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가 자신을 탓하지 않아 천미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세화는 우선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했다. “천일이 그 자식이 백효성과 짜고 나를 내부자로 만들려고 한 건 아마도 선도일 아저씨가 무서워서 그런 걸 거야. 자기 대신 내게 죄를 뒤집어 씌어 선도일 아저씨가 나를 죽이게 하겠다는 거지.” 천미는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럼 선도일이라는 분이 언니를 죽이러 왔을 때, 분명히 설명하면 되잖아. 그럼 적어도 확인은 해보지 않겠어?” 세화는 선도일이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천미 말에서 그녀는 이 선도일이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천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도일 아저씨는 우리 아버지께 충성한 분이야. 나는 아직 그분을 본 적이 없어. 그래서 그분에게 나는 천일이보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야. 아무래도 천일이의 돌아가신 생부는 함께 암흑가를 주름잡던 오랜 형제였으니까.” “거기다 전에 H시에서 누군가에게 보고를 받았는데, 선도일 아저씨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동혁이는 죽이지 않았데.” “하지만 블루산장에서는 염동철이 빨리 도망가지 않았다면 바로 그분의 손에 죽었을 거라는 거야.” “그건 만약 선도일 아저씨가 나를 내부자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성격으로 볼 때 나를 만나도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지.” 방금 세화는 선도일이 구치소에 있는 동혁을 찾아갔었다는 것을 알고 식은땀을 흘렸다. 천미는 세화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천일이 만약 나를 모함한다면, 동혁이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래, 동혁이는 천일이와 원한이 있었어!’ 이때 천미는 왜 나천일이 동혁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는지 이해했다. 세화의 눈에 두려움이 짙게 드리워졌다. “그럼 강오그룹의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나천일의 잘못을 폭로하라고 할 수 없어?” 천미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휴대폰을 뺏겨서 외부와 연락할 수도 없고, 설령 연락을 할 수 있어도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모르겠어. 지금의 강오그룹에서 누
“세화, 너 어디야? 내가 아침 일찍 내셔널센터로 너를 마중 갔는데 왜 회사에 없어?” 세화의 전화를 받았을 때 백천기는 하늘 거울 저택에서 류혜진 등과 함께 있었다. [그게, 지금 R시에...] 세화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백천기는 세화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세화가 한밤중에 R시를 간 것이 동혁의 일을 위해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세화는 이동혁과 이혼했다고 말은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이동혁을 걱정하고 있었어!’ 백천기의 마음에 강한 질투심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 세화는 곤경에 빠졌어.’ ‘그리고 나에게 도움을 청했지.’ ‘이번만큼은 세화가 이동혁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접은 거야.’ ‘이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시간이 지나면 세화도 동혁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겠지?’ 백천기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즉시 흔쾌히 말했다. “세화야 안심하고 기다려. 내가 바로 R시로 출발할게. 그곳도 우리 집안이 아는 사이니까, 그 백효성이라는 사람이 너희들을 절대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 [정말 고마워! 꼭 나중에 보답할게.] 세화는 기뻤지만, 한편으로 머쓱했다. 그녀는 원래 백천기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 “보답은 무슨, 우리는 친구잖아. 너를 봐서 내가 당연히 도와야지.” 백천기가 세화에 대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천기야, 세화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 백천기가 휴대폰을 내려놓자 옆에 있던 류혜진이 재빨리 물었다. 백천기가 아침 일찍 하늘 거울 저택으로 와서 세화를 찾았을 때, 가족들은 세화가 회사에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 후로 계속 세화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세화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가족들이 모두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화를 찾을 방법을 생각하던 중 백천기가 세화의 전화를 받았다. 백천기가 말했다. “혜진 이모, 세화가 R시에 가서 백효성이라는 정보상을 통해 강오그룹의 내부자를 찾아 이동혁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입장을 바꿔 오
