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 이동혁을 혼내주려는 게 아니라 감사를 표하러 온 거라고?”“저 바보는 또 언제 B시 최씨 가문의 아가씨를 구했어?”“화가 나 죽겠어. 차라리 길을 안내해 주지 말 걸 그랬어.”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세 사람은 최신혜의 말을 듣자 미칠 것만 같았다.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최씨 남매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는데, 최씨 남매는 동혁을 혼내주기는커녕 도와주고 있었다.그들이 더욱 질투를 느낀 것은 동혁이가 최씨 가문과 친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안 그래도 잘난 척하던 놈인데, 이제 또 자랑을 하고 다니겠지.’한편 동혁은 맑은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최신혜를 보았다.그는 자신이 구한 여자가 찾아온 것 외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모두 동혁이가 최씨 가문과 친분을 가지게 되었다고 부러워하고 질투했지만, 동혁에게 있어서 B시의 최씨 가문은 귀찮은 존재이기만 했다.“동혁 오빠, 정말 고마워요. 그때 전 희망을 잃고 있었는데, 오빠가 나타나신 덕분에 이렇게 살아돌아올 수 있었어요. 오빠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에요.”최신혜는 맑은 눈동자로 동혁을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동혁에게 빠진 듯해 보였다.비록 나쁜 놈들 손에서 벗어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그녀는 밤에 잠을 잘 때 여전히 악몽을 꾸며 잠을 설쳤다.그녀는 동혁을 떠올려야만이 비로소 마음이 진정될 수 있었다,그녀에게 있어서 동혁은 슈퍼히어로나 마찬가지다.“전 이미 결혼했으니, 더 이상의 마음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동혁은 장난스레 대답하였다.하지만 최신혜가 얼굴을 붉히자 진지하게 말했다.“앞으로는 조심해셔야 해요. 다음번엔 제가 구해드릴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이미 결혼하셨군요.”최신혜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것을 알아차린 최원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동혁 씨, 제가 동생을 데리고 당신을 찾아온 건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입니다. 물질적으로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원하시는 건 모두 만족해 드리죠.”“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동혁 오빠
원우는 말하면서 옆에 있는 보디가드에게 손짓을 보냈다.보디가드가 수표를 꺼내자 그는 200억을 서명했다.원우는 위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한 뒤 차창 앞으로 다가가 건넸다.“이제 200억은 당신 것입니다. 이 돈은 유한은행에서 당신의 계좌로 이체해 줄 것이니, 다른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동혁이가 수표를 사용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 최원우는 마음을 가다듬고 설명해 주기까지 했다.“저 바보가 200억의 감사비를 받다니. 신혜 아가씨를 구한 사람이 우리였으면 좋았을 텐데!”진태휘와 진화란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니꼬운 표정을 보였다.이 순간, 그들은 동혁을 대신해 그 수표를 받고 싶었다.그들이 보기에, 동혁은 복권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다.하지만 동혁은 수표를 받기는커녕 차갑게 원우를 쳐다보며 말했다.“이 돈 받을 생각 없습니다. 이제 비키시죠, 시동 걸 겁니다.”동혁은 원우가 무슨 생각으로 돈을 건넨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200억을 대가로 최신혜를 구해준 은혜를 베푸려는 것이다.최원우는 명문가 출신 도련님으로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쉬웠다.하지만 동혁은 그의 이런 행동이 매우 우스웠다.‘내가 200억조차 없는 사람으로 보여?’애초에 동혁은 세화를 위해 수천억이 넘는 건재 협회마저 인수했었다.건재 협회를 인수하는 건 밑지는 장사가 분명했다.투자시장에 놓고 본다면 아무도 수천억의 현금을 들여 그 협회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다.그건 돈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하지만 동혁에게 있어서 세화가 기뻐하면 그만이다.세화를 위한 것이라면 수천억은커녕 수조가 넘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동혁은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원우의 생각은 달랐다.원우는 동혁이가 더 많은 돈을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데릴사위 주제에 200억을 무시하다니.’이건 최저 월급을 받고 알바를 하는 사람들이 몇 억을 무시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부족하신 건가요? 그럼 600억을
