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 너 입사 지원했다고, 여기서 밥 먹는 거야? 직원도 되기 전에 여기 와서 밥 먹고 이러면 안 돼!” 천미는 동혁을 보면 화가 났다. ‘이런 바보 같은 놈이 그날 병원에서 감히 나를 위협했다니!’ 천미는 동혁이 정말로 노광훈 등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혁은 최원우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천미는 동혁을 이전보다 더욱 무시하게 됐다. “천미 씨, 그런 걱정은 마세요. 설마 내가 이 회사 사람도 아니면서 이렇게 식당에 들어와 밥을 먹 수 있겠어요?” 동혁은 천미의 두 눈을 빤히 마주 보며 말했다. “참, 근데 여긴 무슨 일이죠?” “정말 너 여기서 일자리를 구한 거야? 나야 네 회사 백항서 회장을 만나러 왔지!” 천미가 도도하게 말했다. 그녀는 강오그룹을 대표해서 화환을 가져온 김에 그 백항서를 직접 만나서 새롭게 등장한 그 회장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사실 그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았다. “아, 그럼 못 만났겠는데요?”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전에 회장실에 있을 때, 선우설리에게 화환을 배달하러 온 각 그룹 대표들이 동혁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동혁은 찾아온 사람들의 이름도 묻지 않고 예외 없이 모두 거절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중에 한 명이 천미였다. 감히 자신을 비웃는 동혁을 보고, 천미는 기분 나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내가 백항서 회장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네 회사의 고위층 임원은 만났지. 여기 이분은 항난그룹의 하강원 부장님이셔. 어쩌면 네가 여기 부장님의 소속이 될지도 모르겠네!” 천미 옆에 서있던, 정장을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남자가 즉시 웃었다. “심 사장님 안심하세요. 이 분이 사장님의 친구인가 본데, 앞으로 제가 잘 살피겠습니다!” 천미가 동혁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잘 살피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강원은 특히 심하게 강조했다.하강원은 일찍이 항난그룹의 임원이었다. 항난그룹이 3대 가문에 의해 분할된 후, 하강원은 비
“하 부장님, 여긴 신경 쓰지 말고, 저흰 그냥 식사나 하면서, 회장님에 대해서나 이야기하자고요.” 천미는 동혁이 언짢아하는 것을 보았다. 사실 그녀는 단지 동혁을 보고 몇 마디 욕을 하고 싶을 뿐, 정말 동혁의 해고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하강원을 말리고, 천미는 고개를 돌려 식사를 하러 갔다. “이동혁이라고 했지? 내가 널 잘 기억해 두지! 나중에 한번 보자고!” 하강원은 동혁을 가리키며 경고했고, 바로 천미를 후다닥 뒤쫓았다. 동혁은 계속 태연하게 밥을 먹었고, 하강원이라는 하찮은 사람의 말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밥을 먹고, 동혁은 회사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택시!” 동혁은 길가에서 택시를 한 대 불렀다. 그때 사무용 정장을 입고, 한 손엔 휴대폰을 든 여자가 그룹 건물에서 황급히 뛰쳐나와, 초조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가오는 택시를 보고 송소빈의 눈이 번쩍였다. 그러나 택시가 동혁 앞에 멈추자, 송소빈은 실망하여 걸음을 멈추었다. “급한 일이 있나 봐요. 그럼 먼저 이 차에 타세요!” 바로 그때,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소빈은 고개를 들어 방금 말한 사람이 동혁인 것을 보았다. 그녀는 서둘러 다가왔다. “정말 죄송해요. 엄마가 편찮으셔서 급히 집에 가서 병원에 모셔다 드려야 하거든요. 혹시 저희 항난그룹의 직원 되시나요? 정말 감사해요. 제 이름은 송소빈이에요.” “예, 알겠으니 어서 차에 타세요.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다면서요.” 동혁은 웃으며 송소빈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송소빈은 동혁에게 연거푸 감사인사를 하고서 차에 탔다.택시가 출발하고 나서 곧 송소빈은 자신이 상대방의 이름을 묻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매너 좋은 동혁에게 호감을 느꼈다. 동혁은 또 다른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천미는 하강원의 입에서 회장에 관한 어떤 유용한 정보도 찾지 못했다. 하강원 자신도 백항서를 전혀 모르고 있으니, 당연히 천미에게 그에 관해 아무
