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안 도련님, 이 양아치들과 이렇게 친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당신은 정말 타고난 지하세력의 보스군요.” 양서빈은 진루안의 옆에서 걸으면서, 웃음을 지으며 참지 못하고 진루안을 놀려댔다.진루안은 웃으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지하세력이 어떤 극악무도한 나쁜 일을 하지 않는 한, 어떤 때는 이들이 정사당의 그 대신들보다 더 정의감이 있을 거야. 그들을 엄격히 제약하기만 하면, 더욱 좋은 비장의 카드이기도 해.’진루안은 다실의 구리문을 두드렸다. 지난번의 큰 철문은 자신이 일장에 깨뜨려서, 마영삼은 또 하나의 문을 망가뜨렸다. 자신이 다시 문을 깨뜨린다면, 앞으로 마영삼은 틀림없이 문을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루안은 생각했다.“들어와!”안에서 마영삼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위엄이 있었다.마영삼은 자신의 수하를 대할 때 늘 이렇게 엄숙했다. 진루안과 같은 강자를 만나야만, 그의 마음속의 오만한 기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진루안은 문을 열고 양서빈과 함께 다실로 들어갔다.마영삼은 차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다실에서 보낸다. 차를 마시지 않더라도 그는 이 안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잠을 자기도 했다.마영삼과 진도구는 고개를 들어서, 진루안과 양서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일어섰다.“루안 도련님, 왜 저한테 말씀 안 하셨어요? 제가 데리러 갈 텐데요.” 마영삼의 얼굴이 좀 빨개졌는데, 방금 그의 대답하는 태도가 그렇게 냉담했으니, 진루안에게 절대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양서빈이 데려다 줬어요.” 진루안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고, 나무 평상 위에 편한 대로 앉았다.마영삼은 얼른 자리에서 물러서서, 진루안과 양서빈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라주었고, 곧바로 진도구를 쳐다보았다.“루안 도련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진도구는 진루안을 만나자마자, 참지 못하고 진루안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었다.“그럼 나가서 얘기하자.” 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진씨 가문의 수천 명이 하룻밤 사이에 멸망되었다. 이런 피맺힌 원수는 어느 진씨 가문의 자제라도 책임을 지고 복수해야 한다. 그는 진루안에게 너무 깊이 말하기가 쑥스러웠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진루안은 절대 불합격인 소주였다.‘만약 무릇 합격한 소주라면 이곳에서 무심하게 있지 않고, 복수하러 갈 것을 주장할 거야.’물론 그도 진루안의 어릴 때부터 처지를 알고 있었다. 또한 진씨 가문의 전멸이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루안의 마음속에 약간의 원한이 있는 것은 정상이다.이것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진도구는 진루안이 빨리 생각을 바꾸고 진씨 가문이 멸망된 것이 얼마나 큰 원한인지 알게 되기를 바랐다.“내게 말하려는 것이 바로 이 일이야?” 진루안은 고개를 들어 진도구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진도구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 말했다.“아닙니다, 제가 최신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할아버지가 실마리를 찾았어요. 지금 원수가 불문을 가리키고 있습니다!”진도구는 이렇게 말하면서, 험상궂고 원한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만약 정말로 불문이 진씨 가문을 멸망시켰다면, 그는 모든 대가를 무릅쓰고 불문을 멸망시킬 것이다. 그는 그의 북개방의 방주 신분으로 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네가 말하는 불문은 당연히 남아시아의 불문이겠지?”20년 전에 한때 이름을 날렸는데,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어.“내 손에 있는 자단불패도 알아보았어? 이게 불문의 문주령패야?” 진루안은 웃으며 말하면서 진도구를 바라보았다.진도구는 눈을 부릅뜨고 다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주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았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소주가 줄곧 비밀리에 원수를 조사하고 있는 건가?’갑자기 그의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가득했다. ‘소주께서 이 일에 개입하시려는 것일까?’ 그는 소주가 조사를 돕기만 하면 절대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가 있다. 소주의 신분으로는 절대 문제가 없으며, 백 군신이든 궐주든
