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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미스 진은 장원으로 가시죠

Author: 우주멍
수란 아파트단지.

세화는 오늘 모처럼 새 옷으로 갈아입고 치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동혁 씨, 치장이 끝났으니 우리 출발해요!”

세화는 웃는 얼굴이 꽃처럼 아름다웠다.

동혁이 호화로운 생일상을 주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기만 하면 그녀는 만족했다.

동혁도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뻗어 세화의 작은 손을 잡으려 했지만, 류혜진에게 맞아 툭하고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가득했다.

“너 정말 이 바보와 포장마차 국수나 먹으려는 거야!”

“태진이 쪽에서 5성급 호텔까지 다 준비해 놨어. 한 테이블에 2백만 원이나 한대.”

말이 떨어지자마자 입구에서 클랙슨 소리가 들려왔다.

류혜진이 얼굴을 펴며 재촉했다.

“틀림없이 태진이가 도착했을 거야, 세화야, 빨리 가자.”

아래층에 내려 가자, 아니나 다를까 흰색 양복에 분홍색 장미 한 다발을 든 주태진이 그의 마세라티 옆에 서 있었다.

세화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왔다.

“세화야, 생일 축하해. 이건 너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야.”

말하면서 손에 든 주얼리 상자를 열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

“태진아, 이게…….”

세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난처해했다.

“아이고, 이건 태진이가 너한테 청혼하는 거야! 이 계집애가 빨리 받아들이지 않고…….”

류혜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세화를 밀고 앞으로 걸어갔다.

“어머니, 제가 준비한 생일잔치에 아직 가지도 않았어요. 이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요.”

동혁은 손을 뻗어 세화를 붙잡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이 바보 같은 놈이? 갈 때까지 가 보자는 거지…….”

류혜진은 화가 나서 되려 웃었고, 주태진은 더욱 거들떠보지도 않는 얼굴로 말했다.

“좋아, 먼저 네가 준비한 생일잔치에 가 보지.”

주태진은 이미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내 차는 네 사람만 탈 수 있는데, 네가 어떻게 같이 가? 설마 공유 자전거를 타는 건 아니겠지?”

“괜찮아, 동혁 씨하고 나는 택시를 타고 가면 돼.”

세화가 동혁의 손을 어루만졌다.

차 두 대가 교외로 향했다.

시내에서 점점 멀어지자, 류혜진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이 나쁜 놈아, 길거리 국수도 제대로 먹지 못하게 농촌 관광하러 가는 거야.”

운전 중인 주태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농촌 관광이 아닐 수도 있어요. 깊은 산골에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동혁이 설명을 하고 나서야 류혜진은 비로소 전화를 끊었다.

“동혁 씨, 우리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예요?”

세화는 그때 동혁이 또 다른 사람에게 웃음거리가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도착하면 알게 돼…….”

……

두 대의 차는 결국 세븐스타 장원 입구에 세워졌다.

지금 장원 입구에는 꽃이 가득 진열되어 있고, 레드 카펫 양쪽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다.

레드카펫 하나가 장원으로 이어져 있는데 몇 미터 길이를 깔았는지 모르겠다.

차에서 내리자 류혜진은 노기등등하게 동혁에게 다가갔다.

“동혁, 너 또 병이 났니! 여기는 천룡투자그룹 회장의 생일파티가 열리는 곳인데, 뭘 어쩌려고 우리를 데리고 왔어?”

“화란이도 있는데, 너 고의로 우리 가족이 모욕을 당하게 만들려는 거지?”

주태진도 호의를 베풀지 않고 말했다.

“설마 회장님 생일연회에 비비려는 건 아니겠지? 네 자신의 신분은 생각하지 않아? 들어갈 자격이 있기나 해?”

말이 끝나자 그는 류혜진에게 권했다.

“아주머니, 우리 그냥 제가 준비한 호텔로 가요…….”

류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화의 안색은 좀 창백했다. 동혁이 이렇게 그녀를 실망시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포장마차도, 농촌관광도 다 좋았다. 그녀를 데리고 다른 사람의 생일연회에 올 줄은 몰랐다.