“아마 그렇겠지? 나도 헬기가 저기서 이륙하는 건 처음 보네.” 류혜진도 헬기에 대해 잘 몰랐다. 백천기가 웃으며 말했다. “저건 설 대도독님이 틀림없어요. 헬기 동체의 예리한 검이 그려진 것을 보셨어요? 그것은 전신직속부대의 표식이에요. 저 헬기가 전신직속부대 전용이라는 뜻이죠.” “전신직속부대의 헬기는 H시 군부의 전투기보다 권한이 더 높아요.” “그래서 출발하는 즉시 항공 관리 부서에서 통제가 시작되는데, 공중의 다른 항공기 운항을 제한해 전신직속부대의 헬기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아마 설 대도독님이 급한 일이 있어서 처리하기 위해 어딜 가는 것 같아요.” 백천기의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부러워했다. 류혜진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천기야, 네 아버님은 N도 군부 부지휘관이시니 전용기도 가지고 계시겠네?” “그럼 출장 가실 일이 있으시면, 설 대도독처럼 항공 관리 부서에서 공중 통제를 해?” 백천기가 당황하며 조금 어색해했다. “이모, 아니에요. 설 대도독님은 H시 군부의 수장이고, 거기다 전신직속부대 소속인 만큼, 나라를 위해 수많은 공을 세웠으니 저런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아버지는 더 아랫사람이고, 설 대도독님은 뵌 적조차 없는데,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은 더더욱 없지요.” “하지만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N도 군부에 새로 부임한 심석훈 총지휘관님이 저희 아버지의 직속상관으로 이 전신님이 훈련시킨 병사 중 하나라고 했어요.” “그러니 앞으로 저희 집안과 전신직속부대는 어느 정도 연줄이 생길 거예요.” “응. 그렇구나.” 일행은 더 이상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조용히 R시로 향해 갔다. 하늘. 방금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그 헬기에 동혁은 정면을 응시하며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어젯밤 그는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지 않고 설전룡의 저택에서 묵었다. 백천기가 세화의 전화를 받은 거의 같은 시간에 세화가 R시에서 백효성에게 붙잡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
동혁은 눈살을 찌푸리고 뒤따라왔던 장양호를 쳐다보았다. 장양호가 곧장 앞으로 나왔다. 쓱! 그는 도장이 찍힌 증명서를 꺼내 물류센터 직원 앞에 내밀었다. “난 H시 군부, 설전룡 대도독의 경호 실장 장양호다. 즉시 물류센터의 책임자에게 연락해 진세화 회장님을 내놓으라고 전해!” “설 대도독이라고? 그럼 나는 이 전신이다! 네 뒤에 있는 저 놈이 어딜 봐서 설 대도독이냐?” “그렇게 어설프게 제멋대로 이름을 지어내서 사람을 겁주려고 한 거야?” 물류센터 직원이 동혁을 보고 킥킥거리며 비웃으며, 두 사람을 사기꾼으로 치부했다. 직원이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조용히 꺼져! 빨리!” 동혁 앞에서 이렇게 축객령을 받자 당황한 장양호의 표정이 울그락불그락 바뀌었다. 동혁도 표정이 차갑게 바뀌더니 그냥 바로 들어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물류센터 철문 뒤에서 제복을 입은 두 명의 사무직 소령이 화난 표정으로 물류센터를 걸어 나왔다. 인상이 험한 몇몇 건장한 사내들이 그들 뒤를 따라왔다. 밖으로 나오면서 두 소령은 달갑지 않은 듯이 말했다. “우리 상관은 R시 군부 정구현 지휘관이시다.” “마지막으로 여기 사장에게 한마디 충고하겠는데, 그냥 순순히 그 두 여자를 내놓는 것이 좋아. 그렇지 않으면 다음 결과는 네 놈들 스스로 책임져야 할 거야!” 말을 마치자 따라오던 사람들 중 선두에 선 사내가 소령을 한 번 밀치더니 콧방귀를 뀌며 냉소했다. “어디서 쫑알쫑알거려? 우리 사장님이 아주 분명하게 말씀하셨잖아. 너희 그 군부의 지휘관 도 그냥 일개 대령일 뿐이야. 우리 사장님께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어!” 그 두 명의 사무직 소령은 결국 쫓겨났다. “이 두 사람은 또 뭐야?”그러자 방금 선두에 선 우람한 체격의 사내가 문 밖의 동혁과 장양호를 가리키며 물었다. 입구의 직원이 방금 전의 일을 설명했다. 직원의 말을 들은 사내 몇 명이 갑자기 비아냥거리며 크게 웃었다. “그냥 빨리 꺼지라고 해. 어디서 사기꾼 같은 것들이 설치냐!” 이
곧 차량 두 대가 물류센터 입구에 멈추어 섰다. 진창하 부부, 세화의 이모인 류혜연 가족, 그리고 백천기가 차에서 내렸다. 단지 천화만이 어제부터 세화와 동혁의 이혼에 대해 화가 나 따라오지 않았다. 모두 차에서 내려 동혁을 발견하고 어리둥절해했다. ‘동혁이가 이곳에 왜 있어? 더군다나 우리보다 더 빨리 여길 오다니?’ ‘이동혁은 지금 구치소에 있어야 하지 않나?’ “동혁이, 넌 여긴 웬일이야? 혹시 너 탈옥했어?” 류혜진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달갑지 않은 어조로 물었다. 그녀는 조금도 동혁에게 좋은 표정을 비추지 않았다. “어머니, 제 결백이 이미 증명됐어요. 저는 장 회장님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동혁이 설명했다. “세화가 물류센터 사장에게 붙잡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데리고 나오려고...” “어머니라고 부르지 마, 난 더 이상 네 어머니가 아니니까!” 