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모르겠어.” 백무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애초에 3대 고대무술 가문이 도대체 무엇때문에 하루아침에 도살되었는지 잘 몰랐다. 이미 20여년간 그 일을 조사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내 말은, 3대 가문의 멸망이 진루안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냐는 거야.”조의는 계속 백무소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한 질문은 바로 이 뜻이었다. ‘진루안의 몸이나 신세에 무슨 비밀이 있기에, 신비한 세력의 겨냥을 초래한 것이 아닐까.’“그럴 리가 없어. 진루안은 올해 겨우 24살이야. 그러나 3대 가문은 이미 적어도 26년 전에 멸망했어. 어떻게 진루안과 관계가 있을 수 있겠어?”백무소는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조의의 추측을 부정했다. ‘비록 일부는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확하지 않아.’백무소의 말을 들은 조의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2년의 시간이 모자라니 불가능해.’‘다만 한 가지 경우에는 이런 가능성이 생길 수 있어, 그것은…….’조의와 백무소는 모두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다가, 이구동성으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나이를 속였어!”“진루안의 나이가 조작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걔가 24세가 아니라…… 26세가 될 수도 있어.”조의에게 묻는 백무소의 눈에는 찬 바람이 일었다.조의도 진지하고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 이런 상황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루안은 확실히 동년배보다 좀 성숙해. 이런 성숙은 경험이 많아서 뿐만 아니라, 나이 때문일 수도 있어.”“진루안의 뼈 나이를 검사하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조의는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다. 특히 이런 비밀이 눈앞에 펼쳐지자, 그는 직접 이 비밀을 밝혀내고, 그들이 이렇게 추측한 것이 맞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백무소도 처음에는 마음이 움직였지만, 곧 고개를 젓고 거절했다.“안돼, 그렇게 하면 안 돼.”“우리는 진루안에게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어, 게다가 걔에 대해서도 존중하지 않는 거야.”“적절한 시기가 되면, 걔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결국 이용하는 게 한 명에 그치는 게 아니잖아?”“그들을 이용해도 그만이지만, 용국과는 좀 동떨어졌는데 이걸…….”백무소는 지금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전혀 몰랐다. ‘이 조의는 그야말로 음모의 본가야. 인심을 완전히 극도로 설계한 데다가 더욱이 모든 사람까지도 계산했어. 더욱 무서운 건 M국도 모두 계산했다는 거야.’‘이렇게 되면 결국 승리한 쪽은 용국이니, 여론도 결국 연기처럼 사라지겠지. 용국의 연약함을 의심하는 말은 절대 나오지 않을 거야.’“백 군신만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마.”“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진루안 이 녀석은 이미 덫에 걸렸겠지?” 농담을 하며 웃는 조의의 표정에는 기대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진루안을 위수로 하는 이런 혈기왕성한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일을 해낼지 정말 기대가 되었다.백무소의 얼굴에도 기대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도 자신의 이 어린 제자가 정직당한 뒤에 어떤 광적인 행동을 취할지 알고 싶었다.‘M국의 두 번째 초계기가 도발했을 때, 만약 진루안이 정말 무관심했다면 오직 한 가지 상황만 가능해. 그것은 진루안이 이번 정직으로 타격을 입었고, 심지어 용국을 지키려는 의지마저 상실했다는 거야.’그러나 그는 자신의 어린 제자 진루안은, 절대 직위 때문에 용국을 포기하고 상관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다. ‘걔가 맡은 일과 책임이 있어.’탁탁탁…….갑자기 자룡각 집무실 바깥 복도에서 다급한 구둣발 소리가 들리더니, 곧 당황한 조의의 비서가 문도 두드리지도 않은 채 뛰어들었다.조의는 이미 비서의 결례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이 비서의 안색이 크게 변한 것은 틀림없이 큰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큰일은 흔히 극히 위험한 요소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었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비서가 절대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비서가 만약 지방의 관리로 간다면 적어도 한 성의 정사당 대신일 것이니, 생각이 절대 가벼울 수가 없다. 게다가 그는 이렇게 여러 해 동
