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홍은 B시 최씨 가문의 전문 경영인이다. 능력이 아주 뛰어난 여자로 세화가 부재시 그녀 혼자서 혜성그룹을 질서 정연하게 경영했다. 평소에 그녀는 노련하고 신중한 사람이었기에 지금처럼 깜짝 놀라 동요하는 모습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다. 세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재빨리 물었다. “이 사장님, 무슨 일이죠?” “천용운의 회사에서 방금 이메일로 저희 혜성그룹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모든 종류의 협업을 중지하겠다는 내용의 계약 해지서를 보내왔어요.” 이연홍의 말에 회의실이 술렁이며 임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최근 혜성그룹은 천용훈과 5년 간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천용훈에게 태백산 관광 홍보대사를 5년 동안 맡기는 조건으로 혜성그룹은 천용훈에게 400억의 비용을 나눠서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천용훈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플루언서였다. 혜성그룹은 그를 통해 H시에 국한되었던 영향력을 더 키우려고 했다. 혜성그룹은 이 계약에 대한 충분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천용훈이 서명하는 동시에 20억을 지불했다. 그런데 지금 천용훈이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그로 인해 이미 지급된 돈의 손해는 둘째치고 태백산 프로젝트도가 모두 엉망이 될 수 있었다. ‘대체 갑자기 무슨 일이 일이지?’ ‘왜 천용훈은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거야? 어떻게 협상의 여지도 없이 단번에 결정을 내려?’ 임원들은 약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세화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천용훈 씨 매니저에게 연락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실히 알아봐야겠어요.” [진 회장님? 무슨 일이시죠?] 천용훈의 매니저는 양석영으로 유명 인플루언서를 많이 만들었다. 그는 세화의 전화를 매우 짜증 나는 말투로 받았다.세화가 차분히 물었다. “양 매니저님, 방금 이 사장님에게 전달받았는데 회사에서 왜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려고 하는 거죠? 저희 양쪽 모두 계약 과정에서 어떤 마찰도 없었잖아요?” [진 회장님, 일부러 모르는 척하시는 건가요? 아님 정말
세화는 당연히 동혁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재빨리 말했다. “매니저님,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제가 먼저 동혁 씨에게 연락해 상황을 알아보고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양석영은 냉소했다. [네, 그럼 천천히 알아보세요. 어차피 용훈 씨는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으니 혜성그룹은 소송이나 준비하시고요.] 양석영는 독설을 내던지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진 회장님,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이연홍 등도 진실을 알고 싶어 불안한 눈으로 세화를 쳐다봤다. 세화는 망설이다가 천용훈이 동혁에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말했다. ‘어차피 이 일은 숨길 수 없어. 조만간 소문이 퍼질 거야.’ 진실을 알게 된 임원들이 서로 쳐다보았다. ‘회장님은 어떻게든 태백산을 관광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회장 남편이라는 사람이 어렵게 모셔온 홍보대사를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천용훈이 계약 해지를 했으니 혜성그룹이 소송을 당할 수도 있어.’ ‘회장 남편이 그룹에 너무 손해를 끼치는 거 아니야?’ 많은 임원들이 동혁을 원망했다. 혜성그룹이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는데 동혁의 주먹질로 모두 허사가 되게 생겼다. “태백산 홍보를 위해 TV, 신문, 각종 매체에 이미 돈을 투입했는데 갑자기 우리 홍보대사가 계약 해지를 하다니요? 이게 지금 말이 됩니까?” “계약 해지는 둘째예요. 중요한 건 보기에 따라 우리 혜성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이번 사선으로 여론이 들끓으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 혜성그룹이 정말 악랄한 깡패집단으로 볼 겁니다. 그럼 관광객들이 태백산을 여행하려 하겠습니까?” “회장님, 빨리 천용훈 씨를 잘 달래야 합니다. 이러다 태백산을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모두 무산될 수 있어요. ” “맞아요. 사건 당사자가 회장님 남편이라 정말 곤란하시겠지만 태백산 관광 개발은 우리 혜성그룹의 중요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H시가 관광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동혁은 간단히 일의 경과를 설명했다. 세화는 동혁의 말을 듣고 혐오감을 느꼈다. ‘천용훈, 이 사람, 겉으로는 모범적인 인플루언서인척 굴더니 사석에서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그러나 유수근 부장이 불만 가득하게 말했다. “이 선생님, 천용훈이 밖에서 접대녀를 불러달라고 하면 불러줄 수 있잖습니까? 