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을 치다니, 바보가 ‘여신의 마음’을 살 돈이 어디 있어.”화란은 세화를 향해 과시했다.“아, 3일 뒤에 이걸 하고서 생일 파티를 해야지. 또 이걸 하고 천룡투자그룹의 계약을 체결하러 가는 걸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해…….”뒤질세라 진태휘의 딸랑이가 마구 울려댔다.“화란아, 그때면 너는 H시에서 가장 빛나는 여자일 거야! 누구도 너 발 밑에 못 따라와.”모두들 부러워했다. ‘역시 방세한이야. 수십억 원의 ‘여신의 마음’을 선물하다니.’‘그야말로 호기롭기 그지없어!’인내심이 거의 바닥난 동혁이 주먹을 꽉 쥐고 한 걸음 나아가는 순간, 세화가 그를 부둥켜 안았다.“동혁 씨, 진정해요!”“어머, 저 바보 표정 좀 봐, 사람을 때리려고 해?”화란이 짐짓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치자, 진씨 집안 식구들이 나서서 진화란을 거들었다.“감히 사람을 때리면, 내일 할아버지께 너를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라고 하겠어!”“이 바보 멍청이가 간덩이가 부었나? 사람을 때리려고 해?”태휘가 휴대전화를 들고 위협했다.“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내 전화 한 통이면 세화 회사는 차압당해! 당장 보여줄까?”동혁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아내 회사를 차압해? 죽고 싶으면 한번 해 봐.”“어유, 그러셔? 아주 무서워 죽겠네?”태휘가 빈정대며 곧 어디론가 전화했다.곧 세화의 핸드폰이 울렸다.“진 사장님, 큰일났습니다. 은행에서 갑자기 회사 기물들을 압수하고 있습니다!”……세화가 황급히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회사에 들어가니 아수라장이 된 회사 사무실 안, 컴퓨터들이 사라진 채 휑한 사무용 데스크 위에는 볼펜이나 종이쪼가리 같은 것들만 마구 널려있었다.“오 과장님, 이 낡은 컴퓨터도 등록해야 합니까?”작업복을 입은 낯선 사람들이 물자를 점검하고 있다.“모두 우리 은행의 재산인데, 왜 등록하지 않습니까? 모두 꼼꼼하게 체크하세요. 누락되면 절대 안 돼요!”빡빡한 인상의 중년 여자가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가운데
김미경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받았다.“이 선생님, 우리 은행 카드가 맞습니까? 어째서 이런 블랙카드를 본 적이 없지요?”일을 처리한 화란과 방세한이 나가다가 직원의 말을 듣고는, 동혁의 손에 있는 은행카드를 힐끗 보았다.“하하, 이동혁 저 병신, 가짜 카드로 업무를 봐. 웃겨 죽겠어!”화란이 웃자, 방세한도 경멸하며 오 과장에게 말했다.“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으니, 빨리 저 X끼를 쫓아내요!”“아이고, 네, 바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오과장의 눈빛이 그 검은 카드에 떨어지자, 말을 뚝 그쳤다.그녀는 안색이 갑자기 흐려지면서. 앞으로 나가 동혁의 손에서 검은 카드를 빼앗았다.“김미경 씨, 지켜보고 있어. 내가 올라가서 지점장님의 지시를 듣고 올게!”오 과장은 카드를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위층으로 뛰어서 올라갔다.화란이 다가왔다.“세화야, 가짜 카드로 은행을 속이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 너희 둘은 정말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세화는 놀라서, 얼굴이 파래지고 손발이 차가워졌다.화란은 아직도 그곳에서 고소해하고 있다.“자, 이제는 밥을 달라고 할 필요가 없어. 국가가 너희들 먹을 것을 관리해 줄 거야!”말이 떨어지자마자 오 과장이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안경 쓴 중년 남자가 뒤따랐는데, 바로 지점의 유 지점장이었다.세화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유 지점장님, 그 가짜 카드는 우리가 잘못 꺼낸 것입니다. 우리는 가란은행에서 카드를 만들었는데…….”“가짜 카드? 누가 이걸 가짜 카드라고 했습니까?”유 지점장은 손에 든 블랙카드를 들고 엄숙하게 말했다.“이것은 우리 가란은행이 가장 존귀한 고객에게 발급하는 지존블랙카드입니다. 지금까지 한 장만 발급한 적이 있습니다. 당좌대월액은 200억입니다!”‘뭐야!’‘지존블랙카드?’‘당좌 대월액이 200억?’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평범한 옷을 입은 이 젊은이가 가란은행의 가장 존귀한 고객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동혁을 노려보던 류혜진은 갑자기 주방으로 달려들어가 식칼을 들고 뛰쳐나왔다!“아직도 그딴 바보 같은 말을 해! 너 같은 바보만 아니었다면, 우리도 진씨 집안에서 쫓겨나지 않았을 거야!”