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하지혜가 놀라 몸을 떨었다. 하지혜가 주위를 둘러보고 그제야 장재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갑자기 눈빛이 차갑게 바뀌며 말했다. “장재문, 네가 감히 마리를 쫓아낸다고 했어?” 동혁은 마리를 다정하게 품에 안고 있었다. 하지혜는 동혁의 마음에서 항남 가족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장재문, 이 인간이 정말 죽으려고 미쳤구나!’ 장재문은 이미 놀라서 그저 멍한 상태였다. 이때 하지혜의 말을 듣고 장재문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하 사장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요……” 짝! 하지혜가 뺨을 때리자, 장재문의 빰이 손바닥 자국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이 순간부터 당신은 해고야!” “네……?” 장재문은 얼굴을 가리고 그대로 멍하게 서있었다. 방금 전에 장재문은 마리를 유치원에서 내보내겠다고 우쭐대더니, 오히려 이제는 자신이 회사에서 내쫓길 줄 누가 알았을까? 정도교육그룹의 임원, 연봉 2억 원의 임원 한 명이 이렇게 해고되었다. 그러나 더 기가 막힌 일이 뒤에 남아 있었다. 하지혜는 계속 차갑게 말했다. “동시에 나는 당신을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어. 적어도 교육업계에서는, 이제 어떤 회사도 당신을 원하지 않을 거야!” 장재문은 그대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업계 전체에서 퇴출이라니.’장재문은 서른이 넘은 나이인데, 다른 업종으로 전업하려면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장재문은 이런 결과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단지 몇 살짜리 계집애 하나를 잘못 건드려서 내 인생의 중년 위기가 앞당겨 오다니!’ “왜 멍하니 있어, 여기 이 선생님한테 빌고 부탁해. 빨리!” 정설희는 다급하게 울었고, 넋이 나간 장재문을 끌고 동혁에게 용서를 빌었다. ‘제발 우리를 용서하고 하 사장님이 방금 내린 결정을 철회하게…….’ “꺼져!” 동혁은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저건 진정으로 후회하고 뉘우치는 것이 아니야.’ ‘오늘
선우설리는 마리와 백문수를 보고 말을 멈추었다. “아저씨, 마리와 먼저 차에 타 계세요.” 동혁은 마리를 백문수에게 건네주었다. 마리와 백문수가 차에 타자 동혁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선우설리가 이어서 말했다. “진 사장님이 진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주원그룹을 인수하러 갔다가 주원그룹 노강현 사장에게 쫓겨났고, 서경하가 진씨 가문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주원그룹 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었습니다.” “서경하가 투신하는 것과 동시에 병원에 있던 주태진도 투신해 죽었습니다.” 풀썩! 동혁의 뒤를 따라 나오던 하지혜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동혁아, 제발 나는 죽이지 마. 난 이미 내 잘못을 알고 있어. 살려만 주면 네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할게. 항남의 무덤에 가서 고개 숙여 참회하고, 항남의 가족에게도 보상할게…….” 하지혜는 동혁에게 계속 빌었다. “그만해, 건물에서 투신자살한 거는 나와 아무 상관도 없어!” 동혁은 불쾌한 듯 하지혜에게 소리치며, 선우설리에게 물었다. “서경하는 체포되지 않았어? 어떻게 주원그룹 빌딩에서 뛰어내릴 수 있지?” “경찰이 심문했는데 서경하와 육해진 등의 문제가 그리 크지 않았고, 게다가 3대 가문에서 누군가가 서경하를 나오게 도운 것 같아요.” 선우설리는 이미 조동래와 연락을 했었다. 동혁은 차갑게 말했다. “그 서경하와 주태진의 죽음은 필시 3대 가문과 연관되어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정말 극악무도하니까!” ‘서경하와 주태진이 죽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 일은 H시 제일인 이씨 가문과도 관계가 있을 거야.’ 어제 동혁은 주원풍을 관에 담아 이씨 가문으로 보냈었다.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이 3대 가문을 시켜 두 사람을 죽게 해서 오히려 나를 위협하려고 한 건가?’ ‘건축자재협회의 몰락도 이씨 가문에게 경고가 되지 못했나 보군.’ ‘이씨 가문은 여전히 사과하러 올 생각이 없겠어.’ “회장님, 조동래 경감이 사람을 보내 현장 검증을 했는