“어머, 이거 세화 아니야? 너희들이 어떻게 왔어?”

바로 이때 화란의 냉담한 소리가 울렸다.

비싼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여신의 마음’ 목걸이를 한 그녀가, 방세한을 이끌고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화란은 냉소를 지었다.

“포장마차에 가서 생일을 보내지 않고? 왜, 너도 천룡그룹에 빌붙어 보려고 왔어?”

방세한도 하찮게 여기며 웃었다.

“이 가난뱅이들 꼬락서니 좀 봐. 선물 준비도 안 했어. 이게 투자를 받으려는 태도야? 우리가 준비한 걸 좀 봐. 이건 2억짜리 동해 야명주야.”

방세한이 의기양양하게 손에 들고 있던 주얼리 박스를 흔들었다.

세화는 어색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류혜진의 눈빛이 불을 뿜으며, 동혁을 씹어 먹을 듯했다.

“누가 우리가 부탁하러 왔다고 했어?”

동혁은 세화의 작은 손에서 간간이 차가운 기운이 전해오는 것을 느꼈다.

‘부탁하러 온 게 아니야?’

화란은 멍하니 말했다.

“너희들이 부탁하러 오지 않으면 뭘 하러 온 거야?”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화란을 쓸어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연히 세화의 생일을 보내러 왔지.”

쾅!

몇 사람이 어리둥절하다가 곧 폭소가 터졌다.

“이 바보야, 네가 뭐라도 된 걸로 착각하는 거야? 여기는 천룡투자그룹 회장이 생일연회를 여는 곳이야!”

“너 같은 쓰레기는 공사장에서 평생 일해도, 이곳에 들어갈 자격이 없어!”

“빨리 저리 꺼져, 너희들이 정말 회장님의 눈을 더럽히겠어!”

사람들의 비웃음을 듣자, 세화는 몸이 떨리면서 온몸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류혜진은 더 이상 잠시도 머물 수 없었다.

“이 병신아, 지금 당장 이혼해! 너 같은 사위가 있어서 내 얼굴이 다 창피해!”

동혁이 다른 사람에게 모욕당하는 것을 보고 주태진은 즐거워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혁 일행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이때 진한영이 지팡이를 짚고 앞으로 나와서 욕을 했다.

“너희 가족은 어떻게 이 바보를 데리고 여기까지 오는 거야? 다른 집안 사람들에게 우리 집안의 우스운 꼴을 보이려는 거야!”

“동혁을 가문에서 축출하기만 하면, 황 갑부가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것이라고 태진이가 말했어. 너희 둘은 나이도 적지 않은 것들이 그 정도도 몰라?!”

“아버지…… 저희는…….”

진창하가 해명하려고 하는데 진한영이 난폭하게 중단시켰다.

“그리고 너, 세화야, 동혁이 이 바보가 진씨 집안을 위해 무슨 공헌을 할 수 있어. 얘는 주태진의 발끝에도 못 미쳐! 오늘은 네 생일인데, 너를 데리고 여기에 오다니 정말 창피해!”

“우리 진씨 집안에 어떻게 너 같은 손녀가 있지!”

진 노인은 수염을 날리며 눈을 부릅떴고, 욕을 먹은 세화는 억울하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들어 굳은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나는 동혁 씨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설령 그가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 해도, 나는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너!”

진 노인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정말 죄를 짓는구나, 우리 가문에 저런 불효 자식이 나왔어!”

류혜진은 울고 싶어도 눈물도 나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못되게 굴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화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세화야, 너 혼자 창피하면 그만이지, 우리 진씨 집안 모두를 같이 창피하게 만드니! 오늘 내가 너를 몇 대 때려야지, 안 되겠다!”

말하면서 화란은 기세를 올렸다.

바로 이때 군중들이 갑자기 한바탕 소리를 냈다.

“저건 황 갑부의 자가용 아니야?!”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눈을 들고 바라보니 순금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천천히 장원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차가 멈추고, 엄숙한 얼굴의 한 중년이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황 갑부가 모습을 보였다.

