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등은 분했지만 그냥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동혁의 한마디를 듣고 그들 마음속에서 즉시 더 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쓸모없는 인간 놈이, 네놈이 뭔데? 우리가 가겠다는데 네놈 허락이 있어야 해?” 대니얼 등이 고개를 돌려 동혁을 노려보았다. 레이첼 역시 두 눈 가득 불을 뿜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야, 이 H국 인간놈아, 우리가 넓은 아량으로 추궁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뭘 어쩌자는 건데? 하등한 H국 인간 놈이 아직...” 동혁의 눈빛이 갑자기 사나워지더니 레이첼의 뺨을 흘끗 쳐다보았다. 순간 놀란 레이첼은 표정이 굳어져 뒷말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거들먹거리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동혁은 레이철을 무시하고 마리를 데리고 와서 금발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외국 아이들을 가리켰다. “가기 전에 당신들 아이들에게 내 딸에게 와서 한 명씩 사과하라고 하세요.” 대니얼 등은 멍하니 있다가 곧 크게 화를 냈다. “오 마이 갓! 저 개X식이 지금 우리 아이에게 저 여자애에게 사과하라고 한 거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젠장, 우리 아이가 하등한 H국 애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라니, 절대 안 돼.” “저놈이 지금 다시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대니얼 등은 얼굴에 냉소를 머금고 동혁에게 빈정거렸다. 또한 몇 명의 외국인 아이들 표정에도 동혁의 말에 따를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빠, 엄마, 예전에 제게 H국 아이는 하등한 인간이라고 놀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내가 사과를 해요?” “엄마, 우리는 그냥 저 애와 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자꾸 다가오니까 어쩔 수 없이 밀었는데...” 외국 아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전 저 H국 애가 싫어요. 전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니엘이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걱정하지 마, 아들. 아빠는 절대 네가 저 하등한 H국 애에게 사과하게 하지 않을 거니까.” 대니얼은 니엘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보았
“지금 H국 사람인 네가 날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대니얼은 동혁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동혁을 바라보며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아까 네놈이 내 아내의 뺨을 때렸지? 하지만 난 네놈을 관대하게 봐주고 추궁하지 않겠다고 했어.” “그런데 이제는 감히 나에게 손을 대려고 하는 거야? 그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고?” “네놈이 무슨 투자회사의 사장이라고 했나? 돈 좀 있으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네놈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댄다면 난 너를 평생 후회하게 해 줄 거야.” 대니얼은 외교 특권을 믿고 동혁을 무시하며 계속 거들먹거렸다. “당신이 말대로 될지 두고 보죠.”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마리야, 눈 가리고 있어.” “네, 아빠.” 마리는 동혁의 말을 듣고 작은 두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그 순간 동혁은 손을 움직였다. 번개처럼 날아오는 동혁의 손은 대니얼이 도저히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이내 그의 뺨을 때리며 “짝”하고 맑은 소리를 냈다. 대니얼은 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해서 몸이 조금 흔들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큰 고통을 느꼈다. 입가에 금세 핏자국이 흘러내렸고 입을 벌리자 치아 위아래 사이에는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대니얼은 얼굴을 가리고 미칠 듯이 화가 나 리펑을 노려보았다. 그는 분노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쳐 죽일 H국 인간 놈, 네놈이 정말 감히 나를 때리다니. 넌 나를 완전히 열받게 했어.” “Y국 영사관과 골스 가문이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 반드시 네놈에게 복수해 주지. 네놈 아내, 네놈 식구들 모두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겠어.” 분노에 휩싸인 대니얼은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조력자들을 언급하면 동혁이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오히려 그는 동혁의 아내에게 복수하겠다고 말하지 말았어야
