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도 같이 보고 눈밭도 같이 걸은 사람은 나뿐일 거야.”민지훈의 댓글에 사람들의 반응은 난리가 아니었다.연아는 이 댓글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누군가가 전에 알려줬던 말이 생각났다.--- 같이 일출을 보고 눈밭을 걸으면 죽을 때까지 같이 있을 거래.조연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그가 아직도 이 말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심지어 민지훈의 이 댓글 아래서 이 말을 해석해 주는 네티즌도 있었다.“일출은 하루의 시작이고, 눈은 일 년의 끝이잖아. 뭐, 게임 끝이지.”“제가 민지훈 도련님의 이 말을 해석해 줄게요. 일출을 같이 본 사람도 나고, 눈밭을 같이 걸어 본 사람도 나다. 조연아 넌, 나 민지훈이랑만 이 모든 걸 해봤다.라는 거죠.”“민지훈 진짜 조연아 좋아하나 봐… 그러면 애초에 이혼은 왜 했대? 너무 아쉬워ㅠㅠ 둘이 재결합하는 건가?”재결합?절대 그럴 리가 없어!내가 바보라고 저지른 잘못을 한 번 더 저질러?연아는 댓글 하나하나 보더니 화가 난 듯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져버리고 화장실로 걸어갔다.이젠 그만 생각해야지.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였고 간단하게 빵을 챙겨 먹고는 차키를 들고 회사를 향했다.회사에 곧 도착할 무렵, 그녀의 차를 본 기자들은 갑자기 차 앞으로 달려들었다.핸들을 쥐고 있던 조연아의 손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조금 들어갔다.모두 민지훈 때문에 일어난 사단이다. 나쁜 새끼.그녀는 경적을 몇 번 울려 기자들더러 비키라고 경고했지만 이미 앞뒤로 막혀버린 상태여서 기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차창을 통해 비춰들어 오는 플래시에 심지어 생방송까지 하려고 달려든 사람까지.경호원들도 차 앞으로 다가와 기자들을 말리려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지라 끄떡없었다.“조연아 씨, 민지훈 씨랑 바닷가 데이트를 하신 건 재결합 의향이 있다는 겁니까?”“민지훈 씨와 조연아 씨는 혹시 회사를 위해 재결합하시는 건가요?”조연아는 선글라스를 벗고 차창을 내렸다.“저랑 민지훈 씨는 재결합하지 않을겁니다.”그
대박 뉴스!민지훈 게이래! 그것도 조연아가 직접 인정했어.기사 낼 필요도 없이 이미 생방송 댓글 창은 난리가 났다.백만장자에 권력을 거머쥔 데다 배우 뺨치는 비주얼을 가진 민지훈이 게이라니?…연아가 차를 세우자마자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민지훈 게이? 전 부인 조연아가 직접 인정했다!---게이 민지훈? 뜻밖의 성적 지향성.연아는 이런 기사들에 참지 못하고 웃어버리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하지만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추준이 도망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마음도 같이 무거워졌다.추준이 잡히지 않은 이상 그녀는 수시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두렵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어젯밤의 모든 일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데, 생각만 해도 마음이 떨린다. 하지만 아무리 무서워도 티를 내면 안 되고 침착해야 한다.“연아야?”넋 놓고 있는 연아를 보고 추연이 물었다.“괜찮아? 나도 경찰한테서 소식을 듣자마자 추준 집으로 갔는데 그 놈이 돌아간것 같지는 않았어.”연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추연한테 물었다.“이모, 추건은 어떤 반응이었어요?”“자기 아들이 한 짓인 줄 알면 좋아하기 바쁠걸. 무슨 반응이 있겠어. 뭐든 모른다고 하겠지. 왜 우리 추씨 집안에 이런 인간이 태어난 거야.”추준이 도망가면 그 뒤의 배후는 당분간 끌어내기는 어려워지는 것이다.“연아야?”추연은 그녀를 톡톡 쳤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정신을 차린 연아는 웃으며 추연을 대답했다.“이모, 이젠 이 일에 상관하지 마요. 지금 추준도 행방불명인데 이모가 더 조사했다 이모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상관하지 말라니! 내가 조카 혼자 위험하게 내버려둘 사람이야? 연아 넌 왜 모든 일을 혼자 짊어지려고 하는 거야? 앞으로는 이모네 집 와서 같이 살아! 거절하기 없기야! ““이모…”거절은 거절한다는 말투로 말하는 추연을 보며 연아도 조금 의외였다.“연준이가 요즘 계속 와인창고에만 있어 집이 비어있거든. 나 혼자 살기엔 적적하기
