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현이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고 동혁은 그저 웃기만 했다. ‘만약 전신부의 장비 연구소를 봤다가는 놀라서 기절하겠군.’ 지금 수소야와 조국현은 의구심이 가득했다. ‘회장님이 우리를 왜 여기로 데려온 거지?’ “장 주임님, 연구하신 의학실험 정밀 기기의 품질은 어떤가요?” 동혁이 물었다. 과학자로서 자부심이 넘치는 장민혁은 동혁의 말을 듣자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선생님, 저희 연구소는 전군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품질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고, 국가급 연구소는 모두 저희 물건을 사용해야 할 겁니다.” 조국현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부러웠다. ‘항난그룹의 연구소에서도 이곳 장비를 사용한다면 너무 좋을 텐데.’ ‘그럼 의심할 여지없이 실험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조국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동혁은 그와 수소야를 가리키며 말했다. “항난그룹의 수 사장과 연구소 책임자인 조국현입니다.” “전 항난그룹과 협력하여 하나의 연구소를 만들어 항난그룹의 실험성과를 함께 공유했으면 합니다.” 동혁이 제안한 공유는 물론 일방적이기는 했다. 장비 연구소의 연구성과의 경우는 국가에 귀속되어 많은 부분이 기밀이며 외부에는 공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수소야와 조국현이 기뻐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과연 여기 장비 연구소에서 이걸 승낙할까?’ 뜻밖에도 장민혁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습니다. 저희는 일부 대학 연구소와도 이러한 협력을 하고 있으니까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대학 연구소들은 매우 높은 수준이 요구되었다. 반대로 지금 항난그룹의 연구소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했다.역시 이 일에도 동혁의 입김은 작용했다. 이때 동혁이 조국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조국현 씨의 과학 연구 수준은 매우 높아요. 그럼 항난그룹 연구소와 이곳이 협력하기로 했으니, 항난그룹의 연구소 책임자라면 이곳 연구소에서 특별 채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국현은 경악하며 고개를 들어 동혁을 쳐다보았지만 그 의도를 알 수
장윤정은 영상뿐만 아니라 음성메시지도 두 개 보냈다. “조국현, 쓸모없는 인간아! 자인이 그러던데? 항난그룹은 이미 N도경제연합회에 의해 봉쇄되었으니 실험 기기조차 살 생각을 하지 말라고.” “연구소 책임자로 간다고 허세를 부리더니, 하하하, 싸다, 싸!” 배경에는 잡다한 소리와 함께 허자인의 비웃음 소리도 섞여 있었다. 조국현은 감히 그 모습을 상상하기도 싫었다. “장윤정, 이 천한 년아. 지금 너무 좋아할 거 없어. N도경제연합회가 뭐 대수라고. 우리의 연구소 기기는 밤새 항난그룹으로 운반될 거야. 3대 가문의 것보다 더 고급으로 말이야.” 그는 카카오의 말하기 기능을 사용해 자신의 음성메시지를 녹음했다. 그러나 녹음이 끝나고 발송을 취소했다. ‘연구소가 다 준비되고 중요한 실험성과가 나오면 그때 그 X것들의 낯짝에 욕을 해줘도 충분하지.’ 동혁은 이 모든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국현 씨, 방금 녹음한 답장 그대로 보내요.” “회장님, 장윤정이 허자인과 함께 있으니 분명 3대 가문에게 그대로 전할 겁니다. 3대 가문이 또 사람을 보내 소란을 피울지도 모르죠.” 조국현이 말했다. 좀 더 멀리 보고 그는 메시지 발송을 취소한 것이었다. “괜찮아요. 보내라고 하면 그냥 보내요.”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조국현은 두말없이 장윤정에게 음성메시지로 답장을 했다. 곧 상대방에게서 전화가 왔다. 장윤정은 조국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조국현, 쓸모없는 인간주제에 지금 누구를 속여? 허자인이 항난그룹의 상황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해? 마이크로정밀공사가 아까 수소야에게 물건 발송하는 것을 거절했잖아.] [그럼 지금 어디서 실험기기를 다시 구할 수 있겠어?] [이 쓸모없는 인간, 나한테 복수하려고 거짓말까지 하다니, 정말 불쌍하다, 불쌍해!] 조국현은 냉소했다.그는 스스로 자신을 속이고 있는 장윤정에게 모른 척하며 동혁의 지시에 따라 말했다. “장윤정, 넌 내가 거짓말을 할 자격도 없어. 네가 믿거나 말거나 어차피 장비는 이미 오
