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는 당연히 동혁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재빨리 말했다. “매니저님,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제가 먼저 동혁 씨에게 연락해 상황을 알아보고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양석영은 냉소했다. [네, 그럼 천천히 알아보세요. 어차피 용훈 씨는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으니 혜성그룹은 소송이나 준비하시고요.] 양석영는 독설을 내던지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진 회장님,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이연홍 등도 진실을 알고 싶어 불안한 눈으로 세화를 쳐다봤다. 세화는 망설이다가 천용훈이 동혁에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말했다. ‘어차피 이 일은 숨길 수 없어. 조만간 소문이 퍼질 거야.’ 진실을 알게 된 임원들이 서로 쳐다보았다. ‘회장님은 어떻게든 태백산을 관광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회장 남편이라는 사람이 어렵게 모셔온 홍보대사를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천용훈이 계약 해지를 했으니 혜성그룹이 소송을 당할 수도 있어.’ ‘회장 남편이 그룹에 너무 손해를 끼치는 거 아니야?’ 많은 임원들이 동혁을 원망했다. 혜성그룹이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는데 동혁의 주먹질로 모두 허사가 되게 생겼다. “태백산 홍보를 위해 TV, 신문, 각종 매체에 이미 돈을 투입했는데 갑자기 우리 홍보대사가 계약 해지를 하다니요? 이게 지금 말이 됩니까?” “계약 해지는 둘째예요. 중요한 건 보기에 따라 우리 혜성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이번 사선으로 여론이 들끓으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 혜성그룹이 정말 악랄한 깡패집단으로 볼 겁니다. 그럼 관광객들이 태백산을 여행하려 하겠습니까?” “회장님, 빨리 천용훈 씨를 잘 달래야 합니다. 이러다 태백산을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모두 무산될 수 있어요. ” “맞아요. 사건 당사자가 회장님 남편이라 정말 곤란하시겠지만 태백산 관광 개발은 우리 혜성그룹의 중요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H시가 관광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동혁은 간단히 일의 경과를 설명했다. 세화는 동혁의 말을 듣고 혐오감을 느꼈다. ‘천용훈, 이 사람, 겉으로는 모범적인 인플루언서인척 굴더니 사석에서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그러나 유수근 부장이 불만 가득하게 말했다. “이 선생님, 천용훈이 밖에서 접대녀를 불러달라고 하면 불러줄 수 있잖습니까? 사업에서 그 정도 접대는 정상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때리는 건 옳지 않습니다. 지금 그 주먹을 함부로 쓴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십니까?” “천용훈이 저희 그룹과 계약을 해지하고 우리 그룹에 소송을 걸겠다고 합니다.” 일부 임원들이 모두 유수근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동혁은 냉정한 표정으로 유수근을 보았다. “해지하고 싶으면 해지하라고 해요. 천용훈 같은 가식적이고 교양 없는 놈들이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로 일하는 건 혜성그룹을 모욕하는 거니까요.” 동혁은 정말 천용훈을 홍보대사로 임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놈이 인플루언서로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이놈이 문제를 일으키면 태백산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거야.’ ‘스타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광고모델로 일하는 회사에서 바로 계약 해지를 하는 것도 다 악영향을 피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어차피 천용훈이 먼저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하려고 했어.’ 유수근의 안색이 갑자기 나빠졌다. ‘이 사람이 지금 천용훈을 욕하는 거야 아니면 나를 욕하는 거야?’ 유수근이 콧방귀를 뀌며 화를 냈다.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닌가요? 저희 혜성그룹이 태백산을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아십니까? H시 시청에서 받은 지원 자금도 절반이나 넣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선생의 그 주먹 때문에 모두 물거품이 되게 생겼어요. ” “그룹 일에 도움은 못될지언정 오히려 망치다니. 내가 보기에 이 선생이 자수하고 사건을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거 같군요.” 다른 임원들 역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에 찬성했
