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예지원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천용훈은 예지원의 성접대를 받지 않으면 혜성그룹과의 협업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태백산장을 재건하는 건 혜성그룹의 주요 프로젝트였다. 예지원은 자신을 태백산장의 총지배인으로 만들어준 동창 세화가 고마웠고 중요한 협업이 자신 때문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천용훈의 성접대를 시킨다면 그건 따를 수 없었다. 예지원은 동혁의 뜻을 알고 싶어서 불쌍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천용훈도 동혁을 압박하며 말했다. “이 회장님, 잘 생각하세요. 참고로 난 두 번은 말 안 해요.” “용훈 씨, 이미 그런 요구는 들어드리지 못한다고 했잖아요. 일단 냉수로 세수 좀 하시고 진정하시죠. 안 되는 요구는 그만하시고요.” 화가 난 동혁의 눈빛이 이미 차갑게 가라앉았다. “허!” 천용훈이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용훈이 형, 너무하는 거 아니야? 혼자만 즐기려고 하다니. 이런 일에 어떻게 이 동생을 잊을 수 있어?” 오반석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는 천용훈의 기발한 생각에 감탄하며 참지 못하고 박수를 쳤다. ‘주변 사람이 성접대를 하도록 이동혁을 협박하다니. 일단 저놈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바로 끝이겠군. 밖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욕설을 듣고 조롱을 당할 거야.’ 오반석이 갑자기 음흉하게 웃으며 현소를 가리켰다. “이동혁, 네 처제에게 오늘 밤 내게 성접대를 하게 해. 그렇지 않으면 나도 용훈이 형이 혜성그룹과의 협업을 취소하도록 할 거야. 나와 형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니까.” 천용훈이 크게 웃었다. “그래요. 나와 반석이는 아주 가까운 사이예요. 그러니 우리 반석이 요구도 꼭 들어줘야 합니다.” “오반석, 저 개X식.” 현소는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 분노로 가득해져서 오반석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섰고 이내 그녀의 작은 얼굴이 두려움으로 새하얗게 질렸다.오늘 밤 현소는 사회생활의 어두운 면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천용훈은 동혁의
다행히 룸의 벽 표면은 방음용 스펀지로 되어 있어서 천용훈의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으웩.” 오장육부가 엉망이 된 천용훈은 소파 밑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동안 먹고 마신 것들을 모두 다 토해냈다. 하지만 지금 천용훈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고통스러운 몸보다 너무 놀라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동혁, 저 데릴사위 놈이 감히 날 쳐?’ ‘이게 밖에 알려지면 창피해서 내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거야.’ “뭐 해? 저 자식, 죽여버려!” 천용훈은 웅크린 채로 분노하여 소리쳤다. 그는 이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오로지 동혁을 죽여서 마음속 화를 풀고만 싶었다. “으아아!” 그러나 다음 순간 동혁에게 달려들던 경호원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지며 고통에 이리저리 뒹굴었다. 체격이 건장하고 힘이 센 프로 경호원들을 동혁은 마치 세 살배기 다루듯 했다. “저 개X식이 감히 우리 용훈이 형을 쳐? 형이 인터넷에 얼마나 많은 팬들이 있는지 알아?” 오반석이 제자리에서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분노보다 오히려 흥분이 가득했다. 동혁이 천용훈을 때리는 것을 보고 그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며 있는 힘을 다해 천용훈의 화를 돋웠다.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반석을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다가가 그의 멱살을 덥석 움켜쥐다. 짝! 짝! 오반석의 뺨을 몇 대 갈기자 비명소리와 함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렀다. 동혁이 오반석을 바닥에 던졌을 때 오반석은 이미 반죽음이 되었다. “이게 어딜? 화를 돋우려면 사람을 가려서 해야지.” 동혁은 한 발로 오반석을 걷어찼다. “이 개X식, 너희 뭐 하고 있어? 빨리 경찰에 신고해. 경찰에 신고해서 이 개X식 잡아가라고 해.” 오반석이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었다. 그는 동혁을 증오하면서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진작에 동혁이 냉정하고 무자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런 때에 다시 동혁의 화를 돋운 것을 후회했다. “그래, 맞아, 빨리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이 한 말 꼭 지키길 바랄게요.” 동혁은 천용훈 앞에서 원본 녹음을 삭제했다. 동혁은 천용훈의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별 상관이 없었다. 천용훈이 이후에 정말 보복하려 한다면 동혁은 녹음 파일이 없이도 쉽게 천용훈을 죽일 수 있었다. 