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선생님, 저는 재현이를 때리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재현이가 제 장난감을 빼앗아 도망갈 때 넘어졌어요!” 사무실에서는 마리가 작은 손을 뒤로 한 채 벽 구석에 서서 펑펑 울며 자신을 변명했다. 장재현이라는 남자아이를 마리 맞은편에 앉혔는데, 코밑에 핏기가 조금 돌았다. 장재현도 울고 있었다. 탁! 장재현의 아버지 장재문은 손바닥으로 탁자를 쳤다. “말괄량이 계집애가 아직도 변명만 하네. 우리 재현이가 얼마나 착한데. 재현이가 장난감이 얼마나 많은데, 없는 것이 없어. 네 낡은 장난감을 빼앗을 이유가 전혀 없어!”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남을 모함하다니, 역시 엄마 아빠가 없으니 아이가 교양이 부족해!” 장재현의 어머니 정설희도 차갑게 말했다. “박서희 선생님, 백 마리와 같은 품행이 불량한 아이가 우리 재현이와 같은 반이라니. 저는 우리 재현이가 잘못될까 봐 걱정돼요. 그러니 유치원에서 저 계집애를 내보낼 것을 건의합니다!” 마리는 자신을 유치원에서 내보낸다는 말을 듣고 또 놀라서 펑펑 울었다. “흑흑, 전 나가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 전 착한 아이예요, 전 재현이 때리지 않았어요!” 박서희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젊은이였다. 마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바라보자, 박석한은 마음이 불편해져서 말했다. “재현이 어머님, 아버님, 마리는 평소 유치원에서 말 잘 듣고 친구들을 잘 도와줍니다. 결코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니에요…….” “박 선생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정설희는 박서희의 말을 끊었다. “엄마 아빠도 없는 이 사생아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니, 그건 우리 재현이 거짓말을 했다는 거예요?” “재현 어머님, 아이에게 부모의 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 그런 차별적인 호칭을 쓰지 말아 주시죠? 재현이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박서희는 가능한 한 좋게 돌려 말했다.누가 소문을 냈는지 모르겠지만, 유치원의 많은 어린이들은 마리에게 엄마 아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매
곧 안경을 쓴 40대 중년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태양유치원의 고정환 원장이었다. 고정환이 물었다. “박 선생, 어떻게 된 겁니까?” 박서희는 다시 일의 경과를 설명했다. “고 원장님, 마리가 저희 재현이를 때리고, 재현이가 자기 장난감을 빼앗았다고 거짓말까지 합니다. 이렇게 품행이 불량한 아이와 우리 재현이가 함께 유치원에 있다는 게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그러니 원장님이 알아서 처리 좀 해주세요!” 장재문은 콧방귀를 뀌었다. 동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CCTV를 돌려서 어떻게 된 건지 보자고 했는데, 사람말도 못 알아듣겠나요?” 고정환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동혁을 쳐다보았고, 그 앞에서 삿대질하는 장재문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양쪽 부모님 모두 한가닥 하겠는데?’ ‘골치 아프군!’ 고정환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공적일만 공평하게 처리하면 되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CCTV 녹화영상을 다시 보라고 했습니다.” 곧 한 유치원 직원이 왔다. 고정환은 밖으로 나가 직원이 휴대폰으로 녹화한 CCTV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영상에서 마리는 다른 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장재현은 늘 모여있는 아이들 주위에서 까불며 말썽을 부렸다. 그리고 갑자기 마리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그녀의 장난감을 빼앗았다. 마리가 일어나서 장재현을 쫓아갔는데, 장재현이 너무 급하게 뛰어 문 앞에서 넘어졌다. ‘일이 이렇게 된 거군.’ ‘재현이가 스스로 넘어졌고, 마리가 속인 게 아니었어.’ ‘이 정도는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있는데. 별거 아니야!’ 고정환은 그냥 양가 부모님에게 잘 말씀드려 이 사소한 일을 해결하려고 결정했다. 고정환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재현이 부모님, 영상을 제가 방금 확인했어요. 그저 어린이들 사이에 흔히 있는 장난입니다. 재현이가 마리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간단히 끝내면 될 거 같아요.” “뭐라고요? 우리 재현이에게 사과를 하라고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하라는 거죠
