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J시 제일의 미녀라고? 내 아내보다 예쁘지도 않구먼.” 다이너스티호텔 입구. 주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동혁의 말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서 메아리쳤다. 제설희. 명문가 제씨 가문의 아가씨이자 J시 제일의 미녀. 그러나 동혁의 입에서 나온 평가는 뜻밖에도 완전 무시. 냉정한 평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누구도 동혁이 제설희의 연약한 뺨을 직접 한 대 때릴 줄은 몰랐다. ‘아무리 때려도 그렇지 여자 뺨을 저렇게 막 때리다니.’ ‘저렇게 예쁘고 연약한 여자를 어떻게?’ ‘저 인간이 어떻게 무식하게 저렇게 손을 쓸 수 있지?’ 사람들은 제설희의 연약한 뺨에 불쑥 나타난 새빨간 자국을 보고 있었다. 모두 제설희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네놈이 감히 날 때려?” 제설희는 방금 전의 냉정함을 완전히 잃었다. 분노해서 안색이 변한 그녀는 두 눈 불을 뿜으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말속에 녹아있는 분노를 모두들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뺨 한 대를 맞더니 제씨 가문 아가씨가 완전히 열받았네.’ “저 바보가 뺨을 때려서 속 시원은 한데, 어쩌지 저놈은 이제 끝장이야. 제씨 가문 아가씨에게 저렇게 미움을 샀으니 이제 누구도 저놈을 구할 수 없을 거야.” “설사 저놈이 사람을 때리는 게 법을 어긴 것이 아니더라도 제씨 가문도 저놈에게 앙갚음할 수 있는 수단이 수백 가지라고.” “그러게. 아무도 분노한 제씨 가문을 막을 수 없을 텐데.” 한순간. 구경하던 많은 사람들이 동혁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뺨 한대로.’ ‘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 까지 피해가 갈 텐데.’ “네놈이 감히 나를 때려?” 동혁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제설희가 다시 입을 열어 한마디 내뱉었다. 분노 가득한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넌 맞아도 싸.” 동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럭저럭 예쁘게 생긴 여자가 마음이 악독해서 어린아이를 괴롭히기나 하고, 자기가 고고하고 새침한 여신인 척했잖아.” 동혁은 이미 수소야
“가서 사람 좀 불러와. 내가 저놈이 오늘 내 뺨을 때린 것을 평생 후회하며 살게 만들 거야.” 제설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목소리는 얼음같이 차가웠다. 그녀는 지금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제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그녀는 줄곧 가문 사람들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가문의 어른이라도 큰소리로 그녀를 야단친적이 없을 정도로 애지중지했다. 그녀를 때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오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동혁에게 뺨을 한 대 맞았다. 제설희는 지금까지 이렇게 체면을 크게 구긴 적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지시를 듣고 안색이 약간 변하며 놀랐다. 모두 제설희의 말속에 있는 분노의 한을 느꼈다. 하지만 당사자인 동혁은. 놀라기는커녕 웃으며 제설희에게 다가갔다. “그럼 그전에 내가 네 뺨을 몇 대 더 때려줘야겠네?” 놀란 사람들이 한숨을 들이마셨다. ‘저 바보가 미쳤나? 저렇게 겁도 없이 계속 막 설치다니.’ “너 진짜 죽고 싶어?” 제설희는 이를 갈면서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설희야, 일단 우리가 먼저 피하자. 방금 들은 얘기로는 저놈이 바보래. 그래서 다른 사람을 때려도 불법이 아니라는 거야. 저놈을 혼내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그러니 계속 여기서 저놈과 이렇게 다투며 소란 피울 것이 없어. 나중에 소문이라도 나서 웃음거리가 될 필요는 없잖아.” “그래. 넌 제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저놈이 뭐라고 지금 네가 나서서 저놈을 혼내줘? 우리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어.” “맞아, 나중에 혼내줄 사람...” 바로 이때 제설희 주변에 있던 남녀들이 잇달아 그녀를 설득했다. 그들의 말을 듣던 제설희는 얼얼한 뺨을 만지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다시 냉정을 찾으려고 했고 자신이 바보와 다투는 일이 이미 주위에 많은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다고 느꼈다. ‘젠장, 내 이미지가 완전 구겨졌잖아.’ “그러자 그럼. 우리 옷부터 갈아입자.” 말을 마친 제설희는 친구들과 돌아서서 떠나려 했고 그녀는 오늘 연회
