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을 헐뜯는 정경래의 말을 듣고 진세화는 안색이 안 좋아졌다. 정경래는 뒤의 하트 모양의 장미들을 가리켰다. “이것 봐요. 이 9만 9천9백여 개의 장미는 제가 세화 씨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거예요. 자세히 보세요. 여기 당신의 이름도 볼 수 있어요!” 그가 말을 듣고 나니, 진세화는 실제로 약간 밝은 색의 장미꽃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글자로 쓰인 것을 보았다. 하지만 진세화의 마음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정경래의 이벤트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린 소녀들에게나 쓸 만했다. “경래 씨의 호의는 고맙지만 받아들일 수 없으니 그냥 가세요.” 진세화가 고개를 흔들며 거절하자 정경래의 안색이 더 나빠졌다. “약속해! 약속해! 약속해!” “사귀어라! 사귀어라! 사귀어라!” 바로 그때 구경꾼들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들은 진세화가 얼굴이 빨개져 계속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그녀가 수줍은 줄 착각하고 소리쳤다. 정경래는 이 모습을 보고 좋은 생각이 났다. “세화 씨, 보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와 만나라고 하는데, 아니면 대답하는 척이라도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얼마나 체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진세화가 대답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이를테면 그와 포옹하는 것 따위의 행동을 한다면. 정경래는 바로 이 일을 온 시에 널리 알리고 가짜를 사실로 만들 수 있었다. 이동혁이 만약 여자에게 버림받은 남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자발적으로 진세화와 이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세화는 갑자기 불길함을 느끼며 초조해졌다. 그녀는 정경래에게 승낙하고 싶지 않았고, 일류 가문 출신의 그에게 미움을 살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이동혁이 분명 자신을 도와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혁 씨, 데체 어디야?’ 진세화는 속으로 외쳤다. 윙!바로 그때 갑자기 흰색 아우디A4 한 대가 지하 차고 출구에서 나왔다. 그러더니 굉음을 내며 돌진해 왔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차바퀴는, 그 9만 9천9백9십9 송이의
저 A4는 그녀가 대학을 다닐 때 창업해서 스스로 번 돈으로 산 것이고, 그녀와 식구들이 진씨 가문에서 나온 후 사용하는 유일한 가족용 차였다. 이 차는 마치 한 가족과 같았다. 그래서 정경래의 말은 사실 그녀에 대한 모욕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A4로 향했다. 정경래는 의아해했다. “세화 씨, 제 차가 당신의 A4보다 못하나요?” 이동혁은 귀찮게 하는 이 파리 같은 놈에게서 진세화를 벗어나게 해 주려고 다가왔다. “제 아내가 왜 당신 차를 원하지 않는지 아십니까? 안전성이 부족하거든요.” 정경래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 이 차를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입니까? 제 4억 원짜리 차가 당신의 6천만 원짜리 차보다 안전하지 못하다니……” 쾅! 쾅하는 굉음이 정경래의 비아냥거림을 중단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동혁은 뜻밖에도 한 주먹에 마세라티의 엔진 커버를 부쉈다. 그 위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충격으로 마세라티의 차체 뒷부분이 위로 치켜 올랐다가 떨어졌다. 정경래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니,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안전성이 부족한 차라고 했잖아요, 자 보세요!” 정경래는 뺨을 두드리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귓가에서 이동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아니……” 정경래는 침을 삼키며 이미 놀라서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뺨을 두드리는 이동혁의 손바닥의 힘이 조금만 세도 자신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질까 봐 두려웠다. 이 사람의 탈을 쓴 거대 짐승! “괜히 환경미화원을 귀찮게 하지 마시고, 돈 많으니 청소 회사를 찾아서 여기 현장을 청소하세요. 아시겠죠?” 