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 우리 M국은 이 빚을 기억하겠어!]탁 소리와 함께 플로린이 휴대전화를 내팽개치면서 성난 고함을 지르자, 골프 라운딩에 동반했던 장관들이 의아하게 여겼다.그들은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이렇게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여기는 플로린 대통령이 가장 즐겁고 느슨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인데, 뜻밖에도 이렇게 분노하다니? 이건 정말 이상한데.’다만 플로린의 분노가 너무 강해서 주변 사람들은 지금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골프장의 분위기는 숙연하고 침울해졌다.플로린의 포효가 너무 커서 진루안은 씩 웃으며 전화를 귀에서 떼었다. 전화가 끊어진 것을 확인한 진루안은 마이어스 주니어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플로린 대통령의 성난 고함 소리를 들은 마이어스 주니어도 당연히 플로린이 진루안에게 격노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그렇게 플로린이 격노한 뒤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마이어스 주니어는 모르지만, 틀림없이 이렇게 그대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옹졸한 플로린이기에 앞으로 용국에 반드시 손을 쓸 거야.’“M국에서 당신의 지위가 중요한 모양이네.” 미소를 지으면서 마이어스 주니어를 바라보던 진루안이 조롱의 말을 던졌다.마이어스 주니어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 자신의 임무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많은 정보원도 잃었다. 이들은 모두 그들의 FUI의 정예였지만 진루안의 손에 꺾인 것이다.그는 진루안의 손에 손실을 본 자신의 수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할 수도 없었다.진루안이 이번에 또 이겼다는 것만 알았다.몹시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루안이라는 상대를 만났을 때 이긴 적이 한 번도 없고 매번 진 것 같았다.이는 진루안이 자신의 타고난 천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가도 되겠지?” 마이어스 주니어는 진루안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진루안이 자신을 놓아주겠다고 한 이상 식언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아직은 갈 수 없어. 그렇지 않으면 그 승낙이 빈말
진루안은 레드고스트 특수전팀을 데리고 대통령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대통령 관저 입구에는 이미 보초를 서는 병사도 없었고, 관저 안의 정원에는 많은 시체가 누워 있었다. 이 피비린내 나는 시체들은 모두 두개골에 총알이 뚫린 채 죽은 모습이었다.“이들은 모두 콜러의 호위병이야!”한눈에 이 시체들의 신분을 알아본 마이어스 주니어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져서, 자신도 모르게 조롱하면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진루안은 말을 하지 않고 대통령 관저의 홀안으로 계속 걸어갔다.마이어스 주니어는 진루안이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냉소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잠시 뒤에 진루안이 콜러의 시체를 본 다음의 반응은 아주 볼만할 거야.’진루안을 따라 홀 안으로 걸어가던 레드고스트 특수전팀 대원들도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진루안의 조치가 실패한 건 아니겠지? 드래곤파이어 특수전팀이 콜러 대통령을 보호하지 못해서 죽게 만든 거야?’‘만약 그렇다면 이 FUI 정보 요원들도 너무 강한데.’그러나 이런 의문은 홀에 들어간 뒤 완전히 종결됐다.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던 마이어스 주니어는 로비에 가득 찬 시체가 모두 FUI의 정보원 시체인 것을 보고 바로 안색이 창백해졌다.로비에 우뚝 선 일곱 명의 모습이 보였고, 그들 뒤에는 피투성이가 된 콜러 대통령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콜러의 온몸의 피는 그 자신의 것도 있지만 FUI의 정보 요원들의 피도 있다.그러나 그는 살아남았다. 앞서 매복 공격을 받아 그의 호위병이 모두 죽었고, 그는 혼자 홀 안에 숨어 있었다.그런데 FUI의 정보 요원들이 권총을 들고 뛰어들 줄은 몰랐다.자신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총알이 날아오며 이 정보원들은 모두 사살되었다. 곧이어 드래곤파이어 특수전팀 요원들이 로비에 나타났다.콜러는 이런 노란 피부의 동양인들의 정교한 장비를 보고 이들이 용국에서 왔고, 진 전신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다.이는 콜러의 마음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줄곧 충성을 다했던 주인
