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라세영이 끌려 나왔는데, 이미 형편없이 두들겨 맞은 상태였다. 안절부절못하며 동혁을 쳐다보던 염동완은 동혁이 자신을 탓할 뜻이 없음을 깨닫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세영은 동혁을 보았는데, 자신을 구해준 동혁에게 전혀 고마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라세영은 기세등등하게 동혁에게 달려들어 따져 묻기 시작했다. “왜 이제야 왔어? 내가 얼마나 심하게 얻어맞았는지 알아? 나중에 세화 누나에게 내 병원비와 위자료를 다 부담시킬 거야!” 짝! 동혁은 뺨을 후려치며 차갑게 말했다. “네 놈이 믿든 말든, 지금 내 한마디면, 도박장 사람들이 너를 여기서 죽일 거야.”라세영은 뺨을 가리고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동혁이 이 놈이 틀림없이 4억 원을 가지고 와서, 염동완이 날 놓아 준거야.’ ‘그런데 만약 이동혁이 지금 염동완에게 그 돈을 갚지 않는다면, 염동완이 정말 나를 여기서 죽일 거야.’ 라세영의 눈에서는 분노가 타올랐지만, 잠시 울분을 참았다. 동혁은 라세영의 눈에 있는 분노와 독기를 개의치 않고 돌아서서 떠났다. “염동완, 이 개X식 나오라고 해! 이 자식이, 감히 내 자매의 차를 부숴? 이 개X식, 오늘 네 도박장을 다 부숴버리고 네 얼굴도 아작 내주마!” 바로 그때, 문 앞에서 한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천미는 살기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는데, 뒤에 정장을 입은 남자 10여 명을 데리고 있었다. “어?” 아수라장이 된 도박장을 본 천미는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고, 발그스름한 작은 입이 크게 벌어졌다. 곧이어 천미는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부어오른 염동완을 보았다. 천미가 하고 싶은 일을 이미 다른 사람이 먼저 했다. “천미 씨, 이미 늦었어요.” 천미가 예상 못한 상황에 어색해하고 있을 때, 야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미는 눈을 똑바로 뜨고 보자마자, 갑자기 크게 화가 났다. ‘이동혁 이 자식이 감히 나를 비웃어?’ 천미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동혁이 넌 뭐 그리 잘난 척이야? 설마 나에게 도박
염동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결국 화를 냈다. 어쨌든 염동완은 염동철의 조카이다. 그런데 먼저 동혁에게 뺨을 맞았고, 지금은 천미에게까지 뺨을 맞아서 얼굴이 다 망가졌다. 짝! 천미는 또 염동완의 뺨을 후려치고는 고개를 돌려 떠났다. “얘들아, 가서 썬호텔 전체를 위에서 아래까지 한 번 싹 부숴버려!” “염동완, 이 누님을 잘 기억해 둬! 네 호텔도 내가 부쉈고, 얼굴도 내가 망가뜨렸으니, 복수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덤벼!” 천미는 염동완에게 경고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하늘 거울 저택. “누나, 매형이 돌아왔어!”천화는 입구를 지키며 두리번거리다가 동혁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흥분하여 집안을 향해 소리쳤다. 세화가 바로 뛰쳐나왔다. 동혁을 보고는 얼른 다가와서 동혁의 몸을 위아래로 보며 말했다. “동혁 씨, 괜찮은 거야? 도박장 사람들이 동혁 씨를 때리지 않았어?” “아니, 내가 거의 때렸지.”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괜찮으니 다행이야.” 불안했던 세화의 마음이 마침내 진정되었다. “여보 미안해. 차가 부서져서 폐차가 되었어. 하지만 내가 이미 염동완에게 배상하라고 했어.” “동혁 씨만 무사히 돌아오면 돼. 차야 부서지면 부서진 거고, 내가 돈 벌어서 한 대 다시 사면 되지.” 세화는 진심으로 말했다. ‘차가 아무리 중요해도 사람보다 중요하지 않아.’ “진정으로 날 생각해 주는 건 여보 밖에 없어.” 동혁은 세화를 자신의 품에 꽉 껴안아 주고 싶었다. ‘이렇게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아내가 있는데, 더 이상 뭘 바라겠어!’ 그때 류혜진과 라원문 부부가 황급히 걸어 나왔다. “이동혁, 우리 세영이는? 설마 아직 도박장에 있는 거야? 넌 밥만 축내고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지금 여기 돌아올 낯이 있어? 네가 세영이 대신에 거기에 남더라도 세영이를 집으로 돌려보냈어야지!” 동혁의 뒤에 아무도 없자 서수현은 소리를 지르며 동혁을 쏘아붙였다. 동혁이 사람을 심하게 때린다는 것을 몰랐다