뜻밖에도 회장님 생신 연회에 황 갑부까지 오다니 정말 놀라웠다.

황지강이 자신의 옷 매무새를 정리하는 것이 보였다. 장내를 스쳐 지나가던 그의 시선이 결국 한쪽으로 향했다.

사람들 모두 황 갑부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눌려, 감히 숨을 쉬지도 움직이지도 못했다.

화란은 손을 번쩍 들고 있다가 한동안 어떻게 거두어야 할지 몰랐다.

바로 그때 황지강이 움직였다.

그가 발걸음을 내디디자 현장에 있던 수천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

실로 장엄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황지강이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심용삼, 이향군 등 많은 거물들이 자동으로 황지강 뒤로 모였다.

현장은 소리 없이 침묵했고, 모든 사람들의 호흡이 멈춘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지강 앞에는 2,3 줄의 사람들만 드문드문 남았고, 진씨 가족도 그 안에 포함되었다.

이미 놀라서 멍한 상태였던 진씨 가족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세화 일가는 갑자기 손발이 저리기 시작했다.

“망했다, 망했어. 동혁이 이 병신아, 우리를 죽일 셈이야?”

류혜진은 놀라서 핏기가 가시면서 거의 쓰러질 뻔했다.

화란과 방세한이 눈을 마주치고 고소하게 생각했다.

‘동혁이라는 쓸모없는 놈이 황 갑부의 카드를 훔치더니 이제 또 뭇매를 맞겠군.’

‘쟤는 이제 죽었어!’

주태진은 미소를 지었다. 머릿속에는 이미 동혁이 무릎을 꿇고 그에게 부탁하는 모습을 환상하기 시작했다.

황지강은 옷 매무새를 꼼꼼히 정리하고, 정색을 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척척…….

온갖 소리들이 모두 고요한 가운데, 황지강의 단단한 발걸음은 마치 큰 망치가 모든 사람의 심장을 때리는 것과 같았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의 발걸음에 따라 움직였다.

결국 그가 멈춰섰다!

다음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숨 쉬는 걸 잊어버리고 머리가 텅 비어 버렸다!

동혁!

황지강이 동혁 앞에 멈춰 섰다!