H시물류그룹의 사장 나호연은 천씨 가문의 사위이다. 천우민은 그를 고모부라고 불렀다. 하지만 나호연은 조카인 천우민의 전화를 감히 조금도 소홀히 여길 수 없었다. 그는 즉시 천우민이 시키는 데로 그룹에 지시했다. H시물류그룹은 H시 전체의 물류업을 통제하고 있다. 그 때문에 나머지 크고 작은 물류회사들은 전혀 반항할 수 없었다. H시물류그룹이 명령을 내리는 그 순간 아랫사람들은 그저 순순히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곧 H시로 들어가는 주요 통로가 모두 통제되었다. H시로 들어오는 모든 운송 차량은 모두 멈추고 줄을 서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3대 가문의 얽히고설킨 H시에서의 관계가 이때 모두 드러났다. H시 시청 산하의 공공기관은 H시물류그룹의 이러한 불법 도로 통제를 눈감아 주었다. 심지어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까지 자진해서 도와주었다. 하세량은 H시의 명목상 시장일 뿐. H시의 진정한 시장은 사실 3대 가문이나 다름없다. 새벽 3시경. H시의 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대형 화물차들이 톨게이트 밖의 길가에 길게 늘어서있다. 자정 12시 이후부터였다.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대형 화물차마다 도로변으로 불러 세워 조사를 받았다. “화물함 문 열어.” “왜요? 당신들 공무원들도 아니잖아? 유니폼도 안 입고.” “더 이상 반항하면 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어.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열라면 열어.” 흉악한 얼굴에 거만함 가득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소리를 질렀다. 화물차 기사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재빨리 화물칸 문을 열었다. 깡패들은 손전등을 들고 깔깔거리며 화물칸으로 들어가 마음대로 몇 번씩 헤집으며 화물칸 안의 화물을 뒤졌다. 그러다 만약 좋은 물건을 발견하면 닥치는 대로 몇 가지 물건을 가져가기도 했다. 기사들은 화가 나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이 깡패 같은 젊은이들은 모두 판도정이라는 깡패의 부하들이다. 물류업이 막 H시에서 성장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판도정은 부하들과 함께 폭
판도정의 얼굴에 탐욕이 가득해졌다. 그는 이전에도 R시의 물류업에 손을 댈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한 번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실패하고 세력을 잃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기회가 생긴 거 같아 그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의 대형 화물차 수십 대를 망가뜨리면.’ ‘R시의 물류회사는 큰 손실을 입게 될 거고 망하지는 않아도 세력이 크게 상하겠지.’ “차 세워!” “당장 차 세우라고!” 판도정의 부하들이 이미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물차를 멈추어 세웠다. 이들의 소란으로 운송 화물차들의 행렬은 연이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차 안의 물건은 어디로 배달되는 거지?” 판도정의 부하가 사납게 운전기사를 끌어내렸다. “항난그룹!” “당장 문 열어.” “그러지.” 이상하게도 운전기사들은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행동했다. 반항은커녕 왜인지 묻지도 않고 재빠르게 문을 열었다. 판도정의 부하가 차 안으로 기어들어가더니 곧바로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 “형님, 모두 다 기기 설비인데요.” 한 대 한 대 검사해 보니 화물차 안에는 모두 연구소 건설에 필요한 기기들이었다. 그렇게 살펴보기 시작해 이제 몇 대의 화물차를 남겨두었을 때 판도정은 나호연의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 확인했습니다. 40여 대의 화물차가 모두 항난그룹에 납품할 기기를 싣고 있어요.” [잘했어.] 전화 맞은편 나호연은 만족해하며 크게 웃었다. [모두 그냥 끌고 가서 다 없애버려. 망할 항난그룹 이제 끝이겠군. 아 그리고 동영상 찍는 거 잊지 말고.] “예.” 판도영은 전화를 끊고 부하들을 데리고 마지막 남은 몇 대의 차로 다가갔다. “이 차들도 살펴봐.” 화물차 문이 열렸다. 판도영의 부하들은 손전등을 들고 재빠르게 올라탔다. “형님, 차 안에 사람이 있는데요?” 갑자기 부하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사람? 차에서 당장 꺼지라고 하면 되잖아! 빨리 차 안의 물건이나 없애버리고 집에 가서 잠이나 자자.” “아니, 그게, 형님, 직접 오셔서