“더 얘기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부터 A국은 M국의 통제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앞으로 용국이 당신의 후원자입니다!”“서도원, 너희 레드고스트 특수전팀은 지금 떠난다. 너는 임페리얼 A국 주재 지부에 가서, A국에 주재하는 모든 임페리얼 병사들과 요원들이 오늘부터 정식으로 A국의 방위를 접수한다고 통지해.”“나는 돌아가서 국왕과 상의해서 3천 명의 방위군을 A국에 주둔시킬 거야.”이렇게 말한 진루안은 활짝 웃으며 콜러 대통령을 바라보았다.“콜러 대통령님, 이번에는 안심해도 됩니다.”콜러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자조적인 씁쓸한 미소를 드러냈다.‘내가 꿈을 꾸는 건가? 용국이 어떻게 이렇게 호의적일 수가 있어? 순수하게 A국을 지원한다는 것도 M국과 같은 목적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을 뿐이야.’‘강대국들이 하는 일이 본래 그렇지.’알고 보니 그는 방금 M국이라는 호랑이의 아가리에서 나와서, 다시 용국의 입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마치 장기판의 졸처럼 이리저리 밀려다닌 것이다.“마이어스 주니어, 당신은 이제 A국과 용국 사이의 우정의 다리가 곧 건설되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몸을 돌린 진루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마이어스 주니어를 바라보았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후 마이어스 주니어의 냉소는 더욱 커졌다.‘겉과 속이 다른 진루안, A국을 탐내는 것에 지나지 않아.’‘그들은 M국과 아무런 차이도 없어.’‘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할 뿐이야.’한숨을 내쉰 콜러 대통령은 상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가능한 한 미소를 지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은 용국의 통제 하에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지 용국이 M국보다 좀 더 너그러워서 그들 A국의 백성들이 좀 나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당신들과 M국과의 협정 문서는 어디에 있습니까?” 진루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콜러에게 바로 물었다.콜러는 감히 홀대하지 못하고 집무실 안의 금고에서 협정 문서를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이 협정 내용을 뒤져본 진루안이 드래곤파이어 특수전
앞으로 용국은 A국의 후견하는 국가가 되고 기한에는 제한이 없다.M국이 A국을 공격해서 철저하게 점령하지 않는 한.그렇지 않으면, 이곳은 계속 변하지 않고 용국에서 지원을 받는 국가로 남을 것이다.“진루안, 독하네!” 마이어스 주니어는 험악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노려보았다. 진루안을 씹어 먹지 못하는 걸 한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이 모든 것은 진루안의 출현으로 인한 것이다. 자신의 큰 좋은 일을 망쳤고,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철저히 실패하고 떠나게 되었다.뿐만 아니라 그는 원래 진루안을 이용해서 Y국에 시선을 돌리게 한 뒤, 이번 기회에 A국에서의 Y국의 지위를 제거하려고 했다.‘결과는, 허허.’진루안은 두 개의 특수전팀을 파견해서 디마 세력을 없애버렸고, 마이어스도 디마 세력을 없애려고 FUI의 정예 요원을 파견했다.그러나 이는 모두 진루안을 위한 헛수로 변했다. 진루안을 도와 Y국이 지원하는 디마 세력을 멸망시켰고, 또 진루안이 A국을 손에 쥐는 것을 빤히 바라봐야만 했다.이들은 M국이 진루안과 용국을 도와서 Y국을 밀어낸 뒤, 용국에게 허를 찔려 M국의 약점을 잡힌 뒤 A국을 그대로 떼어준 셈이 되었다.M국의 약점은 바로 마이어스 주니어 자신이었다.그를 잡아서 플로린을 위협함으로써 진루안의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모든 것이 진루안이 급작스럽게 생각한 방법이다. 이 조치에 허점은 좀 있었지만 그래도 마이어스 주니어를 깔아 뭉갤 수 있었다.하룻밤 만에 진루안은 A국을 완전히 손에 넣었고, 콜러 대통령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가 살아있는 것은 A국에 난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진루안은 그야말로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A국을 접수했다.마이어스 주니어가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는 지금 진루안을 죽여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생각했다.‘진루안이 죽어야 용국이 만만해져.’‘그렇지 않으면 진루안은 용국의 오만함을 상징해. 그가 살아있는 한 용국은 앞으로 갈수록 강경해지고 갈수록 더