“세화 아가씨의 생일잔치는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두 분, 이제 장원으로 이동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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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선생님, 천룡투자그룹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부인이 믿기는 확실히 어려울 겁니다. 그게 정상이지요…….”“차라리 이렇게 하지요. 건축자재협회가 해체되었는데 그 이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회사를 구성하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선생님이 회장 직을 맡는 것이 어떻습니까.”“비록 이 선생의 신분하고 어울리지는 않지만, 공적인 지위가 있으면 많은 것을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동혁은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천룡투자그룹이 출자하고, 앞의 이사들이 참여하도록 하지요. 이 새로운 회사는 천룡투자그룹이 지배하는 구조로 하고, 성세그룹이라고 하겠습니다!”황지강은 듣자마자 크게 기뻐했다. 이렇게 되면 원래 건축자재협회의 구성원들은 천룡투자그룹의 덕을 보게 되는 것과 같다.동혁은 황지강을 보며 말했다.“저는 이름만 걸어 놓고, 황 선생님이 사장 자리를 맡아 주시면 어떻겠습니까?”“제가 바라던 바입니다!”황지강은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생일파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건축자재협회를 탈퇴한 이사들이 참여한 성세그룹이 설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그리고 천룡투자그룹은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여 성세그룹을 설립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일단 설립되면, H시의 거대한 세력이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그리고 더욱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것은 회장이 베일에 싸인 젊은이고, H시의 최고 갑부 황지강이 사장직을 맡는다는 소식이었다.일시에 이 젊은 회장의 신분이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저녁에 세화는 하정훈의 전화를 받았다.그러나 약속장소는 주택건설국의 청사가 아니었다.하정훈 개인의 비즈니스 클럽이었다.플래티넘 클럽 2층의 한 룸이다.하정훈은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하나씩 보고 있다.동영상의 내용은 상당히 강렬했다.그 안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자신과 다른 여러 여자들이었다.장소는 모두 이 방이었다.이 동영상들은 모두 그가 이전에 다른 여자들과 함께 찍은 걸작들이다.이때 그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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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화는 이미 자신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하 주임, 너무 지나친 행동은 하지 마세요, 경찰에 신고하겠어요!”“하하, 날 협박하는 거야?”하정훈은 미친 듯이 웃으며 세화의 빰을 때렸다.세화는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려 했지만 하정훈에게 손목을 잡혔다. 그녀는 다른 한 손으로 책상을 잡고 버텼다.“순순히 가서 엎드려. 이 몸이 오늘 여기서 너를 친히 처리해 주지. 이 천한 X이 감히 누굴 협박해!”“이거 놔!”세화가 몸부림쳤지만 어디 남자의 상대가 되겠는가?마음이 급해지자 그녀는 탁자 위에 차를 담은 뜨거운 찻주전자를 집어, ‘퍽’ 소리와 함께 하정훈의 이마를 찍었다.“아악…… 너 이 개X년, 네가 감히 나를 쳤어.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 성을 갈겠어!”하정훈은 피 범벅이 된 이마를 붙잡고, 아파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세화를 놓아주었다.세화는 놀라서 주전자를 던지고 당황하여 재빨리 클럽을 뛰쳐나왔다. 그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목적도 없이 거리 방황했다.잠시 후, 그녀는 갑작스레 걸려온 진태휘의 전화를 받았다.[너 어디야, 당장 집으로 튀어 와!]세화가 진씨 가문의 저택에 도착하자 진씨 가족은 이미 모두 모여 있었고, 모두 그녀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화란의 남자친구인 방세한도 거기에 와 있었고 진한영은 한참 정중하게 그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할아버지, 저 해충 같은 인간이 왔어요.”이때 화란이 한마디 했다.“망할 자식, 당장 무릎 꿇어!”진한영은 격노하여 책상을 두드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왜 하 주임을 다치게 했어? 그는 시 고위 간부인 하세량의 친조카야. 게다가 하씨 가문은 H시의 일류 가문이야.”“하 주임은 이미 진씨 집안에 보복하겠다고 말 하는데, 우리를 다 죽이려고 그러는 거냐!”세화는 무릎을 꿇고 설명했다.“할아버지, 하정훈이 자기랑 같이 자야 허가증을 준다고 하고 손찌검까지 했어요. 제가…….”“입 닥쳐, 사람을 때리고서는 이유는 무슨 이유야!”태휘는 난폭하게 그녀의

  • 전신이 깨어났다   제22화 죽도록 맞은 하정훈

    그는 진씨 일족들의 잡아먹을듯한 눈빛을 무시하고, 세화를 일으켜 세웠다.“여보, 나와 함께 집에 돌아가자, 안심해, 당신한테 아무 일도 없을거야. 내가 보장할게.”그리고 류혜진을 일으켜 세우고, 바로 가족들을 데리고 진씨 가문의 저택을 떠났다.“세화야, 너는 하정훈을 때렸어. 자수하지 않고 네가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해?”“자신을 희생해서 진씨 집안을 보전하고, 너희 부모님의 말년을 돌봐야지. 너 잘 생각해야 해…….”사람들이 위협하자, 세화의 얼굴빛이 다시 창백해졌다.“동혁 씨, 당신이 부모님을 집에 데려다 주세요. 저는 자수할게요.”진씨 가문의 저택을 나서자, 세화는 갑자기 동혁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앞으로 부모님을 잘 보살펴 주셔야 해요. 나는 진씨 집안 사람은 믿지 않지만, 당신은 믿어요.”류혜진은 그 말을 듣자 조급해졌다.그녀는 세화를 잡아당겨 말했다.“동혁아, 네가 세화를 대신해서 자수해라. 요 몇 년 동안 세화가 그렇게 고생한건, 전부 네가 그렇게 만든 거야.”동혁의 마음이 싸늘해졌다.그러나 세화 일가의 지난 몇 년간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모두 자신이 초래한 것이다.그는 류혜진의 말을 못 들은 걸로 치고는 진지하게 말했다.“여보, 내가 다 말했잖아. 이런 사소한 일은 괜찮아. 우리가 지금 바로 그 하정훈을 찾아가도, 당신은 아무 일도 없을 거야.”“동혁씨, 당신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어요. 하씨 가문은 최고의 명문 가문이예요. 그의 삼촌이 바로 오늘 생일잔치에 왔던 하세량이예요. 이 일은 사소하지 않아요.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세화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눈물이 손가락 사이로 계속 흘러내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눈물을 닦고 말했다.“동혁씨, 당신은 부모님을 데리고 돌아가요. 저 혼자 경찰서에 갈게요.”동혁이 아무리 세화에게 말해도 듣지 않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빨리 이 일을 처리해야 세화가 자신을 믿을 거라고 생각했다.“내가 바로 하정훈을 찾아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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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9화 어떻게 책임질 거야?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8화 추돌 사고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7화 사해상공회의소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6화 빅 뉴스

