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스피커로 증폭된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청운각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그 음성을 똑똑히 들었다. 순간 많은 사람들이 놀라서 동공이 흔들렸다. ‘이 사람 누구야?’ ‘감히 안우평 등을 쓸모없는 놈들이라고 하다니.’ ‘여기 몇 사람은 각각 한 그룹의 회장님이야.’ ‘모두 명문가 제씨 가문의 조력을 받고 성장한 그룹들.’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아.’ ‘설사 소씨, 오씨, 정씨 등 일류 가문의 가주라도 이 사람들 앞에서 감히 뻣뻣하게 굴며 무시할 수 없다고.’ ‘그런데 지금 감히 어떤 놈이 저런 큰 그룹의 회장님들을 쓸모없는 놈들이라고 매도하는 거지?’ “누구야? 당장 나와!” 안우평은 격노해 이를 악물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그들은 괜한 불똥을 맞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가운데 안우평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서기까지 했다. 모두들 너무 놀라 아연실색했다. 일어선 사람이 어린 여자였기 때문이다. 바로 송소빈이었다. “이봐? 감히 날 도발한 게 새파랗게 어린 너야?” 안우평은 분노로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송소빈은 휴대폰을 꽉 쥐고 더욱 긴장했다. [겁내지 말고 가까이 가서 저놈들이 내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하세요.] 휴대폰에서 동혁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우평이라고? 역시 그룹의 회장이라는 아버지가 이렇게 입이 더러우니까, 그 딸도 너처럼 입이 더러운 거겠지? 그렇다면 좀 맞아야 하지 않겠어? ]송소빈은 용감하게 홀 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동혁의 목소리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안우평은 즉시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챘다. “이동혁, 개X식, 네놈이구나.” 안우평은 분노로 이를 갈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당장 튀어와서 우리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지 않고?” “야 이 개X식아 거기 숨어서 뭐 하고 있냐? 배짱이
“으어, 너무 아파.” 안우평은 바닥에 주저앉아 아파서 울며 소리쳤다. 방금까지 자신만만했던 그가 연약한 모습을 보이자 많은 사람들은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안우평을 경멸했다. ‘방금 수 사장은 그렇게 뺨을 많이 맞아도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저 안우평은 고작 한 대 맞고 여자보다도 못하게 울부짖는 꼴이라니.’ 하지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박용구가 정말 동혁의 말을 듣고서 안우평의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 제원화 역시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는 차갑게 박용구를 쳐다보았다. “박 회장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안우평은 제원화가 J시에서 데려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박용구가 안우평을 때린 것은 마치 제원화의 뺨을 때린 것과 마찬가지이다. “참을 수가 없어서요. 회장님 앞에서 실례 좀 했습니다.” 박용구가 먼저 양해를 구했다. 제원화는 표정을 굳히며 낮은 음조로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인지 잘 해명해야 할 겁니다.” “그러지요.” 박용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안우평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서 상대의 배를 무릎으로 가격했다. 박용구는 안우평을 자신 앞에 무릎 꿇게 했다. 그는 다시 손바닥을 치켜들더니 좌우로 휘두르며 반복적으로 세게 안우평의 뺨을 때렸다. 안우평은 비명을 연발했다. 얼마나 뺨을 많이 때렸는지 곧 안우평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게 되었다. 박용구는 그래도 멈추지 않고 이어서 안우평의 얼굴을 발로 찼다. 그렇게 안우평은 개처럼 반죽을 때까지 맞아서 박용구에 의해 땅에 내던져졌다. 이 무자비한 모습을 보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그제야 박용구가 제원화를 올려다보며 씩 웃으며 말했다. “굳이 해명하자면, 이건 형님이 제게 이놈 얼굴을 후려갈겨 주라고 하셔서 그런 겁니다.” 제원화는 분노해 눈이 가느다랗게 변했다. 그의 칼날 같은 눈빛이 박용구를 주시했다. 속이 깊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조차 지금 박용구의 도발적인 행동에 화가 나 속눈썹이