동혁의 말을 들은 장재문은 순간 비웃었다. “젊은 놈이 큰소리는. 함부로 혀를 놀리지나 마라.” 정설희도 비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태양유치원은 내 남편의 정도교육그룹이 투자한 곳이야. 그런데 이런 어린 계집애 하나 못 쫓아낼 거 같아? 넌 네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동혁은 이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동혁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유치원 밖에서 기다리던 선우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우 비서, 정도교육그룹, 거기 사장이 누군지 알아?” [회장님, 정도교육그룹 모르시겠어요?] 선우설리는 의아해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했다. “하지혜가 정도교육그룹의 사장이에요.” “하지혜의 회사라고?” 동혁은 정도교육그룹이 하지혜의 회사일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전에 동혁은 하지혜가 어떤 회사를 차렸고 얼마나 사업을 잘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설령 하지혜가 남강 최고의 부자라 해도, 항남 무덤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하는 건 바뀌지 않아.’ 동혁이 말했다. “바로 하지혜에게 전화해서 당장 튀어오라고 해!” 말을 마치자 동혁은 전화를 끊었다. “하지혜가 누구야?” 정설희는 동혁이 휴대폰으로 지시하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장재문은 안색이 이상하게 변하며 대답했다. “지난번 회사 연례총회에서 못 봤어?” “아, 하 사장님?” 정설희는 깜짝 놀랐다. 정설희는 지난번에 장재문과 그룹 연례총회에 참석해서 하지혜가 연단에 서서 연설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물 만난 고기처럼 모든 장내를 장악하고 있는 여왕 하지혜 사장, 당시 정설희는 자신과 하지혜를 비교하니 자신의 처지가 너무 부끄러웠다. “이봐 당신, 당신이 뭔데? 감히 하 사장님을 이리로 튀어오라고 해?” 정설희는 동혁에게 갑자기 물었다. 하지만 정설희는 뭔가 불안했는지 억양이 많이 누그러졌다. 장재문도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혜는 내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그 외에 내가 누군지는 당신들이 알 자격이 없어요.” “흥,
동혁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하지혜가 놀라 몸을 떨었다. 하지혜가 주위를 둘러보고 그제야 장재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갑자기 눈빛이 차갑게 바뀌며 말했다. “장재문, 네가 감히 마리를 쫓아낸다고 했어?” 동혁은 마리를 다정하게 품에 안고 있었다. 하지혜는 동혁의 마음에서 항남 가족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장재문, 이 인간이 정말 죽으려고 미쳤구나!’ 장재문은 이미 놀라서 그저 멍한 상태였다. 이때 하지혜의 말을 듣고 장재문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하 사장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요……” 짝! 하지혜가 뺨을 때리자, 장재문의 빰이 손바닥 자국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이 순간부터 당신은 해고야!” “네……?” 장재문은 얼굴을 가리고 그대로 멍하게 서있었다. 방금 전에 장재문은 마리를 유치원에서 내보내겠다고 우쭐대더니, 오히려 이제는 자신이 회사에서 내쫓길 줄 누가 알았을까? 정도교육그룹의 임원, 연봉 2억 원의 임원 한 명이 이렇게 해고되었다. 그러나 더 기가 막힌 일이 뒤에 남아 있었다. 하지혜는 계속 차갑게 말했다. “동시에 나는 당신을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어. 적어도 교육업계에서는, 이제 어떤 회사도 당신을 원하지 않을 거야!” 장재문은 그대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업계 전체에서 퇴출이라니.’장재문은 서른이 넘은 나이인데, 다른 업종으로 전업하려면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장재문은 이런 결과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단지 몇 살짜리 계집애 하나를 잘못 건드려서 내 인생의 중년 위기가 앞당겨 오다니!’ “왜 멍하니 있어, 여기 이 선생님한테 빌고 부탁해. 빨리!” 정설희는 다급하게 울었고, 넋이 나간 장재문을 끌고 동혁에게 용서를 빌었다. ‘제발 우리를 용서하고 하 사장님이 방금 내린 결정을 철회하게…….’ “꺼져!” 동혁은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저건 진정으로 후회하고 뉘우치는 것이 아니야.’ ‘오늘