깊은 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레이블 시티의 공항, 진루안은 전용기 안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한 시간 전, 진루안은 이미 디마 세력이 이미 소탕되었음을 확인했다. 자기가 파견한 두 특수전팀이 디마 세력 천이백여 명을 섬멸하한 것이다.이와 동시에 FUI의 정예 요원들도 천여 명울 섬멸하였다.다만 애석하게도 그들이 디마 세력을 멸망시킨 것은 진루안을 도와준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자신들은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A국도 상실했다.A국에서 십여 년 동안 활약하던 반군 세력인 디마 세력은, 이렇게 2천여 명이 사망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A국이 이미 용국에 우호적이 되고 임페리얼에서 정예 요원을 파견했다는 것을 알게 된 Y국은, 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A국에서 물러났다.진루안은 지금 곧 귀국해서 국왕에게 직접 이 일을 보고할 것이다.반 시간이 지난 후 진루안의 전용기가 이륙했다. 동시에 A국 콜러 대통령은 진루안이 M국의 보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 10대의 전투기를 동원하여 함께 비행하게 했다. 전투기들은 진루안의 전용기와 함께 줄곧 용국을 향해 날아갔다.M국에서는 확실히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특히 대통령 플로린은 지금 진루안을 죽여 후환을 끊지 못하는 것을 더욱 한스럽게 생각했다.물론 이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M국의 플로린이 감히 그렇게 한다면 용국의 광적인 보복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손을 쓴다면 바보라도 모두 우리가 한 일임을 알게 될 거야.’‘그러므로 반드시 어느 정도까지는 계속 인내해야 해. 혹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용국에 복잡한 정세가 나타나거나 혼란에 빠지면, 진루안을 죽일 기회가 생길 거야.’‘이렇게 되면 M국이 한 일을 의심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용국이 그들의 소행으로 의심해도 그때는 정세가 복잡해서 용국의 광적인 보복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이렇게 생각한 플로린은 어쩔 수 없이 미사일의 발사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답답하게 몸을 돌려 작전지휘부를 떠날
진루안이 차 앞으로 걸어가자, 주한영이 낮은 목소리로 짧게 보고하고 나서 운전석에 앉았다.진루안은 뒷좌석에 앉았다.운전석에 앉은 주한영이 시동을 걸었다.BMW는 천천히 달리며 경도국제공항을 떠났다.임페리얼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이기에, 교통경찰과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BMW를 막지 못했고 원활하게 달릴 수 있었다.임페리얼은 경도에서 절대적인 맹주의 지위라고 할 수 있다.“경도의 정세가 어떤데?” 잠시 숨을 돌린 진루안이 주한영에게 물었다. 주한영은 차를 몰면서 진루안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궐주가 A국에서 한 행동이 이미 국내로 전해졌고, 내부의 첩자들이 뒤에서 장난질을 치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용국 전체의 고위층에서 들고 일어났습니다. 여러 대신과 재상들이 뒤에서 궐주를 헐뜯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궐주를 잡아먹을 것 같은 모습입니다.”“그들은 생각이 없는 걸까요? 그건 헛X랄 하는 건데 말이죠?”“설마 그들이 용국이 A국을 후원하게 되면 절대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일찌감치 M국에 놀라 자빠졌던 사람들이, 지금 그들의 상전인 M국이 행동을 하기도 전에 그들 자신이 먼저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실패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지요.”“궐주, 도로 양쪽을 좀 보세요!”이렇게 말한 주한영이 다시 진루안에게 손짓을 했다.주한영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던 진루안은, 도로 양쪽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눈빛이 굳어졌다.도로 양쪽에는 수없이 많은 경찰차와 임페리얼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사복경찰과 임페리얼의 요원들이 한눈에 보였다.진루안은 지금 차 안에 있지만, 스산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몹시 불편했다.“궐주, 지금 국왕이 온 도시에 궐주를 보호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자룡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적인 위험이 있습니다.”“용국에 숨어 있는 이 악질들과 첩자들이 궐주를 찢어버리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그래서 지금이 바로 그들이 미친 듯이 궐주를 암살하려는 때입니다
