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땅이 무너진 줄 알고 고개를 돌렸다. 별안간 수십 대의 위장된 전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고, 전차 바퀴에 땅이 파이며 굉음을 냈다. 마치 강철이 흐르는 것처럼, 모든 것을 휘몰아칠 듯한 위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모습의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컸고, 조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최삼식 등은 이미 두려워 오줌을 지렸다. 갑자기 그 전차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온 세상이 이 순간 정지해 있는 것 같았다. 강철 문이 열리고 위장한 총을 든 병사들이 전차에서 줄지어 나왔다. 천 명의 병사가 하나의 큰 방진을 구성하면서, 위장 색으로 천지를 가득 채웠다. “대체, 누가 부른 거지?” “설마 우리를 잡으려고?” 최삼식 등은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이 장면을 지켜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진영에서 보기만 해도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빳빳한 장교복을 입은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호아병단의 지휘관 심홍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심홍성은 H시에서 이미 그 명성이 높았다.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병단장에 임명됐다. 여러 차례 재난과 재난을 구조하는데 앞장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부하 장병들과 함께 H시의 수많은 주민을 구했다. H시의 유명한 대스타였다! “호아병단이 연례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 길은 이미 계획된 통제도로이다. 이 소란 피우는 사회 부적응자 무리들을 모두 잡아들여!” 아무도 심홍성이 아무 말 없이 사람을 잡으라고 명령할 줄은 몰랐다. “예!” 앞에 있는 방진에서 갑자기 200명의 병사가 달려 나와 최삼식과 그 부하들을 향해 달려갔다.“항복이요. 저희는 항복하겠습니다!” 소동을 피우던 200명이 넘는 사람들은 감히 저항조차 할 수 없었고, 두말없이 머리를 숙이고 앉았다. 그러나 병사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총을 들고 깡패들 중 몇의 머리를 가격했고 피가 흘렀다. 그들이 바닥에 쓰러져 뒹굴고 나서야 그들의 종아리를 잡고 끌고 갔다. 모습이 마치
“제 이름은 백마리요!” 어린 여자 아이는 동혁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촉촉한 어린 큰 눈동자가 그를 껌벅거리며 보고 있다. 자재트럭은 완전히 진입했고, 호아병단도 모두 떠났다. 진세화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 사장님, 방금 현장에서 찍은 영상입니다. 이 선생님께서 역시나 어린 소녀를 구하셨어요.” 이때 프로젝트 책임자인 유지태가 태블릿을 가져왔다. 세화가 화면을 보고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동혁이 마리를 안고 다가왔다. “동혁 씨, 미안해! 방금 내가 오해했어. 당신 아니었으면 이 아이가 큰 사고를 당할 뻔했어,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용서받지 못하는 죄를 지었을 거야.” 진세화는 스스로 사과하면서, 마음속으로 잠시 두려움을 느꼈다. 그 깡패들은 너무 흉포해서, 어린 여자아이에게까지 손을 쓰려했다. “이모, 정말 예쁘다. 삼촌 여자친구예요?” 마리가 갑자기 싹싹하게 말했다. “내 아내야.” 동혁은 웃었다. 세화는 동혁이 방금 전의 일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편해졌다. “마리 부모님은?” 세화도 이 귀여운 여자아이를 좋아하게 돼 그녀의 얼굴을 꼬집으며 물었다. 동혁은 말했다. “아까 안아준 노파가 인신매매범이라, 엄마와 할머니를 찾느라 계속 운 거였어.” 세화가 마리에게 어디에 사는지 물었다. 아직 철도 들지 않은 아이가 똑똑하게 대답했다. 자기 어머니의 이름은 수소야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도 이야기했다. 세화도 마리 부모의 연락처를 찾지 못했다. “동혁 씨, 빨리 마리를 근처 경찰서로 데려줘야겠어. 마리 부모님이 분명 걱정 많이 하고 있을 거야.” “그래, 그럼 내가 마리를 경찰서에 데려다주고 다시 올게. 마리야, 이모한테 인사해야지?” “이모 안녕히 계세요!” 동혁은 소녀를 데리고 차에 탔다. H시 남동경찰서 근처에서 동혁은 차를 세우고 마리를 차에서 내렸다. 마침 옆에 매점이 있는 것을 보고 가서 마리에게 막대 사탕을 사 주었다. 동혁은 이 똑똑하