“왜요? 이번엔 모자라지 않은가 봐요?”최원우는 동혁이가 드디어 만족했다고 생각해 비웃듯이 말했다.“먼저 제 말에 동의해 주셔야 합니다. 돈을 받으신 후, 대외적으로 최씨 가문의 사람을 구했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그는 동혁이가 최씨 가문의 이름을 들먹이고 그들의 명성을 손상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동혁은 웃으며 말했다.“최원우 씨, 제가 상식적인 문제를 가르쳐 드리죠. H국의 수표는 요구에 따라 최대한도가 999억 9999…… 9999원입니다. 2000억을 수표로 줄 순 없습니다.”동혁은 말을 마친 후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원우를 바라보았다.최원우는 잠시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보디가드에게 물었다.“정말이야?”“네, 도련님.”곧 보디가드가 물었다.“그럼 두 장을 사인하시는 게 어때요? 그래도 마찬가지잖아요.”“닥쳐!”최원우는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 그는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최씨 가문의 도련님인 그가 데릴사위에게 농락당하다니!최원우는 창피한 마음을 숨긴 채 차갑게 물었다.“말해 봐요. 도대체 얼마를 드려야 만족하실 건가요?”“돈이 엄청 많으신가 봐요?”동혁은 웃으며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말했다.“그럼 금우자동차센터를 사서 저한테 선물하신다면 이 일은 없던 일로 처리해 드리죠.”“신혜야, 봤지? 저놈은 돈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적어서 만족하지 못했던 거야.”동혁이가 말을 꺼내자 최원우는 웃으며 말했다.최신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정말 내 생각과 다른 분이신 건가?’동혁은 그녀의 눈빛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B시의 최씨 가문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최신혜가 오해한다면 마침 번거로운 일이 해결되기도 했다.“신혜야, 이게 바로 현실이야. 그동안 네가 너무 순진했던 거야.”최원우는 최신혜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는 고개를 돌려 보디가드에게 명령을 내렸다.“가서 천수홍을 불러와.”천수홍은 곧 불
“아악!”최원우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한쪽으로 도망쳤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자 동혁의 차는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이 자식은 진짜 차를 몰려는 게 아니라 날 겁주려는 거야!’“겁이 많으시네요.”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는 차창을 올렸다.은색의 콰트로포르테가 그곳을 떠났다.“망할 자식, 두고 봐!”최원우는 화가 난 마음에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는 화가 났지만 어찌할 수가 없어서, 제자리에서 몇 마디 욕설을 내뱉고는 화를 내며 차에 올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남매는 차에 올라 금우자동차센터를 떠났다.“이동혁은 정말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원우 도련님이 돈 줄 때 곱게 받을 것이지 기어코 잘난 척을 하고 난리야. 결국 원우 도련님마저 화나게 만들다니.”“최씨 가문과 친해질 기회를 이렇게 낭비하다니, 정말 어리석은 녀석이야.”“차라리 다행이야. 그놈이 최씨 가문과 친해지면 우리가 위험해질 거야.”세 사람은 제각기 동혁을 몇 마디 비웃은 뒤 뒤따라 금우자동차센터를 떠났다.동혁은 금우자동차센터 밖에서 페라리 488을 몰고 있는 천화를 기다렸다.“매형, 벌써 집에 가요?”천화는 차를 동혁의 옆에 세우고 차창을 내렸다.비록 새 차를 몰고 여러 바퀴 돌았지만, 그는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내가 차를 몰고 네 누나한테 갈 테니, 너 혼자 드라이브나 하러 가. 까불지 말고 안전을 꼭 조심해야 해. 알겠어?”동혁은 천화가 성이 차기 전에 집에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알겠어요. 매형 사랑해요!”천화는 흥분된 말투로 소리를 지르더니 쏜살같이 떠났다.“자식, 그렇게 좋아할 일이야?”동혁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진성그룹을 향했다.도중에 그는 세화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화란은 이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예약하는 데 추가로 많은 돈을 썼기에, 차 내의 설비는 모두 최고급이었다.동혁이가 이득을 본 것이다.스크린 속의 수신 버튼을 누르자, 차 안에는 온통 세화의 달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동혁