“너는 줄곧 나에게 진씨 가문이 도대체 고대무술 세력 안에서 어떤 가문인지 말하지 않았어.”“나는 진씨 가문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면, 명확한 개념이 하나도 없어.”“너 아직도 나한테 말을 안 할 거야?” 진루안은 고개를 들어 조용히 마시고 진도구를 바라보았다.처음에 진도구를 만났을 때, 진도구는 진씨 가문이 고대무술 세력이라고 말했을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현재 진루안은 진씨 가문은 절대 고대무술세력의 하나일 수 없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고대무술 세력들은 모두 괜찮은데, 왜 진씨 가문에만 일이 있을까? 이 안에는 분명 숨은 사정이 있을 거야.’진루안은 호기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일단 한 가지 일의 결과를 알고 싶다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그만두지 않는다.진도구는 진루안의 안색이 이렇게 좋지 않고 말투도 이렇게 정중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소주, 진씨 가문은 바로 고대무술 세력 안의 황실입니다.”“무례한 말을 하자면, 전체 용국과 전체 동아시아의 고대무술계 세력은 20년 전보다 더 이른 수백 년 동안 모두 진씨 가문을 존귀하게 여겼고, 진씨 가문은 바로 동아시아 고대무술계의 황족으로, 말한 대로 하는 그런 정도였습니다.”“당시 세계의 고대무술계는 매우 컸고, 또한 많은 다른 세력들이 있어서 다른 구도를 만들었지만, 구체적인 그 몇 가지 구도는 모두 고정되었습니다.”“당시 동아시아의 고대무술 세력은 우리 진씨 가문을 황실로, 하씨 가문을 부자로, 강씨 가문을 존귀하게 여겼고, 3대 가문은 각각 권력, 금전, 지위를 상징했습니다.”“중앙아시아는 사하 종교를 위주로 하며, 중앙아시아 고대무술 세력의 맹주 급이 존재했습니다.”“서아시아의 고대무술 세력은 또 성기문과 삼상교를 위주로 합니다.”“남아시아는 바로 불문과 브라만입니다.”“유럽은 바로 흑교황청과 이슬람교입니다.”“북아메리카는 주로 백교황청입니다.”“이것이 바로 당초의 세계 고대무술 세력의 구도입니다. 여기서 바로 우리
“됐어, 할 말도 했으니까 돌아가자.” 진루안은 진도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회의실을 나갔다.“소주!” 진도구는 소리를 지르고, 진루안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털썩’ 무릎을 꿇고서는, 애절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소주께서 수천의 진씨 가족의 복수를 해 주세요!”“일단 일어나!” 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진도구를 바라보았다.진도구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계속 머리를 부딪치며 소리쳤다.“소주께서 수천의 진씨 가족을 위해 복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소주께서 수천 진씨 가족을 위해 복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연거푸 세 번 말하면서, 연거푸 세 번 머리를 부딪쳤다. 매번 머리를 부딪칠 때마다 아주 쟁쟁하게 울리는 소리가 펴져 나가면서, 진루안의 마음속에 애틋함과 괴로움을 느끼게 했다.그는 비록 진씨 가문도 본 적이 없고, 진씨 가문이 휘황찬란하던 때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할아버지와 자신이 만나지 못한 친부모를 포함한 모든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복수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것을 보고, 그의 마음도 매우 괴로웠다.“일어나, 시기가 적절하다면 내가 복수를 할 거야!”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진씨 가문에 대한 약속이자,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약속이야.’‘할아버지는 나의 복수를 원하지 않으셨고 평범하게 잘 살기를 바랐지만, 나는 지금 더 이상 평범하지 않고, 맡은 책임도 많아졌어.’‘일반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능력이 큰 사람만이 많은 일을 할 수 있어.’‘그러나 만약 그 능력이 큰 사람이, 영락없는 나쁜 사람이고 이익에 눈이 먼 사람이라면, 그가 한 일은 모두 국가와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일이 될 거야.’진도구는 진루안의 말을 듣고, 갑자기 얼굴에 감격하고 흥분한 기색이 드러났다. 그는 그제서야 일어서서, 입을 헤벌리고 웃기 시작했다.“너희들은 왜 하씨 가문과 강씨 가문을 의심하지 않았어?” 진루안은 진도구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동아시아의 3대