이연홍은 B시 최씨 가문의 전문 경영인이었지만 동혁과 최원우의 주종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녀는 최원우가 세화의 능력을 높이 사서 회장에 앉힌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껏 동혁에게 형식적인 예의만 지켰다. 이번에 동혁이 일을 저질러서 이연홍 역시 불만이 가득했다. 동혁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연홍이 덩달아 자신을 나무라며 바른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러자 갑자기 세화가 책상을 두드렸다. “동혁 씨 그만해, 소란 피우지 마.” 그녀는 화가 난 듯 동혁을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이연홍에게 말했다. “이 사장님, 천용훈 측에 연락해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물어봐주세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사건을 조용히 넘어가겠는지요.” 말을 마친 세화는 동혁을 자기 사무실로 끌고 갔다. “빨리 H시를 떠나고 상황이 잠잠해지길 기다려. 난 저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을 잡아가게 할까 봐 걱정이야. 천용훈 측에서는 분명 당신이 사람을 때린 일을 문제 삼을 거야. 방금 전 통화에서도 우리에게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거든.” 문을 닫고 나서 세화가 재빨리 말했다. ‘세화가 날 크게 꾸짖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나보고 도망치라고 하네.’ 동혁은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도망이야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내가 도망가면 당신은 어쩌려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고, 그들의 조건을 따라줘야겠지.” 그러자 세화는 골치 아픈 듯이 말했다. 동혁은 세화를 의자에 앉히고 머리 양쪽을 마사지하며 말했다. “여보, 난 도망 안 가. 천용훈 쪽에서 괜히 당신을 겁주는 거야. 저들은 감히 경찰에 신고할 수 없어.”동혁은 어젯밤에 녹음한 일을 다시 설명했다. 천용훈 등이 정말 동혁을 경찰에게 잡혀가길 바랐다면 가장 먼저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화에게 겁을 준다는 건 단지 동혁이 먼저 경찰에게 자수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설사 동혁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며 녹음을 폭로해도 천용훈 측은 창피함으로 조용히 있으면
양석영은 냉소하며 말했다. “사장님은 돌아가서 회장님에게 남편을 자수시키라고 하세요. 잘못을 저질렀으면 조금의 반성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연홍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세화가 더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동혁이 잡혀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장님, 그만 돌아가시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동혁이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할 때까지 저희는 모든 협상을 거부할 겁니다.” 양석영은 손을 흔들며 이연홍을 배웅했다. 이연홍은 어쩔 수 없이 그냥 혜성그룹으로 돌아왔다. 세화와 임원들은 회의실에서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용훈 쪽의 태도가 매우 강경해요. 먼저 이 선생이 천용훈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계속 협업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하겠답니다.” 이연홍은 자신이 양석영과 만난 경위를 보고했다. 말을 들은 유수근이 바로 말했다. “진 회장님, 빨리 이 선생에게 병원에 가서 천용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시죠. 지금이야 이런 기회가 있지만, 만약 일이 더 커지면 저희 혜성그룹은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유 부장의 말이 맞아요. 천용훈이 맞아서 부상을 입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도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건 우리 혜성그룹에게 협상의 여지를 준겁니다. 이 선생이 천용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이 당연히 맞아요.” 일부 임원들이 맞장구를 쳤다. “당연히 맞다니요?” 세화가 화를 냈다. “여러분들은 대체 도덕관념이라는 게 있나요? 동혁 씨에게 접대녀를 데려오라고 한건 천용훈이었고 여러분들의 동료에게 성접대를 강요한 것도 천용훈입니다. 그런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합니까?” 세화가 화를 터뜨리자 회의실 안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곧 유수근이 용기 내어 말했다. “회장님, 이번 일은 천용훈이 잘못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선생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좀 더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사람을 때린 건 엄연히 잘못이에요