“네가 누구든 관심 없어.” 동혁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당신 딸을 인신매매범에게서 구해냈다는 것만 알아!” 마리는 인신매매범에게 유괴되어 하마터면 깡패에게 큰 일을 당할 뻔했고, 동혁이 그들의 딸을 구했다. 전진은 차에서 내려 상황도 묻지 않고 그를 인신매매범으로 생각하고, 다짜고짜 때리려 했다. 정말 은혜도 모르는 예의 없는 사람이다. 옆에 있던 모녀는 깜짝 놀라 울음을 그쳤다. 마리는 쭈뼛쭈뼛하며 전진을 보고서 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아저씨가 왜 삼촌을 때려요? 삼촌은 좋은 사람인데 사탕도 사줬어요!” “계집애, 넌 입 다물어!” 전진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마리는 놀라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전진, 왜 마리한테 난리야?” 수소야는 얼른 딸을 껴안고 달랬다. 전진은 마리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고, 게다가 동혁에게 뺨까지 한 대 맞아서 더욱 화가 치밀었다. 이전에는 항상 그가 다른 사람을 때렸지, 다른 사람이 그를 때린 적이 없었다. “인신매매범 주제에 감히 나를 때리다니! 넌 죽었어! 내가 누군 줄 알아? 너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서 이러는 거야?” 전진은 손가락으로 동혁을 가리키며 우레와 같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동혁은 말했다. “여기 경찰서 입구야. 감히 건달 따위에게 내가 죽을 것 같아?” 동혁은 이 전진이라는 사람이 주태진이나 정경래 같은 사람들과 같은 부류이고, 단지 돈을 써서 깡패들이나 고용해 자신을 상대하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흥, 경찰서 입구가 뭐? 그럼 경찰서 사람들 보고 널 처리하라고 하면 되지!” 전진은 표독스럽게 말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유상비 경위님? 저 도로교통공단 전진입니다.” “예, 맞아요. 지금 경위님 경찰서 입구에 도착했어요. 아이는 이미 찾았고, 여기 인신매매범이 있습니다. 때마침 경찰서 가는 길에서 잡았어요. 즉시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서 이 놈을 잡아가시죠!” 그는 전화를 마치자 득의양양하게 동혁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두 경찰관이 동혁에게 다가와 그를 잡으려고 했다. 사람들이 이 사람이 인신매매범이라고 하니, 그들도 마음속으로 혐오감을 느꼈다. 체포할 때 험하게 다뤄서 조금 혼내줄 생각이었다. 서로 같은 생각을 하던 그 둘은 눈을 마주치더니, 한 사람은 동혁의 종아리를 발로 차고, 다른 한 사람은 그의 아랫배를 주먹으로 때렸다. 동혁은 한눈에 그들의 의도를 간파하고, 눈빛이 차갑게 번쩍였다. 두 경찰관이 주먹질을 하는 순간 동혁은 이상한 자세로 몸을 약간 비틀었다. 동혁을 차려던 경찰관이 동료의 다리를 걷어찼고, 주먹을 날린 경찰관은 상대 경찰관의 얼굴을 때렸다. 퍽! 퍽! 동시에 두 명의 경찰관이 함께 바닥에 누웠다. “왜 차고 그래!” “왜 때리는데!” 순간 바보가 된 그들은 고개를 들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것들!” 유상비는 노발대발 화를 냈다. 경험이 풍부한 그는 자연히 두 부하들의 지금 심정을 알 수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구경꾼들이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정말 창피했다. 그는 화가 나서 손을 흔들었다. “그를 안으로 데려가!” “유 경위님, 정말 저를 잡으시려고요?” 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유상비는 말했다. “당신 인신매매범 주제에 뭐가 이리 말이 많아? 여기 당신 아니면 누구를 잡을까?” “인신매매범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동혁 삼촌, 삼촌은 인신매매범이 아니에요. 삼촌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막대사탕도 사줬어요!” 마리는 귀여운 목소리로 동혁을 위해 세 번째로 증언했다. “소야 씨, 그 계집애 좀 닥치라고 할 수 없어?” 전진은 수소야를 노려보며 유상비에게 말했다. “유 경위님, 이 놈이 어린 계집애를 속이려고 막대사탕을 사준 것이 분명합니다. 이게 다 인신매매범들의 상투적인 수법이잖아요!” “맞아요.”유상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혁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네가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어!” “제 차에는 블랙박스가 있는데, 한번 보세요. 제가 마리를 인신매매범에게서
