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신이 나서 진루안이 더욱 어려운 임무를 발표하기를 기다렸던 서도원은 진루안의 이 말을 듣자 바로 잔뜩 골이 나서 답답한 듯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직도 경호원이 필요해요? 진짜!”“너 뭘 그렇게 중얼거려?” 눈썹을 치켜 뜬 진루안이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서도원은 즉시 가슴을 펴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궐주께 보고합니다. 저는 궐주의 경호원이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무슨 소리야! 너, 이 임무가 간단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 언제든지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거 알아?” 진루안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어떻게 이 녀석이 마음속에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는가?자신이 서도원을 몇 년 동안 데리고 있었기에, 이 녀석이 바로 고집불통인 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그러나 오늘의 임무는 레드고스트 팀에게 있어서 확실히 가장 위험한 임무가 될 것이다.그가 해야 할 일은 그 자체로 가장 큰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서도원은 갑자기 입을 삐죽거리면서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진루안은 이 녀석이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경각심을 늦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 차라리 좀 분명하게 말해야 했다.“나는 조금 있다가 M국 FUI의 첩보왕 마이어스 주니어를 만나러 갈 거야. 언제든지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이변이 없는 한 이번에 FUI에서 파견한 사람들은 모두 병왕급의 정보원일 거야.”“그렇지 않으면, 왜 내가 너희 레드고스트에게 경호 임무를 수행하라고 하겠어?”진루안은 무거운 눈빛으로 서도원을 주시하며 임무를 분명하게 말했다.서도원의 안색은 금방 변하면서 이 임무의 위험 정도를 알게 되었다. 이미 앞의 3개 특수전팀의 임무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게다가 진루안의 신분은 아주 특수하지만, 만일 그들 모두를 보호할 수 없는 어떤 위험에 빠진다면 이는 정말 큰일이다.“궐주, 안심하세요. 레드고스트는 반드시 임무를 잘 수행하겠습니다!”“됐어, 이 자식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진루안은 손바닥으로 서도원의 이마를
마이어스 주니어가 낯가죽 두껍게 진루안에게 전화를 걸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진루안이 자신을 다시카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진루안이 전화를 받자마자 다시카 아가씨라고 부를 줄은 몰랐다.이 별명은 진루안을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물론 마이어스를 감히 이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단지 진루안을 만난 것이 그의 일생에서 가장 큰 불행이라고 할 수 있다.[진루안, 세븐 카드 빌딩으로 와, 세븐 카드 빌딩에서 기다리겠어!][우리 얘기 좀 하지!]마이어스 주니어는 진루안이 자신을 조롱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황급히 두 마디만 통지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진루안의 표정은 결코 어떤 노기도 없었다. ‘마이어스 주니어가 내게 말을 더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야. 그의 이런 태도야말로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지.’비록 지난날 진루안이 마이어스 주니어를 핍박해서 자신을 스승이라고 부르게 했지만, 물론 누구나 그 실패가 아무런 실질적인 가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이어스 주니어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소리쳤을 뿐이라서, 진루안은 더더욱 진짜로 여길 수 없었다.만약 진루안이 정말 마이어스 주니어라는 제자를 거두게 된다면, 용국의 국왕 조의조차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한 명은 용국의 새 전신이고, 다른 한 명은 M국의 FUI의 국장이다. 이 두 사람은 절대로 깊은 친분을 가질 수가 없다.진루안은 전화를 내려놓았다. 이번 여행의 위험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생명의 위험이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세븐 카드 빌딩이 어디에 있지? 너희들은 알고 있어?” 진루안은 휴대전화를 놓고 몸을 돌려 레드고스트 팀의 대원들에게 물었다.자신은 A국에 대해 잘 모르기에, 당연히 이 세븐 카드 빌딩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진루안의 질문을 들은 서도원이 즉시 나서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궐주,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압니다!”“그럼 가자. 세븐 카드 빌딩으로 가서 마이어스 주니어를 한 번 봐야지!” 진루안은 서도
