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이 태휘가 말한 금강 형님인 거 같은데. 혹 내 아들이 뭔가 잘못해서 심기를 건드렸나?” 강진강은 둘러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무서운 얼굴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네 가문이 일부러 이 몸을 해치려고, 나를 부추겨 이동혁의 집을 처리하게 한 거지? 오늘 설대도독이 하늘 거울 저택 쪽을 제한 구역으로 지정했다. 우리가 쳐들어 갔더니 사람들이 호아병단 사람들을 불러와 거기서 죽을 뻔했어!” “아! 하늘 거울 저택이 제한 구역으로 변했나? 우리는 모르는 사실인데!” 진한영 가족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지금 당신네들을 속이는 걸로 보여? 여기 이 팔이 바로 하늘 거울 저택에서 부러진 거라고.” 강진강은 그들을 매섭게 바라보았다. “당장 40억 원의 치료비를 배상해!” 팔이 부러지면 40억 원의 병원비가 든다고? 왜 그냥 은행을 통째로 달라하지? “강금강, 우리 진씨 가문이 이미 네게 10억 원을 주었고, 당신은 하늘 거울 저택을 되찾겠다고 약속했어. 하지만 지금 집을 되찾지 못했지. 원래 약속을 어긴 당신이 우리에게 돈을 환불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우리에게 병원비를 물어달라 할 낯이 있냐고?” 진한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정말 네 눈엔 우리 진 가문이 만만하다고 생각해?” “맞아, H시 전체에서 당시네만큼 만만한 가문이 어디 있어? 그래서 이 몸이 손수 이렇게 온 거 아니야?” 강금강은 진화란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태휘와 저 여자를 잡아!” 한 무리의 부하들이 갑자기 호랑이처럼 달려들어 진태휘와 진화란을 잡았다. “이제 돈이냐 사람이냐 아니 진씨 가문이냐를 선택해.” 강금강은 흉악하게 말했다. “돈을 안 줘도 상관없어. 이놈 저년 몸을 팔아버리면 되니까. 그럼 언제 2천만 위안을 벌어서 돌려줄까나?” 진화란과 진태휘는 갑자기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지며 진한영에게 울부짖었다. “할아버지, 그냥 돈 주세요. 저는 이 더러운 남자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요!” “할아버지, 늙고 못생
하늘 거울 저택. 진세화는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 하지만 20억 원이라는 큰돈 때문에 거절해야 할지, 승낙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고 그녀는 이 일을 이동혁에게 말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두 사람은 진성그룹 대회의실에 도착했다. 진한영은 이미 임원진을 데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진한강 가족들도 참석해 있었다. “다들 모였군, 그럼 바로 시작하지, 난 진세화가 진성그룹의 부사장을 맡아 모든 일을 총괄하도록 임명하네.” 20억 원을 위해 진세화에게 직접 부사장을 맡겼는데, 진한영 자신의 목숨을 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행히 사장직을 진세화에게 주지 않아서 친한강 가족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만약 강직하고 정직한 진세화가 사장이 된다면, 이 좀벌레 같이 부패한 사람들은 앞으로 더 이상 좋은 날이란 없을 것이다. 보아하니 진 회장님은 진세화에 대해 매우 경계심이 많은 듯했다. 그녀에게 명분상이라도 그룹의 권력을 장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반면에 진세화는 이 중에서 가장 평온해 보였다. 그녀는 이미 이 정도는 예상했다. 그룹 사장의 허명은 필요 없었다. 어쨌든 진한영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 한마디로 언제든지 그녀를 해임할 수 있으니까. 진성 그룹을 장악해야 비로소 실질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때 진세화는 어제 이동혁이 준 은행카드를 꺼냈다. “할아버지, 이건 말씀하신 20억 원입니다.” 진한영이 카드를 받는 순간, 누군가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강금강이 부하들을 데리고 들어왔고, 진한영과 진한강 가족은 모두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제의 굴욕적인 장면이 또다시 생각났다. “진 회장님, 제 인건비와 의료비로 남은 200억 원 이제 주셔야죠?” 강금강은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당장 돈을 가져와,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진성 그룹이 어떻게 될지 몰라!” 진한연은 슬프고 분했지만, 어쩔 수 없이 부들부들 떨며 은행 카드를 상대방에게 내밀었다.20