“어머니, 의료 사고가 난 지 벌써 5년이 지났어요. 아무리 목숨을 빚졌어도 이 5년 동안 다 갚았…….” 동혁은 참을성 있게 류혜진을 설득했다. 라세영 가족이 이렇게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은 세화 가족이 너무 고분고분하기 때문이다.라세영 가족은 세화 가족의 선량함을 이용해, 계속 죽을 때까지 착취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라세영 가족이 그렇게 자꾸 빼앗아 가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닥쳐!” 류혜진은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동혁의 말을 끊었다. “동혁이 넌 데릴사위야. 우리 집에서 먹고살기 밖에 더해? 이 집에서는 넌 말할 자격이 없어. 그러니 넌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내가 너와 세화를 이혼시키지 않은 것은, 세화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네 분수를 알아야지? 어디 사리분별도 제대로 못하면서!” 류혜진은 동혁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꽝! 방 문이 세게 닫혀서, 천화도 놀라서 벌벌 떨었다. “우리 엄마도 참, 매형은 분명 엄마를 위해서 라세영 가족한테 계속 괴롭힘 당할까 봐 걱정돼서 한 말인데.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매형만 탓하다니, 하려면 라세영 가족한테나 욕 할 것이지!” 천화도 보다 못해 고개를 돌려 류혜진을 찾아가 시비를 가리려고 했다. “그냥 둬 괜히 일 키우지 말고, 엄마가 지금 화가 잔뜩 나 있는데, 네가 가서 네 매형 편을 들면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거밖에 더 되겠어?” 세화가 천화를 못 가게 잡아당겼다. 전에 류혜진이 동혁에게 뭐라 하면 세화가 동혁을 도와 대신 말했었다. 천화가 집에 돌아왔을 때, 류혜진은 마침내 집에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그런데 이제 천화가 가면 동혁을 도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역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다. “동혁 씨, 엄마 말 마음에 두지 마.” 세화는 고개를 돌려 동혁을 위로했다. “5년 전 그 의료사고가 여전히 우리 엄마의 마음의 병으로 남아있어서 그래. 내가 이미 엄마를 모시고
[뭐라고? 진천화, 너 그동안 그렇게 할 일이 없었냐? 우리한테 허풍 떠니 재미있어?] 오수연은 전화를 끊었다. “망했어! 이번에는 허풍이 너무 세서, 반 친구들이 나를 엄청 비웃을 거야.” 천화는 휴대폰을 들고 한숨을 쉬었다. 동혁은 옆에서 천화가 왜 그러는지 이유도 모른 체 쳐다보았다. “내가 군부의 고위층이라고 말한 게 왜? 잘못된 게 뭐가 있는데?” “매형, 모르는 소리 마세요. 사람은 허영심은 있어도 거짓말로 사람을 속여서는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그 거짓말 때문에 더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요.” 천화는 말했다. “누나가 진실을 말해줬는데, 매형은 군부의 고위층이 전혀 아니라면서요? 제가 오해했어요.” 동혁은 천화의 말을 듣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처남이 그래도 성품이 꽤 괜찮네.’며칠 동안 천화를 관찰한 결과로, 동혁은 이미 천화에 대해 많이 안심하며 말했다. “천화야,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는데 매형인 내가 아직 선물을 주지 않았네. 한번 말해봐.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 매형이 사줄게.” “저는 슈퍼카를 원하는데, 매형이 살 수나 있어요?” 천화는 휴대폰을 들고 우울하게 흔들었는데, 휴대폰 배경화면이 멋진 슈퍼카였다. 동혁의 진정한 정체를 알게 된 천화는 동혁이 슈퍼카를 사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천화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대로 가버렸다. “됐어, 차라리 언젠가 우리 누나가 회사를 크게 키워서 이익을 크게 배당받으면, 그때 내가 누나에게 사달라고 하는 게 낫지!” 지금 천화는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었다. 세화의 가족 형편은 여전히 어려웠다. 류혜진이 천화가 여전히 슈퍼카를 원한다는 것을 안다면, 철이 없다며 천화의 귀를 비틀 것이다. 이튿날 오전, 동혁은 휴대폰으로 세화를 도와 차를 예약하고 세화를 저택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하늘 거울 저택에 사시는 분들이 외출할 때 택시를 타십니까?” 택시 기사는 창문을 내리고 동혁과 세화를 이상하게 보았다. 택시 기사는 이미 마음속으로
