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마영아가 물러가 일을 처리하려고 했을 때 용 씨 가문 별채의 집사가 숨을 헐떡이며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용천오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왜 그래?”“하현이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용천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왜? 왜 날 만나자는 거야?”“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떠보려고?”“아니면 뭐 우스갯소리라도 할 생각인가?”집사는 망설이다가 머뭇거리며 말했다.“물건을 사러 왔고 도련님과 화해를 하고 싶다며 도련님을 만나길 원합니다.”용천오는 원래 하현을 상대할 마음이 없었지만 물건을 사고 화해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잠시 후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들어오라고 해.”하현이 평화 회담을 원한다면 그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계속 싸우다 보면 양쪽이 다 다칠 수 있다.곧이어 두 손을 뒷짐진 채 하현이 별채 안 다이닝에 모습을 드러내었다.아직 아침식사 중이던 용천오를 보고 하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용천오, 너무 여유로운데. 이런 상황에서도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니 말이야. 당신의 담력과 정신력은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해! 인정! 인정!”“오죽하면 와신상담을 몇 년 동안 하면서 결국 용 씨 가문 중심에 우뚝 섰을까, 안 그래?”“내가 당신 처지였다면 당신처럼 그렇게 냉철하지 못했을 거야.”혼잣말을 하듯 말을 늘어놓는 하현을 보고 용천오는 치즈 한 조각을 뚝 잘라 삼키며 말했다.“하현, 당신과 난 그럴 얘기를 주고받을 만큼 좋은 사이는 아니잖아?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하고 물러가!”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용천오, 따지고 보면 우리 사이에는 그리 원한이 쌓일 일이 없었어.”“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내 아내를 때렸을 뿐만 아니라 내기에 졌으면서 승복하지도 않고 조한철과 브라흐마 아부 등과 야합해서 나쁜 짓을 꾸몄어...”“그래서 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꼼수를 부릴 수밖에 없었어.”“결국 일이 지금
위협하는 용천오의 말에 하현은 가타부타 대답은 없이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용천오, 당신이나 나나 둘 다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야.”“똑똑한 사람들끼리 빙빙 돌려 말할 필요가 뭐 있어.”“이런 잔꾀로 날 망칠 수 있었다면 무성에서의 당신 능력으로 진작에 난 망했을 거야.”“그런데도 당신은 아직도 날 협박하는 거야?”“당신이 지금까지도 날 어떻게 하지 못한 것을 보면 알잖아? 지금 당신의 그런 협박이 나한테 먹힌다고 생각해?”마영아는 하현의 오만함과 불손함에 격노하며 테이블을 탁 쳤다.“하현! 당신 분수를 좀 알고나 말해!”“협박이 먹히겠냐고?”“그 사람들은 모두 당신 사람들이야. 그들이 진술을 번복하면 당신이 자작극을 벌인 거라는 걸 세상이 다 알게 될 거야!”“그러면 당신은 끝장이야! 알기나 해?!”“지금 당신을 떠받드는 그 사람들, 아마 그때쯤이면 당신을 죽이고 싶어 안달일 거야!”“나무가 쓰러지면 원숭이들은 다 흩어지고 만다는 걸 몰라?!”“쫙쫙쫙!”하현이 손뼉을 치며 만면에 미소를 내걸었다.“용천오, 당신 주변 사람들 말주변 한번 좋군!”“단지 머리가 좀 나쁠 뿐이야.”하현은 관자놀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진실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모른다는 게 문제지.”“그 학생들이 믿겠어?”“그 가족들이 당신 말을 믿겠어?”“그들은 무성 상맹, 용천오가 날 제압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 모함했다고 생각할 뿐이야.”“그렇게 되면 당신들은 더 골치가 아프게 돼!”하현이 머리가 나쁘다고 하자 마영아는 몹시 언짢은 듯 날카롭게 핏대를 세우며 맞섰다.“하 씨! 머리가 나쁜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여론의 힘은 쇠도 녹인다는 말 몰라?”“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거짓 행동에 대해 증언하는데 어떻게 믿지 않을 수가 있겠어?”“그때 우리가 기자회견을 하면 당신은 그냥 매장이야!”마영아는 여기서 한 수만 더 쓰면 하현은 반드시 이 사회에서 매장당할 거라고 굳건히 믿고