대장의 명령으로 판도정과 그의 부하는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병사들은 이 화물차뿐만 아니라 나머지 다른 몇 대의 화물차 안에도 있었다. 명령을 받은 그들은 모두 차에서 뛰어내렸다. 다른 판도정의 몇 십 명의 부하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모두 체포되었다. 이 연구소 기기들을 호송하기 위해 H시 군부 장비 연구소에서 한 소대의 병사를 파견했다. 대장은 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고 드립니다. 톨게이트에서 군부의 물자를 노린 깡패들을 모두 일망타진했습니다.” [알겠습니다. H시 경찰로 넘겨 사건처리를 진행시키세요.] “예!” 곧이어 판도정 등은 팀을 이끌고 달려온 조동래에게 넘겨졌다. H시경찰서로 가는 길에 이미 완전히 놀란 판도정은 이 일의 배후가 나호연임을 순순히 자백했다. 30분 후. H시물류그룹의 사장인 나호연. H시 물류업을 오랫동안 지배해 오던 사람이 체포되었다. 한마디로 대어가 잡혔다. 그러자 그 밑의 작은 새우들도 꼼짝 할 수 없었다. 이 일을 눈 갚아주고, 고속도로 감시를 도왔던 공무원들도 모두 한 그물에 잡혀 체포됐다. 이렇게 H시물류그룹, H시 물류업에 기생해 살던 좀벌레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뿌리 뽑혔다. 반면에 나호연은 내연녀 집에 있다 비교적 조용히 체포되었다. 거기다 3대 가문 모두 오늘 밤 작전에는 아무 이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밤 3대 가문의 가주들은 염려 없이 달콤하게 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 일찍. 천정윤은 아침을 먹다가 생각난 김에 확인을 했는데, 나호연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일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재빨리 사람을 시켜 H시물류그룹과 항난그룹의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H시물류그룹에 간 사람들에게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러나 항난그룹 쪽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항난그룹의 연구소가 이미 밤새 준비되었습니다.]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어젯밤 새벽 4시가 넘어 40여 대의 대형 화물차 도착해 밤새 기기들을 하역
퍽! 천우민은 또다시 허자인의 얼굴을 발로 찼다. “너희들에게 기회를 줄 테니, 오전 내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국현이 가진 기술을 나에게 가져와!” ‘항난그룹에 연구소를 세웠으니, 조국현이 보유한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약품을 실험하는 게 틀림없어.’ 천우민은 항남그룹이 순조롭게 성장하는 것을 결코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 항난그룹. ‘N도경제연합회의 봉쇄 지시는 우리 회장님께서 해결하셨어.’ ‘거기에 하룻밤 사이에 연구실도 준비되었고.’ 항난그룹의 모든 직원들은 현 상황에 고무되어 의욕이 넘쳤다. 수소야는 밤새 바쁘게 일하다 마침내 좀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마이크로정밀공사 사람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어왔다. [수 사장님, 항난그룹에서 구입한 여기 기기들은 언제든지 발송할 수 있습니다. 그룹에서 언제쯤 사람을 보내 잔금을 치르실 건가요?] 전화가 연결되자 마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어제 대충 얼버무리며 거만하게 나왔던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수소야는 냉정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연구소는 이미 준비가 완료돼서요. 더 이상 기기가 필요하지 않을 거 같네요.” [네? 하룻밤 사이에 연구소를 다 준비했다고요?] 마현수는 놀란 눈으로 멍해졌다. 마이크로정밀공사는 방금 항난그룹에서 다른 경로로 연구소 기기를 구입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더 이상 항난그룹의 목을 졸라 압박을 가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제 다시 전화를 해, 협력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 몇백억에 달하는 거액의 주문인만큼 그들은 여전히 이 돈을 벌고 싶었고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N도경제연합회의 봉쇄 지시에 관해서는 자신들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항난그룹이 정말로 하룻밤 사이에 연구소를 다 준비했다고?’ ‘말도 안 돼!’ [수 사장님, 농담이시죠?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연구소를 만들었다는 건가요?] 마현수는 수소야의 말을 농담으로 생각하며 물었다. “그럼 믿든지 말든지 그쪽에서 알아서 하시고요.” 수