와!그 경찰관의 말은 즉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동시에 동혁을 쳐다봤다. 방금 이 인신매매범이 시 경찰청 경감 조동래를 안다고 했고, 서로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전화를 걸어 자신을 만나러 오라고 했다. 그 후 불과 1분도 안 돼서 조동래의 전화가 걸려왔다. 유상비는 별말 없이 직속 상사의 명령에 따라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나 조동래야. 이 선생님이 지금 남동경찰서에 계셔? 대체 무슨 실수를 한 거야?” 전화가 연결되자, 휴대폰에서 조동래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유상비는 그 목소리에 약간의 긴장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 선생님?’ 유상비는 동혁을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 지금 그는 동혁이 어떻게 불렸는지도 모르고, 마리가 계속 이 삼촌이라 부르며 소리쳤지만,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울고 있어서 분명히 듣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그가 어떻게 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말을 귀담아들을 수 있을까? 유상비는 억울한 듯 말했다. “조 경감님, 저희가 이 선생에게 실수를 한 일이 없는데…….” “쓸모없는 놈, 이 선생님 같은 거물이 자기 경찰서에 있는지도 모르다니! 거기 그대로 있어. 내가 바로 갈 테니!” 조동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가 선우설리의 전화를 받았을 때, 마침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이쪽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운전하는 동료에게 경보를 울리고 속도를 더 내라고 재촉했다. 유상비는 전화를 끊고, 다급하게 쩔쩔맸다. “빨리! 빨리! 조 주임님이 이 선생님이라는 거물을 만나러 곧 이곳으로 오겠다고 했어. 이 선생이란 분이 바로 우리 경찰서에 있다고 한다. 너희들 중 본 사람 있어? 빨리 나를 그분께 안내해!”조동래도 쩔쩔매는 그런 거물이라니.만약 그가 그 이 선생님께 잘 보인다면, 출세하여 높은 곳에 오를 날이 더 가까워질 것이다!유상비는 얼른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당장 이 선생님이란 분을 찾아!”“유 경위님, 이따가 그 이 선생
조동래가 소리치는 소리에 하마터면 유상비의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조동래는 본래 H시에서 가차없기로 유명하고, 범죄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염라대왕이라고 부른다. 조동래가 화가 난 것을 눈치채고, 모두 한 마디도 못한 채 겁에 질려 두 다리를 떨고 있었다. 평소 오만함이 넘치는 전진조차도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움츠릴 정도였다. “조, 조 경감님 죄송합니다. 이미 부하를 시켜 그 이 선생님을 찾으라 했는데…….” 유상비는 잔뜩 위축되어 조동래를 맞이했다. “저분이 바로 네가 찾고 있는 그 이 선생님이야. 유상비 넌 참 간도 크다. 이 선생님을 감히!” 조동래는 유상비의 얼굴에 뺨을 한 대 때리며 한 마디 던지고는, 바로 동혁에게로 향했다. 동혁의 옆에 서 있는 두 명의 놀란 경찰관을 보고 그는 다시 말했다. “니들 지금 수갑 가지고 뭐 하는 거야? 왜? 나까지 잡을래?” 두 경찰관은 서둘러 물러섰다. “회장님, 제 부하를 잘 단속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동래는 동혁에게 다가가 떨린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현장의 공기가 차가워지더니 정적이 흘렀다. ‘유상비 저 멍청이!’ ‘전진 저 놈은 보는 눈도 없어!’ ‘회장님을 향해 입으로 욕하고, 이 인신매매범을 총살해야 한다고 아우성치는 저 행인들도 다 눈이 멀었고만’당당한 시 경찰청 경감이자 허세량 시장의 최측근. 강직하고 정의롭게 악을 응징하겠다는 얼굴로 대중 앞에 나타난 조동래. 그런 그가 이 젊은이 앞에서는 이렇게 위축되다니! 조동래가 이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두려움과 죄송함이 느껴졌다. 심지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도 있었다. 두려움과 죄송함을 느끼면 충분하지 않나? 일찍이 시 전체의 유명한 마약 단속 영웅으로 조동래는 수많은 범죄자를 처벌했는데, 뜻밖에도 이 젊은이를 존경까지 하다니! 그는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저러는 걸까? 동혁의 배경을 조동래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조 경감님, 제가