연아도 추연의 성격은 잘 알고 있다. 일단 마음만 먹으면 그녀를 흔들기 어렵다는걸.“이모, 화내지 마요. 이제 퇴근하고 짐 옮기러 갈게요.”연아도 추연의 적극적인 초대에 거절하기 머쓱한지 하는 수없이 승낙했다.“그래. 이래야 맞지. 네가 그래도 거절하면 나 진짜 진지하게 화낼 거야.”“네, 네. 이모. 그러니까 화 좀 풀어요.”연아는 눈웃음을 치면서 추연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애교 부리는 연아를 보며 이제야 기분이 풀렸는지 추연은 온화해진 말투로 대답했다.“일단 와인 창고 갔다 네가 퇴근하는 시간에 데리러 갈게. 너랑 같이 우여청가야지, 아니면 네가 도망갈 거잖아.” “네! 회사에서 딱 기다리고 있을게요.”“그래. 우리 예쁜 조카”추연은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빨리 돌아가 업무 봐.”연아는 추연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이모! 나이도 많으신데 운전할 때 조심하세요!”“네 이놈 계집애. 이모 아직도 젊거든!”추연은 주먹을 쥐고 때리려고 시늉하며 답했다.연아는 그런 추연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추연을 배웅하고 나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연아는 무심하게 서류를 뒤져보고 있었다. 핸드폰의 진동음이 울리더니 민지훈이 게이라는 기사가 알람으로 화면에 떴다. 이런 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연아가 웃어버렸다.…같이 시간, 양주의 중심에 세워진 두 고층빌딩 안.“퍽—”민지훈은 전광판에 끊임없이 재생되는 영상을 보면서 화가 났는지 펜까지 꺾어버렸다.옆에 서 있는 오민은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하는 모양이었다.‘민지훈 씨는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요.’웃기고 있네. 이런 말을 입밖에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은 조연아뿐이다.“웃고 싶으면 웃으세요.”엄숙한 민지훈의 말투에 정신을 바짝 차린 오민은 황급히 대답했다.“아, 아닙니다. 저는 그저 연아 아가씨가 이렇게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는 게 당황스러워서…”민지훈은 입꼬리를 당기더니 다시 눈길을 인터뷰 영상으로 옮겼다.내가 여자한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는 조
”도련님, 추건이 도망갔답니다.”민지훈은 그의 말에 마음이 철컹 내려앉는듯 했다.“찾아내세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추건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연아는 언제든 위험해질 수 있다. 지금도 연아 주위에 위험 요소들이 가득한데 추건까지 맴돌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네, 알겠습니다.”오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화면 속은 여전히 조연아의 인터뷰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다.차 안에 앉아있는 조연아가 선글라스를 끼고 확신에 찬 말투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오고 있었다.“누구 여자인지 간지는 나네.”하지만 그녀가 “민지훈은 여자한테 관심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하자 다시 굳어버린 민지훈의 표정이었다. 조연아가 저지른 일인데, 참을 수밖에 없지.저녁 시간에 민지훈은 회의실에 앉아 개인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기자는 민지훈의 포스에 눌려 조심스러운 말투로 다음 질문을 이어왔다.“지훈 님이 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소문일 뿐입니다.”“그러면 조 회장님께서 지훈 님이 여자한테 관심이 없다고 하시는 건 사실이 아니라 그저 커플 사이의 말다툼뿐인 거네요?”“일부분이 사실이기도 합니다.”그의 대답에 어리둥절한 기자였다.“저는 조연아 말고는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습니다. 남녀 모두.”그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아, 그리고 저랑 민지아 씨는 약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사실이 아닌 소문을 퍼뜨린 분들한테는 꼭 끝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말이 끝나자, 미련도 없다는 듯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민지훈의 이번 인터뷰로 인해 그와 조연아의 사이가 더욱더 미스테리로 되어버렸다.“민지훈이 조연아 얘기만 나오면 완전히 달라지잖아. 말투도 엄청 상냥하고. 그런데 민지아랑 약혼한 사이가 아니라고 말할 때는 또 엄청 진지해.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말할 때만 상냥하다니까! 민지훈 최고!”“헐, 조연아 부럽다… 민지훈이 조연아한테만 관심이 있다잖아! 둘 사이 공개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