사업에서 그 정도 접대는 정상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때리는 건 옳지 않습니다. 지금 그 주먹을 함부로 쓴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십니까?” “천용훈이 저희 그룹과 계약을 해지하고 우리 그룹에 소송을 걸겠다고 합니다.” 일부 임원들이 모두 유수근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동혁은 냉정한 표정으로 유수근을 보았다. “해지하고 싶으면 해지하라고 해요. 천용훈 같은 가식적이고 교양 없는 놈들이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로 일하는 건 혜성그룹을 모욕하는 거니까요.” 동혁은 정말 천용훈을 홍보대사로 임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놈이 인플루언서로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이놈이 문제를 일으키면 태백산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거야.’ ‘스타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광고모델로 일하는 회사에서 바로 계약 해지를 하는 것도 다 악영향을 피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어차피 천용훈이 먼저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하려고 했어.’ 유수근의 안색이 갑자기 나빠졌다. ‘이 사람이 지금 천용훈을 욕하는 거야 아니면 나를 욕하는 거야?’ 유수근이 콧방귀를 뀌며 화를 냈다.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닌가요? 저희 혜성그룹이 태백산을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아십니까? H시 시청에서 받은 지원 자금도 절반이나 넣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선생의 그 주먹 때문에 모두 물거품이 되게 생겼어요. ” “그룹 일에 도움은 못될지언정 오히려 망치다니. 내가 보기에 이 선생이 자수하고 사건을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거 같군요.” 다른 임원들 역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에 찬성했
이연홍은 B시 최씨 가문의 전문 경영인이었지만 동혁과 최원우의 주종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녀는 최원우가 세화의 능력을 높이 사서 회장에 앉힌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껏 동혁에게 형식적인 예의만 지켰다. 이번에 동혁이 일을 저질러서 이연홍 역시 불만이 가득했다. 동혁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연홍이 덩달아 자신을 나무라며 바른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러자 갑자기 세화가 책상을 두드렸다. “동혁 씨 그만해, 소란 피우지 마.” 그녀는 화가 난 듯 동혁을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이연홍에게 말했다. “이 사장님, 천용훈 측에 연락해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물어봐주세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사건을 조용히 넘어가겠는지요.” 말을 마친 세화는 동혁을 자기 사무실로 끌고 갔다. “빨리 H시를 떠나고 상황이 잠잠해지길 기다려. 난 저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을 잡아가게 할까 봐 걱정이야. 천용훈 측에서는 분명 당신이 사람을 때린 일을 문제 삼을 거야. 방금 전 통화에서도 우리에게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거든.” 문을 닫고 나서 세화가 재빨리 말했다. ‘세화가 날 크게 꾸짖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나보고 도망치라고 하네.’ 동혁은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도망이야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내가 도망가면 당신은 어쩌려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고, 그들의 조건을 따라줘야겠지.” 그러자 세화는 골치 아픈 듯이 말했다. 동혁은 세화를 의자에 앉히고 머리 양쪽을 마사지하며 말했다. “여보, 난 도망 안 가. 천용훈 쪽에서 괜히 당신을 겁주는 거야. 저들은 감히 경찰에 신고할 수 없어.”동혁은 어젯밤에 녹음한 일을 다시 설명했다. 천용훈 등이 정말 동혁을 경찰에게 잡혀가길 바랐다면 가장 먼저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화에게 겁을 준다는 건 단지 동혁이 먼저 경찰에게 자수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설사 동혁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며 녹음을 폭로해도 천용훈 측은 창피함으로 조용히 있으면