“장계금, 내가 현대 병원에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류혜진은 그녀를 보자 마찬가지로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장계금은 류혜진이 현대 병원에서 출근할 때의 옛 동료다.지난번에 난정호텔에서 장계금과 트러블이 생겼을 때, 장계금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 류혜진을 괴롭히려고 했다.“아직도 잘난 척을 하다니, 누가 보면 엄청 잘 사는 줄 알겠어.”장계금은 비꼬듯이 말했다.“몇 년 전에 네가 의료사고를 내 현대 병원에서 잘린 일은 기억 안 나나 봐? 마침 어제 부원장님께서 이 일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나타난 거야? 나라면 평생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거야. 정말 뻔뻔하네.”이 말을 류혜진의 아픈 곳을 찔렀다.류혜진은 안색이 변하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당당한 모습으로 대답했다.“너도 마찬가지잖아. 지난번에 난정호텔에서 뺨을 맞고 도망간 건 누구였지? 나라면 창피해서 출근을 하지 못했을 거야.”이 말을 들은 장계금은 표정이 일그러졌다.이 일은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았다.장계금은 그 일이 생각났기에 류혜진을 보자마자 시비를 건 것이다.하지만 장계금도 쉽게 기죽을 사람이 아니었다.“정경래가 우릴 때린 거지, 네가 때린 건 아니잖아. 정경래가 하도 널 도와주려고 나서길래, 네 딸이 마음에 들어 네 사위라도 되려는 건 줄 알았어. 그런데 네 딸은 왜 아직도 바보 녀석과 만나고 있는 거야? 설마 정경래한테 버림받은 건 아니겠지?”류혜진은 더 이상 화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장계금, 네 딸이야말로 남자한테 놀림받고 버림받았잖아!”류혜진이 소리를 지르자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시작했다.장계금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재빨리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이 미친 년아, 당장 입 다물어. 그 얘기를 또 다시 꺼낸 다면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장계금은 굳이 류혜진과 싸워 자신의 딸의 명성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류혜진은 목소리를 낮춘 뒤 장계금을 노려보았다.“다시 한번 내 딸을 욕한다면, 매일 병원으로 찾아와 네
“이동혁, 넌 입 좀 다물어!”류혜진은 화가 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동혁 때문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장계금은 사위가 1억의 벤츠를 샀다고 자랑하며, 그들의 6천만 원의 아우디 A4를 비꼬았기에 류혜진은 가뜩이나 창피했다.이때 동혁이가 나타나 아우디 A4마저 폐차되었다고 말했으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어버렸다.그녀는 당장 동혁을 때려죽이고 싶었다.“어머, 집에 있던 유일한 차마저 폐차된 거야?”장계금은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그럼 너희 집 식구들은 차가 없어서 걸어 다녀야겠네. 이걸 불쌍해서 어떡해.”류혜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계금이 말한 것이 사실이기에 그녀는 반박할 수 없었다.집안의 전 재산인 2억은 라세영이 빚을 갚는 데 사용하였기에, 그들은 당분간 차를 살 형편이 아니었다.“저희 집에 차가 없다고 누가 그래요?”동혁이가 입을 열었다.“차가 폐차되었으면 새 차로 바꿔야죠.”“그럼 무슨 차로 바꿀 계획인 거죠?”하영수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동혁을 보며 물었다.“슈퍼카로 바꿨어요.”동혁은 얼마 전 하영수의 뺨을 때렸었다.“슈퍼카?”장계금 일가는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데릴사위 주제에 슈퍼카 살 돈은 있는 거예요? 잘난 척도 정도껏 해야죠. 당신 집에는 휠체어를 타는 사람도 있는데, 차라리 400만 원을 들여 중고차를 사는 건 어때요?”“맞아, 집에 식구가 그렇게 많은데 슈퍼카를 산다는 게 말이 돼?”그들은 잇달아 동혁을 비꼬았다. 모두 그의 말을 우스갯소리로 여긴 것이다.동혁은 이에 차분하게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슈퍼카를 사서 제 아내에게 선물하고, 호화로운 미니벤은 사서 아버지를 모시고, 겸사겸사 처남에게 슈퍼카를 선물하기도 했으니, 걱정하신 문제들은 모두 해결되었습니다.”그러자 장계금 일가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계속 거짓말하시죠. 차 한 대도 사지 못하는 주제에, 한꺼번에 세 대를 샀다고요? 정말 웃
“차를 이렇게 아무렇게나 주차해 놓다니, 슈퍼카를 몰면 다야?”소예은이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오가는 사람들은 차 몇 대의 위치를 보더니 그녀를 정신 나간 여자처럼 쳐다보더니 가버렸다.하영수는 다가와 보더니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이런 멍청한 년.’“그만 좀 해. 이겐 네가 차를 비뚤게 주차한 탓이야. 방금 내가 차를 주차한다고 했을때, 기어코 내 말 안 들어 이 사달이 난 거잖아.”그는 서둘러 소예은을 탓했다.방금 하영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사러 갔기에, 자신의 아내가 차를 이렇게 주차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영수 씨, 왜 저 절 탓하시는 거예요? 분명 그들이 제 차를 막은 거잖아요!”소예은은 엄마처럼 성격이 괴팍했기에, 잘못 없는 남편을 비꼬았다.“그만 좀 해!”하영수가 낮은 소리로 외쳤다.“이건 자기가 차를 비뚤게 세웠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옆에 있는 차들은 모두 차선 안에 세워져 있으니, 차주를 찾아와도 우리 잘못인 거야.”하영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멍청한 아내가 차 한 대로 세 개의 공간을 차지해 양쪽 차에 잠길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운전석은 물론 조수석 쪽도 지나갈 수 없었다.