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이요?” 천미는 좀 의아했다. 당시 선도일은 H시 구치소에 가서 동혁을 죽이려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 손으로 돌아왔다. 그런 선도일을 보고 강오맹 모두가 이상하게 여겼다. ‘그럼 그때 이동혁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 거였어?’ 천미는 동혁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선도일의 신임을 얻었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하지만 선도일은 그 일에 관해 더 이상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럼 삼촌은 왜 절 여기로 데려온 거죠?” 천미는 어쩔 수 없지 화제를 바꾸었다. “이동혁이 내게 부탁했어.” 선도일은 여전히 간단명료하게 한 마디로 답했다. 천미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놀랐다. ‘강오그룹에서 오직 아버지 말만 따르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도일 삼촌이 왜 이동혁의 말을 들어 준거지?’ 천미는 이제 선도일의 성격을 잘 이해했다. ‘내가 의미 없는 질문을 해봤자 어차피 삼촌은 대답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삼촌, 이번에 R시에 가서 나천일이 아버지를 모해했다는 증거를 얻었는데...” “그것도 이동혁이 이미 알려줬어.” 선도일이 손을 들어 천미의 말을 끊었다. “가서 쉬어라.” “그리고 내일 형님 추모제가 망원각에서 거행되는데, 함께 참석할 거니 그리 알아.” 선도일은 말을 마치고 다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 천미는 여전히 의구심 가득한 얼굴을 한 채 돌아갔다. ‘도일 삼촌의 성격으로 볼 때 일단 나천일이 아버지를 죽인 내부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 가장 먼저 나천일을 죽이러 갈 텐데?’ ‘그러데 저렇게 침착하게 정자에 앉아 있다니!’ ‘삼촌이 아까부터 자꾸 이동혁을 언급했는데.’ ‘설마 이것 역시 이동혁이 시킨 건가?’ 천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동혁의 이미지는 너무 형편없었다.속임수를 써서 상대를 기만하는 것 외에는 다른 재주가 없었다. 천미는 이번에 장해조의 죽음을 동혁에게 누명을 씌운 일로 조금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전에 동혁은 방씨 가문을 평정했다. 그 일로 화란은 동혁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더 동혁을 미워했다. 거기에 이전의 원한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지금 동혁이 곧 죽는다고 하니 그녀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동혁, 네가 죽으면 세화는 곧 너를 잊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갈 거야.” “어제 집에 왔던 그 백천기라는 도련님 잘 알지?” “그 사람이 너보다 외모도 잘생겼고, 부자에다 가문도 너보다 더 좋아. 세화와 그 도련님이 맺어지면, 이미 귀신이 되어있을 넌 아무런 후회도 못할걸?” “하하하!”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큰소리로 웃었다. 동혁은 원래 이 사람들과 말을 섞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화란의 도발하는 말을 듣고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동혁은 발걸음을 돌려 태휘 남매에게 다가갔다. “이동혁, 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태휘는 갑자기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난 죽을 사람이니 너와 화란이 함께 내 소원 하나쯤은 들어주는 게 어때?” “무슨 소원?” 태휘 남매는 둘 다 어리둥절했다.. 짝! 짝! 동혁은 말없이 손바닥을 들어 휘둘렀다. 태휘와 화란, 둘 모두 맞고서 바닥에 쓰러졌다. “이게 내 소원이야.” 동혁은 손을 거두고 다시 돌아서 그 자리를 떠났다. 떠나는 동혁의 뒤로 태휘 남매는 목이 터져라 욕설을 퍼부었다. “이동혁! 죽여버릴 거야!” “아, 저 바보 놈을 천 갈래로 갈기갈기 찢어 버릴 거야!” 다른 진씨 가문 사람들도 함께 욕을 했다. 동혁이 하늘 거울 저택을 벗어나자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마다 저택을 떠났다. 이제 그들은 동혁이 도망갈까 봐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하늘 거울 저택만 아니면, 이동혁이 어디로 숨든 강오그룹은 저 바보를 찾을 수 있어.’ 저택을 나서자 동혁은 이미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설전룡을 발견했다. 설전룡은 여전히 매우 불량스럽게 보이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난 오늘 망원각에 가서 죽으려