이동혁은 이 한 마디를 던지고 차에 올라 진세화와 훌쩍 떠났다. “동혁 씨,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진세화도 한참 동안 어안이 벙벙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이동혁이 싸움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알고 보니 오전에 진세화와 이동혁이 회사로 간 후 류혜진도 집을 나섰다. 엊그제 집들이를 하고 싶다며, 옛 이웃 친구들에게 밥 한 끼 사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오늘 그녀는 그 장소를 고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엠파이어 호텔은 가기 싫었다. 류혜진은 난정호텔이 더 고급스럽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갔고, 가서 물었더니, 가장 저렴한 것도 한 테이블당 백만 원을 달라고 했다. 그녀는 20 테이블을 준비하려 했는데, 이렇게 하면 2천만 원을 써야 했다. 그리고 이것은 자리를 위한 돈일뿐이다. 술값은 별도였다. 또 중장년층의 나이가 많으니 사람들을 불러 분위기를 띄우고 공연도 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4천만 원을 써야 한다. 류혜진은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이 아까워서 더 싼 곳을 찾아가려고 했다. 그러던 중 장소를 고르는 예전에 병원에서 근무하던 옛 동료 가족을 만났다. 그의 딸과 사위가 매우 능력이 있어서, 이 옛 동료의 생일잔치를 준비하려고 하는 것이다. 옛 동료는 예전에 류혜진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류혜진이 돈도 없으면서 허세 부리지 말라고 비아냥거렸다. 류혜진은 집에 돌아온 후 줄곧 기분이 좋지 않았다. 딸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어도 억지로 웃을 뿐이었다. “에이, 신경 쓰지 마 그냥 밥 먹자. 혼자 저러다 말겠지. 이미 익숙하잖니.” 진창하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휠체어에 앉아있는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세화 역시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녀는 수저를 놓고 일어나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왜 들어와? 잠자는데 방해하지 마!” 침대에서 뒤척이며 울분을 터뜨리던 류혜진은 딸 사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벌컥 화를 냈다. “엄마, 왜 화 내고 그래요. 엄마 딸 사위가 엄마 동료보다 훨씬 대단하다고요. 보세요. 저는 부사장이 되었고, 사위는 우리 새집에 몇십억 원의 가구를 마련했잖아요.” 진세화는 웃으며 그녀를 껴안았다. 류혜진은 놀리지 말라며 딸의 얼굴을 꼬집었다.진세화는 갑자기 은행 카드를 꺼내 그
진짜야? 설마? 류혜진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이동혁을 완전히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위 곁에는 항상 희한한 친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는 것을 그간의 일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진세화은 이동혁을 믿기로 했다. “그럼, 동혁 씨, 오후에 엄마와 난정호텔에 가서 자리를 예약해. 난 공사장에 다녀올게.” “알았어.” 이동혁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저택 밖으로 나와 두 명의 호아병단 병사를 불렀다. 어제 오후부터 이 중대의 병사들이 하늘 거울 저택 경호를 하고 있었다. 이동혁은 담배 두 개비를 건네주며 말했다. “내 아내가 외출할 때 뒤에서 따라다니며 보호해. 만약 일이 생기면, 처리할 수 있으면 처리하고, 처리할 수 없으면 내게 바로 전화하고.” 이동혁은 잠시 후 류혜진과 함께 호텔에 가서 자리를 예약해야 해서, 진세화를 직접 따라갈 수 없었다. 그녀 곁에서 보호할 사람이 없어서, 이동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임무를 호아병단의 병사들에게 맡겼다. 어제 그는 호아병단의 지휘관 심홍성부터 말단 병사까지 모두 정예 병력으로 용맹하고, 군사적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병사들이 일반적인 위험 상황을 처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 당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담배를 피울 수 없습니다. 이것이 규율입니다!” 두 병사 모두 이동혁에게 경례하고 이동혁이 주는 담배를 받지 않았다. 그들은 이동혁의 신원을 몰랐지만, 심홍성은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꼭 필요한 순간,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이동혁과 그 가족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좋아.” 이동혁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병사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이동혁은 저택으로 돌아와 진세화가 나와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한시도 낭비하기 싫어서 밥을 먹고 쉬지 않고 바로 낯선 향방 공사장으로 출발하려고 했다. 그녀가 저택을 떠난 후, 두