동혁은 방금 전 회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오는 길이었다. 어젯밤에도 그는 줄곧 항난그룹에 머물렀다. 그사이 세화가 동혁에게 전화를 걸어 왜 집에 안 오냐고 물었다. 동혁은 자신이 항난그룹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잠시 집에 돌아갈 수 없다고 대답했다. 세화는 그저 동혁이 이전 기자회견의 일로 항난그룹에 남아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정밀공사가 우리를 고소하겠다는데요?” 수소야는 화를 내며 방금 전의 통화내용을 다시 말했다. 듣고 난 동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심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분도 안 되어 마이크로정밀공사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수 사장님, 죄송합니다. 계약금 40억 원 제가 다시 돌려드릴게요. 그러면 되잖아요. 우리 다 사업하는 사람들인데 굳이 왜 이렇게 일을 극단적으로만 처리하시나요?] 전화로 울부짖는 마현수의 목소리를 듣고 수소야는 깜빡 놀랐다. “대체 왜 그러시는데요? 전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녀는 머릿속이 의아함으로 가득 찼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수 사장님,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항난그룹을 고소하겠다고 하자마자 바로 기업감사부에서 나와 저희 회사를 조사하고 있다고요. 분명 수 사장님께서 이렇게 하신 거잖아요.] 마현수는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수 사장님, 이렇게 큰 힘이 있으신 줄 몰랐어요. 제발 너그럽고 큰 아량을 베풀어서 한 번만 봐주세요.] 수소야는 무의식적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회장님의 방금 그 전화 때문이 틀림없어.’ “봐줄 거 없어요. 그 사람에게 전해요. 계약금 40억 원에 위약금을 한 푼도 빼지 말고 보내라고요.” 동혁은 가만히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약속을 쉽게 뒤집는 회사는 그냥 봐줄 수 없지.’ 곧바로 마이크로정밀공사는 240억을 항난그룹 계좌로 송금했다. 이렇게 기기 구입과 관련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때 조국현이 찾아왔다. “수 사장님
“귀가 먹었어? 여보라고 불렀잖아!” 장윤정은 동혁을 매섭게 쏘아보더니 다시 조국현을 쳐다보았다. “조국현, 역시 쓸모없는 인간, 자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니 회장님에게 너 대신 말해달라고 한 거냐?” “내가 말하는 거 잘 들어. 난 자인을 여보라고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린 남편과 아내가 해야 할 일도 모두 다 했어.” “맞지, 여보?” 그녀는 고개를 돌려 애교스럽게 허자인을 바라보았다. “우리 여보 말이 맞아.” 허자인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국현 네가 윤정이와 하지 않은 일도 어젯밤에 호텔에서 우린 했었지. 하하, 끝내줬어!” 조국현은 화가 나 주먹을 불끈 쥐었고 바로 달려들어 허자인의 희죽거리는 눈을 한대 쳐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꾹 참았다. 그는 허자인이 술수를 많이 부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상대방이 고의로 자신을 도발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지금 손을 쓰면 상대방에게 약점을 잡힐 수도 있어.’ “어젯밤에 같이 호텔에서 묵었어?” 동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윤정, 당신은 국현 씨와 아직 이혼하지 않았잖아요?” “그게 뭐 어때서? 회장이면 회장이지, 왜 저 쓸모없는 직원을 대신해 우리 일에 상관하는 건데?” 장윤정은 쳐다보지도 않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바로 어젯밤, 죽립로에 있는 그 메리어트 호텔, 우리 거기서 잤다. 왜?” “이혼 안 했으니 뭐? 내가 바람피웠다고 고발이라도 하게? 아니면 다른 남자와 불법 동거했다고 고발하려고?” “조국현, 네가 내게 버림받은 것이 세상에 알려져도 상관없다면 가서 고발해.”“설사 그런다고 내가 너를 무서워할 거 같아?” 장윤정은 아주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명성과 체면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만일 조국현이 일을 크게 벌이게 되면 결국 창피한 것은 분명 그가 될 것이다. “됐어,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빨리 본론부터 말하자고.” 허자인은 손을 내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조국현, 다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