하영수는 한 바퀴 둘러본 후 앞으로 갔는데, 콰트로포르테 차창 앞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다행히 차주께서 번호를 남겨주고 가셨네.”하영수는 전화번호를 저장한 뒤 바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곧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혹시 이 콰트로포르테가 선생님의 차인 가요? 저희가 차를 꺼내야 하는데 좀 옮겨주시면 안 될까요?”[그래요. 몇 분만 기다려 주시죠. 제가 지금 일이 좀 있거든요.]“잠깐만요. 선생님 목소리, 아니, 왜 이렇게 이동혁 목소리와 똑같지?”영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동혁?”장계금은 그 말을 듣고 비꼬듯이 말했다.“영수 네가 잘 못 들은 거겠지. 그 바보가 차 주인 일 리가 없잖아.”“맞아, 그 쓸모없는 놈이 스포츠카를 정말 샀다면 내가 타이어를 씹어 먹을 거야!”소예
동혁은 류혜진이 따로 돈쓸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그 400만 원이 라세영에게 주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가져왔어요. 당신들의 말대로 400만 원을 가져왔어요.”류혜진은 병실에 들어선 뒤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다.“세영아, 몸은 좀 괜찮은 거야?”세영은 다리를 꼬고 콧방귀를 뀌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괜찮냐고? 지금 우리 세영이가 괜찮아 보여?”서수현은 동혁을 노려보며 말했다.“만약 당신의 폐물 데릴사위가 어젯밤에 좀 더 빨리 세영이를 데리고 돌아왔다면, 우리 세영이가 이렇게 다쳤을 리가 없잖아!”어젯밤에 동혁은 세영을 구해주었는데, 이 여자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동혁을 탓하였다.류혜진은 그저 묵묵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동혁은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하였다.“맞은 걸로 끝나 다행인 줄 알아. 어젯밤 내가 아니었다면, 당신 아들은 이미 맞아 죽었을 지도 몰라.”“네가 뭔데 내 아들을 뭐라하는 거야!”라원문은 침대 머리맡을 세게 내리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동혁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러자 서수현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우리 아들이 도박을 하면 어때, 도박을 해도 너 같은 데릴사위보다는 백배 나아. 너야말로 맞아 죽어야 해!”병실에는 또 다른 환자가 두 명 누워있었다.서수현의 말을 들은 환가 가족들은 모두 이상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류혜진은 그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재빨리 동혁을 잡았다.“넌 입 좀 다물어!’동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화를 겨우 가라앉힐 수 있었다.“34번 라세영 씨 가족분, 비용을 납부하셔야 합니다. 어젯밤 입원하실 때 납부하신 20만 원은 이미 다 결제되었습니다.”이때 간호사 한 명이 명세서 몇 장을 들고 들어왔다.류혜진은 명세서를 동혁에게 쥐여준 뒤 말했다.“얼른 가서 결제해.”동혁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명세서를 들고나갔다.400만 원을 결제한 뒤 병실로 돌아오자 라원문과 서수현 부부는 이미 병실을
박용구와 김대이의 처지는 암흑가 사람들에게 낯선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J시 쌍살과 같은 야인에게 당하고도 목숨을 건졌다면 모두 조상의 은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왕범현처럼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는 젊은 세대는 달랐다. 그에게 김대이는 그저 한 명의 늙은이 일뿐이었다. 그는 애초에 자신이 쌍살의 눈에 들었다면 거꾸로 쌍살을 반죽음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판명철은 왕범현의 말을 듣고 더 이상의 대꾸를 포기했다. ‘끝이야. 김 회장님도 왕범현, 이 자식을 어찌할 수 없을 거야. 골드스타필드가 오늘 이놈에 의해 발칵 뒤집히게 생겼어.’ “경문아, 이리 와봐.” 왕범현은 배경문을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사나운 눈빛으로 판명철과 그 부하들을 훑어보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방금 누가 네게 손을 댔는지 전부 다 가리켜봐. 내가 그놈들을 모두 무릎 꿇려서 너희에게 머리 머리 숙여 사과하게 하고 너희들이 당한 만큼 마음껏 뺨을 때리게 해 줄 테니까.” 이 말을 듣고 현수린 등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 ‘방금 맞아서 너무 분했는데, 이렇게 복수할 수 있게 되다니. 원수 같은 놈들을 때려주면 아주 통쾌할 거야.’ “스승님, 저 깡패 놈들 모두 손을 댔어요.” 배경문은 맞은편 깡패들을 가리키며 신이 나서 말했다.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판명철의 부하들을 째려보았다. “아직도 멍하니 뭐 하고 있어? 내 말 못 들었어?” 깡패들은 모두 자존심이 생명이라 도저히 바닥에 무릎 꿇어 머리 숙여 사과하고 뺨 맞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 왕범현의 정체를 알고 다소 꺼려하며 감히 어찌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모욕을 당하자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젠장, 모두 덤벼.” 깡패들이 모두 주먹을 쥐고 왕범현에게 돌진했다. 왕범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가소로운 것들.” 말과 함께 과감하게 맞받아치며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왕범현은 역시 왕용비의 아들다웠다. “퍽퍽” 하는 몇 번의 둔탁한 소리와 몇 번의 비명이 들려