양석영은 냉소하며 말했다. “사장님은 돌아가서 회장님에게 남편을 자수시키라고 하세요. 잘못을 저질렀으면 조금의 반성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연홍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세화가 더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동혁이 잡혀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장님, 그만 돌아가시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동혁이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할 때까지 저희는 모든 협상을 거부할 겁니다.” 양석영은 손을 흔들며 이연홍을 배웅했다. 이연홍은 어쩔 수 없이 그냥 혜성그룹으로 돌아왔다. 세화와 임원들은 회의실에서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용훈 쪽의 태도가 매우 강경해요. 먼저 이 선생이 천용훈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계속 협업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하겠답니다.” 이연홍은 자신이 양석영과 만난 경위를 보고했다. 말을 들은 유수근이 바로 말했다. “진 회장님, 빨리 이 선생에게 병원에 가서 천용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시죠. 지금이야 이런 기회가 있지만, 만약 일이 더 커지면 저희 혜성그룹은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유 부장의 말이 맞아요. 천용훈이 맞아서 부상을 입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도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건 우리 혜성그룹에게 협상의 여지를 준겁니다. 이 선생이 천용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이 당연히 맞아요.” 일부 임원들이 맞장구를 쳤다. “당연히 맞다니요?” 세화가 화를 냈다. “여러분들은 대체 도덕관념이라는 게 있나요? 동혁 씨에게 접대녀를 데려오라고 한건 천용훈이었고 여러분들의 동료에게 성접대를 강요한 것도 천용훈입니다. 그런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합니까?” 세화가 화를 터뜨리자 회의실 안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곧 유수근이 용기 내어 말했다. “회장님, 이번 일은 천용훈이 잘못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선생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좀 더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사람을 때린 건 엄연히 잘못이에요
동혁은 원래 유수근을 비롯한 몇몇 임원들만 난리여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연홍은 그룹의 사장이었고 세화가 부재시에 혜성그룹의 모든 일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까지 다른 사람들처럼 세화에게 반기를 들게 되었다. 이대로 두면 혜성그룹 내에서 세화의 권위는 도전받게 될 것이다. 이연홍이 생각이 있든 없든 동혁은 이런 일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최원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무슨 일 있으세요?] 원우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렸다. 동혁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혜성그룹으로 튀어와. 와서 너희 최씨 가문 사람 좀 단속해. 만약 네가 그렇게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할 거니까.” 맞은편에서 놀란 원우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 [네, 형님, 바로 튀어갈게요.] 통화를 끊고 원우는 동혁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혜성그룹의 최씨 가문 사람?’ ‘그럼 이연홍 사장 밖에 없는데?’ ‘이 사장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원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즉시 5성급 호텔에서 나와 혜성그룹으로 향했다. 한편, 이연홍의 사무실. 동혁이 천용훈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을 지지하는 유수근과 일부 임원들이 함께 이연홍을 찾아왔다. “이 사장님, 진 회장님 너무 고집부리시는 거 아닌가요? 남편을 감싼다고 그룹의 이익은 뒷전이시잖아요.” “그래요.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남편이 저지른 일을 그룹 전체가 책임져야 하다니. 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유수근 등이 연이어 불만을 토로했다. 이연홍은 자리에 앉아 태연하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저를 찾아와 이런 말을 해도 아무 소용없어요. 진 회장님의 태도 다들 보셨잖아요? 이번에 우리 혜성그룹이 큰 손실을 볼지언정 고집을 꺽지 않을 겁니다.” 그녀의 말속에서도 세화의 행동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수근이 콧방귀를 뀌었다. “말이 회장이지 우리 혜성그룹이