류혜진은 화가 나서 동혁의 말을 끊고 이를 갈며 노려보았다. “동혁 이 놈 염치도 없이 세화를 데리러 왔다고? 세화가 바로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네놈이 벌인 그 난장판이 아니었다면, 세화가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R시로 달려왔겠어?” “네가 바로 화근덩어리라고!” 류혜진에게 욕을 먹고 손가락질당해도 동혁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동혁 때문에 세화가 위험을 무릅쓰다 붙잡혀 갇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동혁은 자신이 확실히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자책했다. 백천기는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이동혁 씨, 세화가 사고를 당하자마자 여길 온걸 보니 소식이 꽤 빠르군요.” “그런데 이 물류센터의 사장이 누군지는 아세요? R시에서도 유명한 깡패예요.” “그런 사람 손에서 세화를 데려올 능력은 있나요?” 백천기의 마음은 동혁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 백선풍이 N도 군부의 부지휘관이라고 했나?’ ‘백천기 저 놈이 아버지의 힘을 등에 업고 이제는 자신감이 넘쳐서 대놓고 세화에게 다가가겠다는 건가?’ ‘방금 R시 군부에서 쫓겨난 그 두
“천기야, 군부에서 사람을 보냈으니 백효성이 세화를 분명히 풀어주겠지?” 류혜진은 동혁을 무시하고 세화의 안위를 걱정하며 물었다. 백천기는 확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요. 군부가 나섰으니 백효성이 세화를 놓아주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린 바로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면 돼요. 아마 세화가 보면 놀랄걸요? 지금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이모님일 테니까요.” 그러자 류혜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우리 빨리 들어가서 데려오자. 천기야, 이번에 정말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빨리 저 문 앞에 있는 직원에게 우리를 들여보내 달라고 말해.” 류혜진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알았어요.” 백천기가 물류센터 철문 앞에 섰다. 물류센터 직원은 사람을 보면서 응대했다. 백천기가 내린 차가 마이바흐인 것을 보고서 배경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예의 바르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곧 백천기가 돌아왔다. “이모님, 세화를 데리러 들어가요.” “그래, 그래!” 류혜진은 기뻐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함께 온 일행이 모두 물류센터에 들어갔다. 그런데 류혜진이 들어가기 전, 갑자기 고개를 돌려 동혁을 노려보았다. “이 화근덩어리! 동혁이 넌 우리하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마! 너와 세화는 이미 이혼해서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백천기는 미소를 지으며 동혁을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류센터로 들어갔다. ‘이동혁, 넌 더 이상 내가 신경 쓸 가치도 없어.’ 바로 류혜진 등이 백효성을 만났다. 백천기는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 거만하게 말했다. “백 사장님, 아마 방금 전에 R시 군부 사람들이 사장님과 잘 이야기를 나눴을 겁니다. 분명 풀어주겠다고 약속하셨을 테니, 그럼 사람을 내놓으세요.” 백효성은 그들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는 부하들로부터 R시 군부 쪽에 또 사람이 왔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정구현이 직접 온 줄 알고 억지로 만나러 나왔다. 그러나 일개 도시 군부의 지휘관에게는 그가 2000억의 막대한 부를 포기하게 할 만한 능
백효성은 N도에서 가장 큰 정보상답게 백천기가 말하려는 이름을 먼저 말했다. 백천기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난 세화와 친구야. 그러니 세화를 어서 풀어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백효성에 의해 끊겼다. “네 아버지의 얼굴을 생각해서 네가 방금 전에 내게 한 무례한 말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어. 그러니 지금 당장 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 백효성은 류혜진 등을 가리켰다. 백천기는 크게 분노했다. “백효성, 네 놈이...” “꺼지라잖아! 못 들었어?” 백효성의 부하들이 다가오며 말했다. 부채 같이 큰 손이 백천기의 어깨를 치자 그는 순간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잠시 후 백효성 부하들의 무서운 눈빛을 받으며 류혜진 등이 난감한 표정으로 물류센터 입구로 나왔다. 아까 전에 R시 군부에서 보낸 사람들처럼 모두 백효성에게 쫓겨난 것이다. 동혁은 백천기가 팔도 못 드는 모습을 보고 류혜진 일행이 백효성에게 혼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혁은 진창하 부부에게 관심을 보였다. “아버지, 어머니, 백 사장이 두 분에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죠?” 