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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9화

흰 가을 옷의 소녀는 고성용의 이런 모습을 보고 더 크게 웃었다.

“나를 보고 실망하지 않았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경성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젊은 인재였는데 너를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내가 어떻게 세속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겠어?”

연신 고개를 젓는 고성용의 말투는 아주 침착하고 단호했다.

그 말을 들은 가을 옷을 입은 여자의 얼굴에는 웃음이 더욱 찬란해졌지만, 웃음의 깊은 곳에는 씁쓸함이 숨어 있었다.

“앉아서 이야기하자!”

여자가 앞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킨 후 평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앉는 풍속은 R국의 특색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일찍이 용국의 고대 2천년 전에도 무릎을 꿇고 앉는 풍속이 있었다. 다만 후에 R국에서 다도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한 것이다.

고성용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티테이블 맞은편의 평상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우아한 다실에서, 차도 마시지 않은 채 서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런 장면은 다른 사람이 보면 절대 정상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이렇게 잘 어울렸다.

지금 누가 말을 하면 이런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았다.

물론 이런 분위기와 분위기는 결국 깨져야 한다. 그리고 깨진 사람은 고성용이다.

“내가 오늘 한 일을 다 알았어?”

고성용은 흰 가을 옷을 입은 여자를 바라보며 간절한 눈빛을 드러냈다.

그는 마치 여자가 이 모든 것을 알기를 갈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여자가 이 모든 것을 알까 봐 걱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난처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심리적 저항 과정은 아주 괴로웠다.

고성용의 질문을 들은 여자는 더욱 크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네가 한성호를 계략에 빠뜨리는 여러 가지를 포함해서 나도 훤해!”

헉 소리와 함께 놀란 고성용은 바로 튀어 올라서 아주 복잡한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자는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을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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