“양아빠, 저 소프트아이스크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아빠도 같이 먹을래요?” 마리는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그녀는 아직도 작은 손으로 자기 눈을 가리고 있었다. “들었지? 내 딸은 소프트아이스크림 먹을 거야.” 동혁은 발로 땅바닥의 2만 원을 쓰러져 있는 유준기 앞으로 옮겼다. “가서 사 와. 사 오면 보내주지.” 유준기는 뺨을 맞고는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동혁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그 2만 원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자동으로 그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이동혁, 저 사람 정말 상대에게 최고의 굴욕을 선사하는군.’ ‘억지로 유준기에게 아이를 위한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고 시키다니.’ ‘저 자존심 강한 도련님이 화가 나 미칠 노릇이겠어.’ 유준기는 확실히 창피하여 얼굴을 똑바로 들 수 없었다. 그는 군중을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다. “만약 네가 이대로 도망치면 난 제설희를 포함해 네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뺨을 때릴 거야.” 그의 속셈을 간파한 듯 동혁이 갑자기 낮은 음조로 경고했다. 이 말을 들은 제설희 등은 화가 난 채 이를 악물고 동혁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사람을 때려도 법으로 어찌할 수 없는 바보로 알려진 동혁을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유준기는 동혁의 말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이런 내가 그냥 가버렸다가는.’ ‘제설희와 친구들 눈밖에 나겠는데?’ “지독한 놈!” 유준기는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는 순순히 호텔 옆 가게로 가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소프트아이스크림 정말 맛있는 데.”마리는 흥분하여 포장을 뜯고는 작은 혀를 내밀어 아이스크림을 핥기 시작했다. 역시 어린 여자아이는 이런 간단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유준기는 콧방귀를 뀌며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다. “마리에게 사과했어? 안 하고 그냥 가는 거야?” 갑자기 동혁이 말했다. 순간 유준기는 화가 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동혁을 죽
태휘의 목소리는 상당히 컸다. 그 즉시 연회장의 하객들이 모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모여든 사람들 모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이 오늘 단체로 성을 바꾼 것은 최근 H시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인데.’ ‘누가 그 일에 대해 이렇게 크게 이야기하는 거지?’ 어떤 사람은 진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조상을 잊었다고 욕을 하거나 시큰둥하게 침을 뱉기도 했다. ‘진씨 가문의 뼈대가 부러졌구먼.’ 사실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나와서 손님을 접대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모두들 그들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금 태휘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세화 가족은 왜 성을 바꾸지 않느냐고 물은 것이다. “제태휘, 너희 가문 사람들은 자기 조상까지 팔아먹고도 뭐가 잘났다고 이렇게 크게 떠들어?” “오히려 진 회장 가족에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쨌든 진씨 가문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잖아.”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세화 가족을 대신해 불평을 털어놓았다. 태휘를 일부러 제태 휘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하하...” 다들 큰소리로 비웃었다. 그러자 태휘 등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다들 닥쳐!” 화가 나 이마에 핏줄이 솟구친 태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당신들이 뭘 안다고 그래? 우리는 이제 성 씨를 바꿨으니 앞으로 제씨 가문의 사람이야.” “지금 당신들이 감히 우리를 비웃으며 명문가인 우리 제씨 가문을 우습게 보는 거야?” 순간. 크게 들리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모두 나름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태휘에게 이렇게 호되게 욕을 먹자 불편함을 느끼며 안색이 어두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인할 수는 없었다.진씨 가문을 사람들이 멸시하지만. 태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오늘 이후. 명문가인 제씨 가문은 H시에 거점을 하나 더 갖게 되었다. “왜요? 더 떠들어보지 그래? 성을 바꾸는 게 뭐가 어때서? 내
