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얼 본부에는 5000여명의 병사가 주둔하고 있는데, 매 병사는 모두 최정예 병사야. 내가 임페리얼 안에 있으면, 조정에서 어떻게 토론하든, 나는 괜찮을 거야.’‘남은 일은 조정에 맡겨 토론하게 하고, 나는 결과를 알면 돼.’“본부로 돌아간다.” 진루안은 한마디만 하고 임페리얼의 군용차에 직접 올랐다.100여명의 병사들이 재빨리 군용차 위로 뛰어올랐고, 서너 대의 군용차가 윙윙 소리를 낸 다음, 바로 임페리얼 본부를 향해 갔다.치안국은 지금 이미 풍랑이 가라앉았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경도 전체의 모든 조정의 대신들은 하나하나 전화를 받았고, 새벽 5시에 서둘러 회의를 열었다.회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대신들이 잘 모른다.그들은 이렇게 바쁜 회의 시간을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큰일이 발생한 건가? 용국 안에 무슨 큰 재앙이라도 생긴 것인가? 용국의 밖에 사고가 난 건가?이 2품과 3품의 대신들은 하나같이 얼른 옷을 입고, 급히 각자의 전용차에 앉아 정사당 건물로 곧장 달려갔다.그리고 최고의 대신들, 즉 일품의 대신들은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경로가 매우 많았기에, 삼삼오오 알아내어 왜 회의를 하는지 알게 되었다.이 답을 얻은 후, 모든 대신의 얼굴에는 깊은 충격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후두부가 간간이 저려왔다.‘진루안은 최고급 대신까지도 감히 죽였는데, 그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야? 아직 그들의 정사당을 안중에 두는 거야?’한순간, 진루안의 방법은 수많은 대신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반드시 진루안을 엄벌해야 하고,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온 경도가 어지러워졌다. 경도는 여전히 등불이 붉고 술이 푸르다. 깡충깡충 뛰어야 할 사람은 깡충깡충 뛰고 자야 할 사람은 잠을 잔다.일반 국민들은 방금 깨어나 아침밥을 짓고 출근할 준비를 했다.그들은 모두 경도의 이 갑자기 긴장된 풍조를 느끼지 못했지만, 전체 경도의 상류사회는 모두 아주 이상한 이 기운을 느꼈다.일시에, 무릇 돈 있고 권세 있는 사람들은,
조의는 극도의 분노한 것이 분명했다. 최고의 대신을 죽이는 이런 일은, 용국 내에서 이미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다.예전에 전란이 심했던 시절에는 이런 일이 나타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평화의 시대인데 진루안이 이런 일을 했으니, 정말 너무 지나쳤다.조의의 분노의 포효를 듣고, 백 군신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린 후 담담하게 웃었다.“죽이면 죽인 거지, 또 왜 그래?”조의는 얼굴이 멍해져서,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백무소가 뜻밖에도 이렇게 말해?’‘죽이면 죽인거야? 또 왜 그래?’‘설마 백무소도 차홍양을 죽인 후 초래될 수 있는 후폭풍이 얼마나 큰지 몰라서 얼떨떨한 거 아니야?’“백무소, 무슨 뜻이야?” 조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온몸에 한기가 감돌았다.옆에 있는 40대 모습의 남자 비서는, 지방에 내려가면 적어도 한 성의 최고이겠지만, 여전히 조의의 온몸의 기세에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연신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그는 지금까지 국왕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국왕과 백무소 사이의 관계가 이렇게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뜻밖에도 화를 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백 군신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잡고 아주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차홍양은 죽으면 죽은 거야.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어. 당신은 또 어떻게 할 생각이야?”“나의 제자 진루안은, 용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6년간 용국의 국경을 걱정하지 않게 했고, 국외의 수많은 세력을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고, 그렇게 많은 적을 죽였어.”“왜? 네 눈에는 내 제자가 이렇게 많은 헌신을 했는데, 설마 너처럼 차홍양이 존귀하지 않겠니?”“내 제자가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설마 차홍양의 죽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지 못했단 말이야?”“조의, 나의 태도는 매우 간단해. 나는 나의 제자를 원해. 완전하고! 손상이! 없으면! 돼!”“나는 바로 이런 태도이니, 나머지 일은 국왕인 네가 해야 할 일이야.”“나는 내일 아침, 나는 나의 제자가 방촌산에서 아침을 먹