언제부터였나? 이동혁이 진씨 가문에 돌아온 후부터였다. 그는 이동혁을 뼈에 사무치게 증오했다. 진세화는 진한영이 여전히 자신에게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어쩔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진태휘가 다가와 경고하듯 말했다. “진세화, 네가 그룹의 부사장이 됐다고 그룹이 네 것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 잊지 마! 진성 그룹의 임원들은 모두 우리 아버지가 직접 뽑은 직계야!” “맞아, 그리고 향방 공사장의 프로젝트 책임자 송대강은 성질이 별로 좋지 않아. 가서 조심해야 할 거야. 네 예쁜 얼굴이 망가지면 정말 좋지 않을 테니까!” 진화란도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향방주택은 이전에 진성그룹의 프로젝트였는데, 몇 년 동안 손실을 보고 진세화에게 떠넘겼다. 이동혁은 차갑게 말했다. “화란, 먼저 네 얼굴이 망가지면 좋을 거 같은데?” 진화란은 놀라서 바로 얼굴을 가렸다. “당신 마누라에게 좋은 마음으로 충고해 준 거야. 아직 뭐가 뭔지 모를 테니!” 온 가족이 떠났고, 더 이상 저 바보 같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저들과 말 섞을 필요 없어요.” 진세화는 차갑게 이야기하며 집에 가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혁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가는 김에 이 좋은 소식을 부모님께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혁 씨, 운전 좀 해줄래? 아래층에서 기다릴게.” 회의실을 나서자 진세화가 이동혁에게 말했다. 그녀는 사무실로 돌아가 필요한 자료를 가져오려 했다. 오후에는 회사에 오지 않고 바로 공사장으로 가야 했다. 이동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고에 가서 차를 빼 운전했다. 진세화가 자료를 가지고 혼자 계단을 내려오고 있을 때, 아주 긴 고급차 한대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 뒤에서 화물차 몇 대가 멈춰 섰다. 사람들이 차에서 신선한 장미 상자를 한 상자씩 옮겼고 곧 진성 그룹 입구에 거대한 하트 모양의 장미꽃밭이 만들어졌다.진세화는 그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와! 9만 9천9백9십9송이의 장미, 어느 부자가 고백을 하는 거
이동혁을 헐뜯는 정경래의 말을 듣고 진세화는 안색이 안 좋아졌다. 정경래는 뒤의 하트 모양의 장미들을 가리켰다. “이것 봐요. 이 9만 9천9백여 개의 장미는 제가 세화 씨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거예요. 자세히 보세요. 여기 당신의 이름도 볼 수 있어요!” 그가 말을 듣고 나니, 진세화는 실제로 약간 밝은 색의 장미꽃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글자로 쓰인 것을 보았다. 하지만 진세화의 마음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정경래의 이벤트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린 소녀들에게나 쓸 만했다. “경래 씨의 호의는 고맙지만 받아들일 수 없으니 그냥 가세요.” 진세화가 고개를 흔들며 거절하자 정경래의 안색이 더 나빠졌다. “약속해! 약속해! 약속해!” “사귀어라! 사귀어라! 사귀어라!” 바로 그때 구경꾼들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들은 진세화가 얼굴이 빨개져 계속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그녀가 수줍은 줄 착각하고 소리쳤다. 정경래는 이 모습을 보고 좋은 생각이 났다. “세화 씨, 보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와 만나라고 하는데, 아니면 대답하는 척이라도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얼마나 체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진세화가 대답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이를테면 그와 포옹하는 것 따위의 행동을 한다면. 정경래는 바로 이 일을 온 시에 널리 알리고 가짜를 사실로 만들 수 있었다. 이동혁이 만약 여자에게 버림받은 남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자발적으로 진세화와 이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세화는 갑자기 불길함을 느끼며 초조해졌다. 그녀는 정경래에게 승낙하고 싶지 않았고, 일류 가문 출신의 그에게 미움을 살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이동혁이 분명 자신을 도와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혁 씨, 데체 어디야?’ 진세화는 속으로 외쳤다. 윙!바로 그때 갑자기 흰색 아우디A4 한 대가 지하 차고 출구에서 나왔다. 그러더니 굉음을 내며 돌진해 왔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차바퀴는, 그 9만 9천9백9십9 송이의