동혁은 원래 유수근을 비롯한 몇몇 임원들만 난리여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연홍은 그룹의 사장이었고 세화가 부재시에 혜성그룹의 모든 일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까지 다른 사람들처럼 세화에게 반기를 들게 되었다. 이대로 두면 혜성그룹 내에서 세화의 권위는 도전받게 될 것이다. 이연홍이 생각이 있든 없든 동혁은 이런 일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최원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무슨 일 있으세요?] 원우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렸다. 동혁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혜성그룹으로 튀어와. 와서 너희 최씨 가문 사람 좀 단속해. 만약 네가 그렇게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할 거니까.” 맞은편에서 놀란 원우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 [네, 형님, 바로 튀어갈게요.] 통화를 끊고 원우는 동혁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혜성그룹의 최씨 가문 사람?’ ‘그럼 이연홍 사장 밖에 없는데?’ ‘이 사장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원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즉시 5성급 호텔에서 나와 혜성그룹으로 향했다. 한편, 이연홍의 사무실. 동혁이 천용훈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을 지지하는 유수근과 일부 임원들이 함께 이연홍을 찾아왔다. “이 사장님, 진 회장님 너무 고집부리시는 거 아닌가요? 남편을 감싼다고 그룹의 이익은 뒷전이시잖아요.” “그래요.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남편이 저지른 일을 그룹 전체가 책임져야 하다니. 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유수근 등이 연이어 불만을 토로했다. 이연홍은 자리에 앉아 태연하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저를 찾아와 이런 말을 해도 아무 소용없어요. 진 회장님의 태도 다들 보셨잖아요? 이번에 우리 혜성그룹이 큰 손실을 볼지언정 고집을 꺽지 않을 겁니다.” 그녀의 말속에서도 세화의 행동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수근이 콧방귀를 뀌었다. “말이 회장이지 우리 혜성그룹이
이연홍은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고 원우가 단지 천용훈의 계약 해지를 알고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유수근 등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원우 도련님이 곧 혜성그룹에 오신다고 하네요. 모두 저와 함께 마중 나가죠.” 유수근 등은 최원우가 벌써 소식을 들었다고 생각해 깜짝 놀라며 서로 눈을 마주치고 기뻐했다. 사람들은 서둘러 이연홍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 원우를 맞이했다. 해천빌딩 1층 로비, 원우가 어두운 얼굴로 들어왔다. “도련님 안녕하세요.” “원우 도련님, 어서 오세요.” 이연홍은 유수근 등과 함께 원우를 맞이했다. 원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오는 길에 들었는데 혜성그룹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서요?” “네, 진 회장님의 남편이 저희가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로 초빙한 천용훈을 때렸습니다. 그 일로 지금 계약 해지를 혜성그룹을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일단 제가 가서 잠깐 얘기를 해봤는데 진 회장님의 남편이 직접 천용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이연홍은 상황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미쳤군!” 원우가 안색이 어두워지며 갑자기 소리쳤다. ‘천용훈, 그 인간이 죽고 싶어 환장했네. 감히 이 전신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아무리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라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막무가내라고?’지금 B시 최씨 가문 전체는 모두 동혁의 말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천용훈이 동혁을 모욕하는 것은 바로 그 밑에 있는 원우를 모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지금 원우는 천용훈을 당장 찾아가 죽을 때까지 패주고 싶었다. 그러나 원우가 소리치는 걸 들은 사람들은 그가 동혁에게 미쳤다고 욕하는 줄 알았다. 유수근 등은 이번일을 원래 원우에 알리려고 하던 참에 원우가 먼저 동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고 기회를 잡았다고 여겼다. “도련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동혁이 이번에 일을 벌이는 바람에 저희 혜성그룹에 끼친 손실을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사실 그가 천용훈에게 가서 무릎 꿇고 사과
