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완은 천수홍을 통해 동혁이가 최씨 가문의 아가씨를 구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동혁이가 B시의 최씨 가문과 친분을 맺은 이상, 염동완은 어젯밤 도박장의 원수를 갚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동혁의 말을 따라야 했다.그의 삼촌, 염동철이 B시의 최씨 가문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염동완은 구경하던 사람을 밀치며 말했다.“길 막지 말고 당장 꺼져!”그 사람은 슈트를 입고 가방을 들고 있는 중년 남자였다.남자는 불만스러워하며 염동완의 손을 내쳤다.“당신이 뭔데 나더러 꺼지라 마라야…….”짝!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동완은 그의 뺨을 때린 뒤, 그의 멱살을 잡고 흉악한 표정으로 물었다.“이제 꺼질 수 있겠지?”중년 남자는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방금 전까지도 그는 동혁을 비꼬며 기뻐했는데, 지금 염동완에게 뺨을 맞자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꺼질게요. 당장 꺼질게요.”“다시 한번 동혁 형님한테 무례하게 군다면 죽여버릴 거야!”염동완이 남자를 내팽개치자, 병실 입구를 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두려움에 떨며 길을 비켜주었다.이에 천대명은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누가 감히 병원에서 사람을 때리는 거야! 내가 바로 부원장 천대명이야. 감히 내 앞에서 사람을 때리다니?”“천대명? 마침 잘 만났어.”염동완이 거들먹거리며 들어오자, 천대명은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왜 그래, 천 부원장? 설마 날 잊은 거야?”천대명은 염동완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곧 이마에 땀방울이 가득 맺히게 되었다.“알, 알죠! 동완 도련님. 제가 어찌 감히 도련님을 몰라뵙겠어요.”그는 말하는 목소리마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짝!염동완은 천대명의 뺨을 세게 때렸다.그러자 천대명은 안경이 날아간 것도 모자라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그는 그저 멀뚱멀뚱 염동완을 바라보기만 했다.염동완은 쪼그리고 앉아 그의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여전히 잘난 척을 하고 있었네. 네가 도박을 하기 위해
염동완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동혁이가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염동완은 제지시킨 후 류혜진에게 말했다.“어머니, 전 동완 도련님을 건드리지 않았어요. 동완 도련님은 라세영을 찾으러 온 게 분명해요. 아마 그놈이 빚을 갚지 못해 잡아가서, 막노동을 시키고 똥 오줌을 들게 하려는 걸지도 몰라요.”동혁은 말을 마친 뒤 염동완을 힐끗 보며 말했다.“동완 도련님. 제 말이 맞죠?”그는 류혜진에게 자신이 염동완을 불러온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류혜진의 마음의 병이 낫기 전에, 그는 라원문 식구들과 맞서 싸울 수 없었다.괜히 섣불리 처리했다간 류혜진이 자신을 탓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맞아, 난 라세영을 찾으러 온 거야.”염동완은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그는 동혁이 무엇 때문에 사실을 숨기려는 것인지 몰랐지만, 바로 동혁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동혁의 말은 류혜진에게 설명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염동완에게 눈치를 주는 것이다.염동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라세영에게 다가가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라세영, 네가 감히 병원에 입원을 해?”방금까지 동혁 앞에서 잘난 척하던 라세영은, 염동완의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당장 내려오지 못해?”염동완은 그를 침대에서 끌어내린 뒤 발로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똑바로 서지 못해?”“펑!”라세영은 벽에 세게 부딪힌 후 바로 똑바로 섰다.“똑, 똑바로 설 수 있습니다.”염동완은 그의 귀를 잡고 노호하였다.“똑바로 설 수도 있는 놈이 입원을 한 거야? 여태껏 쇼를 하고 있어던 거야? 설마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날 신고라도 하려고 했어?”“아니에요. 제가 어찌 감히 동완 도련님을…….”“네가 신고를 하든 말든 상관없어. 죽을 정도는 아닌 것 같으니 당장 퇴원해.”염동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직 나한테 빚진 돈이 꽤나 있다는 거 알고 있지? 네가 가난뱅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돈은 갚지 않아도 돼. 나랑 같이 돌아가서 일이나 하며