저 A4는 그녀가 대학을 다닐 때 창업해서 스스로 번 돈으로 산 것이고, 그녀와 식구들이 진씨 가문에서 나온 후 사용하는 유일한 가족용 차였다. 이 차는 마치 한 가족과 같았다. 그래서 정경래의 말은 사실 그녀에 대한 모욕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A4로 향했다. 정경래는 의아해했다. “세화 씨, 제 차가 당신의 A4보다 못하나요?” 이동혁은 귀찮게 하는 이 파리 같은 놈에게서 진세화를 벗어나게 해 주려고 다가왔다. “제 아내가 왜 당신 차를 원하지 않는지 아십니까? 안전성이 부족하거든요.” 정경래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 이 차를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입니까? 제 4억 원짜리 차가 당신의 6천만 원짜리 차보다 안전하지 못하다니……” 쾅! 쾅하는 굉음이 정경래의 비아냥거림을 중단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동혁은 뜻밖에도 한 주먹에 마세라티의 엔진 커버를 부쉈다. 그 위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충격으로 마세라티의 차체 뒷부분이 위로 치켜 올랐다가 떨어졌다. 정경래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니,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안전성이 부족한 차라고 했잖아요, 자 보세요!” 정경래는 뺨을 두드리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귓가에서 이동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아니……” 정경래는 침을 삼키며 이미 놀라서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뺨을 두드리는 이동혁의 손바닥의 힘이 조금만 세도 자신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질까 봐 두려웠다. 이 사람의 탈을 쓴 거대 짐승! “괜히 환경미화원을 귀찮게 하지 마시고, 돈 많으니 청소 회사를 찾아서 여기 현장을 청소하세요. 아시겠죠?” 이동혁은 이 한 마디를 던지고 차에 올라 진세화와 훌쩍 떠났다. “동혁 씨,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진세화도 한참 동안 어안이 벙벙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이동혁이 싸움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알고 보니 오전에 진세화와 이동혁이 회사로 간 후 류혜진도 집을 나섰다. 엊그제 집들이를 하고 싶다며, 옛 이웃 친구들에게 밥 한 끼 사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오늘 그녀는 그 장소를 고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엠파이어 호텔은 가기 싫었다. 류혜진은 난정호텔이 더 고급스럽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갔고, 가서 물었더니, 가장 저렴한 것도 한 테이블당 백만 원을 달라고 했다. 그녀는 20 테이블을 준비하려 했는데, 이렇게 하면 2천만 원을 써야 했다. 그리고 이것은 자리를 위한 돈일뿐이다. 술값은 별도였다. 또 중장년층의 나이가 많으니 사람들을 불러 분위기를 띄우고 공연도 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4천만 원을 써야 한다. 류혜진은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이 아까워서 더 싼 곳을 찾아가려고 했다. 그러던 중 장소를 고르는 예전에 병원에서 근무하던 옛 동료 가족을 만났다. 그의 딸과 사위가 매우 능력이 있어서, 이 옛 동료의 생일잔치를 준비하려고 하는 것이다. 옛 동료는 예전에 류혜진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류혜진이 돈도 없으면서 허세 부리지 말라고 비아냥거렸다. 류혜진은 집에 돌아온 후 줄곧 기분이 좋지 않았다. 딸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어도 억지로 웃을 뿐이었다. “에이, 신경 쓰지 마 그냥 밥 먹자. 혼자 저러다 말겠지. 이미 익숙하잖니.” 진창하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휠체어에 앉아있는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세화 역시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녀는 수저를 놓고 일어나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왜 들어와? 잠자는데 방해하지 마!” 침대에서 뒤척이며 울분을 터뜨리던 류혜진은 딸 사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벌컥 화를 냈다. “엄마, 왜 화 내고 그래요. 엄마 딸 사위가 엄마 동료보다 훨씬 대단하다고요. 보세요. 저는 부사장이 되었고, 사위는 우리 새집에 몇십억 원의 가구를 마련했잖아요.” 진세화는 웃으며 그녀를 껴안았다. 류혜진은 놀리지 말라며 딸의 얼굴을 꼬집었다.진세화는 갑자기 은행 카드를 꺼내 그
진짜야? 설마? 류혜진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이동혁을 완전히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위 곁에는 항상 희한한 친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는 것을 그간의 일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진세화은 이동혁을 믿기로 했다. “그럼, 동혁 씨, 오후에 엄마와 난정호텔에 가서 자리를 예약해. 난 공사장에 다녀올게.” “알았어.” 이동혁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저택 밖으로 나와 두 명의 호아병단 병사를 불렀다. 어제 오후부터 이 중대의 병사들이 하늘 거울 저택 경호를 하고 있었다. 이동혁은 담배 두 개비를 건네주며 말했다. “내 아내가 외출할 때 뒤에서 따라다니며 보호해. 만약 일이 생기면, 처리할 수 있으면 처리하고, 처리할 수 없으면 내게 바로 전화하고.” 이동혁은 잠시 후 류혜진과 함께 호텔에 가서 자리를 예약해야 해서, 진세화를 직접 따라갈 수 없었다. 