“오늘 정말 모터쇼가 있어요? 근데 나는 왜 못 들었지?”친화는 즉시 침대 위에서 펄쩍 뛰어 내려왔다. “가요, 차는 못 사도 구경은 해도 되니.”천화는 말하면서 서둘러 옷을 입었다.밖에서 천화를 기다리던 동혁은 조동래의 전화를 받았다.[회장님, 그저께 수선화를 체포할 때 불법 대리모 조직에서 최신혜이라는 어린 여자를 구해주신 거 기억하십니까? 방금 그 가족에게서 직접 표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동혁은 갑자기 그저께 봤던 그 최신혜를 기억했다.“가족이 그녀를 찾았으니 그걸로 됐습니다. 조 경감이 따로 감사할 필요 없다고 전해줘요. 난 지금 일이 있어서 잠시 외출해야 하니, 그런 줄 알고 끊습니다.”동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고, 동혁이 자신을 친근하게 조 경감이라고 불러서 조동래는 약간 감동했다.동혁은 최신혜의 일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국외에서 여러 해 동안 동혁이 죽인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았고, 생명을 구해준 사람도 셀 수 없이 많았다.구해줬던 모든 사람이 동혁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러 온다면, 그 수가 너무 많아 동혁은 인사만으로 지쳐 죽을 것이다.이때 천화도 준비를 마치고 나왔고, 동혁과 천화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서 택시를 타고 곧바로 금우자동차센터로 향했다.금자동차센터는 바로 어젯밤에 염동완이 말한 곳이었다. H시에서 가장 큰 자동차 판매점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 판매장이 모여 있었다.이것은 암흑가 은둔 고수 염동철이 운영하는 사업이다.이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 암흑가의 인물들만이 이렇게 큰 사업을 지킬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탐욕스러운 3대 가문이 진작에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매형, 거짓말한 거예요? 모터쇼라고 했잖아요!” 금우자동차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천화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모터쇼라고 하더니, 그 흔한 홍보 현수막 하나도 없잖아.’ 차를 보러 온 사람들은 많지만, 이른바 모터쇼를 보려고 온 건 아니었다. “서두를 것 없어, 좀 있으면 다 알게 될 거야.
“우리는 여기에 차를 가지러 왔지! 페라리 488!” 진태휘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거만하게 입꼬리를 하늘로 추켜올렸다. 오수연은 진태휘의 팔짱을 끼고, 온몸을 진태휘의 몸에 찰싹 달라 붙이며, 애교 넘치는 콧소리로 물었다. “태휘 오빠, 천화는 내 동창인데, 아는 사이였어?” 오수연은 여기서 차 모델로 일하고 있었는데, 진태휘와 진화란 남매가 차를 가지러 올 때 진태휘와 단박에 눈이 맞았었다.진태휘는 오수연의 미모에 끓어올랐고, 오수연은 진태휘의 돈에 눈이 번쩍 뜨인 거지만.그렇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둘은 찰떡처럼 진득하게 붙어다녔다.“수연아, 천화는 내 사촌동생인데, 어릴 때부터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었지!” 진태휘는 천화를 거만하게 바라보며, 사촌형 행세를 했다. “천화, 너는 방학 때 집에서 열심히 공부나 하지 이 바보는 왜 따라 나왔어?” 진태휘가 정색을 하고 꾸짖자, 천화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 옆에서 오수연은 득의양양하게 서있었다. 오수연은 지난번 난정호텔에서 동혁이 정말 군부의 고위층인 줄 알고, 천화와 잘 지내보려고 유재현과 헤어졌다. 그런데 오수연은 천화가 자신을 전혀 상대하지도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오수연은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고, 낙담한 표정으로 일찍 모임을 떠났었다. “태휘 형, 나 곧 졸업하잖아. 공부는 다 했고 그냥 집에 있기가 심심해서 매형이랑 슈퍼카 구경이나 하러 왔어.” 천화는 부러워하며 진태휘를 바라보았다. “근데, 태휘 형, 언제 페라리 488을 산 거야?” 진태휘는 거만하게 자랑하며 말했다. “나만 산 게 아니라 화란이도 샀어. 전에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한 사람당 10억 원을 주셨거든.” 지난번 진성그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진태휘 남매는 하늘 거울 저택을 400억 원에 모태현에게 팔자고 제안했다. 진한영이 그 보상으로 준 20억 원을 가지고 진태휘 남매는 두말없이 슈퍼카를 사러 왔다. 그 후 하늘 거울 저택이 계획대로 팔리지 않았고, 진태휘 남매의