“네 말은, 저 이동혁이 백 회장님이 찾던 그 바보란 말이야?” 하강원은 깜짝 놀랐다. “H시 정신병원에서 나왔는지 확인해 보면 알 수 있겠죠!” 범연희가 차갑게 말했다. 그녀는 이전에 항남의 비서였다. 항남은 그녀에게 동혁의 행방을 조사하게 한 적이 있다. 동혁이 H시 정신병원에 있는 것을 찾은 후, 항남은 범연희에게 정신병원 직원에게 동혁을 데리고 나올 수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그래서 범연희는 동혁의 이름을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누군가가 백 회장님을 찾아와 이동혁의 일에 상관하지 말라며 위협했었지.’ ‘하지만 회장님은 말을 듣지 않고, 상대를 쫓아냈어.’ ‘그 후 회장님은 이동혁을 데리고 나올 방법을 찾으러 정신병원에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어.’ ‘그때부터 우리 항난그룹의 재앙이 시작된 거야!’ 2년 동안 범연희는 항남과 동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동혁이 아니었다면.’ ‘백 회장님이 고집만 부리지 않았더라면.’ ‘우리 항난그룹이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분해돼 뿔뿔이 흩어지지 않았을 거야.’ 원래대로라면 범연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항난그룹 회장의 비서로서 승진도 빨리해 진작에 임원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범연희는 야망이 많은 여자다. 항난그룹이 회복되자마자 그녀는 이곳으로 다시 일하러 돌아왔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항남에 대한 충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범연희는 충성스러운 선임직원라는 신분으로, 항난그룹에서 급행열차를 타고 위로 올라가고 싶을 뿐이다. 동혁의 자료는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H시 정신병원에 몇 년 동안 갇혀 있다가 나온 후, 줄곧 아내의 집에서 지내며 죽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무직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진씨 가문의 그 소문난 바보 사위가 바로 이동혁이었군요. 아마 이동혁은 분명 회장님의 형제라는 신분을 믿고 항난그룹에 지분 반을 찾으려고 했을 거예요.” “어쩐지 이 쓸모없는 놈이 아까 전에 나보고 자신에게 신경 쓸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니, 알고 보니 이런 회장님
하강원의 말에는 동혁에게 특별히 친절을 베푼다는 느낌이 담겨 있었다. 그는 동혁이 정말로 연줄로 부회장이 되더라도 다른 선임들과 관계를 잘 맺어야 회사 내 생활이 원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동혁 같은 이런 쓸모없는 놈은 인간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어!’ “좋아요, 그럼 참석하겠습니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하강원이 선의로 이렇게 친절하게 나에게 인맥을 맺어주겠다고? 다른 속셈이 있겠지?’ 동혁은 오늘 밤 항난그룹의 예전 임원들이 많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강원의 제안을 승낙했다. 항난그룹이 재건되었고, 예전의 임직원들이 많이 돌아왔다. 대부분은 원래 항난그룹에 충성했거나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지만, 선우설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동혁은 마침 이 기회에 이 사람들의 본색을 좀 살펴보려 했다. 곧 하강원이 모임 주소를 보냈다. 골드마이크라는 대형 노래방인데 항난그룹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고, 약속 시간은 오후 9시이다. 동혁은 지금 출발해서 천천히 갈 계획이다. ‘어차피 집에 있으면 장모님의 빈정거림을 계속 들어야겠지?’ ‘세화가 돌아올 때까지 아마 멈추지 않으실 거야.’ “취직도 못 하고, 지금 네가 밖에 나갈 체면이나 있어? 또 어딜 가서 빈둥거리고 있으려고!” 과연 동혁이 코트를 입자마자 류혜진이 눈을 치켜뜨고 쫓아 나왔다. “어머니, 제가 항남그룹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오늘 임원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가는 거예요.” 동혁은 담담하게 말하며 굳은 표정의 류혜진을 남겨둔 채 나갔다. “저 녀석이 정말 취직했어? 근데 출근 첫날부터 임원 모임에 참석한다고? 정말일까?” 류혜진은 동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밤 9시.골드마이크 노래방은 H시에서 최고급은 아니지만 중 상급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있다. 인테리어도 결코 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 산뜻했다 요즘 젊은 층이 선호하고, 기업과 기관의 경영을 맡고 있는
범연희는 송소빈을 보자마자 상사 티를 내며 불만스럽게 한마디 했다. 송소빈도 항난그룹의 오랜 직원으로 이번에 인사부로 돌아와 팀장이 되었고, 범연희가 바로 그녀의 직속 상사였다. “죄송해요. 저희 엄마가 갑자기 병이 나셔서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오느라 좀 늦었어요.” 송소빈은 범연희가 성격이 까칠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서, 감히 그녀의 생일파티에 빠질 수 없었다. 집에 가서 옷 갈아입을 틈도 없이 달려왔는데도 혼이 났다. 범연희는 이유가 무엇이든 정색을 하고 몇 마디 잔소리를 한 후에야 송소빈을 놓아주었다. 억울함을 애써 참은 송소빈은 다른 윗사람들인 임원들에게 말을 걸기도 어려웠고, 그래서 한쪽 구석으로 갔는데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혁을 보게 되었다. “어, 부장님. 