“옛날 집?” 동혁은 백문수와 육수아를 바라보았다. 육수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리는 예전에 항남이 H시에 돌아왔을 때 샀던 저택을 말한 거야. 마리가 조금 컸을 때부터 그곳에 살았으니까.” 당시, 그들 다섯 식구는 모두 그 저택에서 살았었다. 수소야는 마리에게 많은 작은 애완동물을 기르게 했다. 그래서 마리는 그 저택이 아직 기억 속에 깊이 남아서 엄마, 아빠랑 계속 거기서 사는 꿈을 꾸곤 했다. 백문수가 말했다. “그 저택은 말할 필요 없어. 항남이 사고가 난 뒤 은행에 압류되어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을 테니까.” 육수아는 입을 다물었지만 눈에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스쳤다. ‘그때 우리 다섯 식구가 얼마나 행복했는데.’ 동혁은 조용히 이 일을 마음 한편에 두었다. 백문수의 집을 떠날 때, 동혁은 선우설리에게 그 저택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마리가 예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서둘러 새 집을 살 필요가 없지.’ 동혁을 하늘 거울 저택으로 데려다주고, 상관설리는 그대로 차를 타고 돌아갔다. “이동혁, 네가 지금 집에 올 면목이 있어? 네가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또 진씨 가문 사람들에게 죽도록 욕을 먹었어!” 동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류혜진은 냉담한 표정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어젯밤 동혁이 집에 돌아와서, 주원그룹은 진씨 가문에 반환되었으니 오늘 세화에게 진씨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인수하라고 해서 말을 듣던 류혜진도 덩달아 기뻐했었다. ‘이번에 우리 가족이 큰 공을 세웠으니, 그럼 이제 진씨 가문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되겠어.’ 그러나 오늘 오후, 진씨 가문 사람들이 기뻐하며 주원그룹을 인수하러 갔지만, 사람들 앞에서 쫓겨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일은 이미 H시 전체에 퍼졌다.현재 진씨 가문은 또 망신을 당해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방금 진씨 가문 사람들은 연속으로 전화해 진창하와 류혜진을 번갈아 가며 공격했고, 그들을 심하게 욕했다.
향방주택이 곧 분양을 시작하려고 해서 세화는 바빠 죽을 지경이었다. 지금 세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 쪽의 대출금을 처리하는 것이다. 진성그룹의 자금이 워낙 부족한데, 현재 매일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었다. 즉시 분양을 시작하려면 분양주택자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자금이 매우 모자랐다. 이것들은 모두 세화가 직접 처리해야 했다. 동혁은 승낙했다. “여보, 몸이 어디 안 좋아?” 동혁은 세화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관심을 보였다. 세화는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괜찮아, 그냥 좀 놀라서. 바로 우리 앞에서 서경하가 주원그룹 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었잖아.” ‘역시 세화는 마음씨가 여리고 착해.’ ‘반면 진태휘, 진화란 그 남매는 평소에도 위세를 부리고 아주 오만하지.’ 오늘 진씨 가문 사람들은 주원그룹에서 너무 놀라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 장면은 정말 너무 무서웠어!’ “참, 주태진도 투신해서 죽었다고 들었는데 이상하네요.” 세화는 약간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주태진과 서경하는 모두 세화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투신자살해 죽었다. 그리고 육해진 등도 체포되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정말 무상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나와 동혁 씨를 비웃었는데 그렇게 되다니.’ 동혁은 당연히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었다. “여보, 그 사람들 생각할 거 없어. 다 잘못을 했으니 죽어서 죗값을 치른 거야. 주원그룹은 내가 곧 3대 가문에게서 찾아올게.” 세화는 동혁을 한 번 힐끗 보고는, 동혁이 단지 자신을 기분 좋게 하려고 한 말이라고 여겼다.세화가 말했다. “주원그룹 일은 생각하지 마. 이번에 임시총회에서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난 만족하니까.” 동혁은 매우 감동했다. 그리고 동혁은 세화가 자신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김대이를 보내려고, 천미에게 2억 원을 빌린 일이 생각났다. 동혁은 임시총회에서 김대이가 그에게 준 은행 카드를 꺼냈다. “여보, 이건 김대이가 나보고 당신에게 돌