“저놈들 막아.” 이미 극도로 화가 난 제원화가 소리쳤다. “죽기 싫으면 그만해라.” 그러자 두 명의 고수들이 달려들며 악랄하게 외쳤다. 하지만 이번에 그들의 악랄함도 상대를 잘못 골랐다. ‘감히 나 박용구에게 덤빈다고?’ ‘내가 H시에서 악랄하기로 소문났다는 것을 아직 모르나?’ “이놈이 죽는 꼴 보기 싫으면 거기 꼼짝 마.” 박용구는 직접 한 회장의 목을 졸랐다. 놀란 상대방이 눈을 크게 부릅떴지만 얼굴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흐흐, 한 발짝만 더 와봐, 이놈도 인생 끝나는 거야.” 김대이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어서 힘은 그렇게 세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든 만큼 더 음흉했다. 뜻밖에도 그는 안우평 다리 사이의 낭심을 붙잡았다. 남자라면 누구나 그곳이 다른 이의 손에 잡히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강철 같은 사내라도 순순히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 회장님 저들을 뒤로 물리세요. 이러다 저 죽어요.” 안우평은 울며 소리쳤고 눈이 뒤집혀며 몸은 경련을 일으켰다. 제원화도 자신의 사람들이 목이 졸려 죽거나 내시가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부하들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 거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H시에 데려온 고수들 대부분이 이동혁에 의해 병원에 입원해 버렸어.’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았을 텐데.’ 바로 그때 휴대폰에서 또다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원화, 방금 네놈들이 수 사장을 때렸지? 뺨 한대에 200억이야. 네가 대신해서 배상할래? 아니면 때린 사람들이 직접 배상할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동혁은 사람들 앞에서 제원화에게 배상을 청구했다.뺨 한 대에 200억.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 분노한 제원화가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다. “이동혁, 지금 나하고 장난해?” 그 순간 박용구와 김대이의 손에 동시에 힘이 들어갔다. 그들은 한 손에 각각 한 명씩 쥐고 있었다.
[너? 너에게 그럴만한 자격이라도 있나?]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난 너에게 말한 게 아니라 제씨 가문에게 말한 거야.] 헉! 청운각의 사람들이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이건 또 무슨 뜻이지?’ ‘제원화는 그럴 자격도 안되고 명문가 제씨 가문 전체를 두고 한말이라고?’ [소빈 씨, 이제 전화 끊어요.] 동혁은 한마디와 함께 연결을 끊었다. 박용구와 김대이는 수소야와 송소빈을 호위하여 떠나려 했다. “회장님, 저대로 그냥 보내실 겁니까? 저흰 내키지가 않아요.” 안우평 등은 박용구와 김대이의 손에서 벗어난 후 지금의 상황을 생각할수록 더 화가 났다. 그들은 억울하여 미칠 지경이었고 바로 복수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닥쳐.” 제원화는 싸늘한 눈빛으로 수소야 일행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막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담담히 말했다. “한낱 매미 같은 곤충도 감히 하늘을 향해 울어대잖아. 이동혁이 조금만 더 날뛰게 두자고.” “강오그룹이 뒤에 있다고 감히 내 앞에서 까부는 거 같은데, 그럼 H시 암흑가를 이번 기회에 싹 뒤집어 버려야겠어.” 제원화가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동요시켰다. 방금 전에 김대이와 박용구가 소란을 피울 때만 해도 제원화는 그들을 어찌하지 못했다. 그때 모두들 속으로 다소 실망스러워했다. 명문가 제씨 가문의 한계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제씨 가문을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제원화는 아주 평온한 모습을 보이며 H시 암흑가를 뒤집겠다는 소리를 쉽게 꺼냈다. ‘무슨 자신감이지?’ “막내 회장님, R시에서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그때 한 부하가 흥분하여 들어와 보고했다. “심천미가 J시 쌍살에게 쫓기다가 그녀를 호위하던 고수들이 목숨을 다해 보호한 덕분에 부상만을 입고 H시로 도망쳐 장해조의 집에 숨었다고 합니다.” “역시 J시 쌍살이야. R시 암흑가를 휩쓸고 이제 각 지역의 깡패들을 모두 섭렵할 거야.” 헉! 이
