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안경을 쓴 40대 중년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태양유치원의 고정환 원장이었다. 고정환이 물었다. “박 선생, 어떻게 된 겁니까?” 박서희는 다시 일의 경과를 설명했다. “고 원장님, 마리가 저희 재현이를 때리고, 재현이가 자기 장난감을 빼앗았다고 거짓말까지 합니다. 이렇게 품행이 불량한 아이와 우리 재현이가 함께 유치원에 있다는 게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그러니 원장님이 알아서 처리 좀 해주세요!” 장재문은 콧방귀를 뀌었다. 동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CCTV를 돌려서 어떻게 된 건지 보자고 했는데, 사람말도 못 알아듣겠나요?” 고정환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동혁을 쳐다보았고, 그 앞에서 삿대질하는 장재문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양쪽 부모님 모두 한가닥 하겠는데?’ ‘골치 아프군!’ 고정환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공적일만 공평하게 처리하면 되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CCTV 녹화영상을 다시 보라고 했습니다.” 곧 한 유치원 직원이 왔다. 고정환은 밖으로 나가 직원이 휴대폰으로 녹화한 CCTV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영상에서 마리는 다른 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장재현은 늘 모여있는 아이들 주위에서 까불며 말썽을 부렸다. 그리고 갑자기 마리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그녀의 장난감을 빼앗았다. 마리가 일어나서 장재현을 쫓아갔는데, 장재현이 너무 급하게 뛰어 문 앞에서 넘어졌다. ‘일이 이렇게 된 거군.’ ‘재현이가 스스로 넘어졌고, 마리가 속인 게 아니었어.’ ‘이 정도는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있는데. 별거 아니야!’ 고정환은 그냥 양가 부모님에게 잘 말씀드려 이 사소한 일을 해결하려고 결정했다. 고정환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재현이 부모님, 영상을 제가 방금 확인했어요. 그저 어린이들 사이에 흔히 있는 장난입니다. 재현이가 마리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간단히 끝내면 될 거 같아요.” “뭐라고요? 우리 재현이에게 사과를 하라고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하라는 거죠
동혁의 말을 들은 장재문은 순간 비웃었다. “젊은 놈이 큰소리는. 함부로 혀를 놀리지나 마라.” 정설희도 비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태양유치원은 내 남편의 정도교육그룹이 투자한 곳이야. 그런데 이런 어린 계집애 하나 못 쫓아낼 거 같아? 넌 네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동혁은 이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동혁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유치원 밖에서 기다리던 선우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우 비서, 정도교육그룹, 거기 사장이 누군지 알아?” [회장님, 정도교육그룹 모르시겠어요?] 선우설리는 의아해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했다. “하지혜가 정도교육그룹의 사장이에요.” “하지혜의 회사라고?” 동혁은 정도교육그룹이 하지혜의 회사일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전에 동혁은 하지혜가 어떤 회사를 차렸고 얼마나 사업을 잘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설령 하지혜가 남강 최고의 부자라 해도, 항남 무덤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하는 건 바뀌지 않아.’ 동혁이 말했다. “바로 하지혜에게 전화해서 당장 튀어오라고 해!” 말을 마치자 동혁은 전화를 끊었다. “하지혜가 누구야?” 정설희는 동혁이 휴대폰으로 지시하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장재문은 안색이 이상하게 변하며 대답했다. “지난번 회사 연례총회에서 못 봤어?” “아, 하 사장님?” 정설희는 깜짝 놀랐다. 정설희는 지난번에 장재문과 그룹 연례총회에 참석해서 하지혜가 연단에 서서 연설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물 만난 고기처럼 모든 장내를 장악하고 있는 여왕 하지혜 사장, 당시 정설희는 자신과 하지혜를 비교하니 자신의 처지가 너무 부끄러웠다. “이봐 당신, 당신이 뭔데? 감히 하 사장님을 이리로 튀어오라고 해?” 정설희는 동혁에게 갑자기 물었다. 하지만 정설희는 뭔가 불안했는지 억양이 많이 누그러졌다. 장재문도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혜는 내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그 외에 내가 누군지는 당신들이 알 자격이 없어요.” “흥,
