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성은 서재에서 나와 진루안과 서경아가 돌아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다소 복잡하고 마음속은 더욱 긴장되었다.진루안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 진루안이 한 그 일들이 조금씩 드러나자, 서호성은 그제서야 아버지가 자신의 큰딸에게 찾아준 이 데릴사위가 병신이 아니라 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이 용의 능력은 정말 너무나 강해. 돈으로 말하자면, 어느 누구도 그와 같은 돈이 없어. 인맥관계를 말하자면, 위로는 건성에 정사당의 보스들, 다시 건성 군부의 연정 장군이 있지. 중간에는 동강시 정사당, 그리고 4대 가문의 양씨 가문과 왕씨 가문이 있어.’‘아래로 내려오면 마영삼, 그는 동강시 지하세력의 거물이자, 유일한 보스야.’‘이런 사람이 얼떨결에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어.’만약 진루안이 쓰레기라면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필이면 그가 그렇지 않으니, 서호성이 어떤 태도로 진루안을 대해야 할지 몰랐다.그래서 진루안을 만나자 그는 좀 난처해졌다.“아버님, 이리 와서 앉으세요.” 진루안은 서호성이 오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서호성에게 차 한 잔을 따랐다.서호성은 그제야 다가와 앉았고, 진루안을 바라보는 표정도 복잡했다.“오늘, 저기, 안 바쁘니.”서호성은 진루안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어색하게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저는 매일 바쁘지 않고 아주 한가해요.” 진루안은 웃으며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서호성은 다소 어색하게 앉아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원래 장인과 사위는 잘 어울리는 관계여야 했지만 그들은 예외였다.이것도 그를 탓할 수밖에 없다. 그때 서경아에게 권리를 내놓으라고 강요해서 진루안과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심지어 하마터면 큰 싸움을 벌일 뻔했다. 비록 지금은 조영화 남매가 모두 죽었지만, 풀 수 없는 응어리도 있었다.“아버님의 친한 친구분 아이가 유학을 갔다가 왔다면서요?” 진루안은 장인이 말이 없자 자신이 먼저 물었다.이 말을 들은 서호성은 얼른 대답했다.“그래, 그는 나
“아버님이 어떻게 말씀하시든, 어차피 제가 여기 있으니 친구 분의 아이는 서화 그룹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진루안은 여기서 말을 꺼냄으로써, 식탁에서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서 난감하지 않도록, 서호성에게 미리 일깨워 준 셈이다. 서호성은 지금 좀 난감했다. 그러나 그도 또한 어쩔 수가 없었다. 누가 그의 사위를 대단하게 만들었는지, 그 자신도 한숨을 쉬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그럼 내가 그 아이의 회사를 찾아 줄 수밖에 없구나.”“하하, 서 사장, 너의 태도는 정말 대단해, 우리가 왔는데, 우리를 데리러 온다고 하지도 않고, 또 우리 스스로 들어오라고 하다니 말이야!”서호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밖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두 사람이 문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앞에 있는 50세가량의 남자는, 약간 여윈 몸매에 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예리한 눈빛에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그리고 그 남자의 뒤에는 20대 남자이다. 전형적인 2:8 가르마를 하고 있다. 머리가 촉촉한 것이 분명히 헤어 크림을 많이 바른 모습이었다. 또 흰색 아르마니 양복을 입고 있어서 확실히 우아한 귀족적 기질이 있어 보였다.서호성은 이 부자가 이미 온 것을 보고 얼른 일어서서 말했다.“석 사장, 어떻게 말도 한 마디 없이 온 거야.”“얘가 바로 바로 형묵이지? 나는 적어도 십여 년 동안 보지 못했네?”서호성은 먼저 옛 친구를 향해 인사를 한 뒤, 그의 뒤에 있는 젊은 남자를 보고 웃으며 물었다.석형묵은 바로 이 유학생이다. 그는 서호성이 인사를 하자 특히 그 촌스러운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다소 혐오감을 느꼈다. 그러나 여전히 마지못해서 서호성에게 대답했다.“삼촌 안녕하세요.”대답을 했지만 그는 영어를 사용했다.그의 영어로 말하자, 서호성은 모두 좀 이상하다고 느꼈고, 진루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서호성의 친구인 석운사만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고, 심지어 다소 교만하게 말했다.“하하, 호성아, 우리 아들의 영어가 괜찮지?”“형묵