선우설리는 마리와 백문수를 보고 말을 멈추었다. “아저씨, 마리와 먼저 차에 타 계세요.” 동혁은 마리를 백문수에게 건네주었다. 마리와 백문수가 차에 타자 동혁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선우설리가 이어서 말했다. “진 사장님이 진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주원그룹을 인수하러 갔다가 주원그룹 노강현 사장에게 쫓겨났고, 서경하가 진씨 가문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주원그룹 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었습니다.” “서경하가 투신하는 것과 동시에 병원에 있던 주태진도 투신해 죽었습니다.” 풀썩! 동혁의 뒤를 따라 나오던 하지혜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동혁아, 제발 나는 죽이지 마. 난 이미 내 잘못을 알고 있어. 살려만 주면 네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할게. 항남의 무덤에 가서 고개 숙여 참회하고, 항남의 가족에게도 보상할게…….” 하지혜는 동혁에게 계속 빌었다. “그만해, 건물에서 투신자살한 거는 나와 아무 상관도 없어!” 동혁은 불쾌한 듯 하지혜에게 소리치며, 선우설리에게 물었다. “서경하는 체포되지 않았어? 어떻게 주원그룹 빌딩에서 뛰어내릴 수 있지?” “경찰이 심문했는데 서경하와 육해진 등의 문제가 그리 크지 않았고, 게다가 3대 가문에서 누군가가 서경하를 나오게 도운 것 같아요.” 선우설리는 이미 조동래와 연락을 했었다. 동혁은 차갑게 말했다. “그 서경하와 주태진의 죽음은 필시 3대 가문과 연관되어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정말 극악무도하니까!” ‘서경하와 주태진이 죽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 일은 H시 제일인 이씨 가문과도 관계가 있을 거야.’ 어제 동혁은 주원풍을 관에 담아 이씨 가문으로 보냈었다.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이 3대 가문을 시켜 두 사람을 죽게 해서 오히려 나를 위협하려고 한 건가?’ ‘건축자재협회의 몰락도 이씨 가문에게 경고가 되지 못했나 보군.’ ‘이씨 가문은 여전히 사과하러 올 생각이 없겠어.’ “회장님, 조동래 경감이 사람을 보내 현장 검증을 했는
“옛날 집?” 동혁은 백문수와 육수아를 바라보았다. 육수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리는 예전에 항남이 H시에 돌아왔을 때 샀던 저택을 말한 거야. 마리가 조금 컸을 때부터 그곳에 살았으니까.” 당시, 그들 다섯 식구는 모두 그 저택에서 살았었다. 수소야는 마리에게 많은 작은 애완동물을 기르게 했다. 그래서 마리는 그 저택이 아직 기억 속에 깊이 남아서 엄마, 아빠랑 계속 거기서 사는 꿈을 꾸곤 했다. 백문수가 말했다. “그 저택은 말할 필요 없어. 항남이 사고가 난 뒤 은행에 압류되어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을 테니까.” 육수아는 입을 다물었지만 눈에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스쳤다. ‘그때 우리 다섯 식구가 얼마나 행복했는데.’ 동혁은 조용히 이 일을 마음 한편에 두었다. 백문수의 집을 떠날 때, 동혁은 선우설리에게 그 저택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마리가 예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서둘러 새 집을 살 필요가 없지.’ 동혁을 하늘 거울 저택으로 데려다주고, 상관설리는 그대로 차를 타고 돌아갔다. “이동혁, 네가 지금 집에 올 면목이 있어? 네가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또 진씨 가문 사람들에게 죽도록 욕을 먹었어!” 동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류혜진은 냉담한 표정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어젯밤 동혁이 집에 돌아와서, 주원그룹은 진씨 가문에 반환되었으니 오늘 세화에게 진씨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인수하라고 해서 말을 듣던 류혜진도 덩달아 기뻐했었다. ‘이번에 우리 가족이 큰 공을 세웠으니, 그럼 이제 진씨 가문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되겠어.’ 그러나 오늘 오후, 진씨 가문 사람들이 기뻐하며 주원그룹을 인수하러 갔지만, 사람들 앞에서 쫓겨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일은 이미 H시 전체에 퍼졌다.현재 진씨 가문은 또 망신을 당해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방금 진씨 가문 사람들은 연속으로 전화해 진창하와 류혜진을 번갈아 가며 공격했고, 그들을 심하게 욕했다.