진창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혜진은 오히려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넌 천기가 다쳐서 그저 좋은 거지?” “이게 다 네 놈이 벌인 일을 천기가 수습하려다 이렇게 된 거 아니야? 모든 게 화근덩어리인 너 때문이야!” 류혜진은 동혁에게 화풀이를 했다. “언니, 지금 이 사람을 신경 쓸게 아니고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돼.” 류혜연은 심각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백효성이 천기 아버지도 안중에 두지 않고 저렇게 건방지게 굴지 몰랐어.” “저 놈이 저렇게 버티고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제 어떻게 세화를 구하지?” “그래 맞아. 들어가서 세화도 못 봤잖아. 세화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만일 세화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째...” 류혜진은 동혁에게 더 이상 욕할 겨를도 없이 세화를 걱정하
“이모님, 제가 다른 방법을 좀 생각해 볼게요.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예요.” 백천기는 분해하며 말했지만, 누가 보아도 이미 힘이 없었다. ‘그 백효성은 N도 군부 부지휘관의 체면도 안중에 없었어.’ ‘그런데 천기가 설마 그보다 더 높은 계급의 인물을 찾을 수 있겠어? 류혜진은 절망에 휩싸였다. 그래도 그녀는 백천기를 위로했다. “천기야, 자책하지 마. 넌 최선을 다했고, 네 가족은 이미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으니까. 우리 가족은 모두 네게 고마워하고 있어.” “이게 이동혁, 저 화근덩어리 때문이야!” “저 놈만 아니었어서 세화가 이렇게 안에 갇히지도 않았을 거야.” “동혁이 너! 세화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기면 내가 죽어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류혜진은 이를 악물고 동혁을 노려보았는데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동혁이 말했다. “세화에게는 별일 없을 기에요. 제가 구하겠다고 했으니 반드시 데려올게요.” “네 놈 능력으로?” “천기도 백효성을 어쩌지 못했는데, 이동혁, 네가 뭘 믿고 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류혜연 가족은 모두 동혁을 무시했다. “저렇게 평범한 사람이 무슨 자신감이야?” 가장 온화한 성격의 세화 사촌 동생 장현소조차 모욕이 섞인 말을 참지 못하고 동혁을 조롱했다. 백천기는 가뜩이나 화가 나있는 상황이었는데 동혁의 말이 그의 화를 더 돋구었다. 그가 참지 못하고 동혁을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동혁 씨, 아까 당신이 세화를 구하려고 군대를 이동시켰다고 했죠? 근데 당신이 말한 군대는 왜 아직 안보이...”백천기의 말이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에 파묻혔다. 두구두구... 허공에 위장색으로 도장된 헬기 10여 대가 갑자기 선회하면서 물류센터 밖 상공에 정박했다. 류혜진 등은 놀라서 고개를 들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바닥이 떨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커다란 강철의 물결이 밀려오면서 무수한 연기와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수십 대의 장갑전차로 구성된 대열로, 캐터필러가 굴러가
왕범현은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연마해 왔고 지금껏 상대를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다. 그가 깡패들을 정리하는 건 마치 어른이 아이를 때리는 것과 같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동혁이 때리는 뺨을 피할 수조차 없었다. “비켜!” 왕범현은 팔을 휘둘러 제자들을 밀쳐내고는 다시 몸을 비틀거렸다. 자존심이 강한 그는 급히 무릎을 약간 굽히고 발을 넓게 벌려 똑바로 선 후에야 이를 갈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네놈이 지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지 않을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말을 마치고 그는 옆 테이블 위의 맥주 한 병을 덥석 집어 들었다. “퍽!” 그는 맥주병을 바닥에 던져 산산조각을 냈고 깨진 유리가 바닥에 흩어졌다. “여기 술병들을 모두 깨뜨려.” 왕범현이 배경문 등에게 지시했다. 배경문 등은 그의 의도를 알지 못했지만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잠시 후 왕범현의 앞 바닥이 깨진 유리 한 겹으로 뒤덮였다. 왕범현은 동혁을 바라보며 바닥을 가리켰다. “잘 봐둬. 난 네놈을 때려서 여기에 무릎 꿇릴 거니까. 밤새 무릎을 꿇고 있어야 갈 수 있어.” “역시 범현이 형, 좋은 생각이에요.” “그래요. 저 데릴사위 놈을 밤새도록 유리 부스러기 위에서 무릎 꿇려요. 저놈 뼈가 단단한지 유리 부스러기가 단단한지 한번 보자고요.” 배경문 등이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 반면 현소의 작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저 왕범현이라는 사람, 형부에게 뺨을 두 대나 맞았는데도 여전히 멀쩡한 걸 보니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현소는 앞으로 나와 동혁을 잡아당기며 말렸다. “형부, 잠시 물러서요. 제가 아버지한테 전화해 볼게요.” 현소는 왕범현이 경찰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군대에 있는 장영도의 힘으로 그를 제압하려고 했다. 이번에는 현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거 없어. 네 아버지가 H시 군부에서 오시기 전에 왕범현은 이미 내 손에 수십 번 맞아 쓰러질 테니까. 괜히 네 아버지를 부르면