“하하하...” 하객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전에는 몰랐지?’ ‘진 회장의 저 쓸모없는 남편의 입담이 꽤 대단하는 것을 왜 이제 안 거야?’ 호텔 입구에서 한바탕 동혁이 벌인 일을 구경한 적이 있던 그 하객들에게. 동혁의 이런 입담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동혁, 닥쳐!” “내가 너를 꼭 죽여줄 거야.” 태휘의 가족들이 모두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저놈과 뭐 하러 말을 썩어?” 바로 그때 콧방귀 뀌는 소리가 났다. 제한영이 거들먹거리며 다가오더니 세화 가족을 따갑게 노려보았다. “성 씨를 안 바꾸겠다면 당장 나가! 연회에 참석할 것도 없어.” “태휘야, 호텔 경호원을 불러서 쫓아내!” 진한영은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요. 저것들을 쫓아내서 모든 H시 사람들 앞에서 창피 좀 줘야 해요.” 다른 새 제씨 가문 사람들은 진작에 세화가 미운 터라 아우성을 쳤다. 세화 가족들은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태휘 가족들이 정말 인정사정없이 자신들의 체면을 구기려 할 줄은 몰랐다. 동혁은 연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세화의 가족이 이렇게 끌려 나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동혁이 냉정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우리 가족은 제씨 가문에서 직접 보낸 초대장을 받고 온 것인데 이렇게 쫓아낼 건가요?” “내가 바로 그 제씨 가문 사람이야.” 제한영이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한 번 쳐다보았다. “하하, 정말 제씨 가문이 너희 가족을 존중해서 초대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사실 그 초대장 우리가 네 가족에게 보낸 거야. 너희들이 연회에 오면 쫓아내려고.” 다른 새 제씨 가문 사람들이 연이어 소리쳤다. “경호원, 여기 이 가족들을 당장 내쫓아.”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 태휘가 냉소하며 지시했다. 경호원은 이미 도착해 있었고 지시를 듣고 바로 세화 가족들 앞으로 다가갔다. 이 모습을 본 많은 하객들이 세화 가족을 동정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제한영은
경호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연회장 안의 모든 하객들 역시 모두 놀라 동혁을 쳐다보았다. ‘진 회장의 이 바보 남편 정체가 뭔데?’ ‘어떻게 저 거친 경호원들이 저렇게 놀랄 수 있지?’ “이동혁, 넌 역시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해. 저 사람들은 당연히 너를 알지. 네가 H시의 유명한 쓸모없는 데릴사위, 바보니까.” 그러자 태휘가 갑자기 냉소했다. 그는 매섭게 손짓을 했다. “멍하니 뭐 해? 내가 명문가인 제씨 가문의 이름으로 당신들에게 다시 지시하지. 이 멍청한 놈을 손봐서 쫓아내 버리고 이놈 마누라 가족들도 모두 쫓아버려.” “너희들, 저 인간 지시를 따르려고?” 동혁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경호원들을 쳐다보았다. “이 선생님, 그게...” 난감해진 경호원들의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들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자 하객들은 더욱 의아해하며 동혁을 쳐다보았다. 세화조차도 덩달아 약간 의아해했다. ‘태휘가 명문가인 제씨 가문 신분으로 지시를 내렸는데.’ ‘이 경호원들이 왜 저렇게 잔뜩 움츠러들어서 움직이지도 않지?’ ‘설마, 동혁 씨에게 명문가보다 저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거야?’ “당신들 귀가 먹었어? 내 말 못 들었냐고? 지금 우리 제씨 가문이 안중에도 없는 거야?” 경호원들이 움직이지 않자 태휘는 더욱 펄쩍 뛰며 고함을 질렀다. “흥, 네놈이 우리 명문가 제씨 가문을 대표할 자격이 있어?” 바로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많은 사람들은 그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옮겼다. 기개가 비상한 중년의 한 남자가 한 무리의 사람들로 둘러싸여 무표정한 얼굴로 연회장 밖에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제씨 가문의 막내 어른, 제원화야.” 하객들 중 일부가 그의 정체를 알아보았다.갑자기 연회장 안에서 놀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외종할아버지, 저, 저는 자격이 없죠.” 태휘는 고개를 돌려 제원화를 보고서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그는 오늘 제원화의 일처리 방식
“그게 난...” 당황한 제한영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연회장의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의아해하며 세화 가족을 바라보았다. ‘이런 제원화가 세화 가족을 제씨 가문에서 초대한 귀빈이라고 할 줄이야.’ 제한강과 태휘 등은. 더 화가 치밀어 올라 미칠 지경이 되었다. ‘왜? 언제 세화 가족이 제씨 가문의 귀빈이 된 거지?’ 그들은 제원화의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이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뒤에 남아있었다. 그 순간. 제원화는 갑자기 문밖을 가리키며 제한영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너와 저기 네 가족들 데리고 모두 꺼져버려!” “감히 내 귀한 손님을 내쫓으려 하다니 너희는 이 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어.” 