진루안과 진도구가 돌아오는 것을 본 두 사람은, 그제서야 바둑판을 내려놓았고 두 사람에게 계속 차 한 잔을 따랐다.“도구야, 너 이거?” 마 영감은 진도구의 이마가 깨져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안색이 변했지만, 진루안을 보고 나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양서빈은 두 사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지만, 진도구가 다소 침울한 모습인 것을 보고, 이야기가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진루안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여전히 이렇게 평온한 성격이다.“마 영감님, 요즘 동강시에는 별일 없지요?” 진루안은 마영삼을 보고 물었다.마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고가 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위 대신과 황 대신이 줄곧 당신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서, 줄곧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했지만, 당신이 동강시에 없었지요.”진루안은 위 대신과 황 대신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위 대신은 이전의 위생대신인 위일천, 황 대신은 이전의 치안대신인 황홍비라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이 두 사람은 모두 정사당에 들어갔으니, 동강시의 진정한 최고위급 대신이자, 최고의 명사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이 모든 것은, 모두 진루안이 그들에게 준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감격도 아주 정상이었다.“또 한 가지 일은 성립병원의 부원장인 고진양의 일입이다. 그는 바로 그의 딸이 군대에 입대하는 일에, 줄곧 당신이 조치해 주기를 원했습니다. 또한 당신이 동강시에 없었기 때문에 잠시 보류했습니다.”마영삼은 연속해서 이 두가지 일을 말했는데, 전부 진루안과 관계가 있었다. 특히 고진양 부원장의 그 일은, 진루안이 한참 전에 응답한 일이었다.지난번에 경주에 간 이후로 승낙을 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보름 넘게 지연되고 있었다.“내가 처리해 줄 테니 그에게 연락하라고 하세요.”“만약 그의 딸이 정말로 군대의 좋은 재목이라면, 나는 약간의 관계를 동원해서, 그녀를 건성 군부에 들어가게 할 거예요.”“하지만 만약 그의 딸이 단지 겉만 그럴듯하다면, 미안하지만
“루안 도련님, 어떤 차를 사시겠습니까?” 양서빈은 자신의 부가티 베이론을 몰면서, 조수석의 진루안에게 물었다. 얼굴에는 아직도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고급차를 아주 좋아한다. 만약 평소에 집안의 사람에 대한 관리가 아주 엄격하지 않았다면, 그는 일찌감치 고급차를 샀을 것이다. 바로 그가 지금 운전하고 있는 부가티 베이론도 모두 아버지 양계원이 겨우 동의해서 산 것이다.그래서 진루안이 차를 사려고 할 때, 그가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었다. 설령 자신이 운전할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고급차를 산 것을 보면 아주 흥분했고, 더욱이 일종의 즐거움이었다.“나도 몰라, 아무 거나 한번 보지 뭐.” 진루안은 고급차에 대해 특별히 잘 알지 못한다. 단지 그 몇 개의 고급차 브랜드만 알고 있고, 그 외에는 정말 잘 모른다. 그러나 기왕 차를 사려면, 당연히 좀 더 좋은 것을 살 것이고, 돈을 쓰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도련님, 왕교문 그 자식을 찾아올까요?”“그 녀석은 거의 동강시의 모든 자동차 판매 전문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고급차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있어서, 그 녀석을 데리고 있으면 더 편리합니다.”양서빈은 진루안에게 묻는 김에 왕교문에 대해 언급했다.진루안은 왕교문을 생각하자, 처음으로 뚱보 아저씨를 만났을 때, 고급차를 몰고 가다가 노점을 들이받았던 왕교문이 생각났다. 후에 왕교문과 그의 아버지 왕계업이 분분히 사과하고서야 이 일을 해결했다.그러나 왕교문 그 녀석은 일부 부잣집 도련님의 성격 외에는, 오히려 괜찮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수중에 인명에 관련된 소송은 없으니 한준서보다 훨씬 나았다.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동강시에 있을 때, 늘 몇 명의 익숙한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또 일부 인맥 관계도 필요했다. 왕씨 가문은 비록 아주 강대하지는 않지만 동강시 전체에서는 가장 잘 사용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을 하든, 그들을 찾으면 언제나 옳았다.이렇게 생각한 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러나 여전히 진루안을 볼 수 있었고, 이때 이윤희는 비로소 감회가 새로웠다.