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관님, 천미는 어떻습니까?” 석훈은 화가 난 상태였지만 여전히 차분하게 동혁에게 경례를 했다. 그는 천미가 쫓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 N도에서 바로 이곳으로 달려왔다. “먼저 동생부터 확인해. J시 쌍살의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동혁은 그에게 방향을 알려주었다. 소윤석 등 몇몇 사람들이 놀랐는데 그들은 천미와 석훈이 서로 관계가 깊은 사이라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쩐지 심 총지휘관이 왜 이렇게 분노하나 했어.’ 석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동혁이 일러준 곳으로 들어갔다. “이 선생님, 제씨 가문과 이씨 가문이 손을 잡는데...” 하세량 등은 청운각에서 일어난 일을 다시 한번 동혁에게 전했다. “그 사람들 욕심이 과하군요.” 동혁의 눈빛이 약간 차가워졌다. 동혁은 원래 제원화가 세화의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을 노리고 H시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과 관계가 있는 다른 세 그룹 역시 그가 노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제는 이씨 가문까지 끌어들였다. ‘그 두 명문가는 이미 가문의 사업이 충분히 큰데, 아직도 이렇게 무절제하게 탐욕스럽다니. 교묘하게 남의 것을 강탈하려고 해?’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이 선생님을 만났다는 건 불행이 되겠지요. 그 두 명문가가 H시에 진출하게 되면 반드시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질 테니까요.” 하세량 등 몇 사람은 모두 제씨와 이씨 가문을 불쌍하게 여겼고, 반면 동혁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 동혁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명문가가 끝도 없이 날뛰는 모습은 그들이 보기에 미쳐서 죽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거기다 H시의 몇몇 사람들도 정말 한심합니다. 이 선생님이 3대 가문, 이 독버섯 같은 존재를 없애고 H시에 2조를 기부해 H시의 사업 환경을 더 개선하려고 하셨는데 뜻밖에도 하동해 등의 사람들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두 명문가에게 빌붙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이 선생님을 욕했습니다.” 소윤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세량이 해임당했다. ‘H시의 시장을 하동해에게 맡기겠다고?’ 하세량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해졌다. “하하하, 하 전 시장, 내가 언젠가 시장직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잖아요. 근데 당신 자리를 대신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죠?” 하동해는 의기양양하게 하세량에게 다가가 거들먹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일찍부터 하세량과 H시 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그는 하세량에게 줄곧 원한을 품고 있었다. “제 회장님과 이 회장님께서 당신을 시장이라고 존중해 줬는데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 줄도 모르고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을 위해 두 분의 체면을 깎다니. 이제야 그 결과가 뭔지 알겠죠?” “이게 바로 당신이 명문가를 무시하고 제씨 가문과 이씨 가문을 대항한 결과예요.” 예전 경쟁자인 하동해를 보고 있는 하세량은 결국 패배를 가져가게 되었다. 하동해는 많은 시청 사람들 앞에서 빈정거렸다. 하세량은 분노로 인해 얼굴빛이 변했다. 그는 제씨와 이씨 두 가문이 배후에서 힘을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 회장, 축하합니다. 드디어 소원을 이루셨군요. 마침 저도 시장일이 지치던 참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앞으로 집에서 못 본 책이나 읽으며 편히 쉴 수 있겠군요.” 업무를 인계하고 하세량은 시청을 떠날 준비를 했다. “잠깐만요. 지금 어디 가시려고요. 아직 일이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동해가 떠나려는 하세량을 가로막고는 음흉한 냉소를 흘렸다. “당신은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을 추켜세우면서 분명 세방그룹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을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조사를 받고 문제가 있다면 감옥에 가야 할 겁니다.” 하동해는 제원화와 이심이 자신을 H시의 새 시장으로 삼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하동해는 그 두 사람이 세방그룹 등 5개 그룹을 해체하는 데 쓸 칼이었다. 만약 하세량에게서 문제가 발견된다면 5개 그룹은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하 회장님, 적당히 하시죠. 아무리 새 시장이 됐다고는 하지만 당신이 전임