지금 천용훈에게 녹음 파일을 듣게 한 건 단지 간단히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동혁이 원본 녹음을 삭제하는 것을 보고 천용훈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에게 열광하는 팬들에게 홍보로 먹고살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명성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당연히 녹음 파일이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용훈 씨, 방금 전의 작은 오해로 우리 둘의 좋은 관계가 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같이 술 한잔하고 서로 잘해봅시다. 어때요?” 동혁은 천용훈을 소파에 끌어 앉히고 웃으며 술을 따라 그에게 잔을 건넸다. “자, 술 한 잔 하시죠.” 천용훈의 마음속의 화는 아직 가시지도 않았다. ‘날 이렇게 폭행해 놓고 지금 나하고 화기애애하게 술을 마시자고?’ 하지만 천용훈은 감히 동혁의 말을 거절하지 못했다. ‘권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가 또 트집을 잡힐 수 있어.’ 천용훈은 아프지만 이를 악물고 억지로 웃으며 잔을 들었다. “어찌 이 형님에 제게 술을 권하십니까? 당연히 동생인 제가 먼저 형님에게 술을 따라 드려야죠. ” 두 사람은 생글생글 웃으며 술잔을 부딪혔고 술을 마시며 그간의 원한을 털어버리는 듯 보였다.동혁이 이렇게 주도적으로 천용훈에게 술을 권하며 얌전히 굴자 예지원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이 이렇게 잘 마무리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 그녀는 동혁이 화를 내자 일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협업을 망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다행히 천용훈은 눈치가 빨라 동혁은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소동이 일어나고 끝난 터라 계속 마음껏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곧 모두 각자 흩어졌다. 동혁 역시 현소와 몇 명의 친구들을 데리고 룸으로 돌아갔다. 도
이연홍은 B시 최씨 가문의 전문 경영인이다. 능력이 아주 뛰어난 여자로 세화가 부재시 그녀 혼자서 혜성그룹을 질서 정연하게 경영했다. 평소에 그녀는 노련하고 신중한 사람이었기에 지금처럼 깜짝 놀라 동요하는 모습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다. 세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재빨리 물었다. “이 사장님, 무슨 일이죠?” “천용운의 회사에서 방금 이메일로 저희 혜성그룹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모든 종류의 협업을 중지하겠다는 내용의 계약 해지서를 보내왔어요.” 이연홍의 말에 회의실이 술렁이며 임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최근 혜성그룹은 천용훈과 5년 간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천용훈에게 태백산 관광 홍보대사를 5년 동안 맡기는 조건으로 혜성그룹은 천용훈에게 400억의 비용을 나눠서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천용훈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플루언서였다. 혜성그룹은 그를 통해 H시에 국한되었던 영향력을 더 키우려고 했다. 혜성그룹은 이 계약에 대한 충분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천용훈이 서명하는 동시에 20억을 지불했다. 그런데 지금 천용훈이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그로 인해 이미 지급된 돈의 손해는 둘째치고 태백산 프로젝트도가 모두 엉망이 될 수 있었다. ‘대체 갑자기 무슨 일이 일이지?’ ‘왜 천용훈은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거야? 어떻게 협상의 여지도 없이 단번에 결정을 내려?’ 임원들은 약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세화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천용훈 씨 매니저에게 연락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실히 알아봐야겠어요.” [진 회장님? 무슨 일이시죠?] 천용훈의 매니저는 양석영으로 유명 인플루언서를 많이 만들었다. 그는 세화의 전화를 매우 짜증 나는 말투로 받았다.세화가 차분히 물었다. “양 매니저님, 방금 이 사장님에게 전달받았는데 회사에서 왜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려고 하는 거죠? 저희 양쪽 모두 계약 과정에서 어떤 마찰도 없었잖아요?” [진 회장님, 일부러 모르는 척하시는 건가요? 아님 정말
세화는 당연히 동혁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재빨리 말했다. “매니저님,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제가 먼저 동혁 씨에게 연락해 상황을 알아보고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양석영은 냉소했다. [네, 그럼 천천히 알아보세요. 어차피 용훈 씨는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으니 혜성그룹은 소송이나 준비하시고요.] 양석영는 독설을 내던지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진 회장님,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이연홍 등도 진실을 알고 싶어 불안한 눈으로 세화를 쳐다봤다. 