“범현 형님 오셨군요.” 판명철은 왕범현을 알고 있었는지 인사를 하며 물었다. “여기 몇이 형님 제자예요?” “아주 건방지던데요? 특히 저기 배경문이라고 하는 놈은 다짜고짜 내 뺨을 때려서 제가 가만둘 수가 없었어요.” 배경문은 왕범현이 판명철의 배경 때문에 자신을 다시 한번 때릴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재빨리 다가가 억울해하며 설명했다. “형님, 그게요. 현수가 자기 누나인 현소를 데려왔는데 저 형님이 오자마자 현소에게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서 저희는 현소가 형님이 마음에 들어 할 여자라 막다가 충돌하게...” 왕범현은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현소를 힐끗 보고는 갑자기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10대 때부터 유흥가를 배회했고 지금까지 본 미녀는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유흥가에 있는 여자들은 많이 봐서 싫증이 났다. 하지만 청순하고 귀여운 현소를 보고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왕범현의 시선이 이어서 동혁에게로 향했다. “반석 도련님, 저놈이 바로 도련님이 말한 그놈이죠?” 배경문은 거만하고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왕범현이 동혁을 아는 것을 보고 바로 동혁이라는 사람이 그저 단순한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저놈이야.” 오반석은 음흉한 눈빛으로 동혁의 몸을 한 바퀴 훑어보더니 약간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급할 거 없어. 먼저 네 일부터 처리하고 다음에 저놈을 혼내주면 돼.” 말을 마치고 오반석은 바로 옆 좌석에 앉아 구경하는 자세를 취했다. “알겠어요.”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테이블 위의 맥주 한 병을 집어 들어 판명철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퍽!” 예고 없이 들이닥친 습격에 판명철은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 술병이 그의 이마에 세게 부딪혀 바로 깨져버렸다. 판명철은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네놈이 형님 대접을 해줬더니, 감히 날 쳐? 죽고 싶나 보구나? ” 얼굴에 온통 뒤덮인 핏물과 술 때문에 판명철이 유난히 흉악해 보였다. 그러나 왕범현은
배경문은 깜짝 놀라 벌벌 떨며 애써 웃음을 짓고 말했다. “형님, 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데릴사위예요. 형님이 직접 혼내시면 형님 손만 더러워집니다.” “그래서 제가 형님을 위해 대신 이놈 손을 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판명철의 노호 소리에 끊겼다. “이 개X식이, 당장 꺼져!” 판명철은 손바닥으로 배경문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고 그대로 가까이 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이 X같은 놈. 네 가족들도 모두 개지?” 배경문은 머리를 싸안고 누워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방금 저 데릴사위가 형님에게 맞으면 그만인데, 왜 내가 나서서 형님의 비위를 맞추려다 이렇게 맞는 거야?’ 그리고 나머지 현소, 현수 남매나 현수린 등은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깡패 놈은 원래 데릴사위 놈을 혼내주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어떻게 경문이를 때리는 거야?’ 현수린 등 몇 명은 자신도 모르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설마 경문이가 현수 매형을 욕해서 저 깡패 놈이 때리는 건 아니겠지?’ ‘정말 그래서 저 깡패 놈이 저러는 거라고?’ ‘현수 매형은 그저 데릴사위일 뿐인데 왜?’ ‘누구나 봐도 눈에 거슬리는 한낱 데릴사위이잖아.’. 판명철은 계속 손을 멈추지 않고 배경문이 피를 토하기 시작할 정도로 때렸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는데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동혁은 이쯤이면 배경문도 정신을 차렸을 거라 생각하고 입을 열어 판명철을 멈췄다. “됐어요. 더 때리면 죽을 거예요.” 말이 끝나자 판명철은 두말없이 손을 뗐고 그 자리에 얌전히 서서 허리를 약간 굽힌 채 동혁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당신이 방금 술 접대를 강요하려 했던 사람은 내 처제예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옆에 있는 현소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처제에게 사과라도 해야 할거 같은데요.” 동혁은 판명철을 난처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상대방은 현소를 해치지도 않았고 또 김대이의