하현은 보이차 한 잔을 따라 마셨다.용천오는 확실히 멋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 근에 수천만 원이나 하는 차를 마시다니.“바깥에서는 다들 하현 당신을 두고 여자 치마폭에 둘러싸여 그 힘으로 권력을 잡았다고 하던데.”“실제로 보니 당신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군.”용천오는 손에 든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하현을 바라보며 치켜세웠다.“당신은 능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천하를 다스리는 능력이 있어.”“당신이 이번 일을 벌이기 전에 내가 당신을 어쩔 수 없다는 걸 이미 계산했겠지, 안 그래?”“바깥에서는 형님의 기세를 등에 업고 나를 압박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하지만 당신은 나 같은 사람을 꿰뚫어 본 거지. 당신의 수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하현에게 당한 것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 일은 하현의 기가 막힌 수완에 용천오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용천오는 쓸데없는 반격을 깔끔하게 접은 것이다.쓸데없이 반격했다가는 자신의 처지가 더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고 외부에서 아무 자극이 없다고 하더라도 까딱 잘못하다간 스스로 구덩이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까지 치켜세워주니 고마운데. 뭐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어야지.”“용천오 당신이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나도 더 이상 다른 수단을 쓸 필요가 없어진 거지, 안 그래?”용천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힐끔 바라본 뒤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이제 말해 봐. 화해를 하러 왔다고 했잖아? 물건을 사러 왔다고? 어떻게 할 건지 말해 보시지?”“간단해. 용천오 당신이 한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 우린 지금부터 서로 웃으면서 지난날을 얘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껄껄 소리 내어 웃었다.“아침에 곰곰이 생각해 봤지. 당신의 무성 신시가지에는 아직 팔리지 않은 부동산이 몇천 채나 있지?”“한 채에 십억이
”개자식!”용천오는 화가 나서 테이블을 탁 쳤다.“하현, 당신 꿈도 꾸지 마!”“무성 신시가지는 썩어 문드러져도 나 용천오가 가져갈 거야. 내가 가난해서 굶을지언정 당신한테는 안 팔아!”“자, 그럼 무성 신시가지 건은 관둘게!”“무성 상맹에서 운영하는 무학당 체인점이 몇 개더라....”하현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다른 우회로를 제안했다.“어쨌든 당신들 무학당은 지금 매일 사람들이 찾아와 물건을 때려 부수는 통에 장사도 할 수 없잖아. 평판도 나빠져서 거의 폐업 상태나 마찬가지고.”“내가 천억에 인수할 테니 차라리 나한테 넘겨. 교관과 직원, 심지어 청소부까지 다 내가 그대로 떠안을게, 어때?”“이봐, 이거 내가 당신 많이 생각해 줘서 가격을 쳐 준 거야. 당신은 이 기회에 골치 아픈 무학당을 처분하고 현금을 손에 쥐는 거라고!”“역시 난 좋은 친구야, 안 그래?”“꺼져! 당장!”용천오의 낯빛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내 무학당이 이렇게 된 건 모두 당신의 그 파렴치한 수법 때문인데 이제 와서 뭐? 인수하겠다고?”마영아 일행은 하현의 말을 듣고 감정이 격앙되어 죽일 듯이 하현을 쏘아보았다.하현 이놈은 정말 악랄하기 그지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감히 이런 말로 용천오를 면전에서 업신여기다니!“이 무학당을 창고로 쓸지언정 절대 팔지 않을 거야!”“꿈도 꾸지 마!”용천오는 당장이라도 하현의 얼굴을 때려눕히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하지만 그는 감히 하현을 건드릴 수 없어 끓어오르는 화를 억눌렀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용천오를 느긋하게 바라보았다.“이 두 가지 물건을 팔지 않겠다니 그럼 시내에 있는 백화점은 어때? 그건 팔 의향 있어?”“어쨌든 이런 큰일을 당했고 무성 상맹도 반쯤 폐업 상태인데 앞으로 몇 년 동안 백화점도 장사가 안 될 텐데 말이야.”“만약 이 부동산들을 나한테 잘 넘긴다면 내가 섭섭지 않게 쳐 줄게.”“내가 당신을 친구로 생각해서 흥정 같은 건 하지 않을게. 게