    경병수는 마침내 주다정이 요 며칠 동안 온갖 방송국 자원을 동원해서 유언비어를 날조해서 얼굴에 먹칠을 하게 만들었던 대상이 동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경병수가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동혁의 태도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동혁이 냉혹한 말투로 경병수에게 말했다.“경 국장, 내가 잘못 들었나?” “나는 해고하는 건 못 봤어. 오히려 당신이 가지고 놀다가 질린 음탕한 여자를 나한테 꽂아 넣으려고 한 걸 봤는데.”“경 국장, 당신은 나 이동혁을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털썩-경병수는 눈빛마저 초점을 잃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이제는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동혁이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작정임을 드러낸 것이다.더 중요한 건 경병수가 반박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건 바로 경병수가 생각한 방법이었기에.동혁은 경병수를 더 이상 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임창호에게 말했다.“방송국 위아래 모두 대청소를 해야겠군요.”“시 방송국의 바로 H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인데, 오히려 온갖 오물과 비리가 난무하는 곳이 되었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네!”임창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경병수의 접견을 자신이 주선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자신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이제는 자신이 시장에게 점수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반드시 만회해야 해!’임창호는 곧바로 사정 파트의 직원들을 호출했다.“경병수와 주다정은 모두 즉시 파면 처분했다고 공고하도록 해. 그리고 내가 직접 방송국에 주재하면서 대대적으로 정리하겠다.”임창호의 말은 경병수와 주다정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완전히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야 했다주다정은 자신이 어떻게 시청에서 나왔는지,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줄곧 멍한 표정이었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천진이 나와서 문을 열었다.그러나 주다정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다정아,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5화 함부로 친척이라고 하지 마

    동혁의 이런 비난에 경병수는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었다.‘주다정 저 멍청한 X이 자기만 망친 게 아니라 나까지도 망쳤어.‘시장님의 말은 우리 방송국 전체에 아주 불만이 많다는 걸 드러낸 게 분명해.’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면서 경병수는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시, 시장님... 저 주다정이 갑자기 미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방송국 직원들은 모두 시장님을 존경하고 있고, 불경한 의도를 품은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말을 하면서 경병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의 싸늘한 태도를 보자 주다정에 대한 분노가 솟구쳤다.‘이 멍청한 X이 나까지 말려들게 하다니!’경병수는 갑자기 주다정을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거기서 그치지 않고 두 발로 계속 거세게 걷어찼다. 퍽! 퍽! “아악! 아파요. 양아버지 제발! 제발 그만 때리세요!!”주다정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누가 네 양아버지야!”주다정의 입에서 양아버지란 말이 나오자, 경병수는 넋이 나갈 정도로 놀랐다.재빨리 달려들어 주다정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연달아 따귀를 때렸다.짝! 짝! 짝!“악! 제발 그만!” “나는 너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 함부로 친척이라고 하지 마!” “한 번만 더 주둥이를 놀리면 때려 죽여버리겠어!”경병수는 이번에 정말 필사적이었기에 온 힘을 다해 주다정을 때렸기에, 주다정은 너무나 비통한 나머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경병수가 아무리 둔하다 해도 동혁과 주다정 사잉에 원한이 쌓여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주다정은 이미 시장님의 마음 속에서 끝났어.’‘지금 만약 주다정이 내 수양딸이라는 게 들통나면 이동혁이 나를 그냥 두겠어?’주다정의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때리던 경병수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때리던 걸 멈췄다.지금 주다정은 갯벌의 진흙처럼 엉망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마치 숨이 간들간들한 강아지마냥 입으로는 연신 끙끙 신음소리를 내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4화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