현소도 왕범현의 말에서 살벌함을 느끼고 일이 정말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스러운 듯 동혁을 쳐다본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형부, 제가 경찰에 신고할게요.” “경찰? 그럼 경찰서에서 사람이 오기 전에 네 앞에서 네 형부 팔다리를 부러뜨려야겠네.” 왕범현이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자 현소는 흠칫 놀라며 손을 떨어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괜찮아, 이 형부만 믿으면 다 괜찮을 거야.” 동혁은 현소의 어깨를 두드리고 왕범현에게 몸을 돌려 다가갔다. “하하하,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역시 찌질해. 무릎 꿇으러 오는 거 봐.” “무릎을 꿇을 거면 그 자리에서 잽싸게 꿇고 그 자리에서 형 앞으로 기어와.” 배경문 등이 흥분해서 휘파람을 불며 소리쳤다. 그들은 건방진 데릴사위가 무릎을 꿇으러 다가온다고 생각하고 매우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왕범현, 방금 때려준 그 뺨으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네.” 동혁은 배경문 등을 무시하고 왕범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왕범현은 처음에 동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상대방이 들어 올린 손바닥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네놈이 감히.”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그는 손을 들어 올려 막으려 했다. ‘아까는 네놈 손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런 대응을 못한 거뿐이야.’ 왕범현은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대비를 하면 네가 아무리 다시 습격하려고 해도 그냥 실패지.’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왕범현은 슬픈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왕범현이 설령 대비가 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동혁의 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짝!”동혁의 손바닥이 왕범현의 뺨을 때렸고, 왕범현의 몸이 다시 가볍게 날아가 부서진 테이블 더미 사이로 세게 떨어져 내렸다. 정적이 흘렀다. 한순간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란한 소리와 대조되게 2층의 이곳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마치 모든 시간이
“와... 우리 형부 멋있네.” 지금 왕범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뺨을 한 대 더 때리겠다고 소리치는 동혁을 보며 현소의 큰 눈에 하트가 떠올랐다. 동시에 그녀는 강한 안정감을 느꼈다. “저 쓸모없는... 이동혁이? 내가 잘못 봤나?” 바닥에 쓰러져 있던 현수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힘껏 비볐다. 배경문, 현수린 등도 모두 현수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처음 보는 동혁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전까지 그들의 눈에. 동혁은 허풍과 허세가 심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한없이 찌질한 쓸모없는 데릴사위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들은 현소가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런 반응도 못하는 찌질한 인간이라고 동혁을 거리낌 없이 조롱했다. 그러나 동혁은 그들의 조롱을 강한 뺨 한 대로 막아버렸다. 한순간 동혁에 대한 배경문 등의 인식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저렇게 갑자기 범현이 형을 때리다니?’ ‘어떻게 감히?’ ‘범현이 형이 판명철 일당을 거의 반죽게 때리는 걸 봤잖아? 그런데도 감히 나서서 형을 때렸다고? 저런 놈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아니면 이미 미쳐서 자기가 죽을 줄도 모르는 건가?’ 배경문 등은 동혁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나서 동혁을 꾸짖었다. “범현이 형이 현소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현소에게 영광이야. 그런데 쓸모없는 데릴사위인 네놈이 감히 형을 때려? 정말 죽고 싶나 보구나?” “오빠에게 감히 손을 대다니? 넌 그 결과가 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범현이 형이 아버지의 무술학교에서 아무렇게나 수천 명의 무술 수련생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거 알아? 넌 이제 죽은 거야. 오늘 아무도 네놈을 구할 수 없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을 꿇고 형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네 뺨을 후려갈기면 어쩌면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 배경문 등은 미친 듯이 떠들어댔다. 그들의 눈에 동혁은 이미 반쯤 죽을 사람과 같았다. ‘범현이 형을 저리 화나게 했으니 죽지 않더라도