와! 연회장 안은 사람들의 놀라는 소리로 가득 찼다. ‘진 회장 가족을 무례하게 대한 일로 뜻밖에 제원화가 제한영의 가족들을 모두 밖으로 쫓아버리다니.’ ‘그러니까 제원화에게.’ ‘진 회장의 가족 몇 명이 몇 십 명의 제한영 가족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는 거 아니야.’ “정말 당해도 싸다 싸. 방금까지 거들먹거리며 다른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하더니 뜻밖에 제씨 가문의 막내 어른의 눈에 자기들 가족이 모두 아무것도 아닐 줄 몰랐나 보지?” “성 씨를 바꾸면 명문가 사람이 되는 줄 알았더니, 역시 정통 명문가 사람의 눈에는 언제고 부릴 수 있는 그저 종 하인일 뿐이었어.” “누가 아니래? 원래 명문가들은 충직한 하인들에 모두 자신들의 성 씨를 내려 상을 주잖아.” 사람들 사이에서 조롱이 이어졌다. 태휘 등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모든 일을 믿을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우리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든 것을 제씨 가문에게 바쳤잖아.’ ‘심지어 성 씨까지 바꿨어.’ ‘때문에 조상을 잊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H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하지만 제원화의 눈에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세화 가족보다 못하다니.’ 제한영도 화가 나 미
세화의 가족. 모두의 이목이 그리로 집중되었다. 여러 해 동안 연락도 없었던 장애인이 된 진창하에게 제원화는 웃는 얼굴로 마주하고 있었다. ‘설마 이건 하 선생님의 얼굴을 봐서 이러는 건가?’ 세화 가족들은 의아해했다. “치료 방법은 아직 모르겠어요. 선생님께서는 수술 때문에 외지로 나가셨고요. 어차피 제 다리는 부러진 지 오래됐으니 이젠 급하지도 않아요.” 진창하는 예의 바르게 대답하고 다시 물었다. “외종할아버지께서는 하 선생님과는 아는 사이이신가요?” “하하, 알지는 못해. 개인적으로 하 선생임을 존경해 온 터라 기회가 되면 꼭 찾아뵙고 싶어서.” 제원화는 류혜진과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다음 그의 시선은 세화와 천화 남매에게 돌아갔다. “안녕하세요. 외종할아버지.” 두 사람 모두 공손히 인사했다. 제원화는 몇 마디로 천화를 칭찬하며 세화를 바라보았다. “세화야, 듣자니 네가 아주 제법이던데? 젊은 나이에 세방그룹과 혜성그룹, 두 그룹의 회장이 되다니.” “예전에 네 외할머니가 너를 무척 아껴서 너를 후계자로 키웠다고 들었어.” “역시 우리 누님이 확실히 안목이 있어. 절대 사람을 잘못 보지 않거든. 여러 젊은 세대 중에서도 너보다 뛰어난 인재를 찾기 어려울 거야.” 주변의 부러운 시선들이 세화에게 향했다. ‘제씨 가문의 막내 어른이 저렇게 인정해 주니 정말 좋겠어.’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세화는 겸손하게 말했다. 동시에 긴장됐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자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조급하지도 않으니 아주 좋아.” 제원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그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누님이 죽고 매형이 눈이 멀어서 사사건건 너희 가족을 괴롭혔을 뿐만 아니라, 친손녀인 너를 원수처럼 여기다니. 거기다 지금은 네 가족을 가문에서 쫓아내기까지 하고 정말 내가 안타깝더구나.” 제원화는 조금 화가 나 보였다. 제원화는 화가 섞인 목소
류성중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고 바로 달려들었다. “혜성그룹의 진 회장 아니십니까? 회장님도 오늘 연회에 참석하신 건가요?” “진 회장님, 혜성그룹이 최근 아주 잘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하 선생님까지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를 맡기로 하셨다지요?”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을 경영하는 세화는 H시의 재계에서 이제는 위치가 달라졌다. 현장에 있는 여러 의료보건시스템의 리더들조차도 그녀 앞에서 감히 거만하게 굴지 못했다. 병원의 원장이나 제약회사의 사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사람들은 최근 H시에서 두각을 보이는 세화와 어떻게든 관계를 맺어 협업할 수 있기를 바랐다. “네. 감사합니다.” 세화는 의젓하게 모여든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절도 있게 행동했다. 사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 이름도 몰랐다. “쾅!” 사람들이 계속 세화에게 아부를 하려고 할 때 뒤에서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정장 차림의 동혁이 차 뒤편에서 돌아 나왔다. 사람들이 그를 보자 소란스러웠던 현장이 곧바로 조용해졌다. 동혁도 분명 H시에서 만큼은 유명인사에 속했다. 