이연홍은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고 원우가 단지 천용훈의 계약 해지를 알고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유수근 등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원우 도련님이 곧 혜성그룹에 오신다고 하네요. 모두 저와 함께 마중 나가죠.” 유수근 등은 최원우가 벌써 소식을 들었다고 생각해 깜짝 놀라며 서로 눈을 마주치고 기뻐했다. 사람들은 서둘러 이연홍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 원우를 맞이했다. 해천빌딩 1층 로비, 원우가 어두운 얼굴로 들어왔다. “도련님 안녕하세요.” “원우 도련님, 어서 오세요.” 이연홍은 유수근 등과 함께 원우를 맞이했다. 원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오는 길에 들었는데 혜성그룹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서요?” “네, 진 회장님의 남편이 저희가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로 초빙한 천용훈을 때렸습니다. 그 일로 지금 계약 해지를 혜성그룹을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일단 제가 가서 잠깐 얘기를 해봤는데 진 회장님의 남편이 직접 천용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이연홍은 상황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미쳤군!” 원우가 안색이 어두워지며 갑자기 소리쳤다. ‘천용훈, 그 인간이 죽고 싶어 환장했네. 감히 이 전신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아무리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라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막무가내라고?’지금 B시 최씨 가문 전체는 모두 동혁의 말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천용훈이 동혁을 모욕하는 것은 바로 그 밑에 있는 원우를 모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지금 원우는 천용훈을 당장 찾아가 죽을 때까지 패주고 싶었다. 그러나 원우가 소리치는 걸 들은 사람들은 그가 동혁에게 미쳤다고 욕하는 줄 알았다. 유수근 등은 이번일을 원래 원우에 알리려고 하던 참에 원우가 먼저 동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고 기회를 잡았다고 여겼다. “도련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동혁이 이번에 일을 벌이는 바람에 저희 혜성그룹에 끼친 손실을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사실 그가 천용훈에게 가서 무릎 꿇고 사과
이연홍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원우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몰랐다. 그녀는 유수근을 대신해 말했다. “도련님, 말씀이 좀 지나치신 거 아닌가요? 유 부장은 그래도 그룹에서 꽤 능력 있는 사람...” “닥쳐요!” 원우는 고개를 돌려 이연홍을 노려보았다. 이연홍은 속으로 불만을 느꼈다. ‘오랫동안 최씨 가문을 위해 일하면서 희생해 온 날, 도련님은 어떻게 이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어?’ “도련님, 혜성그룹은 최씨 가문이 낙찰받은 중요한 사업체예요. 진 회장이 계속 이렇게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그룹의 이익을 해칠 것이고 임원들의 불만도 당연히 커질 겁니다.” 이연홍은 최씨 가문을 들먹이며 원우에게 세화를 감싸려고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짝! 이연홍이 뺨을 한 대 맞았다. 원우는 기가 막힌 듯 웃었다. “당신이 뭘 알 안다고 그래요? 혜성그룹은 최씨 가문 것이 아니라 진 회장님의 것입니다. 우리 최씨 가문은 단지 회장님을 도와 이 그룹을 낙찰받아온 거뿐이고요. 설사 진 회장님이 혜성그룹을 몰락시켰다고 해도 당신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연홍은 멍해졌다. ‘혜성그룹이 진 회장의 것이라고?’ ‘명문가인 최씨 가문이 단지 진 회장을 도와서 일을 해준 거뿐이라니?’ 원우의 말을 들은 이연홍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혜성그룹과 태백산장 모두 분명 내가 경매에서 낙찰받아온 거고 대주주의 권리 역시 최씨 가문이 가지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소유주가 진 회장이 될 수 있지?’ “왜요? 못 믿겠어요? 그러면 내가 큰아버지께 직접 설명하라고 할까요?” 원우의 큰아버지는 바로 최씨 집안의 가주인 최진웅으로 최씨 가문 안에서 그의 한마디는 곧 법이었다. ‘도련님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상 최씨 가문이 정말 진 회장을 도와 일을 하는 게 틀림없나 보네.’ 이연홍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우는 이연홍과 유수근 등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모두 당장 진 회장님 사무실로 가요. 가서 그분에게 용서를 비는 게