“내 말이 틀렸어? 이게 다 저 이동혁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누나는 괜히 엮인 거고. 그런데도 계속 이동혁 편을 들겠다는 거야?” 현수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쏘아보았다. “이 찌질한 놈이 어떻게 했는지 봐봐. 그저 뒤에 숨어서 끽소리도 못하고 있잖아.” “누나는 이런 인간을 그렇게 감싸주고 싶어?” 현소와 현수 남매가 말다툼을 벌이자 지켜보던 배경문 등이 또 한바탕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아주 쇼를 해라. 처남은 매형을 넘긴다고 하고 그 누나는 형부를 감싸고.” “그런데 저 형부라는 인간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네.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맞는구먼.” “하하, 저 데릴사위 놈이 겁에 질려서 그런 거겠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동혁을 또 비아냥거렸다. “그만, 입 닥쳐.” 왕범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람들의 말을 멈추게 하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현소를 응시했다. “봤지? 이런 인간이 바로 네가 그렇게 보호하고 싶은 형부야. 놈에 비하면 나 왕범현이 훨씬 남자답지 않아?” “내가 다시 네게 내 정식 여자친구가 될 기회를 줄게. 그러면 앞으로 H시에서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하하하.” 왕범현은 거만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도 이런 심리적 설득으로 많은 순진한 여자들을 사로잡았었다. 현소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꿈 깨요. 난 죽어도 당신의 여자친구는 되지 않을 거니까.” 왕범현은 웃음소리를 뚝 그치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할 수 없네. 네가 정말 끝까지 그렇게 고집을 부릴 수 있는지 한번 봐주지.” 왕범현이 바로 현소에게 다가갔다. 현수가 재차 말리려 했다. “스승님, 이 제자의 얼굴을 봐서라도 제발...” “꺼져!” 왕범현은 발로 현수를 차서 바닥에 쓰러뜨렸고 현수는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현소야, 날 받아줘. 네게 오늘 좋은 밤을 약속할게. 하하하.” 다음 순간 왕범현이 현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만지려고 했
현수린의 말을 들은 현소의 작은 얼굴이 분노로 붉게 상기되었다. 그녀는 왕범현이 정말 그런 음흉한 속셈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러니까 형부를 괴롭히고 그 기회에 나를 자기와 잠자리하게 하겠다고? 그런 천한 여자들이나 하는 일을 내게 하라고 하는 거야?’ “흥, 그런 징그러운 일을 어떻게 해요?” 현소는 현수린을 노려보며 말했다. “전 당신 같이 싸구려가 아니에요. 목적을 위해서 쉽게 남자와 잠자리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요.” 현소의 말은 현수린을 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수린의 화장을 한 얼굴이 불쾌함으로 일그러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고하게 순결을 고집하다니, 그럼 네 형부 팔다리가 부러지는 수밖에 더 있겠어?” 현수린이 비웃으며 말했다. “겉으로는 자기 형부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이익이 걸리니까 역시 뒤로 물러나는 군.” 현수린만큼 말주변이 좋지 않은 현소는 전혀 그녀에게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동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형부!” 현소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저 여자 말은 신경 쓸 거 없어. 넌 형부인 나를 생각해 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동혁은 현소의 눈물을 닦아주고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를 생각해 준다는 핑계로 자신의 깨끗한 몸을 가져다가 망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그리고 누군가가 널 그렇게 만들고 싶은 이유는 그 사람의 몸이 이미 더러워졌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까지 끌어들여 자신처럼 만들고 싶기 때문이지.” “한마디로 저 여자는 단지 너를 질투해서 그러는 거야.” “응응, 형부 말이 맞아요.”현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 안심했다. 동혁은 현수린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보았고, 동혁의 말을 들은 그녀는 화가 나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현수린이 고개를 돌려 왕범현에게 소리쳤다. “범현이 오빠, 저 인간들에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할 필요 없잖아요? 그냥 바로 손을 봐주세요. 그리고 현소, 저년도 그저 순