“이 선생님, 저희 우주그룹도 세금 문제로 40억의 벌금을 내라고 합니다.” “저희 정씨 가문은 더 상황이 안 좋습니다. 운영하고 있는 여러 호텔이 모두 위생 기준 미달로 한 달 동안 영업 정지를 당했고, 이로 인한 손실은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습니다. 이건 저희 호텔 문을 닫게 해서 저희 가문을 망하게 하려는 것이 틀림없어요.” 세 가문 가주들이 동혁 앞으로 와서 각자 자신들의 상황을 하소연했다. 그 세 가문은 세력이 예전 3대 가문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무도 일부러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막 하동해가 새 시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세 가문은 시청으로부터 다양한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들은 하동해가 손을 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이 선생님,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 하동해, 그 개X식이 저희에게 복수를 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시장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습니다. 그냥 뒀다가는 계속 멋대로 날뛸 거예요.” 소윤석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동혁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하동해가 관련 부서들을 통해 회장님들에게 행정처분을 내렸다는 건, 회장님들도 문제가 있었다는 뜻 아닙니까?” 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동혁은 하동해가 새 시장에 취임했다는 소식을 이미 들었다. 하지만 그는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보복하려 했어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윤석 등 세 가주의 얼굴이 모두 붉어졌다. 세 일류 가문이 경영하는 회사의 규모는 작지 않았다. 그래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사실 이번에 그들이 행정처분을 받은 것은 확실한 문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동혁은 소윤석 등의 표정을 보고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세 분 회장님들, 무슨 일을 하던 규칙은 있습니다. 제가 비록 군부 내에서 권력이 크지만 그렇다고 일일이 도시들의 일에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어요. 시장 한 명을 해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동해
남자의 말에 항난그룹 직원들의 안색이 변했다. 항난그룹의 경영은 가까스로 정상 궤도에 올랐고 모든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신제품 출시를 앞둔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1달간의 영업정지를 당한다면 그로 인한 손실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었다. “하 부장님, 저희 항난그룹이 지난달에 검사를 받았을 때 모든 부분의 지표가 기준에 부합했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기준 미달이라는 겁니까?” 수소야가 초조하게 물었다. “수 사장님, 말씀 가려하세요. 지금 저희 부서들의 법 집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겁니까?” 하형산, 앞에 서있던 남자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는 어제 막 부임한 하동해의 사촌 동생이었다. 수소야가 재빨리 말했다. “아닙니다. 그 뜻이 아니에요. 그저 저희 상황이 결정을 받아들이기 조금 어려워서 그럽니다. 하 부장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희 그룹이 적극적으로 자체 검사를 진행하고 보수에 협력해 잠재적인 안전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 “잠깐만요!” 하형산이 손을 내저으며 수소야의 말을 가로막고 거만하게 말했다. “누가 사장님에게 조건을 걸도록 허락했죠? 행정처분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 변경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즉시 이행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처벌은 더 무거워질 겁니다.” 당황한 수소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 부장님, 궁금해서 그런데, 누가 여러분들께 이렇게 사소한 일을 크게 키우라고 시킨 건가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동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항난그룹에 안전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설령 작은 문제가 있더라도 빌딩 전체를 1달 동안 폐쇄할 정도는 아닙니다.” ‘예전에 H시 군부 시설부에서 연구소 건설을 도울 때 항난그룹의 잠재적인 안전 위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했었어. 그때 어떤 위험도 없도록 개보수를 했는데 어떻게 지금 문제가 있다는 거지?’동혁은 이제야 현재 상황이 정말 하동해가 뒤에서 고의로 조작한 것이라고