    “이, 이동혁?!” 주다정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설마 요즘 내가 너무 잠자리에 탐닉하느라 피곤해서 환각을 보는 건가?’ 자시을 때려 죽인다 해도 동혁이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여기는 시장님의 관저이자 H시 권력의 중심지야. H시에서 가장 존귀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동혁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어?’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나와서 자세히 보고는, 주다정은 다시 한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책상 뒤에 있는 남자는... 정말로 이동혁이 맞아!’주다정은 완전히 멍한 상태였다.요 며칠 동안 주다정은 전력을 다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모두가 욕을 퍼붓자, 동혁은 H시에서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주다정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동혁은 집 밖에도 못 나오고 쥐 죽은 듯이 지내거나, 몰래 H시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동혁이 당당하게 시장실 한가운데 서 있다니?’ ‘이게 말이 돼?’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주다정은 무의식적으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화를 냈다. “야, 이동혁! 너 같은 쓰레기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넌 인간 말종인 쓰레기야! 이곳이 어디라고 너 따위가 감히 들어와?” 주다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장실 안은 이미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시장실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부시장 임창호와 방송국 국장 경병수. 그리고 그들을 안내한 시장실 직원들까지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마치 바보를 보는 것처럼 주다정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느끼자, 주다정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자신감이 없어졌다. 불안해진 주다정이 주변을 둘러보니, 시장실 안에는 동혁 외에 임창호 부시장과 시장실의 직원들이 있었다.‘시장님은?’주다정은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동혁이 이런 중요한 장소에 버젓이 나타난 데다가, 부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3화 아주 드문 유능한 인재

    “시장님, 경병수 국장은 오랫동안 방송국에서 근무한 베테랑입니다. H시 내에서도 명망 있는 인물이고도 하고요. 만나보시겠습니까?” 임창호가 허리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송국 국장이?” 동혁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답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곧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 남성이 임창호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시장님, 이쪽은 시 방송국의 경병수 국장입니다.” 임창호가 간단하게 소개했다.동혁을 본 경병수는 첫눈에 새 시장이 과연 바깥에 떠도는 소문 그대로라는 느낌이 들었다.‘정말 너무나 젊은데!’시장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인 경병수가 겸손하게 인사했다. “시장님, 그냥 ‘경 국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가볍게 대답한 동혁이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임 부시장이 보고할 게 있다고 하던데 이번 우수직원 선발과 관련된 건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 시장님!” 순간 당황했던 경병수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이번에 저희 시 방송국에서 선발된 우수직원은 주다정이라는 경제 뉴스 앵커입니다.” “어제 시장님께서 지시하신 뒤에, 저희도 내부적으로 철저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동혁은 담담하게 물었다. “아 그래요? 조사 결과는 어떤가요?” 경병수가 몰래 동혁의 표정을 살폈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주다정이 앞서 시장이 단독으로 자신을 접견하기로 했다고 말한 걸 떠올리고, 시장이 주다정에게 악의가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주다정의 직속 상관인 자신이 주다정에게 좋은 얘기를 하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경병수가 얼른 입을 열었다.“네! 시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내부 조사 결과 주다정 기자는 진지한 태도로 업무를 책임지고 있고 업무 능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게다가 도덕성과 인품 면에서도 방송국 내에서 아주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다정 기자가 몇 년 간 연속해서 우수직원에 선정된 것은 바로 방송국 전체 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2화 감동적인 로맨스 영화