“오늘 내가 너를 찔러 죽이고 말겠어!”말이 떨어지자 류혜진은 손에 든 식칼을 던졌다.“엄마! 왜 이래!”세화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진창하도 놀라서 식은땀을 흘렸다. 류혜진이 식칼을 던질 줄은 몰랐다.식칼이 ‘휙’ 소리를 내며 다가왔지만 동혁은 두려운 기색 없이 살짝 옆으로 돌아섰다. 식칼이 문 입구에 ‘쿵’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어이구!’문밖에서 한바탕 비명이 들려왔다.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주태진이 온 것을 보았다.“태진아?! 어떻게 온 거야!”류혜진은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그를 맞이했다.주태진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억지로 웃는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진씨 집안에서 쫓겨났다고 들었어요. 위로해 드리려고 선물을 좀 가지고 왔어요.”가문에서 쫓겨났다는 말에 분위기는 조용하게 변했다.“태진아…… 그게…….”류혜진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난처했지만, 주태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안심하세요. 우리 아버지가 황 갑부와 친분이 좀 있어요. 제가 모두 동혁의 잘못이고, 이 집과는 상관없다고 설명해 달라고 했어요.”“그러면 진씨 집안에서는 자연히 여러분을 탓하지 않을 거예요.”“진짜?”류혜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좀 믿기 어렵다는 투로 말했다.주태진은 오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하지만 그 전에 동혁이 얼른 세화와 이혼해야 해요.”“그건 확실해, 우리는 진작에 저 쓰레기를 쫓아내려고 했어.”류혜진은 주태진의 생각을 잘 알기에 웃음을 떠올렸고, 그의 손을 잡고 방안으로 갔다.“빨리 들어와, 빨리 들어와, 세화야, 빨리 가서 차 한 잔 타라.”동혁과 이혼해야만 진씨 집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세화는 자기도 모르게 처량하게 웃었다.그녀는 할 수 없이 주방에 들어가 차를 끓였다.
수란 아파트단지.세화는 오늘 모처럼 새 옷으로 갈아입고 치장했다.그러나 여전히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였다.“동혁 씨, 치장이 끝났으니 우리 출발해요!”세화는 웃는 얼굴이 꽃처럼 아름다웠다. 동혁이 호화로운 생일상을 주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기만 하면 그녀는 만족했다.동혁도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뻗어 세화의 작은 손을 잡으려 했지만, 류혜진에게 맞아 툭하고 떨어졌다.그녀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가득했다.“너 정말 이 바보와 포장마차 국수나 먹으려는 거야!”“태진이 쪽에서 5성급 호텔까지 다 준비해 놨어. 한 테이블에 2백만 원이나 한대.”말이 떨어지자마자 입구에서 클랙슨 소리가 들려왔다.류혜진이 얼굴을 펴며 재촉했다.“틀림없이 태진이가 도착했을 거야, 세화야, 빨리 가자.”아래층에 내려 가자, 아니나 다를까 흰색 양복에 분홍색 장미 한 다발을 든 주태진이 그의 마세라티 옆에 서 있었다.세화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왔다.“세화야, 생일 축하해. 이건 너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야.”말하면서 손에 든 주얼리 상자를 열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태진아, 이게…….”세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난처해했다.“아이고, 이건 태진이가 너한테 청혼하는 거야! 이 계집애가 빨리 받아들이지 않고…….”류혜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세화를 밀고 앞으로 걸어갔다.“어머니, 제가 준비한 생일잔치에 아직 가지도 않았어요. 이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요.”동혁은 손을 뻗어 세화를 붙잡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이 바보 같은 놈이? 갈 때까지 가 보자는 거지…….”류혜진은 화가 나서 되려 웃었고, 주태진은 더욱 거들떠보지도 않는 얼굴로 말했다.“좋아, 먼저 네가 준비한 생일잔치에 가 보지.”주태진은 이미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내 차는 네 사람만 탈 수 있는데, 네가 어떻게 같이 가? 설마 공유 자전거를 타는 건 아니겠지?”“괜찮아, 동혁 씨하고 나는 택시를 타고 가면 돼.
