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왕은 강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강서준을 돕기로 했다.“알겠어요, 우선 데리고 나가주죠.”강서준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몰래 대역을 넣어달라고요. 대놓고 나가면 안 돼요. 키와 체형이 비슷한 사람을 구해서 넣으면 몰래 빠져나가 가면을 만들 테니 그걸 그 자한테 쓰게 해주세요.”소요왕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만 물어보세요.”“그래요.”소요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주 빨리 일을 처리했다.군대로 돌아가 강서준과 비슷한 키와 체형을 가진 사람을 찾은 뒤 강서준을 몰래 빼냈다. 강서준은 자신의 얼굴과 같은 가면을 제작해 대역에게 그 가면을 씌운 뒤 대역을 다시 유치장에 넣었다.그리고 강서준은 다시 다른 가면을 만들기 시작했다.내일은 의술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대놓고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자신의 얼굴이 안되면 다른 얼굴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는 10년 전에 그의 모습으로 가면을 만들었다. 바로 강용 그룹의 이사장 강서준의 얼굴을.한편.강중의 어느 호텔.호텔 스위트룸.한 소녀는 소파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두 눈동자는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녀는 윤정아였다오늘 아침의 희생양이었다.호텔 룸 안에는 윤종복도 함께 있었다.딸의 모습을 확인한 윤종복은 마음이 복잡했지만 애써 딸을 달랬다. “정아야, 걱정 마. 절대 그 자식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 평생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마.”맞은편에는 두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서청희와 김초현이었다.김초현은 피해자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그녀가 당한 일을 가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정아 양, 혹시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요? 제 남편은 제가 잘 아는데, 그는 절대......”“그만하세요.”윤종복은 일어나서 방문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당장 꺼지세요. 여기 누구도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서청희는 급히 일어서서 상황을 수습했다. “윤 선생님, 화내지 마세요.
백소희는 곧 입을 열었다. “윤 선생님, 정아 양에 대한 일은 저도 들었어요. 혹시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요?”윤종복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백 대표님도 강서준을 대변하기 위해 이렇게 오신 겁니까? 아니면 강서준을 위해서 직접 오신 겁니까?”백소희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 선생님은 모르시겠지만 그분은 QS 그룹의 배후에 있는 진짜 회장님이세요. 수백조의 재산을 보유하셨어요. 주변에 예쁜 여자들이 수없이 많죠.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많은 여자들을 거느릴 수 있고 게다가 누구보다 아름다운 아내까지 있는 분이십니다. 그런 분이 지금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게 전 믿기지 않아요.”“QS 그룹의 배후에 있는 진짜 회장님이라고요?”윤종복은 강서준의 정체를 알고 난 뒤 큰 충격을 받았다.자신의 딸을 더럽힌 강서준이 뜻밖에도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었다.“예.”백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분명 오해가 있을 거예요. 전 회장님이 절대 그런 일을 할 분이 아니라고 믿어요.” 강서준의 정체를 안 윤종복은 엄청나게 놀랐다.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차갑게 말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돈 있는 분들 속 사정까지 저희가 어찌 알겠어요. 어쩌면 이런 자극을 원해서 벌인 짓일 수도 있고요.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고 돈만 있으면 뭐든지 누릴 수 있다고 믿는 분들이니.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강서준은 제 딸에게 못된 짓을 했고 전 꼭 고소를 할 겁니다. 꼭 교도소에 처넣겠어요.” “합의금을 제시해 주세요.”백소희는 변호사에게 증거가 확실하기에 강서준에게 불리하다는 말을 들었다.그녀는 윤종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얼마를 드려야 아무 분쟁 없이 조용히 지나갈 수 있나요?”“아니요, 필요 없습니다. 당장 나가주세요.”윤종복은 화를 내며 문을 가리켰다. “당장 나가세요!”백소희도 얼굴을 찌푸렸다.지금
