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죠?” 하지혜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혜가 바보도 아니었고, 바로 김진우의 더러운 생각을 눈치챘다. 상업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모가 출중한 여자로서, 하지혜는 김진우와 같은 남자를 너무 많이 보았다. 이런 부류 사람들은 하지혜의 눈빛을 보고, 모두 하지혜를 어떻게 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진우가 이번 일로 하지혜를 귀찮게 할 줄은 몰랐다. “하 사장님, 다 아시면서 뭘 그리 감추시고 그래요. 우리 다 똑같은 부류잖아요. 저한테까지 내숭 떨 거 없어요. 하 사장님이 저랑 잠자리만 하면 제 권한으로 이 9호 단독주택을 160억 원에 가져가게 해 드릴 수 있어요.” “잠만 자도 140억 원을 절약할 수 있어요. 하 사장님도 성공한 사업가이시니, 이 장사가 얼마나 수지가 맞는지는 잘 아시겠지요?” 김진우는 음흉하게 웃었다. 김진우의 음란한 눈빛이 하지혜의 몸,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으며 호흡이 가빠졌다. “김 부장님, 누구를 순진한 바보로 보는 겁니까?” 하지혜는 갑자기 일어나 눈을 가늘게 뜨고, 눈빛 가득히 분노를 머금고 김진우를 노려보았다. “9호 단독주택의 가격, 상업은행의 경영진이 당신에게 주문한 최저 금액이 바로 160억 원이군요!” 김진우가 일부러 가격을 300억 원으로 올린 것은, 하지혜를 자극해 잠자리에 들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결국 하지혜가 큰 이득을 본 것 같은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김진우의 음흉한 속셈이 하지혜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김진우의 안색이 변했다. 김진우는 곧 다시 웃기 시작했다. “하 사장님은 정말 똑똑하군요. 저는 이렇게 똑똑한 여자와 사업하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하 사장님은 이 단독주택을 반드시 사야 하는 입장인 거 같은데, 이 단독주택을 팔지 말지는 모두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요.” 악랄한 눈을 하고 있는 김진우는 이미 9호 단독주택을 사야 하는 하지혜의 절박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하지혜가 자신의 뜻대로 할 거라고 믿었다.
금골 별장 9호 단독주택은 항남의 가족이 살던 집이다. 그런데 지금 김진우가 부잣집 도련님에게 팔아먹겠다고 아우성치며, 광란의 파티를 열어 이곳을 퇴폐적인 곳으로 만들겠다고 소리쳤다. ‘아주 네가 죽고 싶구나? 이젠 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어!’ 동혁은 표정을 차갑게 가라앉히고 다가가, 다짜고짜 발로 김진우를 걷어차 넘어뜨렸다. “네 놈 부장은 말할 것도 없고, 설사 은행장이라고 해도 내가 금골 별장 9호 단독주택을 사겠다고 하면 순순히 가져와야 해!” 동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퉤!” 김진우는 입안의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내고,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증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한테 빌붙어 집이나 사는 펫남 주제에, 무슨 허세야?” 동혁은 말없이 휴대폰을 꺼내 선우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느 카페. “설리야, 선우 가문의 큰 딸이 왜 H시 같은 작은 도시에 와서 비서로 일하고 있어? 네 가문과 능력이면, 그 성세그룹의 회장이 돼도 충분하지 하잖아!” 최원우는 좌석에 앉아, 앞에 앉아 있는 선우설리에게 말했다. 가문의 지시를 받아 H시에 여동생 최혜선을 데리러 온 최원우는 얼마 전 영문도 모른 채 가문에서 사라진 선우설리도 H시에 있다는 것과, 성세그룹 회장의 비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조 원에 달하는 성세그룹의 규모는 H시에서 가장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B시 최씨 가문과는 전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최원우는 어렸을 때부터 선우설리를 알고 지냈고, 여전히 선우설리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선우설리가 B시로 돌아와 능력을 펼치도록 설득하혀 했다. 어쨌든 최원우는 H시처럼 작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선우설리가 테이블 위에 놓은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선우설리는 최원우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선우 사장, 내가 지금 금골 별장 C동 9호 단독주택에 있는데 상업은행장 보고 당장 날 찾아 이리로 오라고 해!] 휴대폰에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어