그녀 곁에서 보호할 사람이 없어서, 이동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임무를 호아병단의 병사들에게 맡겼다. 어제 그는 호아병단의 지휘관 심홍성부터 말단 병사까지 모두 정예 병력으로 용맹하고, 군사적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병사들이 일반적인 위험 상황을 처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 당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담배를 피울 수 없습니다. 이것이 규율입니다!” 두 병사 모두 이동혁에게 경례하고 이동혁이 주는 담배를 받지 않았다. 그들은 이동혁의 신원을 몰랐지만, 심홍성은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꼭 필요한 순간,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이동혁과 그 가족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좋아.” 이동혁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병사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이동혁은 저택으로 돌아와 진세화가 나와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한시도 낭비하기 싫어서 밥을 먹고 쉬지 않고 바로 낯선 향방 공사장으로 출발하려고 했다. 그녀가 저택을 떠난 후, 두
장계금은 전에 류혜진이 호텔 입구에 서서 주눅이 들어 감히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류혜진이 돈도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돌려 사위에게 말했다. “하영수야, 들어가서 예약금 내라. 이런 호텔도 못 들어가는 사람과 시간 낭비할 것 없다. 쯧쯧, 이 세상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네, 바로 가서 예약할게요.” 하영수는 류혜진과 이동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호텔로 들어갔다. “혜진아, 난 그럼 들어갈게.” 장계금도 우쭐거리며 뒤따라 들어갔다. 류혜진은 장계금의 괴상한 말과 태도에 눌려 급히 이동혁을 잡아당겼다. “사위, 우리도 들어가서 예악 하자. 4백만 원짜리 테이블로!” “좋아요.” 이동혁은 류혜진과 함께 호텔로 들어갔다. 장계금 가족은 이미 호텔 직원을 불렀다. 하영수가 말했다. “내일 사용하려고 오전에 봤었던 부귀홀로 예약하려고 하는데, 게시판을 보니 아직 예약 안 된 거 맞죠?” “네, 하 선생님, 내일 부귀홀은 아직 예약되지 않았습니다. 가격은 테이블당 2백만 원이고 술은 따로 계산됩니다.” 그러자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 “아 쓸데없는 설명은 필요 없고, 그냥 전부 카드로 결제할게요!” 하영수는 호기롭게 은행 카드를 내밀었고 직원은 서둘러 카드를 받아 결제했다. “하하, 우리 사위가 정말 능력이 있어. 2백 원짜리 테이블이 있는 홀을 결제하면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네!” 장계금은 기뻐하며 자신의 딸 소예은에게 말했다. “예은아, 엄마에게 좋은 사위를 두게 해 줘서 고마워. 흥, 혜진의 딸이 이렇게 좋은 사위를 찾을 수 있을까?” “엄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줌마 딸 몰라요? 그 딸이 찾은 남자는 이제 막 회복한 바보라고요. 이름이 이동혁이라고 했나? 이미 H시 사람은 다 알아요.”소예은은 어머니와 같은 성격으로 보였다. “돈은커녕 오히려 가족이 그를 먹여 살려야 해요. 하영수와 비교하기엔 너무 하찮아요.” “하, 그
“형부, 안녕하세요.” “매형, 안녕하세요.” 주현영 등은 모두 현소를 따라 동혁을 형부나 매형이라고 불렀는데 태도가 아주 자유분방하면서 건성이었다. 심지어 이상한 눈빛으로 동혁을 훑어보기도 했다. 전에 현소이가 막 H시에 왔을 때 이들은 현소가 데릴사위인 자기의 형부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이후 몇 차례 연락을 하면서 동혁에 대한 현소의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는 걸 알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처음 동혁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동혁을 좀 얕잡아 봤다. 서진솔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형부가 운전기사로 오셨나 봐요. 감사해요. 잘 좀 부탁할게요.” “매형, 차비와 유류비는 저희가 내겠습니다.” 남학생인 하지성이 말했다. ‘저 사람이 그 데릴사위지? 현소의 사촌 언니 집에서 무시를 당하며 산다고 하던데? 장모님은 툭하면 욕설을 퍼붓고 말이야.’ 예전에 주현영은 현소와 영상 통화를 할 때 뒤쪽에서 갑자기 류혜진이 동혁을 집에서 놀고먹는다며 쫓아내겠다고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 주현영은 이 일을 친구들에게 말했고 온라인에서 크게 떠들썩했었다. 친구들의 결론은 하나였다. 데릴사위는 정말 비참하다. 하지성이 동혁에게 차비와 기름값을 지불하겠다고 한 것에 악의는 전혀 없었다. 그는 단지 동혁을 동정했고, 그건 다른 세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게 동혁에게는 더 상처였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보다 동정하는 게 더 큰 상처일 때가 있다. 동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희들은 모두 현소의 좋은 친구들이면서 내 동생 같은 얘들인데 어떻게 너희에게 돈을 받아?” 이 말에 주현영 등은 동혁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꼈다. 하지성이 말했다. “태백산에 72번 길이 아주 험하다고 들었어요. 피곤하실 텐데 거기다 저희 때문에 일도 못하시잖아요. 그러니 비용은 저희가 부담해야죠.” 나머지 셋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정말 괜찮다니까.”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운전하는 것도