‘김학수라는 이 국외 전장의 노병은 정찰병 출신일 거야, 그래서인지 추적 기술은 정말 최고군.’하지만 동혁 앞에서는 그것도 소용없었다.하는 거울 저택에서 나오자, 동혁은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하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김학수일 줄은 몰랐다.김학수가 말했다. “전신님, 용구 형님이 앞으로 전신님을 따라다니라고 했습니다. 심부름도 하고 돌발상황도 처리하라고요.”“좋아. 그럼 따라와.”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6대 대장 같은 노병이 심부름을 하면 좀 편하긴 하겠군.’비록 동혁은 언제든지 호아병단, 백야특수부대, 심지어 H시 군부가 관할하는 몇 개 대대의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편리하지 않았다.동혁은 현역 병사들이 곁에서 수시로 따라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하면 신분 노출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감학수 등 여섯 명의 실력이 괜찮았지만 그래도 설전룡에게 단 일격도 맞추지 못했다.‘하긴 설전룡은 전신직속부대의 제1대장이니까.’“전신께서 저희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김학수 등은 모두 흥분했다.군부의 백만 장병들이 우러러보는 동혁의 심부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영광스런 일이었다.“앞으로 형님이라고 불러.”동혁은 이 말을 하고 돌아섰다.“예, 형님!”김학수 등은 진지해졌다. 일단 동혁의 신분이 드러나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동혁은 차로 돌아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천화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세화은 분명히 천화에게 전화를 해서,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동혁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처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동혁은 직접 천화에게 전화를 걸었고, 몇 번의 시도 끝에야 연결이 되었다.[야, 누가 계속 전화해? 짜증나게!]천화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는 여리여리한데 성깔은 여전하고만.’동혁이 담담히 말했다.“나? 네 매형이야.”[이동혁? 경고하는
“꺼지라고 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천화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천화는 동혁이 와서 자신의 체면을 구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천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명희 앞에서 창피를 당하기 싫었다. 조명희가 웃으며 말했다. “천화야, 네 누나가 매형을 쫓아냈다는 걸 알면 화를 낼 텐데?” “명희 누나, 내 생각해주는 건 고마워.” “근데 이놈은 바보라고. 괜히 들어와서 또 미쳐서 누나 사업에 지장을 줄까 봐 걱정이야.” 레저 로열티는 조명희가 새로 오픈한 유흥업소였다. 천화도 조명희에게 놀러 오라는 초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장식부터 소품까지 고급스러워서 여기 오는 고객들은 모두 돈이 많거나 부유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화는 상위 1% 명문가의 낯익은 얼굴도 여럿 보았다. “괜찮아, 설사 네 매형이 오늘 우리 클럽을 망쳐도, 천화의 네 체면을 봐서, 누나가 난처하지 않게 잘 처리할게!” 조명희는 일어서서 흰 파처럼 생긴 손가락을 내밀어 천화의 뺨을 쿡쿡 찔렀다. 조명희는 직원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동혁 씨 들여보내.” “명희 누나는, 정말 나한테 잘해준다니까!” 향기로운 바람 같은 여인의 행동에 천화는 가슴이 뛰었다. 조명희가 무심코 건드린 듯한 행동에 천화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조명희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득의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천화와 같은 순진한 남자를 꼬시는 건 조명희에게 식은 죽 먹기였고, 모든 일이 늘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얼마나 많은 천화와 같은 귀엽고 순진한 어린 남자애들이 조명희의 매력에 빠져 그녀의 어린 애인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동혁은 곧 안내되되 들어왔다. 동혁은 레저 로열티의 각종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소품들을 본체만체하고 바로 천화 앞으로 걸어갔다. “천화야, 누나가 널 집으로 데려오라고 했어. 그만 가자.” 천화는 동혁을 보고 기분이 반쯤 상했다. 천화는 화가 나서 고개를 돌린 채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날 귀찮게 하지 마.