오늘 택시를 양보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송소빈은 동혁이 회사의 부장 정도 되는 임원인 줄 알았고,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저는 이동혁이라고 합니다. 회사의 부장은 아니니 저를 그냥 이름으로 부르면 돼요.” 동혁은 웃더니 옆에 앉은 송소빈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접도 받지 못하는 사람 둘이 끼리끼리 않아서 서로 친한 척하는 꼴이라니!” 이 장면을 본 범연희는 무시하며 은근히 콧방귀를 뀌었다. “언니, 새 차 샀다면서요? 무슨 차예요?” 그때 범연희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물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자칭 엘리트라고 자부하며, 국내외 정치 및 경제 상황이나 고급 사치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이 질문도 고의로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범연희는 외모가 출중했고, 인사부의 부장으로 모든 임원들 중에서 비교적 직급이 앞쪽에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오늘 밤 생일파티의 주인공이기도 해서, 당연히 모인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다. 질문을 듣고 현장에 있던 거의 20명의 사람들이 범연희를 쳐다보았다. 범연희는 팔짱을 끼고 살짝 웃었다. “포르셰 카이엔!” “그거 좋은 차인데? 가격이 한 4억 원 넘지 않아? 언니는 정말 대단하다!”
동혁을 자신의 생일 파티에 초대하기로 결정한 후부터, 범연희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밤 이동혁을 어떻게 모욕하고 괴롭혀야 지난 2년 동안의 내 원한을 풀 수 있을까?’ 지금 범연희는 마침내 그 기회를 찾았다. ‘이동혁이 볼품이 없어서 지금껏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아 기회가 없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파다니.’ ‘저렇게 스스로 욕먹길 바라니 또 호되게 혼내줘야 예의가 아니겠어?’ “지금 자리를 봐가며 말해야지. 연희 언니가 초대해 줘서 네 체면을 세워준 건 생각도 안 하고 언니에게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다니. 그런 말 하기 전에, 네가 그런 말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부터 생각해!” “카이엔은 말할 것도 없고, 저 쓸모없는 인간이 차를 살 정도였으면 데릴사위가 되었겠어? 남자가 약간의 기개만 있어도 저 사람처럼 되지는 않았을 거야.” 범연희를 둘러싸고 있던 몇몇 임원들은, 이때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데릴사위?’ 놀란 송소빈은 동혁을 보고 약간 의아해했다. 동혁의 풍채는 송소빈에게 이미 강한 호감을 남겼고, 방금 전에 몇 마디의 대화에서도 동혁은 매우 생각이 깊고, 교양이 없는 남자 같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데릴사위가 된 거지?’ “동혁 씨, 오늘 무슨 차를 운전해서 왔죠? 아, 내가 잘못 물어봤네요. 여기 뭘 타고 온 거죠? 버스 아니면 택시?” 범연희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팔짱을 끼고 동혁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동혁 씨, 절대 범 부장님한테 말대꾸는 하지 마세요. 부장님에게 권한이 있어서, 해고한다고 말하면 그냥 해고예요.” 송소빈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동혁을 달래며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제야 송소빈은 동혁이 그룹의 특정 부서의 일반 직원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늘 여기도 나처럼 상사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온 걸 거야.’ 동혁은 송소빈을 향해 웃음을 짓더니, 범연희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택시를 타고 왔어요.”동혁은 바보가 아니었고
“뭐, 페라리 488!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이, 이 쓸모없는 인간이 슈퍼카를 살 수 있다고요? 세상에 그런 기적도 있어요?” “에이, 사람을 잘못 봤겠죠!” 룸 안 사람들에게서 연신 놀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동혁에게 쏠렸고, 그 안에서 놀라움, 난감함, 질투가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의심했다. 그들은 동혁이라는 쓸모없는 인간이 오늘 밤 생일파티에 페라리 488을 몰고 왔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지금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직접 먹칠을 당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범연희는 난감해하며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는데, 당황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잠시 후, 그녀는 태연한 척 말했다. “페라리 488이 뭐 어때서? 차 값이 고작 10억 원 정도 아니야? 긁히면 긁히는 거지. 