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강호. 바로 이전에 진성그룹에서 앞장서서 사직했던 그 임원이었다. 그리고 천강호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도 모두 진성그룹에서 사직했던 임원들과 직원들이었다.청강호 등은 진성그룹이 위기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각 그룹으로부터 4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 진성그룹에서 사직한 것을 후회했다. ‘진성그룹은 이제 빠르게 성장해 직원들은 그에 따라 더욱 큰 복지혜택을 누리게 될 거야.’ 천강호 등은 진성그룹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지원자가 너무 많았다. 회사를 사직했다 다시 온 일반 직원들은 지원자들이 먼저 입사해 자신들이 들어갈 자리까지 뺏길까 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은 천강호와 다른 임원들을 부추겨서 이 지원자들을 쫓아낼 방법을 찾았다. 천강호 등 몇 명도 바보가 아니었다. 이미 진성그룹을 떠난 배신자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시 진성그룹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만약 진성그룹을 사직한 많은 직원들을 끌어들여 함께 한다면, 천강호 등은 세화와 흥정할 때 좀 더 유리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말도 없이 예전의 신분을 내세우며 새치기를 강행했다. “진성그룹 인사부 부장이라고? 우리가 진성그룹으로 입사하려면 모두 인사부를 거쳐야 해. 인사부 부장에게 벌써부터 괜히 찍힐 필요는 없지.” 주변의 지원자들이 이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길을 비켜주었다. 천강호는 사직하고 다시 돌아온 직원들을 데리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걸어 들어갔다. 이제 진성그룹 입사 지원자들은 모두 전 진성그룹 인사부 천강호 부장이 뜻밖에도 사람들을 데리고 새치기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입사 지원자들이 모두 분노하기 시작했다. 천강호의 뒤를 따라오던 진성그룹을 사직했던 직원들이 지원자들을 비웃었다. “우리는 진성그룹의 선임 직원이었으니 당연히 합격할 거야. 그러니 너희들은 쓸데없는 생각 말고 다른 곳이나 알아봐!” “맞아. 우리가 천 부
진성그룹 밖으로 나가던 지원자들이 망설이다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진 사장님? 대학 동기의 증언으로 더러운 오명을 썼는데, 모두 사실이 아닌 일로 드러났었지?” “은행들이 합세해 대출을 중단해서 진 사장님에게 복수하려 할 때도, 진성그룹이 궁지에 몰렸지만, 진 사장님이 진성그룹을 구했다고 했잖아. 능력이 대단하지 않아? 그러지 말고 진 사장님의 말을 믿어볼까?” 세화의 명성에 힘입어, 이 진성그룹 입사 지원자들은 화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돌아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사정을 모두 설명하겠습니다.” 세화는 상황이 일단 진정되자 그제야 천강호 등에게 눈을 돌렸다. 세화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천강호, 당신들은 진성그룹이 가장 어려울 때 이미 퇴사하신 분들 아닌가요? 저는 당신들의 월급을 적게 주지도, 보너스를 체불하지도 않았습니다. 전 퇴사하는 여러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취해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미 퇴사한 당신들이 진성그룹 채용 현장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무슨 도리죠?” 세화의 말을 듣고 그 진성그룹 입사 지원자들은 상황을 이해했다. ‘알고 보니 천강호 등은 진작에 진성그룹에서 퇴사한 사람들이었고, 지금 일부러 말썽을 피우고 있다는 말이잖아.’ ‘너무 염치없고 뻔뻔한 거 아니야?’ 천강호 등의 얼굴빛도 변했다. 원래는 세화가 만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세화가 오자마자 먼저 사람들의 이목을 빼앗을 줄은 몰랐다. 세화는 두세 마디 말로 모든 사람들 앞에서 사람의 도리를 언급하며 진성그룹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천강호 등은 갑자기 불쌍한 척을 하며 애원했다.“진 사장님, 저희의 결정이 틀렸어요. 진성그룹에서 사임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희 모두 진성그룹이 무너지는 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부양해야 할 연로한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있기 때문에 안정되게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돼서,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사직한 겁니다.” “맞습니다,