조명희는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조명희는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지석아, 난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놀리지 마라.” 소지석, 일류 가문인 소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진태휘는 몇 년 동안 집적거렸던 여신 소희수의 동생이기도 했다. 지난번 하늘 거울 요트 파티에 소지석도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또 다른 일류 가문에서 온 오강인은 조명희의 작은 손을 잡아당기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누님도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누님이 한창 여자의 황금 나이인데, 다른 어린애들보다 훨씬 매력이 있죠. 언제 다시 우리 둘과 한번 즐기시죠?” 말을 마치자 오강인은 소지석과 함께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조명희는 상위 1% 명문가인 조씨 가문의 사람이었지만, 소지석과 오강인의 이런 희롱이 자신에게 문제가 될까 봐 두렵지 않았다. 그들 모두 조명희와 잔 적이 있기 때문이다. 조명희는 그들의 작은 모임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사람과 잠자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조명희가 희롱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조명희, 이 여자의 눈은 그저 누구와 즐길지 아직 정하지 못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동은 이미 천화를 화나게 했다. 천화는 달려들어 소지석과 오강인을 밀어냈다. 조명희를 뒤로 감싸며 두 사람을 노려보고 말했다. “꺼져, 명희 누님 괴롭히지 말고!” 그러나 이때 동혁은 소파에 앉아 과자를 먹으면서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천화의 움직임에 소지석은 고개를 돌려 흘끗 보고는 머리를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야, 이거 중소 가문의 기생오라비 같은 천화 아니야?” 소지석은 천화를 알아보고 차갑게 비웃기 시작했다. “우리가 누님과 작은 장난 좀 친 건데? 이게 어떻게 괴롭힌 거지? 게다가, 누님이 네 여자친구도 아니고, 너와 아무런 관계도 없잖아!” “그러니까 넌 그냥 꺼져. 어디서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주제에 감히 우리 일에 참견해? 괜히 귀찮게 나서지 마라.” 오강인도 팔짱
“천화야, 내가 여기 사장인데 어떻게 고객을 밖으로 내쫓을 수 있겠어? 다들 친구인데 농담한 거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 조명희는 소지석과 오강인을 쫓아내지 않고 오히려 천화에게 따지지 말라고 설득했다. 천화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분해하며 말했다. “저 놈들이 나만 때리면 될 것을, 내 누나까지 모욕했다고요!” “그냥 네게 농담한 거야.” 조명희의 말은 천화를 도울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한 것과 같았다. 천화는 눈을 부릅뜨고 의아하게 조명희를 보았다. ‘누님은 지금까지 내게 잘해주었는데, 지금 모습은 너무 낯설어.’ 소지석은 차갑게 말했다. “천화 이 찌질한 놈, 설마 네 대신 명희 누님이 나서주길 바라는 거야? 우리는 이 레저 로열티의 플래티넘회원인데? 네가 뭔데?” “아니면 세화 누나를 불러서, 침대로 너 대신 나오라고 하든지. 하하하…….” 오강인도 미친 듯이 웃었다. “소지석, 오강인, 이 개X식들!” 천화는 사납게 두 사람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때 동혁이 갑자기 휴대폰을 접고 다가왔다. 조명희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왜? 이동혁, 네가 천화 대신해서 나서려고?’ 하지만 조명희는 동혁이 소지석과 오강인을 혼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하게 괴롭힘을 당할 거라 생각했다. ‘원망 가득한 진천화가 집에 돌아가면 이 일을 누나 진세화에게 말하겠지?’ ‘그러면 진세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동혁과 이혼할 거야.’ 이것이 바로 조명희가 오늘 소지석과 오강인 두 사람을 시켜 천화를 도발하게 한 목적이었다. “진씨 가문의 그 쓸모없는 사위도 있었네. 왜, 처남을 대신해서 나서려고?” 소지석과 오강인은 먼저 의아하게 동혁을 쳐다보더니 깔보고 비웃기 시작했다. 소지석과 오강인은 동혁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동혁은 그들을 차갑게 흘겨보더니 갑자기 번개처럼 손을 내밀었다. 짝! 짝! 소지석과 오강인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두 번의 손바닥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두 사람은 너무 어리둥절해서, 누
“데릴사위라고?” 현수의 말을 들은 현수린 등 몇 명은 믿을 수 없었다. “현수야, 지금 농담하는 거야? 네 매형 옷은 싼 게 아니야. 딱 봐도 수제작 한 옷이라고.” “그리고 그 파텍필립 시계는 최소 2000만 원짜리야. 가짜 같지도 않은데?” “데릴사위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아?” “게다가 네 매형은 딱 봐도 분위기가 못난 데릴사위 같지 않잖아.” 현수린 등은 서로 주절주절 한 마디씩 말했다. 그녀들 생각에 데릴사위는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여자 집에서 기도 못 펴고 설설 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녀들은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동혁은 말들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수 말이 맞는데 이 여자들이 믿지를 않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현수 말은 사실이고 저는 데릴사위가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생각도 틀렸어요. 