원래 공장으로 운송해서 전체 차에 다시 도색을 해도 몇 천만 원이면 돼! 그 돈은 나도 낼 수 있어!” 이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범연희의 말투를 듣고, 자존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했다. 노래방 직원은 난처해하며, 양쪽에서 화를 낼까 봐 걱정했고,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동혁은 범연희만큼 까칠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노래방 직원을 난처하게 하기 싫어서, 직접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내 건넸다. 열쇠에 있는 눈에 띄는 페라리 엠블럼이 사람들의 두 눈에 확 들어왔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동혁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차 키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동혁과 노래방 직원이 짜고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이상 사람들을 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 제 차 좀 대신 빼주세요. 고마워요.” “제가 감사합니다.” 노래방 직원은 고맙다는 듯이 열쇠를 가지고 서둘러 이 긴장 가득한 문제의 장소를 떠났다. 그가 차를 옮기고 열쇠를 동혁에게 가져다 줄 때까지, 오션스타룸 안은 어색한 침묵만이 계속 흘렀다. 사람들은 방금 자신들이 동혁을 조롱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모두 창피하
룸 안. 송소빈을 제외한 모두가 동혁을 빈정거리며 조롱했다. 심지어 오늘 밤 동혁이 생일파티에 페라리 488을 몰고 온 것조차 일부러 허세를 부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이미 동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자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어쨌든 그들은 사실이 어떠하든 아무 상관없었다. 그저 동혁을 심하게 조롱하고 동혁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야 자신들의 어색함을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룸 안 사람들의 신랄한 빈정거림에도 동혁은 그저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까지 지었다. 동혁의 눈에, 룸 안에 사람들은 모두 속 좁고 어리석은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혁에 자신들이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단지 동혁을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아도 반격의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존심은 없고 참을성만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 ‘정말 완벽한 바보 병신!’ “자, 여러분, 오늘 저녁 모임의 이유를 잊지 않으셨죠? 바로 우리 범 부장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겁니다. 특별히 범 부장님을 위해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그럼 먼저 케이크를 컷팅을 하죠!” 이때 한 임원이 소리로 신호를 보냈다. 곧 다른 사람이 카트를 끌고 왔다. 카트에 케이크 탑이 놓여 있고, 촛불이 켜져 있었다. 범연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소원을 빌고 촛불을 불었다. 동혁은 이 사람들의 즐거움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늘 이곳 모임에 온 목적도 이미 달성했다. 그는 송수빈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고 일어났다. 이때 범연희는 이미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혁이 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했다. “동혁 씨, 잠깐만요! 내가 자른 이 첫 번째 케이크는 동혁 씨를 위한 거예요!” 범연희는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 종이 접시에 담아 건넸다.동혁은 그녀를 힐끗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케이크는 괜찮아요. 전 그냥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동혁 씨, 왜 그래요? 이건 범 부장님의 생일잔치인데