“이 자식은, 정말 제멋대로야!” 조의의 얼굴은 온통 분노한 기색이었다. 그가 강구했던 모든 계획이 이 순간에 모두 깨진 것이다.그가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했다 하더라도, 지금 진루안의 이런 무모한 행동 때문에 이미 무의미해졌다.심지어 지금 그는 어떻게 결함을 보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다. 진루안이 기수를 돌리도록 노력해야만 했다.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진루안이 이미 전투기를 타고 이륙했으니, 그를 돌아오게 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전투기를 보내 요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비서가 지금 조심스럽게 아이디어를 냈다.“안 돼, 일단 가로막다가 사고가 나면, 그 손실을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 조의가 말하기도 전에, 백무소가 바로 비서의 말을 끊고 이 제의를 부결시켰다.비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단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손실은 누구도 감당할 수 없어. 뿐만 아니라 비웃는 말도 쉽게 나올 수 있어서, 여러 글로벌 매체들은, 전투기를 몰고 대처하려던 진루안이 오히려 자국의 전투기에 의해 가로막히게 된 걸 가지고, 용국이 담력이 없다고 온갖 조롱을 하게 될 거야.’조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얼굴에는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는 진루안이 바보가 아니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M국의 초계기가 빨리 비행금지구역을 떠나기를 더욱 기대했다. 그렇지 않으면…….그는 정말 무슨 큰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국왕 전하, 또 한 가지 일이 있습니다. 역시 아주 큰일입니다.”바로 그때, 망설이던 비서가 계속 보고했다.멍해진 조의는 자신의 비서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또 뭐가 있는지 말해봐.”“반 시간 전에, 북관성에서 북정왕 이광정도 드래곤37 전투기를 몰고 곧장 바다로 달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한 시간 전에, 서호왕 안무혁도 드래곤20 전투기를 몰고 용국의 태반을 날아서 바다로 곧장 달려갔습니다…….”“너, 너, 뭐라고 했어?” 놀란 조의는 비서를
“이광정, 이광정,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마!”조의의 표정은 몹시 일그러졌다. 전파수신기를 쥔 채 큰 소리로 소리치며 이광정에게 경고했다.그러나 이광정은 조의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바로 전파 수신을 끊어버렸다.조의가 손에 쥐고 있던 전파수신기에서는, 바로 지직거리는 소음만 들릴 뿐 더 이상 이광정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지금 조의는 완전히 당황했다. ‘진루안만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광정과 안무혁까지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어. 여기서 정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국제 분쟁이야. 심지어 양국의 군사 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어.’“백 군신, 이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의는 지금 넋이 나가서 백무소를 바라보았다. 비록 그는 국왕이지만, 그보다 20여 살이 많은 백무소는 가르침을 청할 자격이 충분했다.백무소도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사실 이 일이 이렇게까지 발전했으니 이미 국면을 통제하기가 어려웠다.“어쨌든 국왕은 흐뭇하겠어. 적어도 우리 젊은 후배들의 담력은 충분해!”백무소는 조의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결국 사태가 아직 가장 위험한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 했어. 설사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용국의 실력으로 정말 비굴할 필요가 있어? 진짜 참고 또 참아야 되는 거야?’‘이건 완전히 개인의 마음속 생각이 방해하는 거야. 어쩐지 자신은 모든 것이 좋지 않고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항상 허리를 굽힌 채 다른 사람과 얘기하려고 해.’‘그러나 사실 이것은 내가 내 자신을 짓밟는 거야. 게다가 자신도 자신을 믿지 않는데, 또 어떻게 다른 사람이 너를 믿고 존경하기를 기대하겠어?’백무소의 생각은 아주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좋고 나쁘고를 따지지 말고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다.‘일은 모두 사람이 하는 거야. 만약 모든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럼 아마도 조의가 걱정해야 할 상황일 거야.’‘한 나라에 충의지사와 혈기