장원 입구는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다.모두의 시선이 동혁과 세화에게 집중되었다.‘세화의 생일연회?’‘그날 천룡투자그룹 회장은…….’‘그게…… 동혁이란 말이야?’진씨 가족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화란은 더 빙빙 도는 것 같았다!“아니! 그럴 리가 없어…….”“황, 황 회장님, 잘못 아신 거 아닙니까…….”화란은 거의 쓰러지다시피 했다. ‘동혁이 어떻게 천룡투자그룹 회장일 수 있어!’“닥쳐!”황지강은 손바닥으로 화란의 얼굴을 때렸다. 오랫동안 위에서 군림하던 기세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화란이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황지강은 다시 세화에게 공손하게 말했다.“미스 진, 장원으로 가시죠.”“저는…….”세화는 긴장하고 막막해서 거기에 서서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바로 이때, 황금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천천히 장원 안에서 빠져나왔다. 황지강은 롤스로이스 앞으로 가서 직접 동혁과 세화 두 사람을 위해 차 문을 열었다.마치 시중을 드는 듯한 이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잠깐만요.”동혁은 몸을 돌려 화란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목에 건 목걸이, 내 아내에게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만장의 눈빛이 화란을 향한 채 예의 주시했다.“이…… 동혁,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이것은 세한씨가 내게 준 생일 선물이야!”화란의 허탈한 대답이었다.이때 동혁의 뒤를 따르던 이향군이 앞으로 나가더니, 또 다시 화란의 따귀를 호되게 갈겼다.“무모하고 멍청한 것 같으니!”“여신의 마음은, 세화 아가씨의 생일 선물이야!”“왜 네가 착용하고 있는 거지?”화란은 퉁퉁 부은 뺨을 가린 채 온몸을 떨었다.사람들 앞에서 연속으로 뺨을 두 대나 맞았는데, 이런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사람을 만나겠는가? 또 어떻게 H시의 이름난 규수가 될 수 있겠는가?그러나 그를 때린 한 명은 H시의 최고 갑부인 황지강, 다른 한 명은 보석 재벌인 이향군이라서 전혀
세화의 물음에 동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축하 선물 명단이 올라왔다.“H시 시정부의 하세량님이 조선시대 미인도 한 부를 선물했습니다…….”“소씨 가문, 오씨 가문, 정씨 가문 등 일류 가문의 가주들께서 각각 축의금 10억을 보내셨습니다…….”“고진강 국장님, 임보검 은행장님, 이향군 회장님…….”연회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미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보고 다시 아연실색했다.정계와 재계, 흑백의 두 세력이 모두 모여 있었다.H시의 중요한 거물이란 거물들은 모두 값비싼 선물을 준비해서 얼굴을 내밀었다!큰 소리로 호명하는 일을 맡은 표범이 침을 삼켰다. 그가 여태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호탕한 축하 선물들을 본적이 없었다.축하선물 목록을 듣고 있던 진한영은 부러워 마지 않아 했다. 화란의 질투가 드디어 폭발했다.‘이 선물들을 진씨 집안에 보내면 얼마나 좋아.’“건축자재협회 주씨 가문의 주태진 님이 2억 상당의 비취 팔찌를 선물하셨습니다.”이름을 부르던 표범은 주태진의 핼쑥한 안색을 보고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어허, 이거 미스 진이 나한테서 빚을 받아 가실 때 도와주었던 주태진 도련님 아닌가? 별고 없으시지요…….”주태진의 입가에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원래 주씨 가문에서는 회장 부인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했었다. 그런데 그게 세화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가문의 사명을 짊어진 이상, 주태진도 염치 불구하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표범…… 표범 형님, 다 오해입니다…….”“오해? 내가 오해했다고, X발!”표범이 갑자기 발을 들어 곧장 주태진의 몸을 걷어찼다!주태진은 배를 가린 채 온몸을 새우등처럼 구부리고 있었지만, 눈은 오히려 핏발이 섰다.“표범, 천룡투자그룹이 네 뒤에 있다고 아무 말이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우리 아버지가 건축자재협회 회장이라는 것을 잊지 마. H시에서 누가 감히 우리 아버지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어!”“주태진, 너 정말 위세가 당당한 걸…….”이때 동혁의 눈빛은 주태진에게 떨어졌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제가 바로 천룡투자그룹의 회장입니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류혜진은 귀까지 빨개져서 동혁의 팔을 한사코 잡고서 놓으려 하지 않았다.천룡투자그룹 회장이 그녀의 사위라면, 그럼 그녀는 H시에서 가장 높으신 귀부인이 되는 게 아닌가?!‘나중에 예전의 절친들과 만날 때 얼마나 체면이 설까?’이전에 그녀를 무시했던 옛 절친들이, 이제는 아마 모두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고 할 것이다.진 노인은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축하 선물을 보고, 흥분을 억누를 수 없어 술잔을 들고 다가가서 말했다.