이들을 데리고 회의실에 온 이유는 회의실 전체의 기운이 가장 짙기 때문이다. 마이어스 주니어는 반드시 이 회의실에 있을 것이다.특히 회의실 입구에 검은 정장 차림의 요원 10여 명이 서 있는 것을 보니, 마이어스 주니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진 전신, 저를 따라오세요!”진루안 일행이 나타난 것을 본 입구에 있던 정보 요원이 바로 진루안을 회의실로 들어가게 안내했다.그러나 진루안이 회의실에 들어간 뒤에 이 요원들이 서도원 등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서자, 쌍방은 갑자기 갈등을 빚게 되었다.“죽고 싶지 않으면 이 몸을 놔!”“그래, 시작이지. 해 보자, X발!”서도원이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서양인들이 여기에서 건방지게 군다는 것이다. 특히 그의 면전에서 건방지게 굴어서 갑자기 살기가 일어나게 만들었다.서도원의 말을 들은 대원들은 즉시 모두 권총을 꺼내려고 했다.FUI의 정보 요원들도 안색이 바뀌면서 권총을 꺼내려 했다.“그만해!”“됐어!”이와 동시에 방금 방안으로 들어온 진루안이 미친 듯이 외쳤다. 그리고 마이어스 주니어도 동시에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 회의실 뒤쪽 입구에 서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던 마이어스 주니어가 고함을 치자, 그 자리에 있던 정보 요원들은 바로 얌전해졌다.레드고스트 특수전팀도 진루안의 명령 때문에 더 이상 건방을 떨지 못하고 얌전해질 수밖에 없었다.진루안은 앞쪽 입구에 서 있고 마이어스 주니어는 뒤쪽 입구에 서 있었다. 이 회의실은 용국 학교의 교실처럼 앞뒤에 각각 문이 있었다.“너희들은 모두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명령을 내린 진루안은 서도원을 힐끗 쳐다본 뒤 몸을 돌려 회의실로 들어갔다.마이어스 주니어도 돌아서서 뒷문을 닫고 사라졌다.정보 요원들이 불순한 눈빛으로 노려보았지만 서도원 일행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복도의 계단에 거들먹거리며 앉아서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형님들, 봤어요? 그 여자 아주 귀엽고 예쁘던데요. 힙도 크고 둥글고 말이죠!”“아
“사부님, 오랜만입니다!”결국 마이어스 주니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농담과 조롱이 섞인 말투로 진루안을 사부라고 불렀다.이것도 지난번에 그가 진루안에게 졌기에 달갑지 않지만 스승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물론 말로만 스승이라고 할 뿐, 정말로 진루안의 제자가 될 수는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국경이 존재하는 한, 그 역시 진루안을 스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그래, 제자야. 정말 오랜만이네. 네가 A국의 배후에서 음모를 꾸밀 줄 몰랐어.”“이번에 A국 디마 반군 세력의 포탄이 용국의 영토 안에 떨어졌어. 이 일은 A국에서 인정했는데, 네가 콜러에게 그렇게 행동하라고 지시했겠지?”“만약 너희 M국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콜러가 절대로 그렇게 시원스럽게 우리 조건을 승낙할 수 없었을 거야.”“그 배후에는 너희 M국이 있어!”“보아하니 내가 정말 맞는 말을 한 것 같네!”마이어스 주니어의 표정을 본 진루안은, 마이어스 주니어가 지시했다고 더욱 믿게 되었다. 그가 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콜러 대통령은 정말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꼭두각시일 뿐이야.“사부님, 당신은 왜 이곳을 떠나지 않습니까? 정말 M국과 A국에서의 통제권을 놓고 싸우려는 겁니까?” 마이어스 주니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말은 원래 묻지 말았어야 하지만, 진루안이 쓸데없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시원하게 물었다.그는 진루안이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사실대로 알려주기를 바랐다.“그래, 나는 너희와 A국의 통제권을 놓고 싸우려고 해.”“하지만 그 전에 나는 Y국을 끌어들여서 이 판을 혼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하지만 지금은 Y국을 쳐내기로 결정했어. 내가 이미 디마 세력을 없앨 팀을 보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거야.”진루안은 자신의 목적을 마이어스 주니어에게 말했다.마이어스 주니어는 자기도 모르게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진루안이 결국 그와 같은 방법을 선택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사부, 솔직히 말하지요. 나도 디마 세력을 없애기 위해서 사람
