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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미스 진은 장원으로 가시죠

수란 아파트단지.

세화는 오늘 모처럼 새 옷으로 갈아입고 치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동혁 씨, 치장이 끝났으니 우리 출발해요!”

세화는 웃는 얼굴이 꽃처럼 아름다웠다.

동혁이 호화로운 생일상을 주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기만 하면 그녀는 만족했다.

동혁도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뻗어 세화의 작은 손을 잡으려 했지만, 류혜진에게 맞아 툭하고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가득했다.

“너 정말 이 바보와 포장마차 국수나 먹으려는 거야!”

“태진이 쪽에서 5성급 호텔까지 다 준비해 놨어. 한 테이블에 2백만 원이나 한대.”

말이 떨어지자마자 입구에서 클랙슨 소리가 들려왔다.

류혜진이 얼굴을 펴며 재촉했다.

“틀림없이 태진이가 도착했을 거야, 세화야, 빨리 가자.”

아래층에 내려 가자, 아니나 다를까 흰색 양복에 분홍색 장미 한 다발을 든 주태진이 그의 마세라티 옆에 서 있었다.

세화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왔다.

“세화야, 생일 축하해. 이건 너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야.”

말하면서 손에 든 주얼리 상자를 열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

“태진아, 이게…….”

세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난처해했다.

“아이고, 이건 태진이가 너한테 청혼하는 거야! 이 계집애가 빨리 받아들이지 않고…….”

류혜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세화를 밀고 앞으로 걸어갔다.

“어머니, 제가 준비한 생일잔치에 아직 가지도 않았어요. 이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요.”

동혁은 손을 뻗어 세화를 붙잡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이 바보 같은 놈이? 갈 때까지 가 보자는 거지…….”

류혜진은 화가 나서 되려 웃었고, 주태진은 더욱 거들떠보지도 않는 얼굴로 말했다.

“좋아, 먼저 네가 준비한 생일잔치에 가 보지.”

주태진은 이미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내 차는 네 사람만 탈 수 있는데, 네가 어떻게 같이 가? 설마 공유 자전거를 타는 건 아니겠지?”

“괜찮아, 동혁 씨하고 나는 택시를 타고 가면 돼.”

세화가 동혁의 손을 어루만졌다.

차 두 대가 교외로 향했다.

시내에서 점점 멀어지자, 류혜진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이 나쁜 놈아, 길거리 국수도 제대로 먹지 못하게 농촌 관광하러 가는 거야.”

운전 중인 주태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농촌 관광이 아닐 수도 있어요. 깊은 산골에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동혁이 설명을 하고 나서야 류혜진은 비로소 전화를 끊었다.

“동혁 씨, 우리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예요?”

세화는 그때 동혁이 또 다른 사람에게 웃음거리가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도착하면 알게 돼…….”

……

두 대의 차는 결국 세븐스타 장원 입구에 세워졌다.

지금 장원 입구에는 꽃이 가득 진열되어 있고, 레드 카펫 양쪽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다.

레드카펫 하나가 장원으로 이어져 있는데 몇 미터 길이를 깔았는지 모르겠다.

차에서 내리자 류혜진은 노기등등하게 동혁에게 다가갔다.

“동혁, 너 또 병이 났니! 여기는 천룡투자그룹 회장의 생일파티가 열리는 곳인데, 뭘 어쩌려고 우리를 데리고 왔어?”

“화란이도 있는데, 너 고의로 우리 가족이 모욕을 당하게 만들려는 거지?”

주태진도 호의를 베풀지 않고 말했다.

“설마 회장님 생일연회에 비비려는 건 아니겠지? 네 자신의 신분은 생각하지 않아? 들어갈 자격이 있기나 해?”

말이 끝나자 그는 류혜진에게 권했다.

“아주머니, 우리 그냥 제가 준비한 호텔로 가요…….”

류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화의 안색은 좀 창백했다. 동혁이 이렇게 그녀를 실망시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포장마차도, 농촌관광도 다 좋았다. 그녀를 데리고 다른 사람의 생일연회에 올 줄은 몰랐다.

“어머, 이거 세화 아니야? 너희들이 어떻게 왔어?”

바로 이때 화란의 냉담한 소리가 울렸다.

비싼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여신의 마음’ 목걸이를 한 그녀가, 방세한을 이끌고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화란은 냉소를 지었다.

“포장마차에 가서 생일을 보내지 않고? 왜, 너도 천룡그룹에 빌붙어 보려고 왔어?”

방세한도 하찮게 여기며 웃었다.

“이 가난뱅이들 꼬락서니 좀 봐. 선물 준비도 안 했어. 이게 투자를 받으려는 태도야? 우리가 준비한 걸 좀 봐. 이건 2억짜리 동해 야명주야.”

방세한이 의기양양하게 손에 들고 있던 주얼리 박스를 흔들었다.

세화는 어색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류혜진의 눈빛이 불을 뿜으며, 동혁을 씹어 먹을 듯했다.

“누가 우리가 부탁하러 왔다고 했어?”

동혁은 세화의 작은 손에서 간간이 차가운 기운이 전해오는 것을 느꼈다.

‘부탁하러 온 게 아니야?’