장계금은 전에 류혜진이 호텔 입구에 서서 주눅이 들어 감히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류혜진이 돈도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돌려 사위에게 말했다. “하영수야, 들어가서 예약금 내라. 이런 호텔도 못 들어가는 사람과 시간 낭비할 것 없다. 쯧쯧, 이 세상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네, 바로 가서 예약할게요.” 하영수는 류혜진과 이동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호텔로 들어갔다. “혜진아, 난 그럼 들어갈게.” 장계금도 우쭐거리며 뒤따라 들어갔다. 류혜진은 장계금의 괴상한 말과 태도에 눌려 급히 이동혁을 잡아당겼다. “사위, 우리도 들어가서 예악 하자. 4백만 원짜리 테이블로!” “좋아요.” 이동혁은 류혜진과 함께 호텔로 들어갔다. 장계금 가족은 이미 호텔 직원을 불렀다. 하영수가 말했다. “내일 사용하려고 오전에 봤었던 부귀홀로 예약하려고 하는데, 게시판을 보니 아직 예약 안 된 거 맞죠?” “네, 하 선생님, 내일 부귀홀은 아직 예약되지 않았습니다. 가격은 테이블당 2백만 원이고 술은 따로 계산됩니다.” 그러자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 “아 쓸데없는 설명은 필요 없고, 그냥 전부 카드로 결제할게요!” 하영수는 호기롭게 은행 카드를 내밀었고 직원은 서둘러 카드를 받아 결제했다. “하하, 우리 사위가 정말 능력이 있어. 2백 원짜리 테이블이 있는 홀을 결제하면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네!” 장계금은 기뻐하며 자신의 딸 소예은에게 말했다. “예은아, 엄마에게 좋은 사위를 두게 해 줘서 고마워. 흥, 혜진의 딸이 이렇게 좋은 사위를 찾을 수 있을까?” “엄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줌마 딸 몰라요? 그 딸이 찾은 남자는 이제 막 회복한 바보라고요. 이름이 이동혁이라고 했나? 이미 H시 사람은 다 알아요.”소예은은 어머니와 같은 성격으로 보였다. “돈은커녕 오히려 가족이 그를 먹여 살려야 해요. 하영수와 비교하기엔 너무 하찮아요.” “하, 그
이미 그들은 이동혁이 류혜진을 따라오는 것을 보았지만, 그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이동혁이 자신이 바로 산해홀을 예약한 이선생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장계금은 갑자기 콧방귀를 뀌었다. “혜진아, 이게 누구야? 설마 또 너처럼 돈 있는 것처럼 허세나 부리는 그런 사람은 아니겠지?” 방금 류혜진의 표정을 보니 이동혁이 산해홀을 예약한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장계금은 이동혁도 그 이 선생을 사칭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류혜진은 이동혁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반응했다. 그 이 선생은 내 사위 아니야? “내 사위 이야. 이동혁이라고 해!” 그녀는 이동혁을 잡아당긴 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장계금을 바라보았다. 흥, 네 사위 하영수가 뭔데? 고작 2백만 원짜리 테이블이 있는 부귀홀을 예약한 주제에? 어찌 우리 사위와 비교할 수 있겠어? 난정 호텔의 사장과 서로 알고 있고 사위에게 큰 신세를 졌는데. 4백만 원짜리 한 테이블에 있는 산해홀이 한 테이블에 백만 원으로 할인까지 됐다고. 이게 바로 인맥이라는 거야! “이동혁? 이동혁이라고……” 장계금 가족의 표정이 모두 이상해졌다. 그들은 방금 류혜진의 딸이 바보 남편을 찾았다는 소예은의 말을 들었다. “혜진아, 이 사람이 바로 미쳤다가 막 정신이 돌아온 그 사위 아니야? 그가 산해홀을 예약할 돈이 있다고 하면, 내가 믿을 수 있겠어?” 장계금이 웃었다. 류혜진의 안색이 약간 변했는데,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옛 동료인 장계금조차도 눈치챌 정도였다. 이때 하영수도 고개를 돌려 이동혁을 질투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사실 장모님 가족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진세화은 H시 기업계에서 유명한 미인이며 최근에 진성그룹의 부사장이 되었다고 들었다. 이렇게 재능과 용모를 겸비한 여자가 뜻밖에도 이동혁 같은 폐물과 결혼하다니, 정말 하늘이 놀랄만한 일이다! 그에 비해 자기 옆에 있는 소예은은 비록 외모는 미인의 자태가 있지만, 말이 신랄하고 성격이 까칠한, 무식한 여자이다.
