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진루안은 확실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조의의 이런 모습을 보자 갑자기 이 모든 것이 따분해졌고, 말하든 말하지 않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그렇기에 괜히 더 수모를 당하지 않도록 말할 필요가 없었다.진루안은 조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조의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엇었다. 그러나 그는 조의의 말을 통해서, 조의의 뜻이 손하림 그들과 차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굴하더라도 바다에서 발생한 사건을 확대하지 않고 냉정하게 처리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 국왕 조의도 이렇게 하기로 선택한 이상 내가 또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무슨 말이 더 필요해? 아무것도 필요 없어.’그는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고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결국 이 용국은 조씨의 강산이지 진씨의 강산이 아니다.‘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한다면, 나는 일찌감치 해야 할 일을 하면 돼.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좋아, 신하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은 모양이네.”조의는 진루안의 이런 표정 변화를 보고, 얼굴에 만족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예전에 네가 내 앞에서 분수에 지나친 행동을 할 때가 많았는데, 나는 결코 따지지 않았어. 그러나 이제는 안 돼. 비록 네가 임페리얼왕이 되었지만, 너는 여전히 신하라는 걸 기억해!”“임금과 신하는 마땅히 분별이 있어야 해, 나는 군주고 너는 신하야!”“네가 해야 할 일은, 내 결정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거야.”“그리고 앞으로 지방의 일을 포함해서 정사당의 일에 끼어들지 마. 이 용국은 조씨의 강산이지, 진씨의 강산이 아니야!”진루안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같았지만, 조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렇게 의미가 달라졌다.이렇게 독한 말은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지만, 조의는 진루안의 생각이나 표정이 어떤 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그가 바로 국왕이다. 그는 용국의 주재자이니 이렇게 패기가 있어야 한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국왕전하, 안녕히 계세요!”진루안은 몸을 돌려 떠나면서 더 이상 조의를 보지 않았다.조의의 이런 결정은 그의 마음을 철저하게 상심하게 만들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에 상처를 입혔고, 용국을 수호하려는 진실된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이 순간, 진루안도 갑자기 왜 그렇게 많은 재상들이 겁쟁이가 되어 꽁무니를 빼고, 양심을 원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원래 양심이라는 건 조정에서는 너무 사치스러워. 양심을 가진 사람은 결국 모두 철저하게 패배해서 묵사발이 되는 거야.’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진루안은 이제 마침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조의가 왜 트집을 잡아서 나를 정직시켰을까? 단지 내가 한 가지 잘못했기 때문에, 심지어 그렇게 노발대발했어. 그것은 바로 조의 앞에서 주제넘게 나서서는 안 된다는 거야.’‘이번 M국의 초계기가 용국의 영해 부근에 침입한 것은 확실히 엄정하게 대해야 해. 그러나 이 화제를 내가 시작해서는 안 돼, 조의가 시작해야 해.’‘바로 용국의 왕인 그가 모든 위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제기해야 좀 더 설득력이 있어.’‘다만 이 모든 것을 내가 먼저 해버렸는데, 이는 내가 범한 가장 큰 잘못이자 조의가 저렇게 크게 분노한 원인이기도 해.’‘나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오로지 용국의 존귀함과 영예를 위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결국 암투의 이단적인 길이야. 국왕 조의도 이번 사건을 안중에 두지 않고, 오히려 이번 사건을 빌미로 나를 호되게 정리한 거야.’‘그럴 필요가 있습니까?’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심정의 진루안은 그에게 한마디 묻고 싶었다. ‘정말 필요합니까?’‘과연 권력과 존엄이 용국의 존엄보다 중요한 거야?’‘그들 모두가 이렇게 시시콜콜 따지면서 끊임없이 싸울 정도인 거야?’