최고급 대신을 죽이는 이런 일은 이미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았다.10년 전, 최고 대신의 아들이 밖에서 사고를 쳤다. 군부의 대장군 딸을 강X했고, 해를 입은 소녀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참혹하게 죽었다.결국 이 일의 파문이 커지자, 이 장군은 수천 명의 병사를 직접 데리고 가서, 이 최고급 대신의 집을 직접 에워싸고 초토화했다.이 최고급 대신과 그의 아들은 모두 장군에게 살해당했다.이 일은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당시의 국왕, 즉 지금 조의의 친아버지를 끌어들여, 어쩔 수 없이 곤장 50대를 쳐서 이 일을 해결하였다.그렇지 않으면, 정사당과 군부가 철저히 대립하게 되는데, 일단 양대 세력이 대립한다면 가장 어려워지는 것은 국왕이다.그리고 오늘 진루안이 비슷한 일을 했다. 비록 차홍양의 지위는 10년 전의 그 최고의 대신보다 못하지만, 일반인이 죽일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가자, 정사당으로!”“이 몸이 오랫동안 외출하지 않았는데, 정말 이 몸이 쓸모없는 줄 알아?”“감히 내 제자를 건드리다니, 감히 하기만 해 봐!”백 군신은 금색 군복으로 갈아입은 후, 군모를 쓰고 큰 걸음으로 바로 침실을 나갔다.칼자국 아저씨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얼른 따라 나가 차량을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서경아의 거처는 백 군신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쪽의 사랑방이었다. 할아버지의 노호를 들은 서경아도 깨어나 옷을 입고 나갔다.마침 금색 군복을 입은 백 군신을 보고 한동안 알아보지 못했는데, 노인을 알아보았을 때 백 군신은 이미 산을 내려갔다.서경아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왠지 모르게 그녀는 어렴풋이 사고가 났다고 느꼈다.‘진루안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는데, 지금 할아버지가 산을 내려가셨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제수씨, 왜 이렇게 일찍 깼어요?”바로 이때, 둘째 사형 이상건이 서쪽 사랑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맞은편 10여 미터 앞에 있는 서경아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가득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으며 물었다.서경아는 이상건을
진루안은 이때 이미 임페리얼의 본부로 돌아왔는데, 바로 경도 교외의 낮은 단층집에 있었다.이곳은 그렇게 호화로운 별장도 특별히 우뚝 솟은 고층건물도 없고, 수백 개의 단층 주택들만 둘러서 있는 특별한 전원구역이다. 그러나 이곳이 바로 임페리얼의 본부로, 진루안 자신의 기반인 것이다.진루안은 군용차에서 내려 큰 철문을 열고 임페리얼의 본부로 들어갔다. 임페리얼의 훈련장 위에는 이미 일렬로 늘어선 임페리얼의 병사들이 가득 서 있었다. 그들은 머리를 쳐들고 가슴을 펴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병사들의 얼굴에는 강인한 기색이 새겨져 있고, 눈에는 오직 의연함만 보였다.모든 병사들은 손에 소총을 쥔 채 진루안이 철문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들의 강인한 표정에 점점 기쁨과 흥분이 드러났다.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쓰러지지 않는 전신이 돌아왔다.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그 전신인 궐주가 돌아왔다.진루안은 천천히 임페리얼의 병사들 앞으로 가서, 그들을 향해 단호하게 경례를 했다.삭삭삭…….임페리얼 본부의 병사 3천여 명은 재빨리 팔을 들어 진루안을 향해 경례를 올렸고, 그들의 눈은 굳건한 믿음이 가득했다.“그래, 차렷!”“앞으로 나란히! 뒤로 돌아 각자 캠프로 달려서 돌아간다!”진루안이 명령하자, 임페리얼의 병사 3천여 명은 뒤로 돌아서, 질서정연하게 각자의 캠프로 돌아갔다.진루안은 3000여 명이 진영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왜 우리 조국은 이렇게 아름다운가, 왜냐하면 수많은 전사들이 활개를 치기 때문이야.’‘이들이 바로 무너뜨릴 수 없는, 우리 임페리얼의 병사들이자 우리 임페리얼의 전사인 거야.“궐주, 노궐주가 산에서 내려오셨습니다!”바로 이때, 맞은편의 가장 큰 단층 건물에서 늘씬한 미녀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 미녀는 아름다운 얼굴에 푸른 눈과 오똑한 콧날이 돋보였고, 금색의 군복은 더욱 늠름해 보였다. 그러나 표정은 아주 차갑고, 말투는 더욱 차가웠다.그녀는 진루안에게 다가가서 냉담한