“장 사장님!” 직원은 그중 선두에 선 중년 남자에게 재빨리 고개를 숙였는데, 이 사람이 난정호텔의 사장이었다. 장 사장은 인사를 무시하며 이동혁에게 달려가 허리를 굽혀 물었다. “이동혁선생님이십니까?” 헉! 직원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장계금 가족은 당황했다. 류혜진 역시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믿을 수 없었다. 난정호텔의 사장이 뜻밖에도 이동혁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다니! 이번에는 그들 모두 분명히 들었다. 상대방이 부른 것은 이동혁의 이름이었다. 그럼 그가 정말 산해홀을 예약한 그 이 선생이라고? “네. 접니다.” 이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장은 갑자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이런 거물이 자기 호텔에 예약을 하러 왔다가 바보 취급을 받고 쫓겨날 뻔했다! “이 선생님, 죄송합니다. 모두 저희 호텔 실수입니다. 실수한 직원에 대해서는 제가 나중에 조처하겠습니다.” 그 직원은 이 말을 듣자마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장계금 가족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이동혁이 테이블당 4백만 원짜리 산해홀을 예약했을 뿐만 아니라, 호텔 사장까지 그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대할 줄 생각도 못했다. 이것은 단지 약간의 돈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동혁은 말했다. “산해홀은 내일 쓸 건데, 공연 담당도 한 팀 필요합니다.” “저희 호텔이 책임지고 준비할 테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장 사장이 얼른 말했다. “어머니, 더 바라시는 거 있어요?” 이동혁이 류혜진을 보고 말할 때, 그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보았고, 순간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전에 그가 진세화를 보호하기 위해 보낸 병사들이 전화한 것이다.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다! “어머니, 세화한테 다녀와야겠어요. 무슨 필요한 게 있으시면 여기 장 사장님에게 준비해 달라고 하세요. 차로 따로 집으로 모셔다 드리라고 할게요.” 류혜진은 딸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말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가봐.” “무슨 일
이 소식은 방금 전화를 받으러 나갔던 정경래의 친구가 돌아와서 알려준 것인데, 이동혁과 장모가 여기 와서 홀을 예약하다 하마터면 쫓겨날 뻔했다는 것이었다. “네, 도련님. 이 선생이 내일 장모님을 위해 이곳에서 집들이를 합니다.” 장 사장은 정경래가 어떻게 이런 하찮은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지 좀 이상했다. “흥, 그 바보 같은 놈이 집들이를 할 돈이 있다고? 내가 너무 과소평가했나?” 정경래는 냉소했다. “이동혁은 장모님과 함께 돌아갔어?” “이 선생님은 전화를 받고 먼저 가셨고, 류 여사는 내일 집들이에 대한 세부 사항을 상의하기 위해 아직 여기 계십니다. 참, 그리고 저에게 다른 홀을 예약한 고객을 쫓아내라고 요청했습니다.” 장 사장은 그 앞에서 감히 어떤 일도 숨길 수 없었다. “내 손님을 쫓아낸다고? 자기 사위가 돈 좀 있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 하하, 그럼 사실을 알려드려야지? 누가 정말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 정경래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장 사장에게 지시했다. “내려가서 무슨 이유든 찾아서 경호원에게 류혜진을 쫓아내게 해!” “네?” 장 사장은 어리둥절했다. 정경래가 이런 요구를 할 줄은 몰랐다. 그는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도련님, 그건 좀 그렇습니다. 이 선생이 산해홀을 예약한 것은 거물급 인사가 부탁해서 그리한 것입니다.” 짝! 정경래는 직접 뺨을 때렸다. “무슨 나보다 더 거물급이 누구지? 넌 우리 정씨 가문 사람 아니었나?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다른 편에서는 류혜진이 장 사장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떼를 쓰며 직원들과 실랑이하고 있는 장계금 가족을 쫓아내고 있었다. 곧 그녀는 장 사장이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에게 막 말을 하려는데, 장 사장이 오히려 그녀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경호원, 저 여자를 내쫓아요!” 장계금은 깜짝 놀랐고, 그가 말하는 것이 자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곧 장 사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사람이 뜻밖에도 류혜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게
동혁은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을 보자 현수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하,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 도 있어요.” 현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 그분은 그냥 깡패가 아니에요. H시 전체에서도 적수를 몇 명 찾을 수 없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가면 얻어맞을 수 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거예요?” 현수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더욱 그 고수님의 실력을 보고 싶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현수는 이를 갈며 독기 가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수업을 받게 해 드리죠. 