진루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면서 자룡각을 나섰다. 채영원의 곁을 지날 때도 진루안은 그에게 인사도 한마디 하지 않았고, 그를 무시한 채 나갔다.채영원도 복잡한 눈빛으로 진루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요?”“진루안이 이렇게 정직 당한 거야?”“나는 왜 가짜 뉴스라는 생각이 들지?”“가짜 뉴스가 아니야. 방금 채영원 쪽에서 전해왔는데, 국왕이 이미 공고문을 냈으니 장난일 리가 없어.”진루안이 정직되었다는 소식은 불과 10분도 안 되어 용국정사당 전체에 퍼졌고, 이 소식을 들은 재상들은 더욱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의논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정말 진루안이 정직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진루안은 국왕 조의가 가장 믿는 사람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아야 해. 이것은 진루안이 시종 고립무원의 신하가 된 데서 비롯되었어. 고립무원의 신하는 당연히 조의의 의심과 시기심을 받지 않지. 그러나 이런 진루안도 정직을 당했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이 재상들의 표정은 모두 달랐다. 놀라서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고 의심하면서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물론 평범한 표정이거나, 심지어 눈빛에서 통쾌함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손하림은 바로 눈빛에서 통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이 업보가 정말 빨리 왔다고 느꼈다. ‘진루안은 방금 이곳에서 내게 한바탕 노발대발하고 질책했는데, 잠깐 사이에 그 자신이 정직을 당했어.’‘요즘은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렵고, 좋은 일도 하기 어려워. 어떤 때는 이런 현실이 잔혹하지. 너는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야.’‘네가 전혀 어울리지 못하니 별종인 거야. 네가 정직당하지 않으면 누가 당해?’‘흰 백조 한 마리가 검은 까마귀 무리 안에 떨어지면, 흰 백조는 당연히 심하게 배척을 받게 돼. 까마귀 무리의 모든 까마귀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는데, 단지 네가 보통 사람과 다르기 때문이야.’‘네가 깨끗한데 다른 사람들이 더럽다면, 그럼 너를 용납할 수 없게 돼.’“보아하니 진루안은 어딘가에서 국왕에게 미움을 산 모양이야. 그렇지 않다면, 그럴 수가 없어.”전계상은 고개를 저으면서 탄식하듯이 말했다. ‘양심을 가진 젊은이가 이런 타격을 입었으니, 나오
‘그러나 진루안에게 있어서 일단 그의 지위를 정직시킨 것은 이 우정이 끊어졌음을 의미해. 다시 진루안의 직위를 회복시키기가 그리 쉽지 않을 거야.’‘국왕 조의의 고려가 다소 부족했어.’이것이 바로 두 사람의 지금 마음속 생각이다. 물론 이것도 단지 그들의 생각일 뿐, 결국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하나의 추측일 뿐이다.“이것이 바로 주제넘게 나서기를 좋아한 대가야, 허허.” 옆에 있던 손하림은 소인배의 작태를 보이면서 냉소를 연발했다. 눈에는 더욱 경멸과 조롱을 담고 있었다.그도 진루안이 정직된 원인을 추측했지만 다소 통쾌했다.‘진루안 너는 지극히 충성스럽잖아? 진루안 너는 국민을 위해 청원했잖아? 진루안 너는 용국의 존엄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어?’‘그런데 왜 정직을 당했어? 이것도 너무 풍자적이지 않아?’손하림은 정말 크게 웃고 싶었다. 회의실의 모든 재상들이 여기에 있지 않았다면 그는 적어도 3분 동안은 크게 웃었을 것이다.‘이렇게 좋은 일은 정말 사람을 기쁘게 해.’몇몇 재상들은 손하림이 이렇게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일어서서 회의실을 나갔다.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나가면서 곧 회의실의 재상들 모두 각자 떠났다.큰 배를 내밀고 일어난 손하림은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유유히 떠났다.결국 회의실에는 김태상과 양상연 두 재상만 남았다. 이 두 사람은 정사당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재상이기도 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양상연은 참지 못하고 김태상에게 물었다. 그는 조의의 매제이자 용국의 부마로 선임 재상이기도 했다. 그가 이 일의 인과관계를 잘 모를 리가 없었다.‘조의가 도대체 왜 진루안을 정직시켰는지, 이건 너무나 터무니없어.’그렇다, 양상연에게 이런 결정은 그야말로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충성스러운 사람을 면직시켰는데, 그 뒤의 영향이 얼마나 나쁠지 아는 거야?’‘용국에 대한 포부가 충만한 수많은 정직한 대신들을 상심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용국에 대해 실망감을