“이걸 어떡하지! 라세영이 우리 앞에서 잡혀갔으니, 라원문 부부가 분명 또 난리를 칠 거야. 우리더러 빚을 갚으라고 할 것이 뻔한데, 우리 집엔 더 이상 돈이 없잖아.”류혜진은 라세영이 끌려나가는 것을 보고 다소 조급해했다.하지만 동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피식 웃었다.동혁은 다시는 라세영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그는 류혜진을 타이르듯이 말했다.“어머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어젯밤에 동완 도련님과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제가 가서 몇 마디 물어보고 올 테니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세요.”그는 마침 염동완에게 당부할 일이 있었는데, 류혜진이 들어선 안 되는 내용이었다.동혁은 말을 마친 후 병실을 나섰다.“동완 도련님, 그럼 돈 문제는…….”천대명은 소심하게 염동완의 앞에 서있었다.이때 동혁이 나타나자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당장 저리 꺼지지 못해? 내가 동완 도련님과 이야기하고 있는 거 안 보여?”방금 동혁의 말을 들은 그는 염동완이 정말 라세영을 찾으러 온 것이라고 믿었다.그는 자신이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염동완에게 맞은 것이, 바로 동혁 때문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그는 여전히 동혁을 무시하고 있었다.동혁은 그를 흘긋 보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염동완, 저 자식 입 좀 다물게 만들어.”“하하, 네가 뭔데 동완 도련님이 네 말을 듣…….”천대명은 비꼬듯이 웃으며 말했는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염동완은 그의 뺨을 때렸다.“개자식, 내가 동혁 형님 말을 들으면 어쩔 건데?”염동완은 좌우로 천대명의 뺨을 때렸다.그는 동혁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엄청 열심히 협조하였다.천대명은 얼굴을 가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당장 멈추세요. 누가 당신들더러 병원에서 사람을 때리라고 했어요?”바로 이때,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대명은 고개를 돌려 보자마자 기뻐하며 말했다.“원장님, 절 구해주세요. 제가 하마터면 맞아 죽을뻔했어요.”현대 병원의 원장, 김장훈은 성큼
사실 동혁은 김장훈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의료 장비를 기부한 것은 그조차도 모르는 일이다.아마 예전에 황지강이 기부한 것일지도 모른다.어쨌든 간에 김장훈의 말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방금 동혁을 비꼬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도망가려 했다.수천억의 의료 설비를 기부했다는 건, 그의 자산이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들은 이렇게 젊고 돈 많은 부자를 폐물 취급을 한 것이다.정말 웃긴 일이다.염동완조차도 다소 놀란 표정으로 동혁을 보았다.그가 동혁에게 잘 보이려는 것은 동혁 본인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최씨 가문 때문이었다.그러나 김장훈의 말이 사실이라면 동혁은 엄청난 부자가 분명하다.이때 천대명은 뻔뻔스럽게 얼굴을 내밀어 동혁을 보았다.“이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오해예요. 제가 사과드릴…….”“방금 저더러 꺼지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동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천대명을 쳐다보았다. 천대명의 사과가 전혀 효과 없었던 모양이다.천대명이 한 짓들은 사과 한 마디로 해결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뭐? 천대명 네가 감히 이 선생님한테 꺼지라고 말한 거야?”김장훈은 화를 내며 천대명을 노려보았다.“꺼져야 할 사람은 너인 것 같네.”“네, 꺼져야 할 사람은 접니다. 꺼져야 할 사람은 접니다.”천대명은 허리를 굽혀 연신 사과를 했다.동혁은 차갑게 웃은 후 김장훈을 보며 말했다.“김 원장님. 방금까지만 해도 분부할 일이 없었지만 이제 생겼네요. 천대명 씨께서 꺼져야 할 사람이 자신이라고 하니, 이만 꺼지라고 하세요.”천대명과 김장훈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한 사람은 홧김에 한 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에 따른 것일 뿐이다.두 사람 모두 동혁이가 진짜로 받아들일 줄은 몰랐던 눈치다.“왜 그러세요? 김 원장님, 혹시 부하라고 봐주시려는 거예요?”동혁은 어두운 표정을 보이더니 말했다.“설마 김 원장님도 함께 꺼지실 생각인 가요?”동혁에게 있어선 매우 쉬운 일이다.김장훈은 깜짝 놀라더니 얼른 입을 열었다.