“이번에 저희 사해상공회의소에서 진 회장님에게 높은 문턱을 두지 않은 이유는, 진 회장님에게 광고를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진 회장님이 이런 작은 도움도 주시지 않을 리는 없겠지요...”강경영의 말에는 약간의 자극 요법이 섞여 있었고, 마음속으로도 비웃고 있었다.지금 하는 말끝마다 세화를 사해상공회의소의 회원으로 생각하는 듯했다.‘이 여자를 좀 띄워줄 뿐이야.’일단 세화가 강경영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 누드 사진이 온 H시에 다 퍼지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강경영은 정당한 이유를 내세워서 세화의 입회를 거부할 수 있다. 사해상공회의소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이 수법은 정말 독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세화가 기꺼이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거라서, 결국 벙어리가 냉가슴 앓듯이 괴로워도 말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세화는 강경영이 꿍꿍이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강경영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니, 상대방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사해상공회의소는 재계의 사람에게는 확실히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일단 회원이 되면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는 셈이기 때문이야.’‘사해상공회의소가 보유한 인맥과 자신의 자원도 모두 빌릴 수가 있어.’‘이 역시 사해상공회의소의 진입 문턱이 높은 이유야.’세화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홍보영상 촬영에 관해서도, 세화는 정말로 짧은 영상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사업이 갈수록 커질 것이기에, 앞으로 방송에 출연해서 얼굴을 드러낼 기회도 상당히 많을 거야.’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앞장서서 내 뉴스를 발굴하겠지.’‘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앞으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사는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야 할 거야.’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강 대표님, 제가...”“잠깐만요.”이때 줄곧 한쪽에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동혁이 갑자기 세화의 말을 끊었다.“이 선생님은 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강경영은 눈살을 찌푸리고서 동혁을
사세준의 말을 듣자, 강경영은 자신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다.머리가 어지러워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물며 이동혁은 그저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야.’ ‘이씨 가문에서 버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씨 가문의 사람이야.’‘하지만 사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사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상이지.’‘설사 사정우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사씨 가문에서는 그 요구를 받쳐줘야 해.’이 모든 걸 깨닫자 강경영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곧바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주위의 부하들에게 물었다.“진세화와 남편은 아직도 명문 호텔에 있어?”“호텔에 남아 있는 직원의 보고에 따르면, 줄곧 그곳에서 기다렸다고 합니다.”수하가 보고하자 강경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가자, 명성호텔로 돌아가자!”명성호텔.세화와 동혁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바로 그때 강경영이 일행을 데리고 불쑥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세화가 강경영을 맞으면서 말했다.“강 대표님 오셨어요. 일은 다 처리하셨습니까?”세화와 동혁은 강경영이 방금 직접 사정우를 구하러 갔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잘 처리했습니다. 진 회장님을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강경영이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그 태도를 본 세화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이번에 강경영의 태도가 이렇게 좋은 걸 보니까, 괴롭힘을 당할 염려는 없겠어.’세화가 강경영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강 대표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안 하셨다면 호텔 2층의 아너 홀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만...”“식사는 괜찮습니다. 진 회장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강경영이 손짓하며 말했다.“진 회장님, 자 이쪽으로요.”강경영은 세화와 동혁을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데리고 갔다.“진 회장님, 우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죠.”“회장님이 가지고 계신 두 회사의 상황에 대해서 저희 사해상공회의소에서는 이미 세밀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회장님이 사해상공회의소에 가입할 자격은 이미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회의에