진씨 가문의 사람들도 진성그룹이 40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 전에 진성그룹이 무너지려 하자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즉시 관계를 끊고 세화를 사장으로 급히 승진시켜 세화가 모든 피해를 떠안게 했다. 그러나 진성그룹이 기사회생하여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했다. 특히 진한강의 가족들은 세화가 이제 진성그룹의 사장으로 자리를 굳힐까 봐 걱정이었다. 그래서 재빨리 진한영을 불러왔다. 회사 내 권력 싸움을 잘 아는 천강호의 이간질에 진한영 등은 갑자기 화가 치밀고 초조해졌다. “할아버지, 어서 세화를 막아야 해요. 세화는 지금 저희를 진성그룹에서 완전히 배제시켜 진성그룹을 세화의 왕국으로 만들려는 거라고요.” 사람들이 잇달아 진한영을 바라보며 세화의 직무를 해임하라고 독촉했다. “당신들은 아직도 남을 헐뜯는 일에만 최선이군요! 제가 하는 이 모든 것은 진성그룹을 위하는 일입니다!” 세화는 진씨 가문의 가족들의 파렴치한 얼굴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진성그룹에 위기가 닥쳤을 때만 해도.’ ‘이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자신의 것만을 지킬 수 있을지 생각하며 어떻게든 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더니.’ ‘내가 진성그룹을 힘들게 버텨 지켰냈더니.’ ‘이 사람들은 또 진성그룹을 차지하러 왔고, 더욱이 진성그룹을 구한 공신인 나를 해고하려고 하고 있어.’ 세화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한심함을 느꼈다. 그러나 세화가 더욱 한심함을 느끼게 만든 것은 진한영의 다음 결정이었다. “세화야, 네가 진성그룹의 위기를 어떻게 직면할지 우리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그룹의 위기가 해소되었으니, 세화 넌 진성그룹 사장을 맡기에 적합하지 않아. 전과 같이 공사장 쪽만 책임지면 될 거 같구나.” 그러자 세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사장으로 발탁된 지 24시간도 안 되었는데, 바로 해고라고?’ “할아버지, 지금 대체 저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진선그룹에 문제가
진성그룹 직원들의 성난 고함 소리를 듣자, 진한영의 안색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 진한영은 다른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진한강이 안되면, 다른 사람으로 하면 되지.’ 그러나 진한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동혁이 대신 물었다. “진한강이 사장이 되는 것에 여러분이 동의하지 않는 다면, 진태휘는 어떻습니까?”“동의할 수 없습니다!” 직원들은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그럼 진화란은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천한승은요?” 이 사람은 세화의 큰 고모부였다. “싫습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며 동혁은 차례로 물었다. 직원들은 대답은 한결같이 동의하지 않는다였다. 모든 직원들의 성난 고함은 마치 뺨을 때리 듯, 해당 진씨 가문의 매 사람의 얼굴을 세게 때리는 것 같았다. “회장님, 직원들의 목소리 들으셨죠?” 동혁의 시선이 모든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동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중요한 순간에 진성그룹을 버린 사람이라면, 진성그룹도 결국 그 사람을 버릴 겁니다!” 진태휘와 진화란 등은 창피하여 땅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진태휘 등은 동혁을 죽을 만큼 증오했다. 동혁은 진태휘 등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었다.동혁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차갑게 말했다. “내 아내는 진성그룹의 사장으로, 누구의 지시를 받고 온 것도, 누군가 발부한 서류 한 장으로 임명된 것도 아닙니다! 세화는 진성그룹 내의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여 그 자리를 얻은 것입니다!” 동혁의 힘찬 외침이 끝나자 장내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화의 뒤에 꿋꿋이 서 있던 직원들뿐만 아니라 진성그룹 입사 지원자들도 자발적으로 박수를 쳤다. 이 순간, 세화는 진성그룹 직원들의 존경을 얻었고, 지원자들은 다시 진성그룹에 입사하고 싶어졌다. ‘이런 사장이 경영하는 진성그룹의 미래는 분명 매우 밝을 거야!’ 그러나 진한
천강호 외 몇 사람들은 서로 바라보며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천강호와 그 사람들은 이전 향방주택 공사장의 송대강 등의 세 사람처럼, 이전에 모두 진한강의 심복이었다. 진한강은 능력이 없어서 천강호 등을 잘 통제할 수 없었고, 천강호 등은 위아래로 손을 써서 사적으로 많은 돈을 챙겼다. “진 사장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를 잡아가게 그냥 두지 마세요. 아무리 그래도 저희는 진성그룹의 원로이고, 진성그룹에 공헌을 많이 한 사람들입니다.” 천강호 등 몇 명은 주저앉아 경제수사팀 사람들의 허벅지를 붙잡고, 세화를 돌아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도 이미 너무 늦었어.” 동혁이 손짓을 했고, 이 천강호 등 몇 명은 바로 끌려나갔다. 천강호 등 몇 명이 체포되자, 그들을 따라온 전에 사직한 일반 직원들도 힘을 잃고 흩어졌고, 바로 진성그룹을 떠났다. ‘직원 중에도 일부가 당황하는 것을 보니, 저 사람들도 그리 깨끗하지 않나 보군.’하지만 동혁은 저 일반 직원들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을 일일이 어떻게 다 잡겠어?’ ‘다 잡더라도 모두가 사건 접수 기준에 맞거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천강호 등을 잡아 일벌백계한 것으로 충분해.’ 동혁은 진한영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 이제 제 아내가 사장이 될 수 있겠죠?” “이동혁, 네놈을 죽이지 못해 한스럽구나.” 진한영은 이를 악물고 동혁을 노려보더니, 소매를 뿌리치며 돌아갔다. 진성그룹의 직원들은 세화만을 따랐고, 거기에 천강호 등은 이미 잡혀갔기에, 진한영도 세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세화를 계속 사장으로 둘 수밖에. 만일 세화가 홧김에 모든 직원을 데려가서 자립이라도 하면 큰일이니.’ “이동혁, 네 이 천벌을 받을 놈, 너는 조만간 네가 한 일을 후회하게 될 거야!”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동혁에게 몇 마디 욕을 하고 화를 내며 떠났다. ‘이 쓸모없는 놈이 남의 세력을 믿고 감히 사람들 앞에서 우리를 모욕해?’
“동혁 씨, 아직도 부족해?” 잠시 후, 세화는 얼굴이 빨개져 동혁을 힐끗 흘겨보았다. 동혁이 세화를 꼭 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손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평생 끌어안아도 부족하지, 하하…….” 동혁은 마침내 세화를 놓아주었다. 동혁은 세화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를 들이마시고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동혁도 너무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적어도 동혁이 오늘 세화와 이런 스킨십을 한 것은 그들 사이의 좋은 시작이었다. 이어서, 세화는 책상에 앉아 쌓인 업무를 처리하고, 수시로 새로 발탁된 임원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세화는 진성그룹의 사장이 되었고, 그룹 전체의 일을 책임져야 했다. 이전보다 더 바쁘고 힘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세화는 이 상황을 매우 즐겼다. 세화는 이렇게 전심전력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자신의 발목을 잡는 사람도 없으니 매우 기분이 좋았다. 동혁은 세화를 방해하지 않고 옆 휴게실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며 퇴근을 기다렸다. “퇴근했으니 가자.” 어느새 세화는 휴게실 문을 열고 동혁을 불렀다. 동혁은 서둘러 차를 몰아 세화를 태우고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누나, 매형 다녀왔어요?” 천화는 지루하게 문 밖에 앉아있다가 동혁과 세화를 보고 즉시 기뻐하며 일어섰다. “뉴스를 이미 가족 모두 봤어요. 매형은 역시 너무 대단해요. 저는 매형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고요!” “천화야, 매형한테 아부하지 마! 그러다 네 매형의 거만이 하늘 높아질 거야.” 세화는 천화를 노려보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기뻤다. 전에 세화는 천화가 돌아온 후 동혁을 무시해서 집안이 더 난장판이 될까 봐 걱정했다. 그리고 동혁이 외부인에게 무시당하는 것도 모자라, 천화에게까지 무시당하면 세화 자신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보니 이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누가 아부를 했다고 그래? 내 말은 다 진심이야!” 천화는 동혁을 존경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
동혁은 당연히 칼로 자신의 목을 칠 수 없었다.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손을 들어 라세영을 혼내주려고 했다. 그러나 동혁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동혁은 라세영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동혁은 나지막이 물었다. ‘설마 우리 가족이 저 놈의 가족에게 목숨을 빚진 건 아니겠지?’ 라세영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못 알아듣는 척하지 마! 네 목숨을 줄 수 없다면 나에게 덤비지 말란 말이야. 그냥 순순히 이 어른이 요구하는 데로 주기만 하면 돼!” 라세영은 말을 마치고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혜진 이모, 차 한 잔 줘요.” 방 안에서 마치 하늘 거울 저택이 자기 집인 마냥 당당한 라세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혁은 의아함에 고개를 돌려 세화 남매를 바라보았다. “우리 가족이 대체 라세영 식구에게 무슨 빚을 진거야?” 세화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가족과 라세영 가족의 지난 일을 말했다. “5년 전 엄마가 현대병원 내과 부과장으로 일하던 중 의료사고가 나서 환자 한 명이 세상을 떠났어. 그래서…….” 그때 죽은 환자가 바로 라세영의 누나인 라세진이었다. 이로 인해 류혜진은 의료 자격을 취소당하고 현대병원에서 제명되었다. 책임자인 류혜진이 처벌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라세영의 가족들도 현대병원에서 보상을 받았다.하지만 세화와 같은 또래의 꽃다운 소녀의 죽음은 영원히 류혜진과 가족의 가슴에 흉터로 남게 되었고, 늘 라세영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이후로 요 몇 년 동안 라세영 가족들은 세화의 가족을 찾아와, 의료사고 일을 빌미로 이것저것 달라고 요구했다. 세화 가족은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살더라도, 굽신거리며 남에게 빌려서 라세영 가족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가족이 그 집에 보상한 게 적었어?” 천화는 분해하며 말했다. “아직도 기억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라세영 가족이 우리