이연홍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원우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몰랐다. 그녀는 유수근을 대신해 말했다. “도련님, 말씀이 좀 지나치신 거 아닌가요? 유 부장은 그래도 그룹에서 꽤 능력 있는 사람...” “닥쳐요!” 원우는 고개를 돌려 이연홍을 노려보았다. 이연홍은 속으로 불만을 느꼈다. ‘오랫동안 최씨 가문을 위해 일하면서 희생해 온 날, 도련님은 어떻게 이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어?’ “도련님, 혜성그룹은 최씨 가문이 낙찰받은 중요한 사업체예요. 진 회장이 계속 이렇게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그룹의 이익을 해칠 것이고 임원들의 불만도 당연히 커질 겁니다.” 이연홍은 최씨 가문을 들먹이며 원우에게 세화를 감싸려고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짝! 이연홍이 뺨을 한 대 맞았다. 원우는 기가 막힌 듯 웃었다. “당신이 뭘 알 안다고 그래요? 혜성그룹은 최씨 가문 것이 아니라 진 회장님의 것입니다. 우리 최씨 가문은 단지 회장님을 도와 이 그룹을 낙찰받아온 거뿐이고요. 설사 진 회장님이 혜성그룹을 몰락시켰다고 해도 당신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연홍은 멍해졌다. ‘혜성그룹이 진 회장의 것이라고?’ ‘명문가인 최씨 가문이 단지 진 회장을 도와서 일을 해준 거뿐이라니?’ 원우의 말을 들은 이연홍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혜성그룹과 태백산장 모두 분명 내가 경매에서 낙찰받아온 거고 대주주의 권리 역시 최씨 가문이 가지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소유주가 진 회장이 될 수 있지?’ “왜요? 못 믿겠어요? 그러면 내가 큰아버지께 직접 설명하라고 할까요?” 원우의 큰아버지는 바로 최씨 집안의 가주인 최진웅으로 최씨 가문 안에서 그의 한마디는 곧 법이었다. ‘도련님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상 최씨 가문이 정말 진 회장을 도와 일을 하는 게 틀림없나 보네.’ 이연홍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우는 이연홍과 유수근 등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모두 당장 진 회장님 사무실로 가요. 가서 그분에게 용서를 비는 게
[혜성그룹?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인데? 대단한 회사인가요? 용훈 씨는 예전에 생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했을 때 몇십억을 기부하면서 자신은 한 푼도 챙기지 않은 훌륭한 분이에요. 전 용훈 씨를 믿어요.] [감히 우리 용훈 오빠를 때리다니 정말 세상이 무법천지군요. 이런 깡패 세력에 대한 단속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인터넷 댓글에는 유사한 발언들이 가득했다. 천용훈은 자선 인플루언서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심지어 누군가 천용훈과 그의 팀이 태백산장에 도착했을 때 산장 직원들이 접대를 위해 먼저 접대녀들을 불렀다고 말했다. 천용훈은 정의감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부끄러워했고 그래서 이런 나쁜 풍조를 신고하려다가 맞아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까지 했다. 이러한 폭로 글을 보고 세화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분명 접대녀를 데려오지 않은 일로 천용훈이 화가 나서 지원이에게 성접대를 강요했잖아. 그래서 동혁 씨가 손을 쓴 거고. 그런데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지금 인터넷에서 떠들어 대는 사람은 천용훈의 홍보팀일 겁니다. 그들은 자기들 잘못이 드러날까 봐 미리 우리 쪽에 책임전가를 해서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겁니다. 그래야 우리 쪽에서 나중에 진실을 밝혀도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요.” 이연홍은 폭로자의 음흉한 속셈을 즉시 알아차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폭로를 믿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천용훈 본인이 시종일관 아무런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여론은 천용훈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천용훈이 이상한 다툼에 휘말렸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세화가 걱정하며 말했다. “인터넷에서 천용훈 씨의 영향력이 큰 만큼, 생방송을 해서 자신이 맞은 사실을 알리게 된다면 여론의 방향이 우리 혜성그룹에 더 불리하게 바뀔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연홍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언론 홍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천용훈은 그저 우리를 압박해서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려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니 평생 사람 대우를 받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바닥에 기절해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동혁은 차갑게 한마디 한 뒤 휴대폰을 꺼내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쪽에 사건이 하나 생겼어요. 이리 좀 와주세요.” 곧 조동래는 시 경찰서 사람들과 함께 도착했다. 먼저 지명박과 나영배를 체포했지만 둘 다 의식이 없어서 먼저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송 실장님, 먼저 가서 이번 일의 경과를 알려줘요.” 동혁이 송소빈의 어깨를 두드리자 그녀는 조서를 꾸미러 경찰을 따라갔고 동혁은 조동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예, 이 선생님.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다가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에게 통제되고 있는 스탠슨 일행을 보았다. 