데릴사위라고 해서 여자 집에서의 대우가 다 나쁜 것은 아니에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도 아내가 특별히 날 위해 맞춤 제작한 거예요.” “제 손목시계도 내 아내의 절친이 선물해 준 거고요.” 동혁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세화는 내게 늘 잘해주는데,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지.’ “진짜 데릴사위 맞아요?” 동혁의 말에 현수린 등은 경악했다. 그리고는 동혁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 방금 전 느꼈던 적극성과 호감이 사라졌다. 현수린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수, 너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왜 네 맘대로 아무나 우리 모임에 데려온 건데?” “그래, 네 누나는 예쁘니까, 분위기를 띄우고 범현 오빠를 기분 좋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데릴사위인 네 사촌 매형이 우리와 함께 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현수린의 표정에는 동혁에 대한 경멸의 기색이 역력했고 말투가 거침없으면서 귀에 거슬렸다. “현수, 넌 정말 아직 철이 없어.” 배경문이 선배 티를 내면서 말했다. “너 범현이 형에게 온
“누나, 소개할게. 이쪽은 모두 내 선배님들이야.” “여기는 배경문 형, 이쪽은 현수린 누나...” 현수는 이 젊은 남녀들 앞에서 매우 공손한 태도로 현소에게 차례로 그들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현수의 공손함에도 모두 건성으로 대답했고 심지어 현소가 누군지 알게 되자 태도에서 약간의 불쾌함이 느껴졌다. 특히 빨간 가죽 재킷을 입고 가느다란 허리를 드러낸 미녀인 현수린이 현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곧바로 냉랭하게 바뀌더니 조금 더 자세하게 현소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른 두 여학생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현소야, 네 누나가 정말 예쁘네. 아마 오늘이 지나면 범현 오빠가 너를 수제자로 삼고 중점적으로 키워줄 거 같은데?” 현수린이 약간의 미소와 함께 말했다. 현소는 그 말을 듣고 작고 예쁜 코를 찡그렸는데 왠지 모르게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쁜 게 그 범현이라는 사람이 내 동생을 수제자로 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여자는 본래 선천적으로 예민하다. 현수린의 표정이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이 드러낸 약간의 적개심을 현소는 예리하게 눈치챘다. 그녀는 현수린이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느꼈다. 동혁은 현수린을 힐끗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까지 적극적이었던 세 남자는 현소의 정체를 알게 되자 그녀를 뜨겁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했지만 태도는 그리 반가워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눈빛도 아까보다는 좀 더 수그러들었다. “정말 생기발랄하게 생겼네. 아쉽게도 범현이 형이 마음에 들어 하는 스타일이야. 우리에게 기회는 없을 거 같은데?” “그러게, 괜히 우리가 저 여자를 노렸다가 범현이 형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죽을 수 도 있어.” 두 남자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온 범현이라는 사람은 그 사람들이 모시는 스승님이었다. 이름은 왕범현이다.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 왕범현의 성품이 어떤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수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의 선배들은 명목
동혁은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을 보자 현수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하,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 도 있어요.” 현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 그분은 그냥 깡패가 아니에요. H시 전체에서도 적수를 몇 명 찾을 수 없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가면 얻어맞을 수 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거예요?” 현수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더욱 그 고수님의 실력을 보고 싶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현수는 이를 갈며 독기 가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수업을 받게 해 드리죠. 그러면 어른을 공경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예요.” 동혁은 여러 차례 현수의 아버지인 장영도를 벌주게 했고, 며칠 전 태백산장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로 삼았다. 그 일로 현수는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고 줄곧 그를 혼내주고 싶어 했다. 현소는 현수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현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형부를 함부로 대하면, 그때 가서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지 잘 봐.” 