“아, 군부 장비 연구소와 합작 중이군요. 그럼 더 신중하게 처리해야죠. 일단 돌아가서 더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행정처분은 철회하겠습니다.” 하형산은 스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말을 한 후 손을 내저으며 부하직원들과 함께 떠났다. 그런데 몇 걸음을 걸어가더니 그가 다시 몸을 돌려 다가왔다. “여기 회장이라고 했나요? 젠장할, H시 군부와 연줄이 있다고 해서 감히 내게 무례하게 굴지 마세요.” “우리 형님이 누군지 압니까? 새 시장님이신 하동해입니다. 우리 형님이 당신을 처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오늘 내가 이렇게 항난그룹을 그대로 두지만 당신과 관계가 있는 회사들은 결국 모두 안 좋을 거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형산은 동혁을 향해 직접으로 독설을 퍼부었다. 이것은 하동해가 동혁을 상대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동혁은 당연히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시장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그럼 당신이 돌아가서 당신의 그 형님에게 전하세요. 그 자리에서 분수를 지키라고요. 만약 함부로 날뛴다면, 내가 다시는 시장을 못하도록 만들 거라고도 해요.” ‘하동해가 선을 넘고 더 이상 규칙을 따르지 않겠다면 나 역시 선을 넘어주지.’ 하형산의 표정이 험하게 바뀌더니 동혁을 뚫어져라 째려보았다. “하하, 당신이 뭔데? 무슨 자기가 N도 도지사라도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래 두고 봅시다. 어디 당신 말대로 되는지.” 그는 손가락질을 하며 동혁에게 경고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 곧 나쁜 소식들이 하나둘씩 들려왔다. [회장님, 성세그룹 산하의 건축자재백화점이 시청의 관련 부서에 의해 폐쇄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가짜 제품을 판매한다는 신고를 해서 그렇게 됐답니다. 황 사장님은 지금 이일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먼저 선우설리가 전화를 걸어와 성세그룹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했다. [이 선생님, 강오그룹 직원 몇 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분위기를 보니 그룹 전체가 목표인 듯한데 아마도 하동해 쪽에
“이동혁, 그놈도 이번에 화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놈과 연관된 그룹과 깡패들이 모두 사고를 당했으니까요. 거기다 지금껏 그놈을 비호하던 전 시장 하세량까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동혁이 이번 위기를 넘기다면 제 손에 장을 지지요.” “하동해 새 시장이 이동혁과 그 일당들을 아주 제대로 혼내주고 있어요. 공권력 앞에 장사 없다니까요.” “역시 제 회장님과 이 회장님 두 분 대단하십니다, 직접 나서지 않고 시장 자리만 바꿔서 H시를 이렇게 바꾸시다니.” 두 가문에 주를 선 사람들이 동혁의 일을 듣고 고소해했다. 동시에 속에서는 기대감이 꿈틀댔다. ‘이렇게 이동혁과 연관된 그룹들이 망하면, 제씨, 이씨 가문과 함께 우리도 제법 괜찮은 이익이 생길 거야.’ “하하, 이동혁, 네놈이 이번에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는지 두고 보자.” 청운각에서 제원화와 이심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소식들을 받고서 마치 승기를 잡은 듯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제 회장님, 슬슬 준비하세요. 이제 곧 잘 차려진 밥상이 나올 겁니다. 자, 그전에 먼저 차를 마시고 위장을 깨끗이 해야죠.” 이심은 술 대신 차로 제원화와 축배를 들었다. 마치 자신들의 승리를 미리 축하하는 모양새였다. “바보 같기는. 이동혁의 그 무리들이 왜 이렇게 허무하게 당한 거야? 하나같이 쓸모없는 놈들뿐이군. 이럴 줄 알았다면 우리도 제씨와 이씨 가문에 줄을 설 걸 그랬어.” 일부 중립적인 인사들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외부에서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한편 세방그룹 회장실. 연기가 피어올랐다. “콜록! 콜록!” 담배 냄새를 견디지 못한 세화가 코 앞에서 손을 휘두르며 소파에 앉아 담배를 물고 연기를 뿜어대는 젊은 남자에게 정중히 말했다. “선일 도련님, 제가 담배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런데 잠시 나가서 피워주실 수 있을까요?”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이름은 하선일, 하동해의 아들이다. 예전 H시에서 유명한 도련님이었다. “왜요
“진 회장님, 저희 소비자보호국에서는 세방그룹이 악의적인 경쟁을 해서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진 회장님께서 저희와 함께 조사를 받으러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도시관리부에서는 내셔널센터 옥상에 계류장을 불법으로 만들어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생겼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철거를 명령합니다. 또한 그 기간 동안 내셔널센터 내는 영업정지를 해야 합니다. 아마 1달 내지는 3 달이면 될 거 같군요.” “...” 하선일의 뒤에서 행정 관련 부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와서 각 부서의 결정을 이야기했다. 모든 결정이 세방그룹에게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한꺼번에 상황이 터졌다. 어떤 그룹이든 정부로부터 이런 표적을 받으면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 세방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었다. 찰칵! 하선일이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가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천천히 말했다. “진 회장님, 제가 여기 온 이유가 마음에 드시나요? 