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가겠습니다.” 송소빈은 매우 좋은 성장 기회라고 생각하고 재빨리 대답했다. “회장님, 제가 오늘 바로 가서 원화투자회사의 상황을 회장님께서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제가 천미 씨에게 소빈 씨를 인사 조처 해달라고 할게요.” 동혁은 송소빈의 의욕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었고 즉시 천미에게 연락했다. 동혁의 전화를 받자 천미는 자연히 또 한차례 비꼬는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 [동혁이 네가 그래도 주제파악을 잘하네. 능력이 부족하니 도움을 받겠다는 거잖아. 송소빈 씨라고? 알았어, 조처해 놓을게. 회사에 가서 보고만 하면 될 거야.] 비아냥거리기는 했지만 천미는 여전히 일을 빨리 처리해 주었다. 그녀의 원래 의도는 원화투자회사에 동혁의 자리를 만들어 그럴듯한 직함을 주고 절친인 세화가 창피를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송소빈의 비서 임명처럼 작은 일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회장님,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송소빈은 준비를 하고서 바로 원화투자회사로 갔다. 수소야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보이자 동혁이 기분전환을 시키려고 말했다. “우리도 나가죠. 마리와 유원지에 가서 바람 좀 쐬요.” 마리는 진작부터 동혁에게 유원지에 놀러 가자고 졸랐었다. 오늘 마침 시간이 생긴 동혁은 마리와 함께 그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양아빠!” 유치원 입구에서 마리가 동혁의 품에 안기며 반가워했다. 웃고 떠들며 우주유원지에 도착했다. 마리는 트램펄린을 타러 갔고 동혁과 수소야는 한쪽 자리에 함께 앉아 있었다. 수소야의 안색이 줄곧 우울해 보이다 조금 미소를 되찾았다. “소야 씨, 천진이 쓸데없는 말을 하며 이혼을 하지는 않겠다면 바로 이혼 소송을 해요.” 그제야 동혁은 수소야와 천진의 이혼에 대해 언급했다.그리고 계속 말했다. “그날 밤 소야 씨와 마리가 지하 주차장에서 납치된 영상을 가져다 증거물로 삼을 수도 있어요.” “천진이 두 사람을 해한 증거가 있으면 법원이 분명 이혼
화가 난 레이첼은 억양이 심한 H국의 말을 하며 핏대를 올리고 다가왔다. “감히 우리 니엘을 밀어? 쪼금 한 게 어디서...” 레이첼은 욕설을 퍼부으며 손을 들어 마리의 부드럽고 작은 뺨을 때리려 했다. 마리는 겁에 질려 몸을 부르르 떨더니 무의식적으로 수소야의 목을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짝! 수소야는 여자의 손을 탁 치고 마리를 껴안으며 위로했다. “마리야, 괜찮아, 울지 마. 엄마 있잖아.” 마리는 수소야의 말을 듣고 곧 울음을 멈추더니 쑤샤오야 품에 안긴 채 쭈뼛쭈뼛 레이첼을 쳐다보았다. 레이첼은 팔짱을 낀 채 뚫어져라 수소야를 노려보았다. “아야, 이 하등하고 야만적인 H국 여자가 날치네.” 그녀는 수소야가 손을 막자 자신의 아이가 맞은 것보다 더 분노해 두 눈에서 불을 뿜었다. “사모님, 할 말 있으면 말로 하지. 왜 애를 때리려고 하나요?” 수소야도 차가운 표정으로 화가 나 소리쳤다. ‘마리가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옆에 서서 막지도 않고 보고만 있더니, 지금 자기 애가 땅에 넘어졌다고 우리 마리를 때리려고 해?’ 레이첼은 억울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다. “H국 정계 인사들도 나에게 깍듯한데 감히 너 따위가 내게 이렇게 무례하다니?” “역시 H국 사람은 정말 야만스럽고 거칠다니까.” 레이첼이 큰소리로 떠들자 갑자기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녀가 H국 사람에게 거침없이 욕을 하는 것을 듣고 사람들은 얼굴에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누구 하나 감히 나서서 레이첼을 제지하지 못했다. 수소야가 화가 나 말했다. “사모님, 지금 도대체 누가 야만스럽고 무례한데요? 사모님이 먼저 다짜고짜 와서 내 딸을 때리려고 했잖아요? 아직 겨우 5살짜리 애인데 그렇게 때리면 어떻게 해요?” “난 애엄마로서 내 딸을 지켰을 뿐이에요.”수소야는 레이첼이 다시 손을 쓸까 봐 마리를 안고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젠장, 난 이 무식한 아이를 혼내려는 거야.” 레