장영도는 잠시 화를 참기로 하고 얌전히 차를 몰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때 세화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동혁과 현소가 짐을 싸서 외출하려는 것을 보고 그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동혁 씨, 현소하고 어디 가?” “현소의 친구들 몇 명이 왔는데 나보고 태백산에 같이 놀러 가자고 해서.” 동혁은 아이들 몇 명과 노는 것에 흥미가 없었고 그래서 세화를 초대했다. “여보도 같이 가자. 우리 지난번에 그곳에서 지낼 때 못다 한 일도 있잖아.” 동혁이 윙크를 하며 말하자 세화의 예쁜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지난번에 세화는 태백산장에 갔을 때 화란이 약을 먹여서 밤새도록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 서둘러 태백산을 내려왔다. 세화는 비록 하룻밤 동혁과 호텔에서 묵은 적은 있었지만 항상 태백산장 같은 분위기 있는 곳이 그리웠다. “난 못 가.” 세화는 동혁을 노려보더니 둘만 알아듣게 조용히 말했다. “밤에 푹 쉬어야 해. 내일 중요한 파트너와 회의가 있거든.” “할 수 없지.” 동혁은 쑥스러운 듯 코를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에 그는 세화와 호텔에 묵었었다. 그는 계속 참아오다 드디어 기회를 만나 세화와 한밤중까지 침대에서 불타는 밤을 보냈다. 그 결과 다음날 세화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동혁은 세화가 그일 때문에 자신과 태백산에 가기 싫어하는 거 같아서 조금 머쓱해졌다. 세화가 말했다. “잘됐어. 마침 중요한 협력업체가 오늘 밤 태백산장에 묵을 예정이니 동혁 씨가 신경 좀 써줘.” “알았어. 그쪽 대표가 누구야?” 동혁은 놀면서 세화의 일을 도울 수 있었기에 매우 행복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화가 대답했다. “천용훈이라는 인플루언서야. 이번에 태백산장 홍보대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어. 그러니 당연히 그전에 태백산장이 어떤지 알아야 하잖아.” 예전 태백산장은 3대 가문의 손에 있을 때는 무관심으로 거의 황폐화에 가까웠었다. 각종 부대시설이 부족해 오는 손님 또한 턱없이 적었다. 세화와 최원우를 돕는 전문
“운전 경력이 수십 년 된 베테랑 운전기사라고?” 류혜연은 얼떨떨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집안에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디 밖에서 기사라도 불렀나?’ 류혜연은 뭔가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렇구만. 이 집에서 우리 가족이 지내니까, 돈이 아까워 내게 생활비를 달라고 하던 사람이, 지금은 돈 낭비를 해서 대리운전기사를 불렀어?” 류혜연이 생각하기에 동혁은 자기 체면을 차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차라리 돈을 주고 대리운전기사를 부를지언정 딸의 운전기사 노릇은 하고 싶지 않다는 거잖아.’ “대리운전기사요? 뭐, 이모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거 같기도 하네요.” 동혁은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었다. 류혜연이 또다시 류혜진에게 고자질했다. “언니, 잘난 사위 좀 봐. 자기도 생활비는 안 내면서 체면 좀 세우겠다고 돈을 헤프게 쓰네.” 류혜연은 동혁에게 화가 너무 났다. 그녀는 오늘 동혁에게 현소의 운전기사를 꼭 시키겠다고 결심했다. “동혁아, 빨리 대리기사 부른 거 취소해.” 류혜진이 동혁을 꼬집었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돈은 안 썼어요. 이 대리운전기사는 돈이 필요 없거든요.” “돈이 필요 없다고? 지금 누굴 속이려고 그래?” 류혜연은 투덜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문 앞에서 헐떡이며 뛰어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여보, 집에는 또 왜 왔어? 오늘 근무하는 날이잖아. 또 괜히 사법부 사람들에게 붙잡혀 가서 반성문을 쓰려고 그래?”바로 세화의 이모부인 장영도였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했고 땀을 닦으면서 숨을 헐떡였다. “내가 사법부의 그 개X식들에게 붙잡혀서 이틀 동안 운전병으로 일하는 징계를 받았어. 그런데 갑자기 나보고 여기로 와서 VIP를 태백산까지 차로 모셔다 드리라고 하는 거야.” “그런데 VIP는? 우리 집에 오셨어?” “VIP라고? 우리 집에 VIP는 안 왔는데?” 류혜연이 류혜진 등에게 물어보니 그런 사실이