하현은 웃으며 일어섰지만 바로 떠나지 않고 용천오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뺨을 툭툭 건드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용천오, 천리 밖에서 온 귀인을 이렇게 거절할 필요있어?”“지금 이 상황에서 당신 혼자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해?”“물건도 팔지 않고 돈을 빌려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아?”“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당신한테 돈을 빌려줄까?”“조한철? 김준걸?”“눈앞의 이런 어려운 상황도 함께 견딜 만큼 그들이 당신과 가깝다고 생각해?”“순진한 생각 하지 마...”“조만간 부동산을 팔아야 할 거야. 누구한테 파느냐가 문제지.”“나한테 직접 파는 게 꺼려진다면 중개업자를 불러서 얘기해도 돼.”“결국 내 손에 넘어오게 될 테니까.”“게다가 당신이 이렇게 시간만 끌면 가격만 점점 더 낮아져. 하루에 10% 정도?”“그러니까 누가 먼저 굴복하나 보자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두고 보지 뭐!”“내 생각엔 결국 당신이 얼마 못 버틸 것 같긴 하지만.”말을 마치며 하현은 테이블 위에 놓인 반찬을 손으로 슬쩍 집어서 오물오물 씹으며 돌아섰다.하현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용천오의 도도한 눈꺼풀이 자꾸 떨렸다.만약 자신이 여기서 정말 무너진다면 그건 여러 가지 일이 어쩌다가 겹쳐져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하현 저놈이 파놓은 구덩이에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6년 만에 무성의 중심인물로 부상했고 무성 상업 질서를 재창조했다는 명성을 들었던 용천오가 지금 이런 꼴이 되다니 억울하고 분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잠시 이를 악물고 험악한 얼굴로 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마영아, 플랜 B를 실행해. 하현 저놈이 강한지 내가 강한지 두고 보자구!”...바깥으로 나온 하현은 태연하게 용 씨 가문 별채를 떠났다.국술당으로 돌아온 하현은 몇 명 학생들에게 지도를 한 후 업무용 차로 들어가 잠깐 휴식을 취했다.현장의 질서를 담당하던 진주희도 지금 현장을
30분 후, 무성 상맹의 주가는 원래 가격에서 10%이상 하락했다.주가가 약간 올랐을 때 큰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었다.이 자금은 바로 무성 상맹을 향해 돌진했고 팔자마자 바로 공매도로 들어갔다.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공매도를 던졌다.그러자 시장의 개미들이 모두 화들짝 놀라 넋이 나갔다.모두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거의 같은 시간에 모든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버렸다.전후 불과 십여 분 사이에 무성 상맹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6만 원에서 4만 원까지 떨어졌다.오천억의 시가총액에서 순식간에 3분의 1이 증발한 것이다.무성 상맹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무성 사람들을 제외한 외지 투자자들은 어리둥절했다.그러나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단 손실을 막는 것이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인투자자들은 더욱 매도에 집중했고 무성 상맹의 주가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한 시간 후, 무성 상맹은 처참하게 무너졌다.이를 악물고 버티던 용천오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개인 금고를 모두 내놓았고 무성 상맹 장부의 모든 유동 자금을 빼내 주식시장에 퍼부었다.이렇게 방어를 한 결과 무성 상맹의 주식은 그나마 20% 정도 끌어올렸다.다만 이러는 사이 용천오의 손에 있던 유동 자금은 완전히 고갈되었다.그가 조한철과 김준걸에게 전화를 걸고 있을 때 이슬기가 지휘하는 대성그룹 자금도 때맞춰 시장에 들어왔다.이슬기는 우윤식보다 더 악랄하고 치밀하게 움직였다.그녀는 오전 최저점을 뚫고 주가를 원래의 40%까지 끌어내렸다.원래 6만 원이던 주가가 오전을 지나면서 2만원이 되었다.돈을 빌리려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리던 용천오는 이를 보고 피를 토할 뻔했다.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가 돈을 빌릴 수 있겠는가?조한철과 김준걸이 아무리 바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오전장이 끝나고 잠시 한숨 돌릴 시간을 갖