그는 비웃는 듯이 말했다.“연아 유산되게 만들었을 때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을 안 해봤어요?”송진희는 이 말에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민지훈의 눈길도 피하기 시작했고 질타하던 목소리도 많이 낮아졌다.“너… 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니? 나 때문에 유산된 거라고? 그건 조연아가 아기를 갖고 싶지 않아 저절로 3층에서 뛰어내린 거야! 그저 이 애를 이용해…”“닥쳐!”화가 치밀어 오른 민지훈은 그녀의 말을 제지했다.이런 민지훈의 모습에 겁먹은 송진희도 몇 발짝 물러섰다…“지, 지훈아. 근거 없는 일이잖아… 어떻게 엄마를 모함해? ”송진희의 말투는 전처럼 당당하지 않았다. “전엔 그 여자 말 하나도 믿지 않더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도리어 네 엄마인 내 말은 의심하고!”민지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예전엔 당신만 믿었기 때문에 연아한테 상처만 줬었지.”말투는 차가웠지만 조연아 얘기만 나오면 눈빛은 부드러워졌다.“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단호하게 말을 끝내자, 미련도 없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오민과 송진희도 급하게 따라갔다. 귀부인의 모습은 어디 간 지 없고 초라하게 매달리고 있었다.“지훈아, 너 미쳤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조연아가 먼저 뻔뻔하게 우리 민 씨네랑 결혼하려고 했던 거잖아. 그래서 너도 미워했던 거고. 그런데 이제 며칠 지났는데 갑자기 왜 사람이 다 달라진 거야? 지금 조연아 그년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우리 모자 사이를 이간질한 거지?”민지훈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걔랑 결혼하는 건 제가 한 약속입니다.”예전엔 민지훈 뒤만 졸졸 따라다녔던 조연아였다. 아무리 민지훈이 밀어내고 내쫓아도 떠나질 않았는데 결국 둘이 결혼하게 되었다니. 어떻게 보면 그때 조연아한테 했던 약속을 지켜낸 셈이다.하지만 그렇게 자기만 좋아해 준 조연아한테 상처만 주고 울게만 만들고 그녀의 목숨까지 지켜내지 못할 뻔했다.그 모든 것이 비수처럼 그의 마음을 찔러왔다.그녀 때문에
”생각하신 대로입니다.”민지훈은 한 마디 덤덤하게 내뱉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탑승했다.서서히 닫치는 엘리베이터 문을 보고 당황한 송진희는 갑자기 휘청거렸다.“생각난 거야? 고등학교 때 조연아랑 같이 납치당한 일을…”그들이 납치된 그 두 날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후에 조연아가 이토록 민지훈과 결혼하겠다고 집착하고 있다는 건 송진희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민지훈이 기억을 잃어 그녀를 미워해도 한 발짝 떠나지 않고 그의 기억을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송진희는 민지훈이 평생 기억을 되찾지 못할거로 생각했지만 지금 민지훈은 그 모든 걸 기억해 냈다.오민이 송진희 앞으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그럼, 이만.”“대체 언제 생각난 거야? 오민, 대체 지훈이가 언제 기억을 되찾은 거냐고!”송진희는 오민의 손을 잡고 연신 물었다.하지만 오민은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공식적으로 대답했다.“사모님, 빨리 타시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습니다.”“오민, 항상 뒤에만 따라 다녔는데 넌 알잖아… 빨리 대답해!”“사모님, 지금 저한테 아무리 여쭤보셔도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아무것도 없습니다.”송진희가 만족스러워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포기를 안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너희 다 나한테 이럴 거야? 그래…그래!”송진희는 오민의 얼굴을 대고 흉측한 표정으로 손가락질하며 분풀이하고 있다.하지만 끄떡없는 오민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가 올라타니 마침 핸드폰에 전화가 한 통 걸려들어 왔다.“사모님, 큰일입니다. 지아 아가씨가 지금 난리 치고 있습니다!”하인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곧이어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돌아갈 거니까 다치지 않게 잘 보고 있어!”전화를 끊고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민지아의 추문이 밝혀진 후, 온종일 집에만 처박혀서 살다 오늘 조연아와 민지훈의 기사에 과하게 반응을 한 모양이다.인터뷰 뉴스를 본 민지아도 역시 송진희의 추측처럼 미