며칠간 SA 일가는 쭉 검색어에 올랐다.첫 번째 소식은 바로 김초현에 관한 것이다. 의술도 모르는 사람이 J 의료원의 의사가 되어 몇 억을 들여 이번 의술 대회의 1위 의사로 등극했다는 소식이다.“김초현은 오명을 뒤집어쓴 거야.”“뻔뻔해.”“멍청한 게, 돈만 많아서는.”해당 기사가 내려가기도 전에 두 번째 키워드가 새로 생겼다. 바로 김초현의 남편 강서준에 관한 기사였다.모든 매체에서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성폭행범은 죽여야 해.”“저런 사람은 남자구실을 못 하게 만들어야 해.”“총살해야지.”“진짜 이해가 안 되네. 강서준한테 그렇게 아름다운 아내가 있는데 왜 굳이 저런 일을 한 거야?”“아무것도 모르는 것들, 강서준은 SA 일가의 데릴 사위로 들어갔어. 집안에서는 목소리 하나 제대로 못 내는 사람이야. 소문에 의하면 아직 김초현과 관계도 맺지 못한 것 같던데. 꽃처럼 아름다운 아내가 있어도 건드리지 못하니 결국 참다못해 이런 사단을 벌인 거지.”........인터넷에는 강서준에 대한 욕설이 난무했다.SA 일가.김초현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아내로서 마땅히 주시해야 할 사건이었다.인터넷에 올라온 댓글들을 확인한 그녀는 죄책감을 느꼈다.그녀는 자기 탓 같았다.진작 강서준에게 자신을 허락했더라면 밖에 나가서 이런 짓까지 하지 않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김초현은 강서준이 성폭행을 저지른 것 같았다. 그런 확신이 점점 들었다.모든 증거가 강서준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강서준은 자신이 약에 취해 벌인 짓이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변명하고 있었다.처음에는 그녀도 강서준의 말을 믿었지만 윤정아의 몰골을 확인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강서준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핑계만 늘어놓고 있었다.“초현아, 더 생각할 것도 없어. 성폭행범이라고. 강서준은 현재 성폭행범이야. 강제로 이혼할 수도 있다고.” 하연미는 옆에서 김초현을 타일렀다.“청희야.”김초현이 서청희를 바라봤다.강서준이 구
김초현은 고개를 흔들었다.“서준의 사건이 해결되면 다시 얘기하자.”“알았어, 알았어.”하연미는 애써 웃으면서 김호의 팔을 잡아당겼다.“초현, 집에서 쉬어. 네 아빠랑 같이 김현이 보러 병원에 갔다 올게.”“그래.”하연미와 김호가 집을 나선 뒤, 김초현은 서청희를 물끄러미 봤다.“청희, 내가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하지? 서준이 우리 가문에 들어오면서 내게 잘 해줬어.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이혼할 생각을 하다니.”“그게…”서청희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적으로 김초현과 강서준이 이혼하기를 바랐지만 친한 친구로서 또 두 사람이 잘 살았으면 했다.“나는 서준이 성실하고 본분을 지키는 남자라고 여겼어. 돈을 팔면서 아가씨를 만난다고 해도 나는 괜찮아. 하지만 왜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정말 용서할 수 없어.”김초현이 단단히 실망한 모양이다.“그러게 말이야.”딱히 할 말이 없는 서청희는 그냥 김초현에게 맞춰주었다.김현은 강중시병원에 입원한지 벌써 며칠이 되었다.수술 경과가 좋고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한동안은 몸조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당분간 퇴원할 수 없었다.김현이 병실 침대에 누워있고 오유민이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그때 하연미와 김현이 웃으면서 병실에 들어왔다.김현이 의아하며 물었다.“엄마, 무슨 좋은 일이 있어?”“내가 이제야 숨통이 트여. 강서준 그 자식이 글쎄 어떤 여자애를 성폭행하는 바람에 경찰에 붙잡혀갔잖아. 모레 법정에 서는데 아마도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을 것 같아. 그러면 초현이와 이혼시켜야지. 돈 많은 남자가 널렸는데 말이야. 이제야 내 소원이 이루어지나 보다.”“뭐라고?!”김현이 깜짝 놀라며 쾍 소리를 질렀다.“매형이 성폭행을? 지금 농담하는 거지? 그럴 리가 없어.”하연미가 정색하며 말했다.“진짜야. 강서준이 잡혀갔다니까. 밖에 소문이 쫙 퍼졌어.”“그럴 리가, 절대 그럴 리가 없어!”김현은 그래도 믿지 않았다.강서준이 누군가? 과거에 흑룡이자 권력의 피라미드에 섰던 인물이다.