화란은 멍하니 말했다.

“너희들이 부탁하러 오지 않으면 뭘 하러 온 거야?”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화란을 쓸어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연히 세화의 생일을 보내러 왔지.”

쾅!

몇 사람이 어리둥절하다가 곧 폭소가 터졌다.

“이 바보야, 네가 뭐라도 된 걸로 착각하는 거야? 여기는 천룡투자그룹 회장이 생일연회를 여는 곳이야!”

“너 같은 쓰레기는 공사장에서 평생 일해도, 이곳에 들어갈 자격이 없어!”

“빨리 저리 꺼져, 너희들이 정말 회장님의 눈을 더럽히겠어!”

사람들의 비웃음을 듣자, 세화는 몸이 떨리면서 온몸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류혜진은 더 이상 잠시도 머물 수 없었다.

“이 병신아, 지금 당장 이혼해! 너 같은 사위가 있어서 내 얼굴이 다 창피해!”

동혁이 다른 사람에게 모욕당하는 것을 보고 주태진은 즐거워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혁 일행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이때 진한영이 지팡이를 짚고 앞으로 나와서 욕을 했다.

“너희 가족은 어떻게 이 바보를 데리고 여기까지 오는 거야? 다른 집안 사람들에게 우리 집안의 우스운 꼴을 보이려는 거야!”

“동혁을 가문에서 축출하기만 하면, 황 갑부가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것이라고 태진이가 말했어. 너희 둘은 나이도 적지 않은 것들이 그 정도도 몰라?!”

“아버지…… 저희는…….”

진창하가 해명하려고 하는데 진한영이 난폭하게 중단시켰다.

“그리고 너, 세화야, 동혁이 이 바보가 진씨 집안을 위해 무슨 공헌을 할 수 있어. 얘는 주태진의 발끝에도 못 미쳐! 오늘은 네 생일인데, 너를 데리고 여기에 오다니 정말 창피해!”

“우리 진씨 집안에 어떻게 너 같은 손녀가 있지!”

진 노인은 수염을 날리며 눈을 부릅떴고, 욕을 먹은 세화는 억울하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들어 굳은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나는 동혁 씨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설령 그가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 해도, 나는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너!”

진 노인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정말 죄를 짓는구나, 우리 가문에 저런 불효 자식이 나왔어!”

류혜진은 울고 싶어도 눈물도 나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못되게 굴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화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세화야, 너 혼자 창피하면 그만이지, 우리 진씨 집안 모두를 같이 창피하게 만드니! 오늘 내가 너를 몇 대 때려야지, 안 되겠다!”

말하면서 화란은 기세를 올렸다.

바로 이때 군중들이 갑자기 한바탕 소리를 냈다.

“저건 황 갑부의 자가용 아니야?!”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눈을 들고 바라보니 순금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천천히 장원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차가 멈추고, 엄숙한 얼굴의 한 중년이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황 갑부가 모습을 보였다.

뜻밖에도 회장님 생신 연회에 황 갑부까지 오다니 정말 놀라웠다.

황지강이 자신의 옷 매무새를 정리하는 것이 보였다. 장내를 스쳐 지나가던 그의 시선이 결국 한쪽으로 향했다.

사람들 모두 황 갑부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눌려, 감히 숨을 쉬지도 움직이지도 못했다.

화란은 손을 번쩍 들고 있다가 한동안 어떻게 거두어야 할지 몰랐다.

바로 그때 황지강이 움직였다.

그가 발걸음을 내디디자 현장에 있던 수천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

실로 장엄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황지강이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심용삼, 이향군 등 많은 거물들이 자동으로 황지강 뒤로 모였다.

현장은 소리 없이 침묵했고, 모든 사람들의 호흡이 멈춘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지강 앞에는 2,3 줄의 사람들만 드문드문 남았고, 진씨 가족도 그 안에 포함되었다.

이미 놀라서 멍한 상태였던 진씨 가족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세화 일가는 갑자기 손발이 저리기 시작했다.

“망했다, 망했어. 동혁이 이 병신아, 우리를 죽일 셈이야?”

류혜진은 놀라서 핏기가 가시면서 거의 쓰러질 뻔했다.

화란과 방세한이 눈을 마주치고 고소하게 생각했다.

‘동혁이라는 쓸모없는 놈이 황 갑부의 카드를 훔치더니 이제 또 뭇매를 맞겠군.’

‘쟤는 이제 죽었어!’

주태진은 미소를 지었다. 머릿속에는 이미 동혁이 무릎을 꿇고 그에게 부탁하는 모습을 환상하기 시작했다.

황지강은 옷 매무새를 꼼꼼히 정리하고, 정색을 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척척…….

온갖 소리들이 모두 고요한 가운데, 황지강의 단단한 발걸음은 마치 큰 망치가 모든 사람의 심장을 때리는 것과 같았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의 발걸음에 따라 움직였다.

결국 그가 멈춰섰다!

다음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숨 쉬는 걸 잊어버리고 머리가 텅 비어 버렸다!

동혁!

황지강이 동혁 앞에 멈춰 섰다!

“세화 아가씨의 생일잔치는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두 분, 이제 장원으로 이동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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