오수연은 난정호텔에서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신 한 번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 동창들이 정말 천화 매형에게 겁을 먹었지만, 나중에 생각할수록 이상하더라고. 저렇게 젊은 군부의 고위층이 어디 있겠어?” “그리고 그 난정호텔 총지배인, 유재현의 아버지 유진태라는 사람도 아주 멍청해. 이렇게 유치한 수법에 속아 넘어가다니.” “그래서 어젯밤에 혹시나 해서 천화를 떠보려고 전화했는데, 천화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자진해서 자백하더라고…….” 오수연은 진태휘 앞에서 자신이 똑똑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썼다. 오수연은 진태휘와 같은 큰 가문의 도련님이 좋아하는 여자는 분명 외모도 예쁘고 똑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래는 천화가 오수연에게 사실을 먼저 알려줬지만, 오수연은 이미 스스로 간파했다고 말했다. 진태휘는 역시 오수연을 칭찬했다. “수연아, 네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우리도 이 바보가 난정호텔 사장을 사칭하고 다니는 걸 또 모를뻔했어. 다행히 네가 똑똑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우린 또 저 바보에게 속을 뻔했구나!” “허세를 부리며 남 속이는 것이 저 바보의 특기고, 그래서 저 놈 때문에 우리 진씨 가문에 많은 문제가 일어났었잖아.” “저 바보는 진씨 가문에서 아무것도 아닌데, 세화만 저 놈을 보배로 아낀다니까.” 진화란도 대화에 끼어들어 진태휘와 한 마디 한 마디씩 하면서, 남매가 진씨 가문 안의 동혁과 관련된 일의 모든 내막을 이야기했다. 동혁을 야유하고 비난하는 것이 진태휘 남매의 낙이었다. 오수연은 그제야 동혁이 이전에 전과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 오수연은 동혁에게 향했던 경멸의 눈빛을 천화에게로 돌리며 말했다. “천화야, 이 사람이 네가 그렇게 늘 우리에게 자랑하던 매형이냐? 지금은 네 모든 친구들이 네 매형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부끄럽지도 않아?” 어젯밤에 천화으로부터 진실을 알게 된 오수연은 지체 없이 자신이 들은 사실을 친구들에게
“하하하!” 동혁의 말이 끝나자 진태휘 등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동혁, 네 주제파악이나 해라. 지금 차는 내가 예약했는데, 그 차가 네 것이라고 헛소리나 하고 있고, 아직 잠이 들깻어?” “아무리 저 바보가 헛소리로 우겨도 그럴 돈도 없어. 단지 우리말에 화가 나서 아무렇게나 지르는 거야.” 진태휘 등이 잇달아 빈정거렸다. 동혁이 추태를 부릴수록 진태휘 등은 더 놀릴 수 있어서 즐거워했다. “매형, 그만 좀 해요. 우리 그냥 가자고요.” 천화가 동혁을 잡아당겼지만, 동혁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낯 짝이 아주 두껍네, 우리에게 이렇게 비굴하게 모욕을 당해도 도망가지도 않고!” 오수연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천화 집에 돈이 없는 건 그렇다 쳐도, 이렇게 주변에서 비웃는 바보 매형이라니.’‘내가 애초에 천화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저기서 똑같이 비웃음을 받았을 거 아니야.’ ‘역시 태휘 오빠를 선택하길 잘했어!’ 오수연은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진태휘의 팔을 꽉 잡았다. “수연아, 네가 저 바보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저렇게 두꺼운 낯짝도 없으면, 어떻게 우리 진씨 가문에 빌붙어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겠어?” 진화란은 팔짱을 낀 채 동혁을 보며 비꼬았다. “야 바보, 내가 옆에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도 한 대 예약했는데, 너도 한 대 사갈래?”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마침 세화에게 차를 한 대 사줘야 하는데 잘됐네, 그럼 한 대 사자.” 동혁은 차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차 이름을 들어보니, 세화에게 딱 적합할 거 같은데!’ ‘이름도 품위가 있는 게, 세화의 현재 직책과도 잘 어울려!’ “매형, 그만 좀 해요. 제발, 그냥 가자고요.” 천화는 이제 울 것 같았다. ‘한 대도 못 사는데 두 대를 산다고?’ ‘매형이 또 너무 자극을 받아서 발병한 건가?’ ‘근데 누나가 매형은 분명 병이 없다고 했잖아.’ 천화는 동혁이 미쳤다고 하는 것이 진짜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