“언니, 무슨 그런 농담을. 우리가 몇 년을 안 사이인데, 어떻게 언니에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류혜진은 웃으며 말했다. “이사 온 지 며칠 안 돼서 아직 다 정리되지 않아서 그랬어요. 원래 정리 다하고 알리려고 했어요” 사실 하늘 거울 저택으로 이사 왔을 때, 류혜진은 가능한 한 라세영 가족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라세영 가족이 이렇게 찾아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라세영 가족이 하늘 거울 저택 입구에서 쭈그리고 앉아있었는데, 류혜진이 장 보러 갔다 오다가 딱 마주쳤다. 서수현은 불만스러워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류혜진, 지금 누굴 속이려고? 전에 전화로 이사 갔냐고 물었을 때, 그냥 우물쭈물했었잖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모를 거 같아? 네가 큰 집을 샀다는 걸 우리한테 알리면 돈을 달라고 올까 봐 그런 거잖아?” “네가 말 안 하면 우리가 모를 거라 생각했어? 숨겨봤자 이렇게 다 알게 될 텐데.”“내 딸이 너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잊지 마. 네가 우리 집에 빚진 것은 평생가도 갚을 수 없어!” 서수현이 갑자기 탁자를 세게 치자 류혜진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서수현의 말은 류혜진으로 하여금 마음속 상처를 다시금 생각나하게 했다. “네, 네, 그럼요, 언니, 세진한테 너무 미안하고, 또 언니 집에도 죄송하고…….” 류혜진은 눈시울을 붉히고 굽실거리며 계속 서수현에게 사과했다.세화 남매는 류혜진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5년 동안, 이 같은 상황이 몇 번이나 있었다. 세화 남매조차도 류혜진의 일로 라세영 가족에게 사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애초 잘못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엄마, 쓸데없는 말은 그만해요. 지금 사과를 받아서 될 일이었으면 내 동생은 진작에 살아났을 거예요.” 라세영은 다리를 들어 차를 놓은 탁자 위에 올려놓고 세화 가족을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최근에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돈이 좀 필요해서 왔어요.” “세영아, 얼마나 필요한데?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
동혁의 말은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인 부태서 앞에서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리겠다고 큰소리쳤어.’ ‘게다가 상대방에게 의견을 묻다니!’‘이건 면전에서 따귀를 때리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오태강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이 자식, 그 일을 부태서에게 왜 물어? 네가 부른 7개 부문의 수장들에게 물어야지.”“저 사람들에게 물어봐, 부태서 앞에서 저들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을 봉쇄할 수 있겠어?”오태강은 비꼬는 말로 조롱하면서 동혁을 보고 비웃었다.“하하, 당연히 감히 할 수 없겠지. 부태서가 누군데 말이야!”“부태서는 우리 H시 전전 시장님의 친손자야. H시 넘버원 청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H시에서 부 전전 시장님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저 7개 부문 수장들이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을 건드릴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저 사람들을 아버지로 모시겠어!”“이동혁, 넌 웃음거리가 됐지만 그래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늘 부태서 씨가 있으니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나연지, 소태란 등도 큰 소리로 비웃었다.‘전전 시장의 손자도 우리 병원 주주인데 뭐가 무서워.’‘7 개 부처가 연합해서 법을 집행해도 상관없어.’‘오늘 70개 부서가 오더라도 못 해!’사람들의 조롱에 7개 부서의 수장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지금 황성민 같은 사람들조차도 동혁이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새 시장인 이동혁이 지위와 권력이 대단하다 해도.’‘부태서와 비교하면 확실히 평범한 수준이야.’‘부태서의 할아버지가 H시를 20년 동안 장악했던 전 시장 부천정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새로 부임한 시장이 부임하자마자, 현지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전 시장의 미움을 샀어.’‘정말 현명하지 못한 처사 아니야?’“나는 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았어.”차가운 눈빛으로 황성민 등을 힐끗 쳐다본 뒤, 동혁은 다시 부태서를