“아래층에서 술을 마신다고? 알았어.” 오반석이 몇 마디를 하고서 전화를 끊고 왕범현에게 말했다. “아래층에서 친구 몇 명이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좀 내려가야 할거 같아.” “왕 사장이 나 대신에 고생 좀 해줘. 나중에 이번 일은 내가 후하게 갚아줄게.” 말을 마친 오반석은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돌아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왕 사장의 솜씨를 본 적이 있지. 역시 용비무술학교 교장 왕용비의 아들답게 깡패 몇 명을 상대하는 게 아주 우스웠어.’ ‘이동혁, 저놈이 상대가 될 리 없지.’ “범현이 형, 빨리 손 좀 봐줘요. 일단 저 데릴사위 놈 무릎부터 꿇려 놓고 보자고요.” “맞아요. 저흰 아까부터 저 쓸모없는 인간이 눈에 거슬리던 참이었어요.” 오반석이 떠나자 배경문, 현수린 등은 소란을 피우며 왕범현이 동혁을 패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을 냈다. “하하, 급할 거 없어.” 왕범현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놈 하나 처리하는 건, 아무 때나 상관없어. 어쨌든 저놈은 도망갈 수도 없으니까.” 전혀 아무렇지 않은 말투는 마치 동혁을 도마 위의 도살 직전의 생선과 고기로 여기는 것 같았다. 순간 모두들 멍해졌다. ‘범현이 형은 이동혁을 지금 처리하지 않고 또 뭘 하고 싶은 거지?’ “난 그전에 다른 얘기를 좀 하고 싶거든.” 왕범현은 실실 웃으며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현소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현소야, 방금 반석 도련님의 말을 너도 들었지? 나보고 네 형부를 혼내 주라네.” “그럼, 넌 뭐라 하고 싶은 말 없어?” 방금 동혁이 모든 사람들의 공격을 받을 때 오직 현소만이 동혁을 지키려고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눈여겨본 왕범현은 현소가 마음속에서 동혁을 의지하는 게 매우 클거라고 생각했다. 왕범현은 보자마자 현소에게 반했고 청순하고 매력적인 그녀를 차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제멋대로 날뛰는 데만 익숙해서 여자에게 구애하는 방법을 쓸 줄 몰랐다. 그저 마
“하하하.” 오반석은 아무 거리낌 없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오한민이 이씨 가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자신의 마음을 내비친 뒤부터 오반석의 마음속에는 이씨 가문에 대한 경외감이 줄어들었다. 그는 한때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었던 동혁을 모욕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하하하.”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배경문은 경멸의 눈초리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발톱 빠진 호랑이 신세라는 거잖아요. 이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신분이 없으니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죠.” “어쩐지 그러니 처갓집에 기대서 사는 데릴사위 신세가 됐지.”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빈정대며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에게 한바탕 모욕을 주고 나니 속이 한결 시원해진 오반석은 그제야 용건이 생각났다. 그는 혼자 술을 잔에 따른 후 천천히 말했다. “이동혁, 오늘 내가 널 만나러 온 건, 사실 우리 아버지 대신 경고를 하려는 거야.” “전에 아버지는 이씨 가문을 대신해서 네놈에게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고 무릎 꿇고 사죄할 3일의 시간을 주었어.” “내일이 그 마지막 날인데 아직 아무런 조처도 없는 걸 보니 한번 호되게 당하고 싶은 건가?” 여기까지 말한 오반석은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혁을 응시하며 압박했다. “아니면 우리 아버지의 말을 무시한 건가?” 다른 사람들도 오반석이 오늘 밤 동혁을 만나러 온 목적을 알게 되었다. 순식간에 동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동정으로 변했다. ‘명문가 이씨 가문에서 쫓겨난 도련님이 이제는 이씨 가문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요구까지 받다니, 너무 비참하게 만드는 거 아니야?’ 현소도 이제야 이 일을 알게 되었고 그녀조차 동혁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왜 대답이 없지? 뭐라 말 좀 하지 그래?” 동혁이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말없는 것을 보고 오반석은 불만스럽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동혁은 편안한 자세로 바꾸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나 대신 잘 대답