금골 별장 C동 9호 단독주택. 김진우는 여전히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하 사장님, 오늘 사장님이 나와 함께 잠자리를 하면, 이 펫남을 그냥 보내주죠. 아니면 저 놈이 나를 때린 일을 책임지지 않는 이상 한 발짝도 이 집에서 못 나가니 그리 아세요!” 하지혜는 김진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상대하지도 않았다. ‘동혁이 호아병단과 H시 경찰서에서 만 명을 동원하여 H시의 크고 작은 깡패들을 모두 체포한 사실은 꿈에도 모를걸!’ ‘베일에 싸인 성세그룹의 회장이 동혁이라는 사실도.’ ‘권력이든 돈이든 김 부장 네 놈은 동혁이 앞에서 벌레보다도 못해!’ 하지혜의 눈에는 김진우가 동혁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끊임없이 목숨을 걸고 있었다. 바로 그때, H시 상업은행의 서영춘 행장이 도착했다. “은행장님, 여길 어떻게 오셨어요?” 김진우는 즉시 벌떡 일어나 서영춘을 맞이하며, 동혁을 가리키면서 분노하여 호소하기 시작했다. “행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저 조 도와주십시오. 바로 저놈이 저를 이렇게 때렸습니다! 보세요! 여기 피가 다 났는데…….” 서영춘은 동혁을 보았다. 비록 서영춘은 동혁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현장에 세 사람이 있으니, 한 사람은 틀림없이 동혁일 것이라 생각했다. “때려서 피가 나는데 어쩌라고? 내가 네놈이 피똥 싸게 해 주마!” 서영춘은 두말없이 김진우를 밀어 누르며 바닥에 쓰러뜨렸다. 서영춘은 주먹과 발로 김진우를 구타했고, 김진우는 머리를 싸안고 땅바닥에 웅크리고 고통스러워하더니 곧 바닥에 죽은 개처럼 변했다. 하지혜도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혜는 김진우가 분명 나중에 잘못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업은행 행장 서영춘이 와서 직접 김진우를 폭행할 줄은 몰랐다. 김진우 본인은 더더욱 어찌 된 일인지 몰랐다. “개X식, 이 선생님께 감히 무례를 저지르다니!” 서영춘은 마지막으로 김진우를 발로 세게 걷어차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동혁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이 선생님, 저는 상업은행장 서영춘입니다. 9
하지혜는 영혼마저 얼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상대는 3대 가문이야.’‘H시에서 뿌리가 깊고 힘도 너무 커 빈틈이 없는 그 3대 가문!’‘아무리 동혁이 성세그룹의 회장이라고 해도, 정말 그 3대 가문을 무너뜨릴 만한 능력이 있을까?’“입 조심해!”동혁은 하지혜를 무심하게 흘끗 쳐다보았다. 동혁은 당분간 자신이 백항서라는 것을 3대 가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백항서는 3대 가문을 위협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름으로, 3대 가문이 경계와 압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이를 위해 설전룡에게 동혁 자신이 백항서의 신분을 가질 수 있게 지시했다.백항서라는 신분의 서류와 이력을 모두 완벽하게 갖추었다.그래서 3대 가문이 아무리 조사해도 그 사람이 동혁이라는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알았어!”하지혜는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이 일을 발설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서영춘도 눈치가 빨라 하지혜와 함께 백항서의 신분에 관해 절대 한 마디도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동혁이 김진우를 흘끗 쳐다보자, 김진우는 온몸을 떨며 공포에 질려 동혁을 쳐다보았다.동혁 앞에서 마치 손자인 듯 얌전히 구는 서영춘을 보고 김진우는 이미 가지고 있던 기대도 모두 포기했다.“서 행장님, 저런 인간쓰레기는 당장 해고하세요.”동혁의 담담한 한마디가 김진우의 운명을 결정했다.김진우가 협박을 해 잠자리에 들게 하려는 사람이 하지혜이긴 했지만, 동혁도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을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에 두 번 다시 보기 싫었다.“빨리 이 쓰레기 같은 놈을 내쫓고, 사람을 시켜서 단독주택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라고 해!”서영춘도 김진우의 생사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 김진우를 내쫓았다.“청소는 되도록 빨리 끝내세요. 바로 제 의붓 부모님 가족을 모셔야 와야 하니까요.”동혁은 이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하지혜가 재빨리 동혁을 따라갔다.단독주택을 나서자마자 마이바흐를 타고 도착한 선우설리를 보았다. “제가 운전을 해야 해서 먼저 갈게요.” 하지혜는 선우설리에게 공손히