이연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문 실장은 차 사장의 비서이니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어.’ ‘그렇다면 이런 문 실장의 태도는 분명 차 사장의 생각을 반영하는 거야.’ ‘설마 차 사장이 하 선생님께서 우리 혜성그룹과 협업하는 것을 방해하는 건가?’ 세화 역시 마음속에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문 실장님, 말 조심해 주세요. 제 남편은 하 선생님의 환심을 사려고 아부나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두 사람은 원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입니다.” 세화가 앞으로 나서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우리 혜성그룹이 왜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모실 자격이 없다는 거죠?” “그걸 제가 일일이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H시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회사의 회장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이길래 이렇게 무례한 거죠?” 문채원은 딱딱한 태도로 세화를 대했고 눈빛에는 세화에 대한 무시가 가득했다. “진세화 회장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죠. 하 선생님을 홍보모델로 모실 계획이라면 포기하세요. 리성투자회사가 이미 하 선생님을 전속홍보모델로 모시기로 했거든요.” 문채원은 냉소적으로 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다시 룸으로 들어갔다. “뭐? 하 선생님의 전속홍보모델권을 오한민이 가져갔다고?” 세화와 이연홍은 모두 놀라서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리성투자회사가 하원종을 홍보모델로 삼았다면 그리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잘 나가는 스타들은 여러 브랜드들을 동시에 홍보했고 자신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전속홍보모델은 달랐다. 한 업계 안에서 기본적으로 한 브랜드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실장 말대로 리성투자회사가 하 선생님의 전속홍보모델권을 샀다는 건.’ ‘우리 혜성그룹이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태백산 프로젝트를 살리려는 희망을 접어야 한다는 뜻이잖아.’ “회장님, 오한민은 역시 제가 말한 대로 우리 혜성그룹을 겨냥해 고의로 이러는 거 같아요.” 이연홍이 분노하며 말했다. 세화의 안색 역시 불쾌함으로 좋지
“이것은?” 차인표가 서류를 받았다. 오한민이 웃으며 말했다. “차 사장, 일단 일만 잘 성사되면 하 선생님의 모델료 외에도 차 사장의 회사가 100억의 투자를 받을 수 있어요. 차 사장이 여기에 서명하는 즉시 자금이 회사 계좌로 들어갈 겁니다.” 차인표는 흥분하여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는 조금 만족스럽지 못했다. ‘투자 금액이 크긴 하지만 이건 하나의 거래일뿐이야.’ ‘오한민은 이 거래로 내 회사에서 상응하는 주식을 가져갈 테니까.’ 차인표는 하원종의 영향력이라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사장님, 절 어떻게 보시고? 좀 섭섭합니다. 투자라니요? 부사장님이 예전에 절 어떻게 도와주셨는데...” 허세를 부리는 차인표의 모습에 오한민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차 사장이 잘 모르겠지만, N도 이씨 가문도 우리의 이번 협업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이씨 가문의 천기 도련님이 두 다리가 부러져 예전에 하 선생님께 치료를 부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이씨 가문에 무슨 오해가 있으신지 이씨 가문에서 여러 번 연락을 취해도 모두 거절당했지 몹니까?” “이씨 가문은 이번 협업으로 양측의 앙금이 풀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차 사장은 하 선생님의 제자로 이씨 가문과 연을 맺게 될 겁니다.” ‘N도 이씨 가문과 연이 생긴다고?’ 차인표는 더 크게 흥분하여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고, 그의 두 눈이 빛났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꿈에서라도 바라는 일이야.’ “좋습니다. 제가 반드시 최선을 다해 선생님을 설득해 이번 협업을 성사시켜 보겠습니다.” 차인표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 없이 오한민의 제안을 승낙했고 주저하지 않고 하원종을 팔았다. “역시 우리 차 사장이 아주 시원시원해서 좋다니까. 하하.” 오한민은 일어서서 차인표와 악수를 하고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쳐다보며 웃었다. “밥 먹을 시간이네요. 차 사장에게 제가 식사를 대접하죠. 우
“차 사장님이 왜 오한민을 만나는 거죠?” 세화가 궁금해했다. ‘오한민이라면 N도 이씨 가문 사람이잖아. 전에 제원화와 함께 내 회사를 차지하려고 했던 그 사람 맞지?’ 차인표의 여비서가 공손히 상대방을 위층으로 모시는 것을 보고 세화는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회장님, 오한민이 H시에서 인수한 종합병원들을 활성화시키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요. 아마 저쪽도 하 선생님을 모셔서 병원 홍보를 맡기고 싶은 거 아닐까요?” 이연홍은 약간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같은 전문 경영인인 만큼 그녀는 오한민이 분명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화는 얼굴에 약간의 반감을 드러냈다. “그럴 리가요? 그 몇몇 종합병원은 보험 사기와 허위 선전으로 H시에서 이미 평판이 안 좋잖아요.” 