망원각 입구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모두 조문객들이다. 그중에는 각지에서 온 암흑가의 거물들도 적지 않았다. 동혁은 군중 속에 섞여 함께 망원각으로 들어갔다. 장해조의 빈소는 1층 로비 중앙에 마련돼 있었다. 애도의 분위기가 가득한 곳에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가가 허리를 굽혀 절했다. 검은 정장에 가슴에 국화꽃을 단 나천일도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에게 맞춰 허리를 굽혀 절했다. 나천일의 겉 모양새는 확실히 뛰어나 남들 눈에 그는 아주 훌륭한 효자로만 보였다. 장해조가 죽은 후 지금까지. 나천일의 활약은 강오맹 내부의 많은 인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천일 형님, 이동혁이 왔습니다.” 바로 그때 한 부하가 나천일에게 다가와 낮은 소리로 보고했다. 손님에게 절을 하던 나천일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줄에 서있는 동혁을 발견하자 눈빛이 싸늘해졌다. 나천일은 앞에 있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동혁, 우리 아버지를 죽인 공범이 무슨 낯짝으로 고개를 들고 태연히 걸어 들어와?” 나천일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가뜩이나 고요한 빈소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두드려져 금세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동혁은 단숨에 사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모두가 동혁을 주시했다. 강오맹 사람들은 모두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초리로 동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각지에서 조문 온 암흑가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당장 나가! 그리고 다시 무릎을 꿇고 들어와 우리 아버지 빈소 앞에 공손하게 절해!” 나천일은 손을 뻗어 문밖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한 줄기 가시 같은 눈빛이 몸에 박혔지만 동혁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동혁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장 회장에게는 내가 무릎 꿇을 자격이 없어.” “네가 아주 건방지구나!” 말이 끝나자마자 홀에서 수십 차례의 호통과 비난이 터져 나왔다. “어디 이류 가문의 데릴사위에다 신분도 천한 놈이? 회장님이 키우는 개
나천일이 동혁을 직접 죽이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잘못하면 그 일로 계속 귀찮은 일이 생길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동혁이 자결하면 시 경찰서도 나를 귀찮게 할 수는 없겠지.’ “이동혁, 네 아내와 가족이 계속 어렵게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순순히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나천일은 냉소하며 동혁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동혁이 자살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발밑의 칼을 본 동혁은 허리를 굽혀 뽑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그 날카로운 칼날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좋아, 이따가 나천일, 네가 직접 이 칼로 자결하게 해 줄게.” 나천일은 동혁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바뀌며 미간에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네 놈이 내게 억지를 부려?’ “이동혁, 내가 여기까지 친절을 보였는데 굳이 더 큰 화를 자초하다니!” 나천일은 화가 나 이를 악물며 말했다. “좋아, 좋다고, 무릎 꿇기 싫다 이거지? 그럼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네 놈 머리를 눌러 강제로 무릎 꿇게 해 주마.” “얘들아!” 순간 강오맹의 고수 몇이 기세등등하게 걸어왔다. 모두 동혁을 상대하기 위해 나섰다. “이 고수들의 실력은 그룹의 그 쓸모없는 경비원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어.” 나천일이 말했다. 그는 동혁의 싸움 실력이 좋다는 것과 자신도 동혁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혁은 심지어 혼자의 힘으로 그룹의 수십 명의 경비원들을 물리쳤었다. 하지만. 지금 나천일이 부른 이 몇 사람은 그가 거금을 주고 초빙한 고수들이었다. 그러나 사실 오늘 망원각에 그들을 부른 것은 동혁을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천일이 냉소했다. “네 놈이 보는 눈이 있다면 순순히 나가서 무릎을 꿇고 다시 들어와! 내가 시키는 데로 자결하고 네 피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영혼을 위로해!” “나천일, 이 불충하고 불효한 놈. 양아버지를 죽인 짐승 주제에 감히 염치없는 말을 하다니!”