이 말을 들은 오반석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순간 자신이 동혁의 앞에서 겁을 먹었음을 깨닫자 오반석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예전에 태백산장에서 동혁에게 하루에 두 번 맞은 것은 그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고통이었다. 지금 동혁이 그 일을 면전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오반석의 체면이 또다시 구겨졌다. 왕범현은 이런 오반석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아, 반석 도련님이 저 데릴사위 놈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었구먼.’ ‘어쩐지 내가 도련님에게 이동혁과 무슨 원한이 있냐고 물었을 때, 대충 얼버무리며 그냥 이동혁을 혼내주라고 하더라니.’ 웃음은 그저 웃음일 뿐 왕범현은 이때 자신이 누구를 도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동혁이라고 했나? 죽고 싶지 않으면 자리를 보며 까불어야지.” 왕범현은 고개를 들고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석 도련님의 아버지는 리성투자회사의 부사장이야. 네놈처럼 처갓집에 기대서 밥이나 축내는 데릴사위가 모욕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 당장 반석 도련님께 사과해.” “우와.” 왕범현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한바탕 탄성을 질렀다. 모두 오반석의 신분 배경을 듣고 놀란 것이었다 최근 3대 가문이 몰락하면서 리성투자회사가 H시에 진출해 수많은 사업들을 벌였다. 리성투자회사에서 투자한 회사는 많은 H시 사람들에게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엄청난 자본의 회사인 만큼 H시의 시장 하세량조차도 눈치를 살피며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 때문에 리성투자회사 부사장의 아들이라는 신분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위치였다. “이야, 리성투자회사의 반석 도련님을 다 보네.” “오늘 반석 도련님과 이렇게 만나 술을 마시게 돼 영광이에요.” 그러자 배경문 등이 앞을 다투어 오반석에게 아부했다.여자들은 눈을 모두 초롱초롱하게 뜨고 오반석을 쳐다보았다. 여자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현수린이 애교스럽게 말했다. “도련님, 아마 H시에 오
“범현 오빠가 제때에 손을 써서 이 쓸모없는 인간의 음모대로 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야.” “그래, 모두 범현 형에게 감사해야 해. 오빠가 아니었다면 저 데릴사위가 방금 미친 듯이 저 형님을 도발했으니 오늘 누군가는 반쯤 죽었을 거야.” 모두들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동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동혁이 아까 판명철 등을 제지해 그들을 구한 것조차도 동혁이 보복을 노리고 판명철을 도발한 것이라며 음모라고까지 했다. “형부, 이 언니오빠들 좀 봐요. 아주 열받아 죽겠어요.” 배경문 등의 뻔뻔스러움에 현소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큰 눈에 눈물이 맺혀 촉촉하게 변했다. 동혁이 현소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현소야,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 일일이 화낼 필요 없어.” “약자는 보통 남을 깎아내려야 자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니까.” “저런 착각 속 인간들은 현실에서 언제나 패배자로 살 수밖에 없어.” “그저 파리 몇 마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린다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해 버려.” “굳이 말을 섞어서 너까지 저런 인간들 같은 사람으로 전락하지 말고.” 동혁의 말을 듣고 현소는 마음을 다잡았고, 그녀의 작은 얼굴을 들어 동혁을 우러러보며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것은 마치 폭풍이 닥치기 전에 잠잠한 것과 같았다. 배경문 등은 분노하여 폭발했다. “와, 저 아내집에 얹혀 살며 공짜밥이나 얻어먹는 쓸모없는 놈이, 다들 무시하는 개보다 못한 데릴사위 주제에 지금 누굴 가리켜 그딴 헛소리야?” “가소로워서. 데릴사위 놈이 자기가 정말 패배자인지도 모르고, 우리에게 패배자라니.” “가서 거울보고 자기 주제파악이나 해. 우리랑 말도 섞을 수 없는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어딜 감히.” “...”처갓집에서 미움받는 데릴사위에게 멸시를 당한 배경문 등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잠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린 배경문 등은 자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듣기 싫은 말로 동혁을 욕했다. 현소는 동혁 대신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