동혁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하지혜가 놀라 몸을 떨었다. 하지혜가 주위를 둘러보고 그제야 장재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갑자기 눈빛이 차갑게 바뀌며 말했다. “장재문, 네가 감히 마리를 쫓아낸다고 했어?” 동혁은 마리를 다정하게 품에 안고 있었다. 하지혜는 동혁의 마음에서 항남 가족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장재문, 이 인간이 정말 죽으려고 미쳤구나!’ 장재문은 이미 놀라서 그저 멍한 상태였다. 이때 하지혜의 말을 듣고 장재문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하 사장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요……” 짝! 하지혜가 뺨을 때리자, 장재문의 빰이 손바닥 자국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이 순간부터 당신은 해고야!” “네……?” 장재문은 얼굴을 가리고 그대로 멍하게 서있었다. 방금 전에 장재문은 마리를 유치원에서 내보내겠다고 우쭐대더니, 오히려 이제는 자신이 회사에서 내쫓길 줄 누가 알았을까? 정도교육그룹의 임원, 연봉 2억 원의 임원 한 명이 이렇게 해고되었다. 그러나 더 기가 막힌 일이 뒤에 남아 있었다. 하지혜는 계속 차갑게 말했다. “동시에 나는 당신을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어. 적어도 교육업계에서는, 이제 어떤 회사도 당신을 원하지 않을 거야!” 장재문은 그대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업계 전체에서 퇴출이라니.’장재문은 서른이 넘은 나이인데, 다른 업종으로 전업하려면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장재문은 이런 결과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단지 몇 살짜리 계집애 하나를 잘못 건드려서 내 인생의 중년 위기가 앞당겨 오다니!’ “왜 멍하니 있어, 여기 이 선생님한테 빌고 부탁해. 빨리!” 정설희는 다급하게 울었고, 넋이 나간 장재문을 끌고 동혁에게 용서를 빌었다. ‘제발 우리를 용서하고 하 사장님이 방금 내린 결정을 철회하게…….’ “꺼져!” 동혁은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저건 진정으로 후회하고 뉘우치는 것이 아니야.’ ‘오늘
선우설리는 마리와 백문수를 보고 말을 멈추었다. “아저씨, 마리와 먼저 차에 타 계세요.” 동혁은 마리를 백문수에게 건네주었다. 마리와 백문수가 차에 타자 동혁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선우설리가 이어서 말했다. “진 사장님이 진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주원그룹을 인수하러 갔다가 주원그룹 노강현 사장에게 쫓겨났고, 서경하가 진씨 가문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주원그룹 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었습니다.” “서경하가 투신하는 것과 동시에 병원에 있던 주태진도 투신해 죽었습니다.” 풀썩! 동혁의 뒤를 따라 나오던 하지혜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동혁아, 제발 나는 죽이지 마. 난 이미 내 잘못을 알고 있어. 살려만 주면 네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할게. 항남의 무덤에 가서 고개 숙여 참회하고, 항남의 가족에게도 보상할게…….” 하지혜는 동혁에게 계속 빌었다. “그만해, 건물에서 투신자살한 거는 나와 아무 상관도 없어!” 동혁은 불쾌한 듯 하지혜에게 소리치며, 선우설리에게 물었다. “서경하는 체포되지 않았어? 어떻게 주원그룹 빌딩에서 뛰어내릴 수 있지?” “경찰이 심문했는데 서경하와 육해진 등의 문제가 그리 크지 않았고, 게다가 3대 가문에서 누군가가 서경하를 나오게 도운 것 같아요.” 선우설리는 이미 조동래와 연락을 했었다. 동혁은 차갑게 말했다. “그 서경하와 주태진의 죽음은 필시 3대 가문과 연관되어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정말 극악무도하니까!” ‘서경하와 주태진이 죽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 일은 H시 제일인 이씨 가문과도 관계가 있을 거야.’ 어제 동혁은 주원풍을 관에 담아 이씨 가문으로 보냈었다.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이 3대 가문을 시켜 두 사람을 죽게 해서 오히려 나를 위협하려고 한 건가?’ ‘건축자재협회의 몰락도 이씨 가문에게 경고가 되지 못했나 보군.’ ‘이씨 가문은 여전히 사과하러 올 생각이 없겠어.’ “회장님, 조동래 경감이 사람을 보내 현장 검증을 했는