”아가씨, 조심 하세요. 아가씨…”“아가씨, 그러지 마세요!”“사모님은 언제 돌아오신대요?”하인들은 민지아를 말리지도 못하고 그녀가 던진 물건에 맞을 뻔했다.집에 도착한 송진희는 방바닥에 널브러진 물건을 보고 민지아한테 꾸중을 하려 했으나 이미 정신이 나간 듯한 그녀를 보고 차마 말을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다.“진정해 지아야!”송진희는 방 안으로 들어가 민지아를 안았다. 하지만 송진희를 본 그녀는 억울함이 터졌다는 듯 더 소리를 높여 울기 시작했다.“모든 걸 다 잃었어… 나 어떻해 엄마… 나 진짜 모든 걸 다 잃었어.”민지아의 눈물은 끊임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조연아가 모든 걸 망쳐버렸어. 내가 다시 연예계에 발을 못 들이게 만들어 버리고 지금 오빠까지 빼앗아 갔어. 지훈오빠가 지금 조연아 말이라면 꼼짝도 못하잖아. 조연아 진짜 무서운 년이야. 무슨 꼼수를 쓴거야 대체!”조연아의 말을 꺼내니 갑자기 바짝 긴장한 듯한 민지아는 송진희의 팔을 꽉 붙잡았다. “분명 예전에 오빠가 걜 그렇게 미워했는데, 지금 갑자기 사람이 변해버렸잖아! 무조건 이상한 수를 써서 그런 걸 거야!”송진희는 민지아를 진정시키려고 물었다.“지아야, 일단 진정해! 조연아가 무슨 방법을 썼든 간 먼저 이게 사실이 맞는지 엄마한테 알려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너랑 그 낯선 남자의 영상이 진짜야?”이 영상의 진실여부에 대해 줄곧 근심하고 있었던 송진희였다.민지아는 송진희의 질문을 듣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하며 자기의 팔을 잡고 있던 송진희를 확 밀쳐버렸다.“그래! 나 맞아. 그 남자 품에 안기고 있는 년이 나 맞는다고! 걔네랑 같이 잔 것도 나라고. 뭐 어쩔 건데? 지훈 오빠도 날 사랑해 주지 않는데 다른 남자보고 사랑해달라고 하는 것도 안 돼?”그녀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내리치고 있었다.“민지훈이 날 좋아하지 않아도 날 좋아해 주는 남자가 많잖아…봐봐, 이렇게 많은데! 하하하!”송진희는 그녀의 대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영상에서 남자들
”너…너…”민지아는 바닥에 산산이 조각난 유리 파편을 들고 하인들 앞으로 걸어갔다. “다들 지금 서서 보기만 하네… 재밌나 봐? 재밌게 보셨어요?”하인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내가 물어보잖아! 대답해!”곧이어 민지아는 손에 들고 있던 유리 파편으로 하인의 얼굴에 상처를 냈다.얼굴에 상처가 난 하인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소리를 질렀다.“아, 아닙니다. 재미없습니다.”하인들은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재미없다면서 왜 아직도 안 꺼져? 빨리 꺼져! 꺼지라고!”민지아가 유리 파편을 그들한테 던지니 놀라서 정신을 잃은 하인들은 황급하게 방을 빠져나갔다.다들 나간 뒤, 민지아는 방문을 잠구고 다시 침대 위에 앉아버렸다. 그 옆에는 송진희가 벽을 짚고 서 있었다.“우리 엄마, 많이 화가 났어요? 엄마가 화를 내다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지아는 어떡해요?”말하면서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버리는 민지아다. 지금 그녀를 보면 마치 정신이라도 나간 사람 같았다. 웃음이 멈추더니 눈을 부릅뜨고 송진희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보탰다.“엄마. 조연아 처리 해 줄 거지? 지훈오빠랑 결혼도 못하고 태영그룹을 내 손에 쥐어주지 않으면, 엄마가 한 짓거리들 모두 까밝힐 거야.”“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너 진짜 미쳤어?”“그래, 지금 협박하는 거야. 나 미친 거 맞아. 다 너희 때문이잖아! 암튼 난 모든 걸 이미 다 잃었으니 무서운 것도 없어! 그러니까 똑바로 들어. 난 민지훈을 원해. 태영 그룹도 가질 거야. 태영 그룹 전체. 지훈오빠가 민하 그룹이랑 추산 그룹을 합병할 거라며? 둘 다 모조리 가질거야.”민지아는 송진희 앞으로 다가가 더욱더 미쳐가는 웃음소리로 말을 이었다.“아니면 엄마 진짜 모습을 다 까발릴 거야. 그때면 지훈 오빠도 자기 엄마의 진짜 모습에 놀라지 않을까? 몇십 년간 엄마라고 불러온 사람이 악마였다는 사실에? 게다가 그때 3층 베란다에서 조연아를 창밖으로 밀친 사람이 엄마라는 것도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