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이번엔 모자라지 않은가 봐요?”최원우는 동혁이가 드디어 만족했다고 생각해 비웃듯이 말했다.“먼저 제 말에 동의해 주셔야 합니다. 돈을 받으신 후, 대외적으로 최씨 가문의 사람을 구했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그는 동혁이가 최씨 가문의 이름을 들먹이고 그들의 명성을 손상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동혁은 웃으며 말했다.“최원우 씨, 제가 상식적인 문제를 가르쳐 드리죠. H국의 수표는 요구에 따라 최대한도가 999억 9999…… 9999원입니다. 2000억을 수표로 줄 순 없습니다.”동혁은 말을 마친 후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원우를 바라보았다.최원우는 잠시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보디가드에게 물었다.“정말이야?”“네, 도련님.”곧 보디가드가 물었다.“그럼 두 장을 사인하시는 게 어때요? 그래도 마찬가지잖아요.”“닥쳐!”최원우는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 그는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최씨 가문의 도련님인 그가 데릴사위에게 농락당하다니!최원우는 창피한 마음을 숨긴 채 차갑게 물었다.“말해 봐요. 도대체 얼마를 드려야 만족하실 건가요?”“돈이 엄청 많으신가 봐요?”동혁은 웃으며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말했다.“그럼 금우자동차센터를 사서 저한테 선물하신다면 이 일은 없던 일로 처리해 드리죠.”“신혜야, 봤지? 저놈은 돈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적어서 만족하지 못했던 거야.”동혁이가 말을 꺼내자 최원우는 웃으며 말했다.최신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정말 내 생각과 다른 분이신 건가?’동혁은 그녀의 눈빛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B시의 최씨 가문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최신혜가 오해한다면 마침 번거로운 일이 해결되기도 했다.“신혜야, 이게 바로 현실이야. 그동안 네가 너무 순진했던 거야.”최원우는 최신혜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는 고개를 돌려 보디가드에게 명령을 내렸다.“가서 천수홍을 불러와.”천수홍은 곧 불
“아악!”최원우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한쪽으로 도망쳤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자 동혁의 차는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이 자식은 진짜 차를 몰려는 게 아니라 날 겁주려는 거야!’“겁이 많으시네요.”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는 차창을 올렸다.은색의 콰트로포르테가 그곳을 떠났다.“망할 자식, 두고 봐!”최원우는 화가 난 마음에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는 화가 났지만 어찌할 수가 없어서, 제자리에서 몇 마디 욕설을 내뱉고는 화를 내며 차에 올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남매는 차에 올라 금우자동차센터를 떠났다.“이동혁은 정말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원우 도련님이 돈 줄 때 곱게 받을 것이지 기어코 잘난 척을 하고 난리야. 결국 원우 도련님마저 화나게 만들다니.”“최씨 가문과 친해질 기회를 이렇게 낭비하다니, 정말 어리석은 녀석이야.”“차라리 다행이야. 그놈이 최씨 가문과 친해지면 우리가 위험해질 거야.”세 사람은 제각기 동혁을 몇 마디 비웃은 뒤 뒤따라 금우자동차센터를 떠났다.동혁은 금우자동차센터 밖에서 페라리 488을 몰고 있는 천화를 기다렸다.“매형, 벌써 집에 가요?”천화는 차를 동혁의 옆에 세우고 차창을 내렸다.비록 새 차를 몰고 여러 바퀴 돌았지만, 그는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내가 차를 몰고 네 누나한테 갈 테니, 너 혼자 드라이브나 하러 가. 까불지 말고 안전을 꼭 조심해야 해. 알겠어?”동혁은 천화가 성이 차기 전에 집에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알겠어요. 매형 사랑해요!”천화는 흥분된 말투로 소리를 지르더니 쏜살같이 떠났다.“자식, 그렇게 좋아할 일이야?”동혁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진성그룹을 향했다.도중에 그는 세화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화란은 이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예약하는 데 추가로 많은 돈을 썼기에, 차 내의 설비는 모두 최고급이었다.동혁이가 이득을 본 것이다.스크린 속의 수신 버튼을 누르자, 차 안에는 온통 세화의 달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동혁