[그리고 이씨 가문의 이천성도 이동혁이 자기 입으로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고 했지.][그 이동혁은 완전히 꼴통이야. 그놈은 네가 명문가의 도련님인지 아닌지 가리지 않아...]”오한민의 말투는 더없이 진지했다.진심으로 사정우를 걱정해서 일깨워준 건지, 일부러 열받게 만들려고 한 말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아무튼 이 말은 단번에 사정우의 승부욕을 뼛속까지 자극했다.“이천성 그 기생오라비 같은 병신을 저하고 비교할 수 있나요?”코웃음을 친 사정우가 오싹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이번에는 제가 그 이가 놈에게 진짜 명문가의 도련님이 뭔지 알게 해 줄게요.”“그놈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더 간단하지요!”사씨 가문이라는 명문 가문을 등에 업고 있기에, 사정우는 이런 배짱을 가지고 있었다.오한민은 계속해서 권유했다.[정우야,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 마. 그놈은 H시의 전 시장인 하세량과 한통속이야.][지금 하세량이 물러났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어. H시경찰국 국장인 조동래가 바로 하세량의 심복이지...]“원래 그놈의 뒷배경이 하세량이군요. 알겠어요.”사정우는 입가에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다.리성투자회사 사무실에서도 전화를 끊고 난 오한민의 입가는 냉소가 흘렀다.‘이씨 가문에서는 하세량에게 도지사 곽원산이라는 백이 있는 걸 꺼렸지. 경솔하게 이동혁에게는 손을 대지 못한 채 거듭 내게 이동혁을 손을 손보라고 했어.’‘마침 잘 됐어. 사정우를 앞세워서 이동혁에게 또 어떤 카드가 있는지 시험해 보는 거야.’‘물론 이동혁이 곧바로 사정우의 손에 죽게 된다면,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아직 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 오반석을 생각하자 눈빛에서는 뼈에 사무치는 원한이 드러났다. 곧 오한민은 비서를 불러서 지시했다.“이동혁의 동향을 시시각각 주시하도록 해. 일단 그놈이 벗어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가 그들의 재산을 뺏을 수단을 쓸 수 있어...”지금 오한민의 욕심은 아주 거대했다.세화가 장악하고 있는 두 그룹과
“정우 도련님, 괜찮으세요?”사정우를 부축하고 그의 상태에 신경을 쓰면서, 강경영은 남경찰서에서 나왔다.“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사정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음흉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남경찰서의 간판을 바라보았다.“여기 있는 놈들의 신상 자료를 바로 찾아서 가져와.”“나 사정우는 아무 놈이나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이번에 내가 H시의 이 촌것들에게 나 사정우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주겠어!”명문 사씨 가문 출신인 사정우는 여태까지 자신이 사람을 짓밟기만 했다.‘거대한 S시에서조차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어.’‘코딱지만 한 H시에 와서 보잘것없는 데릴사위의 손에 의해서 무고한 죄를 뒤집어쓸 줄 누가 알았겠어! 게다가 남경찰서의 놈들에게 한바탕 두드려 맞기도 했어.’‘이 일이 S시에 알려지면, 사씨 가문의 장남인 내가 앞으로 무슨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단 말이야?’“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도련님의 일이 바로 제 일입니다. 도련님이 말하지 않더라도 제가 그 놈들을 틀어쥐고 도련님에게 해명하게 하겠습니다...”강경영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사정우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방금 말한 놈들은 모두 잔챙이들이야. 하지만 두 년놈은 내가 어떻게든 가만두지 않겠어.”“마침 그 두 사람은 강 대표가 이번에 H시에 온 일과도 관련이 있어.”“아... 저하고 관련이 있다니요?”강경영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사정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바로 당신이 입회를 고찰하기로 한 그 진세화하고 그 여자의 X밥인 데릴사위 남편이야.”“강 대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사정우가 강경영을 힐끗 보자, 강경영은 몸을 움찔하면서 곧바로 태도를 표명했다.“정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그 여자가 도련님에게 미움을 샀다면, 절대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짝!강경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뺨에서 불이 났다.“내가 그 X을 사해상공회의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