니엘의 팔의 살갗이 조금 까졌을 뿐인데 대니얼은 입을 열자마자 20억의 치료비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것도 Y국 돈으로 달라고 했다. 수소야는 말할 것도 없고 동혁조차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대니얼 씨, 당신네 식구들은 집이 아주 가난한 가 봅니다. H국에 와서까지 사기를 쳐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걸 보니.” “이게 배상해야 할 일인지는 둘째 치고, 정말로 배상해야 한다고 해도 고작 저 가벼운 피부 외상에 치료비로 20억을 달라니요? 차리리 은행을 터는 게 낫겠어요.” “하하하.” 구경꾼들이 동혁의 말에 웃었다. 외국에서 못 버티고 H국으로 들어온 많은 외국인들이 H국에서는 오히려 귀빈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대학에 넘쳐나는 일부 원어민 강사는 이미 사람들도 모두 알만한 사회현상이 되어버렸다. 지금 동혁이 대니얼을 가리키며 비꼬는 건 많은 구경꾼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동시에 일부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다. “저 사람 말이 맞아. 무슨 피부 외상에 20억의 치료비? 그 댁 아이가 무슨 왕족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빨리 꺼져라. 괜히 망신당하지 말고...” H국의 말을 알아듣는 대니얼 일행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레이첼은 더욱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우리 가족은 Y국의 귀족이야. 우리 니엘은 당신들과 같은 H국 사람들보다 더 고귀한 신분이라고. 20억의 배상금도 적은 거야.” “Y국의 귀족은 다른 나라 사람을 막 협박해도 되나 보지?” 누군가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다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분명 레이첼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여러분, 모두 조용히 하세요.” 대니얼 가족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그들과 함께 있던 H국의 중년 남자인 서진만이 갑자기 소리쳤다. “여기 계신 대니얼 씨는 Y국에서 수백 년을 이어온 오래된 후작 가문인 골스 가문의 사람이에요. 대니얼 씨가 다음 후작 계승자이기도 하고요.” “당신들처럼 흑수저인 줄 알아요? 밭에서 농사나 하고 살았던 당신들의
“당신도 우리 H국 사람이 아닌가요?” 수소야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녀는 서진만의 태도에 구역질을 느꼈다. 동혁도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은 정말 이 사람들의 훌륭한 개군요.” “건방진 놈. 어디서 말을 함부로 지껄여?” 서진만은 분노로 안색이 어둡게 변하며 소리쳤다. “진만 씨, 이런 야만적이고 거친 사람과 대화 할거 없어요.” 대니얼이 갑자기 한마디 하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그런데 이곳 유원지 직원은 뭐 하는 건가요? 내 아이가 다쳤는데 아무도 처리해 줄 생각을 하지 않네요. 그냥 잘못을 묵인하는 겁니까?” 사람들 속에 숨어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유원지 직원이 이 말을 듣고 놀라 안색이 변했다. 그는 서둘러 무전기로 연락했다. “매니저님, 지금...” 곧 한 무리의 우주유원지 직원들이 빠르게 달려왔다. 그중 한 사람이 대니얼 앞으로 다가와서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대니얼 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곳 우주유원지의 매니저 양유성입니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급한 일이 있다 보니 좀 늦었습니다.” “대니얼 씨의 아이가 다쳤는데,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뭔가요?” 서진만이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뀌며 동혁을 가리켰다. “지금 대니얼 씨는 가해자 가족에게 사과와 치료비로 Y국 돈 20억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는데 저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어요.” “이 일이 여기 우주유원지에서 벌어졌으니 당신들도 뭔가 반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양유성은 이미 직원으로부터 대니얼 일행의 높은 신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거기에 상대가 외국인이었기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저희가 대니얼 씨가 만족할 수 있게 조처하겠습니다.” 양유성은 한동안 허리를 굽혀 사과를 구하고 고개를 돌려 동혁과 수소야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 표정은 대니얼을 볼 때 와 확연히 달랐다. “두 분, 대니얼 씨의 요구는 들어서 아시겠죠? 어서 사과하시고 배상하세요.” 양유성이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소야는 유원