“원우, 너 지금 큰 실수하는 거야!” 선우설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혁이 손사래를 쳐서 말을 끊었다. “저는 욕심이 끝이 없는, 2000억이 있어도 부족하게 생각하는 데릴사위인데, 어떻게 성세그룹의 회장이겠어요?” 이 말을 하고 동혁은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 동혁은 원우가 자신의 신분을 알고, B시 최씨 가문과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원우가 자신을 탐욕스러운 데릴사위로 아는 것이 더 편했다. 동혁이 성세그룹의 회장이 아니라고 하니, 원우는 뜻밖에도 마음이 놓였다. 원우는 선우설리에게 말했다. “설리, 네가 어떻게 이런 사람과 엮여 있는 거야? 그거 알아? 오전에 금우자동차센터에서 이 사람이 내 여동생을 구했다고, 나에게 2조 원을 들여 금우자동차센터를 사서 자기에게 달라고 했어!” “최신혜가 네 여동생이었어?” 선우설리는 원우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원우에게 가족이 너무 많아서 최신혜와는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동혁이 구한 여자아이의 이름이 최신혜였기 때문에, 원우가 최신혜를 언급하자 바로 생각이 났다. “맞아.” 원우는 계속해서 동혁에 대해 말했다. “이 이동혁이라는 사람은 그냥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야! 체면도 없는 그저 그런 데릴사위라고. 그러니 앞으로 저 사람을 멀리…” “최원우, 너 적당히 해!” 선우설리는 원우가 점점 더 심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원우의 말을 끊었다. “넌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 내가 한 마디만 할게. 넌 저분이랑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 말을 마치고 선우설리는 고개를 돌려 떠났다. 원우는 선우설리가 떠나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선우설리의 말을 원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원우는 자신의 설교하는 듯한 말투가 선우설리를 화나게 했다고 생각했다. ‘설리는 원래 자존심이 센 여자니까, 그래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하지만 다음 장면은 원우의 눈을 의심케 했다. 원우는 동혁이 선우설리의 마이바흐 뒷좌석에 앉았고, 선우설리도 이어서
“이사를 간다고? 어디로?” 백문수 부부는 놀랐다. 마리도 의아한 표정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은 마리의 작은 얼굴을 꼬집었다. “우리 마리가 말한 옛 집으로 이사하려고요. 거북이와 금붕어를 키울 수 있는 그곳으로요.” “와 정말요? 아빠, 고마워요. 아빠, 정말 최고!” 마리는 환호하며 동혁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곧 온 가족이 버릴 것은 버리고, 나머지는 짐을 싸서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금골 별장 C동 9호 단독주택으로 돌아갔다. 동혁은 선우설리와 하지혜에게 백문수 부부와 흥분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가 옛집을 살펴보게 하고, 자신은 선우설리의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짐을 날랐다. 바로 그때, 또 몇 대의 고급차가 도착했다. 일행이 차에서 내렸다. “조명희?” 선두에 선 사람은 예쁜 여자였고, 동혁은 한눈에 상대를 알아봤다. 조명희는 바로 조씨 가문의 큰 딸로, 전에 동혁이 부쉈던 레저 로열티의 주인이었다. “황 과장님, 이 9호 단독주택은 2년 전 우리 H시 최연소 부호가 살았던 곳이에요.” 걸음걸이가 반듯한, 네모난 얼굴의 남자 곁에서 조명희는 매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조 사장님, 이 단독주택은 딱 봐도 비쌀 거 같은데요? 전 받을 수 없어요.” 남자는 일부러 얌전한 척 손을 내저었지만, 안경 아래에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조명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황 과장님,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니에요? 과장님 같은 분이 아니면, 다른 누가 이 집과 어울리겠어요?” 조명희는 애교를 부리며 계속 아첨했다. “과장님은 H시군부 병참부의 과장으로서 지위도 높으시고 힘도 있으시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H시 군부에서 거행할 심 총지휘관님의 취임식도 과장님께서 전권을 갖고 준비하시는 거고요.” “저희 3대 가문은 과장님만 믿고 있어요. 이번에 세 자리만 좀 부탁드릴게요.” “그렇게만 해주시면 단독주택은 기본이고.” 조명희는 말하는 도중 일부러 더 가까이 다가가 상대에게 거의 달라붙었다. 붉은 입술을 깨물고 향기로운 숨을 내쉬며 말