“내 사위 진루안이야.” 서호성은 ‘하하’ 웃으며 진루안을 가리키며 소개하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그와 진루안의 관계가 어떤가를 떠나서, 그는 여전히 자신에게 좋은 사위가 있다는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이런 사위는 정말 서씨 가문에서 보물을 주운 것이다.“사위? 그 데릴사위예요?”석형묵은 의아하게 한마디 물었다. 그도 서씨 가족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물어보고 나서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말을 바꿨다.“저기, 하하, 비록 데릴사위로 들어왔지만, 틀림없이 보통 사람이 아닐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서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지요.”“원래 당신이 데릴사위였어? 이렇게 비천하게?”석형묵은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 진루안이 괜찮아 보이는 모습만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데릴사위였다.데릴사위가 무슨 뜻인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병신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릇 기개가 있는 남자는 데릴사위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존엄을 잃은 일을 할 것이다.당장, 석형묵은 진루안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나빠졌다. 원래 그는 용국의 사람들을 업신여겼는데 데릴사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서호성도 다소 난감했지만 친구에게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데릴사위만 들으면, 기본적으로 능력 없는 쓰레기라고 생각하기기 때문이다.그러나 진루안은 정말 다르지만 더 말할 수가 없었다.진루안 자신은 개의치 않고 여전히 석형묵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Ne, montrez pas vos connaissances.”같은 프랑스어로 이 말을 석형묵에게 보냈는데, 너의 지식을 뽐내지 말라는 뜻이다.석형묵은 진루안의 이 말을 들은 후 얼굴색마저 또 변했다. 그러나 그는 이 진루안이 틀림없이 프랑스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완전히 확신했다. 표정은 좀 어색했지만 마음속으로 분노했다.‘이 진루안이라는 쓸모없는 데릴사위가 감히 이렇게 내 체면을 깎다니 정말 괘씸해.’“네 사위의 이
“아드님이 방금 프랑스어로 우리 아버지를 바보라고 욕했는데 정말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줄 알았어요?” 서경아의 얼굴색은 더욱 일그러졌다. 그녀 자신이 F국에서 류학하고 돌아왔는데 어찌 프랑스어를 모르겠는가?‘이 석형묵이 이렇게 우리 아버지를 놀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정말 가증스러워.’서호성은 멍해졌고, 그 후 얼굴에 노기가 솟아올랐다. 그는 그제야 진루안이 방금 왜 웃었는지, 또 왜 프랑스어로 이 석형묵을 노여워했는지 알았다. 원래 이 녀석은 뜻밖에도 감히 자신을 욕했다.‘자신의 학식을 바탕으로 감히 남을 욕해?’갑자기 서호성의 표정은 보기 흉해졌고, 석운사를 바라보는 눈빛도 좋지 않았다.석운사는 암암리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이 아들은 마음속으로 이미 자신을 용국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심지어 일찌감치 Y국의 국적이었다. 그는 자신을 고귀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기사이자 신사라고 여겼다.“석형묵, 너는 프랑스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현명하다는 걸 바보라고 말했니?” 석운사는 얼른 소리를 내어 석형묵에게 물어보며 좀 보완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진루안을 보고 담소하며 말했다.“아저씨, 프랑스어의 현명하다와 바보의 발음은 전혀 다릅니다. 아저씨 아들이 그렇게 지능이 낮지는 않을 겁니다.”석운사는 이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라 진루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온통 분노가 가득했다.‘이 병신 데릴사위가 감히 내 체면을 깎았어?’“서 사장, 너희 집은 언제부터 데릴사위도 쓸데없이 말참견을 할 자격이 있니?”“그러게, 당신은 데릴사위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난 고귀한 해가 지지 않는 신사인데 당신은 뭔데?” 석형묵은 냉소하며 자신의 아버지의 뜻에 완전히 맞장구를 치며 진루안에게 물었다. 눈에는 하찮게 여기는 기색이 가득했다.서호성은 애가 탔다. 이 진루안은 결코 그들이 미움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건성에서는 한 발자국도