“이거 봐요. 내가 대니얼 씨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양유성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몸을 돌리고 대니얼에게 허리를 굽혔다. “대니얼 씨, 강제로 사람을 쫓는 권한은 경찰에게만 있습니다. 저희 경호원들은 그런 법 집행 권한이 없어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대니얼 씨가 당신에게 지시하면 그대로 하기만 하면 돼요.” 이때 대니얼 옆에 있던 서진만이 꾸짖었다. “대니얼 씨의 뜻대로 하세요. 대니얼 씨가 뒤에 있는데 뭘 망설이나요? 경찰이 와도 감히 당신을 어찌할 수 없을 거예요. ” “대니얼 씨는 저 사람들을 쫓아버려서 망신을 주려는 것뿐입니다.” “나중에 우리는 경찰에도 신고해 저 사람들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서진만은 대니얼의 마음을 잘 헤아렸는데 뜻밖에도 그의 생각이 적중했다. “진만 씨 말이 맞아요. 우리 골스 가문 가족들이 모두 신사여도 누구나 우리를 모욕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대니얼은 동혁을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 “이어서 나 대니얼을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 결과를 조금씩 느끼게 해 드리죠.” 악의에 찬 대니얼의 말에 수소야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그녀가 동혁을 보고 망설이며 말했다. “그냥 제가 사과하고 배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현장에 있던 몇몇의 H국 사람들이 대니얼을 대하는 태도가 수소야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저 자신만만한 대니얼의 말투로 보아 상대가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들이 와도 굽신거리는 태도로 대니얼에게 잘 보이려 할 거 같아.’수소야는 동혁을 위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고 싶어 했다. “엄마, 왜 우리가 사과해야 해요? 쟤네들이 같이 마리를 괴롭혔어요. 마리가 일부러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마리는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마리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리 말이 맞아. 네가 잘못한 게 없으니 사과할 필요 없어.” 동혁은 마리의 작은 머리를 문지르며 수소야에게 말했다.
상대를 얕잡아 보는 대니얼 일행의 빈정거림이 이어졌다. 주위에 둘러서서 듣고 있던 H국 사람들은 모두 분노에 찬 얼굴로 바뀌었고 마음속에서 화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왜? 우리가 잘못 말했어? 내가 말한 사실이 여기 바로 눈앞에 있잖아. 이 하등한 인간들아, 하하.” 구경꾼들이 수군거리자 대니얼 일행이 더욱 거리낌 없이 조롱을 늘어놓았다. 친구들이 옆에서 거들자 레이첼은 더욱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들었지? 이 하등한 H국 인간아.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사과한다면 내가 특별히 너를 용서해 주마.” 레이첼은 손을 들어 동혁을 가리켰는데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굵은 손가락이 곧 동혁의 얼굴을 찌를 듯 매서워 보였다. 동혁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마디만 더 욕해보시죠. 그때 내가 때렸다고 탓하지 말고.” 대니얼 일행이 그 말을 듣고 모두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H국 사람들은 늘 이런 무의미한 독설을 하지. 사실 그 누구보다 힘도 없으면서. 뭐라 하더라, 그래, 참는 게 이기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요, 뼛속까지 노예근성이 있으니까.” 레이첼은 팔짱을 끼고 무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 하등한 H국 인간아, 네놈이 배짱이 있다면 나를 때려봐? 그럼 난 오히려 네놈을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야.” 동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그는 주저 없이 레이첼의 뺨을 후려갈겼다. 짝!주근깨가 가득한 레이첼의 통통한 얼굴에 또렷하게 손바닥 자국이 찍혔다. 시끄러웠던 현장이 순간 잠잠해졌고, 대니얼 등은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주 잘했어. 잘 때렸어.’ 구경하던 H국 사람들 모두 속이 시원했다. “아...” 레이첼은 뺨을 맞고 잠시 멍해 있다가 다시 정신이 들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통통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아아... 저 쳐 죽일 H국 놈이, 나를 때려? 감히 나를?” “아아...” 현장 전체가 레이첼의 미친듯한 고함소리로 가득 찼다.