아직 부족하다면 사람을 더 부를 수도 있어요.” “선일 도련님,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세화는 애써 화를 참았지만 말투에서는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분명 하선일이 일부러 나를 겨냥해 쳐들어 온 거야.’ “어이, 그것 좀 드려.” 하선일이 손을 내저었다. 그의 여비서가 몇 가지 서류를 가지고 와 세화에게 건네주었다. 서류를 받아 뒤적거린 세화의 예쁜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이건 제가 가지고 있는 세방그룹과 혜성그룹 주식을 도련님이 운영하는 회사에 1원에 넘기라는 건가요?” 세화는 너무 화가 나서 몸이 떨렸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눈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하선일의 조건은 말이 안 돼!’ “도련님, 지금 제게 농담하시는 거죠?” “건방지시네요. 저희 하 사장님은 시장님의 아드님이신데 누가 그런 말투로 말을 하라고 했습니까?” 하선일의 여비서가 정색을 하며 호통을 쳤다. 세화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선일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소비자보호원에서 저희의 악의적인 경쟁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했는데 증거가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저는 당신들을 고소하겠습니다.” “그리고 도시관리부라고 했죠? 빌딩 옥상의 계류장은 H시 군부에서 군사훈련용으로 건설한 겁니다. 그럼 제가 백야특수부대의 고동성 대장님을 불러드릴 테니 당신들이 그분을 직접 조사하시죠.” “...” 세화도 이제는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여러 행정 부서들의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의 반박은 합리적이면서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각 부서의 대표자들은 화가 나도 재반박을 할 방법이 없었다. 가란은행의 대출금은 상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자금지원을 신청한 사업도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악의적인 경쟁은 더더욱 사실무근이었다. 그리고 옥상에 있는 헬기 계류장은 동혁이 세화의 안전을 위해서 H시 군부에게 군사훈련을 용이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건설하게 한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세방그룹에게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었다. 짝! 짝! 짝! 하선일이 손바닥을 치고 일어서서 크게 웃으며 세화에게 다가갔다. “오늘 드디어 진 회장님의 진면목을 알게 되는군요. 위기상황에서도 정말 침착하고 냉정하십니다.” 하선일은 세화를 칭찬하더니 갑자기 표정으로 굳히고 냉소하며 말했다. “하지만 진 회장님, 당신은 이것으로 각 부서의 대표들 눈 밖에 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앞으로 H시에서 여전히 사업을 잘할 수 있을 거 같습니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하씨 가문에 제 지분을 넘기지 않을 겁니다.” 세화도 날카롭게 맞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쨌든 하선일은 이미 본색을 드러내서 내게 주식을 내놓으라고 협박했어.’ ‘그냥 참고 모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제대로 따지는 것이 낫지.’ “진 회장님, 저희 하씨 가문이 정말로 당신의 지분을 원해서 이런다고 생각합니까?” 하선일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저희가 아니라 제씨와
양도형은 류성중이 도와주자 세화와 자신의 사이가 틀어질까 봐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 방금 사과의 말을 하고 이어서 아까 한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세화는 굳은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양 사장님, 아까도 제가 말했었죠. 이건 제 개인적인 일이에요. 그러니 사장님이 상관할 거 없어요.” 양도형은 세화가 여전히 차갑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류 부이사장님 앞이라 다를 줄 알았는데.’ 양도형의 안색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 “세화야, 말이 너무 지나치는구나.” 류성중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도형이의 할아버지는 네 외할아버지와 수십 년 동안 친분이 있는 사이야.” “두 가문이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 도형이가 너를 위해서 한말인데, 그렇게 표정을 구기면 어떻게 해?” 앉아 있던 동혁은 이 말을 듣고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류성중이 양도형의 편을 들며 말하는 것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세화를 무안하게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동혁은 일어나서 한마디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에서 나오기 전 류혜진의 당부를 떠올린 세화는 재빨리 동혁을 가로막아 제지했다. 