동혁이 말했다. “조 경감님, 나중에 이 외국인들과 이야기 좀 잘해보세요. 나중에 다시 저를 귀찮게 하지 않게요.” ‘뭐, 이 사람들이 끈질기게 나를 귀찮게 하겠다면 할 수 없지만.’ “알았습니다.” 조동래가 다가가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은 갑자기 그를 둘러싸고 시끌벅적 소리를 질렀다. 모두 외국인의 특권을 내세워 동혁에게 복수하려 들었다. “이 사람들이 무술학교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고 왕 교장까지 다치게 했으니 모두 데려가 조사해.” 조동래가 표정을 굳히고 손을 흔들었다. 그는 외국인들이 큰소리를 질러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동혁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조 경감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이 선생님, 지난번 일은 제가 실수했습니다. 크신 아량으로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왕용비는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다친 몸으로 동혁에게 와서 사과했다. 동혁은 붕대로 감은 그의 상반신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그래도 기개가 있는 편이네요. 예전의 일은 덮어두죠.” ‘이 사람은 예전에 3대 가문에 협력해 나쁜 짓을 저질렀지만, 오늘은 죽을 고통에도 H국 무술을 욕하지 않았어. 나름 칭찬할만해.’ ‘사람일은 정말 모른다니까.’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당연히 내가 이겼으니 이렇게 무사히 여기 있는 게 아니겠어요?” 동혁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고 무표정하게 지명박과 나영배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동혁의 말을 듣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금 전 그들은 스탠슨이 어떻게 왕용비를 제압했는지 직접 보았었다. ‘이동혁이 정말 스탠슨을 이겼다면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동혁이 자신들에게 손을 대려 하는 것 같자 지명박이 겁을 먹고 소리쳤다. “거기 서. 움직이지 마. 송 실장이 아직 우리 손에 있다는 거 몰라?” 송소빈은 지금 두 사람 뒤,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거리 때문에 동혁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전신이라고 불리는 그의 명성은 거짓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동혁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순간 몇 걸음을 옮겨 지명박에게 다가와 상대방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우둑!” 뼈마디가 부러지는 듯한 또렷한 소리와 함께 지명박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는 순식간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게 제압되었다. 동혁은 마치 죽은 개를 던지듯 지명박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서 이어서 차가운 눈으로 나영배를 바라보았다. “개X식, 죽여버리겠어.” 나영배는 성난 야수처럼 거칠게 몸에서 칼을 꺼내더니 잔인하게 동혁을 찌르려 했다. 짝! 동혁이 뺨을 때리자 나영배는 동혁의 몸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살, 살려줘.”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동혁을 보고 막 일어나려던 나영배는 당황해서 두 다리를 마구 디디면서 뒤로 기었다. 그는 이미 저항할 마음이 없었다. “왜 죽이기라도 할까 봐요? 그건 너무 가벼운 벌 아닌가요?” “수십억의 횡령, 납치 협박, 살인미수. 이 정도면 당신들이 10년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 정도죠.”동혁은 나영배를 잡아서 지명박 옆으로 던졌고 이어서 바닥에 떨어진 나영배의 칼을 집어 들어 손을 휘둘렀다. “퍽!” 칼은 나영배와 지명박의 겹쳐진 손바닥을 꿰뚫며 두 사람을 바닥에 단단히 박아버렸다. 날카
“아니, 저건 말이 안 돼. 왜 스탠슨 씨가 저기 쓰러져 있지? 믿을 수 없어.” “저런 H국 인간 놈이 어떻게 스탠슨 씨를 이길 수 있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몇몇 외국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큰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반면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전에 동혁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무술학교 학생들도 지금은 동혁을 영웅으로 여겼다. “으으...” 스탠슨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퍽!” 큰 발이 갑자기 공중에서 내려와 스탠슨의 가슴을 밟아 다시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동혁이 스탠슨을 밟은 채 내려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닌가요? 기대를 했는데 정말 실망이에요.” “그럼 패배했으니 승리한 날 위해 스스로 당신이 쓰레기임을 인정하는 건 어렵지 않겠죠?” 방금 전 스탠슨이 왕용비에게 한 말을 동혁은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그럴 수 없어.” 