그래서 현장에는 동혁을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설사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조금만 귀띔해 주면 동혁이 진씨 가문의 그 소문난 데릴사위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세화가 자신의 남편인 데릴사위를 함께 데려왔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동혁 같은 사람은 근본적으로 오늘 밤과 같은 수준 높은 모임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세화의 신분 때문에 아무도 나서서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세화가 있음에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소 동혁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표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이 좀 불편했다. 세화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류성중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준비해 온 이청백의 서예 작품을 선물로 내밀었다. “외삼촌 안녕하세요. 이건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에요
“세화야, 지금은 네 외삼촌이 가문에서 힘이 있으니 되도록 좋은 말 많이 하고 기분 좀 맞춰드려.” 이모인 류혜연도 세화와 동혁에게 당부했다. 그녀는 류성중이 류씨 형제자매 중 막내라 해도 가문에서 그의 지위가 자신보다 높다고도 알려주었다. 류씨 가문의 류호천은 옛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막내아들인 류성중을 가장 좋아했다. “이모, 알았어요.” 세화는 류혜진과 류혜연의 말을 듣고는 동혁을 데리고 문을 나섰다. 그녀는 먼저 동혁과 혜성그룹에 가서 류성중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고 했다. 세화의 사무실에는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러 온 회사 사장님들이 두고 간 좋은 선물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다지 비싸지도 않았고 성의로 생각해서 세화는 그 선물들을 그냥 받았었다. 세화는 그중 N도 서예의 대가인 이청백의 서예 작품을 골라서 동혁과 함께 명성호텔로 향했다. 류성중은 이번에 H시에 와서 이씨 가문을 대신해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낼 것을 전하려고 했다. 그는 N도 의료공단의 부이사장으로 이번에 H시를 방문한 김에 여러 의료 기관에 대한 감독과 지도를 수행했다. 마치 감찰관과 같은 위치라 아랫사람들은 당연히 깍듯이 그를 대우했다. 그래서 오늘 밤에 H시의 의료 관련 시설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그를 명성호텔에 초대해 연회를 열기로 했다. 그중에는 병원의 대표도 있었고 의료 관련 회사 사장들도 많았다. 류성중이 아우디 A6를 타고 명성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입구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와서 차 문을 당겨 열었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정수리를 보호했다. “류 부이사장님, 부딪히지 않게 조심히 내리세요.” “부이사장님은 의료공단에서도 전문적이면서 기술까지 뛰어난 리더 아니십니까? 만약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우리 N도 의료보건 시스템에 큰 손실이지요.” 문을 여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류성중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류씨 가문은 의학 가문으로 가족들이 대대로 의학을 연구했다. 그도 원래는 의학을 공부했지만 졸
“외삼촌이 H시에 왔는데, 동혁 씨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요?” 세화가 얼굴을 찡그리며 의아하게 동혁을 바라보았다. 외가 쪽 친척에 대해서 별로 호감이 없는 세화였다. 애초에 류씨 가문에서는 류혜진이 진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가문의 왕래가 적었고, 그로 인해 세화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류씨 가문의 친척들을 만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세화가 동혁과 결혼하기로 하자 류씨 가문은 잠시 진씨 가문과 왕래가 잦아졌다. 그러다 나중에 동혁이 사고를 당했고, 류혜진은 의료사고로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세화의 외할아버지인 류호천은 류혜진이 류씨 가문의 명성을 망쳤다는 이유로 그녀를 다시는 류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사실상 가문에 류혜진을 쫓아낸 셈이었다. 그 일은 류혜진의 가슴에 영원한 상처로 남았다. 이후 세화의 가족과 류씨 가문 사이의 왕래는 완전히 끊어졌다. 오로지 막내 이모인 류혜연의 가족과 몰래 연락을 주고받는 게 다였다. 세화의 외삼촌 이름은 류성중이다. 세화는 류성중이 N도 의료보건시스템의 리더라는 것만 알고 그 외 나머지는 잘 몰랐다. “여보,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나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니까.” 동혁 역시 의아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혜진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모른 척하지 마. 