그러면 어른을 공경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예요.” 동혁은 여러 차례 현수의 아버지인 장영도를 벌주게 했고, 며칠 전 태백산장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로 삼았다. 그 일로 현수는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고 줄곧 그를 혼내주고 싶어 했다. 현소는 현수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현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형부를 함부로 대하면, 그때 가서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지 잘 봐.” 현수가 자기 스승을 고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현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의 실력을 믿었고 동생인 현수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다 고수처럼 보이겠지.’ “난 그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내가 아빠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게 뭐가 잘못됐어?” 현수가 중얼거렸다. “내가 며칠 열심히 수련해서 직접 천화를 흠씬 두들겨 팰 거야. 그리고서 그놈이 내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 거야.” 천화가 설전룡을 따라 무술을 익힌 후로 현수는 매번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천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스승을 모
천미는 이미 서진만이 직원을 시켜 수십억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일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런 큰 일을 강오그룹이 있는 직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화투자회사는 지금껏 천미에게 아무것도 보고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사장이고 이런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해고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장은 천미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해고할 수 도 없는 동혁이었다. ‘처음부터 일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숨기고 내게 보고조차 하지 않다니.’ 천미는 너무나 화가 났다. “심 사장님 오셨어요? 이 사장님께서는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송소빈이 말했다.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갔나요?” 천미의 말투가 좋지 않아 송소빈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간다고 하셨어요.” “이런!” 예쁜 천미의 얼굴이 분노로 순식간에 검붉게 변했다. “이런 놈에게 어떻게 회사를 맡겨서 경영을 해? 첫 출근 날부터 큰일이 생겼는데 개인일을 보러 나갔다고? 그러고도 회사 사장을 맡을 면목이 있어?” ... 동혁은 이미 회사를 떠나서 회사 내의 일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 바로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형부, 빨리 오셨네요.” 현소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혁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뛰어왔다. 동혁은 현소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동혁이 물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저도 몰라요. 현수가 저하고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현소가 앙증맞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그 녀석이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천화를 이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모예요.” “밖에서 대단한 스승을 만나 하루 종일 무술을 수련한다나?”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괜히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서 이상한 걸 잘못 배웠을까 봐요. 마침 현수의 그 스승이 저를 보고
“알겠어요. 아빠.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오반석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사무실에서 나가려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참, 아빠, 그 천용훈도 제 친한 형이에요. 일전에 이동혁과 부딪혔을 때 잘만됐어도 그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하 선생이라는 인간이 튀어나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거예요.” “나중에 형 소속사가 혜성그룹과 화해하려고 형을 쫓아냈는데 아빠가 절 봐서 형 좀 도와주세요.” 오한민은 이번 실패가 여간 달갑지 않았다. 아까부터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그 2조 자금을 자기 소유로 삼을지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오반석의 말을 들은 그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최근 한 연예기획사에 투자했는데 연예인이 부족하니 그 사람 보고 계약하라고 해.” ... 서진만을 감옥에 보내 동혁은 단번에 원화투자회사에서 자신의 최고 입지를 굳혔다. “송 이사, 직원들과 잘 살펴보고 투자할 만한 좋은 프로젝트를 알아봐요.” 