스탠슨은 원망과 함께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이 없었다. 동혁은 웃으며 두말없이 발로 스탠슨의 갈비뼈 몇 개를 걷어차 부러뜨렸다. ‘내가 너와 여기서 시간낭비 할 수 없지.’ “으아아!” 강함으로 명성이 자자한 왕립 특수부대 출신의 퇴역 교관인 스탠슨이 아까 전 왕용비처럼 가슴을 터져나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이 그치자 동혁이 말했다. “지금은 어때요? 인정할 수 있겠죠? 내가 좀 급해서요.” 스탠슨은 동혁의 냉혹함을 보고 순간 마음속에서 두려운 기운이 솟아올라 섬뜩함을 느꼈다. “네.” 그는 굴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려고 했다. “아, 잠깐만요.” 동혁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한 외국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녹화하세요.” “난...” 그 외국인은 욕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못했고, 순순히 다가와 휴대폰을 받아 바로 녹화를 시작했다. 스탠슨은 자신 인생의 최대 굴욕을 느꼈지만 눈을 질
“네놈이 이동혁이구나.” 스탠슨은 위아래로 동혁을 훑어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마침 잘 왔어. 대니얼이 내가 H시에 도장 깨기를 하러 온다니까 네놈을 좀 혼내달라고 했거든.” 동혁은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송소빈은 보이지 않았고 지명박과 나영배도 찾지 못했다. 그는 무심결에 눈살을 찌푸렸다. 동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탠슨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들을 살펴보았다. “좋아요. 그럼 차라리 한꺼번에 같이 덤벼요. 빨리 당신들을 처리하고 찾을 사람이 있거든요.” 불쾌해진 스탠슨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아주 자신만만하네. 감히 오만하게.’ ‘같이 덤비라니?’ 스탠슨 곁에 있던 외국인들도 모두 발끈했다. “저 쳐 죽일 H국 인간 놈이, 건방지게!” “스탠슨 씨, 저 H국 인간 놈은 저한테 맡기세요. 저런 쓸모없는 놈은 스탠슨 씨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어요.” 피노체가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나서며 동혁을 향해 이를 갈며 비웃었다. “H국 인간 놈, 방금 한 네놈 말이 나를 아주 열받게 했어. 팔다리가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내 앞에 무릎을 꿇어.” 동혁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피노체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며 갑자기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높이 뛰어올라 동혁의 머리로 세게 다리를 휘둘렀다. 동혁은 피하지 않고 약간 뒤로 물러서며 날아오는 피노체의 다리를 걷어찼다. “퍽!” 단순한 동작으로 두 다리가 공중에서 교차했고 피노체는 그대로 거꾸로 날아갔다. 그의 몸이 거친 시멘트 바닥에 긁히며 몇 미터나 계속 굴러갔다. 그리고 멈췄을 때, 피노체의 온몸은 바닥에 쓸려 전체적으로 선혈이 낭자했다. “으아아!”피노체는 땅바닥에 웅크린 채 고통으로 이리저리 뒹굴었다. “나이스!” 동혁이 피노체를 깔끔하게 실력으로 꺾는 것을 보고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외국인들의 안색은 더 험악해졌다. “스탠슨 씨, 안 되겠어요. 직접 저 건방진 H국 인간 놈에게 버릇을 가르쳐 주세요.” 그들이 소란
스탠슨의 말을 모든 사람들이 들었다.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얼굴에 화가 가득했다. “교장선생님, 하지 마세요.” “절대 말을 들어주시면 안 돼요.” 그들은 왕용비가 스탠슨의 요구를 들어줄까 봐 걱정했다. “하하, 너희 교장이 스탠슨 씨에게 죽은 개가 돼서 저렇게 밟혀있는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설마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스탠슨 주변의 외국인들이 빈정거렸다.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빈정거리는 외국인들을 성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왕용비가 지금 스탠슨에게 밟혀있어서 조금만 발에 힘을 줘도 왕용비가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스탠슨의 큰 발에 가슴이 짓밟힌 왕용비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고 얼굴이 검붉게 변했다. 왕용비는 스탠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피 묻은 이빨이 드러내며 힘겹게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네.” 스탠슨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띠더니 갑자기 발끝에 힘을 줘 왕용비의 갈비뼈 두 개를 부러뜨렸다. “으아!” 왕용비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스탠슨은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왕용비가 비명을 그치자 냉혹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발밑에서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네 모습을 한번 봐. 그냥 네 입으로 사실을 인정하라고 했을 뿐인데, 대체 뭐가 어려워?” 스탠슨이 말을 마치고 손짓을 했다. “피노체, 이놈이 입을 열어 인정하면 동영상을 찍어둬. 바로 H국 무술이 우리나라보다 못하다는 확실한 증거니까. 보관했다가 앞으로 두고두고 감상할 거야.” “하하, 네!” 비교적 잘 나섰던 피노체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스탠슨이 왕용비를 밟고 있는 장면을 모두 녹화하기 시작했다. “이 개X식들. 사람을 때린 것도 자라 그런 짓까지 하다니. 네놈들이 남자라면 차라리 교장을 죽여. 일부러 모욕하지 말고.”일부 무술학교 학생들은 보다 못해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스탠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다른 선생들이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이 혈기