“세화야, 우리 진성그룹은 지금 자금 운행에 문제가 좀 있어.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좀 나눠줄 수 있겠니? 집안을 위해 공헌할 수 있겠어?”이 말을 듣자 류혜진은 시큰둥했다.“아버님, 저는 우리가 이미 진씨 가문에서 쫓겨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우리가 가문에 무슨 공헌을 해야 합니까?”진한영이 어색하게 웃었다.“그건 농담이야. 우리는 한 가족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내일! 내일 내가 너희의 성대한 복귀식을 거행해 주마.”동혁이 말했다.“할아버지, 세화의 회사가 아직 화란의 손에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요?”“돌려 줄게! 내일 청풍공사를 세화에게 돌려주겠어.”“가문의 후계자는요?”“그것도 당연히 세화가 되어야지. 앞으로 세화가 진성그룹을 접수해서 관리할 거야.”진 노인은 계속 멋쩍게 웃었다.이 말을 들은 진한강의 가족은 안절부절못했다. 젓가락을 쥔 화란의 손이 떨렸다.“천룡투자그룹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바로 이때 기개가 남다른 사람들이 당당하게 들어왔다.짙은 화장을 한 첫 여자가 나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하늘저택 단지, 백억 원 상당의 스카이뷰 저택 한 채…….”“약간의 보석 장신구입니다…….”고급 액세서리를 하나씩 들고 오는 것을 보며,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부러워하며 세화를 바라보았다.“세화 아가씨, 이것은 당신의 선물입니다. 생일을 축하드립니다…….”리더인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가 다음 순간 얼
“마케팅 책임자 말이, 이동혁을 전혀 모른답니다.”‘서……설마 동혁이 회장을 사칭하고 있다는 말이야?’류혜진은 가슴이 떨리고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상실감을 느꼈다.세화는 동혁이 왜 회장을 사칭했는지 몰라서, 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 축하 선물은 확실히 진세화 씨 것이 맞습니다.”“구체적으로 어떤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이것들은 모두 회장님이 보내신 축하선물이 확실합니다. 진세화 아가씨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이를 악물었고, 마음속으로 질투가 더욱 심해졌다.‘세화를 발 밑에 밟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회장이 그녀에게 반했어.’‘하지만 이렇게 보니, 동혁 이 인간 머리에는 잘난 척하는 걸로 꽉 차 있는 거야.’서경하는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동혁을 훑어보았다.동혁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천룡투자그룹을 수하들에게 맡겨 관리하게 했다. 그룹 직원들이 그를 모르는 것이 정상이다.세화는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동혁 씨,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예요?”동혁은 몸을 돌려 세화에게 설명했다.“여보, 당신은 나를 믿어요. 내가 정말 회장이에요.”“됐어요!”세화는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동혁 씨,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당신이 정말 회장이라면, 나는 정말 당신과 어울리지 않아요!”곰곰이 생각해 보니, 만약 동혁이 천룡투자그룹 회장이라면, 누가 그를 집 앞에 던졌을까?세화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동혁은 몰래 한숨을 쉬며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그래, 사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임무를 수행하면서 회장을 구한 적이 있어. 그래서 이번에 나에게 은혜를 갚는 거야.”세화는 그제야 깨달았다.“그렇구나.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큰 생일파티를 열고 그 은혜를 다 갚은 셈이야?”동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회장님처럼 큰 인물은, 앞으로 방해하지 말아요. 안 그러면, 당신이 좋고 나쁨을 모르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만약 그를 화나게 하면 문제가 커질 거예요.”동
“튀어 와.”무표정한 얼굴로 동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고통을 참으면서 바닥을 헤집고 일어선 원강조가 다시 한 번 동혁의 앞에 섰다.이번에는 동혁이 의사를 표시하기도 전에, 스스로 얼굴을 들이밀었다.짝!동혁이 다시 따귀를 때리자, 원강조는 다시 나가떨어졌다.“튀어 와...”응급실 복도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단지 튀어 오라는 동혁의 한 마디와 따귀 소리, 그리고 맞은 원강조가 다시 쓰러지는 소리뿐!마치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그러나 원강조가 정말 성실하게 동혁에게 협조하면서 순순히 얻어맞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계속해서 몇 번이나 나가 떨어진 원강조는, 이미 코가 시퍼렇게 부어올랐고 기어갈 수조차 없었다.그제서야 천천히 원강조의 앞에 다가온 동혁이, 원강조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너, 의약품관리청 3인자 자리에서 해직당했잖아. 