선도일의 말은 현장에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현우상을 참살했고, 겁에 질린 염동철은 그를 피해 황급히 도망했다. 지금 선도일의 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천미의 말보다 더 힘이 있었다. “도일 아저씨, 심천미에게 현혹되지 마세요.” 나천일은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여 말했다. “제 친아버지와 아저씨는 함께 양아버지를 도와 강오맹을 창립한 원로이시잖아요. 전 세 분을 보며 자랐고요.” “그런데 저 여자는?” 나천일은 천미를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오그룹에 합류한 지 불과 몇 년밖에 안 됐고, 아직도 그 출신이 불분명해요.” “그런 저 여자의 말이 믿으시겠어요? 아니면 제 말을 믿으시겠어요?” “모두들 생각이 있으시다면 제 말뜻이 무엇인지 아실 거라고 믿어요.” 그 자리에 있던 강오맹의 원로들은 나천일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천일에 비해 천미는 확실히 기본적으로 신뢰를 얻기에 부족했다. “그럼 지금 내 말이 틀렸다는 거야?” 선도일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천일을 노려보았다. 그 눈을 슬쩍 한 번 마주친 것만으로도 나천일은 온몸이 마치 얼음 저장고에 떨어진 것처럼 뻣뻣하게 굳는 느낌을 받았다. 나천일은 선도일이 이미 자신을 장해조를 죽인 범인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이 일을 만회할 여지가 전혀 없게 되었다. “나천일, 네 아버지인 현도의 얼굴을 봐서라도 네게 자결해서 사죄할 기회를 주마.” “하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을 거야.” 말을 하며 선도일은 장해조의 빈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천일을 둘러싼 고수들을 포함한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안중에 전혀 없었다. 빈소 앞에 선 그는 스스로 허리를 굽혀 맑은 물이 담긴 놋대야에 두 손을 넣어 씻었다. 그 모습에 겉으로 당황해 보이는 나천일의 눈빛에 갑자기 흥분이 스쳐 지나갔다. 왜냐하면 지금 선도일이 천기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선도일은 형님인 장해조를 매우 존경했다.요 며칠 동안 그는 망원각을 찾아올 때마다 직접 손을 씻고
천미의 말에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나천일에게 쏠렸다. 하지만 나천일은 이미 마음속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았다. 그는 냉소하며 말했다. “심천미, 네가 급하게 내게 누명을 씌우려고 하는 것을 모를 줄 알고?” “여기 모두가 똑똑히 보았어. 방금 네가 먼저 아저씨에게 달려갔잖아. 난 오히려 네게 묻고 싶은데? 네가 그렇게 급하게 달려간 건 증거를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시선이 다시 천미에게 향했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다들 오늘 현실의 마피아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도대체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그들은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 나천일의 심복인 운전기사 현성태가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형님, 백세종과 그가 데려온 사람들을 저희가 발견해 잘 주시하고 있습니다. 모두 홀 안에 있어요.” “마침 잘 됐어. 심천미이든, 백세종이든, 오늘 모두 죽여주겠어!” 나천일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모두 닥쳐!” 성난 목소리에 홀 전체가 즉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나천일은 갑자기 손을 뻗어 사람들 속의 백세종을 가리키고 시선은 천미에게 향한 채 말했다. “심천미, 넌 몰래 염동철의 부하를 데리고 추모제에 와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 삼촌을 살해하게 했어. 이러고도 무슨 변명할 말이 있어?” 천미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천일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향했다. “허허, 형님은 정말 머리가 좋군요. 형님이 강오맹을 온전히 손에 넣는다면 아마 오래지 않아 N도 암흑가의 모든 사람들이 형님의 눈치를 볼 겁니다.” 사람들 속에서 백세종은 웃으며 머리에 쓴 모자를 벗었다. 나천일이 백세종을 가리키며 천미와 한패라고 말한 것에 대해 백세종은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해명을 해봤자 어차피 아무도 믿지 않겠지.’ “백세종, 네 놈이 감히 장 회장님의 추모제에 들어오다니