선경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전에 내가 네놈 실력 좀 보자!” 스탠슨은 선경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더니 선경현의 얼굴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우습군.” 선경현은 비웃으며 뒤로 피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다리를 들어 맞섰다. “지금 내가 네놈을 따끔하게 혼내주... 악!” 선경현이 말을 하던 중 갑자기 고통스러운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피를 토하며 몸이 종이처럼 가볍게 날아가 곤두박질쳤다. 세게 바닥에 떨어지면서 몇 개의 뼈가 부러져 그가 또다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저런...” 무술학교의 선생이든 학생들이든 놀라서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선 선생은 교장 선생님 외에 용비무술학교 전체에서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이 있는 고수인데 저렇게 외국인에게 당하다니.’ ‘게다가 상대방은 아직 손도 쓰지 않았고 단지 발길질만 했을 뿐이야.’ 너무 충격을 받아 무술학교 쪽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스탠슨을 따라온 외국인들은 모두 흥분해 소리를 지르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왕용비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는 결국 스탠슨을 향해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분. 우리 무도계에서 이루어지는 겨루기에 대해 간단히 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탠슨이 말을 끊었다. “나도 당신들의 규칙은 알고 있어. 걱정 마, 난 당신을 죽이지는 않을 거야.” 오만함으로 가득 찬 이 말에 왕용비의 얼굴빛이 두려움으로 어두워졌고 용비무술학교 쪽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님, 이미 겨루기는 한 거 같으니 우리는 앉아서 차나 마시면서 무도정신에 대해 대화하는 게 낫지 않을...”왕용비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스탠슨은 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 “나는 오늘 여기에 당신을 만나러 왔어. 싸우지 않으면 난 여기서 떠나지 않을 거야.” 지난번에 동혁에게 항난그룹에서 쫓겨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 외에 왕용
용비무술학교. H시의 여러 무술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로 대문이 호화로워 마치 궁전을 연상케 했고 문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었다. 평소에는 무술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이곳에서 무술을 겨루기도 했다. 이때 몇 대의 차가 진입 금지 안내판을 무시하고 들어와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스탠슨이 그 차에서 내려 대문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용비무술학”라는 큰 글자가 적힌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스탠슨이 도움닫기를 몇 걸음하고 앞으로 뛰어 몸을 높이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순간적으로 발을 내질렀다. 퍽! 푸른색 바탕에 금으로 된 글자가 쓰여 있는 현판이 스탠슨의 발차기 한방으로 채소나 과일처럼 힘없이 부서져 흩어졌다. 현판의 조각들이 땅에 떨어져 큰 소리가 나자 즉시 문 안의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입니까? 우리 무술학교에 갑자기 나타나 이런 행패를 부리다니.” 몇 명의 학교 경비원이 기세등등하게 달려 나왔는데 눈빛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그들은 일반 경비원들과는 달랐는데 평소에 무술학교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실력이 당연히 뛰어났다. 경비원을 그만둬도 부자들의 개인 경호원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스탠슨이 경비원들을 두 눈으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발을 내질렀다. 퍽! 무술학교 경비원 중 한 명은 전혀 대응할 수 없었고 발에 차여 그대로 날아가 학교 대문을 산산조각 냈다. “헛...” 다른 학교 경비원들은 두려움에 안색이 변한 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스탠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껄끄러움이 가득했다. 스탠슨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명박에게 손을 흔들었다. 지명박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으스대며 소리쳤다. “당장 학교 교장 보고 나오라고 하세요. 여기 스탠슨 씨는 도장 깨기를 하러 왔습니다.” “도장 깨기라고?” 몇 명의 경비원들은 당황하여 안색이 울그락불그락했다. 용비무술학교의 명성은 상당했다. 그래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 또는 다른 목적으로