“좋아요, 그럼 한번 두고 보죠. 당신이 감히 내가 술을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무시하는 동혁의 말투에 판명철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겁에 질린 채 바닥에서 일어난 배경문 등이 이 모습을 보고 놀라 흠칫했다. “현수야, 제발 네 데릴사위 매형 입 좀 닥치게 하라고.” “형님을 화나게 해서 우리 모두를 죽이려고 그래?”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형님에게 대들다니.” “명철 오빠, 저 사람은 저희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현수린 등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붓고 서둘러 관계에 선을 그었다. “감히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본다고? 저 인간은 대체 누구야? 누군데 저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 할거 없어. 그냥 가서 한 대 때려주만 그만이야. 그러고도 감히 계속 시건방을 떨 수 있는지 보자고.” 판명철 뒤에 서있는 깡패들도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껏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상대를 본 적이 없었다. 판명철도 비웃으며 음산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누구길래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내 오늘 내 형님의 구역에서 언제까지 네놈이 그런 허세를 부리는지 두고 보마.” 배경문 등은 판명철의 화가 가라앉기를 바랐지만 동혁이 한 말로 판명철은 이미 더 화가 나버렸다. 그들은 판명철이 자신들 대신 동혁에게 주의를 기울이자 기뻐하는 동시에 동혁이 미웠다. 동혁이 판명철을 완전히 화나게 하면 동혁과 자신들이 연루되어 다시 상대방의 화를 받을 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평온한 사람은 당사자인 동혁뿐이었다. 동혁은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 그저 웃기만 했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좀 가까이 와서 내가 누구인지 봐요.” “하? 그래, 그럼 네놈이 대체 어떤 놈인지 한번 보자.” 판명철은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너무 놀란 현수는 몸을 부르르 떨고 발을 동동 구르며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제발 그만 좀 해. 당신 죽
왕범현은 배경문이 믿고 있는 스승이었다. 지금 왕범현이 위층에 있는 이상 그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하, 감히 골드스타필드에게 내 뺨을 때리는 놈이 있다니?” 선두에 있던 깡패인 판명철이 뺨을 가리고 너무 분노해 웃었다. “야, 알고 있냐. 여기 골드스타필드는 내 형님의 형님이 주인이야. 넌 이제 죽었어.” “네놈 형님의 형님?” 배경문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이어 안색이 크게 변했다. 골드스타필드에 놀러 오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암흑가 깡패인 김대이의 사업채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평소에 김대이는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명철이라는 사람, 설마 김대이의 동생의 동생은 아니겠지?’ 현수린을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빛이 순간 안 좋아졌다. 배경문은 갑자기 자신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도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지금 온몸을 떨며 재빨리 말했다. “그렇군요. 죄송해요, 형님. 전 형님이 김 회장님의 형제분인 줄도 모르고...” “퍽!” 배경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판명철의 손에 든 술병이 이미 그의 이마에 부딪혀 깨졌다. 배경문은 ‘윽’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고 전체에 핏물인지 술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묻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판명철이 배경문을 세게 걷어찼다. “개X식, 내가 오늘 너의 손목을 부러뜨려주마.” 배경문은 놀라서 정신없는 가운데 고통을 참으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제가 형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를 해주...” H시 암흑가에서 김대이의 영향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배경문은 상대가 김대이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퍽!” 판명철은 또다시 발로 배경문을 걷어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사납게 웃으며 방금 자신이 뺨을 맞았을 때 자신을 비웃었던 현수린 등을 가리켰다. “남자든 여자든 다 잡아. 모두 잡아서 무릎을 꿇리고 뺨을 10대씩 후려갈겨.” 판명철의 뒤에 있던 깡패