도광 하종운. 검치 선도일. 도광과 검치. 바로 20년 전 N도의 암흑가를 뒤흔든 두 명의 고수였다. 한 명은 N도 암흑가에서 제일의 킬러. 다른 한 명은 제일의 행동 대원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이 두 사람은 은거하여 종적을 감췄다. 하지만 암흑가 안에서는 그 둘의 전설이 계속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도광 하종운을 강오그룹 원로가 알아보자 사람들 사이에서 큰 파문이 일었다. 모두의 시선이 이 무표정한 거한에게 쏠렸다. 몸집이 크고 얼굴에 바늘 같이 날카로운 수염이 있는 것이 마치 전설 속에 사대천왕처럼 보였다. 동시에 그 배드민턴 라켓 주머니에는 배드민턴 라켓이 아닌 넓은 날의 중도가 들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선도일은 단검을 늘 소지했다. 하종운 역시 자신의 몸에 꼭 맞는 무기인 중도를 늘 소지하고 다녔다. 무게가 수십 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물건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 자체가 이미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혹자는 말하길 중도에는 칼날이 없다고 했다. 칼날이 없으니 칼끝도 없다. 중도는 마치 하나의 쇳덩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종운이 단번에 강오맹의 고수를 날려버린 것을 본 사람들은 감히 이 중도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나천일, 선도일은 죽었어.” “하지만 우리 동철 형님에게는 도광 종운 형님이 있지. 이제 너희 강오그룹은 무엇으로 우리 동철 형님과 싸울 거지?” 쥐 죽은 듯이 조용한 홀 안에 거만하고 득의만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오그룹의 사람들과 천미의 안색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그리고 나천일 본인은 더 당황해 손 발까지 차가워졌다. “백세종, 네 놈이 감히 날 가지고 놀아?”나천일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흉하게 변했다. ‘백세종, 저 늙은이를 산 채로 씹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구나.’ 백세종은 측은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놈은 야박하고 은혜도 모르는 데다 마음이 독하고 수단이 잔인하기까지 하지. 하지만 너무 물러서 속이기가 편해.” 사람들은 마치 벙어리처럼 아
“진씨 가문의 저 바보 사위가 지금 뭐라는 거야?” “이 정신 나간 놈이 병이 또 도졌나? 설마 장 회장님이 살아서 자기를 구해 주기라도 할 줄 아는 거야?” 예상을 깬 동혁의 행동은 모두의 비웃음을 샀다. 모두 동혁이 이미 겁에 질려, 죽은 사람인 장해조에게까지 희망을 걸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들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인 동혁이 정신병원에서 나왔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혁이 어떤 행동을 해도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동혁아, 넌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천미도 동혁이 장해조에게 실례가 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이동혁, 그런 쓸데없는 기대는 하지 마. 장해조는 이미 죽었어. 완전히 죽었다고.” 백세종도 비웃었다. ‘우리 형님의 천기독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은 설사 화타가 살아온다 해도 살릴 수 없어.’ 동혁은 상대방이 뭐라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에워싸고 있던 강오그룹의 고수 중 한 명을 다짜고짜 붙잡아 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붙잡힌 고수는 놀라고 화가 났지만 동혁의 손에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혁은 그의 허리춤에 있는 편도를 빼서 손을 휘둘러 던졌다. 휙! 편도는 허공을 가르며 길을 따라 늘어선 많은 사람들 사이로 날아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 칼끝이 장해조의 시신이 담긴 관 뚜껑 틈에 박혔다. 순간 “쾅” 하는 굉음이 들렸다. 뜻밖에도 무거운 관 뚜껑이 바로 관에서 땅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 산산조각이 났다. 편도도 땅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롭게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좋은 편도가 이 거대한 충돌과 함께 소용돌이 모양으로 말려 고철 더미로 변했다. 백세종의 뒤에 무표정하게 있던 도광 하종운도 이 모습을 지켜봤다.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동혁을 바라보았는데 뜻밖에도 얼굴에 약간 놀랍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십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편도 한 자루로 봉인된 관을 부수다니.’ ‘힘도 힘이지만, 그것을 컨트롤하고 운용하는 것이 보통이 아니군.’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