현수가 자기 스승을 고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현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의 실력을 믿었고 동생인 현수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다 고수처럼 보이겠지.’ “난 그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내가 아빠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게 뭐가 잘못됐어?” 현수가 중얼거렸다. “내가 며칠 열심히 수련해서 직접 천화를 흠씬 두들겨 팰 거야. 그리고서 그놈이 내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 거야.” 천화가 설전룡을 따라 무술을 익힌 후로 현수는 매번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천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스승을 모
천미는 이미 서진만이 직원을 시켜 수십억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일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런 큰 일을 강오그룹이 있는 직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화투자회사는 지금껏 천미에게 아무것도 보고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사장이고 이런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해고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장은 천미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해고할 수 도 없는 동혁이었다. ‘처음부터 일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숨기고 내게 보고조차 하지 않다니.’ 천미는 너무나 화가 났다. “심 사장님 오셨어요? 이 사장님께서는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송소빈이 말했다.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갔나요?” 천미의 말투가 좋지 않아 송소빈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간다고 하셨어요.” “이런!” 예쁜 천미의 얼굴이 분노로 순식간에 검붉게 변했다. “이런 놈에게 어떻게 회사를 맡겨서 경영을 해? 첫 출근 날부터 큰일이 생겼는데 개인일을 보러 나갔다고? 그러고도 회사 사장을 맡을 면목이 있어?” ... 동혁은 이미 회사를 떠나서 회사 내의 일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 바로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형부, 빨리 오셨네요.” 현소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혁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뛰어왔다. 동혁은 현소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동혁이 물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저도 몰라요. 현수가 저하고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현소가 앙증맞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그 녀석이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천화를 이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모예요.” “밖에서 대단한 스승을 만나 하루 종일 무술을 수련한다나?”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괜히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서 이상한 걸 잘못 배웠을까 봐요. 마침 현수의 그 스승이 저를 보고
“알겠어요. 아빠.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오반석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사무실에서 나가려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참, 아빠, 그 천용훈도 제 친한 형이에요. 일전에 이동혁과 부딪혔을 때 잘만됐어도 그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하 선생이라는 인간이 튀어나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거예요.” “나중에 형 소속사가 혜성그룹과 화해하려고 형을 쫓아냈는데 아빠가 절 봐서 형 좀 도와주세요.” 오한민은 이번 실패가 여간 달갑지 않았다. 아까부터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그 2조 자금을 자기 소유로 삼을지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오반석의 말을 들은 그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최근 한 연예기획사에 투자했는데 연예인이 부족하니 그 사람 보고 계약하라고 해.” ... 서진만을 감옥에 보내 동혁은 단번에 원화투자회사에서 자신의 최고 입지를 굳혔다. “송 이사, 직원들과 잘 살펴보고 투자할 만한 좋은 프로젝트를 알아봐요.” 사장실에서 동혁이 송소빈을 불러 분부했다. ‘투자회사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있는데 그냥 썩게 둘 수 없지.’ 동혁은 좋은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해 성과를 내서 나름 세화의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일부 회사 임원들이 와서 업무 보고를 했다. 동혁은 회사 업무의 방향성만 신경 쓰고 임원들이 보고하는 사소한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동혁이 임원에게 요구하는 건 간단했다. “제 밑에서 일하면서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전 당신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 볼 겁니다.” “둘째, 절대 서진만처럼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임원들을 가볍게 격려한 후 동혁은 그들을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그는 휴대폰 화면에서 뜻밖에도 현소의 이름을 보고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현소야, 무슨 일이야?” [형부, 저하고 함께 어디 좀 같이 가주시겠어요?]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현소의 부드럽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동혁의 마음에