누가 복직시켰어? 네 아버지야?”동혁이 비웃듯이 질문했다.애써 고개를 든 원강조가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아닙니다! 우리 아버지가 아닙니다! 저도 복직하지 못했습니다!”“제가 해직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도 체면을 중시해서, 계속 허세를 부린 겁니다!”이 말을 듣자, 눈이 휘둥그레진 나연지는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신의 백 덕분에 원장이라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나연지는 당연히 H시 체제 내의 변동에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원강조가 해직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H시 시스템 안에 국한되어 있다.나연지는 떠도는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잇달아 두 사람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첫 번째로 전화했던 양상봉은 방금 면직되었다고 했어.’‘그리고 두 번째로 부른 원강조는 더 말도 안 돼! 일찌감치 자리에서 쫓겨나서 결국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원강조가 지금은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무표정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선 채,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튀어 와!”원강조는 무의식 중에 동혁의 앞에 섰다.짝!그리고 두말하지 않고 그 뚱뚱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렸다.거의 100kg이나 되는 원강조가 결국 동혁의 이 따귀를 맞고 곧바로 날아갔다.빅토리아병원의 직원들과 부딪쳐 쓰러지자, 아수라장이 되었다.누구도 동혁이 바로 원강조에게 손을 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따귀 한 대를 맞은 원강조가 바닥에 쓰러진 채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처참한 모습을 보자, 사람들의 뇌리에는 다시 한 번 동혁의 실력이 각인되었다.“뭣들 하고 있어? 빨리 원 부청정님을 일으켜 세워!”잠시 멍했던 나연지가 곧바로 반응하면서, 날카로운 소리로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 개X끼, 네가 감히 원 부청장님을 때려!”“저 분이 누군지 알아? H시 의약품관리청의 3인자인 부청장님이야!”“죽을지 살지도 모르면서 정말 무법천지로 설치고 있지! 저런 사람까지 감히 때리다니, 뒈지고 싶은 거야?”말을 마친 나연지가 재빨리 원강조를 위로하러 갔다.“원 부청장님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도 저 자식이 부청장님조차 안중에도 두지 않고 손찌검할 줄은 몰랐어요.”“저놈이 얼마나 날뛰는지 보셨지요? 절대 저 개X끼를 그냥 두시면 안 됩니다!”나연지는 겉으로는 마음이 아픈 듯이 굴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원강조가 오자마자 이동혁에게 이렇게 비참하게 맞았어.’‘이번에는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어. 겨우 원강조 하나만 가지고도, 저 새끼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그러나 부축을 받고 일어난 원강조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기만 할 뿐.펄쩍펄쩍 뛰는 나연지를 동혁은 아예 상대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원강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사람 말을 못 알아둘어? 튀어 오라고 했잖아!”“이 새끼, 네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화가 났지만, 나연지는 꾹 참고 대답하지 않았다.‘지금은 저 자식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어.’통화를 마친 뒤에야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개자식, 네가 방금 전에 큰소리쳤지”“내가 부른 사람이 이미 도착했어, 기다려!”“조금 있다가 내 앞에 순순히 무릎을 꿇게 만들지 못한다면, 내 성을 갈겠어!”동혁이 웃으며 말했다.“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네가 이렇게 말했으니 나는 네가 무릎을 꿇게 만들어야겠네.”“하, 그래? 그럼 누가 이기는지 한번 볼까?”나연지가 이를 갈며 말했다.여태까지 살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사람을 증오한 적이 없었다.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동혁은 이미 수도 없이 죽었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깥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1층의 응급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곧바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나 원장님, 어떤 자식이 이 병원에서 소란을 피웠다면서요?”“흥, 어떤 눈이 삔 개자식이 빅토리아병원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설쳐!”