“매형, 이 사람은 누구야?” 서씨 가문 자제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석형묵을 노려보면서 진루안에게 물었다.진루안은 이 녀석의 물음에 씩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서씨 가문 자제의 말은 정말 직설적이지만, 이 순간에는 아주 의의가 있어 보였다.과연 석형묵은 서씨 가문의 자제가 자신을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안색이 더욱 보기 흉해졌다. 그의 아버지 석운사의 안색도 보기 흉했다. 부자 두 사람이 모두 이 서씨 가문 자제를 노려보았다.서호성은 이 말을 듣고 얼른 문 앞에 서 있는 서씨 가문 자제를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버릇없게, 이 사람은 우리 서씨 가문의 손님이야.”“아버지, 그럴 필요 없어요. 그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진루안은 손을 흔들며 그 녀석을 위해 한마디 했다.그 청년은 바로 감격해서 자신의 매형을 보았고, 처음으로 매형이 이렇게 좋다고 느꼈다.서호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사위가 이렇게 말하는데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내가 먼저 차를 보러 갈게.”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200억 원의 차를 샀는데 서경아의 동생에게 상처를 입어서, 마음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서경아도 얼굴에 죄책감이 가득하고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 차는 아주 비싸 보였다.서경아는 진루안의 곁을 따라가다가 서씨 가문 자제들에게 이끌려서 정원에 세워진 롤스로이스 스웹테일로 곧장 달려갔다.석형묵은 냉소하며 하찮게 여기면서 웃음을 금치 못했다.“도대체 어떤 차인데, 이렇게 저 쓸모없는 데릴사위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좀 봐야겠어.”말을 하는 사이에 석형묵도 따라 나갔다.자신의 아들도 나가는 것을 보고 석운사도 따라 나갔다. 서호성은 모든 사람들이 나가는 것을 보고, 그도 혼자 홀에 남아 있을 수 없어서 아예 따라 나갔다.사람들이 모두 주차장 옆으로 와서, 잘 코팅되어 반짝이는 이 검정색 롤스로이스 스웹테일을 보았다.진루안이 차 옆에 섰는데, 서호성의 막내아들 서세원이 손에 작은 칼을 들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이런 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미리 떠나는 것이 좋아.’서호성도 이 두 사람이 모두 이 부자에 대해 매우 불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석형묵처럼 바나나는 더욱 혐오의 극치였다.방금 그는 그래도 서경아에게 석형묵의 자리를 얘기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불가능해 보였다.“천천히 운전하거라.” 서호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루안을 향해 말했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었다. 차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서경아도 조수석으로 들어갔다.석형묵은 이 스웹테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상상을 했다. ‘만약 내가 서경아를 데리고 이 차를 몰아서 드라이브를 나간다면 얼마나 상쾌할까? 무슨 근거로, 저 쓰레기가 저런 고급차를 모는 거야? 정말 롤스로이스 브랜드를 모욕하는 거야.’‘데릴사위 같은 그런 비천한 종자가 언제 고상한 자리에 오를 수 있겠어?’“서 사장, 이 아이가 출근 문제를 좀 얘기해 보세…….”석운사는 이 두 사람이 가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서호성에게 물었다. 온 얼굴이 기대의 빛이었다.그는 자신의 아들의 여러 표현들 때문에, 이미 모든 사람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또 의식하더라도 개의치 않았고, 단지 아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싶었다.서호성은 어두운 표정으로 석운사를 향해 말했다.“석 사장, 서화 그룹은 바로 내 딸이 관리하고 있어. 너도 걔가 형묵이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은 것을 보았지. 미안해, 너의 아들은 서화 그룹에서 일할 수 없어.”“뭐라고? 다시 말해봐?” 석운사는 서호성의 말을 듣자마자 화를 참지 못하고 서호성을 노려보며 외쳤다.“내가 말했지, 이 일은 불가능해!”서호성도 별로 좋은 성질이 아니다. 즉시 석운사를 노려보면서 차갑게 꾸짖었다.마음속으로 이미 충분한 혐오감을 느꼈고, 이 석운사라는 친구와 계속 지낼 생각도 없었다.“너, 너, 좋아. 너 서호성, 기다려!”“서화 그룹이 뭐 대단한 거야? 내 아들은 바로 양원 그룹으로 갈테니 기다려!”석운사는 서호성을 가리키며 노발대발하다가 석형