동혁의 말에 사람들은 조용히 혀를 내둘렀다. ‘Y국의 왕실 가문이 자기 눈에는 쓰레기라고?’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다니.’ 대니얼 등은 미쳐버릴 정도로 화가 났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괴로워 끙끙거리는 것 외에는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 대니얼은 고통을 참으며 피가 섞인 침을 삼키고 무기력하게 물었다. “너, 너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대니얼은 더 이상 동혁과 다툴 생각이 없었고 싸울 의지마저도 꺾였다. 동혁은 가만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대니얼의 얼굴에 연기를 내뿜고서 현장에 있던 외국인들에게 말했다. “이제라도 당신들 아이를 대신해 내 딸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세요.” “사과하면 보내드리죠.” 대니얼 등은 모두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 아이들 앞에서 저 소녀에게 절대 사과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그런데 우리가 사과를 한다면 완전 체면을 구기는 거잖아.’ ‘그러면 앞으로 부모로서 우리 아이를 어떻게 본다는 말이야?’ “만약 내 말을 따른다면 아까 전에 내 팔다리를 부러뜨려 무릎 꿇리고 사과시키라고 지시한 일을 따지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처리할 수밖에 없겠죠?” 동혁이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대니얼 등이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너무 무서워 이제 어린 마리에게 사과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외국인들 모두가 대니얼을 바라보았는데 그가 이 무리의 리더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대니얼은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알겠어요. 우리가 사과하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땅에 쓰러져 가만히 있던 양유성은 완전히 절망했다. 그는 동혁이 당하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대니얼이 사과하는 바람에 희망이 물거품이 되었다. 이어서 대니얼 등은 자식들 앞에서 줄지어 얌전히 허리를 숙여 마리에게 사과했다. “이동혁, 아주 멋 졌어.” “아주 잘했어. 저 외국 쓰레기들이 우리나라에서 설치더니 아주 싸다 싸.” 사람들의 환호에 대니얼 등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H시 사람들은 모두 이동혁이 처가집에서 공짜 밥을 먹는 데릴사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무시하는 인간이죠.”서진만은 J시 출신이었고 제원화가 H시에 투자회사를 설립했을 때 함께 따라왔다.동혁이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은 후 서진만은 이미 동혁의 상황을 속속들이 살피고 있었고 데릴사위인 그를 경멸했다.“대니얼 씨, 이동혁이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을 맡은 것도 다 그놈의 아내의 인맥 때문입니다. 그저 이름뿐인 사장에 불과해요.”서진만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쓸모없는 인간이든 뭐든 지금 그놈을 죽이고 싶어요.”대니얼은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는 H시 사람들이 무시하는 동혁에게 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서진만은 좋은 생각이 있다는 듯이 말했다.“대니얼 씨, 육체적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공격하는게 고통이 더 크지 않을까요?”“당신 H국 사람들은 빙빙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나보군요. 대체 그게 무슨 뜻인가요?”대니얼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서진만이 말했다. “이동혁이 내일 원화투자회사에 사장으로 부임합니다. 전 약간의 꼼수를 부려서 허위로 그놈에게 충성하는 척 할겁니다. 그리고서 그놈에게 회사 계좌에 있는 몇 천억의 자금을 전부 대니얼 씨의 프로젝트에 투입하도록 하는거지요. 그때 우리는 그 돈을 가지고 떠나면 됩니다.”“그렇게 큰 손실을 입으면 투자자들은 날리가 날테고, 그의 아내는 그놈과 이혼할겁니다. 그렇게 그놈 인생을 망치면 죽이는 것보다 더 낫지 않겠습니까?”서진만은 원래 제원화가 H시에 몰래 심어둔 또다른 심복이나 마찬가지였다. ‘원화투자회사의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고심을 하고 있었는데 이 방법을 쓰면 심리적 부담도 그만큼 덜 수도 있지.’‘오늘 대니얼 일행과 이동혁에게 마찰이 있었으니 내일 그놈이 부임하면 분명히 나를 알아볼거야. 그럼 어떻게 내게 복수할지 몰라.’‘당하기 전에 차라리 내가 먼저 손을 쓰는게 나아.’“여보, 진만 씨가 좋은 제안을 한 거 같아.
