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계상의 이 말은 모든 재상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진루안도 다소 불가사의하게 전계상을 바라보았고, 이 전계상이 말을 잘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용국 정사당의 이렇게 많은 재상들 속에서 전계상과 손하림은 거의 단짝이었다. 두 사람의 감정이 아주 좋아서 거의 집안끼리 서로 왕래하는 동맹이기도 했다.그런데 바로 이런 재상인 전계상이, 지금 뜻밖에도 손하림과 공공연히 상반되는 태도를 취하는 데다가, 직접적으로 표현했다.이 장면의 출현은 자연히 모든 재상들의 의아함과 난해함을 불러일으켰고, 모두 전계상의 반응이 다소 비정상적이라고 느꼈다.손하림도 좀 어리둥절했다. 그도 왜 전계상이 뜻밖에도 자신과 엇박자를 냈는지 몰랐다. ‘게다가 뜻밖에도 진루안의 제의에 동의했어? 저 전계상이 도대체 또 무슨 소란을 피우는 거야?’모든 사람들이 전계상을 보고 있었다. 만약 그가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그의 제의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손하림은 믿지 않을 것이다.다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전계상을 믿는 사람이 있었다. 비록 전계상과 손하림의 관계가 아주 좋더라도, 지금 진루안은 전계상의 말에 거짓이 없다고 절대적으로 믿는다.단지 전계상이 이 말을 할 때 온 얼굴이 진실된 표정이었고, 사람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그의 제의는 바로 그의 속마음이다.만약 그렇다면 전계상에 대한 진루안의 태도는 아주 큰 전환이 있게 될 것이다. 적어도 이 재상은 책임이 있고 행동도 있게 될 것이다. 손하림처럼 늙은 티를 내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밥만 축내는 늙은 퇴물이 아닌 것이다.“왜 쳐다봐?” 전계상은 모든 재상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 안색이 일그러지면서 참지 못하고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내 결정이 뭐가 잘못되었는가?”“용국인으로서, 용국의 재상으로서,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의외야?”“아니면 너희들은 나 전계상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희들의 눈에 비친 나는, 그
‘그렇지 않으면, 나는 필연적으로 이 동맹을 잃고 이 정사당의 동반자와 친구를 잃게 돼.’대국적인 고려를 위해서 그는 부득불 이번의 비꼬는 풍자를 접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설사 이런 풍자가 다소 접수하기 어렵고, 더욱 창피하게 되더라도 반박해서는 안 돼.’전계상의 경력은 아주 오래되었다. 그가 재상 중에서 11위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강조한의 앞자리를 차지할 뿐이지만, 그의 나이와 경력은 소장파 재상들도 구비하지 못했기에, 전계상을 대할 때는 반드시 어느 정도 경의를 품어야 했다.진루안은 지금 전계상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자신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그의 이 제의를 지지한 것이 뜻밖에도 손하림의 동맹인 전계상이었다.전계상은 과거에도 진루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두 사람은 거의 서로를 범하지 않는 관계였다.그러나 지금 전계상의 이 말, 특히 마지막 분노가 진동하여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순간, 진루안의 그에 대한 경의는 몇배나 많아졌다.‘설령 그가 많은 결함이 있고, 심지어 그가 패거리를 만들고, 심지어 손하림에게 부화뇌동한다 하더라도, 그는 존경할 만한 노인이야.’‘그러나 이는 모두 생존을 위한 것이며 조정에서 더욱 편안한 발언권과 지위를 가지기 위한 것이야.’‘그러나 전계상은 그의 양심을 잃지 않았고, 더우기는 그의 책임을 저버리지 않았어.’ 그야말로 진루안이 존경해야 할 사람인 것이다.“전 대신님, 대단하십니다!”진루안은 눈빛으로 전계상을 깊이 바라보면서 그를 향해 허리를 굽혀 절했다.전계상은 엷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너는 그럴 필요가 없어. 나는 너를 위한 것이 아니야. 나는 단지 공정한 말을 했을 뿐이야.”“하지만 나는 사람이 작아서 내 제안을 할 뿐 다른 재상들의 태도를 결정할 수는 없어.” 전계상은 이 말을 한 뒤 말을 하지 않은 다른 재상들을 바라보았다.예를 들어 재상의 수장인 부마 김태상은 그의 태도와 제의를 발표하지 않았다. 또 양상연, 성여운, 양사림,