사장실에서 동혁이 송소빈을 불러 분부했다. ‘투자회사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있는데 그냥 썩게 둘 수 없지.’ 동혁은 좋은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해 성과를 내서 나름 세화의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일부 회사 임원들이 와서 업무 보고를 했다. 동혁은 회사 업무의 방향성만 신경 쓰고 임원들이 보고하는 사소한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동혁이 임원에게 요구하는 건 간단했다. “제 밑에서 일하면서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전 당신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 볼 겁니다.” “둘째, 절대 서진만처럼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임원들을 가볍게 격려한 후 동혁은 그들을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그는 휴대폰 화면에서 뜻밖에도 현소의 이름을 보고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현소야, 무슨 일이야?” [형부, 저하고 함께 어디 좀 같이 가주시겠어요?]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현소의 부드럽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동혁의 마음에
전에 다른 H국 사람들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날뛰던 대니얼이 오한민에게 꾸중을 듣더니 뜻밖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정말로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가 골스 가문의 구성원이기는 했지만 가문의 핵심 구성원은 아니었다. 게다가 H국에 오기 전에 잘못을 저질러 가문에서 쫓겨나 Y국에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었다. 때문에 골스 가문 사람이라는 신분은 그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가 영사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스탠슨 같은 사람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건 사실 모두 오한민의 지원 덕분이었다. N도 이씨 가문의 돈세탁 조력자로서 오한민은 N도에서 상류층에 속했다. 그래서 H국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부사장님, 그 이동혁이 골스 재단을 무시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겁니다. 그러니 내게 시간을 줘요.” 대니얼은 오한민의 지원이 없다면 아무도 자신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오한민의 비위를 맞추며 약속했다. “나중에 얘기해요.” 오한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대니얼에게 계속 뭐라 하는 건 무의미해.’ 오한민은 가죽 소파에 다시 앉아 골치 아픈 표정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N도 이씨 가문은 오한민을 통해 동혁에게 3일 이내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경고했었다. 오한민은 원래 이 3일의 시간을 활용해 원화투자회사의 2조 자금을 손에 넣고 그것을 이씨 가문 몰래 챙기려고 했다. 그는 대니얼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금이 들어오면 해외에서 돌리다가 감쪽같이 자신의 해외 계좌로 입금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동혁도 붙잡아서 순순히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게 하려 했다.. ‘계획대로라면 모두 만족할 수 있었는데.’ ‘계획은 이제 물 건너갔고 이씨 가문에서 준 3일의 시간도 곧 끝나.’ 오한민은 자신이 동혁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걸 인정했다. ‘아무래도 이씨 가문에 뭔가 상황 설명을 해야 할
“이런 쳐 죽일 H국 인간 놈, 네놈이 감히 우리 골스 가문을 모욕하다니.” 대니얼은 동혁의 말에 완전히 격노하여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했다. “골스재단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Y국 10대 재단 중 하나야.” “2조의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거만 떨 수 있을 거 같아?” “네놈 같은 졸부는 우리 골스재단의 말단 직원보다도 못해.” 대니얼은 마치 꼬리를 밟힌 강아지처럼 동혁을 향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과민반응은 동혁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래 봤자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대니얼은 안색이 변하며 다시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혁은 더 이상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죠.” “당신 때문에 내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당장 내 회사에서 나가요.” 대니얼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H국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오늘까지 동혁에게 체면을 구기는 수모를 당한 게 두 번이었다. 대니얼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H국 인간 놈, 골스재단과의 계약은 서 이사님이 너희 회사를 대표해 우리와 협의한 거야. 그런데 지금 와서 너 때문에 번복된다면 재계에서 회사 신용이 영향을 받을까 두렵지 않나 보...” 짝! 대니얼이 뺨을 세게 한 대 맞았다. 