오후 1시, 다시 주식시장이 열렸다.하현은 용 씨 가문 별채 대문을 떠나다가 주식 거래창을 열고 무성 상맹의 주식을 던져버렸다.하현의 행동은 사람을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완전히 송두리째 사람을 멸망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다.이 모습을 보고 용천오에게 불만을 품은 용 씨 가문 사람들도 함께 뛰어들었다.다들 무성 상맹에서 탈출하려 하고 있으니 이럴 때 따라가지 않으면 나중에 혼자만 손해를 보게 되는 거 아닌가?주식시장에서 피 튀기는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무성 황금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설은아의 핸드폰이 다급하게 울렸다.전화를 받으려고 핸드폰에 눈길을 돌리던 설은아는 화면에 뜬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한숨을 크게 내쉬며 설은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엄마, 내가 말했잖아! 주식 투자하지 말라고. 주식에 함부로 투자하지 말랬잖아!”“”왜 내 말 안 들어?”“모든 재산을 다 무성 상맹에 퍼부었을 뿐만 아니라 뭐? 융자까지 받았다고?”“예전의 3분의 1 가격도 안 되지만 앞으로 계속 주가가 더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그때가 되면 본전도 못 찾고 은행에 빚만 지게 될 거야!”“알았어. 지금 엄마한테 돈 보낼 테니까 손실만 메워지면 바로 주식 팔아야 해!”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으려던 설은아는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아냐, 엄마. 주소 좀 줘. 내가 지금 갈게. 내가 직접 주식 처리할게!”“걱정하지 마. 내가 최대한 물 타기를 해서 손해를 줄여 볼 테니까!”“어, 알았어. 기다려. 곧 갈게.”전화를 끊은 뒤 설은아는 벌떡 일어서서 하현이 자신의 곁에 배치해 준 경호원 몇 명을 동원해 얼른 사무실을 떠났다.최희정이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설은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직접 자신이 주식을 처리하지 않으면 최희정이 더 깊이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고 결국 막심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설은아의 마이바흐 차령이 시내 고가도로에 진입한 지
”청혼이요?”마영아는 어리둥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희정을 바라보았다.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마영아는 최희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가 정신을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부인, 용천오가 당연히 따님에게 청혼을 하겠죠. 그런데 오늘, 지금은 아니에요.”“오늘 설은아 사장님을 오시라고 한 건 작은 부탁이 있어서예요.”“부탁?”최희정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당신의 그 잘난 사위 하현과 용천오가 요즘 좀 사이가 그래요.”“그래서 용천오가 좀 불쾌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따님에게 부탁 좀 드리고 싶어요. 하현한테 잘 말해서 우리 용천오 사장님과 좀 사이좋게 지내라고 한마디 해 줬으면 좋겠어요.”“계속 이렇게 가는 건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 되거든요!”마영아는 설은아가 아무리 뭐라고 하현에게 말한들 하현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할 거라는 걸 잘 안다.그럼에도 마영아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설은아를 이용해 하현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위함이었다.오후 주식 시장이 끝나기 전에 이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영영 때를 놓치고 만다.“하현 그놈이 감히 용천오를 건드렸어? 사이가 나쁘다고?”최희정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커졌다.“우리 은아가 편히 사는 꼴을 못 보겠다는 거지? 그놈은?”“걱정하지 마. 이따가 은아가 오면 내가 그놈을 단단히 혼내라고 이를 테니까!”“하 씨 그놈은 내 딸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놈이니까. 내 딸이 한마디 하면 바로 알아들을 거야.”최희정의 말에 마영아는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15분 후 설은아의 마이바흐가 별채로 들어섰다.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설은아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하현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당신들 몇 명은 나와 함께 들어가고 나머지 두 명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차는 시동 끄지 말고 언