“나는 여러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마치…… 전 대신님처럼 말이지요.”진루안의 눈빛은 이 재상들을 힐끗 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단정하게 입었다고 할 수 있다.‘아무튼 이 사람들은 모두 용국의 최고 권세가들이야.’‘그들은 손을 흔드는 사이에 수천만 명, 심지어 수억 명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어.’‘그러나 바로 이런 재상들이 이 일이 가져다준 책임과 결과를 감히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다소 풍자적인 것이 아닌가?’마지막으로 전계상의 몸에 시선을 둔 진루안은, 다시 그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회의실을 떠났다.전계상은 복잡한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보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말 진루안을 돕기 위해 그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정말 공정을 위해서일 뿐이었다.그는 100년 전의 그런 암울한 사회로 돌아가서, 외국인에게 개 돼지로 불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무감각한 상태로, 용국을 모욕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것은 한 민족의 슬픔이자 실패이며, 어쩔 수 없는 거야.’‘이제 용국이 일어섰는데, 이대로 참으면 상대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뿐, 당신들은 여전히 100년 전처럼 연약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짐승 같은 나라와 싸우면서 개뿔 같은 인의와 예지, 신념으로 대처할 수 없어. 그러면 네 얼굴만 무색해질 뿐이야.’‘남이 총을 들고 너를 때려 죽이려고 하는데, 네가 책 한 권을 가지고 그에게 선을 행하라고 권하는 것은 가소롭기 그지없는 것이 아니야?’‘그러나 지금 이 재상들이 이런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슬프네.’“저 진루안은, 아직 젊어.” 전계상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그의 곁에 앉아 있던 이천상은, 전계상의 말을 들은 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전 대신, 왜 그렇게 말하는 겁니까?”전계상은 리천상을 보았다. 그는 마지막 순위의 재상이고 나이도 비교적 젊어서 50세 정도밖에 안 되었다.‘적어도 20년은 더 있어야 이곳의 권세, 이곳의 후광과 영광을 누릴 수 있어.
진루안은 자신이 회의실을 떠난 뒤에 전계상과 이천상이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임페리얼에서 보낸 BMW를 타고 자룡각으로 갔다.국왕이 집무하는 자룡각과 정사당 건물은 두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차를 타고 도착하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진루안이 아직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붉은색의 군복을 입은 채영원이 이미 자룡각의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채영원은 경도 자룡각의 시위대장이자 친위대의 대장이다. 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으로 국왕 조의의 밀착 경호원이자 동시에 2급장군이다.그는 신분과 지위는 모두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비록 2급장군에 불과하지만, 그는 조의의 비서 외에는 국왕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인물이다.“내리세요, 궐주님!”채영원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BMW 안의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차에서 내린 진루안은, 채영원의 약간 비정상적인 표정을 바라보면서 바로 마음이 가라앉았다.‘채영원과 비록 깊은 친분은 없지만, 여러 번 본 적이 있어서, 채영원 그도 이렇게 감정이 담담할 정도는 아니야. 그런데 그가 이렇게 냉담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이는 건 국왕 조의뿐이야.’‘분명히 조의가 그에게 어떤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거야.’“채 통령이군요!”채영원의 통속적인 호칭은 바로 채 통령이다. 이 역시 그의 가장 높은 직위이며, 물론 채 장군이라고도 할 수 있다.그러나 채영원은 전쟁터에 나갈 기회가 별로 없었다. 적이 경도를 함락시키지 않는 한, 그는 자룡각을 수비할 때만 전쟁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그러나 만약 그날이 온다면 그가 전쟁에 참여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것이다.“궐주께서 양해해 주십시오, 당신의 몸을 수색할 것입니다!”“이것은 국왕의 명령이니 용서하십시오!”채영원은 여전히 냉담한 표정으로 말한 뒤에 손을 흔들었다. 뒤에 있던 친위대 대원 몇 명이 다가와서 위험한 무기는 없는지 진루안의 온몸을 수색했다. 이전에