원화투자회사의 직원은 많지 않았고 수십 명에 불과했다. 그래서 모든 직원이 함께 모이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송소빈은 마침 이 기회를 이용해 회사의 인사 상황을 파악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서 이사님께 감사하다고 해주세요. 저녁에 꼭 제시간에 참석한다고도 전해주시고요.” “송 실장님께서 흔쾌히 응해주셔서 저희가 고맙죠. 그럼 업무를 계속 보세요.” 유연수가 깍듯이 인사하며 한마디 했다. 사장실을 나선 그녀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 “저런 젊은 나이에 항난그룹 사장의 비서로 일했었다고? 그럼 그동안 많은 남자 임원들을 꼬셔서 거기까지 올라갔겠구먼.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는 척은.” 서진만의 사무실로 돌아온 후 유연수는 송소빈에 대한 질투심을 접고 애교스럽게 서진만에게 송소빈이 저녁 환영회에 참석하기로 약속했다는 걸 알렸다. 서진만은 얼굴에 냉소를 띠며 손짓을 했다. “지명박 씨와 나영배 씨 두 사람 좀 오라고 해.” 곧 저녁 8시가 되었다. 송소빈은 원화투자회사의 환영회 장소인 회사 근처 호텔에 제시간에 나타났다. “송 실장님, 환영합니다.” 직접 호텔 입구에서 마중하며 환하게 웃는 서진만의 모습은 사람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풀게 만들었다. 송소빈이 재빨리 말했다. “이사님 너무 감사해요. 저보다 연배도 높은 신데 이렇게 직접 나오셔서 환영해 주실 줄 몰랐어요.” 서진만이 손을 흔들었다. “아, 당연한 일을 무슨 감사까지야. 내일 이 사장님께서 새로 부임하지 않습니까? 송 실장님이 사장님의 비서로 일하게 됐으니 앞으로 모두 한 식구나 다름없어요. 저는 회사 원로이니 솔선수범해야지요.” 송소빈은 마음이 좀 놓였다. 그녀는 이곳으로 오기 전 원래 조금 걱정을 했다. 원화투자회사의 임원들은 대부분 J시에서 왔고 일반 직원들만 H시 사람이었다.동혁이 낙하산 인사로 사장을 맡게 되어서 다른 임원들이 불만을 품고 암암리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심지어 오늘 바로 그녀에게 텃세를 부릴 수도 있었다
“저희 회사의 많은 직원들은 H시 출신이 아니에요. 심지어 이전에 회장님과 새로 오시는 이 사장님 사이에 적지 않은 다툼도 있었고요. 지금 회사의 주인이 새로 바뀌게 됐으니 기존 직원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료들은 다른 뜻이 없어요. 이 사장님이 취임하면 그저 모두가 똑같은 대우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서진만이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실장님이 선물을 받지 않게 되면 모두가 불안해할 겁니다.” 서진만이 언급한 건 틀림없는 원화투자회사 많은 직원들의 진심이었다. 마침 서진만이 사람을 보내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고 각 부서 사람들은 만장일치로 송소빈을 위한 환영 선물을 준비해 불안을 줄여보려고 했다. 서진만의 말을 듣고 송소빈은 어쩔 수 없이 선물을 받았다. 이어 다른 부서 직원들도 환영 선물을 건넸는데 그다지 값비싼 선물이 아니었기에 송소빈은 안심하고 받았다. 그때 두 명의 남자 직원이 송편 두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송 실장님, 전 지명박이고 이쪽은 제 물류부 동료인 나영배입니다. 이건 저희 물류부에서 드리는 선물이에요.” 지명박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여직원이 말했다. “명박 씨, 이번 추석은 벌써 지났는데 송 실장님에게 송편 두 상자를 드리는 거예요? 설마 지난 명절에 보내지 못한 물건이 남은 건가요? 물류부에서 재고처리를 할 겸 가져온 건 아니죠?” “하하하.” 환영회장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다들 추석이 지났는데 송편을 선물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은 얼굴이 붉어져 몸 둘 바를 모르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송소빈이 난처하게 있는 두 사람을 도와주려고 재빨리 말했다. “그럼 이 송편 두 상자를 고맙게 받을게요. 마침 이번 추석 이틀 동안 일이 너무 바빠서 송편을 못 먹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송 실장님. 정말 감사해요.”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이 송소빈에게 재차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빛에는 뜻 모를 냉소가 담겨 있