세화는 하원종의 사람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 오한민의 병원들을 홍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연홍은 하원종이 오한민의 병원을 홍보할지 여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걱정은 오직 하원종과 혜성그룹의 협업이 오한민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회장님, 리성투자회사가 우리 혜성그룹이 하 선생님과 협업하는 것을 암암리에 방해할까 봐 걱정돼요.” “제가 이미 N도의 한 친구를 통해 들었는데 천용훈 사건이 인터넷에서 퍼지자마자 N도 방송국에서 저희와의 계약을 취소한 것도 오한민의 개입이 있었던 거 같더라고요.” 이연홍은 천용훈의 영향력이 절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즉시 N도 방송국과 관련한 조사를 지시했었다. 그 결과 오한민이 뒤에서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한민이 왜 우리에게 이러는 거죠?” 세화가 놀라며 물었다. “지난밤 태백산장에서 이 선생님께 맞은 사람 중에 천용훈 외에 오한민의 아들 오반석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연홍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전에 오한민이 이미 이 선생님께 3일 안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회장님께서 이번에 이 선생님을 설득하시면 어떨까요
“그거 믿을 만한 정보야?” 오한민은 천송이에게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하원종이 지금까지 그 어떤 기업의 모델 제의도 수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었다. 그래서 오한민은 흥분했지만 의심을 버리지는 못했다. “믿을 만한 정보인 게, 차 사장님이 직접 소식을 전한 겁니다.” 천송이가 말했다. 오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 사장은 어느 자리에서나 자기가 하 선생님의 제자라고 자랑하고 다녔지. 그것으로 회사의 판로를 열고 나에게 도와달라고도 했었어. 차 사장이 소식을 전했다면 분명 사실일 거야.” 오한민은 차인표와 오랜 지인이어서 차인표의 성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차인표는 곳곳에서 자신을 하원종의 제자로 소개하며 하원종의 명성을 이용해 불과 몇 년 만에 N도 재계에 자리를 잡았다. “부사장님, 우리 종합병원 몇 곳을 홍보할 모델을 찾고 계셨잖아요. 하 선생님을 모셔오면 앞으로의 사업이 성공할 겁니다.” 천송이가 말했다. 오한민이 흥분하여 말했다. “그래, 정형외과 최고 의사시잖아. 우리 종합병원들을 모두 정형외과 전문 병원으로 바꾸는 는 거야. ” “그리고 하 선생님의 명성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전국으로 확장시키는 거지.” ‘하 선생님의 명성에 더해 막대한 자본력이 있다면 정형외과 병원을 세포처럼 증식하고 확장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우리 리성투자회사에서 가장 풍족한 것이 자본이니까.’ ‘N도 이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우리 뒤에 있으니 자금 조달은 아무것도 아니지.’ 오한민은 흥분 가득한 눈빛으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말했다. “하 선생님을 반드시 우리 병원의 모델로 만들어야 해.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병원들이 대박이 날 거야.” “천 실장, 차 사장의 행방을 주시하고 그가 H시에 도착하면 즉시 내게 알려죠.” 오한민은 자신의 예쁜 여비서 천송이에게 지시했다. “예, 부사장님.” ... 한편 차인표는 H시에 도착해 다이너스티호텔에 예약한 스위트룸에 짐을 풀었다. 그는 하원종의
하원종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이 이동혁인데 나와는 특별한 사이라서 말이야.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당연히 도와야지. 환자가 있어서 이만 끊을게. 부탁하마.” 차인표는 질투가 좀 났다. 그는 예전에 하원종한테 자신의 회사 광고에 출연해 달라고 했을 때 욕을 많이 먹었었다. ‘진 회장의 남편인 그 이동혁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그는 서둘러 비서를 시켜 동혁의 정체를 조사하게 했다. “이동혁은 처갓집에 얹혀사는 데릴사위입니다. H시에서 소문난 쓸모없는 인간이지요. 음, 물론 그의 아내가 두 그룹의 회장이지만 그저 H시라는 작은 지역에서만 유명할 뿐입니다.” “선생님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정재계 인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인데 어떻게 이런 쓸모없는 인간과 특별한 사이라는 거지?” 차인표는 너무 궁금했다. 그는 동혁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장님, 또 몇 가지 정보가 있습니다. 하 선생님께서 이동혁 장인어른의 부러진 다리를 치료하고 계십니다. 또한 얼마 전 사람을 때린 일로 온 인터넷이 혜성그룹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한데 사람을 때린 범인이 바로 그 이동혁이라는 사람입니다. ” 비서가 계속 보고했다. “아, 그러니까 선생님의 동정심을 이용했고만. 선생님의 명성을 빌려 혜성그룹의 추락한 명성을 되살려 보겠다 이거지?” 차인표는 냉소를 금치 못했고, 마음속으로 혜성그룹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승인 하원종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H시로 출발했다. ‘선생님께서 기업 홍보를 하시겠다고 하는데, 굳이 혜성그룹의 것을 받아서 스스로 창피당하실 필요가 없잖아?’ ‘차라리 선생님께서 기업 홍보를 받겠다는 소식을 흘려 다른 경쟁력 있는 회사와 경쟁을 시켜 혜성그룹을 제거하는 것이 낫겠어.’ 차인표는 골돌이 궁리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내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대기업들에게 엄청난 인정을 베풀어 내게 필요한 인맥을 쌓을 수 있으니까.’...한편, 리성투자회사. 얼굴에