“너, H국 인간 놈, 네가 어떤 놈이건, 오늘, 난 네가 평생 후회할 만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대니얼이 독기가 가득 동혁을 향해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양유성을 보고 화를 내며 명령했다. “내 마음이 바뀌었어요. 경호원들에게 지시하세요. 여기 이 H국 인간 놈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리고 쓰러뜨려서 무릎을 꿇고 반성하게 하라고요.” 대니얼은 H국 사람들 앞에서 동혁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지시했다. 그는 아주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그게...” 양유성은 약간 주저하며 구경하고 있는 유원지의 고객들을 살펴보았다. 그는 우주유원지의 사장으로서 대니얼과 동혁을 차별대우를 해서 이미 모든 사람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그런데 그에 더해 대니얼의 지시를 듣고 동혁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만약 누군가가 이일을 폭로한다면, 우주유원지의 사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고 심지어 전 국민에게서 욕을 먹을 수 도 있었다. “뭐가 무서워서 망설이고 있어요? 문제가 생겨도 여기 대니얼 씨가 계신데.” 서진만이 갑자기 한마디 했다. 그가 거들먹거리며 계속 말했다. “잘 생각해요. 이건 대니얼 씨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이런 기회는 잘 오지 않는다고요.” 양유성은 순간 대니얼과 다른 외국인 친구들의 신분을 생각했다. ‘그래, 이번에 요구를 잘 들어주면 대니얼 씨의 신임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다 설사 유원지의 명성이 무너진다고 해도 난 대니얼 씨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날 수 있어.’ ‘하지만 반대로 지시대로 하지 않아 대니얼 씨 눈밖에라도 난다면 복수는 내가 당하게 되겠지?’ 양유성은 머릿속에서 계산을 하고 결정을 내렸다. “양 매니저님, 부르셨어요?” 그때 유원지의 경호원들이 도착했고 선두에 선 경호실장 권태우가 와서 물었다. 양유성이 손을 뻗어 동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사람이 말려도 말을 듣지 않고, 감히 내 유원지에서 사람을 다치게 했어요. 지금 현장에 있는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즉시 저 사람을
‘분명하게 악의를 드러내면서 나보고 이해해 달라고?’ ‘이게 무슨 날강도 같은 논리지?’ 동혁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전 발을 움직일 생각이 없으니 용건이 있다면 여기서 처리하세요.” 권태우는 인상을 구겼지만 구경꾼들을 발견하고는 주변의 부하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잘 둘러싸.” 경호원들은 다른 고객들이 이 모습을 녹화하지 못하도록 꼼꼼히 둘러쌌다. 권태우가 고개를 돌려 동혁을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발을 움직일 수 없으시다니, 그럼 제가 옮겨드리죠.” 그의 눈빛이 매섭게 반짝하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동혁의 목을 잡으려고 했다. 매우 빨라서 일반인은 전혀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이렇게 사람에게 막 덤벼들다니, 당신이 정말 경호실장 맞나요? 범죄자 같은데?” 동혁은 어깨를 살짝 옆으로 틀어 피하며 권태우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권태우는 동혁이 이렇게 빠르게 반응하며 피할 줄은 몰랐다는 듯 의외의 눈빛을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권 실장 뭘 그리 꾸물거리고 있어? 빨리 처리해요.” 멀지 않은 곳에서 양유성이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권태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봐요, 내가 악랄하고 거칠다고 욕하지 마세요. 나도 지시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니까. 양 사장이 당신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하네요.” 말을 마치면서 권태우는 다시 손을 뻗어왔고 이번에는 동혁이 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당신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려야겠군요.” 동혁은 싱긋 웃으며 권태우가 뻗은 팔을 붙잡아 살짝 비틀었다. 1초 전까지만 해도 냉소하던 권태우의 표정이 순간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으아!”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반듯하게 세우고 있던 허리가 굽혀졌다. 결국 그는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동혁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권태우의 이마에서 콩알만 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놔... 이거 놔죠.” 비정상적인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