“장계금, 내가 현대 병원에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류혜진은 그녀를 보자 마찬가지로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장계금은 류혜진이 현대 병원에서 출근할 때의 옛 동료다.지난번에 난정호텔에서 장계금과 트러블이 생겼을 때, 장계금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 류혜진을 괴롭히려고 했다.“아직도 잘난 척을 하다니, 누가 보면 엄청 잘 사는 줄 알겠어.”장계금은 비꼬듯이 말했다.“몇 년 전에 네가 의료사고를 내 현대 병원에서 잘린 일은 기억 안 나나 봐? 마침 어제 부원장님께서 이 일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나타난 거야? 나라면 평생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거야. 정말 뻔뻔하네.”이 말을 류혜진의 아픈 곳을 찔렀다.류혜진은 안색이 변하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당당한 모습으로 대답했다.“너도 마찬가지잖아. 지난번에 난정호텔에서 뺨을 맞고 도망간 건 누구였지? 나라면 창피해서 출근을 하지 못했을 거야.”이 말을 들은 장계금은 표정이 일그러졌다.이 일은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았다.장계금은 그 일이 생각났기에 류혜진을 보자마자 시비를 건 것이다.하지만 장계금도 쉽게 기죽을 사람이 아니었다.“정경래가 우릴 때린 거지, 네가 때린 건 아니잖아. 정경래가 하도 널 도와주려고 나서길래, 네 딸이 마음에 들어 네 사위라도 되려는 건 줄 알았어. 그런데 네 딸은 왜 아직도 바보 녀석과 만나고 있는 거야? 설마 정경래한테 버림받은 건 아니겠지?”류혜진은 더 이상 화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장계금, 네 딸이야말로 남자한테 놀림받고 버림받았잖아!”류혜진이 소리를 지르자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시작했다.장계금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재빨리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이 미친 년아, 당장 입 다물어. 그 얘기를 또 다시 꺼낸 다면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장계금은 굳이 류혜진과 싸워 자신의 딸의 명성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류혜진은 목소리를 낮춘 뒤 장계금을 노려보았다.“다시 한번 내 딸을 욕한다면, 매일 병원으로 찾아와 네
“이동혁, 넌 입 좀 다물어!”류혜진은 화가 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동혁 때문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장계금은 사위가 1억의 벤츠를 샀다고 자랑하며, 그들의 6천만 원의 아우디 A4를 비꼬았기에 류혜진은 가뜩이나 창피했다.이때 동혁이가 나타나 아우디 A4마저 폐차되었다고 말했으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어버렸다.그녀는 당장 동혁을 때려죽이고 싶었다.“어머, 집에 있던 유일한 차마저 폐차된 거야?”장계금은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그럼 너희 집 식구들은 차가 없어서 걸어 다녀야겠네. 이걸 불쌍해서 어떡해.”류혜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계금이 말한 것이 사실이기에 그녀는 반박할 수 없었다.집안의 전 재산인 2억은 라세영이 빚을 갚는 데 사용하였기에, 그들은 당분간 차를 살 형편이 아니었다.“저희 집에 차가 없다고 누가 그래요?”동혁이가 입을 열었다.“차가 폐차되었으면 새 차로 바꿔야죠.”“그럼 무슨 차로 바꿀 계획인 거죠?”하영수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동혁을 보며 물었다.“슈퍼카로 바꿨어요.”동혁은 얼마 전 하영수의 뺨을 때렸었다.“슈퍼카?”장계금 일가는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데릴사위 주제에 슈퍼카 살 돈은 있는 거예요? 잘난 척도 정도껏 해야죠. 당신 집에는 휠체어를 타는 사람도 있는데, 차라리 400만 원을 들여 중고차를 사는 건 어때요?”“맞아, 집에 식구가 그렇게 많은데 슈퍼카를 산다는 게 말이 돼?”그들은 잇달아 동혁을 비꼬았다. 모두 그의 말을 우스갯소리로 여긴 것이다.동혁은 이에 차분하게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슈퍼카를 사서 제 아내에게 선물하고, 호화로운 미니벤은 사서 아버지를 모시고, 겸사겸사 처남에게 슈퍼카를 선물하기도 했으니, 걱정하신 문제들은 모두 해결되었습니다.”그러자 장계금 일가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계속 거짓말하시죠. 차 한 대도 사지 못하는 주제에, 한꺼번에 세 대를 샀다고요? 정말 웃