“그 자식은요? 얼른 튀어나와! 내가 끄집어내기 전에!”길을 막고 있던 병원 직원들을 퉁퉁한 손으로 헤치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곧 뚱뚱한 몸집에 불룩하게 배가 나온 뚱보가 거들먹거리면서 다가왔다.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은 척 봐도 고위인사 행색이 몸에 밴 모습이다.이 뚱보를 본 나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원 부청장님, 정말 부처장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그 소란을 피운 자는 정말 사람이 아니에요. 일부러 트집을 잡아 소란을 피우는 건 고사하고 또 사람까지 때렸어요.” “그 자식한테 맞은 제 얼굴 좀 보세요!”“원 부청장님이 경찰 계통에 계신 건 아니지만, 의약품관리청도 법 집행권이 있지요.”“우리 빅토리아병원은 H시의 우수 납세기관인 데다가 많은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지요. 원 부청장님이 반드시 저희 병원을 위해 나서 주세요.”“양심 없는 나쁜 놈들이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명예를 손상하게 할 수는
“사실은, 어떤 개자식이 우리 빅토리아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부국장님이 부하를 데리고 좀 오셔야겠어요...”‘또 양상봉이야?’동혁의 얼굴에 음미하는 듯한 미소가 드러났다. 동혁마저도 양상봉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루에 세 번이나 나하고 부딪치다니, 양상봉이 그렇게 비참한 운명인 건가?’그러나 이번에 양상봉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연지의 요구를 거절했다.[나 원장, 미안합니다. 저는 도울 수가 없습니다.][조 국장님이 이미 저를 직위 해제한다고 통보했어요. 또 조사도 받는 중이고요...]마치 운명을 인정하는 것처럼 단호하고 괴로운 말투였다.동혁은 양상봉이 직위해제 된 과정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경찰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조동래가 직위에서 해제하고 조사 중인 모양이네. 양상봉의 이전 문제들도 틀림없이 드러나겠지.’양상봉은 결국 구속될 수밖에 없을 테니, 이제 끝난 거나 다름없어.’그러나 적어도 양상봉이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경찰에서 양상봉의 가족을 돌봐줄 것이다.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이 경찰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아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미움을 산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양상봉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만약 아내와 아이가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자신이 구속되자마자 누군가가 가족에게 손을 쓸 지도 몰랐다.지금의 결과는 양상봉에게 있어서 이미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양상봉이 직위에서 해제되었다고?’멍하니 있던 나연지가 곧바로 말했다.“그래도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잖아요. 양 부국장님의 이전 부하들에게 빅토리아병원에 한 번 가 보라고 얘기하는 것도 안 될까요?”“우리 빅토리아병원 일이 잘 처리되기만 하면, 양 부국장님의 문제도 별거 아니에요. 우리가 힘을 써 볼게요.”“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모두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지요...”나연지는 동혁 앞에서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양상봉을 꼬드겼다.하지만 완전히 속인 건 아니다.양상봉은 이전에 빅토리아병원에 여러
“너희 빅토리아병원은 귀족 병원이라고 자부하잖아, 왜 보안도 이렇게 허술해.”“이 전투력이 거리의 양아치들과 무슨 차이가 있어? 부자에 귀한 신분의 환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겠어?”복도에는 동혁만이 서 있었다.물티슈로 손을 닦으면서 무심한 듯이 말했다.동혁이 이렇게 거리낌 없이 조롱하자, 빅토리아병원 측의 사람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칠 정도였다. 그러나 감히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정말 동혁이 보여준 실력은 너무나 무서웠기에.‘돼지 스무 마리도 아니라 20여 명의 살아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이동혁에 의해 이렇게 쉽게 해결되었어.’‘하물며 정말 돼지 스무 마리가 좌충우돌한다 해도 이렇게 비참하게 패할 정도는 아닐 거야.’이 순간, 바보라도 알아야 한다. 이 젊은이는 정말 상대하기 어렵다는 걸.적어도 동혁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부하들에 의해 일어난 나연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다시 금테 안경을 썼다. 이 장면을 보자 나연지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20여 명의 경비원은 저 젊은이의 옷자락조차도 건드리지 못했어.’