“얘야, 지금 왜 전화한 거야?”진루안은 사부의 말투에서 약간의 책망과 관심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사부님, 돌아가세요. 제 일은 제가 맡겠습니다.” 진루안은 백 군신에게 방촌산으로 돌아가기를 권했다.백 군신은 지금 금색 군복을 입고서, 정사당 청사로 달려가는 차 안에 앉아 있다. 진루안의 말을 듣고서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자식,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 어떻게 해결할 거야?”“사부님, 제가 준비를 하고 차홍양을 죽였습니다.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사부님, 돌아가세요. 제가 해결할게요.” 진루안은 백 군신을 향해 가볍고 느긋한 말투로 권했다.백 군신은 자신의 어린 제자의 말투에 단호함이 드러나고 있음을 알았다. ‘보아하니 이 녀석이 정말 뱃심이 있는 것 같아.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녀석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자. 만약 해결할 수 없다면, 내가 다시 손을 써도 늦지 않아.’이렇게 생각한 백 군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진루안을 향해 말했다.“그래, 너 스스로 해결해라. 하지만 나는 방촌산으로 돌아가지 않아. 나는 정사당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어!”‘기왕 어렵게 방촌산을 내려왔으니 바로 돌아갈 수는 없어. 그래도 그 대신들에게 좀 압력을 가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정말 내 제자가 만만하다고 생각할 거야.’진루안은 백 군신이 이미 크게 양보했다는 것을 알았다. 진루안도 이에 대해 대단히 감격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면서 말했다.“사부님의 제자에 대한 사랑을 제자는 알고 있습니다. 안심하시면 됩니다.”“이 자식아, 꺼져.” 백 군신은 웃으면서 욕을 한 마디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칼자국 아저씨에게 휴대전화를 던졌다.이 핸드폰은 당연히 칼자국의 것이다. 그 자신의 핸드폰은 이미 방촌산의 침실에서 박살이 났다.칼자국도 자연히 사부와 제자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기에 입을 헤벌리며 웃었다. 그는 진루안의 태도와 방법을 아주 좋아했다. ‘무슨 일을 하든, 화를 일으키면 스스로 해결해야 해. 이게
“그렇지만…….”소대장은 또 무슨 말을 하려다가, 진루안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는 것을 보았다.그는 얼른 경례를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알겠습니다, 궐주!”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영원히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는 즉시 두 소대의 병사들을 데리고 병영으로 돌아갔고, 운전을 담당하는 병사 한 명만 남았다.진루안은 이 병사를 보고 말했다.“나하고 사람을 데리러 가자!”“예, 궐주님.”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군용 트럭의 문을 열고 뛰어올라 운전석에 앉았다.진루안은 군용 트럭 밑의 철제 사다리를 밟고, 단숨에 족히 3미터는 되는 군용 트럭의 조수석 안으로 들어갔다.군용 트럭의 뒤쪽에는 녹색 천을 씌운 적재함이 있다. 이 안에는 30여 명의 병사를 태울 수 있다. 이는 바로 병력 수송용 트럭이다.“금주 아파트단지로 가자.”진루안이 병사에게 말하자, 병사는 차에 시동을 걸고 바로 금주 아파트단지를 향해 갔다.그는 궐주가 왜 금주 아파트단지로 가는지 모르지만 명령대로 했다.반 시간이 지난 후, 군용트럭은 금주 아파트단지의 입구에 주차했고, 진루안은 트럭에서 내려 금주 아파트단지안으로 사라졌다.진루안은 복잡한 심정으로 금주 아파트단지의 한 동으로 들어간 후, 201호의 벨을 눌렀다.곧 문 옆의 인터폰에서 목이 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아주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진루안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지면서 더욱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차씨 부자를 죽였지만, 차씨 가문에 대한 증오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차씨 집안이 내 형제에게 입힌 상처는 평생 메울 수 없어.’그렇다, 그가 지금 온 곳은 바로 자신의 형제와 같았던 전우의 집이다. 차개석 그 짐승은 그의 여동생을 더럽혔고, 그의 여동생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비참하게 죽게 만들었다. 또한 자신의 형제의 두 다리를 끊어버렸다.자신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 비록 자신이 차개석을 걷어차 고자로 만들었지만, 차씨 가문의 비호가 있었다. 자신은 그때 날