세화는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외삼촌, 양 사장님의 호의는 감사히 받을게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제 개인적인 일이에요.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건 원하지 않아요.” 세화가 이렇게 차분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류성중 역시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는 줄곧 세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양도형을 보고 도와주고 싶었다. 류성중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알겠어. 그래도 도형이를 이해해라.” “도형이는 가문에 기대지 않고 자수성가하여 성신제약을 세웠어. N도 의약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로 그 기세가 대단하지. 그러니 동혁이가 별로 눈에 차지 않았을 거야.” 류성중은 말하면서 동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런 도형이에 비하면 네 남편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나서서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교적 젊었다. 그들은 분명 세화의 미모와 재력을 탐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마음을 잘 숨기고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세화를 위해 말하는 것처럼 했다. 어느새 그들은 서로 호흡이 잘 맞아 같은 편에 섰다. ‘일단 골키퍼인 이동혁을 공격해 쫓아내고 그다음을 노려야지.’ ‘그때 가서 누가 슛을 성공시켜 진 회장을 차지할지는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는 거니까.’ “진 회장님, 들으셨죠?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 그저 사람들의 속마음을 대신 이야기 했을 뿐이에요.” 양도형은 당연히 자신이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세화는 아까 전 아래층에서부터 이미 화가 잔뜩 났었다. 그런데 지금 동혁이 또다시 많은 사람들의 조롱을 받자 그녀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여러분은 아주 한가하시나 봐요. 남의 사적인 일까지 이렇게 신경 써주시고 말이에요.” 세화는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 “제가 누구와 결혼해서 살든 그건 제 일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요. H시의 자랑이니, 무슨 대외적인 이미지니 하는 말은 할 필요조차 없어요.” “오늘 제가 이 연회에 저희 남편과 함께 온 것은 단지 가문의 어른 한 분을 뵈러 온 것일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찾아와서 사업에 대해 논의하신다면 기꺼이 환영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일을 언급하실 생각이라면 죄송하지만 대화는 하지 않겠습니다.” 세화는 매우 불쾌한 어투로 말을 했고, 모두 그녀의 말투에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방금 전 나서서 말한 사람들은 난처해져서 괜히 발을 구르며 무안함을 느꼈다. 그들은 동혁이 진씨 가문 안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어서 세화가 그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동혁을 연회에 데리고 온 것도 어쩌면 마치 남자가 여자 파트너를 데려오는 것처럼 그저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한 행동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세화가 이렇게 동혁을 보호할 줄은 몰랐다.그녀가
양도형이 말을 하자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세화는 외모나 몸매 모두 최상이었고 두 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부자였다. 한마디로 재색을 겸비한 완벽한 여자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여자가 이동혁처럼 아무것도 없는 쓸모없는 인간과 살기에 정말 아깝기는 하지.’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생각만 할 뿐 말을 꺼내서 세화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양도형이 사람들과 동혁 앞에서 세화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람들의 재미와 흥미 가득한 눈빛이 일제히 동혁에게 향했다. ‘H시에서 유명한 저 쓸모없는 데릴사위가 어떻게 나올까?’ 그러나 지금 동혁의 얼굴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아주 평온했다. “근데 누구시죠?” 동혁은 양도형을 대충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물었다. 이런 무심한 동혁의 태도를 보고 양도형은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자신의 도발에 동혁의 분노가 폭발해야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동혁이 내 말에 분노해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하는데.’ ‘그래야 내가 한발 더 나가서 이 사람을 완전히 짓밟을 수 있지.’ 양도형은 의아했지만 동혁의 속마음은 지금 보이는 것만큼 평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세화가 주변 사람들에게 몇 마디 인사를 하고 눈살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양도형은 세화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 회장님, 제 이름은 양도형입니다.