진루안과 서경아는 당연히 서씨 가문을 떠난 후 발생한 이런 일들을 몰랐다. 서세원이라는 아이의 마음에서 이미 진루안의 원한을 기억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몰랐다.이때 진루안은 양서빈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루안 형님, 관심 있어요?][당신도 결국 양원 그룹의 주주입니다!]양서빈은 진루안에게 기대와 흥분을 담은 말투로 물었다. 진루안이 올 수 있다면 영광이다.양원 그룹의 채용박람회는 잠재력이 있는 회사의 신입사원을 찾고자 했다. 실력이 강한 사람들은 바로 경영진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다.원래 이것들은 모두 양서빈이라는 총경리가 책임졌지만, 오늘 그는 진루안을 생각했다. 양원 그룹의 주주 중의 한 명으로서, 진루안은 이를 참관하고 심지어 선발할 자격도 있었다.“양원 그룹의 채용박람회에 갈래요?” 진루안은 서경아에게 물으며 서경아가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렸다.서경아의 마음이 움직였다. ‘내 서화 그룹과 양원 그룹 사이에는 아직 차이가 있어. 그들은 필연적으로 더욱 선진적인 관리 패턴이 있어. 한번 보면 더욱 많은 관리 패턴을 배울 수 있을 거야. 또 일부 세부적인 처리 방식도 배울 수 있을 거야.’이렇게 생각한 서경아는 진루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서경아가 승낙하는 것을 본 진루안이 양서빈에게 말했다.“우리 둘이 바로 양원 그룹에 갈게. 하지만 저녁은 네가 책임져!”[헤헤, 루안 형님 안심하세요. 할아버지는 모두 준비가 다 되었어요.]“그럼 좀 있다가 보자.” 진루안도 그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진루안은 바로 차를 몰고 양원 그룹으로 달려갔다.양원 그룹은 현재 동강시에서 손꼽히는 큰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왕흥 그룹을 제외하면 숫자상으로는 양원 그룹이 가장 크다.양원 그룹 빌딩은 모두 70층에 320m의 높이로, 동강시에서 가장 높은 빌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양원 그룹 빌딩 주변은 모두 양원 그룹에 딸려 있는 산업단지로, 호텔, 고급음식점, 놀이공원, 체육관, 술집, 골프장, 심지어 카레이싱장까지 다양
서경아는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석운사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축하드려요. 석형묵은 인재인데 지금 양원 그룹에 의해 발굴되었네요.”“그것은 당연해요. 사실대로 말하면, 양원 그룹도 겨우 나의 자격에 부합해요.”석운사의 말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석형묵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 양원 그룹도 겨우 부합된다고 하는 이 말투에는, 모두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 이런 말이 나오자, 진루안은 이 석형묵이 바보인지 아니면 아주 웃기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이런 사람은 뇌가 이미 왜곡되어서, 더는 정상이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 이런 사람과 오래 지내게 되면, 모두 문제가 있게 변하게 돼.’‘예를 들면 그의 이 아버지 석운사도 지금 이미 그다지 정상적이지 않아.’‘부자 두 사람, 이렇게 괴짜인 경우도 보기 드문 경우야.’“됐어, 너희들과 이야기하지 않겠어. 나는 또 정신을 가다듬고 마지막 심사를 준비해야 해.”“당신들 두 사람은, 뭐하러 왔어?” 석형묵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비비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진루안과 서경아를 하찮게 바라보면서 물었다.마치 배후의 큰 사장인 석형묵이 자신의 두 직원에게 물어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바로 그때 양서빈은 검은색 버버리에 잉글랜드 스타일의 양복을 입었고 흰색 체크무늬 넥타이에 은색 구두를 매치한 채 나왔다.그는 진루안과 서경아를 보고 얼른 이쪽으로 걸어왔다.석형묵도 양서빈을 보고 바로 일어섰는데 정신이 활기차고 힘이 넘쳤다.그의 아버지 석운사도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채 석형묵의 곁에 함께 했다.“봤지, 저 사람이 바로 양원 그룹의 회장이야. 틀림없이 나를 향해 오는 거야!”석형묵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하고, 곁눈질로 진루안을 힐끗 보더니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당신은 평생 이런 기회가 없겠지? 데릴사위님?” 석형묵은 차갑게 웃으며 진루안을 계속 모욕하고 비꼬았다.진루안도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양서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양서빈을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