러운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주다정처럼 굴 수 없게 했다. “여보, 흥분하지 마.” 동혁은 담담히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기다려봐. 저 막돼먹은 X같은 여자를 내 앞에 무릎 꿇려서 내 발에 뿌린 술을 조금씩 핥게 할 테니까.” 세화는 동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이미 주다정에게 화가 아주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 씨는 원래 상대가 아무리 싫어도 그저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서 혼냈었는데?’ ‘뜻밖에 지금 그런 식으로 저 여자를 혼낸다고?’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나를?” 주다정은 시큰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