“옛날 집?” 동혁은 백문수와 육수아를 바라보았다. 육수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리는 예전에 항남이 H시에 돌아왔을 때 샀던 저택을 말한 거야. 마리가 조금 컸을 때부터 그곳에 살았으니까.” 당시, 그들 다섯 식구는 모두 그 저택에서 살았었다. 수소야는 마리에게 많은 작은 애완동물을 기르게 했다. 그래서 마리는 그 저택이 아직 기억 속에 깊이 남아서 엄마, 아빠랑 계속 거기서 사는 꿈을 꾸곤 했다. 백문수가 말했다. “그 저택은 말할 필요 없어. 항남이 사고가 난 뒤 은행에 압류되어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을 테니까.” 육수아는 입을 다물었지만 눈에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스쳤다. ‘그때 우리 다섯 식구가 얼마나 행복했는데.’ 동혁은 조용히 이 일을 마음 한편에 두었다. 백문수의 집을 떠날 때, 동혁은 선우설리에게 그 저택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마리가 예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서둘러 새 집을 살 필요가 없지.’ 동혁을 하늘 거울 저택으로 데려다주고, 상관설리는 그대로 차를 타고 돌아갔다. “이동혁, 네가 지금 집에 올 면목이 있어? 네가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또 진씨 가문 사람들에게 죽도록 욕을 먹었어!” 동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류혜진은 냉담한 표정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어젯밤 동혁이 집에 돌아와서, 주원그룹은 진씨 가문에 반환되었으니 오늘 세화에게 진씨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인수하라고 해서 말을 듣던 류혜진도 덩달아 기뻐했었다. ‘이번에 우리 가족이 큰 공을 세웠으니, 그럼 이제 진씨 가문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되겠어.’ 그러나 오늘 오후, 진씨 가문 사람들이 기뻐하며 주원그룹을 인수하러 갔지만, 사람들 앞에서 쫓겨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일은 이미 H시 전체에 퍼졌다.현재 진씨 가문은 또 망신을 당해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방금 진씨 가문 사람들은 연속으로 전화해 진창하와 류혜진을 번갈아 가며 공격했고, 그들을 심하게 욕했다.
향방주택이 곧 분양을 시작하려고 해서 세화는 바빠 죽을 지경이었다. 지금 세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 쪽의 대출금을 처리하는 것이다. 진성그룹의 자금이 워낙 부족한데, 현재 매일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었다. 즉시 분양을 시작하려면 분양주택자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자금이 매우 모자랐다. 이것들은 모두 세화가 직접 처리해야 했다. 동혁은 승낙했다. “여보, 몸이 어디 안 좋아?” 동혁은 세화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관심을 보였다. 세화는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괜찮아, 그냥 좀 놀라서. 바로 우리 앞에서 서경하가 주원그룹 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었잖아.” ‘역시 세화는 마음씨가 여리고 착해.’ ‘반면 진태휘, 진화란 그 남매는 평소에도 위세를 부리고 아주 오만하지.’ 오늘 진씨 가문 사람들은 주원그룹에서 너무 놀라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 장면은 정말 너무 무서웠어!’ “참, 주태진도 투신해서 죽었다고 들었는데 이상하네요.” 세화는 약간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주태진과 서경하는 모두 세화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투신자살해 죽었다. 그리고 육해진 등도 체포되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정말 무상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나와 동혁 씨를 비웃었는데 그렇게 되다니.’ 동혁은 당연히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었다. “여보, 그 사람들 생각할 거 없어. 다 잘못을 했으니 죽어서 죗값을 치른 거야. 주원그룹은 내가 곧 3대 가문에게서 찾아올게.” 세화는 동혁을 한 번 힐끗 보고는, 동혁이 단지 자신을 기분 좋게 하려고 한 말이라고 여겼다.세화가 말했다. “주원그룹 일은 생각하지 마. 이번에 임시총회에서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난 만족하니까.” 동혁은 매우 감동했다. 그리고 동혁은 세화가 자신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김대이를 보내려고, 천미에게 2억 원을 빌린 일이 생각났다. 동혁은 임시총회에서 김대이가 그에게 준 은행 카드를 꺼냈다. “여보, 이건 김대이가 나보고 당신에게 돌