그는 소리를 질렀고 뺨을 가린 채 동혁을 노려보았다. “개X식, 감히 나를 때려?” “뭐, 이게 처음도 아니잖아요.” 동혁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회사 신용,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나요?” ‘돈 있는 사람이 갑이야.’ ‘내가 2조의 자금을 쥐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가 있는 기업들에서 찾아와 내게 투자를 청할 수밖에 없지.’ ‘서진만처럼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하는 비굴한 무리는 어떻게 해도 결국 비굴하게 나올 수밖에 없어.’ 동혁은 달려오는 회사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참회는 감옥에 가서 천천히 하세요.” 동혁은 서진만을 발로 걷어차며 경찰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미 밝혀진 문제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저희 원화투자회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이런 인간쓰레기를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서진만은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 땅에 주저앉았고 눈에서는 생기를 잃었다. 그는 자신의 이번 인생이 이제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껏 자만한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사실 이번 일에 그가 구체적으로 개입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완전히 동혁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고 그래서 퇴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덕분에 동혁은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면서 쉽게 서진만을 잡아가게 할 수 있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서진만은 원통했지만 결국 수갑이 채워져 울면서 끌려갔다. ‘방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서 이사가 이 사장님께 완전히 제압당했어.’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연신 감탄하며 동혁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서진만 씨가 비운 자리는 송 실장에게 맡겨요. 이번 일을 잘 처리하려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서진만이 끌려가자마자 동혁은 인사이동을 발표했다. 일방적인 지시로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이사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몇몇 임원들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실망감이 가득했다. 송소빈이 이번 사건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다 보고 있었고 그녀가 서진만에게 농락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동혁은 빈 이사 자리에 송소빈을 앉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이것으로 회사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대신했다. 전에 동혁이 서진만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그들 중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동혁의 지시에 아무도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이번 일을 통해 동혁은 투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장악하게
서진만은 동혁이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취임 첫날임에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비서를 강제로 경찰에 넘긴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일을 모든 직원들이 다 지켜봤어.’ ‘중요한 순간에 자기 사람을 팔아먹는 상사를 누가 의지하려 하겠어?’ 동혁이 어떤 결정을 하든 이번에 서진만이 보기에 자신이 모두 이긴 것과 같았다. ‘이렇게 허세를 부리다간 결국 조만간 순순히 내게 무릎을 굻을 거야.’ “이번엔 내가 너무 성급했어.” 서진만은 가만히 생각하다 일어나 대니얼과 악수를 했다. “대니얼 씨, 그럼 제가 식사 대접 하겠습니다. H시에 있는 가장 전통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알고 있거든요.” “하하, 제가 또 스테이크를 아주 좋아합니다.” 대니얼은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동혁을 무시한 채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의자에 앉아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보지도 않고 말했다. “잠깐만요. 제가 가도 좋다고 했나요?” “왜요? 이 사장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서 밥을 얻어먹으려고 그러십니까?” 서진만이 고개를 돌려 냉소했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전 단지 서 이사님께 운이 좋으면 아마 10년이나 8년 후에야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려고요.” “이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죠? 사장님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제게 헛소리를 하는 건가요?” 화가 난 서진만의 얼굴이 붉어졌다. “타닥타닥...” 바로 그때 회의실 밖 복도에서 갑자기 어수선하고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문이 “쾅”하고 열리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서진만 씨가 누군가요?” 선두에 있는 대장이 물었다.서진만은 놀랐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저는 서진만인데요. 무슨 일이죠?” “당신이라고요?” 대장이 그를 보고 손뼉을 쳤다. “데려와!” “지명박 씨야.” “나영배 씨도 있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회의실 직원들 사이에서 놀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진만 씨, 이 사람들