“1급대신과 재상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임페리얼은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주한영은 무력하고 답답한 기색이 가득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방법이 있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문제는 지금 정말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녀 자신이 직접 진루안을 데리러 올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의 대답을 들은 뒤 진루안은 계속 말없이 오랜 침묵에 빠졌다.주한영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더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루안은 그 자신의 생각과 해결 방법이 있을 거야.’시간은 천천히 지났지만 지금까지는 그래도 안전했다. 적어도 거리에서 진루안을 암살하지는 않았다.물론 용국 쪽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 용국 자신의 본거지에서 적에게 진루안이라는 새 전신이 암살당한다면, 이는 용국의 가장 큰 치욕일 것이다.그래서 국왕 조의는 이미 가장 전력을 다해서 무려 8천여 명의 경찰을 동원했다. 게다가 임페리얼에서도 3천여 명의 인원을 동원했다.기본적으로는 진루안을 보호하고 진루안이 매복에 걸릴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었다.진루안이 자룡각에 들어가기 전, 문제를 전부 설명하기 전까지가 가장 위험한 때이다.진루안이 순조롭게 자룡각에 들어간 뒤에는 가장 안전할 것이다.일단 진루안이 철저히 국왕과 합의를 이루고 또 기타 일부 재상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면, 몰래 숨어 있던 자들은 계속 숨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상전 M국을 위해 일하면서 다음 번의 좋은 기회를 기다릴 것이다.30분 뒤 주한영은 BMW를 자룡각 입구에 정차했다.이치대로 말하면 진루안도 자신의 차를 타고 바로 자룡각의 정원까지 올 자격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 국왕 조의는 비록 이번뿐이지만 진루안에게 그런 자격을 주었다.주한영은 BMW를 자룡각의 정원으로 몰고 갔다. 정원에서 국왕 조의의 집무실까지는 불과 50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국왕 조의는 가능한 한 진루안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렇게 한 것이다.진
“이 자들이 정말 대담하게 행동하네!”진루안의 얼굴에는 조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깨진 차문과 사방으로 날아간 유리 파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두 손도 깨진 유리에 의해 상처가 났고 흐르는 피도 갈수록 많아졌다. 그러나 진루안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그리고 진루안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루안의 상처는 깔끔해졌다.주한영은 자신이 끌고 온 저격수를 쳐다보았다. 노란색 옷을 입은 저격수의 얼굴은 아주 창백했고, 유리조각이 목에 꽂혀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앞으로 죽지 않는다 해도 완전히 불구가 되겠지.’‘진루안의 손을 쓸 땐 아주 정확해. 만약 이 저격수를 바로 죽이려고 했다면 절대 살 수 없었을 거야.’‘그를 살려 두면 당연히 유리한 질문을 할 수 있어. 만약 약간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야.’“네가 문 앞을 지키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진루안은 주한영에게 지시한 뒤에 이 저격수를 끌고 직접 자룡각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자룡각 입구에는 한성호가 서 있었다. 울리는 총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온 그는 곧이어 진루안의 모습을 보았다. 모두 그의 눈에 들어왔다.진루안은 저격수의 몸을 이끌고 한성호의 앞으로 왔다. 한성호가 문 앞을 가로막고 진루안이 들어가는 걸 막았다.“임페리얼왕 전하, 죄송하지만 국왕의 지시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한성호는 엄숙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향해 소리쳤다.국왕의 비서인 그는 비록 도중에 한동안 정직을 당했지만, 국왕은 그를 잊지도 포기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지금도 그는 이곳에 여전히 남아서 비서로 일하고 있다. 그의 지위는 이전보다 훨씬 확고해진 것 같았다.진루안은 한성호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자룡각 입구의 구리 거울 위에 순간적으로 격렬한 자극적인 빛이 감돌면서, 진루안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큰일났다!’마음속으로 아무런 준비도 없던 진루안은 바로 엎드리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마침내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