조명희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조명희는 레저 로열티가 부서졌을 때, 동혁 앞에 주저앉아 두려움에 떨었던 장면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 후 조명희는 레저 로열티를 파괴한 6명이 사실 박용구의 6대 직속 대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6명이 아니었다면, 동혁은 그날 레저 로열티를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조명희는 동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다. 조명희는 황현동의 팔짱을 낀 채 비웃으며 말했다. “이동혁, 고작 짐꾼으로 일하면 돈을 몇 푼 벌 수 있겠어? 아니면 내가 일거리를 소개해 줄까? 여기 9호 단독주택에서 남자 도우미로 일하는 게 어때?” “매일 무릎 꿇고 엎드려 바닥을 닦고, 변기를 닦고, 그러면 월급 200만 원씩 줄게!” 황현동이 조명희의 품에 안기자, 온몸이 흥분으로 날뛰었다. 그러자 황현동이 큰 손을 휘두르며 호탕하게 말했다. “우리 조 사장님이 소개해 준 사람이니, 내가 고용하지!” “이동혁, 듣고 가만있으면 어떻게! 당장 황 과장님께 감사해야지!” 조명희는 동혁을 노려보며 신랄하게 말했다. “황 과장님은 H시 군부의 고위층에 계신다고. 황 과장님을 위해 남자 도우미로 일하는 것은 네게 얼마나 영광인데. 내가 이렇게 소개하지 않았다면, 넌 아직 진씨 가문에서 아무 지위도 없는 데릴사위일 뿐이야. 그러니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 있어?” 조명희는 계속 동혁을 조롱했다. 조명희는 동혁이 9호 단독주택에서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었다. 오직 그렇게 해야만, 조명희는 이전의 치욕을 씻을 수 있다고 여겼다. 조명희는 이런 모욕을 주면 동혁이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뛸 줄 알았다. 그러나 동혁의 표정은 아무 흔들림 없이 평온했다. “조명희, 네 말을 들으니, 오히려 네가 오늘부터 여기 9호 단독주택의 전업가사도우미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동혁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마침 백문수 노부부와 마리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9호 단독주택의 청소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원래는
‘뭐? 지시에 따를 수 없다고?’ 예의 바르게 거절하는 서영춘의 말에 조명희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조 사장님, 저희 상업은행에 또 다른 매물이 있습니다. 9호 단독주택보다 더 고급스러운 단독주택 두 채입니다.” “사장님께서 원하신다면 가격은 제가 알아서 잘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조명희의 체면을 완전히 구기기 싫었던 서영춘은 재빨리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제안도 조명희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짝! 조명희는 갑자기 팔을 들어 서영춘의 뺨을 세게 때렸다. “조 사장님, 지금…” 서영춘은 빰을 가리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조명희를 쳐다보았다. 서영춘은 조명희가 이렇게까지 방자하고 제멋대로 일지 몰랐다. ‘난 어쨌든 상업은행의 행장이야.’ ‘그냥 이름 없는 하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데 이 여자가 아무렇지 않게 내 뺨을 때려?’ “서 행장, 잘 들어. H시의 주인은 우리 3대 가문이야!” 조명희는 매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 같은 일개 행장이 뭐가 대단하다고? 네 전임자도 다 우리 3대 가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개였고, 너도 우리 3대 가문이 키우는 개 중 하나일 뿐이야!” 조명희는 할인해 주겠다는 가격보다 돈이 부족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조명희는 명망 있는 조씨 가문의 딸로, 3대 가문이 공인하는 가장 우수한 세 젊은 인재 중 한 명이었다. 조명희는 자신에게 갖추어야 할 격식을 서영춘이 무시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조명희가 원하는 것은 체면이다. 조명희가 황현동 앞에서 9호 단독주택을 사서 선물하겠다고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안된다며 서영춘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서영춘, 일개 행장 주제에!’ ‘감히 내 지시를 거부해서, 내 체면을 깎아?’ 조명희는 뒤에 있는 9호 단독주택을 가리키며 서영춘에게 명령했다. “가서 단독주택에 있는 사람들 다 내보내, 지금! 당장!” 서영춘은 빰을 가린 채 조명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상대는 3대 가문 중 하나인 조씨 가문의 큰 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