풀썩! 유상비는 스스로 동혁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눈이 삐어서 선생님께 실수를 범했어요. 조 경감님에게 부디 말 좀 잘해주십시오. 제발 해고만은…….” 그는 울부짖으며 용서를 빌었고, 동혁의 다리를 붙잡으려 달려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당당했던 남동경찰서 경위가 해임되자 이런 비굴한 얼굴을 드러냈다. 동혁은 한 발로 그를 걷어찼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그는 조금도 동정을 베풀고 싶지 않았다. 오늘 만약 자신이 일반인이었다면 무작정 잡혀가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어!” 조동래도 콧방귀를 뀌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 선생님, 제가 선생님 차의 블랙박스의 증거를 여기 사람들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공개해서, 선생님이 모함당한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그가 도착했을 때, 구경꾼들이 동혁을 법으로 처벌하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것을 들었다. ‘영웅이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 이 전신은 분명 마음이 매우 아팠을 것이다. 이 일로 이 전신이 H시 전체에 나쁜 인상을 갖지 않길 바랐다. 동혁은 조동래에게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조동래는 바로 그 아우디 A4 블랙박스의 영상을 뽑아오라고 지시했다. 당시 공사장 밖에서 동혁의 차가 문 앞에 있는 깡패들과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혁이 깡패에게서 마리를 구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잘 잡혔다. 임시로 구해 온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흘러나오자 안과 밖을 세 겹으로 에워싸고 있던 행인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가 정말 마리를 구했다.’ ‘그녀를 인신매매범에게서 구해냈을 뿐만 아니라, 이 어여쁜 어린아이가 깡패들에게 이용당할 뻔한 것을 막았다.’ “정말 영웅이었어! 죄송합니다. 우리가 다짜고짜 누명을 씌우다니 실수했어요!” “인정이 메마른 이 사회에서 보기 드문 정의로운 사람을 우리가 인신매매범이라고 모함했다니! 양심이 너무 찔린다!” “방금 찍었던 짧은 틱톡 영상을 바로 삭제했는데도 벌써 욕하는 네티즌들이 있어!” “왜 지웠
전진은 당황했다. 그는 방금까지 동혁이 아우디 A4를 탄다고 무시했는데, 뜻밖에도 지금 자신의 BMW X6 때문에 조동래에게 꼬투리를 잡히게 생겼다. “조 경감님, 그냥 넘어가시지요! 저희 집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동래가 손을 흔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내가 널 어찌할 수는 없지. 하지만 네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도로교통공단 임 경장과 이야기할 거야. 넌 잠자코 해직을 기다려!” 전진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고소하다!” 행인들은 잇달아 환호성을 지르며 너도나도 박수를 쳤다.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조동래는 다시 이동혁에게 와서 사과했다. “됐어요, 별일 아닙니다.” 이동혁은 손을 내저었습니다. 누명을 벗은 걸로 충분했다. 조동래는 조용히 길게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갈게요.” 이동혁이 자신의 차를 향해 돌아섰을 때, 수소야가 마리를 데리고 왔다. 이번에는 전진이 멀리서 바라보지도, 모녀를 막을 엄두도 못 냈다. “삼촌, 엄마가 고맙다고 전해달래요!” 마리는 달려와서 동혁의 허벅지를 껴안고 그에게 매우 친근하게 말했다. “삼촌이야말로 고마워. 아까 사람들이 삼촌을 억울하게 대했을 때 우리 마리만 계속 삼촌을 도와줬어.” 동혁은 마리를 안아줬다. 그는 이 소녀를 매우 좋아했다. “이 선생님, 저희 마리를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수소야가 허리를 숙이며 고맙다고 하자, 동혁은 말했다. “소야 씨는 그냥 이동혁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이동혁?” 수소야는 순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동혁의 모습을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이름을 들으니 무언가 생각났다. “이 선생님, 백항남을 아십니까?” “백항남이라면, 학교 다닐 때 그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동혁은 갑자기 그 이름의 주인을 떠올렸다.동혁이 H시에서 학교를 다니던 때, 가까웠던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나는 당연히 아내 진세화이고 다른 하나는 백항남이었다. 당시 동혁은 항남과 매우 친한 친구였는데, 나중에 자신과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