세화는 망설이다가 천용훈이 동혁에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말했다. ‘어차피 이 일은 숨길 수 없어. 조만간 소문이 퍼질 거야.’ 진실을 알게 된 임원들이 서로 쳐다보았다. ‘회장님은 어떻게든 태백산을 관광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회장 남편이라는 사람이 어렵게 모셔온 홍보대사를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천용훈이 계약 해지를 했으니 혜성그룹이 소송을 당할 수도 있어.’ ‘회장 남편이 그룹에 너무 손해를 끼치는 거 아니야?’ 많은 임원들이 동혁을 원망했다. 혜성그룹이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는데 동혁의 주먹질로 모두 허사가 되게 생겼다. “태백산 홍보를 위해 TV, 신문, 각종 매체에 이미 돈을 투입했는데 갑자기 우리 홍보대사가 계약 해지를 하다니요? 이게 지금 말이 됩니까?” “계약 해지는 둘째예요. 중요한 건 보기에 따라 우리 혜성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이번 사선으로 여론이 들끓으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 혜성그룹이 정말 악랄한 깡패집단으로 볼 겁니다. 그럼 관광객들이 태백산을 여행하려 하겠습니까?” “회장님, 빨리 천용훈 씨를 잘 달래야 합니다. 이러다 태백산을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모두 무산될 수 있어요. ” “맞아요. 사건 당사자가 회장님 남편이라 정말 곤란하시겠지만 태백산 관광 개발은 우리 혜성그룹의 중요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H시가 관광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동혁은 간단히 일의 경과를 설명했다. 세화는 동혁의 말을 듣고 혐오감을 느꼈다. ‘천용훈, 이 사람, 겉으로는 모범적인 인플루언서인척 굴더니 사석에서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그러나 유수근 부장이 불만 가득하게 말했다. “이 선생님, 천용훈이 밖에서 접대녀를 불러달라고 하면 불러줄 수 있잖습니까? 사업에서 그 정도 접대는 정상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때리는 건 옳지 않습니다. 지금 그 주먹을 함부로 쓴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십니까?” “천용훈이 저희 그룹과 계약을 해지하고 우리 그룹에 소송을 걸겠다고 합니다.” 일부 임원들이 모두 유수근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동혁은 냉정한 표정으로 유수근을 보았다. “해지하고 싶으면 해지하라고 해요. 천용훈 같은 가식적이고 교양 없는 놈들이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로 일하는 건 혜성그룹을 모욕하는 거니까요.” 동혁은 정말 천용훈을 홍보대사로 임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놈이 인플루언서로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이놈이 문제를 일으키면 태백산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거야.’ ‘스타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광고모델로 일하는 회사에서 바로 계약 해지를 하는 것도 다 악영향을 피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어차피 천용훈이 먼저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하려고 했어.’ 유수근의 안색이 갑자기 나빠졌다. ‘이 사람이 지금 천용훈을 욕하는 거야 아니면 나를 욕하는 거야?’ 유수근이 콧방귀를 뀌며 화를 냈다.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닌가요? 저희 혜성그룹이 태백산을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아십니까? H시 시청에서 받은 지원 자금도 절반이나 넣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선생의 그 주먹 때문에 모두 물거품이 되게 생겼어요. ” “그룹 일에 도움은 못될지언정 오히려 망치다니. 내가 보기에 이 선생이 자수하고 사건을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거 같군요.” 다른 임원들 역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에 찬성했
이연홍은 B시 최씨 가문의 전문 경영인이었지만 동혁과 최원우의 주종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녀는 최원우가 세화의 능력을 높이 사서 회장에 앉힌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껏 동혁에게 형식적인 예의만 지켰다. 이번에 동혁이 일을 저질러서 이연홍 역시 불만이 가득했다. 동혁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연홍이 덩달아 자신을 나무라며 바른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러자 갑자기 세화가 책상을 두드렸다. “동혁 씨 그만해, 소란 피우지 마.” 그녀는 화가 난 듯 동혁을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이연홍에게 말했다. “이 사장님, 천용훈 측에 연락해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물어봐주세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사건을 조용히 넘어가겠는지요.” 말을 마친 세화는 동혁을 자기 사무실로 끌고 갔다. “빨리 H시를 떠나고 상황이 잠잠해지길 기다려. 