“가자.”염동완은 고개를 돌려 천대명 앞으로 걸어갔다.천대명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동완 도련님, 절 데리고 어디로 가시려고요?”“나랑 함께 돌아가 40억의 빚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야지 않겠어?”염동완이 콧방귀를 뀌었다.김장훈은 이 말을 못 들은 것처럼 고개를 돌려 떠났다.천대명은 순식간에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방금 해직된 것도 모자라 염동완에게 끌려가다니.염동완의 흉악한 미소는 그에게, 이번에 가면 분명 엄청난 고문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이 모든 것은 그가 동혁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천대명은 동혁이가 염동완을 한쪽으로 데려가서 이야기를 나눈 것을 보았다.그리고 염동완은 동혁과 이야기를 마친 후 갑자기 자신을 데려가려고 했다.천대명은 동혁을 보며 무릎을 꿇었다.“이 선생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다신 이처럼 건방진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동혁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그저 서있기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동완은 라세영과 천대명을 데리고 떠났다. 병실은 드디어 조용해졌다.복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는데, 모두 가기 전에 동혁을 주의 깊게 보았다.마치 동혁의 생김새를 마음속 깊이 새기려는 모습이었다.‘다음번에 만난다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돼!’“동혁아, 동완 도련님하고 얘기 제대로 나눴어? 세영이를 풀어주실 생각은 있으시대?”동혁이가 병실에 들어서자, 핸드폰을 들고 있던 류혜진이 급히 물었다.그녀는 방금 세화와 통화를 하고 있었기에, 복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동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합의하지 못했어요. 라세영은 이미 끌려갔어요.”“내가 이럴 줄 알았어!”류혜진은 동혁을 노려본 뒤 계속 통화를 했다.“세화야, 세영이가 결국 잡혀가고 말았어. 빨리 방법 좀 생각해 봐.”“엄마, 저 일하느라 바쁘다고 말했잖아요. 제가 그렇다고 하루 24시간 내내 세영 씨 집안의 일들을 도울 순 없잖아요.”전화 너머의 세화는 화를 내며 말했다.그러자 류혜진은
콰트로포르테가 갑자기 소리를 내자 장계금 세 사람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차주가 돌아온 거야? 어디에 계신 거지?”소예은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섰다.한참 기다렸더니 다리가 저린 모양이다.장계금은 사방을 둘러보더니 말했다.“차주가 안 보이는 데?”“이렇게 큰 사람을 보지 못하다니, 눈이 멀었나 봐요.”바로 이때, 동혁은 어리둥절한 류혜진을 데리고 다가왔다. 그가 손에 든 차 열쇠를 흔들자 콰트로포르테에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다.“네, 네가 차주인 거야?”장계금 세 사람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동혁을 보았다.‘진씨 가문 바보 사위가 정말 차주라니. 말도 안 돼!’그러나 그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류혜진은 얼떨결에 물었다.“동혁아, 이 차는 얼마짜리야?”“아마 10억 정도일 거예요. 비싼 편은 아니에요.”동혁도 자세한 가격은 몰랐지만, 천화가 하는 말을 얼떨결에 들은 적은 있었다.그리고 진화란은 체인점에 개조를 요구하였기에, 스피커조차도 최고급으로 설치되어 있었다.진한영이 선물한 10억을 모두 이 차에 쏟아부은 거나 마찬가지다.‘10억이 비싸지 않다고?’장계금은 갑자기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방금 그녀는 하영수가 1억 주고 산 차를 한참 자랑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동혁은 10억이 넘는 차를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니.이렇게 비교하자 장계금은 몹시 창피했다.소예은은 동혁의 말 속의 허점을 잡고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10억이 안 된다고? 이 차는 기껏 해봤자 4억 정도야. 어느 정도 가격인지도 모르나 본데, 차 열쇠를 땅에서 주운 건 아니야?”“그럼 너도 하나 주워오지 그래?”동혁은 눈앞의 멍청한 여자를 흘긋 보았다.“너…….”소예은은 화가 난 마음에 이를 악물며 말했다.“난 이 스포츠카가 네 것이라는 건 절대 못 믿어! 널 팔아도 이 차를 사진 못할 거야.” “믿든 안 믿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동혁은 더 이상 소예은을 상대하기 귀찮아서 류혜진에게 말했다.“어머니, 이만