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데, N도 성신제약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성신제약이라면 N도에서도 아주 유명한 회사잖아? 지난 2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서 그 규모가 작지 않다고 들었어.” “저 양도형 사장이 2년 만에 이런 성과를 내서 자수성가했으니, 아주 대단한 인물은 맞구만. 절대 얕보면 안 되겠는데?” 즉시 몇몇 사람들이 속삭이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모두 성신제약회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현장의 일부 업계 선배들도 양도형을 대단하게 여기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에서 그들의
“결혼을 했으면 이혼하면 되지.” “저 이동혁이라는 사람은 보기에도 그저 아주 평범해. 거기다 데릴사위이니 평소에는 구박이나 받고 살 거야.” “솔직히 골키퍼라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 양도형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결정한 듯 말했다. “그래, 이제부터 저 진 회장은 내 여자야.” 양도형의 넘치는 자신감을 보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은 또 누구지. 누군데 이리 자신만만해?’ 하지만 모두는 양도형이 단지 말뿐이 아니라 동혁과 세화 쪽으로 곧장 걸어가자 흥미로운 눈빛을 번쩍였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겼네.’ 한편,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모두 세화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비록 사람들이 두 배로 늘었지만 세화는 아래층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여유롭게 사람들을 대했다. 동혁은 눈으로 그 모습을 보며 약간 흐뭇해했다.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을 경영하면서 세화가 두 그룹의 회장이 되더니 이제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익숙해졌어.’ ‘이렇게 계속 성장하면 언젠가 우리 H국 재계 전체에서 세화가 한 자리를 차지할 거야.’ 동혁은 세화의 뒤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며 사람들의 주의를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저 묵묵히 세화를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때 하필 양도형이 다가와서 문제를 일으키려 했다. “이봐요. 친구. 제가 그쪽과 좀 상의할 게 있는데.” 그는 앉아서 동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동혁은 멍해져서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남자를 쳐다보았다. 30살 안팎의 나이, 깔끔한 정장차림에 기세도 좋고, 눈썹에 힘이 있으며 온몸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한눈에 봐도 젊고 유능한 의기양양한 젊은 인재였다. “무슨 일이죠?” 동혁은 양도형의 의도를 알지 못해 그저 웃었다. 양도형도 웃더니 천천히 카드 한 장을 꺼내 동혁의 품에 건넸다. “이 카드에는 2억이 들어 있어요. 제가 지금 이걸 드릴 테니, 우리 거래하죠.” 동혁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
동혁은 아무런 상관없었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화를 참는 것처럼 보였다. “하하, 진 회장님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회장님의 데릴사위 남편이 재주가 없는 건사실이잖아요. 그래도 보아하니 적어도 화를 참는 건 우리보다 낫네요.” “그러게요. 우리 같았으면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면 못 참았을 텐데요.” “진 회장님 남편은 독립투사 같은 기개가 있어요. 외세의 굴욕을 견디고 마침내 나라의 독립을 이뤄낸 사람들 말이에요. 욕을 잘 참는 건 아주 꼭 닮았어요. 그래서 대단하게 생각해요.” “하하하.” 한 무리의 사람들 사이가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되었다. 세화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희고 청순한 얼굴에서 분노를 드러냈다. 류성중은 세화의 명성을 빌려 이번 연회에서 자신을 더 빛내려고 했다. ‘이렇게 세화를 계속 화나게 하다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거야.’ “그만하시죠. 어쨌든 동혁이는 제 조카사위예요. 농담들이 너무 지나치세요.” “다들 이러지 말고, 곧 연회가 곧 시작되니 들어들 가시죠.” “세화야, 너도 동혁이를 데리고 들어가자. 이따가 또 큰 어른들이 오실 거야. 너도 인사해 두면 나중에 좋을 거야.” 류성중은 일부러 정색을 하고 동혁을 감싸듯이 말했다. 그러나 동혁을 비꼬던 사람들은 류성중의 말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을 뿐이지, 류성중이 동혁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적어도 세화에게 상황을 벗어날 기회는 주었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로하듯이 동혁의 손을 잡아 쥐었다. “동혁 씨, 방금 전 일은 신경 쓰지 말고 같이 들어가자.” 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세화를 따라 호텔로 들어갔고 뒤에 있는 사람들의 조롱 섞인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말 완벽히 쓸모없는 놈이네.” 류성중도 콧방귀를 뀌며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은 3층의 연회장으로 향했다.그 안에 이미 모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 역시 H시 의료보건시스템의 크고 작