“싫은데요.” 동혁은 류혜연의 태도를 보고 너무 기가 막혔다. ‘우리 집에 눌러사는 손님이면서 뭐 이리 당당하지?’ ‘이리저리 내 트집이나 잡고, 마치 내가 무슨 자기 하인인 줄 알아?’ “동혁이, 너 그게 무슨 태도야?” 그러자 류혜연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아직 투자회사 사장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위세 부리는 거야?” “능력이 없으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세화의 절친이 아니었다면 넌 여전히 항난그룹에서 운전기사로 일했을 거야.” 동혁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한마디만 말했는데 류혜연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아냥거렸다. 동혁이 류혜연을 보고 말했다. “이모님, 항난그룹에서 운전을 하면 월급이라도 있죠. 가족들에게 운전을 해준다고 저에게 무슨 이득이 있죠?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죄송해요.” 동혁은 자신이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람의 선입견은 무서운 법이다. ‘어차피 내가 말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류혜연은 화가 나서 표정을 찡그리며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그럼 동혁이, 너 지금 가족을 위해 운전을 해줄 때에도 돈을 달라는 거야? 아주 돈귀신이 들었구나!” “친형제라도 계산은 분명히 해야죠. 이모님 가족들이 우리 집에 살면서 집세는 말할 것도 없고, 전기, 가스, 식비도 내지 않잖아요.” 동혁은 류혜연이 어떻게 생각하던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류혜연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발을 구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언니, 언니가 아주 훌륭한 사위를 뒀네. 우리한테 전기, 가스 값을 달래. 좀 있으면 우리를 쫓아내겠어!” 류혜진은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동혁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너 아주 간이 부었구나? 네가 집에서 놀고먹을 때 내가 언제 너한테 돈 달라고 한 적 있어? 감히 내 여동생 가족에게 생활비를 요구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너 아주 길바닥에 쫓겨나봐야 정신을 차릴래?” 류혜진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붓자 류혜연은 득의양양하게 팔
리성투자회사. 부사장실. 정장 차림의 오한민이 가죽 소파에 앉아 고급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오반석이 들어왔다. 오반석은 20대 초반으로 얼굴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아버지,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에게 왜 사흘이나 주셨어요?” 오반석이 오한민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아 고급 담배를 뽑아 물자 오한민의 여비서가 알아서 다가와 불을 붙여주었다. “제가 보기엔 하루면 충분해요. 제가 직접 몇 사람 데리고 가서 조금 겁만 줘도 될걸요? 불복하면 면전에서 그놈의 아내를 좀 괴롭혀주면 저항을 포기하겠죠.” 오한민이 말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괜히 일 키우지 마.” “제가 틀렸어요?” 오반석이 다시 말했다. “이씨 가문에서 사흘의 시간을 허락했어요. 그럼 우리는 이씨 가문을 도와 되도록 일을 빨리 끝내는 게 좋잖아요.” 오반석이 철이 들 때부터 오한민은 이씨 가문의 일을 했다. 그 덕분에 오반석은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이천성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심부름을 해왔다. “네놈이 뭘 아는데?” 오한민은 오반석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씨 가문이 준 사흘을 활용해서 이참에 해야 할 일이 있어. 만약 이천성이 지금 풀려난다면 그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단 말이야.” 대화 도중 오한민은 바로 조금 전에 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소식이 생각났다. 동혁이 곧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을 맡게 된다는 것이었다. 오한민은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원화투자회사를 손에 넣을 필요성을 느꼈다. “아버지, 천성 도련님이 구치소에서 화장실 바닥을 닦고 있어요. 빨리 꺼내주지 않고 뭐 하려고요?”오반석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맙소사, 설마 아버지 이씨 가문을 떠나 독립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오반석의 눈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아버지가 원래 이렇게 배짱이 있었나?’ “아버지, 미쳤어요?” 오한민은 오반석을 노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씨 가문을 위해 난 오랫동안 많은 일을 했어.