진루안은 방문을 열고 문 입구에 서있었다. 문 안에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중년과 같은 모습의 남자가 보였다. 얼굴 가득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어서 겉치레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진루안은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과 분노를 참지 못했다. 양심의 가책은 자신이 그때 그들 남매를 보호할 충분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노는 차씨 가문의 짓거리에 대한 분노였다.자신의 형제가 이렇게 온갖 풍파를 겪고 실의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그가 겨우 24세의 청년이고, 일찍이 자신과 함께 변방을 지키던 용맹한 군인이었다는 것을, 정말 상상하기 어려웠다.차씨 가문에서 벌인 일련의 짓들 때문에, 하도헌이 지금 바로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이다.하도헌은 일찍이 용국의 전신과 같은 인물이 될 기회가 있었다. 바로 차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인 차개석이라는 짐승 때문에, 국가의 중요 인물이 망가진 것이다.하도헌은 다소 복잡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고 문가에 서 있는 진루안을 쳐다보았다. 한참이 지난 후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돌아왔어?”“내가 너를 데리고 갈 데가 있어.” 진루안은 하도헌을 보고 말했다.하도헌의 얼굴에는 의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진루안이 나를 데리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렇게 불구가 된 모습으로 또 어디로 갈 수 있을까?’“내가 차개석을 죽였어!”진루안은 그의 의심스러운 표정을 보고, 조용히 한마디 했다.하도헌의 눈에는 증오의 살기가 반짝였다. 진루안이 차개석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얼굴의 살기는 점차 어쩔 수 없는 씁쓸함으로 변했다.“하필 또 나 때문에, 차씨 가문 사람들을 화나게 할 필요가 있어?”하도헌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신의 형제가 한 일에 감사했다. 그러나 그 일은 이미 2년이 지났고, 자신의 여동생이 세상을 뜬 지도 이미 2년이 넘었다.‘가족의 피가 이미 차갑게 식었는데, 또 무슨 원한이 있어? 무슨 복수가 더 필요해?’‘아무리 복수를 해도, 이미
그들은 진루안이 한 사람을 업고 군용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더욱 궁금했다.그들은 앞으로 다가가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했지만, 군용 트럭은 이미 천천히 금주 아파트단지를 떠나는 것이 보였다.운전을 맡은 병사는, 차 앞에 앉아 있는 하도헌을 눈을 부릅뜨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비로소 이 초라한 중년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당, 당신은 하도헌? 하 부관님 아니십니까?” 병사는 놀라서 하도헌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도헌은 애초에 장애가 없을 때, 진루안의 부사수로 하 부관이라고 불렀다.그러나 지금 이렇게 온갖 풍파를 겪은 모습은, 병사로 하여금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내가 누구를 본 거야? 결국 이런 모습의 하도헌을 본 거야?’‘당시의 하도헌은 전공이 대단해서, 놀란 변경의 적군은 소문을 듣고 간담이 서늘해졌고, 감히 국경을 침범하지 못했어.’‘그러나 2년이 넘도록 보이지 않았는데, 그 당시 변방의 방어선을 진동하게 만들었던 그 부관이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변했을까? 정말 탄식할 수밖에 없어.’하도헌은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불타올랐다.진루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위풍당당했던 하도헌이 지금 이미 이렇게 되었어. 운명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러나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차개석의 일가족이야.’‘차개석의 가족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당시 차개석은 하도헌의 여동생을 죽게 만들었고, 또 하도헌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어. 그의 아버지 차홍양은, 또 자신의 수중의 권세를 이용해서 이 일을 틀어막았고, 마지막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평온해졌지.’‘내가 그때 돌아온 후 차개석을 발로 걷어찼지만, 차씨 일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도리어 국왕에게 한바탕 욕을 먹었어.’오늘 진루안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최고의 대신들의 마음 속에, 국왕의 마음 속에서, 도대체 강간범인 부잣집 도련님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일찍이 전공이 혁혁했던 하도헌이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