서진만은 펜을 들고 동혁에게 다가가 계약서들을 밀면서 서명하라고 했다. 동혁이 서진만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사장입니까? 아니면 제가 사장입니까?” 이미 본색을 드러낸 이상 서진만도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저희 회사 사장님은 당연히 이 사장님이시죠. 그렇지 않다면 제가 왜 사장님께 서명하라고 하겠어요.” 서진만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 꼬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송 실장님의 뇌물 수수 혐의는 어떻게 할지 결정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에 신고해 일을 키울까요? 아니면 회사 내에서 적당히 사건을 마무리하고 사적으로 처리할까요?” 동혁도 앉아 다리를 꼬고 서진만을 바라보았다. “제가 보니 서 이사님이 회사의 일에 대해 결정 내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거 같네요. 그럼 한 수 가르쳐 주시죠. 제가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까요?” “허허.” 서진만이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건 일단 이 사장님이 여기에 서명하실지 안 하실지에 달려 있어요.” “만약 서명한다면 문제 처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서명을 안 한다면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의 진짜 주인인 심 사장님이 이 사장님 사모님의 친한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장을 이 사장님께 맡긴 거고요.” “만약 이 사장님이 취임 첫날에 회사에서 수십억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을 심 사장님께서 알기라도 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진만은 천천히 말하며 동혁을 압박했다. ‘이동혁, 이 쓸모없는 인간은 이번 일을 심 사장이나 진 회장이 알길 원하지 않겠지? 그러니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떻게든 숨기려고 할 거야.’ “그러게요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보고 싶군요.”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직원들에게 말했다. “누가 저 대신 경찰에 신고 좀 해 주세요.” 동혁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자 서진만은 조금 당황했다. 그가 동혁을 노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송 실장이 늑대 같은 놈들에게 간 것을 서 이사님이 잘 알고 계시다니? 이사님이 알고 있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동혁은 약간의 미소와 함께 서진만을 힐끗 쳐다보았다. 서진만은 동혁의 시선에서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느낌은? 또 저놈이 뭔가 할거 같은데?’ 서진만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냉소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미 서로 상대를 파악한 만큼 서진만은 뒤에서 꾸민 일들을 동혁이 알까 봐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제가 이렇게 말해도 믿질 않으니 할 수 없이 직접 보여드릴 수밖에 없을 거 같군요.”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건네주었다. “유 비서님, 제 휴대폰에 있는 이 동영상 좀 틀어주세요.” 두 눈을 부릅뜬 유연수가 소리쳤다. “당신이 뭔데요? 내가 당신이 시키면 해야 하나요?” “자기 비서도 하나 못 챙기는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당신은 자기 비서가 지금 발가벗겨져 겁탈당하고 있는 걸 모릅니까?” 짝! 동혁은 유연서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송 실장님이 오늘 다른 사람에게 겁탈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을 그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당신이 죽을 때까지 데리고 놀게 했을 테니까요.” 동혁이 가볍게 던진 말이 유연수를 뼛속까지 오싹하게 만들었다. 유연수는 자신의 뺨을 만지며 동혁을 한번 보더니 뜻밖에도 순순히 휴대폰을 대형 스크린에 연결해 영상을 재생했다. “지금 이게 또 무슨 허튼수작인가요? 좋아요, 한번 봅시다. 대체 뭘 가지고 이러는지.” 서진만은 비웃으며 대니얼과 함께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곧 그들은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이 선생님, 저는 쓰레기입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스탠슨이 화면에 나와 동혁의 발에 짓밟혀서 굴욕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저건?”서진만의 표정이 굳었다. 놀란 대니얼의 입이 주먹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서진만이 물었다. “대니얼 씨, 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