류성중의 설교 같은 말투에 세화는 조금 짜증이 났다.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 류혜진과 류혜연의 당부로 인해 세화는 류성중의 태도에 대해 어느 정도 각오를 해서 참을 수 있었다. 세화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외삼촌. 제가 외삼촌의 말씀을 잘 명심할게요.” 류성중이 세화를 자신의 아랫사람이라 여겨 대놓고 훈계하는 모습을 보이자 현장의 사람들의 시선에 류성중에 대한 존경이 깊어졌다. 류성중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효과였다. 그는 아직 40대 초반으로 조직 안에서 확실히 젊은 편에 속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특히 의료보건시스템과 병원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경우 겉으로는 류성중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적으로는 다를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류성중이 세화를 훈계함으로 바로 이런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의 권위를 바로 세우게 됐다. 이때 세화가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눈짓을 하자 동혁이 류성중에게 다가갔다. “외삼촌, 안녕하세요.” 류성중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는 동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세화에게 말했다. “왜 동혁이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이 말을 듣고 동혁은 몸을 돌려 그대로 돌아가려고 했다. 세화는 동혁의 성격을 알고서 얼른 그를 잡아당겼다. ‘동혁 씨가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외삼촌이 더 화를 낼 거야.’ ‘외삼촌이 화를 내든 말든 상관없지만 나중에 엄마가 알면 큰일이니까, 말려야지.’ 동혁도 세화의 생각과 같아 잠시 참기로 했다. “외삼촌, 저희 어머니께 전화로 동혁 씨를 만나야겠다고 하셨잖아요.” 세화가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류성중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개인적으로 보면 되지. 내가 언제 이곳으로 동혁이를 데리고 오라고 했어? 대체 이놈이 이런 자리에 가당키나 해?”류성중은 말속에서 동혁에 대한 경멸과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동혁의 참석에 불만을 품은 일부 사람들도 류성중의 태도를 보자마자 따라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진 회장님, 여기
류성중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고 바로 달려들었다. “혜성그룹의 진 회장 아니십니까? 회장님도 오늘 연회에 참석하신 건가요?” “진 회장님, 혜성그룹이 최근 아주 잘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하 선생님까지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를 맡기로 하셨다지요?”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을 경영하는 세화는 H시의 재계에서 이제는 위치가 달라졌다. 현장에 있는 여러 의료보건시스템의 리더들조차도 그녀 앞에서 감히 거만하게 굴지 못했다. 병원의 원장이나 제약회사의 사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사람들은 최근 H시에서 두각을 보이는 세화와 어떻게든 관계를 맺어 협업할 수 있기를 바랐다. “네. 감사합니다.” 세화는 의젓하게 모여든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절도 있게 행동했다. 사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 이름도 몰랐다. “쾅!” 사람들이 계속 세화에게 아부를 하려고 할 때 뒤에서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정장 차림의 동혁이 차 뒤편에서 돌아 나왔다. 사람들이 그를 보자 소란스러웠던 현장이 곧바로 조용해졌다. 동혁도 분명 H시에서 만큼은 유명인사에 속했다. 그래서 현장에는 동혁을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설사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조금만 귀띔해 주면 동혁이 진씨 가문의 그 소문난 데릴사위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세화가 자신의 남편인 데릴사위를 함께 데려왔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동혁 같은 사람은 근본적으로 오늘 밤과 같은 수준 높은 모임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세화의 신분 때문에 아무도 나서서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세화가 있음에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소 동혁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표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이 좀 불편했다. 세화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류성중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준비해 온 이청백의 서예 작품을 선물로 내밀었다. “외삼촌 안녕하세요. 이건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에요