경병수는 마침내 주다정이 요 며칠 동안 온갖 방송국 자원을 동원해서 유언비어를 날조해서 얼굴에 먹칠을 하게 만들었던 대상이 동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경병수가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동혁의 태도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동혁이 냉혹한 말투로 경병수에게 말했다.“경 국장, 내가 잘못 들었나?” “나는 해고하는 건 못 봤어. 오히려 당신이 가지고 놀다가 질린 음탕한 여자를 나한테 꽂아 넣으려고 한 걸 봤는데.”“경 국장, 당신은 나 이동혁을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털썩-경병수는 눈빛마저 초점을 잃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이제는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동혁이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작정임을 드러낸 것이다.더 중요한 건 경병수가 반박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건 바로 경병수가 생각한 방법이었기에.동혁은 경병수를 더 이상 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임창호에게 말했다.“방송국 위아래 모두 대청소를 해야겠군요.”“시 방송국의 바로 H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인데, 오히려 온갖 오물과 비리가 난무하는 곳이 되었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네!”임창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경병수의 접견을 자신이 주선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자신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이제는 자신이 시장에게 점수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반드시 만회해야 해!’임창호는 곧바로 사정 파트의 직원들을 호출했다.“경병수와 주다정은 모두 즉시 파면 처분했다고 공고하도록 해. 그리고 내가 직접 방송국에 주재하면서 대대적으로 정리하겠다.”임창호의 말은 경병수와 주다정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완전히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야 했다주다정은 자신이 어떻게 시청에서 나왔는지,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줄곧 멍한 표정이었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천진이 나와서 문을 열었다.그러나 주다정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다정아,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동혁의 이런 비난에 경병수는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었다.‘주다정 저 멍청한 X이 자기만 망친 게 아니라 나까지도 망쳤어.‘시장님의 말은 우리 방송국 전체에 아주 불만이 많다는 걸 드러낸 게 분명해.’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면서 경병수는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시, 시장님... 저 주다정이 갑자기 미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방송국 직원들은 모두 시장님을 존경하고 있고, 불경한 의도를 품은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말을 하면서 경병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의 싸늘한 태도를 보자 주다정에 대한 분노가 솟구쳤다.‘이 멍청한 X이 나까지 말려들게 하다니!’경병수는 갑자기 주다정을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거기서 그치지 않고 두 발로 계속 거세게 걷어찼다. 퍽! 퍽! “아악! 아파요. 양아버지 제발! 제발 그만 때리세요!!”주다정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누가 네 양아버지야!”주다정의 입에서 양아버지란 말이 나오자, 경병수는 넋이 나갈 정도로 놀랐다.재빨리 달려들어 주다정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연달아 따귀를 때렸다.짝! 짝! 짝!“악! 제발 그만!” “나는 너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 함부로 친척이라고 하지 마!” “한 번만 더 주둥이를 놀리면 때려 죽여버리겠어!”경병수는 이번에 정말 필사적이었기에 온 힘을 다해 주다정을 때렸기에, 주다정은 너무나 비통한 나머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경병수가 아무리 둔하다 해도 동혁과 주다정 사잉에 원한이 쌓여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주다정은 이미 시장님의 마음 속에서 끝났어.’‘지금 만약 주다정이 내 수양딸이라는 게 들통나면 이동혁이 나를 그냥 두겠어?’주다정의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때리던 경병수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때리던 걸 멈췄다.지금 주다정은 갯벌의 진흙처럼 엉망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마치 숨이 간들간들한 강아지마냥 입으로는 연신 끙끙 신음소리를 내