몇 명의 남녀가 모두 웃기 시작했다. ‘이따가 범현 형이 저 데릴사위 놈을 혼내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을 거야.’ 동혁은 표정을 찡그리며 웃고 있는 몇 명의 남녀에게 뺨을 한 대씩 때려줄까 생각했다. 그때 참지 못한 현소가 동혁보다 먼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당신들이 뭐가 잘났다고 우리 형부를 무시하는 거죠? 우리 형부가 참아 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현소는 고개를 돌려 현수를 발로 찼다. “집으로 가자.” “네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좀 봐라. 부모님이 알면 넌 크게 욕먹을 거야.” 이 말을 듣고 배경문 등의 표정이 일순간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현수가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난 안가. 내 스승님이 아직 오시지 않았잖아.” 현수는 배경문 등이 동혁을 무시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 역시 동혁을 무시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돼. 빨리 가.” 현소는 화가 나서 현수를 잡아당기며 설득하려고 했다. “어이, 아가씨, 저희랑 술 한잔 하실래요?” 바로 그때 깡패처럼 보이는 사람 몇 명이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늑대 같은 몇 쌍의 눈빛이 현소의 아름다운 몸매를 훑으며 만지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현소를 노리고 있었다. 사실 현소가 나타난 순간부터 이 깡패들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불청객이 오는 바람에 현소는 현수를 계속 설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무식한 깡패들을 보고 약간 겁을 먹었고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고, 고마워죠. 하지만 전 술은 마실줄 몰라...” 말이 채 끝나기도 상대에 의해 말이 끊어졌다. “아가씨, 그렇게 남의 호의를 거절하면 안 되죠. 우리가 나쁜 사람처럼 보여서 그래요? 우리는 그저 아가씨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선두에 선 판명철이 음흉하게 웃으며 현소의 손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동혁은 자신이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데릴사위라고?” 현수의 말을 들은 현수린 등 몇 명은 믿을 수 없었다. “현수야, 지금 농담하는 거야? 네 매형 옷은 싼 게 아니야. 딱 봐도 수제작 한 옷이라고.” “그리고 그 파텍필립 시계는 최소 2000만 원짜리야. 가짜 같지도 않은데?” “데릴사위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아?” “게다가 네 매형은 딱 봐도 분위기가 못난 데릴사위 같지 않잖아.” 현수린 등은 서로 주절주절 한 마디씩 말했다. 그녀들 생각에 데릴사위는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여자 집에서 기도 못 펴고 설설 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녀들은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동혁은 말들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수 말이 맞는데 이 여자들이 믿지를 않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현수 말은 사실이고 저는 데릴사위가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생각도 틀렸어요. 데릴사위라고 해서 여자 집에서의 대우가 다 나쁜 것은 아니에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도 아내가 특별히 날 위해 맞춤 제작한 거예요.” “제 손목시계도 내 아내의 절친이 선물해 준 거고요.” 동혁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세화는 내게 늘 잘해주는데,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지.’ “진짜 데릴사위 맞아요?” 동혁의 말에 현수린 등은 경악했다. 그리고는 동혁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 방금 전 느꼈던 적극성과 호감이 사라졌다. 현수린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수, 너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왜 네 맘대로 아무나 우리 모임에 데려온 건데?” “그래, 네 누나는 예쁘니까, 분위기를 띄우고 범현 오빠를 기분 좋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데릴사위인 네 사촌 매형이 우리와 함께 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현수린의 표정에는 동혁에 대한 경멸의 기색이 역력했고 말투가 거침없으면서 귀에 거슬렸다. “현수, 넌 정말 아직 철이 없어.” 배경문이 선배 티를 내면서 말했다. “너 범현이 형에게 온