나연지도 몸놀림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은 처음 봤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 도대체 누가 너한테 빅토리아병원에 가서 소란을 피우라고 시켰어!”나연지는 무의식 중에 동혁에게서 좀 멀어졌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운 게 분명했다.그러나 체면을 중시하는 심리가 작용해서, 여전히 자신의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동혁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나? 나는 권력도 세력도 없는 시민 아니야?”동혁은 담담하게 미소를 띠고 있지만, 말투는 오히려 조롱으로 가득 차 있다.“소란을 피우는 것에 대해서 네가 만약 고집스럽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소란을 피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하지만 아무도 나를 시키지 않았어. 단지 불만이 있을 뿐이야.”“너희 같은 이 쓰레기들이 한 짓에 대해서, 나는 양심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칼을 뽑을 거라고 생각하는데.”동혁의 불쾌한 눈빛이 빅
“나는 앞서 틀린 말을 하지 않았어. 게다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아.”“너희 병원은 의사로서의 덕망이 아예 없어. 저 소혜란뿐만 아니라 원장인 너부터 아래의 직원들까지 모두 다 말이야.”“모두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품위라고는 전혀 없는 쓰레기들이지!”“이런 병원은 내가 보기에도 존재할 필요가 없겠어...”동혁의 이 말이 끝나자 나연지의 얼굴빛이 흐려졌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빅토리아병원의 의료진들이 곧바로 큰소리로 떠들어댔다!“이 자식, 네가 뭔데 우리를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어!”“원장님, 이 병원에서의 소동은 반드시 끝까지 추궁해야 합니다!”“특히 사람을 때리고도 큰소리를 치는 이 불량배는, 반드시 엄벌해서 일벌백계로 삼아야 합니다!”“저자가 무릎을 꿇고 손해를 배상하게 한 뒤에 다시 손발을 끊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어중이떠중이들도 우리 병원에 달려와서 소란을 피울 겁니다...”동혁이 삿대질을 하며 이렇게 욕을 하자, 사람들의 분노도 순식간에 불붙었다.동혁이 방금 경비원들을 걷어차서 쓰러뜨린 걸 알고 꺼리지 않았다면, 동혁을 산 채로 찢어 버리려고 바로 달려들었을 것이다!이때 나연지가 가볍게 손을 들자, 1초 전까지만 해도 큰소리로 떠들던 사람들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나연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자식, 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방금 한 말은 이미 내 마지노선을 심하게 넘었어.”“이제는 사과와 배상도 너를 구할 수 없어.”말을 마친 나연지가 그 경비원들에게 손짓했다.“모두 함께 덤벼. 다른 건 내가 더 말할 필요도 없어. 저자가 바로 너희들의 이번 달 보너스야!”동혁의 싸움 실력이 괜찮다는 걸 알지만, 나연지는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다.‘병원 전체에 20여 명의 경비원이 있는데 고작 애송이 한 명을 잡을 수 없겠어?’나연지의 명령에 따라 경비원들이 모두 늑대처럼 둘러쌌다.이 장면을 본 경찰 가족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오일룡의 아내도 노
이 여자는 아주 예쁘게 생겼다. 다만 차가운 표정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은 다가서지 못하게 만드는 싸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이 여자가 다가오자, 끊임없이 떠들어대던 소혜란의 얼굴에도 두려운 기색이 드러났다.바로 빅토리아병원의 나연지 병원장이다.“원장님 오셨어요, 바로 이 자가 소란을 피웠어요!”곧바로 앞으로 마중나간 소혜란이 드레싱 룸 안의 동혁을 가리키면서, 원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오자마자 소란을 피우고 저를 때린 건 고사하고, 환자를 데려가는 걸 막던 경비원들도 저자에게 맞았어요.”“더 괘씸한 건, 우리 빅토리아의 의사에게 의사로서의 덕망이 없다고 하면서, 우리 병원을 없애버리겠다고 큰소리쳤다는 거예요!”소혜란은 동혁의 면전에서 뻥튀기를 서슴지 않았다.분명히 동혁이 말한 건 소혜란 혼자인데, 오히려 소혜란은 병원의 모든 의사로 부풀린 것이다.어쨌든 동혁에 대해서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가진 소혜란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동혁을 죽이려고 했다.나연지는 눈빛은 땅바닥에 쓰러진 경비원들을 쓸어보았다. 마직막에 다시 동혁을 쳐다보는 눈빛은 더없이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하지만 빅토리아병원이 설립된 이래로, 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리고, 이곳을 허물겠다고 큰소리친 사람은 네가 처음이지.”“이 점만으로도 너는 용서할 가치가 없어!”이 여자는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듯이 동혁을 바라보았다. 말하는 말투조차도 마치 높은 권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듯했다.이 여자의 강한 기세에 경찰 가족들 모두 깜짝 놀랐다.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앞으로 나간 오일룡의 아내가 말했다.“나 원장님, 우리가 굳이 소란을 피우려는 게 아니라 당신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정말 너무 심합니다!”“내 남편과 다른 부하 직원들이 중상을 입어서 이 병원에 와서 수속을 밟았고, 비용도 납부했습니다.”“그러나 족히 한 시간이 넘게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했어요.”“간호사는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의사는 치료도 안 하고 잠만 자는 게