“세화야, 지금은 네 외삼촌이 가문에서 힘이 있으니 되도록 좋은 말 많이 하고 기분 좀 맞춰드려.” 이모인 류혜연도 세화와 동혁에게 당부했다. 그녀는 류성중이 류씨 형제자매 중 막내라 해도 가문에서 그의 지위가 자신보다 높다고도 알려주었다. 류씨 가문의 류호천은 옛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막내아들인 류성중을 가장 좋아했다. “이모, 알았어요.” 세화는 류혜진과 류혜연의 말을 듣고는 동혁을 데리고 문을 나섰다. 그녀는 먼저 동혁과 혜성그룹에 가서 류성중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고 했다. 세화의 사무실에는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러 온 회사 사장님들이 두고 간 좋은 선물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다지 비싸지도 않았고 성의로 생각해서 세화는 그 선물들을 그냥 받았었다. 세화는 그중 N도 서예의 대가인 이청백의 서예 작품을 골라서 동혁과 함께 명성호텔로 향했다. 류성중은 이번에 H시에 와서 이씨 가문을 대신해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낼 것을 전하려고 했다. 그는 N도 의료공단의 부이사장으로 이번에 H시를 방문한 김에 여러 의료 기관에 대한 감독과 지도를 수행했다. 마치 감찰관과 같은 위치라 아랫사람들은 당연히 깍듯이 그를 대우했다. 그래서 오늘 밤에 H시의 의료 관련 시설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그를 명성호텔에 초대해 연회를 열기로 했다. 그중에는 병원의 대표도 있었고 의료 관련 회사 사장들도 많았다. 류성중이 아우디 A6를 타고 명성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입구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와서 차 문을 당겨 열었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정수리를 보호했다. “류 부이사장님, 부딪히지 않게 조심히 내리세요.” “부이사장님은 의료공단에서도 전문적이면서 기술까지 뛰어난 리더 아니십니까? 만약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우리 N도 의료보건 시스템에 큰 손실이지요.” 문을 여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류성중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류씨 가문은 의학 가문으로 가족들이 대대로 의학을 연구했다. 그도 원래는 의학을 공부했지만 졸
“외삼촌이 H시에 왔는데, 동혁 씨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요?” 세화가 얼굴을 찡그리며 의아하게 동혁을 바라보았다. 외가 쪽 친척에 대해서 별로 호감이 없는 세화였다. 애초에 류씨 가문에서는 류혜진이 진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가문의 왕래가 적었고, 그로 인해 세화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류씨 가문의 친척들을 만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세화가 동혁과 결혼하기로 하자 류씨 가문은 잠시 진씨 가문과 왕래가 잦아졌다. 그러다 나중에 동혁이 사고를 당했고, 류혜진은 의료사고로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세화의 외할아버지인 류호천은 류혜진이 류씨 가문의 명성을 망쳤다는 이유로 그녀를 다시는 류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사실상 가문에 류혜진을 쫓아낸 셈이었다. 그 일은 류혜진의 가슴에 영원한 상처로 남았다. 이후 세화의 가족과 류씨 가문 사이의 왕래는 완전히 끊어졌다. 오로지 막내 이모인 류혜연의 가족과 몰래 연락을 주고받는 게 다였다. 세화의 외삼촌 이름은 류성중이다. 세화는 류성중이 N도 의료보건시스템의 리더라는 것만 알고 그 외 나머지는 잘 몰랐다. “여보,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나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니까.” 동혁 역시 의아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혜진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모른 척하지 마. 이것도 다 너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세화야, 외삼촌이 그러는데 자기는 N도 이씨 가문의 부탁을 받고 밤새 H시에 와서 사람을 치료했다고 하더라고.” “네 외삼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라면 너도 동혁이가 몰래 뒤에다 얼마나 많은 일을 숨겼는지 몰랐을 거야.” 류혜진이 화를 내며 동혁을 가리켰다. “지난번에 이 놈이 도지사 어른께 선물을 보내 드렸었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이놈을 따라 했는데 그때 이씨 가문에 이천성이 붙잡혔어.” “이씨 가문이 하세량 시장에게 가서 이천성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글쎄 이놈이 시장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동혁이가 풀어주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