“장계금, 네가 처음으로 나한테 좋은 말 한 것 같은데,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속이 시원하긴 하네!”류혜진은 장계금을 보며 말했다.이 순간, 그녀는 기분이 통쾌했다.장계금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장계금은 마치 뺨을 세게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녀는 방금 류혜진과 동혁을 무시하며, 그들 앞에서 하영수가 산 1억짜리 차를 자랑했었다.이 일을 떠올리자 그녀는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하영수와 소예은도 어색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단번에 차 세대를 샀으니 합치면 20억이 넘겠지?’그들의 1억 짜리의 차는 아예 자랑할 자격조차 없다.“저기, 동혁 씨. 차 좀 옮겨 주실 래요?”하영수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줄곧 동혁을 무시해온 그는 마침내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하였다.동혁은 소예은을 힐끗 보며 말했다.“방금 네 남편이 전화했을 때, 이 차가 내 차라면 타이어를 먹겠다고 했었지?”이 말을 들은 소예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그녀도 서둘러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동혁 씨, 오해예요. 그냥 농담 좀 한 것뿐이에요.”“타이어는 먹으라고 하지 않을 테니, 앞으로 저희 어머니 앞에서 더 이상 나대지 마세요.”동혁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물론 그녀가 정말 타이어를 먹게 할 수는 없다.장계금 세 사람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일을 겪은 후, 그들도 더 이상 류혜진의 앞에 나타날 면목이 없었다.“천화야, 마침 잘 왔어. 넌 어머니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고, 난 너희 누나를 데리러 회사로 갈게.”동혁은 더 이상 세 사람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류혜진을 천화의 차에 부축한 뒤 자신의 차를 타고 떠났다.진성그룹에 도착한 동혁은 곧바로 세화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이전에 그는 회사에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진성그룹의 실세는 세화인 데다가, 모두 그가 세화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동혁 씨, 회사에는 왜 온 거야? 병원 쪽 일은 다
세화가 새 슈퍼카를 운전하자, 라원문 부부는 화가 나다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내 아들을 구해야지!’“어젯밤에 제가 이모 아들을 구하기 위해 빚을 한번 갚아드렸는데, 지금 또 저희더러 빚을 갚으라는 거예요? 제가 당신 집 ATM이라도 되는 줄 알아요?”세화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래, ATM라면 어쩔 건데? 너희 엄마가 내 딸을 죽였으니 이 정도 대가는 치러야지!”라원문이 당당하게 말했다.“진세화, 내가 너희 엄마더러 병원에서 내 아들을 돌보라고 시켰건만, 너희 엄마는 내 아들이 잡혀가는 걸 보고만 있었어! 당장 내 아들을 구해낼 방법을 생각해!”서수현도 달려들어 차창을 잡아당겼다.세화는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물었다.“임동완이 라세영을 데려가기 전에 돈만 가져가면 라세영을 놓아준다고 한 적도 없어.”동혁이는 절대로 같은 일을 반복할 사람이 아니다.“임동완 돈 대신에 세영이를 잡아가 막노동을 시키겠다고 했어. 기분이 풀리면 돌려보내주겠다고 했으니,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간 아들이 돌아올 거야.”동혁의 말을 들은 라원민 부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 우리 세영이를 잡아가 막노동을 시키다니. 우리 세영이는 어릴 때부터 고생을 해 본 적이 없는데…….”서수현은 조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는 그동안 라세영을 워낙 곱게 키워 왔기에 걱정이 태산이었다.“바보야, 너 일부러 우리한테 거짓말 한 건 아니지?”라원문은 동혁을 노려보며 물었다.그는 동혁이가 자신의 아들을 구하는 데 돈을 쓰고 싶지 않아,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였다.“당신들한테 염동완의 연락처가 있잖아.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겠네.”동혁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서수현은 바로 염동완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혁이가 말한 것과 같은 대답을 듣게 되자, 그녀는 염동완에게 아들을 돌려보내 달라고 애걸복걸하였다. 더불어, 돈을 얼마나 가져가야 자신의 아들을 놓아줄 것인지 물어보았다.하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