“소 닥터님!”비명을 지르며 달려간 두 간호사가 잡동사니 더미에서 꺼냈을 때, 소혜란은 이미 완전히 처참한 모습이었다.안경은 벗겨진 채 얼굴에는 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다. 풀어헤쳐진 머리는 마치 처녀귀신 같은 모습이었다.두 간호사가 부축하자, 소혜란은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네가 감히 나를 때려!”소혜란의 말투는 의혹으로 가득 차 있었다.평소에 이 빅토리아 국제병원에 와서 치료받는 사람들은 모두 정재계의 고위인사들이나 유명인사들이다.그 사람들조차도 이 의료진들을 대할 때는 모두 예의 바르고 온화한 모습이었다.그래서 소혜란 등 병원 관계자들도 자연스럽게 잘난 척하는 잘못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평소에 상대하는 사람들 모두가 부자거나 고귀한 상류층 인사들이기 때문이다.권력도 세력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은 당연히 더 이상 안중에도 두지 않게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앞서 동혁 등을 대하는 태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어차피 빅토리아 국제병원에는 환자가 부족하지 않다. 자신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뿐이다.‘게다가 이 사람들은 그저 별 볼 일 없는 가난뱅이일 뿐이야.’‘설마 무슨 일이야 생기겠어?’그런데 뜻밖에도 동혁이 사람을 때린 것이다.“이 개자식, 너 알아?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에서 행패를 부린 자는 네가 처음이야!”“너 아주 용기가 있구나! 방금 네가 나를 때렸으니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뺨을 가린 소혜란이 이를 갈면서 소리를 질렀다.“경비원, 경비원은 어디에 있는 거야? 여기 병원에서 난동을 피우면서 사람을 사람을 때리는데도 빨리 오지 않고!”“이 양아치 새끼, 넌 뒈졌어! 감히 우리 병원에서 의사를 때려!”두 간호사도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린 사람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이 보기에 동혁의 방금 행위는 죽음을 자초한 짓이나 마찬가지였다.“병원은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고 부상자를 치료하는 곳이야.
“당신들 의사가 밥을 먹든 똥을 싸든 상관없어. 즉시 전화를 해.”“1분 안에 나타나지 않으면, 내가 병원을 부숴버려도 탓하지 마!”두 간호사 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도 하지 못했다.“흥, 정말 대단한 말투네. 우리 빅토리아 국제병원의 환자들은 모두 고위 관료들과 명문가 사람들, 부유한 사업가들이나 명사들이에요.”바로 이때 간호사 데스크 옆의 ‘의사 당직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문이 열렸다.안경을 쓰고 주근깨가 가득한 여자는, 게슴츠레한 눈을 깜빡이며 밖으로 나오면서 흰 가운을 걸쳤다.동혁이 이 여자의 명찰을 힐끗 보았는데, 그 위에는 소혜란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소혜란은 동혁의 두 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평범하게 입은 걸 보니, 틀림없이 높은 신분의 인물은 아닐 거야.’비웃는 듯이 바라보던 여의사가 하찮다는 식으로 말했다.“당신 같은 평범한 시민이 말끝마다 감히 우리 병원을 부숴버리겠다고 말하는 건가요?”이 여자의 비아냥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밥 먹으러 간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왜 사무실에서 퍼질러 자고 있었어요?”“중상을 입은 환자가 몇 명이나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이게 의사로서의 당신의 도덕 수준인가요?”경찰들의 가족들도 이 여자를 노려보았다.‘당직 의사가 당직실에서 잠이나 자면서,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외면하다니!’‘이건 정말 너무해!’“밥을 먹고 나서 잠을 자서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지 않겠어요? 왜, 문제가 있어요?”소혜란은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이 도리어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내게 무슨 의사의 도덕을 이야기하지 말아.”“이 시골뜨기야, 우리 빅토리아 국제병원이 영리병원인 것도 몰라?”“우리 여기는 돈만 따질 뿐 의사의 도덕은 따지지 않아.”“돈을 많이 준다면, 나는 당연히 가장 먼저 치료할 거야.”“내가 하지 않으면, 그건 단지 당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이지.”“당신들이 낸 돈이 부족해.”소혜란이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