난 저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을 잡아가게 할까 봐 걱정이야. 천용훈 측에서는 분명 당신이 사람을 때린 일을 문제 삼을 거야. 방금 전 통화에서도 우리에게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거든.” 문을 닫고 나서 세화가 재빨리 말했다. ‘세화가 날 크게 꾸짖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나보고 도망치라고 하네.’ 동혁은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도망이야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내가 도망가면 당신은 어쩌려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고, 그들의 조건을 따라줘야겠지.” 그러자 세화는 골치 아픈 듯이 말했다. 동혁은 세화를 의자에 앉히고 머리 양쪽을 마사지하며 말했다. “여보, 난 도망 안 가. 천용훈 쪽에서 괜히 당신을 겁주는 거야. 저들은 감히 경찰에 신고할 수 없어.”동혁은 어젯밤에 녹음한 일을 다시 설명했다. 천용훈 등이 정말 동혁을 경찰에게 잡혀가길 바랐다면 가장 먼저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화에게 겁을 준다는 건 단지 동혁이 먼저 경찰에게 자수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설사 동혁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며 녹음을 폭로해도 천용훈 측은 창피함으로 조용히 있으면
양석영은 냉소하며 말했다. “사장님은 돌아가서 회장님에게 남편을 자수시키라고 하세요. 잘못을 저질렀으면 조금의 반성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연홍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세화가 더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동혁이 잡혀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장님, 그만 돌아가시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동혁이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할 때까지 저희는 모든 협상을 거부할 겁니다.” 양석영은 손을 흔들며 이연홍을 배웅했다. 이연홍은 어쩔 수 없이 그냥 혜성그룹으로 돌아왔다. 세화와 임원들은 회의실에서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용훈 쪽의 태도가 매우 강경해요. 먼저 이 선생이 천용훈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계속 협업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하겠답니다.” 이연홍은 자신이 양석영과 만난 경위를 보고했다. 말을 들은 유수근이 바로 말했다. “진 회장님, 빨리 이 선생에게 병원에 가서 천용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시죠. 지금이야 이런 기회가 있지만, 만약 일이 더 커지면 저희 혜성그룹은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유 부장의 말이 맞아요. 천용훈이 맞아서 부상을 입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도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건 우리 혜성그룹에게 협상의 여지를 준겁니다. 이 선생이 천용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이 당연히 맞아요.” 일부 임원들이 맞장구를 쳤다. “당연히 맞다니요?” 세화가 화를 냈다. “여러분들은 대체 도덕관념이라는 게 있나요? 동혁 씨에게 접대녀를 데려오라고 한건 천용훈이었고 여러분들의 동료에게 성접대를 강요한 것도 천용훈입니다. 그런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합니까?” 세화가 화를 터뜨리자 회의실 안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곧 유수근이 용기 내어 말했다. “회장님, 이번 일은 천용훈이 잘못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선생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좀 더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사람을 때린 건 엄연히 잘못이에요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니 평생 사람 대우를 받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바닥에 기절해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동혁은 차갑게 한마디 한 뒤 휴대폰을 꺼내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쪽에 사건이 하나 생겼어요. 이리 좀 와주세요.” 곧 조동래는 시 경찰서 사람들과 함께 도착했다. 먼저 지명박과 나영배를 체포했지만 둘 다 의식이 없어서 먼저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송 실장님, 먼저 가서 이번 일의 경과를 알려줘요.” 동혁이 송소빈의 어깨를 두드리자 그녀는 조서를 꾸미러 경찰을 따라갔고 동혁은 조동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예, 이 선생님.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다가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에게 통제되고 있는 스탠슨 일행을 보았다. 동혁이 말했다. “조 경감님, 나중에 이 외국인들과 이야기 좀 잘해보세요. 나중에 다시 저를 귀찮게 하지 않게요.” ‘뭐, 이 사람들이 끈질기게 나를 귀찮게 하겠다면 할 수 없지만.’ “알았습니다.” 조동래가 다가가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은 갑자기 그를 둘러싸고 시끌벅적 소리를 질렀다. 모두 외국인의 특권을 내세워 동혁에게 복수하려 들었다. “이 사람들이 무술학교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고 왕 교장까지 다치게 했으니 모두 데려가 조사해.” 조동래가 표정을 굳히고 손을 흔들었다. 그는 외국인들이 큰소리를 질러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동혁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조 경감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이 선생님, 지난번 일은 제가 실수했습니다. 크신 아량으로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왕용비는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다친 몸으로 동혁에게 와서 사과했다. 동혁은 붕대로 감은 그의 상반신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그래도 기개가 있는 편이네요. 예전의 일은 덮어두죠.” ‘이 사람은 예전에 3대 가문에 협력해 나쁜 짓을 저질렀지만, 오늘은 죽을 고통에도 H국 무술을 욕하지 않았어. 나름 칭찬할만해.’ ‘사람일은 정말 모른다니까.’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당연히 내가 이겼으니 이렇게 무사히 여기 있는 게 아니겠어요?” 동혁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고 무표정하게 지명박과 나영배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동혁의 말을 듣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금 전 그들은 스탠슨이 어떻게 왕용비를 제압했는지 직접 보았었다. ‘이동혁이 정말 스탠슨을 이겼다면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동혁이 자신들에게 손을 대려 하는 것 같자 지명박이 겁을 먹고 소리쳤다. “거기 서. 움직이지 마. 송 실장이 아직 우리 손에 있다는 거 몰라?” 송소빈은 지금 두 사람 뒤,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거리 때문에 동혁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전신이라고 불리는 그의 명성은 거짓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동혁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순간 몇 걸음을 옮겨 지명박에게 다가와 상대방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우둑!” 뼈마디가 부러지는 듯한 또렷한 소리와 함께 지명박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는 순식간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게 제압되었다. 동혁은 마치 죽은 개를 던지듯 지명박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서 이어서 차가운 눈으로 나영배를 바라보았다. “개X식, 죽여버리겠어.” 나영배는 성난 야수처럼 거칠게 몸에서 칼을 꺼내더니 잔인하게 동혁을 찌르려 했다. 짝! 동혁이 뺨을 때리자 나영배는 동혁의 몸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살, 살려줘.”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동혁을 보고 막 일어나려던 나영배는 당황해서 두 다리를 마구 디디면서 뒤로 기었다. 그는 이미 저항할 마음이 없었다. “왜 죽이기라도 할까 봐요? 그건 너무 가벼운 벌 아닌가요?” “수십억의 횡령, 납치 협박, 살인미수. 이 정도면 당신들이 10년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 정도죠.”동혁은 나영배를 잡아서 지명박 옆으로 던졌고 이어서 바닥에 떨어진 나영배의 칼을 집어 들어 손을 휘둘렀다. “퍽!” 칼은 나영배와 지명박의 겹쳐진 손바닥을 꿰뚫며 두 사람을 바닥에 단단히 박아버렸다. 날카
“아니, 저건 말이 안 돼. 왜 스탠슨 씨가 저기 쓰러져 있지? 믿을 수 없어.” “저런 H국 인간 놈이 어떻게 스탠슨 씨를 이길 수 있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몇몇 외국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큰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반면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전에 동혁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무술학교 학생들도 지금은 동혁을 영웅으로 여겼다. “으으...” 스탠슨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퍽!” 큰 발이 갑자기 공중에서 내려와 스탠슨의 가슴을 밟아 다시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동혁이 스탠슨을 밟은 채 내려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닌가요? 기대를 했는데 정말 실망이에요.” “그럼 패배했으니 승리한 날 위해 스스로 당신이 쓰레기임을 인정하는 건 어렵지 않겠죠?” 방금 전 스탠슨이 왕용비에게 한 말을 동혁은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그럴 수 없어.” 스탠슨은 원망과 함께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이 없었다. 동혁은 웃으며 두말없이 발로 스탠슨의 갈비뼈 몇 개를 걷어차 부러뜨렸다. ‘내가 너와 여기서 시간낭비 할 수 없지.’ “으아아!” 강함으로 명성이 자자한 왕립 특수부대 출신의 퇴역 교관인 스탠슨이 아까 전 왕용비처럼 가슴을 터져나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이 그치자 동혁이 말했다. “지금은 어때요? 인정할 수 있겠죠? 내가 좀 급해서요.” 스탠슨은 동혁의 냉혹함을 보고 순간 마음속에서 두려운 기운이 솟아올라 섬뜩함을 느꼈다. “네.” 그는 굴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려고 했다. “아, 잠깐만요.” 동혁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한 외국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녹화하세요.” “난...” 그 외국인은 욕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못했고, 순순히 다가와 휴대폰을 받아 바로 녹화를 시작했다. 스탠슨은 자신 인생의 최대 굴욕을 느꼈지만 눈을 질
“네놈이 이동혁이구나.” 스탠슨은 위아래로 동혁을 훑어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마침 잘 왔어. 대니얼이 내가 H시에 도장 깨기를 하러 온다니까 네놈을 좀 혼내달라고 했거든.” 동혁은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송소빈은 보이지 않았고 지명박과 나영배도 찾지 못했다. 그는 무심결에 눈살을 찌푸렸다. 동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탠슨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들을 살펴보았다. “좋아요. 그럼 차라리 한꺼번에 같이 덤벼요. 빨리 당신들을 처리하고 찾을 사람이 있거든요.” 불쾌해진 스탠슨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아주 자신만만하네. 감히 오만하게.’ ‘같이 덤비라니?’ 스탠슨 곁에 있던 외국인들도 모두 발끈했다. “저 쳐 죽일 H국 인간 놈이, 건방지게!” “스탠슨 씨, 저 H국 인간 놈은 저한테 맡기세요. 저런 쓸모없는 놈은 스탠슨 씨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어요.” 피노체가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나서며 동혁을 향해 이를 갈며 비웃었다. “H국 인간 놈, 방금 한 네놈 말이 나를 아주 열받게 했어. 팔다리가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내 앞에 무릎을 꿇어.” 동혁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피노체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며 갑자기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높이 뛰어올라 동혁의 머리로 세게 다리를 휘둘렀다. 동혁은 피하지 않고 약간 뒤로 물러서며 날아오는 피노체의 다리를 걷어찼다. “퍽!” 단순한 동작으로 두 다리가 공중에서 교차했고 피노체는 그대로 거꾸로 날아갔다. 그의 몸이 거친 시멘트 바닥에 긁히며 몇 미터나 계속 굴러갔다. 그리고 멈췄을 때, 피노체의 온몸은 바닥에 쓸려 전체적으로 선혈이 낭자했다. “으아아!”피노체는 땅바닥에 웅크린 채 고통으로 이리저리 뒹굴었다. “나이스!” 동혁이 피노체를 깔끔하게 실력으로 꺾는 것을 보고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외국인들의 안색은 더 험악해졌다. “스탠슨 씨, 안 되겠어요. 직접 저 건방진 H국 인간 놈에게 버릇을 가르쳐 주세요.” 그들이 소란
스탠슨의 말을 모든 사람들이 들었다.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얼굴에 화가 가득했다. “교장선생님, 하지 마세요.” “절대 말을 들어주시면 안 돼요.” 그들은 왕용비가 스탠슨의 요구를 들어줄까 봐 걱정했다. “하하, 너희 교장이 스탠슨 씨에게 죽은 개가 돼서 저렇게 밟혀있는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설마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스탠슨 주변의 외국인들이 빈정거렸다.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빈정거리는 외국인들을 성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왕용비가 지금 스탠슨에게 밟혀있어서 조금만 발에 힘을 줘도 왕용비가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스탠슨의 큰 발에 가슴이 짓밟힌 왕용비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고 얼굴이 검붉게 변했다. 왕용비는 스탠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피 묻은 이빨이 드러내며 힘겹게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네.” 스탠슨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띠더니 갑자기 발끝에 힘을 줘 왕용비의 갈비뼈 두 개를 부러뜨렸다. “으아!” 왕용비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스탠슨은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왕용비가 비명을 그치자 냉혹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발밑에서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네 모습을 한번 봐. 그냥 네 입으로 사실을 인정하라고 했을 뿐인데, 대체 뭐가 어려워?” 스탠슨이 말을 마치고 손짓을 했다. “피노체, 이놈이 입을 열어 인정하면 동영상을 찍어둬. 바로 H국 무술이 우리나라보다 못하다는 확실한 증거니까. 보관했다가 앞으로 두고두고 감상할 거야.” “하하, 네!” 비교적 잘 나섰던 피노체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스탠슨이 왕용비를 밟고 있는 장면을 모두 녹화하기 시작했다. “이 개X식들. 사람을 때린 것도 자라 그런 짓까지 하다니. 네놈들이 남자라면 차라리 교장을 죽여. 일부러 모욕하지 말고.”일부 무술학교 학생들은 보다 못해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스탠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다른 선생들이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이 혈기