천운각 안에서 유진세 등이 득의양양하게 떠들어댔다. H시의 각계 거물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생각이 많아졌다. 유진세 등 몇몇 사람들이 H시의 다섯 그룹의 이름을 대놓고 부르며 그 그룹들을 무너뜨리겠다고 했다 그것을 제원화는 부인하지 않았다. “제원화도 그 5개 그룹을 노리고 있었어. 야심이 정말 대단하네.” “3대 가문이 가지고 있던 사업들을 이씨 가문에서 먼저 선점하는 바람에 제씨 가문이 차지한 게 없어서 그런 거겠지. 그러니 제씨 가문이 지금이라도 나서서 먹잇감을 찾는 거야.” “제 회장은 처음부터 이동혁은 안중에도 없었어. 어떻게든 명분을 찾아 그 5개의 그룹을 인수하려는 계획이었어.” 자리에 모인 거물들은 바보가 아니어서 모두 제원화의 생각을 꿰뚫어 보았다. 5개 그룹은 그 어느 것이든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았다. ‘만약 그 그룹들이 무너진다면 3대 가문의 몰락에 이어 H시를 뒤흔드는 또 하나의 큰 사건이 되겠어.’ ‘그리고 5개 그룹 외에도 그곳과 연결된 많은 중소그룹들이 영향을 받겠지?’ ‘3대 가문이 무너지면서 그들과 연관된 세력이 모두 화를 입은 것처럼 말이야.’ 사실 5개 그룹의 일은 모두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큰 일이니만큼 모인 사람들은 천천히 걱정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혜성그룹은 B시 최씨 가문이 인수해서 진 회장에게 경영을 맡긴 겁니다.” 누군가 제원화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그것은 제원화의 의지를 시험해 보려는 의도이기도 했는데 세화의 뒤에 B시 최씨 가문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그 두 명문가가 H시에서 큰 싸움을 벌이는 건 아니겠지?’ “하하, 최원우를 말하는 겁니까? 그놈이 나를 만나면 순순히 어른인 내게 고개를 숙여야 할 겁니다.” 바로 그때 문 밖에서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한 일행이 제씨 가문 경호원의 안내와 함께 어깨를 으쓱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N도 이씨 가문의 둘째 회장?”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N도 이씨 가문이 H시에 진출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미 많
“제씨와 이씨 가문, 두 명문가가 시민들을 위해 반드시 H시를 이끌어 주셔야 합니다. 이동혁, 이 짐승 같은 놈이 더 이상 H시를 어지럽히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이동혁, 그 개X식이 여러 번 이 전신을 사칭해서 그토록 교훈을 주었지만 아무것도 고친 것이 없어요. 이건 완전 하극상입니다. 이런 죄는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이 전신께서 가만히 계시니 우리 H시 사람들이라도 반드시 그놈을 처벌하여 일벌백계해야 해요.” “5대 그룹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그 나쁜 놈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어요. 이 불량기업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또 몇 가문의 가주들이 소리를 높여 동혁을 때려죽이라고 외쳤다. 물론 그들은 동혁과, 세화와 아무런 원한도 없었다. 심지어 교제한 적도 없다. 다만 그들은 이씨와 제씨 양대 가문이 5대 그룹을 나누어 인수하려는 것을 보고 자기들도 얻을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씨와 제씨 가문에게서 떨어진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심산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입장을 빨리 표명할수록 얻게 될 이익도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좋군요. 이렇게 몇 분의 가주께서 대의를 잘 알고 계시다니 정말 기쁩니다. 걱정 마세요. 힘을 더해주시면 그에 대한 분명한 보답이 있을 겁니다.” 제원화는 밝게 웃으며 가주들의 의사에 환영을 표하고 다시 손을 들어 말했다. “그럼 차들 드시지요.” 그러자 한복 차림의 예쁜 직원들이 차를 가져다주었다. 몇몇 가주들은 제원화의 확답을 받고 크게 기뻐하며 주저하지 않고 각자 차 한 잔씩을 마셨다. 그들이 마신 차는 쌍방의 약속에 대한 증표와 같았다. “저희가 적극 돕겠습니다.” “이동혁과 같은 벌레 같은 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2조의 지원자금은 응당 자격이 있는 사람이 받아야 것인데, 진세화라는 여자에게 무슨 자격이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4000억을 받았다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죠.”몇몇 가주인들이 재미를 보려 하자 다른 사람들이 이에 질세라 한 마디씩 했다. 그리고는 이