향방주택이 곧 분양을 시작하려고 해서 세화는 바빠 죽을 지경이었다. 지금 세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 쪽의 대출금을 처리하는 것이다. 진성그룹의 자금이 워낙 부족한데, 현재 매일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었다. 즉시 분양을 시작하려면 분양주택자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자금이 매우 모자랐다. 이것들은 모두 세화가 직접 처리해야 했다. 동혁은 승낙했다. “여보, 몸이 어디 안 좋아?” 동혁은 세화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관심을 보였다. 세화는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괜찮아, 그냥 좀 놀라서. 바로 우리 앞에서 서경하가 주원그룹 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었잖아.” ‘역시 세화는 마음씨가 여리고 착해.’ ‘반면 진태휘, 진화란 그 남매는 평소에도 위세를 부리고 아주 오만하지.’ 오늘 진씨 가문 사람들은 주원그룹에서 너무 놀라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 장면은 정말 너무 무서웠어!’ “참, 주태진도 투신해서 죽었다고 들었는데 이상하네요.” 세화는 약간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주태진과 서경하는 모두 세화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투신자살해 죽었다. 그리고 육해진 등도 체포되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정말 무상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나와 동혁 씨를 비웃었는데 그렇게 되다니.’ 동혁은 당연히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었다. “여보, 그 사람들 생각할 거 없어. 다 잘못을 했으니 죽어서 죗값을 치른 거야. 주원그룹은 내가 곧 3대 가문에게서 찾아올게.” 세화는 동혁을 한 번 힐끗 보고는, 동혁이 단지 자신을 기분 좋게 하려고 한 말이라고 여겼다.세화가 말했다. “주원그룹 일은 생각하지 마. 이번에 임시총회에서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난 만족하니까.” 동혁은 매우 감동했다. 그리고 동혁은 세화가 자신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김대이를 보내려고, 천미에게 2억 원을 빌린 일이 생각났다. 동혁은 임시총회에서 김대이가 그에게 준 은행 카드를 꺼냈다. “여보, 이건 김대이가 나보고 당신에게 돌
‘김학수라는 이 국외 전장의 노병은 정찰병 출신일 거야, 그래서인지 추적 기술은 정말 최고군.’하지만 동혁 앞에서는 그것도 소용없었다.하는 거울 저택에서 나오자, 동혁은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하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김학수일 줄은 몰랐다.김학수가 말했다. “전신님, 용구 형님이 앞으로 전신님을 따라다니라고 했습니다. 심부름도 하고 돌발상황도 처리하라고요.”“좋아. 그럼 따라와.”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6대 대장 같은 노병이 심부름을 하면 좀 편하긴 하겠군.’비록 동혁은 언제든지 호아병단, 백야특수부대, 심지어 H시 군부가 관할하는 몇 개 대대의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편리하지 않았다.동혁은 현역 병사들이 곁에서 수시로 따라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하면 신분 노출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감학수 등 여섯 명의 실력이 괜찮았지만 그래도 설전룡에게 단 일격도 맞추지 못했다.‘하긴 설전룡은 전신직속부대의 제1대장이니까.’“전신께서 저희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김학수 등은 모두 흥분했다.군부의 백만 장병들이 우러러보는 동혁의 심부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영광스런 일이었다.“앞으로 형님이라고 불러.”동혁은 이 말을 하고 돌아섰다.“예, 형님!”김학수 등은 진지해졌다. 일단 동혁의 신분이 드러나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동혁은 차로 돌아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천화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세화은 분명히 천화에게 전화를 해서,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동혁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처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동혁은 직접 천화에게 전화를 걸었고, 몇 번의 시도 끝에야 연결이 되었다.[야, 누가 계속 전화해? 짜증나게!]천화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는 여리여리한데 성깔은 여전하고만.’동혁이 담담히 말했다.“나? 네 매형이야.”[이동혁? 경고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