“누나, 소개할게. 이쪽은 모두 내 선배님들이야.” “여기는 배경문 형, 이쪽은 현수린 누나...” 현수는 이 젊은 남녀들 앞에서 매우 공손한 태도로 현소에게 차례로 그들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현수의 공손함에도 모두 건성으로 대답했고 심지어 현소가 누군지 알게 되자 태도에서 약간의 불쾌함이 느껴졌다. 특히 빨간 가죽 재킷을 입고 가느다란 허리를 드러낸 미녀인 현수린이 현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곧바로 냉랭하게 바뀌더니 조금 더 자세하게 현소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른 두 여학생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현소야, 네 누나가 정말 예쁘네. 아마 오늘이 지나면 범현 오빠가 너를 수제자로 삼고 중점적으로 키워줄 거 같은데?” 현수린이 약간의 미소와 함께 말했다. 현소는 그 말을 듣고 작고 예쁜 코를 찡그렸는데 왠지 모르게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쁜 게 그 범현이라는 사람이 내 동생을 수제자로 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여자는 본래 선천적으로 예민하다. 현수린의 표정이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이 드러낸 약간의 적개심을 현소는 예리하게 눈치챘다. 그녀는 현수린이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느꼈다. 동혁은 현수린을 힐끗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까지 적극적이었던 세 남자는 현소의 정체를 알게 되자 그녀를 뜨겁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했지만 태도는 그리 반가워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눈빛도 아까보다는 좀 더 수그러들었다. “정말 생기발랄하게 생겼네. 아쉽게도 범현이 형이 마음에 들어 하는 스타일이야. 우리에게 기회는 없을 거 같은데?” “그러게, 괜히 우리가 저 여자를 노렸다가 범현이 형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죽을 수 도 있어.” 두 남자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온 범현이라는 사람은 그 사람들이 모시는 스승님이었다. 이름은 왕범현이다.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 왕범현의 성품이 어떤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수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의 선배들은 명목
동혁은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을 보자 현수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하,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 도 있어요.” 현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 그분은 그냥 깡패가 아니에요. H시 전체에서도 적수를 몇 명 찾을 수 없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가면 얻어맞을 수 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거예요?” 현수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더욱 그 고수님의 실력을 보고 싶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현수는 이를 갈며 독기 가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수업을 받게 해 드리죠. 그러면 어른을 공경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예요.” 동혁은 여러 차례 현수의 아버지인 장영도를 벌주게 했고, 며칠 전 태백산장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로 삼았다. 그 일로 현수는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고 줄곧 그를 혼내주고 싶어 했다. 현소는 현수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현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형부를 함부로 대하면, 그때 가서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지 잘 봐.” 현수가 자기 스승을 고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현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의 실력을 믿었고 동생인 현수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다 고수처럼 보이겠지.’ “난 그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내가 아빠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게 뭐가 잘못됐어?” 현수가 중얼거렸다. “내가 며칠 열심히 수련해서 직접 천화를 흠씬 두들겨 팰 거야. 그리고서 그놈이 내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 거야.” 천화가 설전룡을 따라 무술을 익힌 후로 현수는 매번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천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스승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