‘김학수라는 이 국외 전장의 노병은 정찰병 출신일 거야, 그래서인지 추적 기술은 정말 최고군.’하지만 동혁 앞에서는 그것도 소용없었다.하는 거울 저택에서 나오자, 동혁은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하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김학수일 줄은 몰랐다.김학수가 말했다. “전신님, 용구 형님이 앞으로 전신님을 따라다니라고 했습니다. 심부름도 하고 돌발상황도 처리하라고요.”“좋아. 그럼 따라와.”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6대 대장 같은 노병이 심부름을 하면 좀 편하긴 하겠군.’비록 동혁은 언제든지 호아병단, 백야특수부대, 심지어 H시 군부가 관할하는 몇 개 대대의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편리하지 않았다.동혁은 현역 병사들이 곁에서 수시로 따라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하면 신분 노출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감학수 등 여섯 명의 실력이 괜찮았지만 그래도 설전룡에게 단 일격도 맞추지 못했다.‘하긴 설전룡은 전신직속부대의 제1대장이니까.’“전신께서 저희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김학수 등은 모두 흥분했다.군부의 백만 장병들이 우러러보는 동혁의 심부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영광스런 일이었다.“앞으로 형님이라고 불러.”동혁은 이 말을 하고 돌아섰다.“예, 형님!”김학수 등은 진지해졌다. 일단 동혁의 신분이 드러나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동혁은 차로 돌아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천화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세화은 분명히 천화에게 전화를 해서,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동혁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처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동혁은 직접 천화에게 전화를 걸었고, 몇 번의 시도 끝에야 연결이 되었다.[야, 누가 계속 전화해? 짜증나게!]천화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는 여리여리한데 성깔은 여전하고만.’동혁이 담담히 말했다.“나? 네 매형이야.”[이동혁? 경고하는
“꺼지라고 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천화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천화는 동혁이 와서 자신의 체면을 구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천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명희 앞에서 창피를 당하기 싫었다. 조명희가 웃으며 말했다. “천화야, 네 누나가 매형을 쫓아냈다는 걸 알면 화를 낼 텐데?” “명희 누나, 내 생각해주는 건 고마워.” “근데 이놈은 바보라고. 괜히 들어와서 또 미쳐서 누나 사업에 지장을 줄까 봐 걱정이야.” 레저 로열티는 조명희가 새로 오픈한 유흥업소였다. 천화도 조명희에게 놀러 오라는 초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장식부터 소품까지 고급스러워서 여기 오는 고객들은 모두 돈이 많거나 부유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화는 상위 1% 명문가의 낯익은 얼굴도 여럿 보았다. “괜찮아, 설사 네 매형이 오늘 우리 클럽을 망쳐도, 천화의 네 체면을 봐서, 누나가 난처하지 않게 잘 처리할게!” 조명희는 일어서서 흰 파처럼 생긴 손가락을 내밀어 천화의 뺨을 쿡쿡 찔렀다. 조명희는 직원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동혁 씨 들여보내.” “명희 누나는, 정말 나한테 잘해준다니까!” 향기로운 바람 같은 여인의 행동에 천화는 가슴이 뛰었다. 조명희가 무심코 건드린 듯한 행동에 천화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조명희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득의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천화와 같은 순진한 남자를 꼬시는 건 조명희에게 식은 죽 먹기였고, 모든 일이 늘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얼마나 많은 천화와 같은 귀엽고 순진한 어린 남자애들이 조명희의 매력에 빠져 그녀의 어린 애인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동혁은 곧 안내되되 들어왔다. 동혁은 레저 로열티의 각종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소품들을 본체만체하고 바로 천화 앞으로 걸어갔다. “천화야, 누나가 널 집으로 데려오라고 했어. 그만 가자.” 천화는 동혁을 보고 기분이 반쯤 상했다. 천화는 화가 나서 고개를 돌린 채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날 귀찮게 하지 마.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