“하지만 외부에서는 곽 도지사가 지금 하세량을 매우 아껴서 앞으로 위로 올라갈 수 있게 고급 연수기회를 줬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하 시장의 기세가 아주 강해서 지금 우리가 그에게 보복하려 한다면 그건 도지사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도 있어. 방법이 너무 없군.” 이씨 가문 본가 거실, 이연이 골치 아픈 듯이 말했다. ‘이씨 가문의 사람의 영향력으로 하동해가 시장이 되었고 하마터면 하세량을 죽일 뻔까지 했어.’ ‘그러니 지금 그의 복수는 명분이 있어.’ ‘게다가 천성이가 도지사에게 선물을 준 것도 사실인 데다 바로 현행범으로 잡혔으니 더더욱 문제고.’ “형님,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하세량이 이동혁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지 않았습니까? 그럼 이동혁, 그 개X식에게 직접 구치소에 가서 천성이를 풀어주라고 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하 시장이 천성이를 놓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심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 하 시장을 어찌할 수 없다면, 이동혁을 이용하면 되는 거야.” 이연은 웃으며 노현식을 바라보았다. “오 이사를 시켜서 이동혁에게 말을 전하라고 해. 3일의 시간을 줄 테니 직접 가서 천성이를 데려와 공손히 이씨 가문으로 돌려보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거라고 말이야.” 오한민은 리성투자회사의 최고 경영자로 부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이씨 가문을 위해 다년간 일하며 이연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오한민은 N도 재계에서 아주 유명한 투자자이다. 리성투자회사는 이천기, 이천성 형제가 차례로 사장을 맡았지만 이들은 계약서에 사인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투자회사의 다른 구체적인 업무는 모두 우한민이 책임지고 있었다. “천성이를 이씨 가문으로 돌려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천성이가 도지사에게 선물을 준 것도 모두 이동혁 때문이니 그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이심이 한마디 꺼냈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천성이 지금 겪는 나쁜 일들을 모두 동혁의 탓으로 돌렸다.그러자 이연 역시 분노하며 맞장구를 쳤다.
쾅! 이연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더니 벌떡 일어섰다. “우리 이씨 가문이 H시를 떠난 지 고작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누가 감히 나 이연의 아들을 쳐? 아주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그의 두 눈은 분노의 불길을 뿜어내고 있었고 말투는 아주 살벌했다. 노현식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회장님, 천성 도련님이 맞았을 뿐 아니라 또...” “그리고 또?” 분노한 이연의 표정이 서릿발처럼 차가워졌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걸레로 화장실을 닦게 했답니다. 바닥에 오줌 한 방울 떨어진 것 없이 반질반질하게 닦으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울면서 바닥을 닦았고 식사도 안 드셨습니다.” 이천성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랐다. 금지옥엽이라 한 번도 고생을 한 적이 없었다. 이연은 자신의 막내아들이 구치소에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 “회장님, 부디 천성 도련님을 꼭 구해시고 복수를 해주셔야 합니다.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우리 이씨 가문 전체의 명예가 손상됩니다.” 노현식은 눈시울을 붉히고 이를 갈며 말했다. 그는 이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한 이연의 심복으로 밖에서도 각종 거물들의 아첨을 받았다. 그래서 만약 이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이 된다면 그 역시 함께 체면을 구기게 되어 있었다. 이연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심아, 당장 하세량한테 전화해서 오늘 밤 당장 천성이를 돌려보내라고 해라. 구치소에 있는 그 깡패 놈들도 처리하고.” 이심은 두말없이 즉시 전화를 하러 나갔다. 그는 이천성이 당한 일로 이연이 자신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 잠시 후 이심은 좋지 않은 안색으로 다시 들어왔다. “형님, 하세량이 풀어줄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동혁이 풀어주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구치소의 일은 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이동혁, 그놈이 천성이를 골탕 먹이라고 시켰다고 했습니다.” “그 개X식이?”이연은 화가 나서 책상을 걷어차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성질을 부렸다. “애당초 내가 너무 봐