    “오 사장님, 과찬이세요. 오 사장님은 리성투자회사에 명문가인 이씨 가문을 배경으로 가지고 계시기에, 언론계도 오 사장님 앞에서는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지요.” “오 사장님에 비한다면 저는 감히 비교할 가치도 없는 미미한 존재지요.” 주다정이 웃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전화를 한 이유가 말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거야.’ “오 사장님이 갑자기 전화를 주신 게 혹시 저한테 시키실 일이라도...?” 전화기 너머에서 오한민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킬 정도는 아니고, 주 기자가 요즘 이동혁과 이동혁의 아내를 상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어.] ‘휴... 다행이야.’ 그 말을 듣자 주다정은 한숨을 돌렸다.주다정은 오한민이 이씨 집안을 대표하는 동혁과 원한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게다가 이전에 오한민과 어정쩡한 관계였던 대니얼도 동혁에 의해 폐인이 되어 참혹한 모습으로 본국으로 송환되었다. ‘이동혁을 싫어하는 오한민이 이동혁을 도우려고 전화한 건 분명히 아니야.’ 이렇게 생각한 주다정은 곧바로 억울하다는 듯이 가장하고 말했다. “오 사장님, 저는 정말 억울해요! 그 이동혁과 진세화 그 두 사람이 얼마나 저를 무시했는지 아세요? 심지어 제게 무릎을 꿇고 구두를 핥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이 부부하고 끝까지 싸우려는 거예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부부의 힘이 너무 강해요. 제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여전히 그 부부를 넘어뜨릴 수가 없어요.” “오 사장님께서 좀 도와주신다면, 제게는 정말 큰 힘이 될 거예요.”주다정은 자본시장의 큰손인 오한민은 자신은 꿈도 꿀 수 없는 언론 매체 장악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한민이 일단 힘을 쓰기만 하면 이동혁 일가의 오명을 전국적으로 퍼지게 할 수 있어!’ 침묵하고 있던 오한민이 차갑게 말했다. [이동혁은 내 아들을 망가뜨린 놈이야. 나도 그 개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지.] [하지만 지금 그놈은

  • 전신이 깨어났다   제1061화 야심만만

    경병수의 말이 당연히 사실임을 잘 알고 있기에 주다정은 속으로 득의양양했다.하지만 경병수의 말과 전혀 다른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저는 시장님이 너무 빨리 저를 가지게 하고 싶지 않아요.” “쉽게 얻게 된다면 저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테니까요” “쉽게 얻은 건 쉽게 버려지니까요.” “그래서 우선 시장님의 비서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래서 국장님이 이번엔 꼭 도와주셔야 해요.” “저하고 같이 가서 시장님께 업무 보고를 하시면서, 저를 비서로 적극 추천해 주세요.” 주다정은 언제나 명문가에 시집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내 육체를 팔아서 단기간의 이익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해’‘새 시장의 부인이 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쟁취할 거야.’‘남자의 그늘 아래서 늘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그런 정부 말고!’ 주다정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경병수에게 속삭였다. “국장님, 꼭 도와주실 거죠?” “앞으로 제가 더 잘 챙겨 드릴게요.” 방송국에서 십여 년 동안 국장으로 있었기에, 경병수는 H시의 터줏대감으로 유명했고 인맥도 넓었다.자신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면, 자신의 체면을 고려해서라도 시장이 틀림없이 주다정을 비서로 채용할 거라고 생각했다,경병수는 잠시 고민했다. ‘주다정은 예쁘지만 솔직히 몇 년 동안 즐겨서 이젠 좀 질렸어.’ ‘마침 방송국에 젊고 예쁜 인턴들이 들어왔으니, 주다정을 대신할 새로운 타겟을 찾을 때가 됐지.’ 하지만 주다정은 너무 영악해서 줄곧 정리할 기회를 찾지 못했는데 이제 기회가 온 거야.’‘주다정과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다정이 정말로 시장 비서가 된다면 앞으로 아주 쓸모 있는 백 그라운드를 가지게 되겠지.’ ‘정말로 시장님 여자가 된다면 그럼 금상첨화지.’ ‘원래 주다정의 행실로 봐서는, 시장님과 같은 큰 인물은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다정 같은 여자는 받아들일 수가 없어.‘하지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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