이런 상황에서, 용국의 동부 영해의 상공에서는 드래곤37 전투기와 드래곤20 전투기가 바른 속도로 고공비행을 하면서, 용국의 비행금지구역 주변을 맴돌았다.그리고 이 두 대의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두 명의 군왕으로, 북정왕 이광정과 서호왕 안무혁이다.이광정은 무선 통신을 통해서 이미 안무혁과 서로 통신을 연결했다.두 사람이 탄 전투기는 서로 수십 킬로미터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상대방의 그런 호방한 기세와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좋았어, 이광정, 너의 아버지와 우리 용국의 군인들을 쪽팔리게 하지 않았어!”안무혁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광정이 볼 수 있든 없든 그의 칭찬은 부족함이 없었다.지금의 안무혁은 이미 마흔이 넘어서 나이가 좀 많았지만, 여전히 전투기를 몰고 1만m의 고공을 날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용국이 이번에 창피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외국의 초계기가 더더욱 이득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안무혁의 칭찬을 들은 이광정은 겸손하게 미소지으면서 안무혁을 향해 대답했다.“무혁 아저씨, 과찬이십니다. 저도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비록 전 세계가 바다를 공유하지만, 용국의 영해를 그들이 무단으로 침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용국의 비행금지구역은 더더욱 침범해서는 안 되지요!”“오늘 저 이광정이 여기서 기다리면서 그들이 감히 세 번째 도발을 할 수 있는지 보려고 합니다!”이광정의 차가운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이 살기는 M국을 겨냥한 것이다.이광정의 이런 호탕한 말을 들은 안무혁은, 자신도 모르게 피가 끓어오르며 큰 소리로 웃었다.“하하, 좋았어, 북정왕.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나 서호왕은 반드시 끝까지 따라가야겠어!”“나 서호왕은 비록 해역을 책임지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진루안 그 자식이 이 일 때문에 이미 국왕에게 정직을 당했다고 들었는데,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왜 진루안이 정직을 당했지? 진루안이
이는 이광정의 안색을 굳어지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것이 외국의 초계기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서북쪽에서 날아왔기 때문에 이것이 용국의 전투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대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소 의아했다.“후방의 전투기, 들으면 대답해라!”“후방의 전투기, 들으면 대답해라!”무선통신과 위성통신을 켠 이광정은, 거의 모든 통신 방식을 동원해서 서북쪽에서 온 이 전투기의 신호를 포착했다.조종석에 앉은 진루안은 헤드셋 안에서 이광정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놀라움과 의아함을 느낀 표정이었다.“이광정? 그가 전투기를 몰고 영해에 온 거야?”깜짝 놀란 진루안은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이 불신이 오래가지 못했다. 진루안은 또 헤드셋으로 전해지는 안무혁의 목소리를 들었다.“후방 전투기, 들으면 대답하라, 나는 안무혁이다!”“그들이 모두 왔어?”진루안의 눈에는 충격이 가득했다. ‘서호왕 안무혁, 북정왕 이광정이 뜻밖에도 전부 나와 같은 방식을 선택해서,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고 비행금지구역의 경계를 비행하고 있어.’‘그들이 이렇게 하는 목적은 모두 같아.’‘그것은 M국의 초계기가 이곳에 나타나기만 하면, 절대 쉽게 떠나게 하지 않겠다는 거야.’“후방의 전투기에서 말합니다. 저는 진루안입니다!”통신을 연 진루안은 두 사람에게 대답했다.조종석에 앉아 있던 안무혁과 이광정은 진루안의 목소리를 듣고 다소 놀랐다.“이 자식, 결국 이렇게 용감한 거야?” 안무혁은 다소 불가사의하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진루안에 대해 탄복하는 마음은 더욱 커졌다.진루안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존경스럽기 때문이다.이광정의 표정은 다소 복잡했다. 그는 원래 명성을 혼자 독차지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안무혁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은 뜻밖에도 진루안까지 나타난 것이다.‘그러나 이것도 괜찮아. 3대 군왕이 3대의 전투기를 몰고 용국의 비행금지구역을 수호하러 온 거야.’‘이번에도 군왕들은 최선을 다해 협력한 셈이며, 오히려