“이, 이동혁?!” 주다정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설마 요즘 내가 너무 잠자리에 탐닉하느라 피곤해서 환각을 보는 건가?’ 자시을 때려 죽인다 해도 동혁이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여기는 시장님의 관저이자 H시 권력의 중심지야. H시에서 가장 존귀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동혁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어?’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나와서 자세히 보고는, 주다정은 다시 한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책상 뒤에 있는 남자는... 정말로 이동혁이 맞아!’주다정은 완전히 멍한 상태였다.요 며칠 동안 주다정은 전력을 다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모두가 욕을 퍼붓자, 동혁은 H시에서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주다정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동혁은 집 밖에도 못 나오고 쥐 죽은 듯이 지내거나, 몰래 H시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동혁이 당당하게 시장실 한가운데 서 있다니?’ ‘이게 말이 돼?’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주다정은 무의식적으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화를 냈다. “야, 이동혁! 너 같은 쓰레기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넌 인간 말종인 쓰레기야! 이곳이 어디라고 너 따위가 감히 들어와?” 주다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장실 안은 이미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시장실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부시장 임창호와 방송국 국장 경병수. 그리고 그들을 안내한 시장실 직원들까지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마치 바보를 보는 것처럼 주다정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느끼자, 주다정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자신감이 없어졌다. 불안해진 주다정이 주변을 둘러보니, 시장실 안에는 동혁 외에 임창호 부시장과 시장실의 직원들이 있었다.‘시장님은?’주다정은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동혁이 이런 중요한 장소에 버젓이 나타난 데다가, 부
“시장님, 경병수 국장은 오랫동안 방송국에서 근무한 베테랑입니다. H시 내에서도 명망 있는 인물이고도 하고요. 만나보시겠습니까?” 임창호가 허리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송국 국장이?” 동혁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답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곧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 남성이 임창호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시장님, 이쪽은 시 방송국의 경병수 국장입니다.” 임창호가 간단하게 소개했다.동혁을 본 경병수는 첫눈에 새 시장이 과연 바깥에 떠도는 소문 그대로라는 느낌이 들었다.‘정말 너무나 젊은데!’시장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인 경병수가 겸손하게 인사했다. “시장님, 그냥 ‘경 국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가볍게 대답한 동혁이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임 부시장이 보고할 게 있다고 하던데 이번 우수직원 선발과 관련된 건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 시장님!” 순간 당황했던 경병수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이번에 저희 시 방송국에서 선발된 우수직원은 주다정이라는 경제 뉴스 앵커입니다.” “어제 시장님께서 지시하신 뒤에, 저희도 내부적으로 철저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동혁은 담담하게 물었다. “아 그래요? 조사 결과는 어떤가요?” 경병수가 몰래 동혁의 표정을 살폈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주다정이 앞서 시장이 단독으로 자신을 접견하기로 했다고 말한 걸 떠올리고, 시장이 주다정에게 악의가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주다정의 직속 상관인 자신이 주다정에게 좋은 얘기를 하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경병수가 얼른 입을 열었다.