이것도 다 너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세화야, 외삼촌이 그러는데 자기는 N도 이씨 가문의 부탁을 받고 밤새 H시에 와서 사람을 치료했다고 하더라고.” “네 외삼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라면 너도 동혁이가 몰래 뒤에다 얼마나 많은 일을 숨겼는지 몰랐을 거야.” 류혜진이 화를 내며 동혁을 가리켰다. “지난번에 이 놈이 도지사 어른께 선물을 보내 드렸었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이놈을 따라 했는데 그때 이씨 가문에 이천성이 붙잡혔어.” “이씨 가문이 하세량 시장에게 가서 이천성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글쎄 이놈이 시장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동혁이가 풀어주라고 해
동혁은 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지만 재빨리 현소 남매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해 보니 집안의 분위기가 좀 무거웠다. 세화의 막내 이모인 류혜연이 류혜진에게 무언가를 말하며 싱글벙글 웃다가 고개를 돌려 동혁과 현소 남매를 보고 일순간 표정이 굳었다. “아이고, 우리 현수, 잠깐 나갔다 온다더니, 왜 이래? 넘어진 거야? 아니면 누구한테 맞았어?” 류혜연이 달려들어 현수를 살폈다. 가까이 가자 현수의 양쪽 뺨이 모두 새빨갛고 입가에는 피가 묻은 것이 보였다. 몸에는 지저분한 발자국이 나 있었는데 밖에서 얻어맞았다면 가볍게 볼 수 일이 아니었다. “아이고, 이런, 우리 아들 어떻게 하면 좋아?” 류혜연은 현수를 껴안고 한바탕 울부짖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이 죽일 놈, 우리 현수가 너랑 같이 나가서 이렇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넌 매형이 되어서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어?” “이 쓸모없는 놈, 대체 생각이 있어?” “우리 현수에게 만일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다면 난 너하고 아주 끝장을 봤을 거야.” 동혁은 혼자 물을 따라 마시며 변명하기 귀찮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현수 매형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진작에 현수에게 매형인 내 말을 잘 들으라고 가르치던지?’ 사실 류혜연은 현수가 얼굴을 맞고 발로 차인 것을 보고 아무 이유 없이 동혁에게 화부터 낸 것이었다. 현소가 나서서 동혁을 대신해 변명했다. “엄마, 다짜고짜 형부에게 욕부터 하지 마요. 현수가 아는 그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래요?” “용비무술학교교장 아들인데, 아주 제멋대로 날뛰는 못된 놈이에요.” “강제로 절 추행한 것도 모자라, 현수가 화를 내니 그놈이 때렸다고요.” “오늘 밤 형부가 나서서 상대방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집에도 못 왔을걸요?”현소의 말에 류혜연과 류혜진은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동혁이가 정말 그 정도로 대단해?’ 그녀들은 믿을 수 없었다. 류혜진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청년도 일어나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가 반석 도련님이 말한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이지?” “흥, 감히 기습을 하고 내 뺨까지 때려?”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어. 그렇지 않으면 반석 도련님이 나와서 네놈을 죽일 거야.” 청년은 독기 가득하게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동혁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두말없이 다시 뺨을 날렸다. “짝!” 청년은 이번에 맞아서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짝! 짝!” 동혁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남녀를 막론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사람들의 뺨을 때려서 날렸고 맞은 사람들은 비명소리를 질렀다. “한 번만 더 앞을 막으면 이번엔 손바닥으로 때리지 않을 거야.” 동혁은 차갑게 한마디 하고 현소를 데리고 갔다. 현수가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매형, 오반석은요?” 현수는 방금 나오기 전 동혁이 왕범현을 시켜 오반석을 때리는 것을 보았다. 현수의 눈에 동혁은 이번에 큰일을 저질렀다. ‘어쨌든 그 오반석의 아버지는 리성투자회사의 부사장님이야. 분명 가만있지 않고 매형에게 미친 듯이 복수하려 할 거야.’ ‘그런데 잠깐, 매형이 이렇게 멀쩡히 걸어 나왔는데 오반석의 모습은 왜 보이지 않는 거지?’ ‘뭔가 이상한데?’ “그래, 반석 도련님 어디 계시지?” “도련님만 나오셔봐. 데릴사위 네놈을 죽여서 우리 복수를 해 주실 거야.” 뺨을 맞은 남녀들이 일어나며 뺨을 가린 채 원망스럽게 소리쳤다. “잠시 비켜주세요. 길 막지 마세요.” 바로 그때 연이은 고함소리와 함께 골드스타필드 입구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양쪽으로 갈라졌다.사람들이 보니 무술학교 학생 몇 명이 피투성이가 된 사람의 팔과 다리를 각각 잡아 들고 뛰쳐나와 길가에 던졌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은 고통으로 여전히 계속 비명을 질렀다. “뭐지? 이 목소리가 왜 도련님 같지?” 오반석의 불량스러운 남녀 친구들은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 “반석 도련님이 맞아.” “도련님, 괜찮으세요? 이건? 두