“지난번 하 선생님께서 자신의 팀과 함께 국외 전장에서 돌아와 국가적 영웅 대접을 받을 때에도 곧 여러 거대 기업들이 찾아가 광고 모델 권유를 했지만 선생님은 그것을 가차 없이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연홍도 당연히 하원종을 홍보대사로 임명하면 좋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 선생님은 아주 순수한 의사 선생님이야.’ ‘돈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도 모두 국가가 부담하고 있지. 의사 생활의 집중을 방해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실 거야.’ 세화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혁 씨, 제발 이상한 생각 좀 하지 마. 아무리 하 선생님이 우리 집과 친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을 공적인 일에 쓸 수는 없어. 게다가 혜성그룹이 지금 이 상황인데 내가 어떻게 체면을 깎을 수도 있는 일을 그분께 부탁해?” 이연홍 등은 세화의 가족이 하원종과 가까울 줄은 몰랐다. 순간 마음속의 세화에 대한 존경과 두려움이 더 커졌고 세화의 배경이 정말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회장님이 말했듯이.’ ‘사적인 친분은 사적인 것이고 공적인 것은 별개의 문제야.’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모시는 건 불가능해.’ “걱정 마. 내가 하 선생님에게 부탁하면 문제없으니까.” 동혁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하원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화가 말리려 해도 이미 늦었다. 동혁이 하원종에게 태백산장의 홍보대사 일을 맡기고 싶다고 하자 뜻밖에도 상대방이 단번에 승낙했다. [하하, 태백산을 돌아보고 싶어도 줄곧 시간이 없었는데, 홍보대사가 되면 앞으로 태백산 여행을 가도 내게 입장료는 받지 않을 거 아니야?] 사무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다. ‘하 선생이 이런 식으로 흔쾌히 말씀을 하시다니.’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분명 돈을 받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제가 직접 선생님을 모시고 꼬박꼬박 맛있는 것도 대접하겠습니다.” [네가 직접 날 모시고 대접하겠다고? 그럼 나야 영광이지.] 그러자 하원종이
[제가 진 회장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 미인이라 심쿵했거든요.] 스피커폰 기능이 켜진 전화에서 들려오는 천용훈의 미친 웃음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했다. “천용훈 씨, 헛소리 말고 꿈 깨시죠.” 세화는 너무 화가 나 울고 싶은 심정이었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천용훈이 냉소했다. [진 회장님이 이 조건도 들어주지 않겠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저 같은 홍보대사가 아니면 다른 어느 누가 와도 태백산 프로젝트를 되살릴 수 없어요. 진 회장이 그걸 깨닫고 울면서 나에게 와서 부탁하면 그때 봅시다.] 세화는 분노로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태백산 프로젝트에 대해 더 이상 아무 희망도 품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동혁이 전화 앞으로 다가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용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내가 마음먹고 사람을 찾으면 태백산장을 살릴 수 있으니까.” “나도 그때 네놈이 울면서 애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천용훈이 세화를 모욕하는 것을 듣고 동혁은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또 이 선생이 나서서 천용훈과 부딪히다니.’ [이동혁?] 맞은편에서 천용훈 이를 악물고 성난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래, 그럼 두고 봐.] 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천용훈은 동혁의 말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뿐만 아니라 사무실 안의 이연홍 등도 동혁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이연홍이 세화에게 말했다. “회장님, 전 우리가 여전히 가능한 한 천용훈 씨와 협상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방금 회장님을 모욕하며 한 말도 단지 화가 나서 그런 것일 뿐에요.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연홍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천용훈이 개인의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려 해도 그가 소속되어 있는 기획사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천용훈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우리를 압박하는 건 단지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꼼수야.’ 그러나 동혁은 세화가 이 억울한