이 말을 듣고 스탠슨을 따라 N도에서 온 다른 외국인들 몇 명도 룸에 들어왔다. 모두 이종격투기 체육관의 코치이거나 스탠슨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수강생들이 들었다. 그들은 스탠슨이 H시에서 무술 고수에게 도전한다고 해서 관전하기 위해 왔다. 송소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리가 풀어헤쳐져 엉망인 자신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살려주세요. 이 두 사람이 강제로 저를 성폭행하려고 해요.” “오, 아름다운 H국 아가씨, 이 하등한 H국 인간 두 놈은 당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방금 문을 차고 들어온 피노체라는 외국인이 웃으며 말했다. 송소빈은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면서 내심 기뻤다. 그러나 피노체의 다음 말이 그녀의 기쁜 마음을 날려버렸다. “우리 같이 혈통이 고귀한 사람들이야말로 아가씨의 가장 좋은 성적 파트너가 될 수 있죠. 다들 안 그래?” 피노체의 말에 몇몇 그의 친구들도 음흉하게 웃으며 늑대 같은 시선으로 송소빈을 쳐다보았다. ‘방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잘못짚었어.’ 송소빈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외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만, 여자 얘기는 나중에 해.” 그러자 스탠슨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지명박과 나영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명령조로 말했다. “즉시 너희 둘은 날 그 용비무술학교로 안내해. 난 고수와 겨뤄야겠어.” 스탠슨은 송소빈을 구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쳐다보지도 않았다. 즐기려는 데 방해를 당해 지명박과 나영배는 마음속으로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외국인들 앞에서 감히 내색하지 못했다. “스탠슨 씨, 이동혁을 상대하러 오신 것 아니었나요? 제가 바로 그놈을 여기로 오라고 할 수 있어요.” 나영배가 굽실거리며 물었다. “하등한 H국 인간 놈, 잔말 말고 스탠슨 씨가 시키는 대로 해.” 피노체가 다가와 나영배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탠슨 씨가 H시에 오신 이유는 고수들을 만
결정을 내린 후 송소빈은 지명박과 나영배에게 다시 연락했다. [리치호텔, 918호 스위트룸입니다. 명심해요. 절대 혼자 와야 합니다.] 전화에서 상대방의 강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소빈은 택시를 타고 바로 리치호텔로 갔다. 918호 방문 앞에서 그녀는 지명박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한참 후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이 방이 아닌 복도에서 걸어왔다. 지명박이 웃으며 말했다. “송 실장님, 역시 아주 현명하신 분이네요. 약속대로 몰래 사람을 데려오지도 않았어요.” 지명박과 나영배는 조심스러워서 혹여 자신들이 방에 있다가 붙잡힐까 봐 복도에서 몰래 송소빈을 감시했다. 만약 그녀가 몰래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면 두 사람은 바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럼 송 실장님 들어가요. 안에서 천천히 얘기하시죠.” 나영배는 직접 카드키를 긁어 방문을 열었다. 송소빈은 이를 악물고 들어가 문 앞에 가만히 서서 말했다. “문을 열어놓고 얘기하시죠. 다행히 이 층이 아주 조용해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화를 들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 같으니까요.” 쾅! 그러나 지명박은 아무 말없이 방문을 닫았다. 당황한 송소빈은 갑자기 안색이 변하여 화를 냈다. “명박 씨, 이게 무슨 짓이죠? 전 두 분과 회사의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얘기하러 왔어요. 여기 놀러 온 게 아니에요.” “송 실장님, 여기까지 와서 뭘 또 이렇게 빼시고 그래요.”나영배는 음흉하게 웃었다. “오늘 우리 둘이 실장님을 아주 즐겁게 해 드릴게요.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내보자고요.” 오피스룩을 입고 있는 송소빈은 자신의 매끄러운 몸매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었다. 예쁜 얼굴은 분노로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화를 머금고 있어서 이를 본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은 군침을 흘리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딴 건 꿈도 꾸지 마시죠.” 송소빈은 화를 내며 치한 방지 스프레이를 꺼냈다. 그녀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바보같이 혼자 호텔로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송소빈은 여전히 맞은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