진루안은 지금 마음속에는 아무런 쓸데없는 생각이 없다. 그와 이윤희는 일찌감치 관계가 끝났다. 그녀가 헤어지자고 하면서 명문가를 추구할 때, 이미 철저히 끝난 것이다.“어서 오세요, 진 선생님!”이윤희는 담담하게 입을 오므리고 웃었다. 그녀의 몸에는 예전의 하늘보다 높았던 오만함은 이미 없어졌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하는 현실만 있었다. 안명섭과 이혼하고 또 뱃속의 아이를 잃은 이윤희가 지금 바라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살아갈 수만 있으면 된다.본래 가난한 집안의 여자였는데, 지금 결국 다시 하층의 사회로 돌아가니 운명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그녀가 알았던 그 고차원적인 유명 인사들도, 지금 그녀를 보면 모두 길을 돌아서 가는 것이 현실이다.“야, 루안 도련님, 이 스태프가 당신을 아네요?” 양서빈은 다소 놀라서 진루안을 바라보다가, 곧 웃음을 참지 못하고 진루안을 향해 눈짓했다. 뭔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뜻이었다.그가 비뚤어지려는 모습을 본 진루안은,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찬 다음 이윤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너는 왜 장소를 바꿨어? 크래프트 쪽은 왜 안 해?”“크래프트쪽에서 감원했는데 내 실적이 부족하여 잘렸어.”이윤희는 여전히 입을 오므리고 웃으며,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 그때 그는 크래프트 전문점에서 진루안을 모욕했는데 어떻게 감원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 사장은 진루안의 신분을 매우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녀가 바로 재수 없는 사람이었다.그녀 외에 애초에 신발 판매를 맡았던 그 여자도 해고되었다.그들 두 사람은 모두 진루안을 조롱했고, 모두 가게에서 진루안을 모욕한 적이 있어서, 그 대가를 받은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진루안에게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진루안에게 소위 동정을 구하지 않을 것이다.“어디에서든 잘하면 출로가 있어.”진루안
안유아도 지금 다시 진루안을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갑자기 눈에 찬 기운이 더욱 커졌고, 조롱하고 경멸하는 웃음기도 더욱 커졌다.“그녀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진루안은 옆에 있는 이윤희에게 한마디 물었다.이윤희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녀는 현재 롤스로이스 전문점의 판매 매니저야.”“이윤희,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남자를 보면 걸을 수가 없어? 우리 오빠가 너를 차 버린 건, 정말 이 생에 가장 위대한 결정이야.”“너 같은 천한 여자는 진루안 같은 쓰레기를 찾는 성실한 남자와 어울려. 너희들이 함께 서 있으면 정말 잘 어울려. 호호.”“진루안, 내 제안이 어때? 한때 올케였던 미인이 우리 오빠의 아이를 가졌지만, 아이가 없어졌으니 배도 비었어. 앞으로 너희들은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야. 어때? 호호.” 안유아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고, 연신 조롱하면서 진루안을 경멸했다.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지금 이 안유아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아이큐가 설마 마이너스인가?’안유아의 톡톡 튀는 엉뚱한 모욕에, 옆에 있던 양서빈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진루안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 미친 년은 누구예요?”“날 뭐라고 불렀어? 미친 년?”“네가 뭔데 날 미친 년이라고 불러?”진루안이 아직 양서빈에게 대답하기도 전에, 안유아 자신이 먼저 화를 참지 못하고 양서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얼굴은 각박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양서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롤스로이스 전문점의 판매 매니저가 이런 물건일 줄은 정말 몰랐다.그는 양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다. 작은 안씨 집안의 큰 아가씨를 전혀 몰랐다. 양서빈이 알기에는 결국 차이가 너무나 많이 났다.안명섭과 안유아가 있는 안씨 가문은, 왕교문의 이 왕씨 가문에 비해 적어도 한 등급이 떨어진다.양서빈은 당연히 안유아가 누구인지, 이 안씨 가문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양서빈은 이 여자가 좀 흠이 있다고 느꼈다. ‘나와 진루안이 차를 사러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