“말해봐, 이 A국의 통제권을 줄까 말까?”두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린 진루안은 의자에 기댄 채 맞은편의 마이어스 주니어를 바라보면서, 손에 든 권총을 계속 만지작거렸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마이어스 주니어의 표정은 무겁고 더없이 좋지 않았다. 그는 진루안이 뜻밖에도 이렇게 포악할 줄은 몰랐다. 자신에게 말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바로 이렇게 물은 것이다.이는 협상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고 바로 최종 결과를 원하는 것이 분명했다.마이어스는 M국에서 A국의 통제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용국은 더 말할 것도 없다.그래서 이 일은 분명히 불가능한 일이다. 진루안이 이 일을 묻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마이어스 주니어는 무의식적으로 뒷문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살펴보았다. 5미터도 안 되지만, 자신이 갑자기 뛰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진루안의 능력과 실력이라면 달리기도 전에 자신을 죽일 확률이 50% 이상일 것이다.마이어스 주니어의 눈빛이 뒷문을 주시하는 것을 본 진루안은,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내 속도라면, 네가 뛰기도 전에 죽일 수 있어!”“그러니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진루안은 마이어스 주니어가 도망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에게는 도망갈 기회가 없었다.진루안을 들어오라고 허락한 순간부터 마이어스의 목숨은 이미 그 자신의 것이 아니다.“그건 불가능해요. 설령 당신이 나를 죽인다 하더라도 M국에서는 승낙할 수 없습니다!”“또 A국의 통제권은 그렇게 손에 넣기 쉽지 않아요. 당신네 용국의 해외에서의 실력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 같군요.”마이어스 주니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지만, 이 말은 용국을 모욕하고 진루안을 조롱한 것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용국이 요 몇 년 동안 잘 발전해 왔다고 해도 단지 괜찮을 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세계 최고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고, 특히 군사 방면의 실력에서는 더욱 많이 뒤떨어진 상태다.물론 용국의 코
“M국이 해외에 많은 기지를 가지고 있지만 통제하는 국가가 A국만 있는 게 아니야. A국 때문에 용국과 대치하는 건 수지가 맞지 않아.”진루안은 마이어스 주니어가 듣든 말든, 어쨌든 이 일은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말했다.‘누가 막는다 해도 어떤 장애물이 있다 해도 반드시 극복해야 해!’마이어스 주니어는 진루안으로부터 갑자기 솟아나는 거대한 살기에 깜짝 놀라서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이렇게 무서운 진루안을 본 적이 없어서 가슴이 절로 두근거렸다.그는 진루안의 기질을 더 잘 알고 있다. 진루안의 접촉도 하루 이틀의 시간이 아니다. 이번에 진루안은 절대 자신이 A국을 계속 통제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마이어스 주니어는 지금 복잡한 심정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만약 다른 나라였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용국의 다른 대표가 왔어도 이렇지 않을 것이다.유독 용국의 이 새 전신 진루안을 상대할 때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새 전신에 대해서 한 마디 더 덧붙일 필요가 있다. 이 ‘새 전신’은 새로 뽑은 전신이 아니라 특별히 새로운 시대의 전신이기 때문에 새 전신이라고 하는 것이다.진루안은 바로 새로운 시대의 전신이기 때문에 새 전신이라고 하고, 그 구시대의 전신들과 구별된다.물론 전신의 입장에서 볼 때, 만약 전신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영예이다.용국의 군왕 작위에서는 글자 수가 적을수록 존귀하게 여긴다. 예를 들면, 두 글자로 된 XX왕의 지위는 한 글자를 사용한 X왕보다 지위가 높지 못하다. 바로 이런 식이다.그러나 전신에서는 이와 달리 한 글자의 X전신이 두 글자의 XX전신보다 지위가 높지 않다.진루안의 큰할아버지인 진봉산은 예전에 호국전신이었고, 이는 가장 영광스러운 전신의 자리였다.진루안은 호국전신과는 여진히 차이가 많이 나기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지금의 전신의 위치가 세계전신대회에서 결정된다면, 몇 글자의 전신이 되는지는 용국의 국민과 국왕이 공동으로 결정하게 된다.진루안의 영향력