강서준이 죄를 저질러 감옥에 들어가게 되자 김초현은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형을 선고받은 즉시로 강제 이혼을 할 계획이었다.28살이라는 한창 젊은 나이에 강서준이 출소할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그때면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될 텐데 젊은 나이에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싫었다.따지고 보면 자신 때문에 강서준이 비뚤어진 길을 간 것이니 마음속으로 너무나 미안했다. 하지만 이미 이지경이 된 이상 돌이킬 수도 없고 자책해도 소용이 없었다.한편, 강서준은 구치소에서 빠져나와 강용 그룹으로 갔다.그동안 강용 그룹에 온 적도 없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여다보지도 않았다.강용 그룹 대표 사무실에서 강서준이 인피 가면을 썼다.180도로 확 달라진 모습이다. 게다가 하얀 정장까지 입어 용모가 더 준수하고 남다른 기품이 흘렀다.“도련님, 요즘 4대 상업 연맹의 압박을 받아 회사 실적이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그 때문에 손실이 적지 않습니다.”진수가 옆에서 업무를 보고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강서준이 손을 저었다. 강용 그룹이 어떻게 돌아가든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강용 그룹을 진수에게 넘기려고 했으나 거절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대표 자리에 이름을 걸고 있는 것이다.강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의술 대회가 끝나면 천천히 놀아줄 생각이에요.”진수의 손녀 진소윤도 사무실에 있었다. 그동안 진수의 뒤를 따라다니며 기업 관리를 배우더니 지금은 기업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아 처리했다.진소윤도 알고 보면 예쁘게 생겼다. 강용 그룹에 있는 동안 적지 않은 거물들과 만나면서 예전의 촌티를 벗고 관리자의 기개가 돋보였다. “도련님이 서예가 윤 선생님의 손녀 윤정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치소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나왔어요?”진소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말에 강서준의 표정이 굳었다. 확실이 귀찮은 일이었다. 모함이란 걸 알고 있지만 당시에 정신이 혼미해 아무도 기억나지 않았다. 윤정아라는 여자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
지금 시간은 오전 8시, 대회장에는 일찍부터 사람들로 가득 차고 떠들썩했다.강서준도 대회장에 도착했다. 이번은 조신하게 중간에 위치한 좌석을 구매하라고 진수에게 부탁했다. 강서준이 좌석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T 의료진에서 어떤 재밌는 일을 벌일지 그리고 B 나라의 한근명이 어떤 일을 꾸며 낼지 기대되었다.그때 의술 대회의 사회자가 무대에 등장했다.사회자는 유명한 여배우 이수빈이다. 오늘따라 키가 훤칠해 보이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었다.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서는 순간 감미로운 웃음소리로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정말 감동입니다. 대회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제가 다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대하에서 유명한 한의원 선생님들께서 최고의 영광을 경쟁하는 장면을 이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지금도 꿈만 같네요.”“그렇습니다.”무대 뒤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이름 있는 사회자 김준서였다.김준서가 이수빈 옆에 서며 대회당에 모인 관중들을 바라봤다.“영광스럽습니다. 대하에서 유명한 선생님들이 직접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을 보게 되다니 누가 신의 명칭을 쟁취할까요?”마침 직원들이 명단을 들고 나와 두 사회자에게 건네 주었다.이수빈이 먼저 명단을 열고 웃으면서 말했다.“3일 간의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100명의 선생님들이 명단에 올라왔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분씩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김준서가 말을 이었다. “1등은…”명단을 보던 김준서가 머뭇거리더니 바로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J 의료원의 김초현입니다.”그 말에 대회당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촬영하던 언론 기자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무대 위에 조명등이 가장 앞자리의 한 좌석을 비추었다.그 좌석에는 화사한 옷차림을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바로 김초현이다. 이곳에 와서 창피를 당하기 싫었지만 오지 않을 수 없었다.이유는 강서준이 돈과 바꾼 1위 자리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앗다.그래서 비웃음을 당할 걸 감안하고 온 것이다.강서준이 경찰에