“그러나 당신들은 진루안의 거짓없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겠어. 어리석은 사람들은 많지만 충성스러운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걱정말아요. 국왕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국왕이 정말 이런 어리석은 결정을 할 수 있겠어?” 김태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면서 웃었다. ‘이 정직 하나가 조정을 어지럽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국왕을 오해하게 만들었어.’‘그러나 이는 국왕 조의의 계획이 완벽했고, 당분간 이 계획을 간파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이렇게 되면, 그렇게 시행해도 당연히 순조로울 거야.’‘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일이 끝나면 자연히 문득 깨닫게 될 거야.’두 사람은 별다른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나란히 회의실을 나와서 각자의 사무실로 돌아갔다.일찌감치 자룡각을 떠난 진루안은 지금은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거리에는 인파도 많았고, 모든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과 행복이 넘쳐흘렀다.이는 진루안의 마음을 감동하게 만들었다. ‘용국의 외부에서 아무리 정세가 급격하게 변하더라도, 용국의 국민들은 영원히 가장 잘 보호해야 해.’‘그들은 전쟁을 전혀 겪지 않았어. 바로 앞에 포화가 떨어지는 그런 공포와 절망도 겪지 않았고, 전쟁의 잔혹함과 피비린내도 겪지 않았지.’‘그러나 바로 이런 환경에서, M국의 초계기가 용국에 대해서 도발했어. 그들은 대담하게 용국이 규정한 통제선을 따라 비행했는데, 이는 심각한 침략 행위야.’‘이런 침략 행위는 용국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야.’그러나 진루안은 왜 조의가 그렇게 진노했는지 정말 알 수 없었다. ‘설마 그가 아직도 돈을 가지고 투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상대방에게 계속 이렇게 떠보지 말라고 부탁하려는 거야? 우리를 괴롭히지 말라고 빌 거야?’조의가 정말 그렇게 한다면 진루안은 그에게 철저히 실망할 것이고, 조의에게서 제왕의 기개는 거의 없어질 것이다.딩동!바로 그때, 진루안의 휴대폰에서 재차 뉴스를 알리는 신호가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보던 진루안의 표정이 갑자기 비할
“만약 임페리얼왕이 손을 쓸 수 있다면 좋겠어!”어떤 젊은이는 이때 진루안을 언급하면서, 얼마전에 서남쪽 변경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였다.“그래, 만약 임페리얼왕이 손을 쓸 수 있다면, M국이 반드시 이렇게 날뛰지 않을 거야!”“그렇게 쉽게 생각하지 마. 이런 일은 이렇게 간단하지 않아. 감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누군가는 환상과 기대를 하고, 바로 또 누군가는 그의 이런 기대와 환상을 깨뜨렸다.진루안은 한마디도 더 하지 않고, 단지 이런 얘기를 들은 다음 떠났다.만약 앞서의 진루안이 여전히 약간 망연자실했다면, 이 순간의 진루안은 더 이상 망연자실한 기색이 없었고, 마음속의 억울함도 모두 먼저 한쪽에 두었다.어느 때를 막론하고, 그는 외국의 초계기가 비행금지구역을 비행하고, 용국의 머리에 올라타서 볼 일을 보는 걸 절대 눈 뜨고 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절대 허용할 수 없어.’‘조의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쩔 거야? 그가 자신의 직무를 해임하면 또 어때? 배짱이 있으면, 나를 죽이겠지.’‘나 진루안은 충성스럽고 전심전력으로 나라를 위해 출정하는 사람인데, 조의가 다짜고짜 처리하지는 않을 거야.’‘내가 하지 못하게 할수록 나는 이 일을 해야 해. 이것이 바로 진루안의 성격과 기질의 본성이야.’국왕 조의가 그의 직무를 해임하였지만, 그의 기개를 소멸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진루안의 투지가 더욱 살아나게 되었다.앞서 진루안은 그래도 정사당의 재상들과 국왕 조의와 함께 이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계획하려고 했다.그러나 지금은 그들과 토론할 필요도 없다. 대군부라면 반드시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오늘 이 일은 그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정직으로 내가 손을 쓰는 것을 막으려고? 어림없어!”진루안의 눈에는 조롱하며 비웃는 기색이 가득했다. 국왕 조의의 조치가 단순하고 유치했음을 조롱하는 것이다.“공항으로 가자!”진루안은 바로 임페리얼의 차량 대렬에 올랐다. 설사 진루안이 궐주 지위를 정직당했