전에 다른 H국 사람들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날뛰던 대니얼이 오한민에게 꾸중을 듣더니 뜻밖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정말로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가 골스 가문의 구성원이기는 했지만 가문의 핵심 구성원은 아니었다. 게다가 H국에 오기 전에 잘못을 저질러 가문에서 쫓겨나 Y국에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었다. 때문에 골스 가문 사람이라는 신분은 그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가 영사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스탠슨 같은 사람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건 사실 모두 오한민의 지원 덕분이었다. N도 이씨 가문의 돈세탁 조력자로서 오한민은 N도에서 상류층에 속했다. 그래서 H국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부사장님, 그 이동혁이 골스 재단을 무시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겁니다. 그러니 내게 시간을 줘요.” 대니얼은 오한민의 지원이 없다면 아무도 자신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오한민의 비위를 맞추며 약속했다. “나중에 얘기해요.” 오한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대니얼에게 계속 뭐라 하는 건 무의미해.’ 오한민은 가죽 소파에 다시 앉아 골치 아픈 표정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N도 이씨 가문은 오한민을 통해 동혁에게 3일 이내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경고했었다. 오한민은 원래 이 3일의 시간을 활용해 원화투자회사의 2조 자금을 손에 넣고 그것을 이씨 가문 몰래 챙기려고 했다. 그는 대니얼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금이 들어오면 해외에서 돌리다가 감쪽같이 자신의 해외 계좌로 입금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동혁도 붙잡아서 순순히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게 하려 했다.. ‘계획대로라면 모두 만족할 수 있었는데.’ ‘계획은 이제 물 건너갔고 이씨 가문에서 준 3일의 시간도 곧 끝나.’ 오한민은 자신이 동혁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걸 인정했다. ‘아무래도 이씨 가문에 뭔가 상황 설명을 해야 할
“이런 쳐 죽일 H국 인간 놈, 네놈이 감히 우리 골스 가문을 모욕하다니.” 대니얼은 동혁의 말에 완전히 격노하여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했다. “골스재단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Y국 10대 재단 중 하나야.” “2조의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거만 떨 수 있을 거 같아?” “네놈 같은 졸부는 우리 골스재단의 말단 직원보다도 못해.” 대니얼은 마치 꼬리를 밟힌 강아지처럼 동혁을 향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과민반응은 동혁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래 봤자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대니얼은 안색이 변하며 다시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혁은 더 이상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죠.” “당신 때문에 내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당장 내 회사에서 나가요.” 대니얼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H국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오늘까지 동혁에게 체면을 구기는 수모를 당한 게 두 번이었다. 대니얼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H국 인간 놈, 골스재단과의 계약은 서 이사님이 너희 회사를 대표해 우리와 협의한 거야. 그런데 지금 와서 너 때문에 번복된다면 재계에서 회사 신용이 영향을 받을까 두렵지 않나 보...” 짝! 대니얼이 뺨을 세게 한 대 맞았다. 그는 소리를 질렀고 뺨을 가린 채 동혁을 노려보았다. “개X식, 감히 나를 때려?” “뭐, 이게 처음도 아니잖아요.” 동혁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회사 신용,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나요?” ‘돈 있는 사람이 갑이야.’ ‘내가 2조의 자금을 쥐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가 있는 기업들에서 찾아와 내게 투자를 청할 수밖에 없지.’ ‘서진만처럼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하는 비굴한 무리는 어떻게 해도 결국 비굴하게 나올 수밖에 없어.’ 동혁은 달려오는 회사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참회는 감옥에 가서 천천히 하세요.” 