발걸음을 멈춘 채영원이 몸을 돌려 진루안에게 말했다.“궐주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통보하겠습니다!”“그래요, 채 통령.” 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지금은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랬다면, 특히 이런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면 진루안은 틀림없이 발끈했을 것이다. 그러나 채영원은 국왕 조의의 명령을 받았기에, 이 모든 것은 국왕과 관계가 있다.그러니 진루안은 어떻게 화를 내겠는가? 아무리 화를 내도 의미가 없다.오직 얌전하게 문밖에 서서 국왕 조의의 접견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절차는 이전에는 필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진루안은 이런 번거로움 없이 국왕 조의를 만날 수 있었다.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채영원은 마치 돌이 바다에 가라앉은 것처럼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진루안은 문 앞에 서서 기다리면서, 10분, 20분이 지나갔다.30분, 50분이 지났다.한 시간이 지났다!‘채영원이 안에 들어간 지 족히 한 시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온 것을 보고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동강시에서 와서 보고한다고 해도 될 만한 시간이야.’‘그러나 채영원은 나타나지 않았어. 그렇다면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국왕 조의가 채영원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은 뜻은 분명해. 바로 나를 말리려는 거야.’왜 자신을 방치하는 지에 대해서 진루안은 잘 모른다.‘그러나 국왕 조의가 이렇게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만의 이유가 있을 거야.’‘용국이 건국된 이래로, 태조 국왕을 제외하고 이런 지혜와 총명함을 가진 후계자는 거의 없었는데, 조의가 바로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야.’“궐주, 들어가세요!”바로 그때 채영원이 마침내 걸어 나왔지만, 여전히 이전처럼 차갑고 무표정한 모습이었다.진루안은 지금 이미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채영원은 한 시간이나 시간을 낭비했어. 내가 만약 좋은 표정을 보인다면 진루안이 아니야.’채영원도 국왕 조의의 분부대로 일을 처리하였지만, 여전히 불쾌한
이 때문에 진루안은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국왕 전하, 하실 말씀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이럴 필요는 없습니다.”“한 시간 동안 저를 방치해 놓으셨는데, 도대체 뭘 하시려는 건지 국왕께서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진루안은 조의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계속 침묵을 지킬 수 없었고, 조의가 계속 그를 방치하도록 잠자코 있을 수는 더더욱 없었다. 오늘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답도 얻지 못한다면 그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이고, 더우기 임페리얼의 주인이자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며, 또한 임페리얼왕이기도 하다.‘이 세 가지 신분 중 어느 것이든 조의의 노예가 아니야.’‘그는 나를 두드릴 자격은 있지만, 이렇게 나를 자극할 필요는 없어.’손에 든 펜을 놓은 조의는 고개를 들고 차갑게 진루안을 훑어보았다.바로 이렇게 쳐다보자, 진루안은 마치 얼음굴에 떨어진 것처럼 온몸의 솜털이 더욱 곤두섰다.진루안은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앞에 있는 조의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그는 국왕 조의가 뜻밖에도 고대무술 수련자라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미 그 경지가 연골7중에 이르렀다는 것이다.지금의 조의는 이미 연골9중을 일컬는 대원만의 경지가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그러나 나는 지금 아직도 연골1중 경지에 지나지 않아.’ 조금도 수련하지 못한 그는 지금 강렬한 긴박감을 느꼈다.이전에 그는 시종 국왕 조의가 단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의 권력이 하늘에 사무치더라도, 비록 용국 전체가 그의 조씨 가문이더라도, 그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이었다.그럼 방금 발견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뒤엎었기에 놀란 진루안은 한참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러나 이것은 결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의의 천부적인 재능과 총명함으로 볼 때, 그가 고대무술 수련자라고 해도 전혀 희한한 일이 아니다.‘결국 태조와 태종도 모두 고대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진루안은 확실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조의의 이런 모습을 보자 갑자기 이 모든 것이 따분해졌고, 말하든 말하지 않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그렇기에 괜히 더 수모를 당하지 않도록 말할 필요가 없었다.