“오 마이 갓! 해로스 대위, 내가 뭘 발견했는지 맞춰보세요, 용국의 전투기예요!”만 미터 상공에서 청백색의 초계기 한 대가 전속력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기내에서는 군복을 입은 금발에 파란 눈동자의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계기에 표시된 미확인 신호를 바라보며 경탄하는 소리를 냈다.이 초계기의 후방 수km 떨어진 곳에서는, 또 한 대의 초계기가 고속으로 비행하면서 앞의 초계기를 바짝 뒤따르고 있었다.이 초계기의 조종실에 앉아 있는 사람은, M국의 해로스 대위이자 이번 임무의 대장이다. 비행금지구역에 무단 침입했던 첫 번째 초계기가 바로 그였다.다른 초계기 조종사가 보고한 말을 들은 해로스도 지금 의아함과 불가사의한 기색이 역력했다.“용국의 전투기가 있어? 그들이 피하지 않았어?”조롱하듯이 말한 해로스는 경시하면서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느님, 용국의 전투기가 세 대예요!”그러나 맞은편에서 다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목소리는 긴장을 띠고 있었다.해로스는 그의 긴장된 말을 듣고 달래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발로우, 긴장할 필요 없어. 그들 용국의 전투기는 기껏해야 우리를 쫓아내는 것이니 사고는 나지 않을 거야.”“맙소사, 해로스 대위, 그들의 전투기 세 대가 모두 미사일을 달았어요, 오 마이 갓! 하느님!”발로우라는 조종사가 지금 보고하는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특히 세 대의 전투기가 모두 미사일을 달고 비행하는 것을 본 뒤에는, 심장 박동이 몇 배나 빨라졌다.해로스의 안색도 지금 변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었다. 이전에 그가 어쩌다 만났던 용국의 전투기들은 거의 미사일을 달고 비행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들을 위협하지 않고, 단지 친절하게 쫓아낼 뿐이라는 것을 의미했다.‘그런데 이번에는 그들이 모두 미사일을 장착하고 비행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이런 일이 생겼지?’“발로우, 빨리 귀항해서 리도의 기지로 돌아가자!” 발로우를 소환한 해로스는 귀항을 준비했다.리도의 기지는 그들
진루안 등 세 사람은 그의 이 말을 듣고 모두 비웃었다.“당신들은 4시간 만에 우리 용국의 영공을 두 번이나 침입했는데, 이것도 악의가 없다는 겁니까?”“정말 우리 용국이 성질이 좋아서 화를 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감히 온 거야?”“당신들이 어떤 목적이 있든지 간에, 감히 우리 용국의 영해와 영공을 무단으로 침입한다면 우리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1호, 2호, 발사 준비, 저것들을 격추시켜요!”진루안은 이 순간에 이미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일은 절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웃음거리가 될 거야.’‘6시간 동안 세 번이나 영해를 무단 침입한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야. 어떤 나라도 이런 도발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용국은 더 말할 것도 없어.’안무혁은 진루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도 비록 담력이 있었지만, 아직 이런 지경에 이르지는 못했다.‘일단 초계기를 떨어뜨리면 일의 성격이 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해. 이것은 가로막는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루안, 너는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마!” 나이가 많은 안무혁은 지금 서둘러 진루안을 설득하고 있다.진루안에 비해 그는 여전히 침착한 편에 해당한다. 그는 이번에 화를 냈으면 된 것으로 생각했다. 용국이 창피하지 않다면 다른 것은 할 필요가 없었다.안무혁의 말을 들은 진루안은, 그가 자신의 급진적인 주장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나는 동의한다, 격추시키자!”그러나 바로 그때, 이광정이 갑자기 단호한 말투로 진루안의 제의를 지지했다.“이광정, 당신…….” 멍해진 진루안은 이광정이 도대체 왜 자신을 지지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진루안, 오해하지 마. 나는 단지 너의 주장을 지지할 뿐이야. 왜냐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지. 상대방이 감히 이렇게 우리를 도발하는데 우리가 그들을 엄벌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그래서 나는 너의 주장에 동의한다, 때리자!”이광정은 극히 냉담한 말투로 설명해서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