10분 뒤, 진루안이 다시 마이어스에게 물었다.이미 10분의 시간을 주어 고려할 수 있게 했기에 지금 마이어스 주니어의 진짜 생각이 과연 어떤지 알고 싶었다.진루안의 묻는 말을 들은 마이어스 주니어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진루안, 정말 M국과 척을 질 생각이야?”“너는 M국의 초계기를 격추시켰고, 또 M국의 일급보좌관 필레를 죽였어.”“너는 이미 M국과 양립할 수 없는 원한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또 A국의 일에 개입하려고 하는 건 불가능해!”“네가 나를 죽여도 A국을 얻을 수는 없어.”“그리고 콜러 대통령에게 접근할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해 둘 필요가 있어. 콜러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지!”“내가 직접 대통령 관저로 사람을 보내서 콜러를 죽였어!”마이어스 주니어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FUI의 책임자인 마이어스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설사 진루안이 생명을 위협한다 해도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그가 이렇게 쉽게 타협한다면 그도 지금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고, 여러 해 동안 FUI 국장으로 있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을 것이다.“그래? 정말 콜러 대통령이 죽었다고 생각해?” 그 말을 듣고 마이어스 주니어를 바라본 진루안은 비웃으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의혹이 들면서 마이어스의 눈빛이 굳어졌다.“무슨 뜻이야?”그는 진루안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뭔가 일이 생긴 듯했지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웃으면서 의자에 앉은 진루안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서도원, 바깥은 해결됐어?”진루안이 갑자기 큰 소리로 문밖으로 묻자, 마이어스 주니어의 안색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안 좋아!’그는 몸을 날려 곧장 뒷문으로 돌진했다.그러나 그가 출발하는 순간 진루안도 몸을 움직였고 속도도 더 빨랐다.마이어스 주니어가 방문을 밀어젖히는 순간, 진루안은 이미 그의 뒤에 서서 권총으로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마이어스 주니어는 입구의 피비린내 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유일한 여자 대원을 포함한 10여 명의 FUI 요원
진루안은 마이어스 주니어를 죽일 마음이 없었고, 그를 죽일 수도 없었다. 마이어스 주니어를 죽인다면 M국이 용국에 대해 격렬한 보복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어스 주니어의 신분이 너무나 민감하고 대단하기에, M국의 플로린 대통령은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야.’‘또 마이어스 주니어가 죽으면 전 세계의 정보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어. 강력한 리더가 없다면 그 요원들이 구속력을 잃게 될 것이 분명해. 결국 첩보왕의 죽음은 전체 정보 시스템에 너무 큰 타격을 주게 될 거야.’‘올드 마이어스나 Y국의 007처럼 이미 늙고 진부한 사람들은 다시 전면에 등장해서 정보시스템을 이끌 수 없어. 여전히 마이어스 주니어만 그 일을 해낼 수 있어.’진루안은 비록 마이어스 주니어와 같은 국가의 사람이 아니지만, 진루안도 감히 지금의 구도를 깨고 정보 시스템의 거대한 힘이 혼란에 빠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그래서 진루안은 마이어스 주니어를 죽일 수 없었다.“나를 죽이지 않겠다고?” 진루안이 자신을 죽이지 않겠다고 하자 멍하니 있던 마이어스 주니어는 의아했다.‘나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죽이지 않는 거지?’그는 몹시 의아했지만, 살 수 있다면 그 역시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다만 진루안은 두가지 조건을 승낙하라고 했어. 이 두가지 조건은 아마 간단하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A국과 관계가 있을 거야.’‘진루안은 정말 계산에 능해.’ 마이어스 주니어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이 적국의 전신에 대해서 뭔가 말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응, 내 두 가지 조건만 들어주면 바로 풀어줄게.” 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진짜 생각을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 마이어스 주니어가 자신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진루안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죽이든 놓아주든, 오히려 내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돼.’“내가 승낙할 것 같아?”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