고통으로 기절할 것 같은 오반석을 보고 왕범현은 잠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와 동시에 다시는 남 앞에서 함부로 허세를 부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동혁 삼촌처럼 실력을 감추고 나서지 않는 사람을 또 만난다면 다음번에는 내가 오반석 같은 운이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어.’ “끌고 나가. 구급차 불러서 데려가라고 하고 리성투자회사에 이 사실을 알려주고.” 왕범현이 손짓을 하자 무술학교 학생들이 오반석을 들어 올렸다. 몸을 억지로 움직이자 오반석은 큰 고통에 다시 울부짖기 시작했다. 한편 동혁은 아무런 미련 없이 골드스타필드를 나섰다.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아까 전 용비무술학교에서 온 거의 1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클럽 안으로 들어왔을 때 손님들은 폭력사태라도 일어나 불똥이라도 튈까 봐 모두 겁에 질려 뛰쳐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무슨 일인지 궁금하며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서로 의견이 분분했다. 다행히 일은 2층에서 벌어져서 동혁이 나오는 모습을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동혁이 오늘 밤의 유혈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줄도 몰랐다. 동혁은 눈썰미 좋게 길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현소, 현수 남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둘 남매에게 문제 생겼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이 두 사람을 둘러싸 못 가게 막고 현소를 보며 웃고 있었다. 동혁이 나오기 전부터 서로 실랑이가 벌어졌던 듯 현수의 몸에는 이미 더러운 발자국이 나 있었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비켜요. 왜 우리를 막고 내 동생까지 때리는 건데요?” 현소는 날카롭게 소리치며 분노한 큰 눈으로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현소의 이런 반응은 상대에게 위압감보다는 귀엽다는 인상을 더 많이 줄 뿐이었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은 여전히 웃으며 그녀가 소리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네가 바로 그 현소지? 반석 도련님이 네 사진을 보여주며 오늘 밤 호텔로 데려간다고 자랑하던데?” “도
오반석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왕범현에게 맞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퍽!왕범현은 이어서 한 발로 오반석의 아랫배를 걷어찼고 독기 가득 욕을 퍼부었다. “우리 삼촌은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도 혼을 내주는 분이야. 하지만 네놈 아버지는 이씨 가문에서 기르는 그저 개 한 마리에 불과하지. 뭣도 아닌 주제에, 감히!” “자기 체면 좀 세우겠다고 이 개X식이 날 이용해?” 동혁은 아까 전 자신이 이천기를 혼내줬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 말을 기억했던 왕범현은 과감하게 오반석에게 손을 댔다. 어차피 문제가 생겨도 동혁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저함 없이 왕범현은 오반석을 붙잡아 또다시 발길질을 했다. 그는 동혁과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었는데 오반석의 지시로 인해 동혁의 손에 맞아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왕범현은 마음속에 있는 이런 모든 분노와 원한을 오반석에게 발산했다. 1분 후, 오반석은 만신창이가 되어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너, 너희들 두고 봐. 우리 아버지가 너희를 그냥 둘 거 같아? 이씨 가문에서도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엉망이 된 오반석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고 거만하게 소리쳤다. 동혁은 오반석의 오기에 감탄했다. 그는 일어나 다가와서는 웅크리고 앉아 오반석의 얼굴을 때리며 말했다. “네가 현소를 노리고 왕범현에게 충동질한 거 맞지?” “그래, 내가 그랬어. 그게 뭐가 어때서?” “이동혁, 잘 들어. 오늘 내가 이렇게 당했지만 다음에도 네놈이 운이 좋을까?” 오반석이 날카롭게 말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네놈에게 다음은 없을 거야.” “이제 네놈에게 허락된 시간이 3시간도 안 남았어. 지금이라도 빨리 천성 도련님을 N도로 돌려보내는 게 좋아. 안 그러면 이씨 가문이 네놈에게 엄청난 복수를 할 테니까. ” “물론 네놈이 무릎을 꿇고 내 신발을 핥으며 부탁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말 좀 해달라고 해줄 수도 있...” 짝!동혁은 오반석의 뺨을 때려 말을 끊고 일어나 왕범현에게 말했다. “이