“차를 이렇게 아무렇게나 주차해 놓다니, 슈퍼카를 몰면 다야?”소예은이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오가는 사람들은 차 몇 대의 위치를 보더니 그녀를 정신 나간 여자처럼 쳐다보더니 가버렸다.하영수는 다가와 보더니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이런 멍청한 년.’“그만 좀 해. 이겐 네가 차를 비뚤게 주차한 탓이야. 방금 내가 차를 주차한다고 했을때, 기어코 내 말 안 들어 이 사달이 난 거잖아.”그는 서둘러 소예은을 탓했다.방금 하영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사러 갔기에, 자신의 아내가 차를 이렇게 주차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영수 씨, 왜 저 절 탓하시는 거예요? 분명 그들이 제 차를 막은 거잖아요!”소예은은 엄마처럼 성격이 괴팍했기에, 잘못 없는 남편을 비꼬았다.“그만 좀 해!”하영수가 낮은 소리로 외쳤다.“이건 자기가 차를 비뚤게 세웠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옆에 있는 차들은 모두 차선 안에 세워져 있으니, 차주를 찾아와도 우리 잘못인 거야.”하영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멍청한 아내가 차 한 대로 세 개의 공간을 차지해 양쪽 차에 잠길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운전석은 물론 조수석 쪽도 지나갈 수 없었다.하영수는 한 바퀴 둘러본 후 앞으로 갔는데, 콰트로포르테 차창 앞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다행히 차주께서 번호를 남겨주고 가셨네.”하영수는 전화번호를 저장한 뒤 바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곧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혹시 이 콰트로포르테가 선생님의 차인 가요? 저희가 차를 꺼내야 하는데 좀 옮겨주시면 안 될까요?”[그래요. 몇 분만 기다려 주시죠. 제가 지금 일이 좀 있거든요.]“잠깐만요. 선생님 목소리, 아니, 왜 이렇게 이동혁 목소리와 똑같지?”영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동혁?”장계금은 그 말을 듣고 비꼬듯이 말했다.“영수 네가 잘 못 들은 거겠지. 그 바보가 차 주인 일 리가 없잖아.”“맞아, 그 쓸모없는 놈이 스포츠카를 정말 샀다면 내가 타이어를 씹어 먹을 거야!”소예
동혁은 류혜진이 따로 돈쓸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그 400만 원이 라세영에게 주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가져왔어요. 당신들의 말대로 400만 원을 가져왔어요.”류혜진은 병실에 들어선 뒤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다.“세영아, 몸은 좀 괜찮은 거야?”세영은 다리를 꼬고 콧방귀를 뀌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괜찮냐고? 지금 우리 세영이가 괜찮아 보여?”서수현은 동혁을 노려보며 말했다.“만약 당신의 폐물 데릴사위가 어젯밤에 좀 더 빨리 세영이를 데리고 돌아왔다면, 우리 세영이가 이렇게 다쳤을 리가 없잖아!”어젯밤에 동혁은 세영을 구해주었는데, 이 여자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동혁을 탓하였다.류혜진은 그저 묵묵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동혁은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하였다.“맞은 걸로 끝나 다행인 줄 알아. 어젯밤 내가 아니었다면, 당신 아들은 이미 맞아 죽었을 지도 몰라.”“네가 뭔데 내 아들을 뭐라하는 거야!”라원문은 침대 머리맡을 세게 내리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동혁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러자 서수현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우리 아들이 도박을 하면 어때, 도박을 해도 너 같은 데릴사위보다는 백배 나아. 너야말로 맞아 죽어야 해!”병실에는 또 다른 환자가 두 명 누워있었다.서수현의 말을 들은 환가 가족들은 모두 이상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류혜진은 그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재빨리 동혁을 잡았다.“넌 입 좀 다물어!’동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화를 겨우 가라앉힐 수 있었다.“34번 라세영 씨 가족분, 비용을 납부하셔야 합니다. 어젯밤 입원하실 때 납부하신 20만 원은 이미 다 결제되었습니다.”이때 간호사 한 명이 명세서 몇 장을 들고 들어왔다.류혜진은 명세서를 동혁에게 쥐여준 뒤 말했다.“얼른 가서 결제해.”동혁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명세서를 들고나갔다.400만 원을 결제한 뒤 병실로 돌아오자 라원문과 서수현 부부는 이미 병실을