선경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전에 내가 네놈 실력 좀 보자!” 스탠슨은 선경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더니 선경현의 얼굴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우습군.” 선경현은 비웃으며 뒤로 피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다리를 들어 맞섰다. “지금 내가 네놈을 따끔하게 혼내주... 악!” 선경현이 말을 하던 중 갑자기 고통스러운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피를 토하며 몸이 종이처럼 가볍게 날아가 곤두박질쳤다. 세게 바닥에 떨어지면서 몇 개의 뼈가 부러져 그가 또다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저런...” 무술학교의 선생이든 학생들이든 놀라서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선 선생은 교장 선생님 외에 용비무술학교 전체에서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이 있는 고수인데 저렇게 외국인에게 당하다니.’ ‘게다가 상대방은 아직 손도 쓰지 않았고 단지 발길질만 했을 뿐이야.’ 너무 충격을 받아 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스탠슨을 따라온 외국인들은 모두 흥분해 소리를 지르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왕용비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는 결국 스탠슨을 향해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분. 우리 무도계에서 이루어지는 겨루기에 대해 간단히 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탠슨이 말을 끊었다. “나도 당신들의 규칙은 알고 있어. 걱정 마, 난 당신을 죽이지는 않을 거야.” 오만함으로 가득 찬 이 말에 왕용비의 얼굴빛이 두려움으로 어두워졌고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님, 이미 겨루기는 한 거 같으니 우리는 앉아서 차나 마시면서 무도정신에 대해 대화하는 게 낫지 않을...”왕용비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스탠슨은 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 “나는 오늘 여기에 당신을 만나러 왔어. 싸우지 않으면 난 여기서 떠나지 않을 거야.” 지난번에 동혁에게 항난그룹에서 쫓겨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 외에 왕용
용비무술학교. H시의 여러 무술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로 대문이 호화로워 마치 궁전을 연상케 했고 문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었다. 평소에는 무술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이곳에서 무술을 겨루기도 했다. 이때 몇 대의 차가 진입 금지 안내판을 무시하고 들어와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스탠슨이 그 차에서 내려 대문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용비무술학”라는 큰 글자가 적힌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스탠슨이 도움닫기를 몇 걸음하고 앞으로 뛰어 몸을 높이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순간적으로 발을 내질렀다. 퍽! 푸른색 바탕에 금으로 된 글자가 쓰여 있는 현판이 스탠슨의 발차기 한방으로 채소나 과일처럼 힘없이 부서져 흩어졌다. 현판의 조각들이 땅에 떨어져 큰 소리가 나자 즉시 문 안의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입니까? 우리 무술학교에 갑자기 나타나 이런 행패를 부리다니.” 몇 명의 학교 경비원이 기세등등하게 달려 나왔는데 눈빛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그들은 일반 경비원들과는 달랐는데 평소에 무술학교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실력이 당연히 뛰어났다. 경비원을 그만둬도 부자들의 개인 경호원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스탠슨이 경비원들을 두 눈으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발을 내질렀다. 퍽! 무술학교 경비원 중 한 명은 전혀 대응할 수 없었고 발에 차여 그대로 날아가 학교 대문을 산산조각 냈다. “헛...” 다른 학교 경비원들은 두려움에 안색이 변한 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스탠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껄끄러움이 가득했다. 스탠슨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명박에게 손을 흔들었다. 지명박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으스대며 소리쳤다. “당장 학교 교장 보고 나오라고 하세요. 여기 스탠슨 씨는 도장 깨기를 하러 왔습니다.” “도장 깨기라고?” 몇 명의 경비원들은 당황하여 안색이 울그락불그락했다. 용비무술학교의 명성은 상당했다. 그래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 또는 다른 목적으로