‘백무소가 있으면 용국에는 여의봉이 있는 것이니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백 군신, 안심해. 당신의 제자는 잠시 억울함을 당했을 뿐이야. 곧 그는 용국의 영웅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거야!”조의도 백무소에게 너무 많이 설명하기가 곤란해서, 잠시나마 더 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백무소는 조의의 이 말을 듣자 얼굴에도 미소가 나타났다. 그의 눈에는 조의의 이 말이 바로 그를 철저히 안심시킬 수 있는 약속인 것이다.조의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지어 어떤 음모와 계략이 여기에 있는지에 대해서, 그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그는 이제 조정의 일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M국의 초계기가 4시간 만에 두 차례나 비행금지구역을 침입해도,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이미 퇴직했고, 지금 단지 노년을 잘 보내고 싶을 뿐이다.다른 일들은 모두 조의가 고민하고, 자신의 어린 제자 진루안이 처리할 것이다.만약 진루안이 정직되지 않았다면, 그는 조의에게 다른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그도 직접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됐어, 괜찮으면 나도 가야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선 백무소는 뒷짐을 지고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백무소가 가려는 걸 본 조의가 얼른 일어나 소리쳤다.“백 군신, 진루안의 그 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잖아?”백무소는 이 말을 들은 백무소는, 막 발걸음을 내딛다가 몸을 흠칫 떨었다. 방금 전에는 담담했던 표정도 점차 복잡해지면서 고통을 드러냈다.한참 뒤에 몸을 돌린 백무소는 조의를 바라보았고,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아이고,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 전혀 실마리가 없어.”“그 아이가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 아니면 진씨 가문에서 어떤 사람에게 미움을 샀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서른에 요절한다는 그 아이의 운명의 저주는 풀 수 없어!”조의의 표정도 많이 어두워지면서 일그러졌다. 이전에 그들은 이 일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단지
“나도 잘 모르겠어.” 백무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애초에 3대 고대무술 가문이 도대체 무엇때문에 하루아침에 도살되었는지 잘 몰랐다. 이미 20여년간 그 일을 조사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내 말은, 3대 가문의 멸망이 진루안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냐는 거야.”조의는 계속 백무소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한 질문은 바로 이 뜻이었다. ‘진루안의 몸이나 신세에 무슨 비밀이 있기에, 신비한 세력의 겨냥을 초래한 것이 아닐까.’“그럴 리가 없어. 진루안은 올해 겨우 24살이야. 그러나 3대 가문은 이미 적어도 26년 전에 멸망했어. 어떻게 진루안과 관계가 있을 수 있겠어?”백무소는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조의의 추측을 부정했다. ‘비록 일부는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확하지 않아.’백무소의 말을 들은 조의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2년의 시간이 모자라니 불가능해.’‘다만 한 가지 경우에는 이런 가능성이 생길 수 있어, 그것은…….’조의와 백무소는 모두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다가, 이구동성으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나이를 속였어!”“진루안의 나이가 조작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걔가 24세가 아니라…… 26세가 될 수도 있어.”조의에게 묻는 백무소의 눈에는 찬 바람이 일었다.조의도 진지하고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 이런 상황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루안은 확실히 동년배보다 좀 성숙해. 이런 성숙은 경험이 많아서 뿐만 아니라, 나이 때문일 수도 있어.”“진루안의 뼈 나이를 검사하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조의는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다. 특히 이런 비밀이 눈앞에 펼쳐지자, 그는 직접 이 비밀을 밝혀내고, 그들이 이렇게 추측한 것이 맞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백무소도 처음에는 마음이 움직였지만, 곧 고개를 젓고 거절했다.“안돼, 그렇게 하면 안 돼.”“우리는 진루안에게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어, 게다가 걔에 대해서도 존중하지 않는 거야.”“적절한 시기가 되면, 걔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