N도 방송국의 시청률은 매우 높았다. 전국의 TV 채널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이번에 태백산을 홍보하기 위해 혜성그룹은 N도 방송국과 계약해 매일 황금 시간대에 광고를 방송하기로 했다. 15초짜리 광고 1회 방송 가격은 2억에 달했다. 그런데 동혁이 사람을 때린 사건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자 N도 방송국은 원래 방송하려던 광고 계약을 가장 먼저 철회했다. “진 회장님, N도 방송국 사람들은 계약을 체결할 때 만약 우리 측 책임으로 광고를 송출할 수 없게 되면 방송국에서 그 어떠한 배상 책임도 지지 않겠다고 명시했었습니다.” 이연홍이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혜성그룹은 N도 방송국과 직접 몇 백억의 광고 계약에 서명했지만 이렇게 계약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대중들은 혜성그룹에 대한 나쁜 소식에 흔들렸다. 이연홍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트위치 첫 화면 추천 태백산 홍보영상 차단...” “인스타 쪽에서는 수십 개의 1인 미디어 홍보 기사를 제한...” “페이스북에서는 태백산장이라는 표제어 검색을 모두 막아버렸습니다.” ... 나쁜 소식이 하나둘씩 들려왔다. 주요 플랫폼들과 계약한 혜성그룹의 홍보 및 협업이 바로 중단되었다. 그 외 나머지 홍보 채널들도 모두 닫혔다. 이번에 혜성그룹은 천용훈 외에도 다른 스타들과 인플루언서들도 초대할 예정이었다. 태백산장에 대한 홍보는 장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미 계약을 체결한 일부 중개사와 언론사 등이 직접 계약을 해지하겠다거나 일단 계약을 보류하겠다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 태백산 홍보는 계속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태백산장과 협력하는 일부 브랜드 공급업체에서도 인스타에 계약 해지 성명을 발표했다.이번 일로 혜성그룹이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손실은 일회성이 아니라 그룹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태백산장은 악랄한 깡패세력과 연루되어 명성이 완전히 추락했다. 앞으로 누구도 감히 산장에 놀러 올
[혜성그룹?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인데? 대단한 회사인가요? 용훈 씨는 예전에 생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했을 때 몇십억을 기부하면서 자신은 한 푼도 챙기지 않은 훌륭한 분이에요. 전 용훈 씨를 믿어요.] [감히 우리 용훈 오빠를 때리다니 정말 세상이 무법천지군요. 이런 깡패 세력에 대한 단속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인터넷 댓글에는 유사한 발언들이 가득했다. 천용훈은 자선 인플루언서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심지어 누군가 천용훈과 그의 팀이 태백산장에 도착했을 때 산장 직원들이 접대를 위해 먼저 접대녀들을 불렀다고 말했다. 천용훈은 정의감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부끄러워했고 그래서 이런 나쁜 풍조를 신고하려다가 맞아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까지 했다. 이러한 폭로 글을 보고 세화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분명 접대녀를 데려오지 않은 일로 천용훈이 화가 나서 지원이에게 성접대를 강요했잖아. 그래서 동혁 씨가 손을 쓴 거고. 그런데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지금 인터넷에서 떠들어 대는 사람은 천용훈의 홍보팀일 겁니다. 그들은 자기들 잘못이 드러날까 봐 미리 우리 쪽에 책임전가를 해서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겁니다. 그래야 우리 쪽에서 나중에 진실을 밝혀도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요.” 이연홍은 폭로자의 음흉한 속셈을 즉시 알아차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폭로를 믿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천용훈 본인이 시종일관 아무런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여론은 천용훈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천용훈이 이상한 다툼에 휘말렸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세화가 걱정하며 말했다. “인터넷에서 천용훈 씨의 영향력이 큰 만큼, 생방송을 해서 자신이 맞은 사실을 알리게 된다면 여론의 방향이 우리 혜성그룹에 더 불리하게 바뀔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연홍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언론 홍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천용훈은 그저 우리를 압박해서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