“네! 시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내부 조사 결과 주다정 기자는 진지한 태도로 업무를 책임지고 있고 업무 능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게다가 도덕성과 인품 면에서도 방송국 내에서 아주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다정 기자가 몇 년 간 연속해서 우수직원에 선정된 것은 바로 방송국 전체 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오 사장님, 과찬이세요. 오 사장님은 리성투자회사에 명문가인 이씨 가문을 배경으로 가지고 계시기에, 언론계도 오 사장님 앞에서는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지요.” “오 사장님에 비한다면 저는 감히 비교할 가치도 없는 미미한 존재지요.” 주다정이 웃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전화를 한 이유가 말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거야.’ “오 사장님이 갑자기 전화를 주신 게 혹시 저한테 시키실 일이라도...?” 전화기 너머에서 오한민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킬 정도는 아니고, 주 기자가 요즘 이동혁과 이동혁의 아내를 상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어.] ‘휴... 다행이야.’ 그 말을 듣자 주다정은 한숨을 돌렸다.주다정은 오한민이 이씨 집안을 대표하는 동혁과 원한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게다가 이전에 오한민과 어정쩡한 관계였던 대니얼도 동혁에 의해 폐인이 되어 참혹한 모습으로 본국으로 송환되었다. ‘이동혁을 싫어하는 오한민이 이동혁을 도우려고 전화한 건 분명히 아니야.’ 이렇게 생각한 주다정은 곧바로 억울하다는 듯이 가장하고 말했다. “오 사장님, 저는 정말 억울해요! 그 이동혁과 진세화 그 두 사람이 얼마나 저를 무시했는지 아세요? 심지어 제게 무릎을 꿇고 구두를 핥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이 부부하고 끝까지 싸우려는 거예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부부의 힘이 너무 강해요. 제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여전히 그 부부를 넘어뜨릴 수가 없어요.” “오 사장님께서 좀 도와주신다면, 제게는 정말 큰 힘이 될 거예요.”주다정은 자본시장의 큰손인 오한민은 자신은 꿈도 꿀 수 없는 언론 매체 장악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한민이 일단 힘을 쓰기만 하면 이동혁 일가의 오명을 전국적으로 퍼지게 할 수 있어!’ 침묵하고 있던 오한민이 차갑게 말했다. [이동혁은 내 아들을 망가뜨린 놈이야. 나도 그 개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지.] [하지만 지금 그놈은
경병수의 말이 당연히 사실임을 잘 알고 있기에 주다정은 속으로 득의양양했다.하지만 경병수의 말과 전혀 다른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저는 시장님이 너무 빨리 저를 가지게 하고 싶지 않아요.” “쉽게 얻게 된다면 저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테니까요” “쉽게 얻은 건 쉽게 버려지니까요.” “그래서 우선 시장님의 비서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래서 국장님이 이번엔 꼭 도와주셔야 해요.” “저하고 같이 가서 시장님께 업무 보고를 하시면서, 저를 비서로 적극 추천해 주세요.” 주다정은 언제나 명문가에 시집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내 육체를 팔아서 단기간의 이익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해’‘새 시장의 부인이 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쟁취할 거야.’‘남자의 그늘 아래서 늘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그런 정부 말고!’ 주다정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경병수에게 속삭였다. “국장님, 꼭 도와주실 거죠?” “앞으로 제가 더 잘 챙겨 드릴게요.” 방송국에서 십여 년 동안 국장으로 있었기에, 경병수는 H시의 터줏대감으로 유명했고 인맥도 넓었다.자신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면, 자신의 체면을 고려해서라도 시장이 틀림없이 주다정을 비서로 채용할 거라고 생각했다,경병수는 잠시 고민했다. ‘주다정은 예쁘지만 솔직히 몇 년 동안 즐겨서 이젠 좀 질렸어.’ ‘마침 방송국에 젊고 예쁜 인턴들이 들어왔으니, 주다정을 대신할 새로운 타겟을 찾을 때가 됐지.’ 하지만 주다정은 너무 영악해서 줄곧 정리할 기회를 찾지 못했는데 이제 기회가 온 거야.’‘주다정과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다정이 정말로 시장 비서가 된다면 앞으로 아주 쓸모 있는 백 그라운드를 가지게 되겠지.’ ‘정말로 시장님 여자가 된다면 그럼 금상첨화지.’ ‘원래 주다정의 행실로 봐서는, 시장님과 같은 큰 인물은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다정 같은 여자는 받아들일 수가 없어.‘하지만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