라세영은 어젯밤 도박장에서 뺨을 맞은 일을 줄곧 기억하고 있었다.라원문 부부가 찾아온 후, 라세영은 도박장에서 동혁이가 자신을 무시해 왔다고 말했다.라세영이 동혁을 간병인으로 삼을 것을 제기한 것은, 일부러 동혁을 모욕하기 위해서다.라세영은 이를 악문 채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이동혁, 방금 우리 부모님 앞에서 잘 난척하지 않았어? 그럼 앞으로 보름 동안 내 똥 오줌을 받으며 내가 시키는 대로 해!”“꿈도 꾸지 마!”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라세영을 때려죽이고 싶었다.“동혁아, 안 그러면 네가 남아서 세영이를 돌봐줄래?”이때 류혜진은 이전과 달리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그녀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동혁이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해야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동혁, 들었어? 네 장모님이 말하는 데 설마 장모님 말마저 안 들을 건 아니지?”라세영이 비꼬듯이 말했다.그는 동혁의 불같은 성격으로는 절대로 이 일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진작에 동혁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동혁의 약점은 바로 그의 가족이었다.마침 그들 가족은 모두 류혜진의 말을 잘 들었기에, 동혁이는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다른 두 환자의 가족들은 모두 동정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아무리 데릴사위라 해도, 남의 똥 오줌을 받아낼 정도로 무시당하는 건 도가 지나쳤던 것이다.동혁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한 세영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래, 난 그딴 짓 못하니까 다른 놈을 찾으면 되겠네.”동혁은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병실을 나섰다.그는 복도 끝의 베란다에서 핸드폰을 꺼내 천수홍에게 전화를 걸었다.“동혁 씨? 아이고, 어쩐 일로 전화를 하신 거죠?”천수홍은 굽신거리며 말했다.“말씀하신 7인승 미니벤은 이미 집으로 보내드렸어요. 이 외에 또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신 가요?”동혁과 최씨 가문이 친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
방금 그는 아래층에서 차를 옮기기를 기다리던 장계금으로부터, 류혜진이 병원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사무실에서 달려온 것이다.“참 뻔뻔하네.”천대명은 콧방귀를 뀌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5년 전 네가 실수로 인해 젊은 여자 환자분이 사망하여 병원 전체에 영향이 간 것은 잊었나 봐? 우리 현대 병원의 동료들은 너 때문에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기나 해? 너 같은 사람은 현대 병원에 들어설 자격조차 없어. 다들 말해 봐요, 제 말이 틀렸다고 생각해요?”그는 병실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을 보며 말했다.많은 사람들은 천대명의 말을 듣고서야, 류혜진이 현대 병원의 의사였던 것도 모자라 의료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부원장 님의 말이 맞아요. 저런 사람은 현대 병원에 들어올 자격조차 없어요.”“의료사고를 내서 환자를 죽였으면서, 뻔뻔하게 병원에 발을 들인 거야?”“의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뒷배 믿고 잘난 척하던 인간이었던 거 아니야?”많은 사람들은 제각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류혜진은 이런 경멸의 시선들 속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그 의료사고는 그녀가 떨쳐버릴 수 없는 상처이기도 했다.지금 천대명이 그 상처를 또다시 들추어냈기에, 류혜진은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팠고 손발이 미친 듯이 차가웠다.“천 부원장님이시죠? 제 어머니 말에 문제라도 있나요? 그때 그 의료 사고는 저희 어머니께서 이미 책임을 지고 병원을 떠났고, 지금은 평범한 사람의 신분으로 병원에 온 것인데 왜 들어오면 안 되는 건 가요?”바로 이때, 동혁이가 군중을 헤치고 병실로 들어왔다.그는 천대명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부원장님께서 이렇게 급하게 달려와 지난 일에 대해 또다시 말씀하시는 건, 뭔가 남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요?”천대명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놀란 듯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넌 누구길래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동혁은 그의 안색이 변한 데다가 눈빛이 이상해지자 더욱 자신의 생각을 확신했다.“부원장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