김초현이 무대에서 내려가자 이수빈이 말을 이었다. “2위는 백초당의 방선미입니다. ‘방 신의’의 손녀죠. 방 신의는 20년 간 매년 의술 대회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청출어람’이라고 방선미 씨의 의술 또한 훌륭하네요.”김준서가 호명했다.“방선미 씨, 앞으로 나와주세요.”하얀 원피스를 입은 방선미는 마치 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백조 같았다.마이크를 잡은 방선미에게 이수빈이 물었다.“방 의원님, 처음으로 의술 대회에 참가하셨는데 2위를 얻은 소감을 말씀해 주시겠어요?”방선미가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의학계 여러 선배님들과 교류하는 것이 저의 소망이었습니다. 승부를 막론하고 오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감사합니다. 방선미 씨.”김준서가 활짝 웃으면서 계속 호명했다.“3위는 T 의료원의 한근명입니다.”“4위는 T 의료원의 홍준대입니다.”“5위는 한문수 의원님입니다.”“6위는 무극약방의 백무희입니다.”“7위는 백초당의…”두 사회자가 번갈아 가며 모든 사람의 이름을 부르자 호명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무대 위로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위에 호명된 사람들로 꽉 찼다.그 사이에 진소윤이 김초현의 옆에 다가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초현 씨, 저희 도련님께서 만나고 싶어 합니다.”“네?”김초현이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도련님이라면 흑룡이요? 죽었잖아요?”전에 강용 그룹에 찾아간 적이 있어 단번에 진소윤을 알아봤다.여기서 자신을 찾아오다니 왠지 의심이 갔다.진소윤이 웃었다. “따라오세요.”김초현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따라갔다.대회당 밖에 강서준이 벽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다.진소윤이 김초현을 데리고 다가왔다.“도련님, 김초현이 왔습니다.”강서준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알았어, 가 봐.”“네.”진소윤이 자리를 비켰다.김초현은 강서준을 보는 순간 멍하니 서 있었다.‘아니, 흑룡 강서준이 죽은 게 아니었어? 어떻게 살아있지?’자신이 귀신이라도 본 것 같아 두 눈을 힘껏 비볐지만 진짜 흑룡
강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르잖아요. 어서 가세요.”“그런데 저…”강서준이 손을 흔들었다.“걱정 말고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알았어요.”김초현은 무선 이어폰을 귀에 넣고 빠른 걸음으로 대회당에 들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무대 위에 섰다.100명이 모인 무대 위에서 바로 의술 대회가 시작되었다. 규칙은 이미 정해졌지만 이수빈과 김준서는 다시 대회 규칙을 읊었다.이번 의술 대회의 규칙은 1대1로 진행되며 50명을 이긴 자만이 승자팀에 들어가게 된다. 일단 이기면 안전한 셈이다. 그리고 시합에서 진 나머지 50명은 다시 1대1로 랜덤으로 매칭되어 시합을 진행한다. 여기서 이기면 진급하여 승자팀과 다시 랜덤으로 매칭되어 시합을 한다.상세한 규칙을 안내한 후, 무대 위에 커다란 텔레비전 화면이 나왔다. 거기에서 100명을 랜덤으로 매칭한 결과를 볼 수 있었다.“그럼, 김초현과 진규범 씨 앞으로 나오세요.”김초현과 시합할 상대는 순위가 비교적 낮은 한의사였다. 하지만 100위 안에 들었다면 수십 년 간의 경력을 쌓은 한의사들이라 능력을 간과해선 안 되었다.김초현이 앞으로 나오자 상대방도 빠른 걸음으로 나타났다.상대방은 여든 살이 넘는 노인이었다. 깔끔한 한복을 입고 젊은 여 조수도 데리고 나왔다.김준서가 김초현에게 물었다.“김초현 씨, 혹시 조수가 없습니까?”김초현이 대답하기 전에 상대방 노인이 콧방귀를 뀌었다.“이런 사람과 의술을 겨뤄서 이긴다고 해도 그냥 내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나 다름없군.”그 말에 김초현이 긴장했다.바로 그때 한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바로 강서준이다.그를 보던 김초현이 안심했다.강서준이 말했다. “제가 조수입니다.”이수빈이 강서준을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대회를 진행했다.“규칙대로 제비뽑기를 통해 진행하겠습니다.”그러자 직원들이 상자 하나를 들고 무대 위에 올라왔다.김준서가 말을 이었다.“이 상자 안에는 밀봉된 편지가 있습니다. 편지 속에 번호가 적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