현수린은 현소가 자신들을 용서할 줄 알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대답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흥분한 현수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현소, 이 가식덩어리 같은 년. 겉으로는 순진한 척하면서 속은 구렁이로 가득한 년이...” “짝!” 나선호가 따끔하게 현수린의 뺨을 내리치자 머리가 풀어헤쳐진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동혁은 배경문 등을 째려보고 차갑게 말했다. “그럼 내가 직접 때려줄까?” 짝!배경문 등이 흠칫 놀라 두 손을 번쩍 들어 스스로 좌우로 얼굴을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현수린은 나선호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맞았다. 잠시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뺨을 때리는 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곧 배경문 등의 얼굴은 부어 엉망이 되었다. “왕 사장,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약하지? 그렇다고 설마 죽인 건 아니지?” 그때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반석이 거들먹거리면서 2층으로 올라와 웃으며 다가왔다. 바로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왕범현과 한쪽에서 자신들의 뺨을 마구 때리고 있는 배경문 등을 발견했다. 계획대로라면 왕범현의 자리에 있어야 할 동혁이 지금 멀쩡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반석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2층의 모습은 그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동혁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오반석에게 조롱하듯 물었다. “도련님 오셨나? 근데 뭘 그리 놀라는 거지? 너무 예상밖이라서?” 잠시 멈칫했던 오반석이 반응했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동혁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이동혁, 네놈이 제법 실력이 있나 보네? 저렇게 왕 사장을 처리하다니.” “그래서 나보고 올라오라고 한 게 이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야?” “왜? 고작 별것도 아닌 인간 하나를 무릎 꿇렸다고 이 오반석이 놀랄 것 같아?” 깔보는 듯한 오반석의 말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왕범현이 순간 고개를 들어 분노의 눈빛으로 오반석을 노려
왕범현은 욕을 먹고는 당황하여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갑자기 그는 심한 고통에도 몸을 뒤척여 일어나 “풀썩” 소리와 함께 바닥에 유리 조각 더미 위에 무릎을 꿇었다. 바로 무릎에 여러 개의 상처가 났다. “윽.” 왕범현은 너무 아파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지만 온몸의 심한 통증을 계속 참으며 동혁에게 정중하게 고개 숙여 엎드렸다. “동혁 삼촌, 제가 잘못했어요. 저를 원하시는 만큼 때려주세요. 제가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제 성을 바꿀게요. ” 이 순간 왕범현은 동혁에게 완전히 굴복했다. 동혁은 의외라고 생각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아하니 너도 그리 미련한 놈은 아니구나.” “그래 좋아. 이제라도 잘못을 알았다면 무릎을 꿇고 있어.” “아, 그리고 참고로 뭐 좀 묻자.”나선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범현이가 겨우 목숨은 건진 것 같구나.’ 왕범현은 더 이상 동혁에게 반항할 마음이 없어서 얌전히 말했다. “삼촌,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물을 따라 천천히 마시며 물었다. “오반석이 너보고 나를 귀찮게 하라고 시켰어?” “맞아요. 그 개X식이 저를 속였어요. 이전에 삼촌이 자기에게 잘못했다면서...” 왕범현이 설명하려고 하자 동혁이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건방진 부자 도련님이 다른 사람을 괴롭혀 달라면서 뭐라 했을지는 뻔하지. 틀림없이 오반석, 그놈은 나를 만만한 데릴사위라고 하면서 왕범현에게 부탁했을 거야.’ 동혁이 나선호를 힐끗 쳐다보면서 지시했다. “사람을 시켜서 오반석을 데려오라고 해요.” “너, 다녀와.”나선호는 두말없이 학생 하나를 지목했다. 오반석을 기다리는 동안 동혁은 가만히 있지 않고 배경문, 현수린 등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그들은 마치 맹수에게 먹잇감으로 찍히는 듯한 공포를 느끼고는 절로 무릎을 꿇었다. “동혁 삼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아까까지 왕범현을 믿고 거들먹거리던 남녀가 지금은 일말의 도도한 표정도 없이 미친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