서진만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서진만입니다. 현재 원화투자회사의 사업부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예.” 동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사장실로 들어갔다. “모두들 이렇게 저를 환영하러 오신 김에 여기서 간단한 회의를 하시죠. 모두를 알 겸 해서요.” “회의는 천천히 하시죠.” 서진만이 갑자기 말했다. 동혁은 인상을 쓰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서 이사님께서 무슨 용건이라도 있나요?” “거창하게 용건까지는 아닙니다. 전 그저 회의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하는 일 하나가 있어서 그럽니다.” 서진만은 낮게 웃으며 사장실로 들어와 동혁의 맞은편에 서서 갑자기 박수를 쳤다. “가져와요!” 척! 척! 선물 상자 두 개를 유연수가 들고 와서 동혁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송소빈은 동혁의 비서로서 당연히 가장 먼저 나서 동혁의 권위를 지켜주려 했다. 유연수의 무례한 태도를 보고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 “연수 씨, 이 사장님께 예의를 좀 보여주세요.” 유연수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무심히 웃기만 했다. “송 실장님, 됐어요.” 동혁은 손을 내저었고 유연수의 무례한 행동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서진만이라는 인간이 외국인의 앞잡이처럼 굴었으니 그의 부하 직원도 당연히 좋은 사람은 아니겠지.’ 서진만은 동혁이 차분하게 반응하자 어제와는 달라 다소 의외라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장님, 이게 뭔지 아시나요?” “알아요, 송편이잖아요.” 동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석도 다 지났는데 서 이사님께서 저에게 송편을 사주고 싶은 건가요?” “서 이사님, 이걸 왜 가져오신 거죠?”송소빈도 서진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어젯밤에 지명박 씨와 나영배 씨가 물류부를 대표해 내게 선물로 준 그 송편 상자잖아? 서 이사가 비서에게 왜 이걸 사장님 앞으로 가져온 거지?’ “왜 가져왔냐고요?” 유연수가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송 실장님께서 직접 받은 선물이잖아요. 모르시겠어요? 왜 갑자기
직원이 몇 십억의 자금을 가지고 잠적한 일은 어느 회사이든 아주 큰 사건이었다.동혁이 원화투자회사에 취임하자마자 이런 큰일이 일어났다‘재미있네.’동혁은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서진만, 저 인간이 도대체 무슨 일을 꾸몄는지 한번 볼까?’송소빈은 서진만의 말처럼 능력은 있었지만 아직 어려서 사회 경험이 그렇게 풍부하지는 않았다.그래서 유연수의 말을 듣고 흥분해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연수 씨, 지금 뭐라고 했어요? 설마 지명박 씨와 나영배 씨 두 사람이 돈을 가지고 잠적한 게 제가 지시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송소빈이 화를 내며 말했다.“송 실장님, 왜 흥분하시고 그러죠? 그건 실장님이 말씀하신 거지 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어요.”유연수가 말했다.“하지만 실장님이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실장님과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실장님이 그 두 사람의 돈을 받자마자 그들이 돈을 가지고 도망쳤잖아요.”“그 두 사람이 그냥 도망가면 돼지 왜 송 실장님에게 일부러 돈을 건넨걸까요? 정말 이번일이 실장님과 관련이 없다기엔 설명이 안돼잖아요.”유연수는 이번엔 현장에 있던 다른 직원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도 한번 말해봐요. 제 추리가 맞지 않나요? 그 두 사람이 함께 일한 여러분도 아니고 나도 아닌 이 송 실장님에게 돈을 줬을까요?”유연수의 물음에 직원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하긴 명박 씨와 영배 씨 둘 다 돈을 가지고 도망가면서 굳이 왜 송 실장님에게 선물을 줬을까? 정말 말이 안 돼긴 해.’“지금 괜히 증거도 없이 생사람 잡지마요.”송소빈은 화가 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유연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어젯밤 내가 송편 상자를 선물 받을 때 연수 씨도 그 자리에 있었고 다른 동료들도 그 상자를 열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돈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그러나 이 설명은 유연수에게 아무런 설득력이 없었다.그녀는 히죽거리며 말했다.“그때 몰랐다고 해서 나중에도 몰랐다는 건 아니죠. 어젯밤 환영회가 끝났을 때 모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