3대 가문 가주들이 이렇게 입장을 표명할 줄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불쾌한 제원화의 안색이 금세 어두워졌다. 천정윤 등의 말로 그가 방금까지 조성한 좋은 분위기를 깨뜨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 당신들이 예전에 그 패기 넘치던 3대 가문 가주들 맞습니까? 지금 어찌 풀 죽은 개처럼 기가 죽어서,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이 그렇게 무서워 죽을 거 같아요?” 하씨 가문 가주 하동해가 비꼬며 말했다. 이어 다른 사는 사람들도 빈정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정윤 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는 3대 가문이 몰락한 후, 그 기회를 잡아서 천정윤 등의 가족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만약 동혁이 강오그룹을 통해 말을 전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은 여전히 천정윤 등의 가족들을 착취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 회장, 말조심해요. 괜히 쓸데없는 언행을 하다가 가문이 무너지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거 기억하시고요. 그렇지 않으면 3대 가문보다 더 비참해질 수도 있어요.” 그때 일류 소씨 가문의 가주인 소윤석이 갑자기 말했다. “소 회장, 당신 그게 무슨 뜻이에요? 우리 하씨 가문을 저주해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당신이 참견합니까? 이동혁을 쓸모없는 놈이라고 했다고 그것으로 가문이 무너져요? 그 쓸모없는 인간이 대체 뭐라도 됩니까?” 하동해가 눈을 부릅뜨고 노발대발했다. “전 분명히 경고했으니 이젠 당신이 죽어도 전 모릅니다.” 소윤석은 냉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그와 함께 또 다른 일류 오씨와 정씨 가문의 가주도 일어섰다. 일류 가문 가주 셋이 그렇게 청운각을 떠나려고 했다. “세 회장님들 잠시만요. 아직 차 한잔도 안 드셨는데 벌써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제원화가 그들을 불렀다.. 오씨 가문 가주 오종천이 가던 길을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고 웃으며 말했다. “제 회장님께서 주신다는 그 차, 전 마실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괜히 마셨다가 탈이라도 나서 저희 가문에 누를 끼칠까 봐 걱정되거든요.” “저희 정씨 가문도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이 제원화에게 H시에서 떠나라고 하는 건 그렇다 쳐도.’ ‘하세량 H시 시장까지 나서서 저런 태도를 보이다니.’ ‘그래도 명목상으로는 모두 H시에 투자를 하러 온 분들 아닌가?’ ‘하세량 시장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저런 큰 투자자들을 떠나게 하려 한다고?’ ‘이것이 시장으로서 할 일이야?’ 제원화는 당혹감과 분노를 느끼며 냉소를 짓고 물었다. “하 시장님, 그럼 당신 가문 역시 제씨 가문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하씨 가문도 H시의 일류 가문이었다. 제원화의 말투는 조금 시큰둥했다. ‘하세량이 H시 시장이라도 나에게 잘못 보이면 국물도 없어.’ ‘그저 명문가의 힘을 조금 보여주면 되니까.’ ‘H시에서 누가 시장이 될지 제씨 가문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어.’ ‘새 시장이 부임했는데 그때도 제씨 가문과 함께 하려 하지 않는다면 다시 시장을 바꾸면 그만이고.’ 하세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뜻이 아닙니다. 전 어디까지나 이 선생님의 생각을 이해해서 드리는 말입니다. 그저 제 회장님께서 다시 한번 생각해 주셨으면 해서요. 나중에 언질을 안 드렸다고 절 원망하실 수도 있잖습니까?” 사실이었다. 동혁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원화에게 H시에서 꺼지라고 했다. 그 순간 동혁의 신분을 아는 사람들은 동혁이 제씨 가문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당연히 그에 따라 자신들의 입장 표명을 해야 했다. 3대 가문, 소씨, 오씨, 정씨 가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동혁, 그놈 핑계는 대지 마시죠? 당신들은 그저 그 짐승 같은 놈을 핑계 삼아서 우리 제씨 가문이 H시에 오는 것을 막으려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제원화는 평소에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정말 화가 많이 나 보였다.연이은 도발에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하세량 등 사람들 무시하며 말했다. “고작 당신들 몇몇 일류 가문으로 우리 제씨 가문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