이 말을 듣고 스탠슨을 따라 N도에서 온 다른 외국인들 몇 명도 룸에 들어왔다. 모두 이종격투기 체육관의 코치이거나 스탠슨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수강생들이 들었다. 그들은 스탠슨이 H시에서 무술 고수에게 도전한다고 해서 관전하기 위해 왔다. 송소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리가 풀어헤쳐져 엉망인 자신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살려주세요. 이 두 사람이 강제로 저를 성폭행하려고 해요.” “오, 아름다운 H국 아가씨, 이 하등한 H국 인간 두 놈은 당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방금 문을 차고 들어온 피노체라는 외국인이 웃으며 말했다. 송소빈은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면서 내심 기뻤다. 그러나 피노체의 다음 말이 그녀의 기쁜 마음을 날려버렸다. “우리 같이 혈통이 고귀한 사람들이야말로 아가씨의 가장 좋은 성적 파트너가 될 수 있죠. 다들 안 그래?” 피노체의 말에 몇몇 그의 친구들도 음흉하게 웃으며 늑대 같은 시선으로 송소빈을 쳐다보았다. ‘방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잘못짚었어.’ 송소빈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외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만, 여자 얘기는 나중에 해.” 그러자 스탠슨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지명박과 나영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명령조로 말했다. “즉시 너희 둘은 날 그 용비무술학교로 안내해. 난 고수와 겨뤄야겠어.” 스탠슨은 송소빈을 구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쳐다보지도 않았다. 즐기려는 데 방해를 당해 지명박과 나영배는 마음속으로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외국인들 앞에서 감히 내색하지 못했다. “스탠슨 씨, 이동혁을 상대하러 오신 것 아니었나요? 제가 바로 그놈을 여기로 오라고 할 수 있어요.” 나영배가 굽실거리며 물었다. “하등한 H국 인간 놈, 잔말 말고 스탠슨 씨가 시키는 대로 해.” 피노체가 다가와 나영배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탠슨 씨가 H시에 오신 이유는 고수들을 만
결정을 내린 후 송소빈은 지명박과 나영배에게 다시 연락했다. [리치호텔, 918호 스위트룸입니다. 명심해요. 절대 혼자 와야 합니다.] 전화에서 상대방의 강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소빈은 택시를 타고 바로 리치호텔로 갔다. 918호 방문 앞에서 그녀는 지명박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한참 후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이 방이 아닌 복도에서 걸어왔다. 지명박이 웃으며 말했다. “송 실장님, 역시 아주 현명하신 분이네요. 약속대로 몰래 사람을 데려오지도 않았어요.” 지명박과 나영배는 조심스러워서 혹여 자신들이 방에 있다가 붙잡힐까 봐 복도에서 몰래 송소빈을 감시했다. 만약 그녀가 몰래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면 두 사람은 바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럼 송 실장님 들어가요. 안에서 천천히 얘기하시죠.” 나영배는 직접 카드키를 긁어 방문을 열었다. 송소빈은 이를 악물고 들어가 문 앞에 가만히 서서 말했다. “문을 열어놓고 얘기하시죠. 다행히 이 층이 아주 조용해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화를 들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 같으니까요.” 쾅! 그러나 지명박은 아무 말없이 방문을 닫았다. 당황한 송소빈은 갑자기 안색이 변하여 화를 냈다. “명박 씨, 이게 무슨 짓이죠? 전 두 분과 회사의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얘기하러 왔어요. 여기 놀러 온 게 아니에요.” “송 실장님, 여기까지 와서 뭘 또 이렇게 빼시고 그래요.”나영배는 음흉하게 웃었다. “오늘 우리 둘이 실장님을 아주 즐겁게 해 드릴게요.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내보자고요.” 오피스룩을 입고 있는 송소빈은 자신의 매끄러운 몸매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었다. 예쁜 얼굴은 분노로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화를 머금고 있어서 이를 본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은 군침을 흘리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딴 건 꿈도 꾸지 마시죠.” 송소빈은 화를 내며 치한 방지 스프레이를 꺼냈다. 그녀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바보같이 혼자 호텔로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송소빈은 여전히 맞은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