진루안은 조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조의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엇었다. 그러나 그는 조의의 말을 통해서, 조의의 뜻이 손하림 그들과 차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굴하더라도 바다에서 발생한 사건을 확대하지 않고 냉정하게 처리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 국왕 조의도 이렇게 하기로 선택한 이상 내가 또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무슨 말이 더 필요해? 아무것도 필요 없어.’그는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고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결국 이 용국은 조씨의 강산이지 진씨의 강산이 아니다.‘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한다면, 나는 일찌감치 해야 할 일을 하면 돼.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좋아, 신하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은 모양이네.”조의는 진루안의 이런 표정 변화를 보고, 얼굴에 만족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예전에 네가 내 앞에서 분수에 지나친 행동을 할 때가 많았는데, 나는 결코 따지지 않았어. 그러나 이제는 안 돼. 비록 네가 임페리얼왕이 되었지만, 너는 여전히 신하라는 걸 기억해!”“임금과 신하는 마땅히 분별이 있어야 해, 나는 군주고 너는 신하야!”“네가 해야 할 일은, 내 결정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거야.”“그리고 앞으로 지방의 일을 포함해서 정사당의 일에 끼어들지 마. 이 용국은 조씨의 강산이지, 진씨의 강산이 아니야!”진루안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같았지만, 조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렇게 의미가 달라졌다.이렇게 독한 말은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지만, 조의는 진루안의 생각이나 표정이 어떤 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그가 바로 국왕이다. 그는 용국의 주재자이니 이렇게 패기가 있어야 한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국왕전하, 안녕히 계세요!”진루안은 몸을 돌려 떠나면서 더 이상 조의를 보지 않았다.조의의 이런 결정은 그의 마음을 철저하게 상심하게 만들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에 상처를 입혔고, 용국을 수호하려는 진실된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이 순간, 진루안도 갑자기 왜 그렇게 많은 재상들이 겁쟁이가 되어 꽁무니를 빼고, 양심을 원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원래 양심이라는 건 조정에서는 너무 사치스러워. 양심을 가진 사람은 결국 모두 철저하게 패배해서 묵사발이 되는 거야.’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진루안은 이제 마침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조의가 왜 트집을 잡아서 나를 정직시켰을까? 단지 내가 한 가지 잘못했기 때문에, 심지어 그렇게 노발대발했어. 그것은 바로 조의 앞에서 주제넘게 나서서는 안 된다는 거야.’‘이번 M국의 초계기가 용국의 영해 부근에 침입한 것은 확실히 엄정하게 대해야 해. 그러나 이 화제를 내가 시작해서는 안 돼, 조의가 시작해야 해.’‘바로 용국의 왕인 그가 모든 위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제기해야 좀 더 설득력이 있어.’‘다만 이 모든 것을 내가 먼저 해버렸는데, 이는 내가 범한 가장 큰 잘못이자 조의가 저렇게 크게 분노한 원인이기도 해.’‘나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오로지 용국의 존귀함과 영예를 위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결국 암투의 이단적인 길이야. 국왕 조의도 이번 사건을 안중에 두지 않고, 오히려 이번 사건을 빌미로 나를 호되게 정리한 거야.’‘그럴 필요가 있습니까?’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심정의 진루안은 그에게 한마디 묻고 싶었다. ‘정말 필요합니까?’‘과연 권력과 존엄이 용국의 존엄보다 중요한 거야?’‘그들 모두가 이렇게 시시콜콜 따지면서 끊임없이 싸울 정도인 거야?’진루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면서 자룡각을 나섰다. 채영원의 곁을 지날 때도 진루안은 그에게 인사도 한마디 하지 않았고, 그를 무시한 채 나갔다.채영원도 복잡한 눈빛으로 진루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