동혁은 서진만을 발로 걷어차며 경찰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미 밝혀진 문제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저희 원화투자회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이런 인간쓰레기를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서진만은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 땅에 주저앉았고 눈에서는 생기를 잃었다. 그는 자신의 이번 인생이 이제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껏 자만한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사실 이번 일에 그가 구체적으로 개입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완전히 동혁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고 그래서 퇴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덕분에 동혁은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면서 쉽게 서진만을 잡아가게 할 수 있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서진만은 원통했지만 결국 수갑이 채워져 울면서 끌려갔다. ‘방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서 이사가 이 사장님께 완전히 제압당했어.’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연신 감탄하며 동혁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서진만 씨가 비운 자리는 송 실장에게 맡겨요. 이번 일을 잘 처리하려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서진만이 끌려가자마자 동혁은 인사이동을 발표했다. 일방적인 지시로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이사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몇몇 임원들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실망감이 가득했다. 송소빈이 이번 사건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다 보고 있었고 그녀가 서진만에게 농락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동혁은 빈 이사 자리에 송소빈을 앉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이것으로 회사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대신했다. 전에 동혁이 서진만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그들 중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동혁의 지시에 아무도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이번 일을 통해 동혁은 투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장악하게
서진만은 동혁이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취임 첫날임에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비서를 강제로 경찰에 넘긴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일을 모든 직원들이 다 지켜봤어.’ ‘중요한 순간에 자기 사람을 팔아먹는 상사를 누가 의지하려 하겠어?’ 동혁이 어떤 결정을 하든 이번에 서진만이 보기에 자신이 모두 이긴 것과 같았다. ‘이렇게 허세를 부리다간 결국 조만간 순순히 내게 무릎을 굻을 거야.’ “이번엔 내가 너무 성급했어.” 서진만은 가만히 생각하다 일어나 대니얼과 악수를 했다. “대니얼 씨, 그럼 제가 식사 대접 하겠습니다. H시에 있는 가장 전통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알고 있거든요.” “하하, 제가 또 스테이크를 아주 좋아합니다.” 대니얼은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동혁을 무시한 채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의자에 앉아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보지도 않고 말했다. “잠깐만요. 제가 가도 좋다고 했나요?” “왜요? 이 사장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서 밥을 얻어먹으려고 그러십니까?” 서진만이 고개를 돌려 냉소했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전 단지 서 이사님께 운이 좋으면 아마 10년이나 8년 후에야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려고요.” “이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죠? 사장님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제게 헛소리를 하는 건가요?” 화가 난 서진만의 얼굴이 붉어졌다. “타닥타닥...” 바로 그때 회의실 밖 복도에서 갑자기 어수선하고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문이 “쾅”하고 열리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서진만 씨가 누군가요?” 선두에 있는 대장이 물었다.서진만은 놀랐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저는 서진만인데요. 무슨 일이죠?” “당신이라고요?” 대장이 그를 보고 손뼉을 쳤다. “데려와!” “지명박 씨야.” “나영배 씨도 있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회의실 직원들 사이에서 놀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진만 씨, 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