거들먹거리며 걸어오는 청년의 말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이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만하게 날뛰면서 걸핏하면 죽여버리겠다니, 도대체 누구야?’“부태서!”청년을 보자마자 황성민 등의 표정은 크게 변했다.온 청년은 뜻밖에도 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 부태서!부천정은 H시에서 지 20년이나 시장을 지냈기에, 그의 손자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사람들의 반응을 본 오태강이 씩 웃었다.“보아하니 당신들 모두 부태서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래, 부태서도 여전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야!”황성민 등의 표정은 안절부절 종잡을 수가 없었다.모두 부태서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실제로 H시의 많은 회사들은 부태서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 그의 표면상의 신분은 한 투자회사의 사장으로, 여러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사실상 부태서의 투자회사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할아버지 부천정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이 선생님.”골치아프게 됐다는 걸 깨달은 황성민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오늘 이 빅토리아병원의 간판을 내리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저 부태서는 부천정 전전 시장의 손자입니다. 저희도 그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일 줄은 몰랐습니다.”황성민은 동혁에게 빅토리아병원 때문에 전전 시장 부천정과 충돌하지 말라고 일깨워준 것이다.이들은 부천정이 H시에서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었다.신구 시장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이기고 질지 정말 말하기 어렵다.“퇴직한 늙은이의 손자가 아주 대단하군요. 당신들 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겠어요?”동혁은 일곱 부서의 수장들을 향해서 싸늘하게 말했다.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고통을 호소할 뿐!오태강과 어깨동무를 한 채 얘기를 나누던 부태서가 이
“엉엉, 태강 씨, 저 자식한테 또 맞았어!”나연지는 울며불며 오태강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지금 그 녀석이 얼마나 날뛰는지 직접 봤지?”“당신 앞에서도 감히 나를 때렸어!”“저 자식은 내 얼굴을 때린 게 아니라, 분명히 태강 씨 얼굴을 때린 거야. 흑흑...”동혁에 대한 원한에 사무친 나연지는 끊임없이 오태강을 선동했다. 분노한 오태강이 손을 써서 동혁을 완전히 죽여버리도록!“됐어!”나연지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오태강이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동혁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새끼, 내가 방금 너한테 말했지. 나연지는 내 여자라고.”“감히 내 앞에서 내 여자를 때리다니, 나 오태강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오태강의 말투는 극도로 음산했다.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동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처럼 머리도 안 돌아가면서 시치미를 떼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나를 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너를 눈에 넣는 걸 본다는 거야?”“네 면전에서 네 여자를 때렸는데도, 너는 여전히 이걸 물어보네.”“내가 티를 안 내서 그런 건가?”“그럼 내가 다시 네 면전에서 네 병원 간판을 내리게 해서 증명해 주겠어.”동혁의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오태강이 아주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건 자신이 여러 사립병원의 소유주이기 때문이야.’‘게다가 리성투자회사 사장 오한민의 친조카라서 밑천이 두둑하기 때문이자.’‘그러나 이동혁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날뛰고 있어!’‘대놓고 오태강에게 나는 정말로 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고 말했어!’‘이걸 오태강이 참을 수 있겠어?’과연 동혁의 말이 떨어지자, 오태강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를 악물고 있던 오태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자 헛웃음을 터뜨렸다.“좋아, 좋아, 좋아! 네가 내 병원을 어떻게 문을 닫게 할 건지 내가 한번 보겠어!”“네가 7개 부서의 이 폐물들에게 시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