이천성은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의 막내아들이다. 일전에 곽원산에게 선물을 준 일로 붙잡혔다. 곽원산은 동혁에게 신세를 갚기 위해 이 기회를 사용해 이씨 가문을 괴롭혔다. 하지만 이씨 가문에게 원한까지 살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이천성을 바로 감옥에 보내지 않고 잠시 가둬둔 채 약간의 제스처를 취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연은 참을 수 없었다. 이천성은 그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두기는커녕 하루 반나절도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하세량에게 연락해 이천성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태도가 아주 거만했다. 하세량은 동혁과 이씨 가문 사이의 갈등을 알고 있었기에 선우설리에게 연락해 동혁의 생각을 물었다. 동혁이 냉소했다. “제씨 가문이 그렇게 혼나고 곤두박질쳤는데 이씨 가문의 바보들은 여전히 머리가 좋지 않네. 그저 거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먼.” 이번에 제씨 가문이 동혁과 관련된 5개 그룹을 차지하려고 시도했을 때 그 일에 이씨 가문도 참여했다. 그래서 동혁은 일을 정리하면서 원래 이심에게도 책임을 물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심이 상황이 좋지 않자 일찍 N도로 도망치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 시장에게 놔주지 말라고 전해.” 동혁이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이천성을 안에서 고생 좀 시키라고 해. 만약 이씨 가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겠거든 이씨 가문에게 내가 시켰다고 하고.” ‘전에 제원화와 이심이 하동해를 시켜 나와 하세량을 고문한 일이 있으니, 나도 당연히 되갚아 줘야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예의니까.’ 하세량은 확실히 적지 않은 압박을 받았다.이씨 가문은 자신들의 인맥을 충분히 동원해 N도의 고위 공무원들을 시켜 하세량에게 부탁하게 했다. 그중에는 H시의 전 시장이었던 설기현도 있었다. 설기현은 오래전에 시장직에서 물러났지만 H시에서 10년 동안 고문을 지내며 덕망이 높아 H시 시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하세량과 하동해가 H시의 시장직을 놓고 경쟁했을 때에도 설기현의 한 마디
“동혁이가 석훈 오빠에게 날 추천해서 회사를 인수했잖아. 그럼 나도 뭔가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동혁이 보고 사장하라고 해.” 천미는 재미있겠다는 듯 말했다. ‘동혁이, 그놈은 늘 나와 대화할 때 자기가 무슨 내 상관인 것처럼 말한 단말이지.’ ‘이번엔 동혁이에게 일 좀 시켜야겠어.’ ‘이참에 누가 상관인지 똑똑히 알게 해 주지.’ “원화투자회사 사장 직함이 아무래도 항난그룹의 운전기사보다 훨씬 듣기 좋잖다. 적어도 세화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을 거야.” 사실 천미는 동혁을 골탕 먹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적은 동혁에게 뭔가 떳떳한 신분을 갖게 해서 가는 곳마다 쓸모없는 데릴사위라는 조롱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세화 가족들도 더 이상 손가락질받을 필요가 없을 거야.’ “뭐? 천미 씨가 나에게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을 맡으라고 했다고?” 동혁은 세화로부터 이 소식을 듣자 표정이 미묘해졌다. “갑자기 머리가 이상해진건가? 나보고 천미 씨 밑에서 일하라는 거잖아.” ‘세화에게 부담을 주기도 싫고, 나도 편하게 있으려고 투자회사를 천미에게 넘기고 일을 시키려고 했는데.’ ‘반대로 천미가 내게 일을 시키겠다고?’ 동혁은 화가 나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바로 천미에게 전화해서 자신의 회장 신분을 알려주고 다른 사람에게 사장을 시키라고 하고 싶었다. “동혁 씨,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가 얼마나 우리를 생각해 준 건데.” 세화가 동혁을 노려보았다. 천미가 동혁을 사장으로 임명해 좀 더 성장할 기회를 주어서 세화는 매우 기뻤다. ‘동혁 씨가 경험이 없지만 그래도 배울 수는 있으니까.’그러나 동혁은 세화의 말을 믿지 않았다. “천미 씨가 나를 얼마나 생각해 준다고 그래? 내가 보기에 그 여자는 일부러 나를 놀리려고 그러는 것 같아. 실권이 하나도 없는 바지 사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야.” 천미의 의도를 반은 맞추었느니 동혁의 직감이 어느 정도 정확했다. 천미는 실제로 동혁에게 실권을 줄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